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바타낙 골프리조트는 2019년 개장한 캄보디아 최고·최대의 골프리조트다. 이곳을 소유한 바타낙은 은행과 건설사, 맥주·음료 제조사를 가진 캄보디아 대기업으로 이곳을 통해 캄보디아 골프장의 수준을 아시아 최고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36홀 챔피언십 코스는 골프의 전설 닉 팔도가 설계했고, 관리는 미국의 골프 기업 트룬(Troon)이 맡고 있다. 동 코스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캄보디아의 신성을 소개한다.
바타낙 골프리조트는 2022년 아시아·태평양 3위의 최고급 골프리조트로 선정되었다. 동 코스(East Course)는 2020년 월드골프어워즈에서 캄보디아의 골프 코스 1위를 수상했으며, 서 코스(West Course)는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수상했다.
위치는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동남쪽으로 33km 떨어져 있으며, 프놈펜 도심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골프장 내 호텔은 2024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캄보디아 문화유산에서 영감받아
동 코스(파72) 극적인 워터 해저드, 창의적인 벙커링, 다양한 형태의 토종 동물을 활용해 모든 수준의 골퍼에게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적인 골프 코스다. 시엠레아프의 바이욘 사원(the Bayon Temple at Siem Reap)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대한 종교 기념물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과 앙코르와트를 포함한 다른 선사 시대 건축물의 축적 모형이 있다. 이 디자인은 문화, 레저, 골프의 독특한 조합을 제공한다.
페어웨이는 버뮤다 419, 그린은 버뮤다 티프이글을 식재했다. 더운 지역에 최적의 잔디다. 긴 코스여서 토너먼트에 사용된다. 6개의 티 박스를 갖추고 있어 모든 수준의 골퍼들이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다. 11~13번 홀은 코스의 아멘 홀(어려운 코스)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홀에서 워터 해저드를 만나며,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홀이 많다. 특히 9번 홀과 18번 홀은 큰 호수로 마주 보는 레이아웃이 백미다. 곳곳에 자리한 벙커들은 매우 위협적이다. 특히 그린 주변은 어김없이 벙커들로 둘러싸여 있다. 검은색의 침목을 벙커 안의 지지대로 활용한 곳도 자주 보여 멋진 운치를 자아낸다. 골프 코스 안에 있는 화장실은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마치 호텔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페어웨이의 높낮이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그린의 고저 차는 매우 심해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그린 스피드가 9피트를 넘어 오르막과 내리막을 잘 살펴야 하며, 브레이크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파크랜드 타입의 코스 레이아웃으로 곳곳에서 코코넛트리와 팜트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3번 홀(파4) 챔피언 티 앞에 멋진 워터 데커레이션이 돋보인다. 일부 벙커들은 검은 침목으로 지지대를 받친 멋진 모습이 눈에 띈다. 곳곳에 깊고 큰 벙커들이 가득하며, 멀리 보이는 클럽하우스가 형태는 이미 완성되어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 250야드 이상 장타자는 보이지 않는 오른쪽 워터 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
4번 홀 티 박스 옆에는 바이욘 페이스 축적 모형이 있다. 바이욘 페이스는 시엠레아프에 위치한 12세기 불교 사원인 바이욘의 가장 독특한 요소다. 각 탑의 네 개 면은 ‘신의 왕’(God-king)을 상징한다.
9번 홀(파5) 8번 홀과 큰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티 박스부터 그린까지 길고 큰 호수가 이어지는 화려한 뷰를 보여준다. 호수 중간에 있는 2층 건물인 파빌리온(Pavilion)은 앞뒤로 길게 물을 가르며 석재 다리가 멋지게 이어져 있다.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파티를 비롯해 식사, 위스키, 와인 등을 제공하는 멋진 장소다.
호수 중간 웅장한 파빌리온 명물
12번 홀(파3) 시그니처 홀이다. 티 박스 앞부터 그린 앞 10야드까지 큰 호수가 오른쪽으로 넓게 이어지면서 아름답고 광활하게 펼쳐진다.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 클럽 더 잡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슬라이스는 곧 물속이 될 것이다.
14번 홀을 마치면 그린 뒤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축적 모형이 있다.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은 11세기에 지어진 고대 크메르의 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15번 홀부터 17번 홀까지는 스트레이트 레이아웃의 특징을 보인다.
17번 홀(파4) 페어웨이 오른쪽을 따라 길게 물이 이어지는 인덱스 1번 홀이다. 그린 앞 10~80야드 사이에 큰 호수를 이루며 물길이 있어 그린을 공략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린과 워터 사이에 10야드 정도 공간밖에 없어 충분한 거리를 염두에 두고 마지막 샷을 해야 한다. 12번 홀에 버금가는 멋진 홀이다.
18번 홀(파5) 왼쪽의 큰 호수를 사이에 두고 9번 홀과 멋진 평행선을 달린다. 큰 호수는 그린 왼쪽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모습을 보이며, 그린 뒤로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 멋진 클럽하우스가 우뚝 솟아 있다. 인상적인 마지막 홀의 위용을 보여준다. 호수 중간 건물인 파빌리온에서 찍은 멋진 사진들이 골프장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오랜만에 마스터피스를 보는 듯했다. 동양적인 스펙터클함과 역동성을 잘 갖춘 코스다. 아시아 최고의 골프장으로, 골퍼들의 새로운 버킷 리스트 목록에 추가되기를 기대한다.
프랑스 면적은 우리나라 5.5배, 인구는 6530만 명이다. 행정구역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레지옹이 18개, 시군에 해당하는 데파르트망이 95개, 동에 해당하는 코뮌(Commune)이 약 3만 5000개 있다. 리옹시와 파리시는 특별지위에 있다. 프랑스 전역에 811개 골프 코스가 있다.
테르 블랑슈 호텔스파&골프리조트(Terre Blanche Hotel Spa Golf Resort)는 유럽 최고의 호텔로 손꼽힌다. 하루에 150만 원의 초고가로 프랑스 1위, 유럽 2위의 명문 골프텔이다. Terre는 ‘땅’, Blanche는 ‘하얗다’는 의미로 ‘하얀 땅’이다.
테르 블랑슈 골프클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레지옹에 위치한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레지옹은 역사상의 프로방스 지방과 거의 일치하며, 중심지는 마르세유, 그 밖의 주요 도시는 니스, 툴롱, 칸, 엑상프로방스 등이 있다.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명문
36홀 규모로 샤토 코스(Parcours Le Château)는 프랑스 8위, 유럽 대륙 28위에 랭크된 최고의 명문이며, 리우 코스(Parcours Le Riou)는 프랑스 48위에 랭크되어 있다. 데이브 토마스(Dave Thomas, 1934 ~2013)가 설계해 2004년 개장했다.
테르 블랑슈 골프클럽은 유럽에서 가장 좋은 교수법이 사용되는 훈련 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최첨단 친환경 시설 덕분에 GEO®(Golf Environment Organization) 인증을 받았다. 2018년에는 ‘골프월드UK’(Golf World UK) 잡지에서 유럽 대륙 최고의 골프 리조트로 선정한 바 있다. 이곳의 자연은 계곡, 호수, 폭포, 숲과 같은 것으로 코스에 영감을 준다. 가장자리가 움푹 파인 벙커는 두 코스의 특징이다. 그린피는 190유로(27만 원) 정도다.
리우(Le Riou) 코스(파72, 6005, 5591m)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전략과 정확성을 보상하는 18홀의 기술 골프 코스다. 5개의 티 박스를 갖고 있다. 블랙, 화이트, 옐로, 블루, 레드다. 샤토 코스와 달리 회원 및 호텔 투숙객에게만 개방된다. 매년 LETAS(Ladies European Tour Access Series)가 열린다.
코스 전체가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으며, 업앤드다운이 심한 전형적인 마운틴 타입이다. 몇 개 홀은 매우 심한 내리막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오르막을 이루는 홀들도 있어 멋져 보인다. 물은 거의 없지만 9번 홀과 18번 홀은 페어웨이 오른쪽을 따라 길게 흐르면서 그린까지 도달하는 멋진 디자인이다. 전장은 길지 않지만 업앤드다운과 도그레그 홀의 특성상 만만치 않았다. 블라인드 홀이 많아 거리보다는 정확도가 요구되는 코스로 전략적인 라운드가 필요하다.
1번 홀(파4, 353, 319m) 내리막이 심한 왼쪽 도그레그 홀이다. 180m 지점에 큰 벙커들이 있으며, 200m 지점부터 왼쪽으로 도그레그의 매우 심한 내리막을 보여주는 멋진 블라인드 홀이다. 홀 전체가 울창한 수목으로 가득하다.
9번 홀(파4, 398, 368m) 긴 파4 홀로, 티 박스 오른쪽부터 흘러내리는 크리크가 그린 앞 30야드 지점에서 왼쪽으로 지나며 매 샷마다 물과의 싸움이다. 크리크의 폭은 10야드 내외로 작은 바위들과 잘 어우러진 멋진 풍광과 운치 있는 코스 디자인이 돋보인다.
17번 홀(파4, 384, 360m) 큰 내리막 홀로, 홀 주변은 큰 수목들로 가득하며 멀리 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린 앞 60야드에 크리크가 페어웨이를 가르며 그린 왼쪽으로 길게 큰 벙커들이 이어지는 위협적인 모습이다. 갈수기로 인해 물은 없었다. 멋진 레이아웃이다.
18번 홀(파5, 450, 445m)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난이도 있는 스펙터클한 내리막에 오른쪽 도그레그 홀이다. 페어웨이 왼쪽 150m부터 오른쪽 230m까지 크리크가 흐른다. 비거리가 짧거나 티 샷을 실수하면 최소 더블보기가 나오는 상황. 슬라이스는 매우 위태롭다. 250m 지점에 보이는 멋진 하얀 벙커가 더욱 빛난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광이 매력적
크리크는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그린 앞에는 큰 호수가 형성되어 그린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그린 왼쪽에는 큰 벙커 세 개가 이어져 있으며, 그린은 오르막이 심한 2단 그린으로 핀의 위치에 따라 정확한 티 샷이 요구된다. 그린 좌우에 모두 해저드가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이라, 강한 멘털이 스코어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800여 개의 프랑스 골프 코스에서 48위에 랭크된 위용을 18번 홀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클럽을 방문한다면 멋진 코스와 1박에 150만 원이 넘은 프랑스 최고의 골프텔, 라운드 후 3시간에 걸쳐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만찬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30대, 40대, 50대의 나이와 관계없이 ‘어른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키덜트라 불리는 집단이 그 예다. 한국 사회 속 ‘어른’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그저 좋아하는 놀이를 소비하고 즐기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 과거에는 철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이제 어느 분야에 푹 빠진 ‘덕혈구’ 흐르는 덕후들의 세상이 됐다.
서울시 서초구 국제전자상가(국전) 9층은 여러 개의 가게가 구역을 나누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드래곤볼, 짱구, 포켓몬 등 온갖 캐릭터 모형(피규어)부터 게임기, 프라모델, 가챠(캡슐 뽑기), 코스프레 의상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9층의 한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캐릭터 상품은 인기가 많지만,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취향으로 치부됐던 것 같다”며 “자녀 혹은 손주에게 선물한다는 핑계를 대거나, 아내 몰래 조금씩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고 이실직고하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그래도 비교적 개인의 취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50대 키덜트라 그런지 취향이 비슷한 동년배 고객을 만나면 더욱 반갑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방방곡곡 ‘키덜트 명소’로 통하는 곳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 용산구의 레고(조립 블록) 매장에서 만난 47세 직장인 B 씨는 “퇴근길에 매장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건졌을 땐 조립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며 “회사 업무 부담이 커져 스트레스가 쌓이고,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애매한 위치가 돼 씁쓸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블록을 조립하면서 머리를 비운다”고 말했다.
중년, 키덜트가 되다
키덜트는 추억 속 동심의 세계를 성인이 된 후에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영화, 소설, 패션, 장난감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뚜렷한 소비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이 키덜트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1990년대 추억의 만화 ‘포켓몬스터’를 좋아했던 아이가 자라 키덜트가 됐다고 하자. 어엿한 사회인이 된 후 경제활동을 하면서 포켓몬빵, 피카츄 열쇠고리 등 관련 상품들을 사 모으거나 직접 경험해보며 취미로 발전시켰을 테다. 성인이 된 후 아들과 놀아주기 위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를 구입했다가 얼떨결에 본인이 즐기는 경우도 있다.
50세 주부 C씨는 “딸이 포켓몬 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에 빠져서 구해달라고 하도 조르기에 시간 날 때마다 편의점을 돌아다닌다”며 “처음엔 스티커에 왜 그렇게 다들 진심일까 싶었는데, 계속 모으다 보니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이 돼 살다 보면 주변 사람과 조건에 머무르고, 갖고 있던 꿈도 타협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값싼 스티커에 즐거움을 느끼고 움직이는 나를 보면 ‘어릴 적 마음과 에너지가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사회의 반작용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마음껏 못 해본 게 한이 돼서’ 장난감이나 게임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심리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영상에서 키덜트가 늘어나는 이유로 ‘비대면 시대에 따른 촉각의 불충족’을 꼽았다. 영화 ‘퍼펙트 센스’를 예로 들어보자. ‘퍼펙트 센스’는 어느 날 전 세계 곳곳에서 원인도 모른 채 감각이 하나씩 마비되는 이상 현상으로 고통을 겪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후각, 미각, 청각, 시각을 순서대로 잃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감각을 잃는 순서의 의미다. 네 가지 감각이 사라진 상황에서 영화는 끝을 맺지만, 김 교수는 “인간에게서 사라졌을 때 가장 괴로운 감각이자 원초적으로 가장 중요한 감각은 촉각”이라 말한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촉각은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감각이 됐다. 스마트폰이 발달한 덕에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을 보고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보고 듣는 간접경험의 창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직접 만지며 체험할 기회는 현저히 줄었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만지며 놀 수 있는 상품이 주목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두둑한 지갑과 함께 돌아온 X세대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년이 된 X세대가 키덜트 문화 확산의 기폭제라고 말했다. X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로, 현재 40대 전후 세대를 말한다. X세대 안에는 ‘영포티(Young Forty)’도 포함된다. 영포티는 나이에 비해 젊은 삶을 사는 40대를 지칭한다.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당시 국민의 3분의 2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의식했을 정도다. X세대는 경제·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특별히 없는 상태에서 성인이 됐기 때문에 에너지가 자기 내면으로 향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교수는 “결혼하고 아기를 안 낳아도 덜 이상하고, 이혼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게 지금 40대”라면서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희생하던 이전 40대와는 달리 트렌드에 밝고 자신을 위한 소비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영포티를 중심으로 키덜트 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치해 보이지만 꼭 필요해
여전히 키덜트가 ‘나이에 맞지 않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김경일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추상적인 나를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상징적인 물건을 원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생산적이지 않은 물건을 소비하고 놀이를 즐기며 일상생활의 돌파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상 깊은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거나, 비슷한 디자인임에도 유명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옷을 더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생산적인 취미처럼 보이더라도, 즐기는 과정 자체가 생산적인 자기계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핀란드 투르쿠대 인문학부가 브라이스 인형(머리 스타일과 화장, 홍채 색, 의복 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사람 형태 인형)을 갖고 노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들은 인형 놀이를 매개로 새로운 취미 생활에 입문하거나 이전에 없던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도 했다. 인형에게 입힐 옷을 만들기 위해 바느질이라는 새 취미를 갖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타인과 사회적 교류를 하는 셈이다.
이은희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취미 활동에 제약이 됐다고 꼬집었다. ‘40대면 직장에서는 부장 정도일 테고, 아이는 둘 정도 있어야지’, ‘60대면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살되, 점잖은 행동으로 젊은 세대의 본보기가 돼야 해’ 등의 잣대 말이다. 그는 키덜트 산업이 발달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키덜트 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원인을 ‘사회·문화적 차이’로 봤다. “사회적 나이를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내 눈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타인의 즐길 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골프·여행·등산과 다를 바 없는 분야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돌아온 대면 명절에도 2030세대는 귀향을 거부하고 돈을 벌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뿔뿔이 흩어진다. 선물 들고 지인을 찾아가기보다 ‘집콕’하며 미리 찜해둔 물건을 ‘셀프 선물’한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을 ‘당근’하기도 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명절 문화의 새로운 인식을 들춰본다.
3년 만의 대면 설 연휴지만 젊은 세대는 각자의 이유를 대며 집을 찾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중 추석 연휴 동안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가 60.0%에 달했다. 이제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비대면은 하나의 트렌드로 남았다. 여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요즘 것들’이 그리는 신(新)명절풍속도 네 가지를 준비했다.
시간
고향 방문보다 값진 ‘알바’
“굳이 고향을 가야 하나요? 그 시간에 알바를 하면 돈이 얼마인데!”
경기는 계속 악화되고, 물가는 끝을 모른 채 치솟는다. 경제적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는 연휴 기간 가족을 찾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지역과 지역을 오가는 교통비나 선물 비용 등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기준,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로 왕복하려면 20만 원은 족히 내야 한다. 비교적 저렴한 KTX 기차표를 구하려면 연휴 한 달 전부터 피 튀기는 예매 전쟁을 뚫어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는 귀향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A(27) 씨는 “집에 가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여러모로 부담이라 이번에도 명절 연휴를 피해 집에 미리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인 15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1.1%가 “추석 연휴에 알바 계획이 있다”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생활비(56.8%), 저축(42.2%)에 쓰겠다고 답했다. 명절 연휴 동안 반짝 모집하는 아르바이트는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는 데 영향을 주지 않고도 용돈을 벌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평소보다 시급을 높게 쳐주는 점도 선호도를 높인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설맞이 단기 알바 시급은 현재 최저시급인 9180원보다 7~30%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움직임이 많은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운영하는 ‘당근알바’에서는 지난해 설 연휴 직전 2주 동안(2022년 1월 11~24일) 구인 게시글과 구직 지원자 수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9%, 19.9% 증가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은 이러한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알바몬’, ‘알바천국’ 등 대표적인 플랫폼은 명절마다 채용관을 따로 열고 연휴 시즌에 특화된 인기 업·직종 공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명절 특수 아르바이트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꼽히는 명절 연휴 특화 업·직종은 백화점·마트, 도소매·전통시장, 매장 관리·판매, 포장·분류, 택배·배달 등이다. 최근에는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전 대신 부치기 등 동네 소일거리에 가까운 알바를 구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맛집 ‘웨이팅 알바’(입장을 위해 대신 줄을 서주는 알바)를 구하는 사람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장소
다시 대면 명절, 고속도로만큼 붐비는 ‘명절 대피소’
“명절도 그저 연휴일 뿐, 쉬는 동안 토익 공부나 할래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우리말샘’에 등재된 명절 대피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여 쉬거나 공부 따위를 할 만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불편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다 못해 스터디카페, 학원 등으로 피신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업 준비생들이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미·비혼 직장인들도 합세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온라인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천국’이 성인 1530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고향 방문을 피하는 이유를 묻자 ‘취업 준비, 시험공부 등 자기계발에 집중’(24.1%, 복수 응답)하거나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22.6%) 등이 꼽혔다. 2019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성인 31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3.3%가 ‘결혼(자녀) 언제쯤?’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명절 대목’을 맞아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는 교육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은 2015년부터 명절마다 전국 캠퍼스에서 피난처를 운영해왔다. 학원 내 스터디룸을 개방하고, 간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대면 모임이 어려울 때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온라인 명절 대피소를 운영했다. 가볍게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는 퀴즈를 풀거나, ‘임인년맞이 호랑이 그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다른 교육 업체들 역시 명절 연휴에만 제공하는 한정 ‘프리패스’(자유이용권)를 통해 기간 내 무제한으로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 업체는 스터디카페의 명절 정체 예상도를 발표했다. 스터디카페의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전문 업체 ‘오래’가 지난 3년 설날과 추석 등 명절 연휴에 집계된 300만 건의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로 만들어낸 것. 나흘의 연휴 기간에 전국 스터디카페를 대략 250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스터디카페 이용객의 연령대는 10대 30%, 20대 50%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분석에 따르면 명절 연휴에는 20대 이용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연휴 마지막 날 10대와 20대 이용객 비율이 20%와 60%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는데, 오래 측은 도피를 위한 스터디카페행의 영향일 것으로 풀이했다.
재테크
자취촌에 꽃피는 명절 선물 재테크
“되팔고 교환하고, 나는 아니라도 누군가는 필요하겠죠”
나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욜로(YOLO) 문화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있다. 불필요한 지출 활동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적립금을 모으거나 할인 혜택을 꼼꼼히 챙기는 ‘짠테크’ 역시 2030세대의 소비 성향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일을 해서 얻는 수입만 가지고는 돈을 모으기 어려우니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는 것이다.
애당초 제품을 되파는 ‘리셀 문화’는 고가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틀어막힌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 구매로 폭발한 것.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 중고 거래까지 불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이 함께 성장했지만, 리셀 문화는 이제 생필품 영역까지 확장됐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는 ‘리셀’이라는 개념을 명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싼값에 되팔고, 필요한 물건 역시 저렴하게 사고 싶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향에 고물가에 대한 부담이 맞물리면서 ‘명절 선물 재테크’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설명한 ‘체리슈머’에 부합하는 면모다.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 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선물을 되파는 건 성의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며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이 물론 있다. 그러나 향후 몇 년은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 명절 전후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햄, 참치, 홍삼, 샴푸·린스 등 흔한 명절 선물세트를 자주 접하게 될 전망이다.
선물
명절 선물, 대상은 좁되 돈은 많이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데, 친한 사람만 챙길래요”
명절 선물 구매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의 설 선물 판매 데이터 2년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30세대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4050세대는 선물 구매량이 많았다. 김태수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은 분석 결과에 대해 “미혼이 많은 2030세대는 부모님과 직계 가족에 집중하고, 4050세대는 주변 친척까지 두루 챙기는 경향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는 젊은 세대의 ‘미코노미’(Meconomy)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코노미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소비 성향을 뜻한다. 그런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명절이 익숙해지면서, 돈이나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남에게 쓸 돈을 줄여 나에게 집중하는 소비 행태는 데이터 분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사람들은 지인에게 건강식품(18%)이나 커피·음료(15%), 생필품(14%)을 주로 선물했다. 반면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는 생활·미용가전(14%), 골프용품(12%), 노트북/PC(9%) 등을 구매했다.
지난해와 2021년 추석 선물의 판매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피부관리기(130%), 명품 잡화(85%), 노트북(29%) 등의 제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주로 남에게 선물하기보다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특히 2030세대 구매가 가장 크게 증가한 상품군은 노트북과 컴퓨터였다. 반면 4050세대는 일반적으로 구매하던 명절 선물 제품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택을 했다. 건강식품이 17% 증가해 구매신장률이 가장 높았고, 생필품 11%, 커피·음료 10% 순서로 이어졌다.
파리 중심부에서 남서쪽 36km 지점에 위치한 르골프내셔널(Le Golf National)은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 남서쪽으로 60km 지점에 있다. 알바트호(L’Albatros, (영) Albatross)와 에글(L’Aigle, (영) Eagle) 두 개의 화려한 18홀 코스와 7홀의 이그제큐티브 코스인 와즐레(Oiselet, (영) Birdie)를 가지고 있으며, 8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편의상 영어로 표기하여 발음하기로 한다. 알바트로스 코스(파72, 6649, 5854m)는 1990년 10월, 이글 코스는 이듬해 11월에 개장했다. 위베르 슈즈노(Hubert Chesneau)와 로버트 폰 하게(Robert Von Hagge)가 피에르 테브낭(Pierre Thvenin)과 공동으로 설계했다. 2020-2021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82위의 명문 코스다.
알바트로스 코스의 주된 도전은 샷의 다양성이다. 이 코스는 워터 해저드와 벙커로 공격적이고 과감한 타깃 플레이를 요구하면서 링크스 코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컨디션과 전략적으로 까다로운 레이아웃 덕에 유러피언 투어인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챔피언십 코스이며, 2018년 프랑스 최초 라이더컵 대회가 열렸다. 골프 코스는 미터법을 쓰고 있으며 티 박스 컬러도 다르다. 블랙-화이트-옐로-블루-레드 5개의 티 박스 순이다.
프랑스오픈 대회장으로 개장
알바트로스 코스는 1991년 프랑스오픈 대회장(Venue)으로 만들어져 중간에 두 번을 제외하고(1999, 2001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오픈은 유러피언 투어로 1906년에 시작되었으며, 2019년 103회를 맞았다. 2020년 104회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가 2021년 속행되었다.
특히 15번 홀, 16번 홀, 18번 홀은 아멘 홀의 명성을 갖고 있다. 실제 라운드를 해보니 가히 공포스런 홀이다. 15번 홀과 18번 홀은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어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린 스피드도 10피트가 넘어 속도 조절이 매우 필요하다.
각 홀은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9홀에 한 곳씩 작은 나무로 된 휴식 공간이 있다. 물도 받을 수 있어 굳이 물을 사 먹지 않아도 된다.
2번 홀(파3, 192, 141m) 티부터 그린 왼쪽을 돌아가는 전체가 큰 폰드로 그린 에지까지 어마무시한 모습이다. 샷이 짧다면 여지없이 볼은 물속에 있을 것이다. 그린 오른쪽도 세 개의 큰 벙커가 기다리고 있어 티 샷이 절대적으로 불안하다. 그린 표면만이 안전지대다. 항상 불어오는 뒷바람(Prevailing Wind)으로 그린 위에서 공을 멈추기 어렵다.
8번 홀(파3, 190, 169m) 멋진 내리막 파3 홀이다. 워터 해저드는 없지만 그린 앞과 좌우의 큰 언듈레이션과 티 박스에서 바라본 좌우의 큰 계곡을 연상케 하는 뷰는 장엄함과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린 역시 언듈레이션이 심해 2퍼트면 성공.
11번 홀도 그린 앞 워터 해저드, 그린 뒤 벙커 등 뷰와 난이도가 환상이다.
15번 홀(파4, 373, 345m) 멋진 내리막에 오른쪽으로 거대한 호수가 18번 홀과 공유하면서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다. 라이더컵의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압적인 마무리 를 증명할 수 있는 시작 홀이다. 결코 짧지 않은 파4 홀이며, 기본 거리와 정확도가 요구되는 정말 골치 아픈 홀이다. 파를 기록한다면 오늘 저녁을 사야 할 것이다.
까다로운 코스 구성이 특징
16번 홀(파3, 162, 137m) 필자는 이 홀을 2번 홀과 더불어 시그니처 홀로 보고 싶다. 물론 18번 홀이 압권이긴 하지만. 필자가 숙박한 호텔에서 창문을 열면 16번 홀 그린을 맞이한다. 멋진 내리막 홀이다. 전경이 압권이다. 그린 앞과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호수, 그린 왼쪽과 그 앞으로는 벙커, 그린은 뒤에서 앞으로 내리막이다. 그저 공포스럽다. 그린에 올리는 것이 마냥 부담스럽다.
18번 홀(파4, 431, 411m) 2018년 라이더컵을 열광시켰던 그 문제의 홀이다. 프랑스어로 라훌(La Foule), 즉 ‘군중’이란 뜻이다. 이 홀을 공식적으로 시그니처 홀로 본다. 프로는 파4, 아마추어는 파5로 라운드한다. 레드 티 박스 앞 왼쪽부터 쪽 내려와 그린 앞까지 호수가 이어지며, 그린은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보여준다. 게다가 페어웨이 오른쪽은 폿 벙커(Pot Bunker)들이 더해진다. 티 샷 시 위엄 있는 페어웨이는 스마트한 공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워터, 폿 벙커, 아일랜드 그린 등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전반 9홀은 매우 터프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후반 9홀은 어려워서 스마트하고 전략적인 라운드가 요구된다. 3만 km를 왕복해서 라운드할 만한 값어치는 충분했다.
미량만 골프장(美浪湾, 파72, 7208야드)은 2012년 12월 12일 정식 개장했으며, 하이난 강락원 골프장의 상수림 코스(파72, 7154야드)를 설계한 말레이시아 골프 설계의 대가 C. J. TAN(陈川源)이 디자인했다. 나무가 많지만 우거질 정도는 아니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실제 거리가 잘 느껴진다.
페어웨이가 기복이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그린 기복은 많지는 않으며 55% 정도다. 그린 스피드도 최근 잦은 비로 8피트 정도였다.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가 되면 스피드는 9로 맞춰진다고 한다.
하이커우 신흥 명문으로 떠올라
2015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클럽하우스도 완전하지 않았으며 호텔도 건설 중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또한 홀의 배치가 조금 달라졌다. 당시에는 B코스와 C코스로 불렸는데 이제는 A코스와 B코스로 바뀌었으며, 홀의 위치도 모두 바뀌었다. 완전히 다른 골프장을 보는 듯하다. 이곳은 하이커우 메이란국제공항에서 40분 거리에 있으며, 하이커우시 중심에서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골프장이다.
120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이 온천과 함께 있어 휴식과 힐링의 골프에 매우 적합하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모두 벤트 그래스로 4계절 남쪽 지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상급 잔디를 식재했다. 그야말로 골프를 아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호수와 벙커가 많고 홀의 낙차가 큰 곳이 많아 도전성과 재미를 더해준다. 2014년에 ‘중국 10대 우수골프장’(全国十佳非凡球场) 상을 수상했으며, A코스 9홀, B코스 9홀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벙커로 어우러져
A2번 홀(파5, 527야드) 내리막 홀로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까지 낙차가 30m 이상이다. 페어웨이 왼쪽은 180야드 지점부터 벙커가 길게 이어진다. 260야드 이상이면 워터 해저드를 만난다. 오른쪽 역시 큰 호수가 있어 슬라이스가 난다면 여지없이 물에 빠진다. 물 뒤로 바로 이어지는 벙커들로 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 그만이다. 260야드 뒤 왼쪽에 있는 큰 호수는 그린 왼쪽을 지나며 3번 홀과 공유하면서 멋진 뷰를 보여준다. 그린 60야드 앞에 있는 커다란 기름야자나무(油棕树)가 멋지다. 그린 공략 시 장애가 될 수도 있다.
A5번 홀(파4, 420야드) 티잉 그라운드 앞에 물이 있으며, 페어웨이 양쪽으로 벙커들이 있다. 오르막이어서 실제 거리는 450야드로 보아야 한다. 그린 주변도 벙커들로 둘러싸여 있어 파 세이브가 거의 불가능한 난도가 가장 큰 홀이다.
B2번 홀(파4, 385야드) 왼쪽으로 멋진 노란색, 주황색 옷을 입은 건물들이 이채롭다. 페어웨이 중간 왼쪽에 자리 잡은 기름야자나무와 그린 왼쪽에 있는 10여 그루의 종려나무(棕榈树)들이 홀을 더욱 멋지게 장식한다.
B8번 홀(파5, 516야드) 티잉 그라운드에서 140야드까지 멋진 물이 가로놓여 있으며,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벙커들이 놓여 있다. 오르막이 계속되며, 2번 홀에서 보았던 서양동화책에 나올 법한 이탈리아 양식 건물들이 멋지다.
곳곳의 벙커와 워터 해저드, 오르막과 내리막이 조화를 이루는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이국적인 노란색 위주의 상가와 건물들이 이색적이며, 온천과 호텔이 함께 있어 라운드를 마치고 힐링과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코스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에 온다면 절대 빠뜨리지 않아야 할 코스로 강추한다.
2000년 5월 개장한 워터랜드 골프클럽(파72, 7065야드, 레귤러 티 6420야드)은 자연 속에서 힐링이 가능한 최고의 휴양 골프장이다. 난강(Nan River)의 본류와 지류가 코스 전체를 감싸고 도는, 그야말로 원더풀 랜드다. 설계가는 태국의 Dr. Suchon Charmpoonod다.
워터랜드는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핏사눌록 폼피람(Phitsanulok Phromphiram)에 자리 잡고 있으며, 무덥지 않고 쾌적한 환경의 골프장이다. 1, 2월에도 연평균 기온이 26℃로 시원한 느낌이 든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북동쪽으로 차를 타고 5~6시간 정도 가야 하지만, 다양한 태국의 정취를 맛보면 지루함 없이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밤에 도착하기 때문에 풍경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태국은 북부지방을 제외하고는 가도 가도 평야가 지속된다. 드넓은 평야가 매우 독특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코스는 평화롭지만 벙커는 ‘지옥’
골프장은 평지 코스이고 곳곳에 팜트리와 코코넛트리들이 있어 분위기가 멋스러우며, 휴식과 힐링을 위한 여유로운 라운드가 가능하다. 대부분 페어웨이가 넓지만, 일부 몇 개 홀은 매우 좁고 어려운 페어웨이를 가지고 있어 초보자는 물론 고수들도 정확한 에이밍을 통한 차분한 샷이 필요하다. 필자가 방문 라운드를 했던 9월 중순에는 그린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지만 스피드는 7.5피트 전후로 빠르지는 않았다. 벙커에는 일반 흙과 모래가 섞여 있어 정상적인 벙커 샷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골프장 측은 이곳의 토질이 모래를 그대로 삼켜버리는 형태여서 일반 모래를 담아두어도 오래 못 간다며 방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난강(Nan River)을 건너가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섬은 약 30만 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 전체가 골프장과 리조트다. 모두 81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이 중 호텔 39개, 방갈로 18개, 샬럿(준방갈로) 11개, 딜럭스 룸 8개, 레벨 룸 5개로 구성되어 있다.
팜트리 어우러진 자연환경
1번 홀(파4, 325야드) 전면 물과 풀 해저드 180야드를 넘어야 안전하다. 첫 홀부터 시련이다. 티 샷 후 오른쪽으로 100미터 와서 80야드 물을 작은 배로 건넌다. 재미있다. 물을 건너는 작은 다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7번 홀(파3, 90야드) 왼쪽으로 난강의 본류가 길고 넓게 흐른다. 2011년 태국에 큰 홍수가 나서 코스 일부가 유실돼 원래 130야드였던 길이를 90야드로 줄였다. 그린 왼쪽은 5야드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정확하게 그린 중앙의 오른쪽으로 공략해야 한다. 페어웨이 중간에 오른쪽으로 4번 홀 그린과 페어웨이가 붙어 있어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고 정상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홀이다.
9번 홀(파4, 280야드) 200야드를 넘어야 하는 부담되는 홀이다. 전면에 120야드 길이의 난강 본류와 접하는 지류가 막아서고 있으며, 강을 넘어 바로 페어웨이 중앙에 벙커가 크게 있어 티 샷이 더욱 부담된다. 그린 앞, 그린 오른쪽, 그리고 그린 왼쪽까지 벙커가 길게 있다.
12번 홀(파3, 150야드) 허허벌판처럼 좌우 및 앞으로 탁 트인 홀이다. 뾰족하게 키가 큰 팜트리 25그루가 맨 위에 나뭇잎이 조금 달린 멋진 모습을 하고 그린 뒤에 서 있다. 마치 만국기들을 세워놓은 듯한 분위기다.
이곳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한국인을 위한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식사다. 현지 한희원 사장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많은 한국인 골퍼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6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는 것이 부담되지만,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힐링을 할 수 있어 장기 골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건축물이 쓸모를 다하면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일 것 같지만, 그 시간과 의미를 찾아 연결하고 남기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건축물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록하는 조성룡(78) 건축가를 만났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입구로 들어가 노래하는 분수를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꿈마루’가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 ‘피크닉정원’을 찾았다. 조명이 없어 어두운 듯하면서도 햇빛이 들어와 어둡지 않은 길을 돌아선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천장이 있지만 사이사이가 뚫려 있어 하늘이 보이고, 벽이 있지만 틈이 있어 볕이 닿았다. 내부의 나무들은 천장을 뚫고 자라 있었고, 외부의 나무들은 천장을 넘어 가지를 늘어뜨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엉켜 노래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읽던 소설 속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건물과 자연이 얽혀 있는 ‘꿈마루’
밖에서 보면 무척 오래되어 낡은 건물 같지만 꿈마루는 건축학도들의 필수 답사 코스다.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로 꼽혔다. 철거 직전 이 건물을 남기자고 설득한 사람이 조성룡 건축가다. 그는 꿈마루를 ‘보물 같은 건축물’이라고 했다.
“천장을 조금 뚫어놓기만 해도 바람이 통하고 새소리가 들려요. 나무가 자라 넘어오기도 하고, 새가 날아 들어오기도 하지요. 전혀 다른 구조가 되는 셈이에요. 제가 한 건 이렇게 뜯어내는 작업이었어요.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해서, 종종 이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했는데, 이쪽까지 올라오는 게 쉽지 않은가 봐요.”
꿈마루 철거가 정해진 뒤 최광빈 푸른도시국 국장이 그에게 자문했다. 당시만 해도 이 건물에 대한 기록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많이 낡은 데다 페인트가 덧칠된 상태였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지어졌지만 이후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관으로 쓰였다. 찾아보니 나상진 건축가의 작품이었다.
“보통 솜씨로 지은 건물이 아니었어요. 당시만 해도 이렇게 짓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건물 외벽에 타일처럼 붙여둔 저 파란 조각들이 유럽에서는 흔했고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나 하던 방법이에요. 곳곳에 그런 기법이 적용됐는데, 국내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 많아요. 유학 한 번 안 다녀온 사람이 생각만 한 게 아니라 설득력을 가지고 실현까지 시켰으니 얼마나 대단해요?”
꿈마루는 나상진 건축가가 최초에 설계한 그 원형을 최대한 지켜내면서 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공간들을 ‘집 속의 집’처럼 지었다. 그는 건축물만 봐도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상진 건축가가 1970년대에 남긴 흔적, 전시장으로 바뀌며 덧댄 흔적, 설계도를 보고 재생하며 조성룡 건축가가 넣은 장치, 세 가지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의 흔적 남기는 ‘가치 재생’
조성룡 건축가는 역사에 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 골프장이 생긴 시대적 배경, 클럽하우스를 사용했을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 교양관이 되어야 했던 사연까지. 건축 재료나 방법이 아니라 꿈마루라는 건축물의 끊어진 역사 속 퍼즐을 찾아 하나씩 맞추어가며 시간을 엮은 것이다.
“건축물이라는 게 산업 사회의 산물이죠. 쓸모를 다했으니 결국 버리거나 고치거나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어떻게’ 버리고 고칠 것인가를 구별해야 하죠. 의미 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의미가 없어요. 이 벽을 보세요. 금이 가 있어요. 기둥은 콘크리트고 그사이를 채운 벽은 벽돌이에요. 그런데 벽돌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금이 가게 되어 있어요. 이 벽 아래를 보세요. 뭐가 있던 자리죠? 뭐였을 것 같아요? 라디에이터예요. 이런 게 흔적이죠.”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라디에이터지만, 과거에는 여기에 도시락을 올려 데워 먹었다. 한 공간에 대한 여러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추억을 담은 흔적이다.
“1910년부터 건물이 지어졌다고 생각하면 100년 넘는 시간이에요. 얼마나 많이 지었겠어요? 오래된 것 다 헐고 새로 짓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건축은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기가 쉽지 않거든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살릴 것인가가 중요해요. 그런데 이 중요한 지점이라는 게 시대마다 바뀌어요. 그러니 재생이라는 건 결국 움직이는 생물 같죠. 쓸모를 다해가는 과거 건축물을 소생해내는 ‘재생’은 세계 트렌드예요. 그런데 재생이라는 게 반드시 새것으로 만드는 걸 뜻하는 건 아니에요. 못 쓰게 된 물건이라고 무조건 버리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 두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정치·사회적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공간이 어떤 이유로 바뀌었는지, 사용하는 사람이 거쳐가는 과정은 어땠는지, 이 흐름을 현재에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는 ‘재생’이다. 이는 문화재청 위원으로 활동하며 유심히 살펴본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존 방법과도 결을 같이한다. 유네스코는 긴 논의 끝에 복원에는 건축의 진정성을 담아 후대 사람들이 차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보강하는 방법을 택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같은 문화유산 복원 방식을 두고 유럽에서도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성룡 건축가는 꿈마루 재생 이전에 선유도공원에서 이런 방법을 적용해 이미 재생의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 그는 외국의 도시재생 사례들을 가져와 무작정 적용하는 게 아니라, 거리, 건축물, 공간마다 상황을 고려해 남길 것은 남기는 재생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꿈마루 재생 작업을 하면서 정부에 선유도공원과 꿈마루 두 곳을 시간의 흐름을 담은 재생 사례집으로 묶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결국 이뤄지지는 않았다.
“아파트는 30년이 넘으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른 건물들은 슬슬 문화재에 들어갈 수 있는 연한이 돼요. 문화재는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생각해봐야 하죠. 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집의 시간을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면 노출 콘크리트가 트렌드처럼 되어버렸는데, 아무 데나 적용하면 안 돼요. 건축물마다 가진 고유한 시간과 상황을 담아야 하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마을 ‘소록도’
최근 조성룡 건축가가 마음을 쏟고 있는 곳은 소록도다. 10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폐교를 이용해 문화공간 만드는 사업을 하려고 그를 찾았다. 그저 병원인 줄 알았던 소록도를 처음 방문한 그는 이곳에서 100년간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됐다. 국가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이곳에 가두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마을을 이루고 살 정도였는지는 몰랐다. 소록도에는 7개의 마을이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이 중 가볼 수 있는 마을은 두 군데뿐이다. 주민이 가장 많았던 때는 6000여 명이 살았지만, 이제는 400명 정도 남았다.
“한센병이 있으면 결혼을 못 하게 했기 때문에 이들은 가족이 없어요. 있어도 숨기죠. 그러니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소록도’는 소멸할 거예요. 섬만 남겠죠. 그런데 아무도 이 마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소록도에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어떻게 모르는 일로 넘길 수 있겠어요. 마치 코로나 팬데믹과 비슷하지 않아요? 국가가 강제로 격리하고, 양성이면 병원에서 치료하고 음성이면 마을에서 생활하도록 한 거죠. 전염도 되지 않고 완치 가능한 병이 되었는데도 1980년대까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용돼 강제로 노동하며 살았던 곳이에요. 그런데 그저 슬픈 이야기로만 구전되고 있죠.”
한센병에 관한 의학적 연구 자료는 많지만 이들이 살았던 마을, 집, 생활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었다. 그 역시 직접 보기 전에는 소록도에 100년간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이를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만들어진 주차장 한가운데 남아 있던 장안리 마을 집 한 채를 발견해 안내소처럼 만들었다. 100주년 기념 조형물을 만들자던 병원 장을 설득해 기념관 조성을 제안한 것. 다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서생리 마을 복원 작업을 시도했다. 가장 오래된 집은 1920년대에 지어졌고, 최소 80년이 지난 집들이었다. 소록도의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 일단은 집들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파이프로 보호하는 작업까지만 할 수 있었다.
“앙코르와트 사원처럼 무너져가는 집들과 나무·풀들이 한데 엉켜 있더라고요. 찾아보니 이 집들은 한센병 환자들이 직접 벽돌 한장 한장 쌓아가며 만든 거예요. 당시 병원장이 이곳에 벽돌 공장도 만들었더라고요. 강제로 노동에 동원된 거죠. 그러니 아무리 무너진 집이라 해도, 그 벽돌 한 장을 그냥 버릴 수 없는 거예요.”
해방 이전까지는 일본인들이 남겨둔 기록이라도 있었지만, 해방 이후의 기록은 아예 없었다. 100년간 사람이 살았지만 누구도 손대지 않은 채 있었으니, 마을마다 집의 형태도 조금씩 다르고 시대마다 지어진 집도 달랐다. 또 처음에는 나무로 지었다가 무너지면 벽돌을 덧대는 등 여러 재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섞여 있었다. 조성룡 건축가는 이런 것을 연구하고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범하게 살았던 이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거예요.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걸 기록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증명하겠어요? 사진 몇 장으로 남아 있을 뿐이겠죠. 이 기록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야 도시를 어떻게 만들지도 고민하죠. 도시는 한 번 쓰고 말 게 아니라 지속해야 하니까요. 또 시대마다 도시의 모습이 다르잖아요. 어찌되었든 그것들을 기록해서 평가도 하고 반성도 하고 본받을 것은 본받고 고칠 것은 고쳐가야죠. 아파트는 재건축한다고 하면 항상 다 허물고 새로 짓잖아요. 그게 돈이 되니까요. 그러니 소록도 마을과 같은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소록도를 기록할 수 있도록 몇 년간 노력해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았다. 그런데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이 예산을 다 채어갔다. 무척 기운 빠지는 일이었지만, 소록도의 실상을 알았는데 돈을 주지 않는다고 기록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서울에서 왕복 10시간 넘는 거리를 달리며 그는 아직도 소록도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
“가치는 상대적이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죠. 지금까지 문화유산은 보존의 필요성만 있었지 ‘왜’ 보존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그래요. 어떤 연구자가 논문을 쓰면서 ‘불편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Difficult Heritage를 불편 문화유산이라고 한 것인데, 특별한 해석이에요. 문화유산의 가치가 있지만 사회가 불편해한다는 뜻이거든요.”
이를테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이 불편 문화유산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쳤고 군부독재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에 불편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 조성룡 건축가는 그럴수록 ‘왜, 유산으로 남기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을 기록한다는 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국가가 교과서에 남기는 역사만 있는 게 아니에요. 개인의 역사도 역사지요. 역사가 쌓여서 축적되었다는 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준다는 게 중요해요.” 그가 하는 건축물과 공간의 재생은 어쩌면 역사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탄야 골프클럽(THANYA GOLF CLUB, 전 Tanya Tanee 컨트리클럽)은 돈므앙(Don Mueang) 국제공항에서 20km, 수완나품(Suvarnabhumi) 국제공항에서는 30km 지점에 위치한 27홀 코스로 방콕에서 접근성 좋은 코스 중 하나다. 현재 50개의 콘도가 준비되었으며, 특히 1인 1실의 프라이버시가 적용되는 최적의 숙박 조건을 갖추고 있어 한겨울 골프가 이미 마감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1시간 내 거리
이곳은 평지형 코스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곳곳에 숨어 있는 핸디캡으로 스코어는 그리 쉽지 않다. 넓은 페어웨이를 갖고 있으며 챔피언 티 박스가 없다. 그린 스피드는 8피트 정도이며 그린의 기복도 크지 않다. 페어웨이가 평탄하고 물이 많다. 한겨울을 제외하면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전체 팜트리로 가득하다.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이 허용된다. 캐디 300명, 카트 250대. 1인 1카트로 운영되고 있으며 카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린은 노보텍스(Novotex), 페어웨이는 티프웨이(Tifway) 419 버뮤다, 티 박스는 패스팔룸(Passpalum)을 각각 식재했다.
클럽하우스 왼쪽을 관통하며 B1번 홀과 C7번 홀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송전탑들이 묘한 느낌을 준다. 문명과 자연의 조화 혹은 언밸런스가 동시에 느껴진다. 캐디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특유의 발랄함과 친절함이 우러나왔다. 약간 더운 날씨에 부채를 부쳐주는 등 상상을 넘어서는 친절함이 그 대표 사례다. 벙커들은 대부분 사람 얼굴의 두 눈과 코가 양쪽을 가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독특한 설계다.
야생의 풍광 매력적인 B코스
B코스는 파36, 3307야드, 레귤러 티 3135야드 규모로 이뤄져 있다.
B4번 홀(파3, 315야드) 아일랜드 홀로 그린 주변이 물과 풀들로 둘러싸인 모습이다. 다소 정돈되지 않은 야생적인 그린 주변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다.
B9번 홀(파4, 435야드) 그린 앞 30~70야드 사이에 큰 물길이 가로막아 3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투온이 쉽지 않다. 안전하게 끊어서 혹은 그대로 직공,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린 앞과 뒤에 있는 큰 벙커가 부담되나, 뒤로는 멋진 클럽하우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함정 많아 난이도 높은 C코스
C코스는 파36, 3413야드, 레귤러 티 3254야드 규모다.
C1번 홀(파4, 412야드) 그린 앞 100~130야드에 큰 물길이 가로막으며 왼쪽으로 크게 호수를 이루고 있다. 그린 앞과 좌우로 길게 벙커들이 이어져 훅이면 물속, 슬라이스면 벙커에 유의해야 한다.
C2번 홀(파3, 139야드) 티 박스 앞부터 그린 앞까지 큰 호수가 이어지며 그린 좌우로 작은 물길이 흘러들어 아일랜드 홀을 이룬다. 수많은 아일랜드 홀을 보면서 ‘아름답지 않은 아일랜드 홀은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 이 홀은 극히 예외적으로 아일랜드 홀의 환상을 조금 깬 듯해 아쉽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일랜드 홀은 커다란 호수가 그린을 삼킬 듯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홀은 그린 주변의 물길이 몇 야드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A코스(파36, 3329야드, 레귤러 티 3154야드)는 실제로 라운드를 하지 않아 코스 설명에서 제외됨을 밝혀둔다. 필자는 라운드하지 않은 코스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는 점 널리 이해를 구한다.
시니어 전문 전시회 ‘제6회 대구 액티브시니어 박람회‘가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됐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엑스코와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오는 25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고령화시대 시니어 니즈를 반영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며 총 220여개사가 참여, 310여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취미&문화,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 메디컬&안티에이징, 금융&부동산, 시니어용품, 제론케트놀로지 분야의 최신 정보를 둘러볼 수 있다.
취미, 레저, 키덜트, 건강식품 및 시니어 세대의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제품 전시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
또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액티브시니어를 위해 재태크, 재능기부, 스포츠, 동호회 관련 부스들도 마련했다.
공공기관, 시군구 노인복지관,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 부스에서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며, 시니어 관련 정책, 구인 등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부대행사로는 파크골프대회, 퇴직전문인력 일자리정보제공, 무료건강검진, 시니어 DJ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날 열린 파크골프대회에는 많은 시니어들이 참가해 경기를 즐겼으며, 각종 의료기기를 체험하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올해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세계대회 2022’(ISG 2022)가 동시 개최되어 세계 30여개국의 노년공학 전문가들이 함께해 눈길을 끈다.
박영란 ISG 한국지부장은 "국내 실버산업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왔던 기관과 기업이 대부분 참여해 그간의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가 실버산업 분야의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학회 주제는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