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인 불황 요인들이 겹쳐 수많은 기업이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아이디어 제품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지키고 있는 회사가 있다. 특허를 획득한 이온생성기가 만들어지는 수전류 시스템을 세계 40개국에 수출하는 아리랑이온이 그곳이다. ㈜아리랑이온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신자 대표는 감사 경영의 대표주자로, 감사의 실천을 통해 인생의 바닥을 치고 솟아오른 놀라운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감사의 힘을 믿고 감사 전도사가 된 사연, 그리고 삶을 바꿔준 드라마틱한 CEO 성장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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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위 셀럽들에게 제대로 된 ‘물건’이라며 입소문이 난 제품이 있다. 바로 아리랑이온의 샤워기가 그것이다. 물 본연의 특성을 이용해 연구 개발된 이온화 장치를 통해 오직 물만으로 에너지 활성수를 만들어내는 아리랑이온의 특수한 샤워기는 강력한 세척 효과와 의료보건, 미용소염 등의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세계 각국에서 특허와 ISO와 KC마크 인증 등을 이미 취득한 아리랑이온의 실력은 현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아리랑이온의 핵심기술을 만든 사람은 바로 발명가 허성열 대표. 그리고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그의 아내 김신자 대표다. 사실상 시니어 부부가 합동으로 이끌어가는 아리랑이온은 10여 년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기는커녕 그때 부부는 수십 년째 이어진 심각한 삶의 위기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가정은 내팽개치고 연구만 한 남편
“남편이 9남매 중 장남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글을 못 읽었다고 해요. 그런데 팽이나 연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대요. 그래서 시아버지께서 공고에 입학시켰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이 남편에게 이온화가 뭐냐고 물었다고 해요. 책을 읽어서 내용을 알고 있던 남편이 이온화에 대해 설명하니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대요. 그 이후로 남편은 평생 음이온을 생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답니다. 늘 스승을 잘 만난 덕이라고 해요.”
말하자면 17세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허성열 대표는 끊임없이 이온화에 대한 연구를 했다. 특허를 내는 게 그의 유일한 일이었다. 문제는 가정은 내팽개치고 오직 연구만 했던 것. 발명 특허에만 매달린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지킨 이는 음악 교사였던 아내 김신자 대표.
“남편은 실험을 한다며 매달 1000만 원 이상씩 썼죠.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월급을 타도 빚쟁이들이 가져갔어요. 빚쟁이들이 교무실에 와서 제 돈을 다 가져가는 바람에 성당에 가면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쌀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어요. 집은 경매에 들어가 저녁 10시가 되면 찾아와 집 언제 비워줄 거냐며 독촉했죠. 정말 비참한 생활이었어요.”
비참의 끝을 만나다
집이 평화로울 리 없었다. 남편의 성격도 문제였다. 그야말로 불같은 성격이었던 남편은 그녀에게 걸핏하면 폭언을 쏟아내고 물건들을 부수기 일쑤였다. 부부간의 정이라곤 기대할 수 없었다.
“외롭고 슬펐죠. 남편의 마음속에는 다섯 살 아이가 있었던 거예요. 시아버지가 학대하면서 공부를 잘할 줄 알고 남편을 구박하고 때렸다고 해요. 결혼하고 나니 내가 그 아버지로 보였던 거예요. 너무 괴로웠지만 이혼을 하자니 주변 사람들이 쑤군거리면서 만족해할까봐 싫었어요. 그리고 내가 선택해서 결혼한 남편이기도 했고.”
2005년 그녀는 교직자로 정년퇴직을 했다. 40여 년간 일한 대가로 받은 퇴직금 덕분에 큰 빚은 어느 정도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 상황은 안 좋았다. 그런 데다 이제 일도 안 하게 됐으니 남편과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함께 있으면 더 싸울 것 같아 남편에게 “특허들 중 한 가지를 내놔봐라, 내가 구슬을 꿰어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씨가 되었다.
도약의 계기가 된 기적의 200만 원
“이제는 돈을 구할 수도 없고 아파트는 경매에 들어가 쫓겨날 위기에 있었고 빚 이자에 먹고살기도 힘들었는데, 마지막으로 200만 원만 있으면 20번째로 낸 특허 제품을 몇 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더군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매달렸던 건 성경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긍정에 관한 책을 읽고 실천하는 막연한 날들뿐이었어요.”
그런데 하늘이 마치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통사고가 나서 합의금으로 200만 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 돈으로 이온샤워기를 열 개 만들어 강남 일대에 사는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권했다.
“그러다 잠실에 사는 건설 회사 회장의 아내가 이온샤워기를 써본 뒤 가족들의 아토피, 무좀, 속쓰림이 없어지고 화장실 냄새도 안 나는 걸 확인했다며 이온샤워기를 사줬어요. 그래서 회사를 차리고 저희 제품들을 납품하게 됐지요.”
그녀 인생의 전환점, 아리랑이온이라는 회사가 탄생하게 된 잊을 수 없는 2009년의 일이었다.
‘감사’ 덕분에 회사가 회생하다
김 대표가 남편의 강한 성격에 당하고만 산 것은 아니다. 그를 이기기 위해 마음 공부, 심리학 공부, 기 공부, 오행 공부를 2000년부터 시작했다. 그녀의 취미이자 위안이 독서가 된 계기이기도 했다.
“걱정, 근심, 좌절, 미움, 원망이 가득한 내 몸은 망가져 갔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니 용기는 나지 않고 무서웠어요. 그 용기로 마음을 바꿔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고 그때부터 책을 엄청나게 읽기 시작했죠. 나에게 용기를 주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생명의 은인처럼 나를 살린 책들은 김상운의 ‘와칭’, 이재영의 ‘모든 것은 마음입니다’, 루이스 헤이의 ‘치유’, 로렌스 크레인의 ‘러브 유어 셀프’였어요. 지금도 시간만 나면 도서관 책방에 가서 쭈그려 앉아 읽고, 좋은 말은 적어 집 안과 회사 구석구석에 붙여놓고 되새깁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책 다섯 권은 읽고 있어요.”
그녀의 버팀목이 된 또 하나의 계기는 ‘감사’였다. 사실 감사는 그녀를 버티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바꾼 커다란 주문과도 같았다. 그녀는 2012년 우연히 CEO 포럼에서 감사 경영에 관한 손욱 농심 회장의 강연을 듣게 됐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던 그때, 회사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3개월간 매출이 안 좋을 때였어요. 그때 손욱 회장님 강연을 듣고 쓰레기통에서부터 화장실까지 ‘감사 미소’ 스티커를 붙였죠. 힘들다가도 그걸 보면 웃음이 나왔어요. 그러던 차에 바로 뉴욕에서 1000개, LA에서 1000개의 주문이 들어온 거예요. 덕분에 회사가 회생할 수 있었죠. 그 후로 저는 남이 믿든 안 믿든 확신을 가지고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사랑 감사는 기적을 낳는다’
기적같이 다시 일어난 뒤 ‘감사’는 그녀의 신념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적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니 모두가 ‘내가 변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로 했어요. 또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할 일을 찾기로 했어요. ‘시래깃국이 맛있어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웃어줘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고함을 안 쳐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그릇을 던졌는데 하나만 깨져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를 찾고, 남편 생일에 감사한 내용을 모아 ‘100가지 감사 카드’를 만들어서 줬죠. 그러기를 네 번 했어요. 그랬더니 변하더군요. 이젠 신혼처럼 살고 있어요.”
남편은 이제 그녀에게 “당신 음식 솜씨가 좋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김치찌개를 끓여주면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딨냐”면서 감동한다고 한다.
“49년을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상대에게 감사를 하니 변화가 왔어요. 기적이에요.”
감사 습관은 ‘333법칙’으로
감사가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들을 목격한 그녀는 감사 경영을 회사에도 적용했다.
“감사 경영은 가장 멋진 기업 경영입니다. 사원들도 감사로, 고객들에게도 감사로, 가족에게도 감사로, 화장실 청소하는 분들에게도 감사로, 거리 청소를 하는 분들에게도 감사로, 끼어드는 앞차에게도 감사로 대해야 해요.”
그녀는 어느 책에서 배운 감사 습관 형성 방법을 소개했다. ‘333법칙’이 그것이다.
“결심이 사흘을 넘기기 어렵기에
3일은 습관을 길들이는 첫 번째 관문을 뜻합니다. 3주는 습관이 형성되는 최소한의 시간을 뜻해요. 하나의 세계가 깨지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죠. 3개월은 100일을 뜻하는데,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데 100일의 시간이 걸렸듯 본능의 탈을 벗고 온전히 다시 태어나는 시간을 뜻합니다. 이렇듯 확신과 신념과 의지가 중요해요. 의지가 강한 저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이제 김 대표는 매일 새벽 4시부터 성경 구절로 감사편지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그 충만한 에너지 덕분에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풀어지고 이뤄진다는 게 그녀의 믿음이다.
진짜 어르신의 조건
어렸을 적, 6·25전쟁이 막 끝난 뒤의 일이다. 김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가서 당사주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얘가 여자인데도 장관감이다. 대단한 딸이니 잘 가르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장관이 되기 위해서였을까.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평생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놓지 않고 살았다. 이제 CEO로서 많은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 된 그녀는 백세시대의 삶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을 세워두고 있다. 그녀는 백세시대 노년의 삶에서 중요하게 갖춰야 할 것들로 건강, 봉사, 독서, 취미, 경영을 꼽았다.
“요즘을 어른이 없는 세상이라고들 하죠. 제가 생각하는 어르신이란 부지런해서 자기관리를 잘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과 미소로 잘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따뜻하고 어질고, 알아도 모른 체하며 잘못을 이해해주고 포근히 감싸는, 결 고운 노인이라면 참다운 어르신이라고 생각해요.”
관찰자로 진정한 자신 찾기
황혼이혼·졸혼이 화제가 되는 사회 현실은 시니어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상황을 이미 겪고 마침내 극복한 그녀가 할 말이 있을 듯했다.
“모멸감이 들 때 꾹꾹 억누르면 그 감정은 거세게 부글부글 끓어올라 몸과 마음의 병이 됩니다. 그러니까 억누르지 말고 관찰자로 가만히 바라봐야 해요. 남편 때문에 괴롭고 모욕감을 느끼면 남편에 대한 분노, 절망, 억울함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거든요. 괴로운 감정을 멈추고 싶을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도 안 됩니다. 몸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일어나는 일을 바라봐야 합니다. 감정도 생각도 내 몸의 반응도 가만히 바라보세요. 억누르면 더 거세게 화가 나니까 있는 그대로 가만히 바라봐요. 그러면 저절로 사라지는 기적이 옵니다.”
사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에게 막말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의 응어리진 감정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러니까 말도 생각도 감정도 남편의 것이 아니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남편을 미워할 근거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진정한 나는 마음의 어떤 움직임이나 감정도 생각도 아닙니다. 나는 가만히 바라보는 관찰자예요. 그러면 영은 무한한 마음이 되고 응어리를 풀어놓으면 텅 빈 마음이 됩니다. 그 텅 빈 마음 안에 무한한 평화, 자비, 사랑, 연민, 근원의 감정이 차오르면 해탈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가만히 주시하는 바람 자체가 되도록 멀리 관찰자로서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500억 원 모아 세상 변화시키고파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것이고 그러면 가족 모두도 사랑으로 채워진다”는 믿음은 계속 확고해지고 있다는 김 대표. 그녀는 자신을 가리켜 ‘나의 생이 다할 때까지 행복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믿거나 말거나 확고한 사랑과 감사의 실천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이제 그녀의 꿈은 500억 원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그 구체적이고 큰 숫자에 담긴 사연은 무엇일까.
“예술의전당 같은 성격의 작은 예술센터를 어려운 동네 열 곳에 짓기 위해서예요. 5층짜리 건물을 지어 동네 사람들이 가까운 예술센터를 찾아가 전시회, 음악회, 오페라, 독서토론, 인문학 강의 등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요. 그걸 경험한 사람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지성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변화해 가정의 태양이 될 거예요.”
“모든 삶의 답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는 모순적인 그녀의 말에는 자신이 치른 일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만큼은 확실하다며 단언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333법칙으로 죽을힘을 다해 실천하면 부자 되기 쉬워요. 어렵다지만 실천하면 태양은 거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소중합니다’라고, ‘감사 미소’와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른바 황혼이혼 또는 고령이혼이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결혼기간이 늘어난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편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 경제권 독점, 반복된 폭언과 무시를 오랫동안 겪어오던 아내가 자녀 뒷바라지를 끝내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 제2의 인생을 찾는 방편으로 이해되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많아지고 연금 분할제도 등이 생기면서, 은퇴 후 경제적·육체적으로 내리막길에 선 남편들이 구박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전처소생들과의 상속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고령의 재혼 부부들도 있다. 법률적인 면에서 볼 때 황혼이혼도 일반적인 이혼과 다를 게 없다. 다만 혼인 지속 기간, 이혼 시기, 부부 연령을 기준으로 해서 이해하는 개념이므로, 보통의 이혼보다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황혼이혼과 재산분할
이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어렵게 판단을 내렸어도 이혼을 할 것인지, 이혼을 한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해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가정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다. ‘재판상 이혼’은 쉽지 않다. 이혼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배우자가 외도를 했거나, 배우자로부터 심한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거나, 배우자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는 등 명백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 성격 차이, 상대방의 권위적인 태도, 경제권 독점, 반복된 폭언과 무시 등과 같은 사유는 그 하나하나만으로는 독립적인 이혼 사유가 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론 어느 한쪽이 외도, 폭력과 같은 결정적인 잘못이 없다 해도,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에 이른 경우에는 이혼이 허용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쪽의 이혼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다.
황혼이혼을 할 때 가장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재산분할이다. 이혼 후 각자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있는지, 결혼 전과 같은 수준의 삶을 살 수 있는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은 ①부부의 재산 중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②그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정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분할 대상 재산은 혼인생활을 한 기간에 부부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혼인 전 한쪽 배우자가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었던 재산, 혼인 중 각자의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러한 재산이라 해도 부부 중 한 사람이 그 재산의 감소를 방지했거나 가치를 높이는 데 협력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분할 비율에는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각자의 나이와 직업, 경력, 경제력과 소득, 혼인파탄의 경위,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분할 대상 재산에 명시적으로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한쪽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손실을 입혔는지, 한쪽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자매가 재산 형성에 큰 도움을 줬는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분할 비율을 정하는 건 판사의 재량이다. 한쪽 배우자가 혼인 전 갖고 있던 재산이나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이 특별히 많지 않다면, 맞벌이부부인지 아내가 전업주부인지와 상관없이 혼인기간이 길수록 50대 50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황혼이혼에서 특히 챙겨야 할 부분은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국민연금 등이다. 은퇴 이후를 보장하는 이 연금들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혼을 한 뒤에도 상대 배우자가 일부를 받을 수 있다. 혼인기간은 부부마다 다르고, 연금 개시 연령 등 각 법에서 정한 요건들도 조금씩 차이가 나므로, 이혼을 고려할 때는 분할연금 수령 조건, 방법, 시기, 액수, 비율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황혼이혼 후 삶, 고통스러울 수도
황혼이혼이 자유롭고 행복한 제2인생의 출발이 될 수도 있지만, 외롭고 고통스런 삶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혼으로 재산이 분할되고 주거, 식비 등 생활비가 늘어나 경제적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잃거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유행한다는 ‘졸혼(卒婚)’은 법률적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결혼의 책임에서 벗어나 각자 자유로운 삶을 누리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막고, 현재의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적인 합의를 하더라도 혼인에 따른 법률적인 의무, 상속, 재산분할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부부가 상대를 애정 있게 바라봐주고,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 없이는 노후의 불신과 갈등의 산을 넘기 어렵다. ‘황혼이혼’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쉽지 않은 길의 출발일 수 있음에 유념하자.
이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어렵게 판단을 내렸어도 이혼을 할 것인지, 이혼을 한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해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가정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다
>>김성우(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밀려든 중국발 미세먼지로 자욱한 도시 풍경이 묵시록을 연상시킨다. 매캐한 공기 속에 떨어져 쌓이는 낙엽도 이미 단풍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은 지 오래다. 황사마스크를 쓰고 길을 나서 보지만, 눈에 보이는 대기의 칙칙함에 숨을 쉬어야 할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바야흐로 미세먼지의 시즌에 돌입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년 여름 장마까지는 이놈의 미세먼지와 숨바꼭질할 것을 생각하니 암담하다.
그런데 요즘 미세먼지가 공기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까지 침투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경제도 죽을 쑤고 있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흉악한 사건들이 우리를 심란하게 한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폐지 주워 생활하는 134cm 단구의 연약한 할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하는 등등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느 시절인들 흉포한 사건이 없었던 적은 없었으니 특별히 유별난 일은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에는 과거와 다른 독특한 패턴이 발견된다. 대개 강력 사건은 조폭 같은 특별한 집단이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특별한 개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나 평범한 이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이다.
그들이 진술하는 범행동기도 그저 기분이 나빴다든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등 정말 범행의 동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기 그지없다. 차라리 동기가 분명하다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미세먼지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대책이 안 선다. 카뮈가 쓴 ‘이방인’의 주인공같이 삶의 부조리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들의 범죄는 너무 단순해서 섬뜩하다.
사실 살인과 같이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악성 댓글이나 몰카 사진 유포 같은 범죄도 대부분 죄의식 없이 저질러진다는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범인을 잡고 보면 뜻밖에 멀쩡한 학생이거나 착한 얼굴의 이웃 사람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의미의 범인 얼굴이 사라졌다.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대책 없이 흉악범이 될 수 있다. 도대체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은 1982년에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자동차의 작은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무질서가 더 큰 범죄와 무질서 상태를 가져올 수 있으며, 따라서 사소한 무질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질서정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미래의 더 큰 범죄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어쩌면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 안의 도덕이라는 유리창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년실업, 결혼 포기, 자녀 포기와 같은 극단적인 삶의 환경이 마음의 창에 상처를 내고 그렇게 깨진 유리창이 되자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리로 스스로 학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개체들이 늘어나면 어느새 온 사회가 깨진 유리창으로 화한다. 갈수록 우리 사회가 불안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대기의 미세먼지는 우리가 만든 것도 있지만, 주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니 우리 힘으로 막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마음이 미세먼지 같은 우울감에 휩싸여 사회 전체에 어둠을 드리우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한 선결과제는 우리 개개인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실험에서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요즘은 장수 시대다. 환갑나이는 나이도 아니다. 경로당에는 입학자격도 없다. 칠십은 먹어야 겨우 명함을 내밀 정도다. 오죽하면 칠십 된 분도 ‘경로당 형님들이 술 심부름 시킨다’고 발을 끊으셨다 하지 않는가? 의학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경제적 풍요가 가져온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시대를 잘 타고난 행운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학생 때 좋아했던 시와 시인의 사연 그리고 단명한 문인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중 하나가 교과서에도 실렸던 ‘초혼’이란 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흩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로 이어지는 시다. 전 국민 애송시 1위인 김소월 시인이 쓴 시다.
김소월은 만 14세가 되던 해 한 동네에서 자란 첫사랑 ‘오순’을 두고 조부에 의해 정혼을 약속한 ‘홍실단’과 강제 혼인을 하게 된다. 얼마 후 ‘오순’이 19세에 시집을 가면서 둘의 인연은 끊어졌다. ‘오순’은 결혼 3년 뒤 의처증 남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22세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김소월은 첫사랑 ‘오순’의 장례식에 갔다가 돌아와 피를 토하며 시 한 편을 쓴다. 그 시가 ‘초혼’이다.
‘임의 노래’ ‘접동새’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먼 훗날’ ‘못잊어’로 이어진 첫사랑의 그리움이 ‘초혼’으로 마지막 불꽃이 되어 타오르며 막을 내리게 된다. 그녀가 죽은 후 소월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술로 날을 보내다 32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 짧은 생에
동안 쓰인 500여 편의 시는 주로 15세 이후 20세 초반인 6~7년 동안 쓰인 시다.
김소월의 시는 많은 가수에 의해 노래로 불렸다. 진달래꽃(신효범, 마야), 먼 후일(최진희), 초혼(이은하), 못 잊어(장은숙), 그리워(양현경), 접동새(김수희), 부모(박일남), 엄마야 누나야(정여진), 개여울(정미조), 접동새, 팔베개 노래(김수희 낭독), 산유화(조수미) 등. 그만큼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애송시가 되었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는 김소월의 짧은 생애 못지않게 비슷한 시기에 요절한 문인들이 있다. 세상을 일찍 떠난 사연들도 많지만 어쨌든 안타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이다.
김소월(1902~1934) 32세, 나도향(1902~1926) 24세, 이효석(1907~1942) 35세, 김유정(1908~1937) 29세, 이상(1910~1937) 27세, 윤동주(1917~1945) 27세. 박인환(1926~1856) 30세, 그야말로 샛별 같은 생을 살았다.
이분들이 요즘처럼 70~80세 정도만 살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문학작품을 발표했을까?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름에 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듯싶다.
흔히들 하늘나라는 천명을 다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생각을 한다. 죽어서 밤하늘의 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문인들은 하늘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아마도 노인정에도 갈 수 없는 아기별이 되어있지 않을까?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 마이크 임팩트 12층 C호실에서 하태형 수원대학교 금융공학과학대학원 교수는 저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난정으로 떠나는 중국 귀족문화여행’이라는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난정연회(蘭亭宴會)란 중국 동진시대의 명필 왕희지(王羲之)가 난정(蘭亭)이라는 곳에서 주최한 연회를 말한다. 이 연회에서 동양 최고의 행서(천하제일행서)라고 불리는 서예작품 가 탄생했다. 난정연회에 참석한 당대의 명사들이 각각 시를 짓고, 그 시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이다. 그리고 그 책의 서문인 를 동양 최고의 명필인 왕희지가 썼다. 이런 유래 때문에 은서예가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임서(臨書)해보는 작품이다.
이렇게 중요한 인데도 서예가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된 일이 많지 않았다. 서체의 아름다움과 서예사적 위치, 왕희지의 명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연회가 열리게 된 배경과 당시의 상황, 여기서 지어진 시들의 철학적 배경까지 이해해야만 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저자 하태형 교수는 수원대학교 금융공학과학대학원장,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경제학자다. 한문 전공이 아닌 하 교수가 난정연회와 를 파고들게 된 것은 한국 서예의 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하석 박원규 선생과의 만남 덕이었다. 서예 자체보다도 한문에 마음을 더 빼앗긴 그는 이내 서예사 최고의 작품인 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진행해 오던 탐구의 여정은 몸담고 있던 현대경제연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중국 샤오싱(紹興)에 있는 난정에 직접 다녀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난정연회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왕희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샤오싱을 누볐다.
전공자가 아님에도 치밀한 연구와 끊임없는 집념으로 난정연회의 전모를 밝혀낸 성과가 놀랍다. 난정연회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이토록 다각적으로 살핀 책은 동아시아에서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등 인물 관련 문헌과 풍승소(馮承素)의 , 구양순(歐陽詢)의 등 난정서의 여러 판본을 두루 비교해 살펴본다.
난정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난정서의 내용, 난정서를 둘러싼 이야기, 난정시 읽기, 난정서의 판본 문제 등 난정연회가 열린 시대적·철학적 배경을 바탕에 두어야만 난정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소상히 분석했다. 한길사 발행. 328쪽. 3만원.
최근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아버지도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의 범죄 행동분석 결과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에도 충동조절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식당에서 흉기를 들고 ‘묻지마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과연 이 충동조절장애는 무엇일까?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
흔히 일반적으로 분노조절장애 혹은 분노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라고 이야기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방화, 절도 등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해결하는 경우가 반복될 때 충동조절장애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충동조절장애는 이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단일 질환이 아닌 자기 조절의 어려움이 많은 대부분의 경우를 포함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거나, 각종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등 행동이나 정서적으로 자기조절이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생물학적, 사회 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
그렇다면 충동조절장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현장의 의료진은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는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변연계와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 세로토닌 신경전달이 감소한 경우가 흔히 원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과거의 뇌 손상, 두부 손상, 뇌염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환경적, 사회심리적으로 볼 때는 아동기에 알코올중독, 학대와 방임, 부모 간의 불화 등이 많았던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이 장애가 더 흔하게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 역시 아동기에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속적인 음주, 충동조절장애 유발할 수도
노화와 충동조절 장애는 상관이 있을까?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선미 교수는 “노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술과 같은 독성물질을 만성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설명하고, “섭취 기간이 늘어날수록 뇌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면서 충동조절장애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치매 등의 퇴행성 뇌 질환에서도 충동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노인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서 우울감과 함께 분노와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도 전두측두엽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충동과 행동조절의 어려움, 성격변화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초기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진단도구로 신경인지검사와 함께 뇌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 단층촬영) 등의 뇌 영상 촬영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중독도 충동조절장애 증상
충동조절장애의 증상으로는 단지 화를 참지 못하는 것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나 적대 행동도 증상 중 하나고, 폭력 행동이나 파괴적 행동, 방화, 도둑질도 이에 속한다. 특히 병적인 도박은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로, 도박중독의 치료 역시 충동조절장애 치료에 기반을 둔다.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컴퓨터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등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로 보고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진단하는 특이한 검사법은 딱히 없는 상황. 다만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 뇌파검사, 뇌 영상 검사(MRI), 심리평가, 고위인지기능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방법 역시 딱히 알려진 것은 없다.
충동조절장애의 치료는 질환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 분석적 정신치료, 지지치료, 상담 등)를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이용된다.
때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도 겸하게 되는데, 우울감이나 분노, 충동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항정신병 약물 등의 다양한 약물이 치료에 이용된다.
활발한 활동이 정신건강 유지 비결
김선미 교수는 이러한 정신건강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활동이 좋다고 조언한다.
“시니어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질병, 퇴직으로 인한 경제력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저하 때문입니다. 또한, 신체적 노화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자아존중감이 상실되며, 가정,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로 인해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가능한 한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자원봉사, 종교생활, 평생교육, 재취업 등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꾸준히 평생교육을 받거나 취미, 운동, 종교,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어느 민족에게나 영웅은 있다. 다만 양상은 제각각이다. 국민성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영웅들을 규정하고 파악한다. 때로는 어떤 민족에게 영웅인 인물이 다른 민족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들이 어떤 영웅을 어떻게 떠받드는지 살펴보면 국민성의 일단을 검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글 김유준 프리랜서 dongbackproject@gmail.com
우리에게 영웅은 어떤 의미인가?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를까? 21세기 들어 요즘처럼 한중일의 관계가 긴박하고 날카롭기는 처음이다. 더불어 세 나라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들의 영웅들을 우리와 비교해보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현실적이되 현실적이지 않은 중국 영웅들
먼 옛날부터 중국의 영웅들에게는 도교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의 영웅 관우가 번성 전투에서 패하고 참수된 이래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신격화된 것은 대표적인 예. 정사(正史)인 진수(陳壽)의 삼국지에는 “강이자긍(剛而自矜)의 단점으로 패망했으니 이수(理數)의 상례”라 기록된 장수가 민담과 설화 차원에서는 신선의 경지까지 오른 것이다.
관우의 사당이 무묘(武廟)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라 일컬으며 문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받들듯 중국 사람들은 관우를 자국의 무를 대표하는 인물로 숭앙한다. 여타 영웅들에게서도 도교(또는 도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토착신앙)의 영향은 거의 빠짐없이 드러난다. 의 모사 장량이 신선에게 태공망의 병법서를 전수받는 과정이 그렇고, 에서 제갈량이 남동풍을 불러오거나 자신의 수명을 늘릴 때의 묘사 역시 그렇다. 그 바탕에는, 인간이 신선의 경지에 올라 삼라만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에서 손오공이 요괴들을 물리치며 천축국으로 향하는 여정에도 도불습합(道佛習合)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를 비롯한 민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중국 문학의 커다란 줄기인 무협소설에도 이런 경향은 짙게 나타난다.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이 영화화한 왕두루의 소설 에서 주인공 리무바이는 최고수의 경지에 이른 뒤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른 주인공인 용은 거친 물길에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서 그들의 죽음은 또 하나의 경지에 이르는 단계로 묘사된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해석한다.
“리무바이는 강호를 떠나려는 순간 최고의 무공에 도달한다. 최고의 무공은 다스리지 않고 조화하며 삼라만상의 기운과 조응하는 자기 내면의 기를 끌어낼 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은 리무바이도 용의 질주하는 욕망, 젊음의 활기를 은근히 부러워한다. 그것도 세상이치다. 어느 쪽도 결핍이다. 진정한 자유는 그 결핍을 인정하는 것. 영화 마지막에는 그 결핍을 초월하는 용의 해결방식이 나온다.”
서극 감독의 이나 정소동 감독의 은 더하다. 이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빠짐없이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2000년에 리메이크된 ‘촉산전’에서 아미파의 본산인 아미산(촉산)은 숫제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다. 이수민의 으로 대표되는 이런 무협소설 속에서 중국의 무술 고수들은 죽기도 전에 이미 비현실적 경지에 이르러 있다.
이런 경향이 단지 고대 영웅들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덩샤오핑에 의해 ‘문화대혁명은 내란’이라 규정되었음에도 모든 중국 인민폐(人民幣: 런민비)에 초상이 그려진 마오쩌둥은 중국인들이 영웅을 신격화하는 가장 가까운 예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영웅들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그들은 인간세상을 번민의 각축장으로 해석하고 끊임없이 도탄을 초월하려 애쓴다. 그 시도가 성공적이든 아니든, 중국인들은 그들 영웅이 마침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믿으려 한다. 머나먼 고대에서부터 그런 영웅들이 활개쳐온 세상이기에 그들은 그들의 제국이 다름 아닌 세계의 중심, 중국(中國)이라 여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일본의 영웅들
중국과 달리, 일본 영웅들의 머리 위에 신의 면류관이 얹히게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천황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천조대신: 天照大神) 이후 신격화의 자격은 오직 왕족에게만 부여된다.
물론 수백, 수천의 잡다한 신들이 신사(神社)에 모셔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본격적 믿음이라 부르기 힘든 것은, 일본 토속신앙인 신도(神道)를 본격적 종교로 인정하기 힘든 까닭과 궤를 같이한다. 지방의 신사에 모셔진 신격화의 대상들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영향력이 국소적이고 제한적이다. 정순분이 쓴 의 한 구절을 살펴보자.
“일본 신화는 천상신(天上神: 天津神)과 지상신(地上神: 地津神) 간의 투쟁이 중심축을 이루는 점이 특징으로, 지상신은 천상신에게 지배당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일본의 첫 통일 정권인 야마토 조정의 지배층인 황족이나 귀족이 믿었던 신이 천상신이 되고, 평정된 지역의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 지상신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의 정치적 패권을 잡은 야마토 조정의 신화가 문자로 서술되어 남고, 그 밖의 토속적·자연적 신화는 점차 사라져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토속적 신화가 절멸된 결과, 일본 사람들을 사로잡는 영웅들은 새롭게 구성돼 현실과 맞닿아 있게 됐다. 일본의 대표적 설화인 모모타로(桃太郞)가 현대에 이르러 묘사되는 방식은, 일본 사회가 어떻게 영웅을 소비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모모타로는 복숭아에서 태어났다는 전설 속 영웅이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신들을 쫓아냈다고 전해진다. 교활하게도 일본의 군국주의는 이 모모타로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을 고무시키는 방법으로 이용했다. 영국과 미국을 귀축(鬼畜)으로 규정하고 군인들에게 ‘모모타로가 되어 귀신들을 물리치자’고 부추긴 것이다( 같은 충신들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종전 이후 모모타로는 방송에서 탐관오리를 벌하는 영웅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모모타로는 40분쯤 악당들의 악행을 지켜보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일본 장구 소리를 배경으로 귀신 가면을 쓰고 “복숭아에서 태어난 모모타로” 하고 나타난다. 그러고는 단칼에 악당들을 베어버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귀신을 물리치는 비현실적 영웅이 정의의 사도라는 현실적 영웅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모모타로에게서도 발견되는 ‘떠돌이 정서’ 역시 일본 영웅을 특징짓는 중요한 축.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두 자루 검으로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일본을 평정한 이래,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무용담을 펼치는 사무라이의 이야기는 일본 대중예술의 단골소재가 됐다. 드라마와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졌을 만큼 히트한 제니가타 헤이지(?形平次) 시리즈(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동전 던지기가 특기이며 오라로 포박하는 데도 능하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히트한 만화 ‘아기를 동반한 무사’, 주인공이 막부의 특명을 받고 전국을 떠돌며 사건을 해결하는 ‘다비가라스의 사건수첩’(미소라 히바리의 남편으로 유명한 고바야시 아키라가 주연했다) 등은 대표적 예라 할 만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게 나타났다가 귀신같은 솜씨로 사건을 해결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일본 영웅들의 전형적 여정이 ‘헐크’나 ‘도망자’ 같은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은 꽤 흥미롭다. 일본 떠돌이 영웅들의 출발점이 모모타로 또는 미야모토 무사시라면 미국 떠돌이 영웅들의 출발점은 ‘OK 목장의 결투’의 와이어트 어프라 할 만한데, 양쪽 모두 허무한 정서 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쿨한’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일본 영웅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서민들 속에 파묻혀 있어 영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다. 툭하면 아무데나 ‘신(神)’을 갖다 붙이는 일본 사람들의 속성은 이처럼 현실과 맞닿아 있는 영웅들의 실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영웅은 영웅이되 영웅이 아니며, 일본의 신은 신이되 신이 아니다.
우리들의 독특한 영웅들
우리 영웅들의 모습은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현실적이라는 점에서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숫제 정반대라고 할 수도 있다. 영웅들을 신처럼 떠받드는 경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중국인들의 떠들썩한 양상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우리의 영웅들은 일본과 중국 사이 어딘가가 아니라 완전히 동떨어진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먼저 (역사 속 위인들을 제외하면) 우리 영웅들은 정체가 불분명하다.
임꺽정을 예로 들어보자. 조선 중기 때 양주의 백정 출신인 그가 일당들과 함께 구월산을 중심으로 신출귀몰하며 3년 가깝게 관군들을 농락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史實). 그러나 그가 관곡을 털어 백성들에 나눠준 의적인지, 살육을 일삼은 포악한 도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곤궁한 시대가 그를 도둑 또는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실록을 들여다보자.
“나라에 선정이 없으면 교화가 밝지 못하다. 재상이 멋대로 욕심을 채우고 수령이 백성을 학대해 살을 깎고 뼈를 발리면 고혈이 다 말라버린다. 수족을 둘 데가 없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기한(饑寒)이 절박해도 아침저녁거리가 없어 잠시라도 목숨을 잇고자 해서 도둑이 되었다. 그들이 도둑이 된 것은 왕정의 잘못이지 그들의 죄가 아니다.”
장길산도 다르지 않다. 황석영의 소설에서 이갑송을 비롯한 장길산 무리들은 절대적 의리로 똘똘 뭉쳐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도 그랬는지는 알 길 없다. 조선 숙종 때 광대 출신인 장길산이 뛰어난 기지와 탁월한 용맹으로 도적들의 수괴가 됐고, 이후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도 일대를 주름잡았으며, 나아가 역적모의까지 감행했다는 것만 사실로 확인될 뿐이다.
정체가 모호한 의적을 논하다 보면 흥미로운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조선 후기 때 실학자 이익은 에서 임꺽정, 장길산과 더불어 홍길동까지 포함시켜 ‘조선 3대 도둑’이라 칭했는데, 여기에서 질문 한 가지. 홍길동은 실존 인물일까, 아닐까.
홍길동은 실존 인물이다. ‘연산군 시절에 관군에 붙잡혔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기록은 부실하지만, 서자 신분으로 무리를 이끌고 관가를 습격했다는 등의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허균이 쓴 의 주인공은 이 인물을 바탕으로 그려진 게 틀림없다.
소설 속에서 홍길동은 의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조정으로부터 병조판서 제의까지 받으며 나중에는 아예 도술로써 괴물까지 퇴치한다. 그리고 활빈당 무리들을 이끌고 율도국(栗島國)으로 건너가 그곳 왕을 굴복시키고 이상향을 일군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는 점이 아이로니컬하게 느껴질 만큼 도교의 영향이 짙은 것이다. 은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사회상을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쓰였지만, 주인공의 모습은 실제로 민초들이 떠받든 영웅들의 면모와 거리가 좀 있었다.
그에 비하면, 조선시대 최대의 혁명이라 할 만한 동학농민혁명의 주체들은 실체(?)가 분명하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비롯한 수많은 실존 인물들은 민초의 주장을 대변한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역사적 영웅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암살’에 등장하는 김원봉 같은 독립투사들 역시 마찬가지. 우리 영웅들은 누구 못지않게 영웅적이었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했다.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에 이어 일제 강점기와 독재라는 슬픈 역사를 거치며 한때 낭만적 목적만으로는 영웅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어떤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대적, 정치적, 경제적 해석이 뒤따라야 했고 그 해석을 심의하는 주위의 눈길은 삼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때문에 대중매체가 건드릴 수 있는 영웅의 세계는 한계가 뚜렷했다. 시간을 몹시 거슬러 올라가 건국 신화를 건드리거나 고작해야 암행어사 같은 비현실적 영웅들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동안 영웅 없는 시대에 살아야 했다.
충무공의 무용담을 재조명한 ‘명량해전’에 이어 올해는 이라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소개됐다. 그와 같은 문화 현상이 각별히 기쁜 이유는 달리 없다. 영웅 없던 나라에 바야흐로 영웅들의 시대가 찾아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유준
1966년생. 20여 년 동안 영화전문지 , , 남성교양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도서출판 현재) 등을 번역했다.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
황혼 이혼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 사건은 3만2433건으로 기록됐다.
2009년 2만8261건이었던 황혼 이혼은 2010년 2만7823건, 2011년 2만8299건, 2012년 3234건 등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5년 동안 22.8%에서 28.1%로 6%포인트를 차지해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 사유 1위였다.
주된 황혼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47.2%)로 나타났다. 경제 문제(12.7%), 가족 간 불화(7.0%), 정신적·육체적 학대(4.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결혼 5년차 미만 부부의 '신혼 이혼' 사건은 작년 2만7299건으로 황혼 이혼보다 적었다.
신혼 이혼은 2009년 3만3718건, 2010년 3만1528건, 2011년 3689건, 2012년 2만8204건 등 황혼 이혼과 반대로 매년 감소했다.
하지만 신혼 이혼의 감소 이유가 새로 결혼하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긍정적인 형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본지에서 지난해 12월 전국 50~60대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50·60대 생활 의식’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황혼 이혼에 대해 70.4%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나타낸바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동반자살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어머니인 박 아무개 씨(60)와 큰딸 김 아무개 씨(35), 그리고 둘째딸(32)이 집안에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비극은 아버지 김 씨가 12년 전 암 투병을 하다 사망했다. 그가 남긴 것은 사업 실패로 인한 상당한 빚과 투병생활로 인해 밀린 병원비뿐이었다. 가정은 어머니 박 씨 홀로 책임졌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상황은 어려웠지만 그동안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8만 원인 집에 9년째 살면서 공과금도 꼬박꼬박 납부했다.
박 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빙판 길에 미끄러져 팔을 크게 다친 박 씨는 다니던 일도 그만둬야 했다. 그의 큰딸은 7년 전부터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둘째 딸은 생활비와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막다가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세 모녀는 한 달가량 수입이 모두 끊기고 말았다. 생계가 막막해진 세 모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놓치고 있던 사회적 약자, 바로 경제적 궁핍과 일자리를 잃은 박 씨는 상실감, 퍽퍽함에 계속해서 병들어갔고 구멍 뚫린 사회적 안전망의 허점으로 그들의 삶의 무게는 감당할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아직도 수많은 노인들이 이들처럼 지독한 가난과 고독감에 싸우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허리가 휠 정도로 불편한 몸으로 남의 밭일을 하는 농촌 노인이나 지하철 택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노인 등 가난한 노년은 죽을 때까지 ‘밥벌이의 구차함’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사설 요양병원에서 학대 받는 치매노인, 골방에서 혼자 숨을 거두는 고독사 등 비극적 현장도 소리 없이 늘고 있다.
노인복지관 근방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빈약하지만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기회가 있다. 복지관이 먼 곳에 있으면 밥 한 끼 해결하기 위하여 차를 타고 가야하는 사람은 차비가 없으면 굶는다. 지하철이 무료라 하지만 지하철역까지는 역시 버스를 타야 한다. 노인정이라는 곳도 돈 있는 사람들 사랑방 정도일 뿐이니 그곳 출입도 어렵다. 텃세가 심해서 주눅 들고 만다.
가난과 외로움에 병들어가다
학교 동문, 고향 친구, 직장 선후배, 군대 동기들이 있을 것인데 매일 같이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할일이 없는 노인들이 이웃들과 어울려 잡담이나 세상사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진정한 친구도 이웃도 아닌 그냥 말 상대다.
여지없이 꽃샘추위의 영하의 날씨를 보인 날의 보라매공원.
이날도 노인들은 또래 노인들을 만나기 위해 차가운 바닥에 자릴 잡고 앉았다.
돗자리와 이불까지 들고 나온 노인은 “집에 혼자 있으면 뭐혀. 추워도 이게 낫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로움과 고독의 내리막이 가파르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막막함,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이들의 일상을 한층 황폐하게 만든다. 게다가 노후의 삶을 어떻게 가꿔갈지에 대해 별다른 학습이나 고민도 없이 황혼을 맞이했고 부딪치는 상황마다 실패와 상실의 연속이다. 이런 어려움의 강도는 현역 시절 높은 직위에 있던 사람일수록 더하다. 어딜 가도 자신을 알아보고 향유하고 대접해주는 환경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스스로 일상을 챙기는 일에 너무도 미숙한 탓이다.
74세 아파도 씨는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내가 죽어야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부쩍 잠이 줄어들면서부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혼잣말을 한다. 그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부인과 자식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서다. 그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날이 많다”며 외로움을 호소한다.
아파도 씨는 자식들 눈치 보여 집에 있을 수 없고, 잘 차려입고 밖에 나왔으나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 죽치고 앉아 있다.
“죽을 때만 기다리는 거지, 뭐. 옛날에야 나이 많다고 대접받았지.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밖에 더 돼?"하고 내뱉는 아파도 씨의 말에 마음 한쪽이 아릿해졌다. 자조와 푸념 섞인 말들이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건 아닐듯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와 가정에서 마땅히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하게 되면 주된 생활영역이 직장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옮겨진다. 기존의 인간관계가 직장 동료들과 같은 공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은퇴 후에는 가족 친구와 같은 사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생후반기로 갈수록 활동 반경이 줄어드는 만큼 인간관계에서 가족은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집에 들어앉게 되면 평소에 알던 사람들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차츰 만나는 회수가 줄어들어 결국은 외톨이로 마음의 자리가 상실해간다.
나도 모르게 노인이 돼 있다
은퇴나 퇴직을 한 50대 후반 부터는 어느 곳에서도 활동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로 인하여 용돈도 궁하여, 친구 모임도 줄어들고 가정에서도 비생산적 소비자로 놀고먹는다는 미안함 때문에 대화도 뜸하고 소외되어 외로워진다.
혜화동 짚풀박물관 부근에서 만난 69세 이희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고 하고 사방팔방에서 ‘기초연금’이네 하며 ‘노인문제’를 다룬다. 그렇다 보니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어느 사이 69세 ‘노인이 돼 있다’라는 사실은 마치 내가 이 사회에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든다. 마음은 더 약해져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리고 서러워진다. 이제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존감 상실과 압박감에 존재의 의미를 못 느낄 지경에 이른다.”
억울한 심정이라 분하고 서글픔이 한계에 이르지만 나이 탓으로 돌리고 억지로 참게 된다. 그러면 속병은 더 깊어진다.
“내 현실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식도 아내도 모른다. 하기야 한 번 뿐인 인생에 아직 노인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대기업 정년퇴직 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김정일(62) 씨는 “말로는 어른을 공경하고 우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럴만한 환경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급속히 변하고 경제가 어려우므로 젊은이들은 변화를 따라잡기에 바빠 노인을 돌볼 형편이 못되고, 노인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젊은이들을 의지 하다 보니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 소비만 하고 할 일 없이 놀기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노인은 없어도 괜찮고 있으면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이라 단호하게 설파한다.
그렇다면 어르신들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고 개발하여 나름대로 생을 즐기며 가꿔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한 평생 일만 했고, 가족만을 위해 희생만 할 줄 알았지 자기 계발과 봉사나 취미 활동을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할 줄도 모르고 용기도 없다.
이희수(69) 씨는 “매스컴을 통하여 노년에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용에 적극적인 분들이 소개되지만, 이는 대부분 50~60대로, 의식주 걱정이 없고 여유 있는 극히 소수인의 삶일 뿐.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루하게 소외감과 불안 속에서 우울하게 산다. 노인 자살자 대부분 이 70대 이상인 것을 보면 이 연령대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70대 이상에 대하여 각별히 관심 가져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 및 은행에서 일하다 퇴직한 최명숙(65)씨는 “노인인구는 급격히 늘어난다는데 정부의 대책이라고는 기초노령연금이 고작이다. 이것도 이런저런 문제에 걸려 지체되고 있다. 지금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우리나라를 오늘에 이르도록 평생 수고했고, 어려운 중에도 자녀교육에 힘써 국가 발전에 기여할 일꾼들을 많이 키워낸 그야말로 ‘국가 유공자‘들이다. 그러다보니 노후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한 슬픈(?)세대”라고 안타깝게 토로했다.
돈 많은 어르신만 대접받는 사회?
노인 복지가 국가적 화두가 됐지만, 노인들은 정작 대한민국에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자조가 팽배하다.
‘돈 많은 어르신’ 이외에 모두 가볍게 취급받는 ‘경로(輕老) 사회’라는 비아냥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가운데 ‘노인들의 4苦’ 즉 신체적 질병, 정신적 고독,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등에 시름이 더 깊어져가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은 질환, 경제적 궁핍, 고독, 상실감, 가정불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노년의 시간을 행복하게 누리지 못하고 그저 잔명(殘命)으로 힘겹게 버티는 이들이 많다.
학대받고 버림받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복지시설에 가고 싶어도 자식들 때문에 자격이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이 최근 3년간 26.5%이상 증가했다.
노인복지를 외치는 이 시점에도 노인들에 대한 학대와 경시 풍조 팽배는 음성적으로 때로는 양성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 네티즌들의 공분을 일으킨 고교생의 막말 동영상과 대구 패륜남의 등장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봉사활동을 하라고 보냈더니 귀가 잘 안 들린다고 노인에게 욕설과 반말을 하고, 할머니가 파는 수박을 발로 차는 행동들들. 노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마냥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이런 도리를 언급하기 이전에 노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 배우자 등 가족의 한 일원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웃이기도 할 것이다. 비단 노인에 대한 폭행이 생면부지의 타인에게서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의 일환으로서 가까운 사람이 가하는 노인폭행이 문제이다.
노인 학대와 폭행 뿐 아니라 노인 대상 사기는 날로 급증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진다. 홍보관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대출 사기, 상조 사기, 효도관광 및 경로잔치 사기, 투자 사기, 공공기관 사칭 사기 등 끝 간 데 없는 노인 대상 사기 범죄들로 난무한 세상이 됐다.
노인을 섬기고 존경하는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가 사회의 고령화로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복과 전쟁, 그리고 근대화를 거치며 사회 발전을 이끌어온 노인 세대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장과 성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더는 유능한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점차 존경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황혼자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평소에 잘나가던 사람들일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서 결국은 대인 기피증 환자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많은 노인들에게 물어보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외로움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전혀 이해가 될 수도 없는 이 외로움이 노인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처럼 조금씩 조금씩 찾아와서 잠식해 버린다.
젊은 노인이 고령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시대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노년의 적막을 온 힘을 다해 견디는 모양새다. 그 분들의 노년이 역경의 세월을 헤쳐 온 만큼 존중받고 있는지, 앞 세대의 그것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노년에 과연 ‘살맛’을 누리게 될지, 그러기 위해 100세 시대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리해보면 어떨까.
최근 은퇴를 맞이한 베이비부머들을 비롯해 많은 수의 퇴직 중장년층이 재취업에 몰리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무엇보다 은퇴 이후에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다. 특히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창업이나 편안한 노후생활보다 재취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한 축으로 청년과 여성 그리고 중장년층을 주요 축으로 삼고 이들의 재취업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 마련에 나섰다. 풍부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 이들의 재취업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동안 몸에 익은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고령자들은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단순 노동의 허드렛일을 준비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중장년층을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유형별 노인 일자리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를 꼼꼼히 파악하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원하는 일자리를 파악하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를 크게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로 구분해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숲 해설가, 문화재 해설가 등 다채로운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5가지 유형으로 유형별로 잘 살펴보면 자신의 성향에 맞게 일을 선택할 수 있다. 공공분야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민간분야는 국가와 민간 기업이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유형별로 공공분야는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이 있고 민간분야는 인력파견형, 시장형이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유형별로 일자리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공익형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 공공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다. 공급 수가 가장 많다. △학교주변 교통정리 △아동안전보호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주정차 질서 계도 지원 △도서관 관리지원 사업 등이 공익형에 속한다.
또 교육형은 고령자가 자신의 경륜과 지식을 전달해 교육대상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가진 일자리다. 최근 많이 소개되고 있는 △1-3세대 강사파견 사업 △신문활용(NIE)교육 사업 △숲 해설 사업 △문화재 해설 사업 △해외이주자 교육지원 사업 등이 교육형에 속한다.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고, 교육을 통해 타인을 돕는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유형이며 많은 고령자들이 원한다.
복지형은 소외계층의 안정적 생활 유지를 도와주기 위한 일자리다. △노-노 케어 △노인학대예방 사업 △장애인 돌봄 사업 △지역아동센터 돌봄 지원 등의 일을 한다. 업무 특성상 주로 여성 고령자들이 많이 참여하며 여성들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다.
인력파견형은 민간기업에서 요청할 경우 일정 교육을 수료하거나 업무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기업에 파견하는 직종이 많다. 초창기 경비원, 미화원 등 노동 강도가 높은 일자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업과의 제휴가 늘며 고령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 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향후 이 분야의 일자리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형은 고령자에게 적합한 업종 중 소규모 창업이나 전문직종 사업단을 공동으로 운용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단을 구성해 식품, 특산물, 공산품 등을 제작·판매하거나 아파트 택배, 지하철 택배 등의 사업도 있다. 장기 근로나 안정된 소득을 희망하는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해당 사업은 지역사회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회관,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센터, 대한노인회, 지역문화원 등의 사업수행기관이 업무를 위탁·수행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면 이들 기관에 문의하면 되며 신청자격은 만 65세 이상이다.
자격기준은 유형별로 차이가 있다. 공익형은 선정에 있어 경제적 수준을 가장 크게 고려하고, 그 다음은 노인 일자리 참여 경력을 본다. 교육형은 관련 교육 이수 여부와 전문성 또는 자격증 유무를 1순위로 본다. 경력이 있는 참여자 역시 선호도가 높다. 복지형은 관련 교육 이수 여부와 자원봉사 경력을 참고한다. 시장형은 전문성과 경력, 인력파견형은 관련 교육 이수와 경력을 참고해 선별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제3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장해 매년 5만개씩 늘린다는 내용의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점점 늘어나는 노인 인력을 끌어안기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2011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노인은 약 106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지원되는 일자리는 23만개에 불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