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니어블로거 협회에서 주관하는 토요3시간 걷기 행사가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에서 있었다.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 운길산역에서 내려 도보로 수종사까지 한 바퀴 도는 것이다. 필자는 며칠 동안 감기 기운으로 망설이던 끝에 전 날 저녁에 참석하기로 최종 마음을 정했다. 상봉역에서 만난 회원들이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내렸다. 미리 도착한 회원들까지 11명의 회원들이 합류하여 수종사를 향해서 걷기 시작하였다.
해발 610m 운길산 중턱에 자리 잡은 수종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사찰이다.
영하5도의 쌀쌀한 날씨에 살랑살랑 불어대는 산바람이 제법 매섭게 옷깃을 파고들었다. 운길산 역에서 수종사로 가는 길은 계곡의 등산로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가파른 경사로를 힘들게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필자 일행은 처음에는 계곡의 산길을 따라 오르다가 중간에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섰다. 등산로와 산비탈 여기저기에는 적지 않은 눈이 쌓여있어 여간 미끄럽지가 않았다. 헐벗은 겨울 산 나뭇가지 사이로 옹알옹알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땀이 차오른다.
이 길은 필자에게는 지울 수 없는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던 10여 년 전의 어느 가을날, 지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이 곳을 찾았다가 수종사 입구에서 운명처럼 만난 여인과 불타는 사랑에 빠졌던 필자의 지인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추억을 꺼내 두런두런 음미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수종사 일주문이 눈에 들어올 때 쯤엔 등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운길산 수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로 창건연대의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세조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부스럼을 앓던 세조가 오대산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깨끗이 낫고 한강을 따라 환궁하는 길이었다. 양수리까지 오니 밤이 이슥해 쉬어 가는데 운길산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신하가 알아보니 천년 고찰 터 암굴 속에 십팔 나한상이 앉아 있고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는 것이라 했다. 세조는 이곳에 절을 복원해 수종사라 부르고 이 은행나무(500년)를 하사했다고 한다.
500년 수령 느티나무 두 그루의 환영을 받으며 경내로 들어서자 겨울 속에 빠진 사찰의 고즈넉함이 불쑥 다가왔다.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니 마당 앞에 아담하게 지어진 전각 다실, 삼정헌(三鼎軒)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 일행은 툇마루에 배낭을 벗어놓고 다실 안으로 들어갔다. 무료다실 삼정헌에서는 약수를 끓여 이곳을 찾는 중생들에게 차를 제공하고 있었다.
투명하고 탁 트인 통유리 밖으로 두물머리의 풍경을 감상하며 녹차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삼정헌은 수종사만의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은은한 녹차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정오를 갓 지난 말간 겨울 햇살이 섬섬옥수처럼 다실 안을 비추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경내까지 당도하느라 이미 땀으로 촉촉해진 몸이 한기(寒氣)가 엄습하기 이전에 이곳에 들어올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곳 삼정헌에서 보살님의 녹차 공양은 덤으로 맛볼 수 있는 행복이다. 시원한 전망과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마음에 찌든 때까지 말끔히 거두어간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도란도란 둘러앉아 우려낸 녹차 한잔을 나누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뻑뻑했던 피로는 가시고 젖어있던 속옷도 대충 말라가고 있었다. 운길산 수종사를 한번쯤 찾았던 사람들은 이런 맛에 잊지 않고 다시 이 사찰을 찾아오곤 하나보다. 따뜻한 다실 분위기에 공짜로 차까지 얻어마셨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 손가? 나오는 길에 시주함에 소박한 정성을 담았다.
삼정헌에서 감미로운 시간을 보낸 필자 일행은 하산 길에 올랐다. 낮에 잠깐 녹았던 길이 저녁이 되면서 다시 살얼음이 살짝 얼어 무척이나 미끄러웠다. 내리막길에서 우려하던 일이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2명의 대원이 급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는데, 부축을 해서 일으켜 놓고는 하늘을 향해 네 팔 벌린 나무 같다고…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겨울, 12월의 첫 주말에 시니어 회원님들과 더불어 운길산 수종사를 찾아 활기차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엄동설한 맹추위에 대항하여 가슴을 활짝 펴고 씩씩하게 걸었던 회원님들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입동을 지나서 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희망설계재능기부연구소 회원들과 광나루역에 모여서 아차산에 올랐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나지막한 아차산(295.7m)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여행지다. 전철 5호선 광나루역이나 아차산역, 7호선 용마산역에서 바로 오를 수 있다. 한강과 도시 전경이 어우러진 전망과 흥미로운 유적이 많아 사시사철 사람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차산은 수고에 비해 얻는 보람이 큰 곳이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고, 등산로가 잘 닦여 아이들과 다녀오기도 좋다. 아차산을 등반하는 코스는 여러 개인데, 아차산 생태공원을 거쳐서 가는 아차산성길과 아차산정상길, 영화사 쪽에서 오르는 고구려정길을 많이 이용한다. 연결된 용마산과 함께 산행을 즐기기도 한다.
아차산성길은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숲 속 오솔길로, 야자 매트가 깔려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숲 사이로 복원에 한창인 아차산성(사적 234호)도 살짝 보인다. 아차산정상길과 고구려정길은 오르내리기 편한 나무 계단이다.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나지막한 봉우리가 이어진 산등성이에 닿는다.
이곳이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의 각축장이었던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루성이라고도 불리는 보루는 사방을 조망하기 좋은 낮은 봉우리에 쌓은 소형 석축산성으로, 산성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군사시설을 말한다. 아차산 보루군은 분포지역으로 볼 때 고구려가 5세기 후반에 한강유역을 진압한 후 신라와 백제에게 한강유역을 빼앗긴 6세기 중반까지 한강유역을 둘러싼 삼국의 정세를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고구려정, 해맞이광장, 아차산5보루 등 전망 좋은 곳이 늘어서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아차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한강 쪽으로 사람이 잘 다니지 곳에 ‘3층 석탑’ 이정표가 있다. 보통 석탑은 사찰이나 절터에 무리지어 있다. 헌데 이탑은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곳에 홀로 서있다. 역사에 조예가 깊은 박주순 소장의 안내를 받아 풀숲은 한참 걸어서 겨우 찾았다. 마치 손으로 주물러 놓은 것처럼 생겼다. 오늘 찾는 아차산 보물이다.
해맞이광장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한강과 간이 어우러진 손꼽히는 명소다. 새해 일출관란 계획을 새워보기를 권하고 싶다. 재밌게도 고구려정과 같이 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선 서울 시내가, 동쪽이 바라보이는 곳에선 구리시 전경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뽐낸다. 아차산 5보루에 서면 모두 아우르는 환상적인 파노라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아차산은 일출과 일몰이 좋고 야간 산행도 가능해, 더 풍성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선 길이라면 아차산 자락에 조성된 아차산생태공원을 둘러보자. 연꽃과 수련이 자라는 습지원, 나비정원, 자생식물원 등 여러 가지 생태 체험 학습 공간을 무료로 운영한다.
아차산 정상을 거쳐 영화사 쪽으로 하산하였다. 해물파전과 막걸리 한사발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돈 걱정 없이 사는 방법은 번만큼만 쓰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시니어의 사회은퇴 전후의 생활은 전혀 딴판입니다. 은퇴 전에는 돈이 부족하더라도 나중에 보충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수입은 줄고 늘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소비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생활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낭비를 줄여야 해답이 나옵니다.
건강관리비
누구든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을 필요가 없고 건강식품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건강관리비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하려면 섭생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여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부는 운동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산행·마라톤·수영·골프 등 체력과 취미에 맞는 운동을 하면 됩니다. 운동을 쉬지 않고 하여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음을 다잡이야 운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고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걱정하면 운동하러가기 싫어집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합니다. 비오면 우산을 들고, 눈이 쏟아지면 털모자 하나 머리에 쓰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먼동이 트면 집을 나서 아침 산책을 하면 하루가 상쾌합니다. 아침 산책길은 맑은 날도 이슬이 내려서 평지보다 미끄럽습니다. 산에서 넘어지면 대형 골절사고가 납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동호인을 즐겁게 사귀면 운동을 지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동에 빠질 수 없습니다. 산악회에 참여하여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지방 원거리를 찾고 가끔 해외원정 산행을 하면 효과는 더욱 높아집니다. 산행이 어려우면 걷기 쉬운 둘레길을 찾고, 더 낮은 자락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신체조건에 맞춰 무리하지 않도록 걸으면 건강에 유익합니다. 햇볕 쪼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으면 됩니다. 누구나 만보를 걷을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에 동참하면 건강유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재산기부·재능기부·노력봉사 중 자기처지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체험을 후세대에 전하는 숭고한 일입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나눔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회교육에 참여하여 새로운 배움을 익히고, 남녀노소 세대들과 어울리는 일도 건강유지에 큰 보탬이 됩니다. 자기완성을 위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차량유지비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차량유지비를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나 유류가격이 상승할 때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 잊고 생활합니다. 사회은퇴자는 차를 사용할 필요가 많이 줄어듭니다. 가끔 운전석에 앉으면 차운전이 낯설게 느껴지고 행동이 굼떠져 사고를 내기 쉽습니다. 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만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그만 둬야하는 이유입니다. 차가 보이면 차를 사용하고 싶고 걷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차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야 대책이 나옵니다.
자원봉사활동과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굳이 자동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로혼잡에 고생하지 않고 약속시간을 잘 지킬 수 있는 전철과 버스 대중교통 이용이 최선입니다. ‘건강하려면 불필요한 차를 없애자.’ 차 없애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주위의 눈을 의식하고 차의 편리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입니다. 차는 편리하게 이용하되 불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없애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자동차를 없애면 유류비·수리비·세금·보험료 등 차량유지비가 모두 없어집니다. 새 차 구입하는 목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거나 교통사고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온이 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건강관리비도 확 줄어듭니다. 한가한 때 전철에 앉아서 책을 읽고, 버스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전철역까지 왕복 걷기를 자주 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다음 날 꼭 보충하는 습관을 기르면 더욱 좋습니다.
허망한 투자
세상에 공짜가 없는 줄 알면서도 고수익·고배당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섣불리 투자하였다가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쇠퇴하였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려했던 젊은 날을 하루속히 잊어야 합니다. 자랑해서도 아니 됩니다. 후세대에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나야 합니다. 유능한 후계자를 도우면서 여유를 가져야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환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 장기투자를 헤서도 아니 됩니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관리할 수 없습니다. ‘현금만이 나의 것’ 입니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차입금이 있으면 빨리 정리하여야 합니다. 현금수입이 없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면 당장 큰 부담입니다. 이른바 흑자도산입니다. 부동산이 커지면 나중에 자식들의 상속분쟁만 키웁니다. 부동산·장기채권 대신 현금을 확보하여 지기의 소비를 희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세대 관리
시니어 살림살이는 ‘현금흐름 수지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금이 부족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 전반부는 증기기관차처럼 자신을 불태우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서 수입을 늘려 재산을 키웠습니다.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선 후반부는 빈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족해서도 아니 되지만 남길 수도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신은 알뜰하게 살았으나 자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주위에 많습니다.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하면 자신과 자식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먹는 것보다 먹이를 구하는 훈련을 시키라’라고 흔히 말합니다. 자식들에게는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자식을 도와주는 것보다 교훈도 함께 전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동생은 같은 형제인데 참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동문회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걷기나 술은 좋아한다. 취향은 같은 것이다. 동생은 인터넷에서 걷기 동호회를 검색해 하루를 즐기고 온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적당히 거리를 둬야 어느 정도 예의도 지키고 부담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 중에도 가끔 진상인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안 나가면 된단다. 너무 가까워지면 서열을 따지게 되고 어느 결에 경조사까지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책도 맡아야 하는데 그러면 부담이 생겨 싫단다. 수혜만 받고 봉사는 안 하겠다는 심사다.
필자는 동문회장을 맡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어 회원 수를 늘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입장에 있다. 회원 수가 많아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원 수가 많으면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사는 재미 중 하나다. 그러나 동문회나 시니어 커뮤니티 운영이 어려운 것은 동생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직책을 맡기면 귀찮아하고 회비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다고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모임의 회비라고 해봐야 본인의 식대를 내는 정도의 액수다. 그러나 동문회비 같은 직접적 수혜가 없으면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굳이 낼 생각들을 안 한다. 동문이라면 당연히 동문회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직책을 맡으려는 사람과 맡지 않으려는 사람도 같은 심리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회장, 총무를 뽑는다. 부회장을 뽑기도 하고 감사를 두기도 한다. 이런 직책을 맡으려는 사람도 있고 기필코 안 맡으려는 사람이 있다. 명예욕이나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직책을 맡는다. 심지어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직책을 맡기면 안 나오겠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리더를 맡는 경우가 많다. 어깨가 무거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보다 필자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 좋고 일이 잘되면 성취감도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도 보람이다.
세상에는 주도적으로 살아가려는 자와 방랑자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자가 혼재해 있다. 잡으려는 자와 안 잡히려는 자가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의 태도가 옳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필자도 올해까지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내년부터는 동생처럼 방랑자의 길을 가보려 한다.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일을 놓으면 허탈감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자 생각은 다르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인생을 즐길 수 있다.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쾨쾨한 매연, 고막을 괴롭히는 소음…. 공해로 얼룩진 도시의 묵은 때를 자연의 민낯처럼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일상의 번잡함일랑 잠시 내려두고 너른 자연의 품 안에 뛰어들어보자. 갑자기 떠날 곳이 막막하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이용해보는 것 어떨까?
◇ 수도권
아쉽게도 서울에는 국립자연휴양림이 없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경기도에는 5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산음자연휴양림’은 3km 거리의 ‘치유의 숲길’, 산림치유프로그램, 건강증진센터 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아세안자연휴양림’은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0개국의 전통가옥과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우리 꽃 자생식물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익하다.
-산음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치유지도사 상주
-아세안자연휴양림(양주시) 이국적인 객실 외관
-운악산자연휴양림(포천시) 가마터 향토유적지 인근
-유명산자연휴양림(가평군) 우리 꽃 자생식물원 보유
-중미산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레포츠 오리엔티어링
◇ 경상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 좋다. 아울러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 앞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통고산자연휴양림’은 불영사 계곡, 덕구온천, 백암온천, 동해안 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관광 코스로 이른바 3욕(금강소나무숲 삼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관동 8경 중 하나인 월송정과 명사십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망양정도 가까워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군) 책 4000여 권의 숲속도서관 운영
-남해편백자연휴양림(남해군) 편백나무숲 산림욕, 나비더테마파크
-대야산자연휴양림(문경시) 문경 8경 중심부, 천연염색체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울주군) 통행차량이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
-운문산자연휴양림(청도군) 야생식물관찰원, 농경시대 귀틀집
-지리산자연휴양림(함양군) 토요 숲속야학, 한지체험관 운영
-청옥산자연휴양림(봉화군) 그린스쿨, 자연학습 체험 교육
-칠보산자연휴양림(영덕군) 금강송숲 탐방, 숲속 작은 음악회
-통고산자연휴양림(울진군) 3욕(삼림욕·해수욕·온천욕) 체험
◇ 충청도
충남 서부의 최고 명산으로 불리는 오서산 자락에 있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양관과 물놀이장, 야영장, 숲속교실 등을 고루 갖췄다. 휴양림에 자생하는 대나무 숲을 거닐며 숲 해설은 물론, 활쏘기 투호 등 놀이체험과 목공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산 전체가 해송(海松)으로 뒤덮인 희리산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휴양림 수종의 95%가량을 차지하는 해송에서 피톤치드와 테르핀 성분이 다량 분비돼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상당산성자연휴양림(청주시) 유아, 학생 대상 산림교육 프로그램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보은군) 휴양림 내 토속 식용·약용식물 자생
-오서산자연휴양림(보령시) 어린이물놀이장, 대나무숲 체험장
-용현자연휴양림(서산시) 백제 후기 문화유산·유적지 인근
-황정산자연휴양림(단양군) 황정산 암벽지대 소나무 군락 경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서천군) 해송 삼림욕, 솔방울 공예 체험
◇ 전라도
‘방장산자연휴양림’ 내 ‘에코어드벤처’에서는 숲속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연을 감상하는 친환경 레포츠 ‘집라인(zipline)’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편백나무를 이용한 비누, 문패,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낙안읍성민속마을 2km 지점에 자리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리조트 등과 가까운 ‘덕유산자연휴양림’,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위치한 ‘변산자연휴양림’ 등은 주변 관광지, 휴양지와의 접근이 편리하다.
-낙안민속자연휴양림(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주변 경관
-덕유산자연휴양림(무주군) 야생식물관찰원, 반딧불이 관찰
-방장산자연휴양림(장성군) 에코어드벤처 친환경 레포츠
-변산자연휴양림(부안군) 모항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인근
-운장산자연휴양림(진안군) 휴양림 내 7km의 갈거계곡
-진도자연휴양림(진도군) 2017년 개장, 남도소리체험관
-천관산자연휴양림(장흥군) 휴양림 진입로에 동백·비자나무숲
-회문산자연휴양림(순창군) 유아·청소년 대상 ‘열려라곤충나라’
◇ 강원도
1989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 ‘대관령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관령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휴양림 내 50~20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숲 중 일부는 1920년대 인공으로 소나무 씨를 뿌려 조성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양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휴양림 내 ‘숲속공예교실’은 2013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교육(ISD) 공식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 또한 대한걷기연맹에서 지정한 ‘제1호 건강숲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리왕산자연휴양림(정선군) 정선오일장(아리랑시장) 인근
-검봉산자연휴양림(삼척시) 오토캠핑장, 산림문화 프로그램
-대관령자연휴양림(강릉시) 숯가마를 활용한 체험·공예 프로그램
-두타산자연휴양림(평창군) 두타산 두근두근둘레길 탐방
-미천골자연휴양림(양양군) 휴양림 내 통일신라시대 선림원지
-방태산자연휴양림(인제군) 인근 내린천 래프팅 체험
-백운산자연휴양림(원주시) 숲속공예교실 문화 프로그램 특화
-복주산자연휴양림(철원군) 용탕골 계곡과 잠곡리 경관 수려
-삼봉자연휴양림(홍천군) 오대산국립공원 인근 활엽수
-용대자연휴양림(인제군) 다람쥐 등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
-용화산자연휴양림(춘천시) 등산·캠핑 전문 산림레포츠 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횡성군) DIY목공교실, 인도네시아전통전시관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에 끼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유럽의 배꼽’이라 불리는 슬로바키아는 한국인에게 여행지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유명세는 적지만 매력이 폴폴 넘치는 곳. 사람들은 흥이 많고 무엇보다 물가가 싸니 이보다 좋은 곳도 드물다. 한국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튼 이유일 것이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유럽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시내라고 해야 차로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11세기의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다뉴브 강 조망
한국의 많은 이가 아직도 슬로바키아를 ‘체코 슬로바키아’로 안다. 현지인들에게 나라 명을 잘못 말하면 발끈하면서 다시 일러줄 것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월 1일, 독립국으로 분리되었다.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시내는 걸어서 여행해도 충분하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호조로 광장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다. 1760년에 건축된 그라살코비크 궁전을 현재 관저로 이용하고 있다. 광장에서 고개를 들면 브라티슬라바 성이 보인다. 테이블을 거꾸로 놓은 듯해서 ‘테이블 캐슬’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납작한 사각형 상이 뒤엎어져 상다리 4개가 솟아오른 듯하다. 11세기에 지어진 후 1800년대 헝가리의 지배 때 파괴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성이다. 성안에 스바토플룩
1세와 모라비아인 동상이 있는 것은 당시 모라비아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시킨 가장 위대한 군주였기 때문이다. 성 내부는 갤러리로 이용하고, 외부에는 성녀 엘리자베스의 동상과 부서진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무엇보다 성 니콜라이 교회의 첨탑 밑으로 보이는 구시가지의 지붕들, 다뉴브 강을 잇는 노비 모스트(Novy′ Most, 새로운 다리란 뜻), 성곽 옆으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변 풍치가 아름답다. 간헐적으로 운행되는 도심 투어용 빨간 꼬마 열차도 예쁘다.
중세의 물결 일렁대는 올드 타운에 남은 교회와 건물들
성곽을 비껴 조약돌이 박힌 옛 골목길을 걸어 성벽 샛길로 들어서면 올드 타운이다. 성벽 앞에는 십자군 중세 군인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관광객들에게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카피툴스카 좁은 골목에서 만난 바는 와인이 맛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포도 줄기를 넝쿨 채 치장했다. 해묵은 골목 바에 앉은 연인들의 속닥임이 잘 숙성된 포도주 향처럼 진하게 번진다. 회색빛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마르틴 대성당(2002년 국가문화재로 지정)은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가득하다. 무려 230여 년(1221~1452)에 걸쳐 완성된 성당에서는 합스부르크 왕 11명의 대관식이 치러졌고 베토벤(1770~1827)이 4년 동안 매달려 만든 ‘장엄미사(1823년 완성)’가 초연되었다. 이 도시를 사랑한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1801년 작곡)’를 만들었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살아생전 15번이나 방문했다. 특히 브라티슬라바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리스트는 사망하기 1년 전(1885년)에도 이 성당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곤 했다고 한다. 또 성 프란시스칸 교회와 성녀 엘리자베스를 봉헌한 성 엘리자베스 교회도 유명하다. 특히 성 엘리자베스 교회는 유명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로 건물 내·외부가 모두 푸른색이라 ‘블루처치’라고도 불린다. 헝가리 왕 앤드류 2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공주는 14세에 독일 튜링가와 정략결혼을 했으나 20세에 미망인이 된다. 이후 그녀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혼신을 다 바쳤다.
골목 속에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 찾기
올드 타운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골목은 더 규칙 없는 미로다. 국민 시인, 파볼 오르사그 흐비에즈도슬라브(1849~1921)의 이름을 붙인 광장에는 1572년, 막시밀리안 2세가 만든 분수대(롤랑드)가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주변에는 구시청사, 국립미술관 등을 비롯해 온통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다. 특히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메인 광장 벤치에서 ‘대화를 엿듣는 나폴레옹’, ‘추밀(Cumil)’은 맨홀 뚜껑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엿보고 있다. 추밀의 동상 머리가 반질반질한 것은 만지면 행복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 벽 뒤에 숨은 파파라치, 중절모를 벗고 인사하는 노신사 등. 모두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볼거리들이다.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쉽게 구분되지 않아 동상을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구시청사에서는 수시로 축제가 열린다. 때마침 중세 복장을 한 까마귀 무술단원들이 공연시간을 알리면서 손님몰이를 한다. 펜싱과 총을 들고 싸우는 전통극의 스토리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현지의 속살을 들여다본 듯 흐뭇하다. 타운 골목을 배회하다 보면 14세기의 미하엘 성문이 있는 벤투르스카 거리에 이른다. 옛 도시 성벽의 4개 성문 중 유일하게 남은 성문 주변은 중세 분위기다. 오래된 약국은 박물관이 되었고 연륜 깊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다. 길거리에서는 ‘섹시한 여성’이 와인 시음판을 펼치고 있다.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브라티슬라바. 경제 발전이 되지 않아 그대로 간직된 유적들이 여행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프란츠 리스트의 운명을 가른 도시
벤투르스카 골목의 데 파울리(De Pauli, 11번지) 궁 외벽에는 세기적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를 기념하는 명판이 새겨져 있다. “9세에 이 연주회를 발판으로 개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당시 헝가리 땅 도보르얀(현재 오스트리아의 라이딩)에서 태어난 리스트. 그의 아버지는 헝가리 귀족 에스테르하지(Esterha′zy) 가의 토지 관리인이면서 궁정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였다. 6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리스트는 9세(1820년 11월 26일) 때 이 궁전에서 첫 연주회를 갖는다. 당시 이 도시의 귀족은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리스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고 그다음에는 즉흥 연주를 했다. 몇몇 귀족이 내민 악보의 난해한 곡도 거침없이 연주해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완전한 음악교육을 시킬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귀족들은 즉시 기부금을 모았고 더 나아가 그를 6년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후원자 중에는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에스테르하지 가의 니콜라우스 후작도 있었다. 예술을 대대적으로 사랑하는 이 가문은 당시 궁정음악가로 하이든을 두었다. 이후 리스트는 19세기 전반에 유럽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리스트가 이 도시를 잊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올드 타운의 관광안내소 건물은 음악가 요한 네포묵 후멜(1778~1837)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피아노 교본을 써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유럽 여러 곳에서 활동했던 피아노의 거장이다. 당시 베토벤과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사후에는 거의 잊히고 말았다. 또 이 도시가 음악의 도시임을 알려주는 멋진 국립극장도 있다.
Travel Data
가는 길 한국에서 체코 프라하나 오스트리아 빈 직항을 이용하면 된다. 빈의 수드반호프 역에서는 평균 한 시간 단위로 열차가 다닌다. 1시간(50㎞ 정도) 정도 소요된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물가 정보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보다 저렴하다.
맛집과 숙박정보 올드 타운의 레스토랑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도시에서 가장 큰 즐라테 피에스키 호수 옆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역피라미드 모양의 시내 라디오 방송국의 송전탑 위의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브라티슬라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류로는 와인은 물론 자두 증류주인 슬리보비츠가 괜찮다. 숙박은 올드 타운이나 시내 중심가를 이용하면 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슬로바키아 북서부의 트르나바 주에 있는 피에스타니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스파 도시다. 수질과 효능이 좋아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단지다. 숙박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휴양지로 아주 좋다. 또 폴란드의 슐레지엔(Schlesien, 폴란드어로는 실롱스크, 체코어로는 슬레스코, 영어로는 실레지아) 산간 지역에도 수많은 온천이 있다. 슬로바키아 하면 떠오르는 ‘의적’ 유라이 야노식(Juraj Ja′nos˘k, 1688~1713)이 태어난 테르초바에서는 유네스코에 지정된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을 여행하면 3개월 이상도 모자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겨도 경제적 부담이 적은 나라, 기억해둬야 할 곳이다.
“팬티까지 벗어야 합니까?”
20년 전 5월, 여의도 백화점 4층에 있는 헬스클럽 탈의실에서 필자가 윤 사장에게 한 말이다. 당시 필자는 몸무게가 90Kg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필자의 사업 파트너였던 윤 사장이 갑자기 어디 좀 가자고 하더니 데리고 간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대표님, 몸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운동 좀 하셔야겠네요, 제가 6개월 끊어드릴 테니까 운동 열심히 하세요”
IMF 이후 사회, 경제에 혼란이 왔듯이 필자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거친 광야에 홀로 서게 되었다. 앞날에 대한 불안, 가장으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이 양어깨를 눌렀다. 이런 것들로 인해 필자는 방황의 길로 들어섰다. 불규칙한 생활, 폭음과 폭식 그리고 엄청난 흡연으로 몸이 갈수록 망가져갔다. 허벅지 양쪽이 쓸리면서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들었고 낮은 층수를 걸어서 올라가는데도 헉헉거렸다. 이에 보다 못한 윤 사장이 운동을 권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운동이냐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온 것이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하고 뛰어논 것 외에는 운동이라고는 전혀 한 적이 없는 필자에게 운동은 매우 낯선 것이었다. 처음 헬스장에 온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시설에 대한 불편함이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사용법을 몰랐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불편함의 연속이다. 탈의실에 들어갔을 때 팬티까지 벗고 운동복을 입어야 하는지, 팬티는 입고 운동복을 입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날 이후 필자는 운동 마니아가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러닝머신에서 30분 아니 15분 걷기도 힘들었는데 모 일간지에서 40분을 쉬지 않고 꾸준히 뛰면 몸이 제2의 탄생을 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읽고 목표를 세웠다.
‘나도 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겠어.’
일단 주별 계획을 세웠다. 1주일은 9분 걷고 1분 뛰고, 다음 주는 8분 걷고 2분 뛰고 하는 식으로 자신과 약속하고 결국에는 1분 걷고 9분을 뛰게 되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날의 감동과 환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어매이징 스토리였다.
인간은 끝없이 욕심을 내는 동물이라고 한다. 40분을 뛰고 나니 이제 1시간을 뛰고 싶어졌다. 열심히 노력해 그것도 이루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필자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방법을 찾았다.
‘그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필자는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마라톤대회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극한의 날씨만 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고 있었다. 주말이면 온 가족과 함께 여행 겸 대회 참가를 위해 전국을 누볐다. 가족들에게도 필자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갈수록 탄력을 받아 하프마라톤까지 뛰었다. 처음 도전했던 조일 마라톤 코스는 예술 그 자체였다. 가을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지금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 마다의 사연을 갖고 목표를 향해 뛰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이 대표님, 더 이상 몸무게 줄지 않죠? 운동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식단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웨이트도 병행해야 합니다.”
트레이너가 그해 12월 필자에게 한 말이다. 이제 몸무게는 70kg 위에서 놀고 있다. 60kg대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7개월 사이에 약 20kg을 감량한 것이다. 솔직히 먹을 것 다 먹고 할 것 다해가면서 말이다. 필자의 욕심은 또 60kg을 꿈꾸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그 목표도 다음 해 2월에 이루었다.
“이 회장님 운동가시죠.”
2017년 7월 현재 필자의 모습이다.
‘글을 잘 쓰는 패션 디자이너’
필자의 후반생 꿈이다.
2012년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패션 디자인, 패션 모델, 발레와 왈츠 그리고 탱고 배우기, 영어회화, 서유럽 여행하기, 좋은 수필 쓰기, 오페라와 발레 감상하기, 인문학 공부하기 등 많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필자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 되어 30여 년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 퇴직을 했어도 공무원 연금이 나와 최소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은 정말 심각하단다. 절반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래도 필자는 평생 원하던 일을 하고 퇴직 후에는 최소한의 생활까지 보장이 되니 이처럼 다행스런 일이 없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 공부는 주로 집에서 한국방송 통신대 강의를 통해 충족한다. 요일별로 국문학과 철학, 역사와 서유럽 문화기행,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창 자랄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의지만 있다면 TV와 인터넷 그리고 서울 각 구의 문화원에서 무료로 혹은 가성비 높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TV를 바보상자라면서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는 제자들에게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전복을 구하느냐 미역을 건져 올리느냐는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즘엔 방송대 강의도 그렇고 교양 프로그램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등 좋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방송대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외출을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의욕에는 세월도 못 당한다. 필자는 퇴직 후 제일 먼저 강남 라사라 학원에 등록했다.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 선생님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패션디자인이었다. 이곳에서 패션디자인 과정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을 마치고 서울시 창업스쿨에서 2개월간의 패션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아마 평생 가지고 가게 될 것 같다. 발레는 어려서부터 필자의 로망이었기에 패션디자인 과정을 마친 후 바로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발레를 할 때마다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발레가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취미 정도라면 왈츠와 탱고는 능숙하게 아주 멋들어지게 추고 싶다. 운동할 때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왈츠와 탱고를 출 때는 어느새 끝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를 위해,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에서는 팔십이 넘은 노인들도 발레를 한다. 노인분들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서초문화원에서는 수필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쓴 글이 96편이 될 정도로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틈틈이 압구정역에 있는 무지크 바움에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강남시니어플라자의 모델워킹반에도 등록했다. 주 1회 모델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2년 동안 패션쇼도 다섯 번 했다. 개성 강한 동료들의 기상천외한 옷차림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옷차림은 전략이고, 옷 입는 것도 일종의 예술 행위’다. 기왕이면 예쁘게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는 젊음이다. 젊은이들을 값싼 옷을 입어도 예쁘지만 나이 들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기 빠진 피부에 옷차림까지 추레하면 볼품이 없기 때문이다.
녹화가 있는 토요일은 될 수 있으면 여의도로 간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5포세대, 혼밥, 실업문제, 4차 산업혁명 등 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며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메인 브로드캐스터가 강연한 후 미래참여단 서포터즈들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녹화에 참여하면 더 생생한 공부가 된다. 20대 젊은이에서 7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도 즐거움 중 하나다. 주 2회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주관하는 서울 둘레길 걷기에 참여한다. 둘레길 걷기는 주 3회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배움이 이어지면 기회가 이어진다’고들 한다. 지금 같아서는 지구촌에서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이래도 되는 거야?
삶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냐고요!
어제는 너무 좋아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올해 4월부터 활동하게 된 온․오프라인 잡지 에 필자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온라인에만 꾸준히 실렸는데 잡지사에서 정해준 주제 ‘으이구! 주책이야!’에 맞춰 쓴 글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가 7월호에 실린 것이다. 제시한 주제에 맞춰 처음 써낸 글이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다. 에서 주관한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필자와 함께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필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과 남성들이다. 모두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분들이다. 하는 일도 인터넷 기자, 사회복지사, 공예가, 모델, 시인, 수필가, 교수 등 다양하다. 서초문화원 문화기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도 있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구두매장에서 필자 스타일에 필이 꽂혀 인연을 맺게 된 분도 있다.
평택여고에 재직할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정성껏 대하라.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지 모른다.” 서둔야학 단톡방, 서민동 단톡방, 서울시 낭송회 시음 단톡방, 왈츠 단톡방, 명견만리 서포터즈 단톡방, 꿈방송 단톡방, 뉴시니어 리더스포럼21 단톡방, 강남시니어프라자 해피미디어단 단톡방, 모델워킹 단톡방, 서리풀 문학회 단톡방, 오페라 동호회 모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친구들 등 단체회원 단톡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다. 살아보니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에서 녹화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필자가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모델워킹하는 동료들과 해피미디어단 회원들을 왕창 모시고 갔다. 담당 PD가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즐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행사를 할 때는 담당 PD를 초대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자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참석한 분들도 너무 재밌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말했다. 다음 행사에도 초대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아자아자! 이런 것이 바로 윈윈이다.
날개를 달아준 에 감사해하며 오늘도 필자는 저 푸른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지금 필자의 삶은 글자 그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이런 삶이 수어지교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기쁨!
따봉, 원더풀!
‘몽골’ 하면 내 머리엔 초원과 말이 떠오른다.
요즘이 그렇다.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동산과 구릉에는 긴 겨울을 이겨낸 풀들의 환호성이 온갖 색으로 피어나고 있다. 그 꽃의 색과 들풀의 향기는 그 동산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안다. 멀리 소문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말을 타고 들어가 보는 것이다. 몽골의 부드러운 구릉을 거닐고, 개울을 건너는 데는 말 이상 좋은 게 없다. 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풀밭은 그 색과 향기로 어지럽다. 사륜구동차로 언덕을 올라 원하는 들판 가운데 서서 사람 키 높이로 사방을 둘러볼 수도 있지만, 원하는 곳으로 말을 몰아 말 등에 앉아 느끼는 각도와는 사뭇 다르다. 수시로 일렁이는 바람에 묻어오는 허브 향이 감지되면 나도 모르게 그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리게 된다.
물론 몽골에도 깊은 숲과 높은 산이 많지만, 지금 얘기하는 몽골 초원과 연결된 부드러운 산에는 대부분 땅바닥을 기는 발목 높이의 풀과 꽃들이 땅을 촘촘히 덮는다. 가끔 키 큰 풀이 눈에 띄지만 커봐야 무릎을 넘진 않으니 두세 살배기 아기와 손잡고 걷기에도 아무 무리가 없는 꽃동산이다. 평화 그 자체가 가득 전해진다. 더구나 조금만 들어가면 주위에 아무도 없다. 초록 잎에 적당한 높이의 색과 모양의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저절로 입에서 새어 나오는 감탄사와 신음을 막을 수 없다. 견디지 못하고 말 세우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다 결국 말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말 등에서 덩어리 덩어리로 보기 아까운 군락으로 피어 있는 가냘프고 부드러운 녀석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다.
초원에 들어서면 꽃은 작고 시간은 많다. 지금 몽골의 초원은 어디라도 바닥이 깨끗해 무릎을 꿇을 수 있고, 엎드릴 수도 있다. 흙이 옷에 묻지 않을 정도다. 가까이 볼수록 체취가 느껴진다. 내려다볼 때와 눈높이를 맞추었을 때의 모습 차이만큼 심장이 귀 앞에서 뛴다. 사진을 하며 알게 된 이 땅에 어울리는 말이 있다.
“내 몸을 낮추니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이 땅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입니다”
거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고 싶다.
“꽃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보고 하늘을 본다는 것이다. 꽃을 오래 본다는 것은 우주를 가까이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꽃에는 같은 꽃이라 해도 비교되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바람이 불면 제각기 언제라도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 하나같이 당당하다. 아무리 작은 꽃도 우연히 핀 것은 없다. 만약 저 작은 한 송이가 없었다면 이 우주는 그만큼 완성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꽃은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이다. 추상의 끝자리인 바람과 냄새에 어질병이 인다. 말에 올라타 ‘추~’ 바람 소리를 내며 튼실한 말 엉덩이를 때린다.
말을 달리게 할 때는 어지러움을 견딜 수 없을 때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색과 향을 맡기 위해 잠시 바람을 쐬는 공간이 시작된다. 어느 만큼의 속도가 지나면서 눈썹이 느껴지며 말과 바람을 탄다. 귀에는 바람을 넘어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후끈한 열기가 안장으로부터 올라온다. 말은 더 달리려 한다. 그때 능선 오르막길로 몰면 말의 거친 숨소리와 땀으로 젖어드는 공기가 느껴진다. 호흡을 조절하며 올라선 능선 꼭대기에 서서 바라보는 초원의 하늘과 구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우 말 하나의 위치만큼 높아졌을 뿐인데 그 풍광은 많이 다르다.
사회에서 은퇴하고 재미있는 제2 인생설계를 위하여 많은 평생교육에 참여하였다. 한두 달 동안의 단기 교육동기들은 학창시절 동창과 전혀 다르게 20년 나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새 친구 사귀기도 전에 교육을 마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교육 중 수업이 끝나면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모임이 되도록 노력한다.
몇 년 전, KDB 시니어브리지센터 제8기 사회공헌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면서 교육동기 친목모임 ‘두레월회’를 결성하였다. 매달 둘째 월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친목을 도모한다. 봄과 가을에는 둘레길 도보여행ㆍ문화유적 탐방 등 야외활동을 주로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영화감상ㆍ소양강좌ㆍ독서토론 등 실내모임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도보여행을 많이 하였다. 첫 행사는 젊은 시절 즐겨 걸었던 단풍이 곱게 물든 남산에서 시작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즐거웠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둘레길을 돌아 장충동 족발골목에서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막걸리잔 높이 들고 메아리를 남산으로 날렸다. 고양시 한북누리길, 사당역에서 양재역에 이르는 우면산 둘레길 새해맞이 도보여행을 하였고, 원당역에서 왕복 행주누리길 산책을 하였다.
회원 간의 교양강좌도 보람이 있었다. 사진전문가 조영대 회원의 강의와 SNS 전문가 오경순 회원의 지도로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기법 강좌를 진행하였다. 동영상의 기능부터 촬영, 저장, 편집과 보내기까지 전반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었다. 전문지식과 체험을 갖춘 강사의 열강으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서 회원끼리 공유하는 실습까지 완료하였다.
문화해설이 곁들인 창덕궁, 덕수궁 고궁산책은 소양을 기르는데 큰 힘이 되었다. 한 바퀴 휙 돌아보는 구경이 아닌 살아있는 보물이었다. 추운 겨울에는 영화 ‘히말라야’를 감상을 하였다. 저명한 산악인의 실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숭고한 도전을 그리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졌던 히말라야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올해는 양평 물소리길, 삼남길 걷기로 친목을 도모하고 체력을 증진하는 활동을 많이 하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 둘째 월요일에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갔다. 나지막한 부용산은 걷기 좋은 호젓한 산길이다. 한강변 신원역으로 내려가면 서울로 가는 길이다. 복잡한 전철은 오후 4시가 넘으면 썰물 빠지듯 매우 여유가 있다.
친구모임은 재미가 있어야 활성화 된다. 수십 년 학교동창 모임도 주제가 있어야 한다. 막걸리 사발 돌리는 음식점 회동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사회에서 늦게 만난 친구일수록 재미있게 사귀는 방법을 더 생각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