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집에서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두 전시의 가상현실(VR) 영상을 제공한다고 10일 밝혔다.
전시 VR 영상은 전시 공간을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며 볼 수 있는 실감 영상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와 작품을 클릭해 공간을 이동하면서 전시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실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영상, 텍스트, 오디오 가이드 등도 제공한다.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 작가 15팀이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서 ‘가족’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시 VR 영상에서는 참여 작가인 듀킴의 뮤직비디오, 정유경의 '이등병의 편지', 아이작 충 와이의 '미래를 향한 하나의 목소리', 아츠시 와타나베 '7일간의 죽음' 등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수집, 전시, 보존 및 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과 복원'을 소개하는 전시로 보존과학자의 업무를 보여준다. VR 영상으로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의 전시소개를 비롯해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라라)', 권진규의 '여인좌상', 이갑경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전상범의 '새-B', 이서지의 '풍속도' 각각의 보존처리 영상, 보존과학자 3인(강정식, 김겸, 차병갑) 인터뷰 영상 등을 제공한다.
VR 영상은 미술관 누리집 내 '온라인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전시 전경을 담은 영상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전시를 다시 보고 싶은 관람객들에게 VR 영상이 생동감 있는 전시 경험을 제공하길 바란다”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 실감형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디지털 미술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국민 참여형 온라인 행사 '소장품 집콕놀이'를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국민이 온라인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참여자 중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111명에게는 소장품과 연계된 상품을 증정한다.
참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해 미술관이 소장한 근대 명화와 현대 작가 작품 9점을 확인한다. 이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드로잉, 사진, 영상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소장품을 재창조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트위터에 필수 해시태그(#국현집콕놀이, #MMCAchallenge)와 함께 재현작을 공유한다.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이벤트 게시물에 응원 댓글(#코로나19 극복 미술로 응원합니다)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 월드비전을 통해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 '사랑의 도시락'이 전달된다. '소장품 집콕놀이' 재현작 1회 참여시 도시락 3개, 응원 댓글 1회 참여시 도시락 1개가 전달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조리된 음식 대신 즉석밥, 햄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창의적인 재현작을 많이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예술로 건강한 사회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낯선 전쟁’ 전시 연계 영화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오는 29일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는 현 시점에서 재구성되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과 그 흔적을 살펴보고 여성, 어린이, 난민 등 전쟁 속 약자들을 다룬 국내·외 감독 21명의 작품 20편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기억과 증언’, ‘폐허의 미래’, ‘생활과 폭탄’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기억과 증언’에서는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기록 및 영상, 인터뷰 등을 통해 이전 세대의 경험과 그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에는 피난민, 망명자, 참전군인 등 하나의 추상적인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국전쟁 당시 모스크바국립영화학교로 떠난 북한 출신 감독들을 다룬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2017),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은 재미교포 4인의 개인사를 담은 ‘잊혀진 전쟁의 기억’(2013) 등이 상영된다.
2부 ‘폐허의 미래’에서는 전쟁의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소수자 혐오, 과도한 공권력, 일상적인 군사문화 등 전쟁이라는 파괴적인 국면이 불러일으킨 사회 불균형과 높은 긴장상태를 들여다본다. 생생한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 우리 곁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영상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유일한 픽션 영화 ‘환송대’(1962), 육군 의장대에 입대한 한 군인의 개인적인 모습을 담은 ‘군대’(2018) 등이 상영된다.
3부 ‘생활과 폭탄’은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1950년대의 한반도를 연상시키는 이 기이한 반복은 눈앞에 놓인 영상들이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더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기적처럼, 전쟁터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순간을 발견하고 삶을 복원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힘을 잃지 않는다. 전쟁과 기근 등으로 인해 유랑할 수밖에 없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유랑하는 사람들’(2017),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을 전선의 양쪽에서 취재하며 담은 ‘러시안 레슨스’(2010) 등이 상영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과 재난, 개인의 경험과 삶을 심층적으로 다룬 동시대 영화를 한 자리에 선보인다”라며, “비극적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이들을 담은 영화를 통해 인류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MMCA필름앤비디오 상영 영화는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서울관 전시관람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회 상영 전 방역소독을 실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표시된 객석에만 착석 가능하다. (매회 50석, 관람 중 마스크 착용 필수) 기간은 9월 20일까지.
그 나라를 대표하는 테마파크나 박물관 등은 해외여행을 할 때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다. 물론 현지에서 즐기는 게 제일 좋겠지만, 여의찮을 땐 멀리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하루 만에 그 매력을 엿볼 만한 곳들이 있다. 게다가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아이템들도 마련돼 있어, 그야말로 해외여행 못지않은 알짜여행을 할 수 있다.
CHAPTER 1 한국 속 작은 세계 마을을 만나다
제주에서 물 만난 물의 도시 ‘베니스랜드’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테마파크다. 물의 도시로 알려진 베니스의 풍광이 물 많기로 유명한 제주의 지형과 만나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세계 오지 박물관과 베네치아 갤러리 등에서 전 세계의 귀한 유물들을 관람하거나, 곤돌라(베니스 시내를 운항하는 작은 배)를 타고 베니스 운하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23개의 테마 정원이 조성된 ‘아일랜드 가든’과 시원한 물줄기를 내리꽂는 ‘베니스폭포’, 베니스 광장의 가장 오래된 카페를 재현한 ‘플로리안’ 등 이색적인 풍경을 벗 삼아 다채로운 체험을 즐겨보자.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2575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베니스의 추억을 간직하려면 >> 해외 관광 명소를 방문하고 나면 꼭 들르는 곳이 바로 기념품 가게다. 베니스랜드의 ‘기념품 숍’에서는 베니스와 관련된 각종 상품을 비롯해 세계 오지에서 공수한 독특한 아이템과 제주 특산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청평 호반 위 아름다운 소행성 ‘쁘띠프랑스’
한국 속 작은 프랑스 마을을 뜻하는 ‘쁘띠프랑스’에서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문화와 정취를 고루 느낄 수 있다. 생텍쥐페리 기념관을 비롯해 어린 왕자 체험존, 유럽 인형의 집, 기뇰극장,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메종 드 오르골’에서 진행하는 오르골 시연과 야외극장 마리오네트 퍼포먼스는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 수백 년 역사가 깃들어 있는 오르골과 희귀 마리오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마을 곳곳에는 무려 150년 된 목재와 기와, 바닥까지 프랑스에서 가져와 재현한 전통 가옥이 있다. 그밖에 쁘띠프랑스 한홍섭 회장이 100여 차례 유럽을 오가며 직접 공수해온 골동품과 미술품도 다양하게 전시됐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반로 1063 (입장료 성인 1만 원)
당일치기가 아쉽다면? >> 즐길 거리 많은 쁘띠프랑스에서의 하루가 아쉽게 느껴진다면, 고급스러운 유럽풍 객실에서 하루 더 머물러도 괜찮다. 2인실부터 최대 10인실까지 다양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객실이 크기별로 마련돼 있다. 숙박 다음 날 아침에는, 맑은 공기를 쐬며 ‘봉쥬르 산책길’을 거닐어도 좋다.
CHAPTER 2 영월에서 오가는 인도와 아프리카
오감으로 즐기는 인도문화체험 ‘인도미술박물관’
1981년부터 인도미술에 매료돼 현지에 머무르며 인도에 관한 주제로 여러 개인전을 개최해온 박여송 관장과 인도 지역 연구가인 남편 백좌흠 교수가 모은 다양한 인도미술품들을 전시한다. 라자스탄 지역의 페인팅과 세밀화를 비롯한 인도 전역의 부처상과 힌두인상, 패널 조각과 탈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품 관람과 더불어 인도 미술 기법, 헤나 보디페인팅, 요가와 만다라, 인도 의상, 인도 음식 체험 등을 통해 인도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강원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899-6 (입장료 성인 5000원)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아프리카 여러 부족의 생활, 의식, 신앙, 축제 등과 관련한 조각, 그림, 생활도구, 장신구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16개국의 주한 아프리카 대사관이 출품한 아프리카 문화전을 반영구적으로 선보인다. 올해 12월까지는 ‘2020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문화체육관광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마트한 아프리카 배낭여행’, ‘컬러풀 아프리카’ 등을 진행한다. ‘나만의 비즈팔찌 만들기’와 ‘나만의 아프리카 부족 마스크 만들기’ 등도 체험 가능하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 592-3 (입장료 성인 5000원)
CHAPTER 3 세계 문화를 휘리릭, 헤이리 한 바퀴
콜라의 이국적 매력이 콸콸 ‘잇츠콜라박물관’
세계 각국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콜라 디자인과 관련 장식품, 생활용품 등을 모았다. 해외 각지에서 모은 병, 뚜껑, 올림픽 스페셜 에디션 등 그 나라마다의 매력을 담은 콜라를 만난다는 게 흥미롭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이색적인 사진을 남기거나 콜라를 활용한 음료도 즐길 수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6-40 (입장료 성인 4000원, 변동 가능)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은 ‘세계인형박물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공수한 1000여 점의 전통 인형을 전시한다. 박물관 입장과 동시에 작은 목각 인형 하나를 선물로 받는데, 관람을 마친 뒤 나만의 인형으로 꾸며볼 수 있다.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프랑스의 마리오네트,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경기 파주시 헤이리마을길 76-100 (입장료 성인 5000원)
내 손으로 연주하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
120여 개국의 민속악기, 음반, 민속품 등 2000여 점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유럽 등 문화권별로 나뉘어 전시돼 있는데, 곳곳에서 각국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유물급 악기들이 눈에 띈다. 몇몇 악기들은 만져보고 두드리며 직접 연주도 해볼 수 있다.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레인스틱(빗소리가 나는 라틴아메리카 악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8월 29일에는 볼리비아 음악 특별공연이 열린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63-26 (입장료 성인 5000원)
사진 이지혜 기자, 각 사 제공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오랜만에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전하며,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들고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지네! 이제는 다들 70이 다 되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다는 생각에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전에 본 프로필 사진은 옛날 친구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 세월의 흔적이 너무나 우리의 마음에 쓸쓸함만 맴돌게 하는구만! 허긴 나도 늙어 머리는 올 백이고 살은 돼지처럼 쪄서 80키로가 넘어. 옛날의 날씬하던 철수는 아니지.”
철수가 날씬했었나? 카톡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80kg이 넘는 ‘돼지’의 모습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긴 많이 흘렀구나, 이런 생각만 하게 됐다.
철수는 내 초등학교 짝꿍이다. 나는 임철순, 갸는 임철수. 한자로 성은 다르지만 ‘ㄴ’ 하나 차이인 우리는 충남 공주군(지금은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2구 되찬이, 동네도 한동네다. 마을에 들어서면 철수네 집을 지나야 우리 집에 닿는데,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나이는 철수가 한 살 더 많다. 그러니 벌써 올해 칠순이다.
이렇게 이름도 비슷하고 사는 곳도 같은 녀석들을 선생님은 무슨 맘을 먹고 한 책상에 앉혔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음악 시간에 자기는 절대로 노래를 하지 않고 “여기 다시 불러” 그러면서 풍금만 치던 분이다. 장난삼아 둘을 일부러 짝 지웠을 리 없다. 아마도 순전히 가나다순이었나 보다.
그 선생님을 내가 전병선이라고 했더니 철수가 전병석이라고 바로잡아주었다. 섭섭한 게 있어서 이름을 확실히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런 일이 있으면 더 정확하게 기억하게 되지. 철수는 군인 아저씨들에게 위문편지를 쓰라고 했을 때 “늬들 춥지? 추우면 산에다 불 놔.” 이렇게 썼다가 그 선생님한테 뒤지게 혼난 일이 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고, 다른 일이 더 있었나보다.
철수와 나는 중학교에 들어갈 때 갈라진 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간혹 내가 고향에 가면 얼굴을 보긴 했지만 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알고 보니 철수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서 큰애가 45세, 작은애가 42세에 손자녀가 넷이나 되는 완전 할아버지였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별 걱정 없이 대전의 그 집에서만 30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어릴 때 좋아했던 철수의 누나도 인근에 살고 있다니 우애가 여전히 좋은가보다. *누나 이야기는 다음 글 참고.
https://blog.naver.com/fusedtree/70085320452
내가 남들의 말[言]꼬리나 붙잡고 늘어지며 살 때, 철수는 열차 기관사로 30여 년간 철마의 말[馬]머리를 돌리며 살았다. 지금 큰돈은 없지만 그냥 놀러 다니고 건강에만 신경 쓰며 노년에 사람답게 살기 위해 “참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라.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다”(전도서 12장 13절)라고 한 성경의 교훈대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서로 건강 이야기, 병 자랑을 하다가 “나는 지금도 약을 술에 타서 마신다”고 했더니 철수는 “전에 나도 유조차로 한 대 분량은 마셨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다 취하지 않을 정도로 소주 반병 정도만 마신다고 한다. 모든 것이 다 헛되고 헛되다는 생각에서 창조주를 섬기며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름의 순 자 때문에 어려서 기집애 이름이라고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그 ‘ㄴ’이 좋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도 ‘니은 이야기’라는 글에서 니은은 따듯하면서도 오래 계속되는 느낌을 주는 소리인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을 나타내는 말에 니은이 많이 쓰이는 것은 사람도 이렇게 따뜻하게 오래 지속되어야 함을 은연중에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나랑 이름이 같은 사람 중에 이철순이라는 유명 인사가 있다. 양평 군립미술관장을 거친 문화행정가인데, 만날 적마다 나는 “어려서 미음도 못 먹고 자란 사람”이라고 놀리곤 했다. 그러니까 내 이름에는 니은도 있고 미음도 있는 것이다(장하다!).
철수는 “코로나 끝나면 언제 시간 한번 내서 만나자”고 했다. 좋지. 근데 그놈의, 아니 요놈의 코로나가 언제나 끝나나? 여섯 살 먹은 아이가 “코로나는 맨날 밖에서 노는데 나는 왜 못 나가?”라고 외치며 흐느꼈다던데, 그 아이 마음이 정말 잘 이해된다. 철수는 “건강에 한층 더 신경 써서 건강을 유지하며 행복한 노년이 되길 바랄게~~~!”라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나도 철수가 늘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영어로 “The same to you!”다. 이게 말이 되나? 되겠지, 뭐.
박종서(74) 관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1세대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예술 관련 잡지와 도록들이 꽂혀 있는 책장, 박 관장이 직접 만든 모자이크 작품과 다양한 소품들, 도자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에는 세 살짜리 고양이 금이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2019 디자인코리아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쑥스러웠다.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을 못하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인품이 있지도 않다. 옛날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데,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승낙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휴관 중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생활은 식칼과 똑같다. 한쪽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고 한쪽에는 무딘 면도 있다.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어려서 구석진 곳에 있으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책상 밑, 어머니의 재봉틀 발판 속, 장롱과 벽 사이로 들어가 있곤 했다. 어른이 되어 등산할 때도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미술관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유리로 만들어서 한눈에 다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숨을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공간을 확보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날 일을 기록한다. 어제는 잎이 삐죽삐죽한 씀바귀를 스케치한 다음 마시던 커피를 이용해 잎사귀를 채색했다. 이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관장님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은 절대 사람을 울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적으로 음악만 못하다. 다만, 소유한 사람이 오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디자인은 항상 보편적인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비행기다워야 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다워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갖는 보편적 개념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안목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스킬은 배울 수 있지만, 창의력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목을 키우려면 흙, 나무, 종이 등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못 쓰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하는데, 디자인은 90%가 없어진다. 지식이 반감되지 않으려면 내 손으로 만든 기억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진흙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흙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떻게 해야 갈라지지 않는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들을 디자인에 적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신데요.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고, 먼저 진화했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시행착오는 이미 생태계가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을 못 따라간다. 황금분할 1:1.61803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냥 척척 했는데, 재보면 황금분할이다. 특별한 툴이나 연장이 필요 없다.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 초기의 생각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거짓일기처럼 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는 월급이 아니라 명예와 사명감으로 살아간다. 윗사람이나 상대 부서 등 타인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도둑맞은 내 생각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 글과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들 박찬휘 씨도 현재 아우디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들은 페라리, 벤츠를 거쳐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나올 자동차 프로젝트명이 아들 이름을 딴 ‘CHAN22’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명예롭게 근무한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을 키울 때 자연을 많이 접하게 했다. 내가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이 그렸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렸다. 내가 그것을 모아 유학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이게 네 진짜 그림”이라며 건네줬다. 덕분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진실한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내게 많이 감사해한다.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부딪친다. 언젠가 내가 티뷰론을 실험적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은퇴 후 졸작들을 만들더라, 아빠도 그 꼴이 되고 싶으시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미래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쓸데없는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떼어내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장식이 많아지고 허세가 넘친다. 지금 우리나라 차들이 그렇다. 대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판매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계몽적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부터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이유는 앞쪽에 엔진과 미션이 들어가고 뒤쪽에 트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라면 앞쪽이 텅 비어도 되니, 현재의 자동차 모습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밀도 사회(high density society)가 도래하면 크기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 현재 패키지 레이아웃(package layout)은 가솔린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모양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도 그대로 하고 있다. 이게 급선무인데 관념에 묶여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소재도 철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 카본 파이버는 철판보다 30배나 더 가볍다. 현재 쏘나타의 무게는 1톤에 가깝다. 카본 파이버로 바꾸면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는 평생 메모를 습관화했다. 신입사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 비행기 옆자리에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가는데 그분은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기록할 게 많은 일을 하시나보다” 했다. 나에 관해 물어봐서 신입사원이라고 했더니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라. 윗사람이 지시하면 그것을 적어라.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윗사람이 물어보는데 내가 ‘아차’ 한다면 이미 회사생활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일본 스미토모상사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메모를 생활화했고 그 내용을 모아 책도 출간했다. 요즘 세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기록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바로바로 손으로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취미로 1990년대 초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500m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취미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만큼은 제일 탄탄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확한 자세와 아름다운 폼은 기본이 튼튼해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는 건 자세가 흔들렸거나 승부욕이 넘쳤다는 의미다. 뭐든지 기본을 먼저 갖춰야 한다. 기본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테크닉부터 터득하려고 하니까 무너지는 거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뭔가 일을 벌이면 사람들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한다. 대부분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생각날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정세영 회장은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오래하면 하지 않을 구실을 찾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산에 가면 작은 꽃, 작은 버섯, 이름 없는 가랑잎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벌레 먹어 썩은 나무가 있으면 가져와서 그 흔적을 입체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벌레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보고자 하는 사람, 뜻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길을 열어준다. 즐거운 일, 사랑할 일이 구석구석에 많다.
우리 연배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화물차처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노인들을 홀대한다. 이런 풍토는 바뀌면 좋겠다. 나이 들면 하찮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이탈리아 스승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만든 명인 스칼리에티는 나의 스승이다. 14세 때 기름 1ℓ를 넣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데나에서 베로나까지 100㎞ 구간을 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적정 속도와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다음 소량의 연료만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1950년대 벨로솔렉스 오토바이를 주문했다. 미술관 아래 밭 근처에 있던 밤나무가 죽었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큰 나무였다. 그 나무와 오토바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스승에게 보답하는 오마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번째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10년 전 ‘꼴, 좋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강의 교재로 썼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으로, 모든 형태는 자연을 따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지금 두 가지 책을 구상 중이다. ‘꼴, 좋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새로 써서 큰 사이즈로 낼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승에게 들은 자동차와 카로체리아(carrozzeria)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카로체리아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집 뒤에 있는 500평(1652㎡) 규모의 정원을 영국의 채리티 가든(Charity Garden)처럼 만들고 싶다. 자선 정원으로 운영해 입장료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이 사업은 아내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데요. 사재를 들여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술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꼭 자동차와 관련된 꿈이 아니어도 좋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미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있는 김상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뭘 할지 몰라 고민할 때 내가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을 가지고 연구해봐라” 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에 들어가더니 졸업작품으로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을 만들어 미국에서 올해의 과학자에 선정되었다. 많은 분이 여기를 자유롭게 방문하시길 바란다. 예약하면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진 흑연 연필은 꿈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꿈을 그리듯 이곳이 모두의 꿈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소망도 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장욱진(1917~1990)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미술관이다. 장욱진은 이렇게 썼다. “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하는 단골말이다.” 심플! 그게 말 그대로 심플하게 거저 얻어지는 경지이겠는가? 인간사란 머리에 쥐나도록 복잡한 카오스이거늘. 명쾌한 삶의 실천과 창작의 순수한 열망을 지속하지 않고선 도달하기 어려운 차원이다. 그러나 장욱진은 자신이 지향한 가치를 정점까지 밀어붙였다. 그 무엇에 앞서 ‘심플한’ 작품으로 지지와 갈채를 받았다. 그런 장욱진의 유화, 벽화, 판화, 수묵 등 23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존재하다니.
장욱진은 번잡한 도시를 피해 살았다. “서울로 표상되는 문명 자체가 싫다”고 했다. 자연, 고요, 고독. 그에겐 이 셋이면 충분했다. 그러하니 장욱진미술관을 도심에 두랴. 산 아래, 냇물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았으니 적격이다. 미술관 건물은 나무들의 초록이 술렁거리는 산들과 눈을 맞추며 들썩이나? 큼지막한 규모에 흰색 외벽을 두른 건물이 생동해 밝다. 애써 멋부린 치레 없이 산뜻하고 단순한 외관이다.
어떻게 보면 세련된 대형 창고 형태? 산을 은유적으로 축약한 미니어처? 수직 일색의 벽면과 삼각 지붕의 연쇄로 이루어진 다면체라 멀리서 언뜻 볼 적엔 정체가 집히지 않아 아리송하다. 외부 마감 자재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가볍고 소박한 재료로 도배한 셈이라 묵직한 맛은 없지만 위압이 없어 편안하다. 화려하거나 기발하거나 심각할 게 없는 외관이다. 실용성과 단순미를 성실하게 구현해 어엿하다. 장욱진의 담박한 캐릭터를 고려한 설계자의 의도가 내비친다.
2014년 ‘세계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돼
이 미술관은 개관한 해인 2014년에 ‘김수근 건축상’을 받았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 의해 ‘2014년 세계 8대 신설 미술관’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민한 건축가가 지은 기념물로서의 미술관은 재미있다. 화가라는 주체의 성향, 그가 지향하는 예술세계에서 모티브를 끌어내 건축을 하기 때문이다. 즉 건축가는 화가를 닮은 집을 짓는 걸로 실력을 입증한다. 장욱진미술관은 이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장욱진을 잘 담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은 장욱진을 표상하기 위해 설계자가 미술관의 내·외부에 매립해둔 유비(類比)와 알레고리를 찾아 즐길 만하다.
이 미술관의 외양은 사실 상당히 흥미롭다. 정원에 서서 바라보면 그저 좀 도드라지는 다각형 건물일 뿐이지만, 드론을 띄워 살펴보거나 뒷산 중턱에 올라 내려다볼 경우엔 다르다. 실을 꼬아 만든 노리개 매듭 형태라서 이색적인 건물의 전모가 비로소 부감되는 게 아닌가. 텅 빈 중정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각으로 뻗은 지붕마루의 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설계자는 ‘최-페레이라 건축’의 공동대표이자 부부 사이인 최성희와 벨기에 출신 로랑 페레이라. 이들은 설계에 나서기 전 장욱진의 작품들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콘셉트의 맥락을 잡아나갔다. 숙고 뒤 얻은 결론은 화가의 작품에 숱하게 등장하는 집과 방의 개념을 건축에 도입하자는 것.
“가장 단순한 형태로 화가의 세계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작고 단순한 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하나의 몸을 이루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겹겹의 공간이 아니라, 장욱진의 그림에 나오는 한옥 홑겹 방의 이미지로 이어지는 공간을….”(최성희)
장욱진은 명리(名利)에 무심해 붓 한 자루 손에 움켜쥐면 그만이었다. 목으로 털어넣을 술 한 잔이면 만족했다. 언젠가 그의 작품이 최고가(最高價)로 거래된다는 소리를 듣고서 하는 말이 이랬다. “그림에 가격을 매기다니. 난 슬퍼!” 그의 그림만 자연을 닮은 게 아니었다. 장욱진의 생태계 역시 자연에 가까워 탈속(脫俗)으로 순박했다. 설계자는 이러한 화가의 성정 역시 고스란히 건축에 반영했다.
“거창한 기념비적 건축물을 만들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장욱진의 정신과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급스런 자재 대신 가벼운 플라스틱 재료로 외벽을 마감한 이유가 이와 같다.”(로랑 페레이라)
‘단순하게, 그러나 조금은 복잡하게!’ 설계
미술관 내부 1층 전시실에선 기획전 ‘장욱진을 찾아라’가 펼쳐지고 있다. 국내외 화가들의 작품과 장욱진 그림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전람회다. 피카소와 마티스의 소품도 두 점씩 걸려 한결 실속 있는 전시회다. 지하층에서부터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도 유심히 들여다볼 만한 경관이다. 단순미의 추구를 기조로 설계된 건물이지만 계단 부위만큼은 특별하다. 층계의 딱딱한 획일적 흐름을 배제, 폭과 커브의 각을 유연하게 구성해 리듬감을 부여했다. ‘주로 단순하게, 그러나 조금은 복잡하게!’ 설계자의 이와 같은 의도가 기교적으로 여실히 발현된 공간이다.
층계 공간은 벽면과 천장까지 온통 새하얀 색이다. 고로 2층 공간 전체가 지루한 화이트 큐브일 것 같은 예감을 하지만 전혀 아니다. 장욱진 상설전이 열리는 네 개의 전시장 모두 유별하니까. 모양새와 벽면의 색상, 조도(照度)까지 제각각이니까. 공통점이라면 모두 자그마한 방의 형태와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오막살이 단칸 골방을 자주 그린 장욱진에게 바치는 오마주처럼. 덕분에 그림과 공간이 합을 이루었다. 작품 감상을 한결 실감나게 할 수 있는 정밀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장욱진의 작품은 커봐야 30호 미만이다. 손바닥 사이즈의 그림도 많다. 그러나 그림 안엔 장욱진의 우주가 들어 있다. 까치가 날고, 붉은 해가 뜨고, 나무 우듬지에 묻힌 아이가 낮잠을 때리고, 콧수염 달려 웃기는 호랑이가 어슬렁거리고, 옹기종기 모인 도토리들처럼 앙증맞은 일가족이 등장하고…. 장욱진이 관조한 자연과 인생의 다채로운 모습이 간결한 화풍으로 시각화됐다. 토속적인가 하면 모던하고, 관념과 직정(直情)이 교차하고, 문인화풍인가 하면 해학적 민화풍이다.
누가 뭐래도 장욱진의 그림은 정겹고 평화롭다. 우리가 놓치고 살지만, 실은 그리워 마음속에 도사린 삶의 근원적인 노스탤지어를 환기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이 장욱진의 그림을 좋아한다. 작의를 짐작하기 어려워 득득 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는 미술품들이 난무하지만, 그의 그림은 누워서 떡먹기처럼 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대승적이자 이타적이다. 그러나 쉽기만 하랴. 어린 것이 끼적인 낙서처럼 쉽게 다가오지만, 그림 안에 들어 있는 도(道)와 선(禪)까지 읽어내려면 숨이 차다. 어린애 시늉을 해 그린 그림과, 어린애로 돌아간 심상으로 그린 그림은 천양지차다.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알면 어렵고 복잡하던 것들이 쉬워진다 했다. 장욱진은 수행으로 그림을 놀고 싶었던 게 아닐까.
머리와 가슴을 쥐어짜도 찔끔 요실금처럼 새나오다 마는 게 예술이다. 장욱진도 괴로웠을 게다. 오죽하면 “나에겐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고 했겠는가. 그림이 죄? 그림 그리는 사람이랍시고 부린 객기가 없지 않았겠으나, 그에게 많았던 건 고독의 죄가 아니었을까. 예술의 핏줄인 고독이라는 놈. 장욱진은 고독해서 술 마시고, 고독해서 서울대 교수직을 헌신짝처럼 벗어버렸다. 그러고선 해탈? 그림으로 볼 적엔 그렇다. 강퍅한 세상을 가뿐하고 따뜻하게 읽는, 장욱진의 저 헐거운 그림들의 정신을 보라.
전시실엔 장욱진의 대표작 ‘자화상’이 걸려 있다. 일화가 많은 ‘진진묘’(眞眞妙)도 볼 수 있어 반갑다. 간략한 선묘로 된 이 작품은 부인 이순경(현재 101세) 여사를 불상의 모습으로 그린 초상화다. 생활에는 대책 없는 헐렁이였던 장욱진이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부인의 조력 덕분이었다. 그런 아내가 불경을 외는 모습을 보고 별안간 그려낸 게 이 작품이다. 먹거나 마시지도 않은 채 1주일에 걸쳐서. 그림을 완성한 뒤엔 여러 달을 앓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불안했던 아내는 작품을 팔아 없앴고, ‘진진묘’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여겼던 화가는 이를 두고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무엇에 그리 아쉬웠을까? 대표작이 사라져서? 아내에게 그림으로 모처럼 바친 애련(哀憐)의 마음을 몰라줘서?
장욱진 화백의 큰딸 장경수 선생
“아버지는 차라리 스님이자 자유인이었다”
“아버지는 숫돌에 몸을 갈 듯이 그림 작업으로 몸을 혹사했다. 밥벌이에는 무관심했다. 그게 미안해서 가족들에게 늘 저자세였다. 얼굴엔 항상 고독이 묻어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내 눈엔 얼마나 가엽던지….”
장욱진 화백의 큰딸 장경수(75, 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 선생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자긍심과 함께 아직껏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아버지에게서 겪은 화가로서의 고통과 고독이 얼마나 뼈저린 것인지 또렷이 봤기 때문이다. 장 선생은 그런 아버지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부녀간의 정이 아주 좋았다. 아버지가 말하길, ‘간이 맞는 딸’이라 했다. ‘경수가 화실에 다녀가면 냉수 한 사발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고도 했다. 말이 많은 분은 아니었다. 차라리 지독히도 말이 없었지. 표현도 어눌했다. 술을 드시고 하는 얘기도 외마디 선문답 같은 것이었다.”
가령 어떤 식으로?
“‘너는 누구냐? 나는 또 누구냐?’ 뭐 그런.(웃음) 나도 그림에 생각이 있어 아버지에게 미대에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은 ‘응?’ 하는 한마디였다. 나는 그게 ‘안 돼!’라는 응답임을 알아차리고 바로 뜻을 접었다. 화가로 사는 일의 어려움을 딸에게까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읽어서였다.”
장욱진 화백은 40대 때 6년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다 별안간 그만두고 나왔다. 왜 그랬다고 보나? 딸로서 불만을 터뜨리진 않았나?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성품이셨다. 사표를 낸 걸 알고 가장으로서 무책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대뜸 하긴 했다. 그러나 금방 후회되더라. ‘누군들 아버지처럼 감히 직장을 팽개칠 수 있을까? 아버지 같은 자유인이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에 이르자 차라리 아버지가 대단해 보였다.”
장경수 선생은 최근 ‘내 아버지 장욱진’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비범한 한 예술가의 치열한 정신과 창작의 일상을, 가족과의 조용한 유대와 쓸쓸한 사랑을, 과도한 음주와 유랑하는 영혼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장욱진 화백이 한창 무르익은 작품을 하던 시기에 돌연 타계해 아쉬웠다.
“그림은 아버지의 내면이 표출된 한 부분일 뿐이다. 좋은 화가였으나, 더 정확하게는 스님이고 자유인이었다.”
가슴에 남은 아버지의 말씀이 있다면?
“세상과 사물을 데면데면하지 않고 친절하게 보라 하셨다. 친절하게 보면 거기에 모든 아름다움이 들어 있는 걸 알 수 있다며. 이 금언을 나는 좌우명으로 품고 산다.”
아버지 사후, 장경수 선생은 “한 1년쯤 울었던 것 같다”고 했다. 너무도 허탈해서. 그는 장욱진미술관이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다”고 한다. 영별(永別)은 슬프나 기억 속의 아버지는 영속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얼마 전 박수근 그림 한 점을 강원도 양구군에서 사들였다는 기사가 났다. 박수근의 그림 ‘나무와 두 여인’ 시리즈 6점 중 한 점이다. 구매 가격이 무려 약 8억 원이다. 시골 재정이 어려운데도 이러한 과감한 결정을 한 양구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 방학이나 휴가철에 자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구촌 사람들 삶의 모습이나 환경을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힐링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신비로운 자연경관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마다 찬란한 문화유산은 자랑거리다. 여행 중 어디를 가든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박물관이요 미술관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가면 레오나르도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을 봐야 하고, 네덜란드에 가면 뭉크의 ‘절규’를 봐야 한다. 유명한 그림 한 점이 있는 곳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렵다.
지난번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 벨베데레 궁전을 들렸을 때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처음 그의 진품 ‘키스’작품이 공개된다는 거였다. 우리가 사진이나 서적을 통해서 많이 봐왔던 작품이다. 그런데 그의 진품이 100년 만에 전시되는 것이고 또다시 진품을 만나려면 100년을 기다려야 한단다. 이번에 못 보면 내 생애 진품은 구경도 못 하는 것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기념관에 도착하니 관람 인파로 가득하다. 요즘은 사진기술도 발달하고 복제품도 얼마든지 있는 시대다. 유튜브에는 클림트의 ‘키스’작품 제작 방법까지 알려져 많은 사람들 따라 그리고 있다. 그렇게 쉽게 볼 수 있건만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을 품고 몇 시간을 기다려 진품 앞에 섰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과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작가의 고뇌와 영혼이 전이되어 오는 느낌이다.
또 한 번은 일본 다카마쓰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을 갔을 때이다. 모네의 ‘수련’시리즈 몇 점이 전시되어있다고 했다. 또 긴 줄을 서야 했다. 여긴 더 엄격하다. 한 번에 꼭 열다섯 명씩만 들어간다. 앞 조가 다 보고 나서야 다음 조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들어간 전시장은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로 빽빽이 붐비던 생각을 하면 천양지차이다. 모네의 진품 한 점이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되는 셈이다. 유명 화가의 진품을 보는 것 자체만도 감동이었지만 그 쾌적한 공간에 그림 감상을 한 경험이야말로 특별히 대우를 받은 느낌이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라 사진 한 장 없지만, 눈과 마음으로 찍어온 감동이 지금도 짜릿하게 전해온다.
양구군이 박수근(1914~1965)의 대표작품 '나무와 두 여인' 을 7억 8750만 원을 들여 구매했다고 한다.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1년 치 작품구매 예산을 몽땅 투입해 27×19.5cm짜리 손바닥만 한 그림에 투입한 셈이다. 소장자도 박수근 미술관을 위해 1억 원의 통 큰 할인을 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특히 소설가 박완서 ‘나목(裸木)’의 영감이 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1952년 당시 미군 기념품 판매점 내 초상화 부에서 박수근과 박완서가 있었다. 훗날 작가 박완서가 함께 일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박수근을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 나목이다. 처음엔 잎도 없는 ‘고목’이라 생각했으나 그 그림이 시든 ‘고목(古木)’이 아니라 언젠가 싹을 틔울 봄날을 기다리는 ‘나목(裸木)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박수근의 이 그림은 당시 가난했던 서민의 삶의 모습을 연민의 시선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 한다.
이러한 미술품이 장차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문화 브랜드임을 믿는다. 그림 구매를 위해 백방으로 뛰며 설득한 미술관 관장과 이를 만장일치로 찬성한 양구 군청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이 작품은 오는 5월 6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나목: 박수근과 박완서’에서 선보인다고 하니 나도 꼭 찾아가서 관람을 해야겠다.
고양시니어클럽이 지난해 GS25탄현세진점을 시니어편의점 1호점으로 오픈해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경기도와 고양시가 지원하는 ‘2020 경기도 노인일자리 초기투자지원 사업’에 선정된 GS25주엽한사랑점을 시니어편의점 2호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편의점사업은 노인과 청·장년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대통합형 일자리사업으로 오전 6시~밤 12시까지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밤 12시~오전 6시까지는 청·장년층이 근무한다.
고양시니어클럽은 시니어편의점 1호점과 2호점을 통해 총 20명의 어르신들과 8명의 청·장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편의점보다 높은 시급과 명절휴가비를 지원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신우철 관장은 “어르신들과 지역의 청·장년들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어르신들과 청·장년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니어클럽은 노인복지법 및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근거해 설립된 노인일자리 전문기관으로,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근로와 지역사회 공익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