글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새해가 밝았다. 힘찬 닭 울음소리로 새해를 희망차게 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닭띠 연예인들이다. 닭띠생은 지능과 지모에 뛰어나고 앞을 내다보는 예견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날카롭고 단정하며 체계적이고 결단력도 있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이 때문에 연예인 스타 중에는 닭띠가 유독 많다.
정유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닭띠 연예인은 누구일까. 대중과 만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2005년생 12세 아역 스타 김유빈에서부터 1933년생 84세 원로가수 명국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예인이 닭띠다.
가장 어린 2005년생 12세 닭띠 연예인에는 아역 스타 김유빈, 김지영, 홍화리와 리틀 싸이 황민우 등이 있다. 1993년생 24세 닭띠 연예인은 드라마 , 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 가수와 연기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이유·정은지, 국민 남동생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펼치고 있는 유승호가 있다. 이 밖에 1993년생 닭띠 연예인에는 힙합 스타 비와이, 최고 아이돌 그룹 엑소의 디오,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로이킴과 백아연 등이 있다.
1981년생 36세 닭띠 연예인 중에는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톱스타들이 아주 많다. 요즘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드라마 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나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톱스타 전지현, 등 수많은 영화에서 강력한 흥행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최고 미남 스타 강동원,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여성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조인성이 대표적인 36세 닭띠 연예인이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사랑을 받으며 드라마 OST 여왕으로 등극한 거미와 린,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목소리 하나로 대중을 감동시킨 9연승에 빛나는 록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 매력적인 목소리로 여성 팬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박효신과 케이윌, 여자 힙합 뮤지션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윤미래, god 출신으로 시원한 가창력이 강점인 김태우 등이 36세 닭띠 가수들이다. 원조 걸그룹 SES의 요정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유진,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유진,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는 송지효, 강렬한 연기로 존재감이 확실한 김래원, 부드러운 감성을 드러내는 이상윤, 훈남 이미지의 이동욱은 36세 닭띠 연기자이고 개그맨 허경환도 1981년생 닭띠 연예인이다.
1969년 48세 중년의 나이에도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닭띠 연예인도 적지 않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믹 연기는 물론 중후한 연기까지 해내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 김승우, 작곡가·가수·예능 프로그램 MC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윤종신과 주영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선도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 모델 출신 연예인 이소라, 높은 인기를 누리며 연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하희라, 신애라, 윤유선이 48세 닭띠 연예인이다.
신세대 스타를 능가하며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1957년생 60세 닭띠 연예인도 많다. 최근에도 신곡을 발표하며 가수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노사연과 최진희, 이용, 김수철, 팔색조 연기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송승환, 김갑수, 강석우, 김보연 등이 대표적인 60세 닭띠 연예인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무대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1954년생 72세 닭띠 연예인은 조영남, 임현식, 선우용녀, 현철, 이상해, 박인환, 박인희, 박일남, 장용, 최주봉, 김도향, 서유석 등이고 84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무대에 서는 원로가수 명국환,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 등은 1933년생 닭띠 연예인이다.
2017년 정유년, 자신의 해를 맞은 닭띠 연예인들의 새해 포부는 무엇일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대와 방송에 계속 출연하겠다. 84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가수로서 열정과 노래에 대한 애정, 그리고 팬이 존재하는 한 노래를 부르겠다. 2017년에는 닭띠 해인 만큼 더 많이 활동하겠다.” 원로가수 명국환의 새해 포부다.
조연 연기자로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수많은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로 빛을 발하고 있는 중견 스타 임현식은 “1969년 MBC 공채 1기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연기를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지난 48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난 것처럼 올해도 드라마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 특히 올해는 노년의 사랑을 멋지게 소화하는 멜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며 새해 바람을 피력했다.
여전히 청춘스타의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60세의 강석우는 “나이 들어가면서 더 절감하게 되는 것은 가족의 소중함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는 라디오 DJ와 드라마 활동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이 갖고 싶다. 연예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세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48세의 신애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히즈 유니버시티에서 밟고 있는 기독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하고 싶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미국에서 부모를 잃는 한인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한인들이 입양해서 맡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미국의 많은 한인들이 부모가 없는 한인 청소년들을 입양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해 목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왕성하게 펼쳤던 사랑 나눔을 미국에서도 여전히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2월 출산해 아이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36세의 전지현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새해 목표다”라고 말했고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도 많은 조인성은 “올해는 이전과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나 작품을 선택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중년 여성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남동생 박보검은 “새해에도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국내외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닭띠의 해인 2017년 정유년의 가장 큰 목표다”라며 원칙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해를 맞은 수많은 닭띠 연예인들이 2017년 정유년에 어떤 활동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요즘 힙합 열풍이 대단하다. 힙합이 음악의 대세로 떠올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대중들의 일상 대화에 다이믹 듀오, 도끼, 매드 크라운, 비와이, 보이비 등 힙합 뮤지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멜론 등 각종 음원차트 상위를 ‘데이 데이’, ‘포에버’, ‘호랑나비’ 등 힙합곡들이 차지한다. , , 등 힙합 관련 프로그램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KBS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힙합 스타와 힙합곡 패러디가 유행이다.
힙합 열풍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이지만 힙합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 물론 “힙합이 노래냐?”라는 냉소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욕설까지 포함된 랩 등 일부 힙합 가사를 두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며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방송에 나온 힙합 뮤지션들의 팔과 몸에 드러난 문신과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중·장년층도 많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음악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태도는 자식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소통을 배가시키는 첩경이다. 압축적인 고도성장, 급변하는 사회, 고령인구 증가, 산업구조 변화, 전통적 가족 해체,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모, 젊은 세대의 미래지향적 태도와 장·노년층의 과거지향적 인식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세대 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는데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간극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서로의 문화와 콘텐츠 향유는 고사하고 이해조차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세대 간의 문화에 대한 무시와 폄하 행위까지 횡행한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에서 세대 갈등의 해결책으로 “세대 간에 서로의 창조적 자의식을 북돋우면서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며 열광하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문화와 생활, 현실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힙합을 이해하는 것 역시 젊은이들의 문화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자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기회를 확장하는 기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힙합을 통해 미국 젊은이들의 현실과 고뇌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미국의 가난한 흑인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거리의 음악, 힙합은 비트가 빠른 리듬에 맞춰 일상의 삶이나 욕망과 분노를 드러내는 랩, 레코드 스크래치, 브레이크 댄스 등이 가미된 음악과 문화를 지칭한다.
힙합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은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 라임을 이루는 말을 리듬에 맞춰 음악적으로 발성하는 랩이 한국 음악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가 한국 대중과 처음 만났다.
1990년대에는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지누션, 드렁큰 타이거가, 2000년대에는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등이 힙합 음악을 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동안 힙합 음악은 일부 청소년과 젊은이들만이 환호하는 하위문화, 비주류 음악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와 힙합 뮤지션이 많이 늘어났고 , , 등 힙합 관련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힙합에 환호하는 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힙합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힙합에 환호하는 이유는 힙합이라는 음악이 갖는 매력 때문뿐만이 아니다. 저항과 분노, 욕망을 거침없이 표출하고 편견을 깨는 음악에 자신들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한 아이돌 음악과 발라드, 트로트는 사랑 아니면 이별을 소재로 하는 비슷한 가사와 멜로디가 많다. 이런 음악에 식상함과 진부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힙합은 기존 음악과 확연한 차별화를 보이며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의식, 저항, 분노를 풍자나 디스, 스웨그 등으로 다양하게 표출한다. 또한 개인적인 감정과 입장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3포 세대, 흙수저,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어려운 현실 속 젊은이들은 이러한 힙합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과 의견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그래서 힙합을 이해하면 젊은이들의 음악과 문화는 물론 그들의 고통과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Coffee shop에서/ Part time job으로 나는 Two job/ 아침과 밤이 다른 나의 자화상이/ 또 나를 부르네/ 생활비는 내 손으로 벌어 써/ 두발로 딛는 서울 땅에서 …척하면 척인 나의 눈칫밥만 더 늘어나는 사이/ 현실 앞에서 누구도 대변해줄 수가 없지/ 이것도 피하지 못한 내 현실’ 에서 우승한 자이언트 핑크가 부른 ‘돈벌이’ 가사의 일부다.
‘어쩌다 내가 이 게임에 몸을 던졌나/ 가난이 죄고, 학벌이 깡패라는데 아/ 너 그렇게 과속하고 달려가면/ 개천의 용은 멸종위기 1급 동물/ 시작도 하기 전에 아연실색/ 쫓아가는 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네/ 뒤처지기 싫어 꽉 어금니 깨물어도/ 노력과는 상관없어 뒤처지는 경쟁 구도…’ 힙합 뮤지션 MC메타가 지난 5월 방송된 에 소개한 ‘개천에서 용이 날까용?’ 랩 가사다.
우리는 이 두 곡의 힙합 가사를 읽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8월 30일 수많은 시청자의 눈이 한 프로그램으로 향했다. 바로 SBS 이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예능 스타 김국진(51)과 ‘보랏빛 향기’ 등으로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 강수지(49)의 열애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선 신효범, 김완선, 김도균, 최성국 등 출연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을 활용한 프로그램 코너를 만들어 내보냈다. 김국진과 강수지, 두 사람의 열애에 대한 네티즌의 질문 등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쇄도하는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고 뜨거운 반응에 어쩔 줄 모르는 김국진·강수지 커플의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안방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요즘 이처럼 TV와 인터넷을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TV와 인터넷, 두 미디어의 결합 프로그램 붐의 진원지는 지난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이다. 은 배우, 가수, 예능인 등 연예인 스타들과 셰프,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디자이너 등 각계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진행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포맷 프로그램이다. 다음 tv팟을 통한 인터넷 방송과 TV 예능 프로그램의 결합으로 시청자의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을 통해 김구라, 이경규, 바다, 산이, 초아, 정준영, 하니, 박재범, 홍진경, 홍석천, 다솜, 박명수, 윤상, 트와이스 등 연예인과 요리 연구가 백종원, 셰프 오세득,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 마술사 이은결,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 패션디자이너 황재근, 헤어디자이너 차홍, 웹툰 작가 이말년, 이종 격투기 선수 김동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방송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네티즌의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기상천외한 의견과 이에 대응하는 출연자의 연출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또한, 인터넷 방송에 참여하는 네티즌도 급증하고 있다. 백종원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을 통해 스타로 부상했고 오세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아재 개그 열풍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에 대해 “확산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급증하는 1인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TV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창의적이고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은 인터넷을 메인 플랫폼으로 하는 방송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는 인터넷 예능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 중 하나가 음악 프로그램에 경연, 서바이벌, 미션, 스토리 텔링 등 예능 장치를 혼합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 중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다. 시청자의 참여 열기도 대단하다.
는 수많은 시청자가 특정 가수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내면 이 중에서 3명이 선발돼 스튜디오에서 가수와 듀엣을 할 사람이 최종 결정된다. 가수와 스마트폰을 통해 선발된 일반인으로 구성된 팀이 경연을 펼쳐 우승팀을 가리는 포맷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어 방송이 거듭될수록 참여하는 시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에서 이선희와 팀을 이뤄 뛰어난 노래 실력을 과시하며 5주 우승을 한 김예진(18) 양은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얻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 두 미디어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이서진 김종국 노홍철 3명의 MC가 쇼호스트가 돼 출연한 연예인, 스포츠 선수, 예술인, 과학자 등 각계각층 유명인의 재능을 판매하는 형식의 홈쇼핑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참여도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 2박 3일의 여행 동안 네이버 V 라이브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연예인 6명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신개념 여행 버라이어티!’
9월 5일 첫선을 보이며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SBS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이자 콘셉트다. 는 2박 3일의 여행 동안 6명의 출연자가 네티즌과 시청자의 인터넷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여행 수단과 숙박 장소 등이 결정되는 포맷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프로그램에 속한다.
최근 들어 이처럼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이루며 증가하는 것은 미디어 간의 융합이 프로그램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TV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해 시청자는 단순히 콘텐츠를 수용하는 수동적 수용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쌍방향성을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은 메시지나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아닌 즉각적으로 반응을 드러내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까지 하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소비자)로서 수용자의 모습을 가능하게 했다. TV가 인터넷의 이런 특성을 수용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노래 등 콘텐츠가 프로그램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와 네티즌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인터넷 방송 등을 TV 프로그램 안으로 수용하면서 수많은 네티즌과 시청자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소재, 출연자, 내용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이점도 TV와 인터넷 결합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해 참여하는 일반인들이 연예인에게서 볼 수 없는 연출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나 의외성을 잘 살려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이 TV와 인터넷 결합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힌다.
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올라오는 네티즌의 의견이나 반응은 기상천외한 것이 많아 이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는 기성 가수를 능가하는 빼어난 실력을 지녔거나 개성이 강한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TV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터넷을 프로그램에 접목, 수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TV에서 멀어져가는 젊은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근래 들어 10~20대들의 PC나 스마트폰 콘텐츠 이용이 급증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은 TV와 멀어지고 있다.
젊은 층은 TV를 보더라도 TV가 아닌 웹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하는 제로 TV 시청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송사는 인터넷을 TV 프로그램 안으로 수용해 멀어져간 젊은 시청자를 다시 TV 앞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TV와 인터넷이 결합한 프로그램 양산으로 이어졌다.
시청자와 네티즌을 비롯한 수용자들은 이러한 방송사의 변화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시청자가 단순히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수동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의 제작 주체로 나설 수 있고 다양한 반응과 의견을 제시해 곧바로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와 인터넷의 결합 프로그램은 개선할 부분도 적지 않다. 1인 인터넷 방송 콘텐츠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네티즌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단순한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매우 단조롭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특성을 보여주는 인터넷을 다양한 방식으로 TV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하는 포맷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인터넷과 TV 결합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시청자나 네티즌의 단순한 TV 프로그램 참여 형태도 개선해 수용자들의 상호작용과 쌍방향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글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연기자로서 최고의 찬사가 쏟아진다. 방송 진행자로서 수많은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8월 출간한 에세이집 를 비롯한 에세이와 소설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뮤지션인 김창완이다.
김창완은 자신의 창작과 예술 활동의 원동력은 책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김창완만큼 책을 많이 읽는 연예인은 드물다. 김창완은 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그런 그의 가슴에 강렬하게 울림을 남긴 책은 어떤 책일까.
“치열하게 사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고 예술적인 삶에선 필수적이다.” 바로 미술 평론가 마이클 키멜만의 을 관통하는 주제다. 걸작은 고흐나 피카소만 남기는 것이 아니고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미술사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예술은 우리 자신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창조하고 또 재창조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아붓고, 진심을 쏟으면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의미를 잘 담은 것이 이다. 김창완은 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야하고, 뮤지션으로서 활동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권한다.
김창완처럼 다른 스타들도 가슴에 평생 간직하는 책이 있다. 스타들이 감동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는 책이 있다. 스타들을 움직인 책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연예계에는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최불암은 50여 년을 한결같이 빛을 발산하는 현재 진행형의 큰 스타다. 그가 연기를 통해 내뿜는 빛을 보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용기를 얻고, 좌절에 빠진 사람은 위안을 받으며, 절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단순한 연기자를 넘어 삶의 좌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에게도 삶의 이정표 같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소설가 고미카와 준페이의 이다. 징병으로 끌려가 참전한 저자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의 절절함을 전하는 한편 전쟁의 비인간성을 질타한 이 소설이 왜 최불암의 마음속에 각인된 책으로 남았을까.
최불암은 “책 한 권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을 읽으면서 절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읽었는데 감전된 듯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에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 사랑을 지키는 순수함이 있고 양심이 있고 인간이 있다. 그리고 남성의 자존심을 강하게 느꼈다. 얼마나 이 책에 감동했는지 나는 가지(소설 속 남자 주인공)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라는 2004년 KBS 연기대상 수상소감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 고두심. 그녀 앞에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어머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고두심을 떠올릴 때 ‘어머니’라는 단어를 조건반사적으로 연상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식을 위해 살아온 이 땅의 어머니를 연기했기 때문이리라.
“모르겠어요. 운명이고 숙명인가 봐요. 처녀 때도 어머니역을 했으니까 말이에요. 많은 모습의 어머니가 있는데 제가 맡은 캐릭터는 강인한 어머니의 성격이 강해요”라고 말하는 고두심은 수기공모에 응모한 김인숙 씨를 비롯한 일반 여성들이 자신들의 어머니에 관해 쓴 수필을 모아 책으로 펴낸 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교사에게 맞고 온 아이를 보고 학교에 가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왔거나 공부시간에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겁니다.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니 절 혼내 주십시오. 제 손바닥을 때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어머니 등 평범하지만 위대한 우리 주위 어머니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두심은 제주 해녀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자식들을 지켜 주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자식들에게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지를 마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 라고 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에게 눈길을 줄 수 있는 흡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그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흔히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까. 그가 화면 속으로, 스크린 속으로, 무대 속으로 들어간다. 평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에 강력한 파문을 일으킨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그의 비범함은 깊은 수렁이 되어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배우 조재현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마저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 속 인물로 인식하게 하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 조재현을 움직인 책은 바로 가출과 반항을 일삼던 사춘기 시절 누나가 선물한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이다. “은 내게 반항하는 마음을 다스려 주었고 감성과 사랑에 대해 폭을 넓혀 준 책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인간과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준 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조재현은 ‘첫사랑’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심리나 감성, 그리고 행동들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을 때 연기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안녕하십니까. 남희석입니다. 요새 저보고 자꾸 변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우유입니까? 변하게!” 한동안 남희석에게 전화하면 이 소리가 흘러나와 웃음을 짓곤 한 적이 있다. 한때 최고 MC로 군림했던 남희석은 요즘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최고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늘 시청자의 시선의 중앙에 서 있는 MC다. TV에 나오는 코미디언 이주일이 너무 좋아 개그맨의 꿈을 안고 열한 살 때 고향 충남 보령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탔던 남희석은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진행으로 스타 MC가 됐다.
프로그램과 진행, 그리고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구분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남희석은 대상과 현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 힘을 준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과 이 의미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과 , 이 두 권의 책은 단순한 용어 정리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나 현상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인데 지나치기 쉬운 이면의 의미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문화와 세계문화에 관한 책도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여섯 살 때 레스토랑에서 가수였던 아버지(이대현, ‘먼지가 되어’ 작곡자이자 가수)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인기가 높지 않았던 아버지 공연에 관객들의 차가운 반응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부터 가수가 되려고 했어요. 저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추구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해요. 그런데 무명이셨던 아버지의 공연이 외면 받는 게 슬펐어요. 그때 유명한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요. 이제는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라 대중에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연예인이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지만요.” 독특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소화력과 자신만의 향기가 배어나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하나다.
이하나는 스타의 반열에 올랐어도 여전히 신인 때 보였던 담백한 마음과 연기를 향한 진지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는 태도도 버리지 않고 있다. 인기에 속박되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초연하게 바라보는 이하나의 자세는 다른 연예인과 큰 차이점이다. 이하나의 이 같은 태도는 그녀가 좋아하는 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의 를 참 좋아한다고 했다.
“코엘료의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해요. 나는 어디에 와 있고 나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서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못 했지만 코엘료 책을 보면서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고 현재의 나를 반성해요. 그리고 실패와 성공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평점심을 찾게 해주는 것이 코엘료의 예요. 이 책을 보면서 좌절했을 때 용기를 얻었고 인기를 얻었을 땐 저를 돌아봤지요.” 이 말을 들으면서 코엘료가 그의 책에서 펼쳤던 “내 속의 헛된 바람들 속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잠언적 메시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하나를 읽을 수 있다. 스타들은 이처럼 자신의 삶과 인생, 예술적 활동에 영향을 준 책들을 가슴에 아름다운 화인(火印)으로 새겨 놓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예술 활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얼마 전 MBC TV의 에서 독특한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MC 전현무가 본인의 수면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전깃줄을 주렁주렁 달고 수면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거나, 방독면처럼 생긴 장비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검사 방법도 독특했고, 질환 이름도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통해 소개된 수면질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만큼 잠과 연관된 질환은 다양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흔히 수면질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불면을 생각한다. 잠자는 데 문제가 있다면 불면증과 수면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것이 바로 수면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잠으로 인한 질환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분야도 넓다.
수면과 관련해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 질환은 불면증이 아니라 앞서 전현무가 앓았던 수면 무호흡증이다. 코골이가 심각해지면서 잠자는 동안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단되는 증상이다. 주변에서 자다가 코 고는 소리가 멈추면서 “컥컥” 소리를 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면 수면 무호흡 환자를 만난 것이다.
이 수면 무호흡증은 보통 자는 도중 무호흡증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 심한 정도를 나눈다. 1시간에 5회 이하로 무호흡증상이 나타난다면 정상이지만, 15회까지는 경증, 30회까지는 중등도로 구분한다. 30회가 넘어가면 심각한 중증이라고 진단된다. 이를 의료인들은 RDI(수면호흡장애지수)라고 부른다. 제대로 검사하려면 뇌파와 호흡, 안구의 움직임 등을 살피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다. 대학병원이나 전문클리닉이 환자가 밤새 잠자며 검사받을 수 있는 수면검사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면 무호흡 산소공급에 문제 일으켜
수면 무호흡이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수면 중 뇌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수면이 중단될 때마다 사망을 막기 위해 뇌가 잠에서 깨면서 호흡을 강요하기 때문에 건강의 필수요소라 꼽히는 렘수면, 즉 질 높은 수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현무의 치료를 담당했던 지앤지수면클리닉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도진 원장은 수면 무호흡의 원인 중 하나로 노화를 지목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수면 무호흡을 코골이와 연관해서 코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질환은 목과 기도가 문제예요. 입천장과 혀 뒤의 인두 부위가 잘 때 좁아지면서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인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막이나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호흡할 때 음압이 걸리면 기도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뜻밖에도 여성분들이 많이 문제가 돼요. 중년 여성이 갱년기를 맞으면서 탄력을 잃는 현상이 급작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발병 소지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이죠. 이에 반해 남성은 완만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나면 증상은 다양하다. 깊이 잠들 수 없으므로 낮에 졸리기 시작하고, 머리가 무겁고 심한 경우 두통도 동반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산소 부족이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심장박동을 높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피가 많이 돌도록 해 산소를 확보하려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졸중 발병의 원인이 된다. 또 심장에 무리를 줘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의 치료는 보통 수술과 양압기의 사용 두 가지가 있다. 현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잘못된 이론이 알려지면서 흔히 코골이 수술이라고 불리는 목젖 제거 수술이 남용됐어요. 결국, 이 수술은 재발이 가장 심한 수술로 낙인찍혔죠. 실제로 병이 재발해 저를 찾는 목젖 없는 환자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목젖이 아니에요. 또 무조건 수술로 혹은 양압기로 해결하려는 풍토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생활 환경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도 늘어
최근 수면장애 중 새롭게 주목받는 질환 중 하나는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잘 때 다리에 벌레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다리가 저리거나 움직이려는 현상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사실 이 증상은 꽤 많은 환자를 고통받게 했는데, 외과적 질환으로 오해 받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 수면을 방해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
학계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부족으로 보고 있다. 도파민 부족은 철분 결핍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고용량 철분제를 투약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극히 드물지만, 기면증(嗜眠症)도 수면질환에 속한다. 느닷없이 잠에 빠지는 것은 심한 기면증에 속하고,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심한 졸음을 느낀다면 기면증 초기증세로 볼 수 있다. 심하면 가위눌림이나 잠꼬대, 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면 중 이상행동이 많아지는 것도 수면질환의 하나다. 예를 들어 잠꼬대를 심하게 한다든가 몸을 뒤척이고, 심한 경우 몽유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몽유병은 수면 중 ‘수면 간질’의 가능성도 있다. 꿈이 많아지거나 반복적으로 안 좋은 꿈을 꾼다면 우울증 증상의 하나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시니어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수면질환을 꼽자면 역시 불면증이라 할 수 있다. 불면증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최근 불면의 새로운 원인으로 등장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밤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뇌가 활성화돼 쉽게 잠들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동영상은 뇌를 가장 활성화하는 콘텐츠로 꼽힌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잠자기 전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방송 등을 시청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으로 꼽는다.
대표적 수면질환 불면증
스트레스는 불면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관계나 일, 사회활동 등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계속 교감신경을 자극해 쉽게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걱정거리가 많을 때 불면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불면증의 해결책으로 일반적으로 수면제 처방이 이뤄지지만 수면제의 약효가 듣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만약 수면제를 먹어도 계속해서 잠을 제대로 청하기 어렵다면 대학병원이나 전문 수면클리닉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불면증 역시 노화와 관계가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분당바른세상병원의 박성준 원장은 노화와 함께 다양한 통증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화와 함께 여러 관절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불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오십견으로 불리는 동결건이 대표적 증상이죠. 뒤척일 때마다 어깨 통증으로 잠을 깨게 합니다. 때문에 불면으로 다른 합병증까지 발생하기 전에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질환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자세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목 아래에 받치는 베개는 높이가 10cm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도 척추 건강에 나쁘지 않은데 이때는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받쳐 목이 꺾이지 않도록 하고 무릎과 무릎 사이에 베개를 하나 더 끼워 골반 높이와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을 이기기 위해서는 잠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저녁에도 비교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망가진 신체 리듬을 회복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문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햇볕이다.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뇌의 송과선에서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이렇게 낮에 햇볕을 쬐며 1시간만 걷는 습관을 지녀도 2~3주 후 뚜렷한 불면증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시니어들에게 효과적이다.
수면은 7~8시간이 적당
그렇다면 잠자는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2014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근영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권장할 만한 수면시간은 7시간에서 8시간이다. 조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일 때는 사망률이 21% 증가했고, 9시간 이상일 때에는 사망률이 36%나 증가했다. 너무 많이 자는 것도 건강을 해치는 셈이다.
잠을 부르는 음식, 잠을 쫓는 음식도 따로 있다. 강남 자생한방병원의 유한길 원장은 음식에 따라 숙면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유, 치즈, 상추, 쑥갓, 양파, 둥굴레, 두충 등 몇몇 음식들은 잠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호두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서태후가 애용했다 할 만큼 불면증에 효과가 있어요. 반대로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잠을 내쫓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과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식하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위장이 활발하게 운동을 하게 돼, 당연히 잠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술도 마찬가지죠. 한두 잔의 와인은 좋지만, 그 이상은 오히려 잠을 못 이루게 합니다. 그렇다고 술에 곯아떨어져 자 버릇하면 알코올 중독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연기자의 길을 함께 걷는 나와 집사람은 상반되는 점이 많아요. 감성적인 나는 화가 나면 속에서 무언가가 위로 끓어오르지만 이성적인 집사람은 그럴수록 감정을 아래로 가라앉혀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상반된 부분을 닮아가는 것도 꽤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아내의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 결혼했지요. 46년 동안 부부로, 동료 연기자로 한길을 함께 걸어왔는데 참 행복합니다.” 중견 연기자 최불암(76)은 1970년 김민자(74)와 결혼해 46년 동안 부부로, 배우의 길을 함께 걷는 동료로 살아온 생활이 많이 행복하다고 했다.
“한참 활동을 할 때는 서로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저는 남편의 연기에 대해 엄격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에는 남편이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건강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되네요. 연기자라는 한길을 걸었기에 연기자로 일하면서도, 부부생활에서도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았어요.” 김민자 역시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 최불암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근래 들어 최불암·김민자 부부처럼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교사, 의사, 변호사 등 같은 직업을 갖거나 식당, 농사 등 같은 일을 하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같은 일을 할 때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소통도 잘돼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부부생활에서도 활력이 생긴다는 부부가 있다. 반면 서로를 너무 잘 알아 배우자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이 사라지는 데다 일하는 능력과 수입의 편차 등으로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대중매체의 조명이 잇따르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매스미디어에 의해 구축된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작품마다 반응과 평가가 다르고 수입과 직결되는 인기는 매우 가변적이다. 일하는 활동량도 인기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곳’이 연예계이기에 소문과 스캔들이 상존한다. 배우나 가수라는 직업은 일반 직장과 전혀 달라 근무 형태가 매우 불규칙적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졌기에 배우, 가수, 예능인 등 연예인끼리 결혼한 부부들은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최불암·김민자 부부는 연기자라는 길을 함께 걸어 서로를 더 잘 이해해 생활면에서 많이 행복하고 배우로서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불암·김민자 부부처럼 가수, 배우, 예능인 등 연예인의 길을 함께 걷는 부부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연예인 부부의 삶은 천양지차다. 연예인 부부마다 연예 활동과 가정생활에 큰 차이를 보인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이라 명명되며 수많은 대중매체와 대중의 관심 속에 결혼한 영화 스타 신성일(79)·엄앵란(80)부부는 결혼 이후 활동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신성일은 계속해서 영화 활동을 왕성하게 했지만, 엄앵란은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가사와 사업에 전념했다. 부부생활 역시 남편 신성일의 외도로 인해 1977년 별거 상태에 들어가 현재에도 신성일은 경북 영천에, 엄앵란은 서울에서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엄앵란은 방송 등을 통해 “시댁에서 연예 활동을 반대했고 또한 가정을 책임져야 해서 결혼 이후 배우 활동을 접고 육아와 사업에 전념했다. 남편의 외도 등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내가 선택했으니까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견디며 살았다. 남들은 신성일 씨가 워낙 매너가 좋고 잘해줘 ‘당신 좋겠다’고 하면 속으로 ‘웃기고 있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신성일씨는 남편으로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연기자로서는 최고다. 같은 배우 입에서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저서 등에서 “아내 엄앵란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엄마이고 아내로서도 최고다. 여러 가지 일로 내가 많이 힘들게 했다. 배우 신성일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내 덕분이다. 팬들을 실망하게 하는 이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1994년 방송된 드라마 남·녀 주연으로 나선 것이 인연이 돼 연인으로 발전해 1995년 결혼한 차인표(49)·신애라(47) 부부는 신성일·엄앵란 부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차인표·신애라, 두 사람은 연예 활동은 물론 두 아이의 입양, 자선 활동, 종교생활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며 진정한 동반자의 삶을 살고 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작품 선택에서부터 아이들의 육아 방향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하며 결정한다. 신애라는 아이를 출산하고 두 아이를 입양하면서 육아, 가사, 그리고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스스로 작품 출연과 방송 활동을 줄였다. 반면 차인표는 결혼 이후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신애라는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어 연예 활동을 제가 스스로 줄인 겁니다. 물론 좋은 작품이 섭외가 오면 출연했지요. 전 저보다 남편이 연기자로서 더 잘되는 것이 좋아요”라며 결혼 후 차인표 인기는 치솟고 자신의 인기가 낮아진 것에 대해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신애라는 “결혼 여부를 떠나 차인표씨만큼 저와 잘 맞는 사람이 없습니다. 서로가 받아 줄 수 있는 단점과 서로가 기뻐할 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고 남편 차인표에 대해 말했다. 차인표는 “당신은 옷장이었다. 문만 열면 필요한 옷이 있었다. 추울 땐 두꺼운 외투, 털장갑을 건네줬다. 무더운 날엔 시원하게 다니라고 모시옷을 내줬다. 나의 진실한 옷장이었다. 울면 울어주고, 기쁜 날 더 크게 웃어 주고 좋은 날 산책해 준 당신, 당신은 내가 있는 이유다”라고 신애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수종(54)·하희라(47) 부부 역시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행보와 비슷하다. 최수종이 드라마 작품에 들어가면 하희라가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남편의 대본 리딩도 옆에서 도와준다. 최수종 역시 하희라가 드라마에 출연하면 촬영장을 찾아 식사나 커피 등을 챙기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특히 최수종 하희라, 두 사람 모두 연기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연기파 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연기 스타일이나 캐릭터 분석법이 다르지만, 서로의 연기에 대해 무한 지지와 격려를 해 발전을 꾀한다. 최수종은 “작품 선택이나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아내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편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무조건 격려를 해주는 편이다”고 했다.
예능인 부부 이봉원(53)·박미선(49)은 일반적으로 보이는 연예인 부부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박미선과 이봉원은 1989년 ‘철없는 아내’라는 개그코너에 함께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연인으로 발전했고 1993년 결혼했다. 결혼 이전 박미선은 스탠딩 개그의 일인자로 활약하며 인기 높은 개그우먼으로, 이봉원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성대모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개그스타로 군림했다. 결혼 후 아내 박미선은 개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동영역을 넓히며 최고의 예능 스타로 부상했지만, 이봉원은 연예 활동보다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프로덕션, 요식업 등 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봉원의 사업은 실패를 거듭했다. 박미선은 연예 활동을 하면서도 육아뿐만 아니라 이봉원 사업 뒷바라지, 망한 뒤 수습까지 다 했다.
이봉원은 결혼 후 자신보다 아내 박미선의 활동이 늘어나고 더 인기가 많아진 것에 대해 “전 아내의 인기가 높은 것에 박수를 보내요. 나 자신이 위축되거나 그러한 것은 없어요. 원래 개그맨을 키우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 제작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결혼 후 아내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지요. 사업이 잘 안 돼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지요”라고 말했다.
물론 연예 활동과 가정생활이 순탄하지 못한 연예인 부부도 많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쇼윈도 연예인 부부에게는 연예 활동 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의 활동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가정생활에도 어려움을 초래한다. 쇼윈도 연예인 부부는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감정이 사라져 파경을 맞게 된다.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 있을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차인표가 2001년 5월 24일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아내 신애라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이런 사랑과 배우자의 연예 활동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연예인 부부들의 행복한 동행은 지속될 것이다.
38.8%라는 근래 보기 힘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흥행 일등공신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 남자 주연 송중기다. 올해 들어 한국영화 중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6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주연은 강동원 황정민, 두 남자 배우였다. 10년 넘게 방송되면서 예능 최강자로 군림하는 MBC 은 유재석 박명수 등 6명의 남자 멤버들이 이끌고 있다. 의 조승우와 의 김준수는 출연 작품마다 매회 티켓매진 기록을 수립하는 뮤지컬계의 최고 흥행 파워 스타다.
최근 들어 드라마, 영화, 예능, 뮤지컬에서 남자 스타 주도의 흥행이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원톱 남자 주연 혹은 남-남 투톱 주연의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성 스타들이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작품들은 시청자와 관객의 외면을 받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 스타 전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돼 여성 멤버들이 주축이 된 여성 예능 프로그램은 보기조차 힘들어졌다. 남자 스타의 티켓파워가 강력해 조승우나 김준수의 뮤지컬의 회당 출연료는 2000만~3000만원 선으로 여자 스타의 출연료를 압도한다.
영화계에선 근래 들어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1~3년 사이에 송강호가 주연으로 나선 을 비롯해 황정민의 , 최민식의 , 류승룡의 , 황정민 유아인의 등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였다. 그리고 600만~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황정민의 , 이병헌의 , 황정민 강동원의 , 송강호 이정재의 , 유아인 송강호의 , 하정우 한석규의 , 김수현의 등 모두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다.
반면 여자 스타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2014년 상영돼 866만 명이 관람한 손예진 주연의 , 8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심은경 주연의 등 극소수의 작품을 빼놓고는 최근 여자 주연을 내세운 영화들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여자 주연으로 눈길을 끈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는 한효주와 천우희, 두 명의 여자 스타가 주연으로 전면에 나서 개봉 전 기대를 모았지만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CGV가 지난 1월 열린 ‘2016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한 관객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남자 스타 영화 흥행 파워 판도를 잘 보여준다. 흥행 파워를 의미하는 ‘믿고 보는 배우’를 묻는 조사에서 40.1%의 지지를 얻은 황정민이 1위를, 28.2%의 강동원이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송강호, 하정우, 최민식 유아인 이병헌 순이었고 10위 안에 포함된 여자 스타는 10위를 차지한 전지현이 유일했다.
전통적으로 여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강력하게 나타나는 드라마에서도 최근 들어 남자 스타들의 시청률 상승 주도력이 크게 상승했다. 시청률은 높지만 화제성에서 떨어지는 홈드라마를 주로 방송하는 일일드라마나 주말극의 경우, 여자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화제성과 신드롬 진원지 역할을 하는 주중 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사극에선 남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여자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20%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던 SBS 는 남자 주연으로 나서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주원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올해 들어 주중 드라마로 첫 20%를 기록한 SBS 미니시리즈 역시 남자 주연을 맡은 유승호가 흥행 일등공신이었다. 시청률 40%에 육박한 는 남자 주연 송중기가 인기 견인차였다. 시청자의 좋은 평가 속에 12~17%로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로 지난 3월 22일 막을 내린 도 유아인 김명민 등 남자 주연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대하사극 역시 정통 드라마로 11~14%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송일국의 힘이 컸다.
3월 28일 시작된 KBS , MBC , SBS 등 세 방송사의 새 월화 드라마들도 각각 박신양, 강지환, 장근석 등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 눈길 잡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4월 20일부터 방송된 SBS 는 지성의 원맨쇼라고 할 만큼 원톱 주연 지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4월 27일부터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KBS 드라마 역시 천정명 조재현 두 남자 주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물론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선 여자 주연들의 활약이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성 주연의 전유물이라는 주말극과 일일극에서도 남자 주연의 흥행 파워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남자 스타 천하다. MBC , KBS , tvN , jTBC 등 근래 들어 남자 멤버들이 활약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육아를 비롯한 관찰 예능,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여자 예능 프로그램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남자 예능 프로그램의 득세 속에 4월 8일부터 여성 예능을 표방하며 시청자와 만나는 KBS 는 시청률이 3~5%로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MC도 남자 스타들이 독식하고 있다. KBS SBS jTBC 의 유재석, MBC SBS jTBC 의 김구라, KBS SBS jTBC 의 강호동을 비롯해 이경규 이휘재 전현무 김성주 등 남자 예능 스타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메인 MC로 나선 여자 예능 스타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MBC 의 김성주, 의 성시경 유세윤 백지영, KBS 의 신동엽, SBS 의 이휘재 성시경, 의 전현무 등 백지영을 제외한 방송 3사 음악 예능의 MC들이 모두 남자 스타들이다.
KBS 등 방송 3사 연예대상 수상자 판도는 남녀 예능 스타의 흥행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1회 신동엽 부터 2015년 14회 이휘재까지 KBS 연예대상에서 여자 대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MBC는 2000년 1회 박경림 이후 2015년 15회까지 여자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SBS는 2009년 3회 연예대상에서 유재석 이효리가 공동 수상한 이후 남자 스타들이 대상을 독차지했다.
최근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00억원대(2015년 기준) 시장규모를 보이는 뮤지컬 분야에서도 남자 스타의 흥행 견인 트렌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연한 은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 변요한 등이 인기를 견인했고 이중 조승우는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고 뮤지컬 흥행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등 출연작마다 흥행 대박을 터트린 김준수를 비롯해 홍광호, 한지상, 유준상, 정성화 등 남자 스타들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며 뮤지컬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영화와 예능,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 남자 스타들이 대중문화 흥행을 이끄는 트렌드를 구축한 것은 대중문화의 주도적 소비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뮤지컬의 강력한 수용자인 젊은 여성 관객과 시청자가 주로 남자 스타의 작품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나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한 남자 스타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고 강력한 팬덤을 보이는 젊은 여성들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화제와 관심을 촉발하는 ‘홍보전령사’ 역할까지 해 남자 스타의 흥행 파워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투자자나 제작자, 방송사들이 여자 스타의 작품이나 프로그램은 외면하는 대신 경쟁적으로 남자 스타 위주의 작품을 쏟아내는 것도 대중문화의 남자 스타 흥행 독식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남자 스타들의 흥행 주도력이 높아지면서 남자 주연을 내세운 작품들은 장르, 내용, 소재면에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고 진화를 거듭해 시청자나 관객들이 선택의 폭이 많다. 이에 비해 여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은 매우 적어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을 뿐더러 작품의 스펙트럼도 좁아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일이 정말 보람 있어요. 강의하면서 젊은이들의 열정과 신세대의 문화코드를 배우기도 하지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해 강단에 서는 것이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드라마, 영화, 연극무대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 연기자 이순재의 또 다른 직업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다.
대학가는 3월 입학식과 함께 활기찬 새 학기가 시작된다. 최근 들어 대학 캠퍼스에 교수나 강사로 나선 연예인들의 모습이 크게 늘었다. 방송, 연예, 연극, 영화, 음악 등 연예인 지망생이 급증하면서 대학교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학생 수를 늘려 대학 강단에 서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방송, 연예, 연극, 영화 관련 학과에선 풍부한 현장 경험과 실무가 중요하므로 학생들이 연예인 교수를 선호한다. 또한, 연예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전문성, 대중적 인지도가 대학교 홍보나 학생 모집에 큰 도움이 돼 유명 연예인을 교수로 임용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대학 강의를 병행하다 전업 교수로 돌아선 김동수 동덕여대 모델학과 교수 같은 경우도 있지만 강단에 서는 연예인 대부분은 연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 강의를 하는 연기자, 가수, 개그맨, 방송인, 모델 등은 석좌교수, 정교수에서부터 초빙교수, 객원교수, 특임교수, 강사 등 다양한 형태로 강의하고 있다. 출강하는 곳도 4년제 대학에서부터 전문대학, 특수 직업학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다.
생생한 현장이야기 학생들 좋아해
이순재는 세종대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가천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20년 넘게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연기론을 강의하고 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정교수로 있는 중견 연기자 장미희도 지난 1998년부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순재나 장미희처럼 대학 강단에 서는 연기자들이 적지 않다. 중견 배우 최란은 한서대 교수를 거쳐 2015년 2학기부터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초빙교수 자격으로 ‘연기 세미나’ 과목을 강의한다. 드라마와 연극무대에서 정교한 연기력을 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정보석은 수원여대 연극영상과 부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스타 연기자 고현정은 2014년부터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겸임교수로 위촉돼 매체 연기 과목을 강의하고,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탤런트 배종옥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최불암 유인촌 유동근 서인석 노주현 정동환 이인혜 명세빈 이영하 류승룡 이범수 김성령 남성진 등 많은 연기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는 강의하고 있지 않지만, 한때 김희애처럼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 강단과 인연을 맺었던 연기자들도 적지 않다.
정보석은 “연기자 교수들은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실기 강의를 하는 데 유리하다. 연예계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고 조언도 해줘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란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학생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산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가수와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 급증하면서 각종 대학의 실용음악과와 뮤지컬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들도 크게 늘었다.
가수 장혜진은 지난 2009년 한양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혜진은 “전임교수로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수로 활동하고 있기에 가수 지망생인 학생들의 강의 참석률이 매우 높다. 실기뿐만 아니라 이론도 철저히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가수 옥주현은 겸임교수 자격으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실용음악과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현재 동서울대학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뮤지컬을 지도하고 있다. 가수 김연우는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 전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인순이는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실용음악학부에서 강의하고, 바비킴은 서울예술전문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겸 감독인 박칼린은 호원대학교 방송연예학부의 뮤지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대학 강단에 서는 가수로는 송대관 김경호 알리 등이 있다.
개그맨들의 대학 강단 진출 바람도 거세다. 개그맨 이윤석은 서울예술전문학교 방송연예학부 학과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봉원, 김한석은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희극 연기론을 강의하고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다큐 예능의 1인자 김병만은 백제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겸임교수로, 개그맨 박준형은 경인여자대학 방송연예과에서 강사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남희석 이영자 김미연 김수용 등도 대학 강단에 서는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방송인, 모델, 쇼호스트 역시 속속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아나운서로 활동한 뒤 성신여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던 손석희 JTBC 사장처럼 아나운서 중에는 대학 강의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KBS 등에서 명진행자로 활동하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금희는 모교인 숙명여대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경화는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임성민 문지애 박혜진 서현진 김병찬 김성경 등이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학 강의를 하는 방송인이다.
일부 연예인 교수들 부실강의로 문제
김동수 동덕여대 모델학과 교수처럼 모델 출신 대학 강사, 교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델 박둘선은 한국예술원 모델과 전임교수로 활동하고, 한국모델협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향기는 대덕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유난희를 비롯한 쇼호스트들 역시 대학의 방송학과나 쇼호스트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대학 강단에 서는 이유는 자신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등을 후학들에게 전수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연예인들이 대학 강의를 하면서 공부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 이론을 습득해 연기나 무대에 적용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대학 강단에 서는 이유다. 이 밖에 대학 강의가 연예인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도 대학에 진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서인석은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연기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게 된다. 연기와 대학 강의를 병행하는 것은 힘들지만, 대학 강의를 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공부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연예인 교수들이 탄탄한 실기 실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를 해 학생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일부 연예인 교수들은 부실한 강의 등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시간강사, 겸임교수, 초빙교수, 전임교수, 정교수 등 각종 형태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연예인 중 일부가 방송연예 활동과 강의를 병행하는 관계로 잦은 수업 결강, 부실한 수업 내용, 신변잡기로 일관하는 강의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유명한 연예인 교수 수업을 신청했다가 강의 내용이 부실해 실망을 표하기도 한다. 새 학기에 강단에 서는 연예인 교수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내실 있는 강의로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대경대학 방송학과 학과장으로 방송 MC 진행 실기, TV 예능 화법, 코멘트론, 아이디어 개발론 등을 강의한 바 있고 요즘에는 특강 형태로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개그맨 남희석은 “대학 강단에 설 때 학생들이 정말 수강을 잘했다는 말이 나오도록 강의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나 한 사람이 잘못하면 연예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된다. 연예인들은 대학 강단에 서는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 생활에서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같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돈독하고 행복한 부부생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현명한 기술이 중요하다. 여기 사회생활 ‘만점’, 가정생활 ‘빵점’이었던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현재 가정 행복코치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부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현명한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 짚라인 코리아의 대표이자, 부부 토크쇼 ‘둘이 하나데이’의 진행자. 이제는 그를 수식하는 단어도 많다. 이수경 씨다. 그가 이렇게 변한 사연은 무엇일까?
1993년, 22년 전 어느 날을 이수경 대표는 잊지 못한다. 당시 직장인이었던 이씨가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할 때였다. 5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고, 3년에 한 번씩 자동차를 바꿔야만 훌륭한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좋은 남편, 훌륭한 아버지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물었다.
“여보, 당신은 행복해요? 난 지금 하나도 안 행복해.”
이런 말을 하는 아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며 콧방귀를 뀌던 찰나에 아내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한다.
“여보, 우리 가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부세미나에 한번 참석해 봅시다.”
특별히 부부생활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이씨는 아내의 이런 제안이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부부 세미나는 문제가 있는 부부만 참석하는 것으로 여겼기에 꺼려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이씨의 대답은 ‘No!’. 그가 생각하기엔 그곳에 참석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내도 포기할 줄 몰랐다. 이씨를 설득해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밤낮을 애원했다. 회사 생활에 빠져 집에 들어오면 침대에 눕기 바빴던 이씨와의 부부생활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내의 정성에 이씨도 백기를 들었다.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한 것. 내키지 않은 동행이었지만 그것이 이수경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가정 ‘권위자’에서 가정 ‘경영자’로
2박 3일 일정의 부부세미나. 이씨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 부부세미나의 첫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미나 참석 자체가 불만이었던 이씨는 강의가 시작하자 의자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눕다시피 앉았다. 일종의 불만 표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반항(?)도 강의가 시작되자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구부정했던 허리는 이미 꼿꼿해졌고, 강의를 듣는 눈빛은 초롱초롱해졌다. 강의에서의 그 무엇인가가 이씨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이다.
“그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거만했죠.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니 집에서 잠만 자도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강의를 듣고 나니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가정에서 권위만 가지려 했지 가장으로서 가정 경영은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시원해지더라고요.”
강의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 교육을 이전에 들었던 참가자가 그들의 부부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 모습이 이씨 부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편은 가족이 모두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정 경영을 도외시하고 있는 모습. 그것은 이씨 부부 생활을 실상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 수업이 이수경 가정생활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아내에게 “가정을 경영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선언한 후, 꼬박 2년 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부부세미나에 참석했다.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대한 책도 30권 이상 탐독했다. 그렇게 다년간 부부와 가정생활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남편이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편이 가정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변하니까 가족이 변하더라고요. 주말에 잠만 자는 게 일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나 둘씩 변하기로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아이들과 포옹했는데 서른이 넘어서도 하고 있어요. 부부 생활도 바뀌었죠. 이른바 *텐텐 대화법으로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졌습니다.”
◇ 매달 21일, 둘이 하나데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잖아요? 행복해지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가정 행복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가정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오프라인 부부쇼를 기획하게 됐죠.”
이씨는 그 열정에 보람을 얹혀 개그맨 겸 소통테이너인 오종철과 손을 잡았다. 1년 동안 부부쇼 ‘둘이 하나데이’를 기획한 것. 지난 3월 21일 첫 선을 보인 ‘둘이 하나데이’는 매달 21일에 열리는데, 이는 ‘2(둘)이서 1(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부부의 날’인 5월 21일에서 착안한 것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부부쇼에서는 강연, 참가자 그룹회의, 가족 선서, 편지쓰기 등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부부들을 맞이한다. 거기에서 이씨는 오종철과 함께 MC로 활약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수경에게서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기업인, 강사, 작가, 토크쇼 진행자, 가정행복코치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에너지를 뿜으며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가슴 깊은 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예요. 여러 가지 역할을 모두 놓치기 싫거든요. 물론 가정 경영자로서의 역할도요. 이 많은 역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바로 가정행복코치예요. 제가 20여년 전 느꼈던 것처럼 타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부부에게도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에서 마음을 전한다고요? 말을 안 하는데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부부 사이에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부는 동상이몽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해서 서로의 이해를 얻어야 해요.”
가정행복코치가 된 후 그에게 부부 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씨가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낄 때도 그가 낸 책 나 강연을 보고 부부생활에 다시 활력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을 때다. 그래서인지 그가 부부 생활 노하우를 담은 책 는 출판 이후 149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씨의 부부관계 노하우는 책, 둘이 하나데이, 개인 상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씨는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부부 문제가 대화 부족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화로 뛰어들었다간 위험할 수 있다. 감정이 격해져 비수가 꽂히는 말로 자칫 부부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경우도 허다한 탓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현명한 대화의 기술이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비방송용으로 게스트들과 이야기하는데 한 분이 ‘청계천에서 손잡고 다니는 중년 커플은 다 거짓말이죠?’라고 하더라고요. 내막을 몰라서 참으로 당황스러웠는데 그분이 일종의 권태기였나 봐요.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꼴 보기 싫어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단점보다는 남편의 좋은 점을 하루 한 가지씩 노트에 써보라고 얘기를 했어요. 얼마 있다가 연락이 왔습니다. 남편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둘이 하나데이에 나와 커플 스쿼트도 하며 부부 금실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부부생활 코칭과 ‘둘이 하나데이’의 긍정적인 성과가 쌓여가자, 이씨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가 1년 동안 기획한 ‘둘이 하나데이’는 한 기업에서 사내 복지의 일환으로 포맷을 그대로 따갈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이씨가 꿈꾸는 미래는 이제 더 큰 울타리를 향한다.
“가화만사성이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한 가정이 모여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 작은 것을 만들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는 대한민국의 많은 부부가 손잡고 ‘둘이 하나데이’에 오는 것을 상상합니다.”
*텐텐 대화법이란
부부끼리 대화할 것에 대해 10분을 노트에 써 보고, 10분을 대화 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것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피리어드(period) 대로 역사를 생각한다. 70의 인생을 아직 겪지 않은 사람에겐 한국영화의 지난 70년은 인식과 학습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 이전의 한국영화는 현재 대부분이 망자(亡者)의 것으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유현목 감독과 그의 영화 ‘오발탄’같은 것이 그렇다. 거목 유현목은 갔지만 아직 이 영화에 대한 명성과 그에 대한 기억은 계속된다. 은 언제 봐도 늘 놀랍도록 ‘현재적’이라는 데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명화(名畵)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보이는 것.
글 오동진 영화평론가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영화 ‘오발탄’은 지난 70년 한국 영화의 역사에 있어 우리 시대의 크나 큰 정치사회적 문제가 해결의 수순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한 발자국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고, 또 그럴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유현목의 영화적 예감은, 마치 뛰어난 마법사의 그것처럼, 적중하고 말았다. 우리는 아직도 오발탄의 분단, 오발탄으로 인한 정치적 분쟁, 오발탄 때문에 생겨 버린 경제적 불평등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언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1990년대 후반 임권택을 위시한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김지운, 허진호, 류승완 등이 일궈 낸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코리안 뉴 시네마’의 기수들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에 있어 진짜 르네상스는 신상옥 감독과 그의 키드(kid)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1960년대이다. 당시 한국영화계는 그야말로 빅뱅(big bang)이었다.
신상옥의 1961년작 는 죽은 남편의 친구가 인근 학교의 선생이 되어 사랑방의 객으로 머무는 동안 안주인과 미묘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특이한 것은 두 남녀의 은근한 ‘밀당’이 미망인의 딸 옥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욕정은 늘 이성의 벽을 넘어서려 하지만 그 담장 어귀에 서서 항상 머뭇대기 십상이다.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두근대는 가슴의 소리를 듣는 것만큼 에로틱한 것은 없다. 단 한 번의 입맞춤 혹은 부둥키고 얽히는 섹스 없이 이처럼 마음을 달아오르게 하는 영화는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다. 그렇게 얘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거장 신상옥 감독이 생전에 만든 등 주옥같은 80여 편의 작품들은 그가 얼마나 영화적으로 원대한 꿈을 지닌 인물이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위용을 떨쳤던 신상옥의 영화사 ‘신 필름’과 관련해서는 굳이 비교를 하자면 1980년대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뤄 낸 신화를 한국적으로 치환시키면 이해가 빨라진다. 현대화된 한국 장르영화의 시작은 신상옥이 이루어낸 것이었다는 말은 정확한 기술에 속한다.
그 이후에는 이른바 신상옥의 후예들이 나왔는데 예컨대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강우석 감독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 역시 신상옥 감독처럼 연출과 제작, 투자, 배급을 동시에 진행하며 화제작, 흥행작을 양산해 냈다. 모두 ‘아버지’’ 신상옥에게서 배우고 물려받은 것이다.
한국영화의 제1 르네상스기에서 이만희를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는 김태용의 작품으로 기억되기 십상이지만 원래 이 영화는 이만희의 소실된 명화 중 하나이다. 1967년에 만들었지만 지금 그 필름은 남아 있지 않다. 김수용 감독이 1981년에 리메이크한 것은 어쩌면 이만희에 대한 오마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복역하다 잠시 휴가를 나온 여인 문정숙은 기차 안에서 위조 지폐범으로 쫓기고 있는 남자 신성일을 만나 하루살이 나방 같은 연정을 불태운다. 그 사랑 참 쓸쓸하고 허무하며 가슴이 아프다. 1960년대라면 여전히 독재의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 동원된 러브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작가의 상상력은 첨단기술로 포장된 지금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것이었다. 마치 예리한 칼날이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건 짜릿하지만 위험한 일이다.
이만희의 수많은, 그리고 화려한 작품들, 곧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7인의 여포로’ ‘삼포 가는 길’ 등은 신상옥과 달리 그가 리얼리즘 계보의 작가였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신상옥이 시류라는 서핑을 잘 탄 인물이었다면 이만희는 올곧은 지식인의 표정을 지닌 채 살아가려 했던 감독이었다 이만희는 한마디로 위험한 상상력의 소유자였다. ‘7인의 여포로’로 반공법 위반에 걸려 구속되기도 했던 그의 이력은 이를 잘 설명하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천재는 불우한 법이다. 이만희는 1975년 4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한국 영화의 리얼리즘 역사는 이만희의 죽음과 함께 한동안 사구(砂丘)에 묻히는 신세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이창동의 등장은 어쩌면 이만희의 부활과 같은 것으로 해석됐다.
너무나 많은 기억들, 작품들
70년사의 갈 길은 멀다. 중간중간 떠오르고 명멸하는 감독들, 제작자들, 배우들의 면면이 길고도 길다. 그중에서 이장호-배창호-이명세로 이어지는 혈맥 아닌 혈맥도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계보에 속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바로 이들의 시대였다.
이장호 감독이 이루어 낸 70년 영화 역사의 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가 만든 ‘바람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과부춤’ ‘바보선언’ 등 일련의 영화들은 천재적 영감을 지닌 감독이 시대의 어둠과 어떻게 조우하고 또 스러져 가는가를 보여준다. 그중 ‘바보선언’은 탈(脫)정치적인 척, 사실은 1980년대를 관통하며 살아가는 한 영화적 지식인의 깊은 정치적 좌절과 그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다. 소매치기와 넝마주이를 하며 살아가는 저지대형(低地帶型) 인간 동철이 가짜 여대생 혜영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사실은 콜걸이자 창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좌충우돌 끝에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바보가 아니면 살 수가 없었던 시절, 당시 우리 사회의 룸펜 프롤레타리아들의 시선을 통해 삶의 가닥을 이어 가려는 몸부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바보선언’은 시퍼렇던 군부독재 시절을 견뎌 내려는 영악한 이야기 꾼이 의도적으로 꾸며냈던 자기 모멸적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1980년대의 흉포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겠는가.
이장호의 조감독 출신이었던 배창호는 어두운 멜로드라마로 시대의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려 했던 인물이다. 배창호는 이장호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꼬방동네 사람들’ 처럼 사회파적 시선을 자신의 작품에 강하게 투영시켰다. 그러나 곧 ‘도의 꽃’과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으로 1980년대의 젊은이들이 ‘앵그리 영 맨’ 혹은 ‘비트 제너레이션’의 세대임을 갈파한다. 배창호는 한국영화계에 ‘스타일’을 들여 놓았다. 영화는 결국 빛과 어둠의 예술이라는 점을 그는 명명백백하게 낙인찍어 놓았다. ‘적도의 꽃’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배창호가 이루려고 했던 영화적 스타일은 그의 조감독 출신인 이명세에서 빛을 발한다. 이명세는 영화보다 그림을 그리려는 쪽이다. 그가 만든 영화는 회화적이면서 키치(kitch)적이다. 영화라고 하기보다는 한 컷의 사진들을 이어 붙인 동영상의 예술에 가깝다. ‘첫사랑’과 ‘남자는 괴로워’ ‘지독한 사랑’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계보는 한국영화가 스타일에 있어 한 움큼의 큰 성과를 거둬 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들이었다.
1999년 이명세가 로 새로운 좌표를 찍을 무렵 한국영화계의 한쪽에서는 목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로 ‘뉴 코리안 시네마’의 바람이다. 여기에는 홍상수와 박찬욱, 김기덕 감독 등이 주축을 이뤘는데 이들은 2004년 제57회 칸 영화제에 대거 진출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이뤄냈다. 당시 칸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등 2편이, 또 다른 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Uncertain Regard)’에는 김의석 감독의 이 올랐다. 2002년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의 신작 역시 경쟁부문에는 진출하지 못했으나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한국영화의 당시 칸 진출이 유독 눈길과 화제를 모았던 것은 해외 영화계, 특히 예술영화에 대한 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유럽 영화 권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작가적 경향에 한 관심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 3~4년 전부터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유럽 평단들의 시선은 여전히 한국영화 하면 신상옥, 김수용, 임권택, 박광수, 장선우 등 구세대급 감독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따라서 당시 칸 영화제 진출은 한국의 ‘새로운 감독’들이 유럽 영화계 내에서 공식적인 발판을 마련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새로운 감독들’로서는 흔히들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허진호, 김지운 등 당시 40대 감독들이 거론돼 왔으며 그 뒤를 이어 봉준호, 장준환, 류승완 등 30대 감독들까지 포함해 이들을 일컬어 충무로에서는 일명 ‘뉴 코리안 시네마 운동’의 기수들로 분류했다.
유럽 칸 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영화작가들이 부상하게 된 것은 마치 1990년대에 중국 제5세대 감독들이 이를 통해 대거 해외무대에 진출함으로써 중국영화의 위상을 급격하게 올려 놓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당시 유럽영화계는 첸 카이거와 장 이모우 등 북경대학 출신의 일명 ‘5세대 감독들’의 영화를 집중 소개함으로써 중국영화의 세계화를 이루어 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뉴 코리안 시네마’ 감독들의 특징은 모두가 ‘전후 세대’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으며 분단문제, 민족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이들은 1970~1980년대의 군사독재 체제를 경험한 후 영화예술이 추구하는 인간 본성의 문제에 대해 다양하고 진지한 접근을 시도했던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고도화된 산업화 시대의 영향과 혜택으로 인해 MTV 스타일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영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20~30대 젊은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주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때론 유머러스하며, 때론 폭력적이고, 때론 공상과학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었다.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김지운 ‘달콤한 인생’,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 제57회 칸 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에게 심사위원 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줬다.
새로운 70년사를 위하여
새로움은 늘 오래된 것으로 대체된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10년을 돌진하듯 활동해 왔던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도 그렇다. 이들 모두 이제 ‘올드 보이’가 됐다. 50대를 훌쩍 넘긴 감독이 됐다. 한국 영화계는 새로운 피를, 새로운 ‘피의 혁명’을 요구하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그것에 호응하는 듯 2010년대에는 새로운 작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 ‘가시꽃’의 이돈구 감독, ‘명왕성’의 신수원 감독 등등.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아직 지난 70년의 기나긴 역사의 시간에 눌려 완전히 개화한 상태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곧 이들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것은 모두가 감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인생이 그렇듯, 영화도 다 그런 것이다. 바뀌고, 잊히고, 새로 기억되며, 그래서 결국에는 역설적으로 영원히 살아 남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길을 7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때론 영광스럽고, 때론 팍팍하며, 때론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면서도 또 때로는 한참이나 참담한 심정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70년을 영화 혼자서 버텨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지금의 감독과 배우가 있기까지 그 전의 감독과 배우가 있었고, 또 다시 그전의 감독과 배우, 제작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건 일직선의 끈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머리와 꼬리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박찬욱과 김기덕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70년 전사(全史)의 영화를 보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 봤자 일별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단, 기억하는 자만이 미래를 점지해 나갈 것이다. 분명한 일 하나는 과거의 영화들이 지금의 영화세상을 만들어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운명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간다면 세상은 언젠가 꼭, 영화처럼 될 것이다.
△ 오동진(吳東振) 영화평론가
문화일보,연합뉴스,YTN 기자를 거쳐 영화전문지 FILM2.0 편집위원과 동의대학교 초빙교수,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EBS 시네마 천국 MC, YTN 시네24 MC를 역임했다.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과 마리끌레르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