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혼이혼 또는 고령이혼이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결혼기간이 늘어난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편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 경제권 독점, 반복된 폭언과 무시를 오랫동안 겪어오던 아내가 자녀 뒷바라지를 끝내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 제2의 인생을 찾는 방편으로 이해되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많아지고 연금 분할제도 등이 생기면서, 은퇴 후 경제적·육체적으로 내리막길에 선 남편들이 구박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전처소생들과의 상속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고령의 재혼 부부들도 있다. 법률적인 면에서 볼 때 황혼이혼도 일반적인 이혼과 다를 게 없다. 다만 혼인 지속 기간, 이혼 시기, 부부 연령을 기준으로 해서 이해하는 개념이므로, 보통의 이혼보다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황혼이혼과 재산분할
이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어렵게 판단을 내렸어도 이혼을 할 것인지, 이혼을 한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해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가정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다. ‘재판상 이혼’은 쉽지 않다. 이혼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배우자가 외도를 했거나, 배우자로부터 심한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거나, 배우자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는 등 명백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 성격 차이, 상대방의 권위적인 태도, 경제권 독점, 반복된 폭언과 무시 등과 같은 사유는 그 하나하나만으로는 독립적인 이혼 사유가 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론 어느 한쪽이 외도, 폭력과 같은 결정적인 잘못이 없다 해도,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에 이른 경우에는 이혼이 허용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쪽의 이혼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다.
황혼이혼을 할 때 가장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재산분할이다. 이혼 후 각자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있는지, 결혼 전과 같은 수준의 삶을 살 수 있는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은 ①부부의 재산 중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②그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정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분할 대상 재산은 혼인생활을 한 기간에 부부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혼인 전 한쪽 배우자가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었던 재산, 혼인 중 각자의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러한 재산이라 해도 부부 중 한 사람이 그 재산의 감소를 방지했거나 가치를 높이는 데 협력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분할 비율에는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각자의 나이와 직업, 경력, 경제력과 소득, 혼인파탄의 경위,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분할 대상 재산에 명시적으로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한쪽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손실을 입혔는지, 한쪽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자매가 재산 형성에 큰 도움을 줬는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분할 비율을 정하는 건 판사의 재량이다. 한쪽 배우자가 혼인 전 갖고 있던 재산이나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이 특별히 많지 않다면, 맞벌이부부인지 아내가 전업주부인지와 상관없이 혼인기간이 길수록 50대 50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황혼이혼에서 특히 챙겨야 할 부분은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국민연금 등이다. 은퇴 이후를 보장하는 이 연금들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혼을 한 뒤에도 상대 배우자가 일부를 받을 수 있다. 혼인기간은 부부마다 다르고, 연금 개시 연령 등 각 법에서 정한 요건들도 조금씩 차이가 나므로, 이혼을 고려할 때는 분할연금 수령 조건, 방법, 시기, 액수, 비율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황혼이혼 후 삶, 고통스러울 수도
황혼이혼이 자유롭고 행복한 제2인생의 출발이 될 수도 있지만, 외롭고 고통스런 삶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혼으로 재산이 분할되고 주거, 식비 등 생활비가 늘어나 경제적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잃거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유행한다는 ‘졸혼(卒婚)’은 법률적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결혼의 책임에서 벗어나 각자 자유로운 삶을 누리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막고, 현재의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적인 합의를 하더라도 혼인에 따른 법률적인 의무, 상속, 재산분할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부부가 상대를 애정 있게 바라봐주고,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 없이는 노후의 불신과 갈등의 산을 넘기 어렵다. ‘황혼이혼’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쉽지 않은 길의 출발일 수 있음에 유념하자.
이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어렵게 판단을 내렸어도 이혼을 할 것인지, 이혼을 한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해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가정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다
>>김성우(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