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휘슬이다. 그래서 노후 준비는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가재산 2060클럽 회장은 노후를 위한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는 것처럼, 그가 이끄는 2060클럽은 트레킹 모임이다. 1년여 만에 350명이라는 회원을 모으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2060클럽의 의미와 트레킹의 끝없는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들어본다.
성공적인 노후를 누리는 많은 시니어들은 흔히 나이가 들어서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HR전문가 기업 피플스그룹의 대표이며 2060클럽의 회장이기도 한 가재산 회장은 ‘2060’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는 2060은 ‘경제수명(經濟壽命) 2060시대’라며 20세부터 80세까지 60년 동안 일해야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100세 시대 고령화 국가가 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노테크(老TECH)’는 오랫동안 일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2060은 경제수명을 60년 가져가기 위해서 ‘20대부터 60년 일할 준비를 시작하고, 60대도 20년 더 늘려 80까지 일하자’는 의미입니다.”
노후 준비는 바로 지금
가 회장은 노후 준비는 퇴직 직전에 하는 게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노후 준비의 골든타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나이와 관계없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그가 참고 사례로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미 국민의 23%를 넘었고, 100세 이상의 고령자가 6만 명을 넘는 세계 최고령국가다. 그래서 일본에는 100세 이상 일하는 현역들도 많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100세에 낸 라는 시집은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의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올해 105세(1911생)지만 현역 병원장입니다. 그는 100세가 되던 해에 강의를 하러 우리나라 대학교를 다녀갔는데, ‘어떤 일이든생각하기 나름이며 늙는다는 것은 쇠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정한 늙음과 젊음은 마음에 있다’는 의미인 겁니다.”
트레킹 모임 2060클럽이 추구하는 3무(無)
그가 회장으로서 운영하고 있는 이색 모임 ‘2060클럽’에도 그대로 붙여져 있다. 2060클럽은 80까지 건강하게 일하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자는 트레킹 모임이다.
“3년 전 우연히 네 명이서 여행사 광고를 보고 전남 여수에 있는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가게 되었지요. 동백꽃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섬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절벽과 비경이 펼쳐지는 바닷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트레킹이라는 걸 하면서 시쳇말로 ‘뿅’가버렸습니다. 이후 트레킹에 매료되어 서울 둘레길 157km를 완주하고 태안 국립공원 등을 다니면서 무척 좋아 그 멤버들이 나이가 들더라도 승합차 한 대 정도의 인원으로 계속 다녀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우연히 그리고 취미로 시작한 2060클럽은 올해 5월을 기점으로 회원 수 350명을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순항 중이다. 2060클럽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하게 되어 있습니다. 2060클럽은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기 건강을 위해서 걷는 매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오는 사람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 걸으며 대화하는 사이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배우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다 주말에 트레킹을 통해 충전도 하니 주말을 기다리게 되지요.”
모임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드러내듯, 2060클럽은 회비도 나이도 직업도 따지지 않는 3무(無)를 추구한다. 부담을 갖지 않고 즐기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단지 조건이라면 2060에서는 세 가지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니다. 첫째는 일, 건강, 그리고 사랑 즉 3유(有)입니다. 여기서 당장은 일이 없더라도 좋지만 80까지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는의지와 열정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하기 위해 건강해야합니다. 문제는 자신과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걸으며 새로운 에너지 얻어
가 회장은 자신이 젊었을 때는 20여 년간 계단 오르기, 테니스, 등산 등 무릎에 안 좋은 운동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보니 40대 후반부터는 운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져 수술을 계획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트레킹을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쩡해졌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 집안에는 당뇨가 유전적으로 있어서 저한테도 경고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트레킹을 시작하고 지난 연말에 체크해보니 당뇨 수치가 90대로 떨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강을 얻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과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제일 즐거운 일이지요.”
2060클럽이 주로 걷는 길은 전국에 대략 1600여 개가 형성되어 있는 트레킹 코스다. 또한 트레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훌륭한 코스들을 개발해 놓고 있다.
“2060클럽에서는 매주 트레킹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서울 둘레길이나 북한산 같은 근교에서 걷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사들이 전국에 개척한 코스를 버스를 타고 다녀옵니다. 특히 분기에 한 번은 1박 2일 코스로 멀리까지 다녀오는데 그 활동이 회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기쁨
최근 은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만들어지는 모종의 공백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껏 일만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막상 은퇴를 하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면서 우울해 하거나 부질없는 곳에 돈을 쓰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대안의 솔루션으로서 최근 다양한 시니어 모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제대로 운영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가 회장에게 클럽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무엇이 중요했는지에 대해 물어보니 ‘열심히 일하며 트레킹으로 건강을 지키자’며 차별화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2060클럽이 일하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건강 조건으로서의 트레킹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성격도 정의해주고 있다. 일하는 일상을 지탱하기 위한 모임이라면, 구성원들 또한 의욕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 회장은 앞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의 멋진 트레킹코스를 가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커뮤니티들이 많아진다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세수도 줄고 노인 환자들은 늘어나 건강보험까지도 부족해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광철 시인
“2060클럽은 ‘주고 또 주는(Give And Give)’ 관계”
걷는다는 것은 인생의 은유 같기도 하고, 직유 같기도 하다. 사람 안에는 길이 하나 들어 있어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내듯 사람은 걷는 일로 인생길을 만들어 낸다. 마음에서 뽑아낸 길이 인생길이 된다.
2060클럽 가입을 권유받고 망설였다. 할 일은 없지만 늘 머릿속에는 글이 왔다 갔다 해서 하루 일상이 생각으로 일출이 오고, 생각으로 일몰이 오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함께 걷는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평생을 여행, 취재, 일로 돌아다니며 살아 걷기 모임이란 말에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깔끔하고 안정된 사고의 소유자인 가재산 회장의 권유이기도 하고, 직접 만든 모임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걷는 것은 평생의 내 일이기도 했다. 인생의 절반을 길에다 깔고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었다. 산길을 택해 걸으면 하루 종일 걸어도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명산에는 사람이 넘쳐도 이름 없는 야산을 걸으면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나는 산과 들을 걷고, 쉬고, 숲이나 간이역이나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자기를 많이 했다. 풀 위에 누워 자면 세상은 내 것 같았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에 숲이나 들판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세상은 울림을 주었다. 비는 결이 있었다. 눈도 결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바람도 결이 있었다. 자연은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비나 눈이 올 때 물이 흐르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와 눈의 흐름이 보였다. 가슴 벅차게 하는 광경이었다. 새들의 군무 같고, 보리밭의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의 군무 같은 걸 느꼈다. 감동이 온다. 더구나 태풍이 오는 날 숲으로 들어가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며 부러지고 폭우와 바람이 거칠게 지나가는 현장에서 흠뻑 젖어서 하늘을 보고 누워보라. 젖고 나서는 더 젖지 않는다.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졌다. 묘한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2060클럽은 다른 세상이었다. 내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세상을 선물했다. 아름다움과 상쾌한 궤적을 만들어내는 곳을 찾아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구릉을 오르내리고, 산허리와 강을 휘어 돌며 대화를 나누는 기쁨은 또 다른 세계였다. 혼자 걸을 때의 쓸쓸함과는 다른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사람이 좋아서 걷는 날이 기다려진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나는 감히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그리움이란 별이 떠야 하는 거라고. 그리움이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존재할까 싶다.
걷기를 하면서 등산이나 혼자 걷는 것과는 다른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선하면 선한 사람이 찾아오고, 거칠면 거친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2060클럽의 매력은 가재산 회장의 성격처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주고 또 주는(Give And Give)’ 관계의 설정에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걷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으로 족한 모임이어서 부담 없는 모임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끌린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면서 꽃을 피우지만 소리치지 않고 지나가듯이 2060클럽이 그렇다. 무엇보다 같이 걷는 분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한결같은 말에 덩달아 즐겁고 나 또한 걷는 것의 즐거움과 더불어 얻은 건강이 고맙다.
인생 후반전의 삶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심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살 공간, 의식주(衣食住) 중에 주거 문제이다.
하지만 저마다 사는 취향이 각기 다르고, 형편이나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상태, 재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공간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늘어난 노후를 멋지게 그릴 수 있을것이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의 생활 안전사고의 61.5%가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며, 문턱이나 장판 등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문턱 하나 넘기도 버겁고,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는 데에도 숨이 차오르게 되는 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 60대에 노년에 생활하기 적합한 집 안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집 안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문턱이나 계단의 높낮이 차이를 줄이고, 화장실 센서기능, 바닥재는 코르크와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것이 좋다.
현재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타운 하우스에서 살거나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시니어타운에 입소하거나 개인별 주거의 공간을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은퇴=전원생활’이란 공식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접고 여유롭고 공기 좋은 곳에서의 전원생활을 택하는 은퇴자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전원생활은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은퇴자 가운데 상당수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도시로 유턴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전원생활에 익숙하지 않으면서 현지 적응력이 낮은 고령자, 신체조건이 뒷받침되더라도 도심 기반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경우라면 전원생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도시 외곽에 전원형 주택을 지어 거주하거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해 빌려주거나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임차하는 이른바 ‘도심형 전원주택’생활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위 5% 은퇴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주거공간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타운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오래 전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이나 호주, 독일, 중국,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실버타운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며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은퇴자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은퇴자들 15%이상이 제2의 인생을 찾아 날씨 좋은 곳, 여가 활동이 자유로운 곳 등 상당히 활발한 이동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독립적이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층이 증가하면서 실버타운 및 유료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편의,여가, 문화시설 등이 많고 그들만의 ‘주거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상위 5% 시니어들은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에 따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이동하고 싶어한다.이들의 이동 변수는 건강하냐, 안하냐에 따라 다양한 주거시설의 삶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거공간을 찾는다. 앞으로 10~30년이상 살아야 할 주거시설을 안전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다.
실버산업 관련 모 대학 교수는 “앞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강한 독립심을 가진 자산가들이 늘어나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서 살려는 은퇴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고, 문화예술욕구가 강한 베이비부머들이 그러한 1세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양영애 인제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의 완성
양영애 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작년 2013년에 열린 제8회 전자·IT의 날 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는 지난 28년 동안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용구, 고령친화용품, 장애인 보장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것과 복지 IT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최근의 활동에 대한 인정이었다. 한국고령화친화건강정책학회 회장이자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고령화와 치매에 대한 과학적 대안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양 교수는 자신이 바라보는 치매 문제 해법을 위한 전략적 시선을 ‘작업치료’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작업치료사의 진정한 역할과 치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요소의 결합과 종합적 방안을 추구하는 양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치매 환자는 시설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선은 예방이 중요하고,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면 중증의 예방이 중요하죠. 모든 걸 예방 중심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양영애 인제대학교 교수는 본인의 어머니도 현재 요양시설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양 교수가 말하는 목소리에 보다 신뢰감을 더하게 만드는 요인인 건 확실했다. 내 가족이 바로 그 당사자라는 것, 그것보다 더 치매 문제에 대해 절실하게 다가가야 할 설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치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집중력 기억력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환자로 하여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끔 도와줘야 해요. 그리고 치매환자들의 감정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표정이 되고 무대화가 되는 걸 막아야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치매 환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른다
양 교수는 해외 치매 선진국에서 갖춰 놓고 있는 다양한 대처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다고 지적했다.
“치매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많습니다. 우선 치매 환자가 있다면 집을 ‘치매 환자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째서 시설이 아니라 집일까? 이것은 치매를 예방 차원에서 바라보는 양 교수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된다. 치매 예방은 시설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있는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순차적이고 자연스러운 치매 대책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치매 환자가 집안에 있게 될 경우 처하게 될 위험한 상황은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자동잠금장치가 필요할 것이고 넘어지거나 쓰러질 경우 상처를 입는 걸 막을 낙상 관리 등이 필요하다. 양 교수는 그러한 안전장치들을 외국에서는 부착 장치 등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매 환자를 위해 집을 통째로 뜯어 고치는 것은 당연히 많은 비용과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치매 환자를 위한 ‘설치형’ 장비들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치매 환자 사고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바쁘게 만들어라
“치매 환자 관리는 생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로 하여금 일상생활을 어떻게 영위하게 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거죠. 한마디로 먹여주는 게 아니라 먹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양 교수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내용이 일상생활 훈련의 중요함이었다. 양 교수가 독일과 일본을 가서 치매 환자가 있는 기관을 가봤더니, 좋고 고급의 기술을 갖춘 기관일수록 환자가 바빴다고 한다. 환자 자신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이다. 환자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제를 줄이고 병세 개선에도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를 그저 누워만 놓을 뿐이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기관은 외형상으론 잘 되어 있는데 질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좋은 기관은 좋은데 안 좋은 기관은 너무 떨어집니다. 이 갭을 줄여서 좀 더 좋은 시스템을 보편화하는 게 좋아요. 서비스가 보다 확대되려면 인력도 보강되어야 하죠.”
양 교수는 요양보호사에게 무작위로 권한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요양보호사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하면, 평가는 누가 하는지에 대해 되묻는 말이었다. 전문 인력의 현장 부재는 왜곡된 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양 교수는 그래서 항상 전문 인력을 현장에 끌어들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좋은 교육, 좋은 환경, 일상생활 지도 등등이 시급하다는 게 그녀의 진단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
“일본에서 본 건데 환자들이 페트병에 물을 넣은 걸로 근육 훈련을 하더군요. 독일을 갔더니 오재미로 운동하고 있었어요. 이처럼 마지막까지 감각을 조절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균형이나 평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또한 수첩이나 달력을 이용해 인지능력을 보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현장에서도 인지훈련이 이뤄지고는 있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는 거죠.”
양 교수는 치매 환자들의 대인관계와 사회성 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치매 노인을 고독하게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건 치매 치료 분야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양 교수는 정상인 노인과 치매 노인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부류를 같은 장소에 두게 되면 양쪽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며 치매 환자의 사회성을 추구하자면 지역밀착형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설과 기관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신속한 환경 개조예요. 환자의 동선을 예측하여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렇게 되려면 보호자가 환자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므로 보호자 교육도 필요해지는 겁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준비되어야 치매 환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게 가능합니다.”
밥 먹이고 잠만 재우는 건 환자 관리가 아니다
양 교수는 외국의 우수 시설을 가면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 체크해서 환자 대처를 한다고 밝혔다. 밥만 먹이고 잠만 재우는 게 요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사람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관이나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세세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옷 입는 법에서부터 목욕하는 것까지 모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해외 치매 선진국에선 안 하는 것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함부로 행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양 교수는 우리나라 요양 시설 현실을 보면 기저귀가 비용이 비싸다고 하여 자주 안 갈아주고 덧대는 걸 이용하여 더러워진 기저귀를 계속 입게 한다고 한다. 위생상으로나 시설 관리 차원에서나 다소 충격적이었던 이 설명 부분에서, 그녀는 외국의 대안적 사례를 예로 들었다. 양 교수는 기저귀 자체를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좋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그 배변 부분을 환자로 하여금 직접 화장실을 사용하게끔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한 번 그녀가 강조하는 생활적 측면의 지원 및 훈련에 대한 강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치매 환자를 위한 준비는 우리의 미래
지금까지 설명된 양 교수의 치매 환자에 대한 대처법은 하나의 이론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바로 ‘작업치료’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치매에 대한 통합 전략이었다. 작업치료는 목적 있는 활동과 치료 중재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고 환자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최대화하여 독립적 일상 생활과 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정의다. 이를 위해 운동 영역을 키우는 소근육활동으로서의 손가락 운동, 집중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지, 배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화장실 구조의 재구성, 인지재활을 위한 다양한 평가지 마련 등등 종합적인 치매 컨설팅 개념으로서 작업치료가 준비되고 있었다. 다만 컴퓨터 인지재활에 대해선 환자의 기록을 데이터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너무 외국 것을 많이 가져와서 아직 확실하게 신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치매 환자를 위한 준비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미래는 이러한 것들을 얼마나 잘 구축해 놓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다소 거침없지만 논리적인 정책 구상에 조예가 깊은 양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복지용구' 활용 부분과 지역밀착형 치매케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치매특별등급 확대로 인해 요양보호사 교육이 한창인 요즘 방문재활의 전문가가 절실함을 깨닫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최근 자살 문제가 화제이다. 아니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국제적으로 우리의 경제 성과를 크게 퇴색시킨다. 일본인들이 왜 한국은 경제는 좋은데 자살자가 많은가라고 질문하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왜 우리 사회에는 자살자들이 많은 것일까? 한국의 1인당 명목GDP는 2012년 0ECD 34개국 중 23위로 OECD 평균 이하이긴 하지만 우리보다 소득이 적은 나라가 11개국이나 있다. 그런데도 2011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은 33.3으로 단연 1위이다. 자살률은 1인당 국민소득과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소득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렇까?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소득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2012년 한국은 0.315로 격차가 심한 순으로 34개국 중 15위로 중간 정도는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소득격차가 심한 선진국들의 자살률은 비교적 낮다. 비교하기 쉬운 일본과 비교해 보자. 일본의 지니계수는 0.329로 우리보다 소득격차가 더 심한 사회이다. 그러나 자살률은 4위인 20.9로 우리보다 낮다. 반드시 소득격차가 자살률 증가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은 자살률이 점점 감소하고 있으나, 한국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자살률이 2005년 22.1에서 2011년에는 20.9로 감소하였으나 한국은 오히려 29.9에서 33.3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살률은 실업률과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또 소득수준이 낮아지거나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면 자살률이 상승한다고 한다. 일본은 1997년의 금융위기 이후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유위기 이후에 자살자수가 상당히 증가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보다 실업률이 낮으며 또 글로벌 금융위기의 쇼크가 일본보다 훨씬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첫째는 퇴직세대, 즉 고령층의 소득격차가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OECD가 2008년에 공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의 고령자 지니계수는 0.343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0.396라고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연금에 의한 재분배 효과가 그 배경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연금제도가 충실하기 때문이다. 퇴직세대의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공적연금의 비중이 일본은 55.8%이나 한국은 15.7%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유달리 고령층의 자살자가 많은 것을 입증하는 수치이다. 고령층에 대한 사회복지의 충실이 시급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는 정부나 지자체의 자살자 대책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본이 자살 대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부터이다. 실업·도산·다중채무, 장시간노동 등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에 대한 상담이나 지원체제를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비하였다. 국가적으로 자살 대책을 강구하면 자살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일본의 대책이 돋보이는 것은 2009년부터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대책을 세우게 하는 지역자살대책긴급강화기금이 큰 역할을 했다. 중앙정부인 내각부는 100억엔의 기금을 창설하여 지자체에 배분하였다. 기금사업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에 맡기고 있으며 각 지자체가 창안하여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여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역이나 방범 등을 청색등으로 교체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지자체와 철도회사 등이 협력하여 역내의 등을 청색등으로 교체했더니 철도역에서의 자살자수가 84%나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자살방지를 위한 기금액을 늘리고 세밀하고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교통 사고자보다 많은 자살자에 대한 대책비가 교통 사고자 대책비보다 많은지도 따져 볼 일이다.
지금까지 자살의 원인으로 주로 정신질환에 지목하였으나, 정신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고통을 완화하는 사회안전망 충실이 근본적인 대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에 의한 자료 축적과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