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통해 코로 전달되는 숱한 냄새는 우리 일상에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 보고, 듣고, 맛보는 것처럼 직접적인 확인이 어렵지만 감정의 변화는 물론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형의 존재인 향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높여주는 소재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생활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는 향기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도움말 최아름 ㈜아이센트 대표
언제부턴가 자주 가는 백화점 혹은 극장 등에 들어서면 익숙해진 향기에 이끌린다. 세련된 장식이 된 호텔, 전시관, 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시설은 마치 ‘패션의 완성은 향기’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고유의 향을 간직하고 있다. 향기로 누군가를 기억하듯 공간 또한 인식하게 되는 것. 이를 일컬어 ‘향기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서비스 공간이나 상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를 발산해 이용자가 향기와 함께 훗날에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향기 마케팅이 각광받는 이유
1990년대를 전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향기와 구매 욕구의 상관관계를 입증해왔다. 향기 마케팅 회사 ‘에어아로마(air-aroma.com)’ 웹사이트에는 향기가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쉽게 설명해놓았다. 향기는 소비자의 지출을 늘리고 장기적인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보다 깊은 감성 교류로 인해 이용 만족도 또한 높다고 한다. 미국의 후각연구소(Sense of Smell Institute)의 의견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이 가장 민감하며 하루 중 감정의 75%가 후각의 의해 결정된다. 인간은 대략 1만 개 정도의 냄새를 인식하며,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냄새는 1년이 지난 후에도 65%는 정확하게 기억해낸다. 반면, 시각적 이미지는 50% 정도만 되살아나고 기억의 한계는 3개월 정도라 한다. 후각으로 기억되는 잔상이 길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해 산업적 접근을 시도한 분야가 향기 마케팅이라는 설명이다.
‘빵 굽는 냄새’가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이 있지 않을까 하고 오래된 자료를 찾아봤더니 1997년 4월 ‘베이커리’라는 매거진에서 소개한 ‘빵 굽는 냄새를 향기로 구현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체가 국내 최초의 향기 관리 업체인 (주)에코미스트코리아(현 (주)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에 ‘빵 굽는 냄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던 것. 빵 굽는 냄새가 고객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빵을 구울 수는 없기에 빵을 굽지 않는 시간에도 ‘빵 굽는 냄새’를 지속적으로 풍길 수 있도록 향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자료를 보니 (주)에코미스트코리아는 마늘빵 향을 개발했고, 소량으로도 25평 규모의 매장에서 하루 종일 고소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며 기사가 마무리됐다. 실제 빵집에 마늘빵 향을 설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에코미스트코리아 최영신 대표는 미니 인터뷰를 통해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되살리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며 “이는 특정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연상 작용으로 이어져 구매 충동을 일으킨다”고 향기 마케팅에 관련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공간 센팅 (ambient scenting)
매일매일 변화를 맞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사회 속에서 향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글로벌 향기 마케팅 회사 (주)아이센트의 최아름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보이지만 이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연결되고 감정적인 자극을 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특히 요즘은 쇼핑이나 영화 관람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보니 소비자의 방문이 필수인 서비스 공간을 훨씬 더 기억에 남게 하려고 감정적 연결고리를 향기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마케팅을, 공간에 향기를 머무르게 하는 ‘공간 센팅 (ambient scenting)’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대상에 몰입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물론 향기 마케팅은 소비자가 해당 공간에 머물면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다른 마케팅보다 따뜻한 감정과 신뢰를 주는 것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환경 향수로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향기 마케팅이 꼭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만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세계 최대 향료 회사 중 하나인 피르메니히에 의뢰해 화장실 악취를 꽃향기로 바꿔주는 ‘화장실 향수’를 개발해 개발도상국 화장실 개선 사업에 힘쓴 바 있다. 또 화장실이 부족해 이로 인한 질병에 노출된 아이와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에도 이 향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향기 마케팅 회사 아이센트 또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체취, 화장실 냄새 등과 같은 악취를 효과적으로 중화해주는 환경 향수를 개발했다. 이 향수는 특허받은 성분으로 만들어 상쾌하고 기분 좋은 환경으로 바꿔준다. 시니어가 많이 드나드는 공동 시설의 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최 대표는 언급했다. “시니어가 활동할 때 좋은 향기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오렌지 향 같은 시트러스 노트 계열의 향은 우울증 감소에 도움이 되며 초콜릿, 바닐라처럼 달콤한 향은 식욕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한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나에게는 조그만 여행용 가방이 있다. 벌써 몇 년째 충실한 동반자 역할을 하며 지구 반대편을 함께 다녔다. 서유럽, 북유럽 등 여러 나라를 다녔고 터키에도 10여 일이나 넘게 동행했다. 옛날에 가지고 다니던 가방은 좀 낡고 작아 새로 구매했는데 귀중품을 넣기에 적당한 크기여서 애용했다. 여행할 때는 어깨걸이 멜빵을 하고 허리띠에 끼워 덜렁거림을 방지하면서 도난의 위험을 막았다. 그렇게 몇 년을 함께했어도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 여행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철옹성 같았던 가방 문이 열린 것이다. 여행 중 가이드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소지품 조심하라는 말이다. 가방 속에는 여권, 신분증, 신용카드, 현금 등 귀중품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면 어렵게 온 여행을 망치게 된다. 여권 없이는 꼼짝도 못한다. 유럽은 이러한 가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떠돌이 집시들이 많다. 가난한 나라에서 넘어와 일자리 없이 방황하거나 쉽게 돈 버는 일에 빠져든다. 그래서 도난사고가 잦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 내 가방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지나쳤던 걸까? 스페인의 유명한 관광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꽃보다 할배’라는 모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누에보다리’에서였다. 신구 시가지의 경계인 120m 협곡에 놓인 다리 길이는 얼마 안 되었는데 아래로는 완전 벼랑이었다.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벼랑 위 양쪽에는 조그만 집들이 제비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카페도 있어 차를 한잔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 기이한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나도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옮겨가며 열중했다.
이때 어디서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저씨~” 마치 비명소리 같았다. “저 사람이 아저씨 가방에서 검은 지갑을 꺼냈어요~” 돌아보니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젊은 남녀와 시어머니로 보이는 아줌마 한 분이 있었다. 그중 젊은 여자가 내 가방을 뒤졌다고 했다. 곧바로 외국인 3명의 신병을 확보한 뒤 뭘 가져갔느냐고 보디랭귀지로 따지니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딱 잡아뗐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가방 문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무기력한 듯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가방 속을 살펴보니 다행히 지갑은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의 외침을 듣는 순간 도로 집어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혼자 하지 않고 신혼부부나 가족처럼 여행객을 가장한 3인조 전문 털이범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행운이었다. 만약 지갑이 털렸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팔을 잠시 올렸을 뿐인데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그들은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다. 주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작전 성공이었을 것이다.
여행 관련 격언이 떠오른다. “등 뒤에 있는 물건은 공동의 것이고, 옆에 있는 것은 나눠 쓰는 것이며, 앞에 있는 것만이 내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문방구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맘에 드는 오색 볼펜을 한 자루 샀다. 책이나 신문을 볼 때, 언제든 좋은 구절을 발견할 때 밑줄을 치기 위해서다. 한 번 읽고 치우기에는 아까운 글이나 문장에 오색 볼펜으로 밑줄을 그으면 시각적 효과도 있고,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흑백을 컬러로 살려낼 문장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설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루 만에 그 볼펜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참 난감했다. 생각해보니 볼펜은 내가 사용하고 있을 때만 내 것인 것 같다.
볼펜은 내 옷 주머니마다 들어 있다. 아랫바지 주머니에도 하나, 윗도리 주머니에도 하나, 그리고 속주머니엔 몇 개가 한꺼번에 들어 있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출동 준비를 할 수 있는 전투부대 같다. 이렇게 넣고 다녀야 마음이 편안하다. 메모를 자주 하는 습관이 있어서다. 신문을 읽을 때, 괜찮은 문장을 발견할 때 밑줄을 긋는 건 이제 일상화되어 있다. 쏟아져 나오는 많은 정보를 또다시 읽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주머니에 볼펜이 없으면 항상 불안하다.
그런데 볼펜은 한꺼번에 몰려 있다가도 어느 날엔 모조리 수해지구 출장 나간 주민센터 직원들처럼 한 개도 없을 때가 있다. 아무리 주머니 위아래를 뒤져봐도 그 많던 볼펜이 한 개도 없다. 이럴 때는 몽당연필이라도 줍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애를 태우다가도 어느 때가 되면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물새 떼처럼 가득 들어차 있다.
신기한 것은 내가 산 볼펜이 며칠 안 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처음 보는 볼펜도 내 주머니에 들어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구매할 때 가장 마음에 드는 모양을 골라도 그때뿐, 사용하다 보면 디자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잉크가 고루 잘 나오기만 하면 그만이다. 한때 가격이 저렴해서 뭉텅이로 사놨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잉크가 부드럽게 나오지 않아 동그라미 하나 긋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중국에서 수입해온 물건들은 불량품이 많았다. 그래서 볼펜은 사용하던 제품을 또 쓰게 된다.
볼펜은 소유와 집착에서 자유로운 물건 같다. 볼펜이 없어져도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다.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도구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아마도 볼펜은 공동의 물건이요, 나눔을 실천하는 표징인지도 모른다. 내 주머니에서 들락날락 자유롭다. 쉽게 빌려주기도 하고 빌려 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임에 틀림없다. 자주 들락거리는 자유가 있는 볼펜, 소유했으나 구속되지 않는 모습이 재미있다.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
여행은 일종의 병이다. 갈 곳을 정하면,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듯 급하게 떠나곤 했다. 돌아올 때면 더 허겁지겁 돌아왔다. 그래도 머릿속은 삭제 버튼을 누른 듯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전했다.
서울시도심권50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여행 in 상하이‘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다!‘싶었다. 여행 기획하기, 실전 여행하기, 여행기 만들기 등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여행을 기획하는 교육과정이었다.
주로 여행을 가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편하게 따라다녔다. 종종 쇼핑의 들러리가 되어 계획에도 없던 물건으로 가방을 채우기도 했다.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감동도 덜 했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던 차라 얼른 참여했다.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12명이 선발됐다. 총 8회, 24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는 등 실전 기획에 들어간다. 항공권은 보조를 받고 그 외 비용은 자기 부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짠내투어’가 됐다.
항공권 예약을 위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도로 확인했다. 인민광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김포공항과 홍차오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 국적기보다는 중국 민항기의 가격이 저렴해 동방항공을 선택했다. 예약은 빠를수록 좋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로 G마켓 여행, 인터파크투어, 여행박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시간대와 가격이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싸게 사는 요령은 성수기를 피하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항공권이나 공동 구매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호텔 예약은 몇 개의 앱을 비교해보면 된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각 나라의 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본 사람과 어느 관광지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오전과 오후 중 언제 떠날지 등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룹 이름을 ‘즐상’이라고 지었다. 상하이를 즐기자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여자 둘, 남자 둘, 총 넷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여자 둘만 남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한 팀이 되면 의견이 안 맞아 팀이 깨지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대로 강행할 것인지 포기해야 하는지 위기가 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조와 달리 네 명이 나눌 일을 두 명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계획은 몇 번이고 수정됐지만, 상하이 여행책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다.
상하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상상 속 상하이에서 푹 빠져 보낸 시간은 기대와 행복에 젖게 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든 상관없다. 각자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고 어차피 다양성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계획을 짜고도 팀원의 기호를 신경 쓰며 존중과 배려의 시간을 보내는 겸손한 경험도 우리를 멋지게 만들었다. 패키지여행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떨림으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과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떠듬떠듬하는 언어보다는 몸짓 언어가 아주 효과 있다는 경험을 한 이후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실수도 즐기며 불편함도 경험으로 받을 준비를 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은 조사한 것을 하나하나 펼치며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근사한 안목이 더해지기를 기대하며 설렘을 마주했다.
경제 성장이 절실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불 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렸더니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한 마리로 불렸다. 고도성장을 과시하듯 연이어 열린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전쟁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낸 듯 우리나라가 함박웃음 짓던 그때. 우리를 동경하던 대륙의 청년이 있었다. 한국의 발전상이 그저 궁금했을 뿐 저 먼 미래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눈 맑은 청년. 훗날 그는 한류 문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한류를 파는 중국인, 중국 온라인 패션 기업 한두이서(韓都衣舍) 두정국(杜廷國) 부회장을 만났다.
한류 때문에 하루가 바쁜 사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빡빡합니다. 이곳저곳 다니며 직접 상담하다가 돌아갑니다.”
한국에 오면 주로 뭐하냐는 질문에 재미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패션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온라인 기업 한두이서그룹주식유한공사(이하 한두이서) 공동 창업자이자 부회장의 서울 일정이 야박할 정도로 쉴 틈이 없다. “그저 일만 하다 간다”는 넋두리가 여운처럼 슬며시 깔린다. 알고 보면 사정이 딱하지도 않다. 한국에 오기 위해 이용하는 중국 칭다오 류팅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한 시간 거리. 중국 내 출장보다 가까워 당일 출입국이 가능할 정도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두정국 부회장에게 대한민국 서울은 나쁘지 않은 업무 장소다.
“한국 분들이랑 짧게 몇 마디 정도 대화하면 제가 한국 사람인 줄 알더라고요. 얘기가 깊어지면요? 그때는 중국놈으로 알아챕니다!(웃음)”
중국 사람을 낮춰 부르는 표현도 넉살 좋게 쓰는 것을 보면 한국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두정국 부회장은 한국 기업과 한두이서 사이 소통 창구 기능을 톡톡히 하며 한국을 자주 찾고 있다. 최근 한국 콘텐츠 회사와의 만남은 물론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패션 업체와의 선약으로 한국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시니어 패션도 한류다
한두이서(韓都衣舍)는 ‘한국 옷을 파는 집’이란 뜻이다. 2006년 온라인 전문회사로 창립해 2년 뒤인 2008년 본격적인 한류 패션 전문 쇼핑몰로 새 단장했다. 중국 온라인 패션 업계 1위 자리를 꿰찰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지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모델을 기용해 촬영한 이미지로 한두이서 홈페이지(handu.com)를 채우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델이 죄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친근함이 묻어난다. 한두이서가 특히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이유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스타 전지현, 지창욱, 박신혜 등을 피팅 모델로 발탁했다는 점. 배우 전지현은 지금도 한두이서를 대표하는 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출에서도 한두이서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룹 내 자체 브랜드 16개 중 하나인 ‘H스타일’은 이용 회원만 1700만 명, 연간 매출은 우리 돈으로 3500억 원이 넘는다.
한두이서 홈페이지에는 매일 한류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유아, 어린이, 시니어 브랜드에 이르는 제품들이 각각 100개 이상 업데이트된다. 특히 ‘H스타일’ 못지않게 시니어 패션 브랜드의 활약도 눈부시다.
“4, 5년 전에 꽃중년 여성을 겨냥한 한류 스타일의 브랜드 디큐나(Dequanna)를 런칭했습니다. 젊은 중국 여성 패션이 한국과 큰 차이가 안 나는 반면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중년 패션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그것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탤런트 윤해영 씨가 ‘디큐나’ 홍보모델로 활약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큐나의 실제 구매자는 누구일까? 바로 H스타일에서 옷을 사 입는 시니어의 자녀들이다.
“스스로 옷을 사 입는 시니어도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구매합니다. 우리 메인 브랜드인 ‘H스타일’ 회원만 1700만 명이고 한두이서몰 전체 회원이 4000만 명입니다. ‘H스타일’에 들어왔다가 ‘디큐나’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입는 옷에도 눈이 가는 것이죠.”
현재 중국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시니어 패션 브랜드 중에서 ‘디큐나’가 1위라고 두정국 부회장은 말했다. 1위가 아니면 배우 윤해영을 어떻게 쓰겠냐며 시원하게 웃는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류를 알아보다
두정국 부회장이 배우 윤해영을 설명하면서 MBC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 나왔던 배우라고 소개해서 적잖이 놀랐다. 1990년대 후반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이지만 한류 드라마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 그렇다면 한류 전문가 느낌이 물씬 나는 두정국 부회장은 언제부터 한국을, 한류를 직감한 것일까?
“한국을 알게 된 건 한류 열풍이 불기 아주 오래전 전부터죠.”
이웃 나라 한국의 성장이 궁금했던 두정국 부회장은 한국을 알고 싶은 마음에 1993년 산둥대학교 외국어학원 한국어학과에 진학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어학과가 신설됐으니 한국어를 배운 첫 번째 세대다. 한류 전문가로서의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뭔가 멀리 봐서 전공을 결정한 거라기보다는 한국의 빠른 성장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운 것이 운명이었던 것이죠. 마침 우리 회사 조영광(趙迎光) 회장님도 같은 학과, 같은 반 출신입니다. 유학덕(劉學德) 한국지사장은 기숙사 룸메이트였고요.”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많이 알게 됐다.
“1980~90년대, 중국에서는 홍콩류나 일본류가 있었습니다. 오래가지 못했어요. 인기가 좀 생기나 싶었는데 사라졌어요. 그런데 한국어를 전공한 저와 회장님은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는 다른 나라의 유행과 달리 침투력이 강했습니다. 1990년대 말 한국 정부도 국가 정책으로 문화 관련 사업에 투자를 많이 했고요. 유행이 오래갈 것으로 판단했고 사업 콘텐츠로 삼기로 했습니다.”
한류 패션을 지탱하는 것은 한류 문화라고 두정국 부회장은 목소리에 힘을 줘 강조하면서, 한류 패션은 한류 문화, 드라마, 연극, 영화 등으로 시작해 패션으로 뻗어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스타에 대한 친근함도 중국 스타와 비교되는 점이었다고.
“중국 일반인에게 연예인이란 거리감이 있고 숭배해야 하는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한류 문화로 알게 된 한국 연예인은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뭐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대상이었어요. 한국 사람들을 보면 노래도 잘하고, 잘 노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욕구가 있는 만큼 한류 패션도 생명력이 있다고 판단했죠. 결국 우리의 판단이 맞았음이 증명되고 있잖아요. 2003년쯤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5년이 지났는데 한류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한류 스타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 그 노력의 결과로 중국에서 제일가는 온라인 패션 브랜드로 한두이서는 성장했다. 현재는 한류 패션을 넘어서 뷰티와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투명 경영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든다
두정국 부회장에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마음 관리에 꽤 엄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철저하게 채식을 하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 도를 닦는 마음으로 자신을 내려놓고 행동하고 사고한다. 두정국 부회장은 본인의 생각이 회사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살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두이서의 비전은 사원들과 외부 파트너가 꿈을 성취하고 실현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저만의 생각이 아니고 임원진과 함께 많은 토론을 거친 부분입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의 꿈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고자 합니다. 우리 회사 문화는 협동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궁극적으로 직원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들면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직원들이 부자가 되면 회사는 더 큰 부자가 되는 거잖아요. 직원이 다 실패하면 회사도 물론 무너지고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사주 일가의 갑질과 관련한 이야기가 새어나와 두정국 부회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경쟁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항상 남을 이기려고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부작용은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안전하게 오래 사업을 하고 싶다면 투명 경영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대내외적인 투명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모두가 좀 솔직해야죠.”
한두이서는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지양한다. 대신 작은 조직체를 많이 만들어서 개별적으로 일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실적이 좋은 팀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이때 원인을 파악해 팀원을 다른 조직으로 분산 배치하거나 개인 실력 차에 따라 조직에 기여하게 한다.
“이것도 자연의 법칙입니다. 순환의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죠. 우리는 온라인 시장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두이서는 회사 내 조직이나 관련 외부 업체가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줍니다. 물류, IT, 생산, 홍보 등 다양한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사내 자체 브랜드이든 파트너 업체이든 모두 한두이서의 시스템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회사 연혁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빠르게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온라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런 조직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온라인에서는 이런 식으로 조직을 이끌어가야 발전 흐름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한두이서의 장기적인 목적 중 하나가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한두이서 내부 조직을 포함해 함께 일하는 업체가 더욱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성장 중이거나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교육도 제공하고 온라인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췄기 때문에 한두이서가 중국 내 규모가 가장 큰 온라인 브랜드 그룹이 됐다고 두정국 부회장은 설명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와 협약식이 있었다.
“우수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돕는 것도 우리 일입니다. 오늘은 임블리(부건FNC)와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나라마다 온라인 시장의 규칙이 다릅니다. 무턱대고 진출하면 실패율이 높습니다. 임블리가 한국에서는 잘나가는 회사일지 몰라도 중국 시장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예요.”
끝으로 한류를 파는 두정국 부회장에게 한류의 수명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냐고 물었다. 뉴웨이브란 이름으로 왔다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타이완류, 일본류, 홍콩류는 늘 있었다.
“제가 50년은 더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겁니다. 한류의 유통기한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일본류나 홍콩류보다는 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류 문화 기반이 이미 잘 닦여 있으니까요. 한류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한류 패션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할 것 같습니다.(웃음)”
‘저금리 파티’가 끝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략 10년간 지속돼온 저금리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금리 인상은 은퇴 후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빚을 가진 이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든 ‘베이비부머(1955~1963년)’ 세대가 빚의 굴레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美 금리인상, 국내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월 말 성명을 통해 “시장을 기반으로 한 물가가 최근 수개월간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자산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고,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미 연준은 지난 2015년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금리 인상의 시동을 걸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드는 2018년에는 약 3차례 수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왔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4차례 금리 인상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 최근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조사 때보다 2개 기관이 더 늘었다. 올해 3차례 인상을 전망한 곳은 9개 기관으로, 전월보다 한 곳이 늘었다.
이민구 한국씨티은행 WM상품부 부장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매거진 ‘MONEY’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연 3회 수준의 완만한 금리 인상과 점진적인 유동성 축소를 예상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어 금리 인상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국내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미 간 ‘금리역전’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올해 미국은 3~4차례의 금리 인상 예상이 우세하지만, 한국은 1400조 가계부채 등으로 1~2차례 금리 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 1.25∼1.5%인 미국의 정책금리와 연 1.5%의 한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18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작한 2008년 말(64조5080억 원) 이후 미국의 한국 주식 보유액이 4배 이상 급증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가 높아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의 자금유출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수익으로 노후 준비 ‘빨간 불’
올해 말 은퇴를 준비하는 50대 중반의 L 씨는 최근 금리 인상 소식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 씨는 “향후 은퇴하면 퇴직금으로 월세를 받는 임대사업을 고려했는데, 부동산 규제도 많아지고 대출 문턱도 까다로워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크게 들썩이고 있다.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이 늘수록 임대수익은 떨어지는 구조다.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임대가구는 2012년 28만 가구에서 2016년 43만 가구로 5년 새 15만 가구나 늘었다. 이 기간 임대가구의 금융부채는 180조 원에서 226조 원으로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은퇴 세대 상당수가 비은행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50~59세의 저축은행·비은행금융기관 대출비중(담보 및 신용대출 기준)은 17.7%, 60세 이상이 25.7%였다. 이는 30대 7.3%, 40대 11.9%에 비해 단연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 대출의 경우 고금리인 데다 소득 수준이 은퇴 이후 급격히 줄어들게 돼 위험가구에 포함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지난 1월 말부터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시행되면서, 소득이 적은 은퇴자의 시중은행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비은행권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 신DTI는 소득증빙 요건이 까다롭고, 은퇴 전후세대의 경우 소득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대출 한도를 낮춘다. 이처럼 대출 문턱은 높아지는데, 대출 이자마저 치솟고 있어 빚이 많은 은퇴 세대나 자영업자의 이중고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고려해 안정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사회적기업인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서경준 본부장은 “부채를 안고 임대사업이나 창업을 한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적 영향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월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규모 등을 줄여 현금흐름을 합리화하고, 임대사업 수익 등이 매우 저조한 경우 매각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연말 은행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61%로 2014년 10월(3.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3.39%)부터 4개월 연속 오르며 0.22%포인트나 올랐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28%에서 3.42%로 0.14%포인트 상승했고, 신용대출은 3.78%에서 4.49%로 무려 0.71%포인트 올랐다.
그간 저금리에 애태웠던 예금생활자들에게 금리 인상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금융권은 금리 혜택을 높인 예·적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증시는 불안하고 금리는 올라가면서 시중의 돈이 안전 자산인 ‘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연 2% 이상의 금리를 내세운 시중 은행의 특판 예금 상품은 ‘조기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연 2.1% 금리로 특별 판매한 ‘우리투게더 더드림 정기예금’은 출시 후 4거래일 만에 완판됐고, SC제일은행의 공동 구매 정기예금도 출시 11일 만에 1000억 원을 조기 달성해 가입 고객 모두 최고 금리인 연 2.3%를 적용받는다.
전북은행은 2월 5일부터 3월 2일까지 ‘상반기 고객감사 특판 예·적금’을 판매한다. 가입기간이 12개월 및 24개월인 특판 예금은 최대 연 2.4%(우대금리 포함), 만기 12·24·36개월로 판매되는 특판 적금은 최대 연 2.65%의 금리가 적용된다. 판매 한도는 1000억 원으로, 조기 소진될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금리도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2월 둘째 주 기준 예금금리는 별다른 조건 없이 연 2.2%다. 저축은행 예금상품 금리는 2% 중후반대로,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다. 2월 13일 기준 만기 12개월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을 살펴보면, 페퍼저축은행이 최고 연 2.27%의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세종저축은행은 연 2.66%, 안국저축은행과 키움YES저축은행은 연 2.65%의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 4% 적금 상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은 최고금리가 연 4.7%로, 여행 고객을 잡기 위한 특화상품이다. 우리은행·우리카드 실적에 따라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지금의 50+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과제는 아마도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이었을 겁니다. 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자산증식 수단이었고, 한때 성공과 노후 대비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세상은 변해 대다수 50+ 세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달랑 ‘집’ 하나인 것이 현실입니다.
50+ 세대는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욱 길어진 인생 후반의 삶을 계획해야 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현실에서 50+ 세대 인생 재설계의 핵심은 바로 주거계획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집 문제는 생애설계 영역과 분리되어 부동산 자산운용 관점에서만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 대한 생각도 바꾸고, 조금은 다른 상상을 해봐야 합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품위를 유지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퍽퍽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현재의 아파트 구조가 노년의 사회적 고립을 고착시키는 시스템은 아닌지, 청년주거 문제와 하우스푸어 위기에 놓인 장·노년층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 공간 외 공동 공간을 만들어 어울리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건 어떨지…. 지금껏 우리가 가졌던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상상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집이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재무설계 중심의 생애설계가 아닌 머물러 사는 집, 어울려 사는 집의 관점에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저비용 구조로 삶을 다운사이징하고 가치 중심의 관계 형성에 노력해 비록 소득은 줄어도 덜 쓰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령화와 장기 저성장 시대가 이들로 하여금 공동체 주거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공동체 주택은 내 공간은 작지만 실용적으로 함께하는 공간은 합리적으로 구성해 주거비용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처럼 한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담을 쌓고 사는 단절된 관계가 아니라, 이웃들과 주거 공동체로 사회적 가족을 이룸으로써 노력하기에 따라 이웃과 함께하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주거공간으로서 공동체 주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필자가 살고 있는 공동체 주택 ‘여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백은 30대에서 60대, 1인 가구와 부부 가구, 3대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인 공동체 주택입니다. 여백은 힘들고 불안한 도시의 주거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길 원했던 사람들이 모인 생활 공동체입니다. 전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우리는 2015년 초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공동체 주택 입주 희망자 모집을 통해 만났으며, 이후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공동체를 이루어갔고, 집짓기를 병행한 끝에 2016년 8월 여백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집터(경기도 고양시)를 잡으면서부터 적극적으로 마을과 소통하며 같은 주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잘 아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는 공동체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체 주민으로서의 인식은 누가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에서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시에서와 같이 타인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누군가 옆에 있다는 안정감이 정서적인 변화라면, 공동구매나 일상에서 수시로 이루어지는 소소한 나눔과 교환, 도움 주고받기 같은 활동은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생활비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절감이나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생활 문제에서 지역사회는 물론 좀 더 거시적인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구성원 각자가 “공동체로 살아보니 좋구나!” 하는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공동체 주거는 매우 별난 사람들의 특별한 주거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시민이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만나 공동체 주택을 짓고 잘 사는 것을 보았을 때,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 주택은 더 이상 집값에 연연해하는 사적 재산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지역에 열려 있는 사회적 자산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주거 공유로 모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해지고 각자가 가진 재능을 집단 지성으로 발휘하고 조직화할 때,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주택을 중심으로 노년기 삶에 필요한 생활서비스 등을 전개하며 시설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공동체 복지를 이루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복지 정책은 지금처럼 가족의 부재와 빈곤의 증명을 요구하며 노인을 복지센터 등 시설로 끌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과 소규모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청·장년이 가족의식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데다 인간을 더욱 파편화하고 물화시켜 더 소외된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각종 시설 등 하드웨어에 쏟아 붓는 막대한 비용을 가정이나 가족의 회복, 공동체 육성을 위해 투입해야 합니다.
보통의 서민들이 생각하는 노년의 삶은 공공복지의 최저생활 보장도, 고급 실버타운의 비싼 서비스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에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공동체 주거는 바로 이들에게 노년의 안정적 주거와 새로운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는 훌륭한 주거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이란 옛말이 있습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하고 같이 산다면 천만금이라도 아까울 것 없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남북조시대 송계아(宋季雅)라는 관리가 가격이 백만금밖에 안 되는 집을 천만금을 주고 산 뒤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사람들이 의아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했고[百萬買宅] 나머지는 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千萬買隣]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연 누가 나의 이웃이며, 나는 어떤 이웃일까요? 거필택린(居必擇隣). 좋은 이웃을 선택해 살 집을 정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지혜를 우리는 지금 다시 배워야 합니다.
일전에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패딩 구매 파동이 일어났다. 일명 ‘평창 롱패딩’으로 불리기도 하는 물건인데 이를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길바닥에서 자는 소동까지 벌어진 것이다. 물론 한정판이고 일종의 기념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고 싶은 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이다. 도시에 롱패딩이 넘쳐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평창 롱패딩이 새로운 유행을 선도한 셈이다.
우리는 유독 유행에 민감하고 명품에 약하다. 하긴 어느 나라나 시기별로 유행하는 패션이 있는데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정도가 심해 남의 눈치를 보는 수준까지 되었다. 자신의 입성에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남의 눈을 의식해 어느 정도 맞춰 입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다. 주말 가까운 근교 산 입구에 가면 거의 제복 수준으로 등산복을 차려입고 줄을 서 있다.
비단 입는 것만이 아니다. 많은 이가 주도적인 소비보다는 남들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 대표적인 것이 ‘후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요즘은 식당 하나를 찾아도 일단 그 집에 대한 후기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해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기보다 후기가 좋은 식당을 찾게 된다는 게 문제다. 그렇게 낚이고 낭패를 경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가 소문에 민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산악이 많은 지형의 나라에서 정착성이 강한 농업을 주업으로 하며 살다 보니 다른 지역과 교류가 적은 환경이 고립성을 강화하고 그 결과 공동체 안의 정보가 삶의 중요한 무기와 자산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환경적 유전인자가 최근의 IT 기술 발달에 힘입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런 우리의 성향을 증폭시키는 데 엄청나게 기여한다. 소위 ‘인증샷’은 남들과 같아지려는 눈물겨운 몸짓이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소외되고 잊힐까 두려운 것이다. 이렇게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패거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비슷한 성향끼리 한데 모여 안도하고 그렇지 않은 다른 부류를 왕따시키고 나아가서 그들을 비난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패거리 정치도 따지고 보면 개성이나 주관 없이 한데 모인 부류끼리 진영을 형성하고 진실과 관계없이 무조건 한 목소리를 내는 나약한 존재들이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선진 민주주의가 남들 눈치 안 보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가 갈수록 전체주의로 퇴행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남들 눈치 보는 문화의 이면에 남에게 강요하기가 있다. 이는 동전의 양면으로 소위 ‘정’이란 말로 포장된 우격다짐이다. 상대가 좋아하는지는 관계없이 내가 좋으면 강요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여행하는 TV 프로그램에 보면 수산시장 아주머니가 막무가내로 좋은 것이라며 여행객의 입에 산 낙지를 쑤셔 넣는다. 이런 문화적인 심리적 폭력은 '남도 나와 같을 것이며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의 산물이다.
끈끈한 정이야말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성이라고 대부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정’이 우리 사회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깊은 밤 스마트폰 단톡방에 왜 가족 행사 사진을 올리나요? “전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지금 아는 사람도 정리 중이라구요?”
택시운전사를 선망하던 시대가 있었다. 차량의 증가를 운전자가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던 시절. 그때만 해도 운전면허증은 우월함의 상징이었다. 미래에도 그런 시대가 올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바로 최근 유행하는 드론 얘기다. 이제 드론은 사람을 나르고, 농기계로 쓰고, 짐을 배달하고, 군사용으로도 쓰인다.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드론을 보면 자동차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땐 지금의 용도를 상상하지 못했다. 드론도 그렇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성장은 시니어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까.
드론을 정확히 정의하면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뜻한다. 드론 하면 떠올리게 되는,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형태의 비행체 외에 정찰이나 지상목표물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군용 무인비행기도 드론에 속한다. 우리가 드론이라고 생각하는 비행체는 항공안전법상 무인비행장치에 속하는 무인멀티콥터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려 멀티콥터라고 부르는데 장비에 따라 대개 4~6개의 프로펠러가 작동한다.
드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역시 기술 발전 때문이다. 과거 드론 형태의 원격조정 비행체는 제 몸 하나 띄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늘로 날아올라도 조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격조정 헬리콥터는 동호인 사이에서도 난이도가 최고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조종이 어렵다. 그러다 약 5년 전부터 드론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메라를 거뜬히 싣고 날아올랐고, 방송용 헬리콥터에 사람이 타고 촬영한 것보다 떨림 없는 안정된 화면을 제공했다. 적재할 수 있는 무게도 늘고, 조종이 쉬워지면서 드론의 용도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방제 조종사 성수기에 연소득 올려
대표적인 드론 관련 직종은 역시 영상이나 사진 촬영 분야와 연관이 있다. 이미 드론을 활용한 항공촬영 업체가 여러 곳 성업 중이다. 일반 방송촬영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용 영상, 지도제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또 다른 유망 직종 분야는 농업. 그중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농업용 드론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드론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약 1억원에 이른다는 발표도 있었다. 상용 드론 시장의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넓은 농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은 농촌의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제용 드론의 도입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부터 농약살포용 드론을 ‘무인항공방제기’로 분류해 정부융자지원 대상 농기계로 등록시키고 있다. 아직은 중국산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산 업체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드론을 이용한 수요가 늘면서 “3개월 일하면 1년 쉬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능숙한 드론 조종사는 월 소득이 300만~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농약 살포시기가 정해져 있고, 아직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일부 지자체에선 공동구매 형식으로 지역 농민을 대신해 드론 방제업체와 일괄 계약하기도 한다. 산업용 드론은 12kg이 넘으면 자격증 소지자만 운용이 가능하다. 농가에서 정부 융자를 통해 드론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용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등 쉽지 않다.
농약 살포에 드론 활용이 선호되는 데에는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농민 5~6명이 하루 종일 살포해야 하는 면적을 드론은 한 시간이면 방제한다. 게다가 사람이 뿌리는 방식은 농약이 비처럼 떨어져 농작물의 윗면만 도포가 되지만, 드론으로 방제할 경우 강한 바람으로 와류가 발생해 농약이 앞뒷면에 골고루 묻는다. 면적당 농약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토양 관리에도 유리하다.
국내에서 대표적 드론 개발 기업으로 알려진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방제용 드론은 아직 모든 조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방제 지역의 위치나 면적을 사전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농약이 살포되고, 살포된 양까지 빅데이터로 기록해서 농작물의 생육까지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로봇에선 완구용 드론 생산뿐만 아니라 어린이 대상의 드론 코딩 교육도 하고 있는데, 드론의 위치, 고도, 동선, 비행시간 등을 프로그래밍해서 드론 동작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런 코딩 방식이 산업용 드론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방제 등 드론을 응용한 각종 작업이 간편해진다.
이 밖에도 드론은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분야에 쓰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드론 조종자를 미래 유망 직업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5년 내 부상할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했을 정도. 군이나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에서 드론 운용 전문가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수색이나 정찰, 구조 작업에 드론이 쓰이고 원자력 발전소 같은 주요 건축물 점검이나 교통 상황 분석 등에도 활용된다.
자격증 취득 비용은 300만원 선
기본적으로 완구나 경량 드론은 비행 가능 지역이라면 누구든 날릴 수 있다. 그러나 12kg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드론은 초경량 비행장치 비행자격증명 중 무인회전익비행장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4세 이상의 운전면허나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수준의 신체검사증명이 있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지정한 기관에서 2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쌓아야 한다. 파일럿의 숙련도를 인증받은 비행시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행시간을 쌓기 위한 비행은 교관 입회 하에 휴일과 날씨가 안 좋은 날을 제외한 날 중 낮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획득하기는 어렵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은 시니어가 자격증 취득에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격증 취득은 학과시험을 본 후 항공이론 구술과 실제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자격 취득을 위한 지정 교육기관은 항공교육훈련포털(www.kaa.atims.kr)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조종자격 취득 희망자는 포털을 통해 국내 모든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교육이력 및 증빙자료, 자격증명 취득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자격을 획득한 인원은 지난 2월까지 총 1536명. 그간 전문교육기관이 부족해 배출 인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각종 규제혁신, 조종교관 요건완화, 교육기관 설립지원 등을 통해 전문교육기관이 확대돼 지난해 교육수용 가능인원 994명에서 두 배가량인 17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강생이 부담해야 할 교육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가자격증 과정은 약 300만원 내외다.
시니어 취미로도 안성맞춤
전문가들은 드론이 시니어에게 알맞은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직업이 아닌 취미로 즐길 수도 있고, 또 맘만 먹으면 충분히 수익 사업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드론교육협회 이재윤 대구시협회장은 “시니어들이 드론을 배우고 나면 집중력도 늘고 손주나 다른 가족에게 아직 늙지 않았음을 자랑하는 계기로도 삼는다”며 “드론 조종이 산책이나 운동을 유도하고, 치매예방 등 교육 외적인 효과도 있어 노인대학 등에서 학과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드론은 잘 알려진 촬영이나 방제뿐만 아니라 드론의 유지 보수, 강사 등 다양한 직업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조종교관자격 취득이나 숙련도를 확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부산인적자원개발원과 함께 시니어드론기술창업스쿨을 운영했던 동의대학교 임환섭 교수도 “모집과정에서부터 시니어가 상당히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며 “드론과 관련한 창업에 성공한 분과 수료생들의 취업 소식을 접했는데, 보람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또 방제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귀촌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역 주민들의 인심을 얻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귀촌의 성공은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드론 방제 기술이 있다면, 연고가 없거나 마을발전기금을 내놓지 않아도 환영받는 존재가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