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엄마’ 김혜자를 비롯해 정영숙, 장미자, 정진각, 전무송 등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월화극 ‘눈이 부시게’가 종영 3회를 앞두고 전국 기준 7.7%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11일 방영된 9회에서 사채 빚에 시달리던 김희원이 샤넬 할머니의 보험금 수혜자인 이준하를 폭행하고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이 공개돼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좋은 형으로만 알았던 김희원의 본색과 함께 ‘효자홍보관’의 실체 또한 드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드라마 초반부터 중요한 무대였던 효자홍보관은 지금까지 있었던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를 떠오르게 했다. 극 중 효자홍보관은 종이접기도 하고 노래와 율동을 하는 ‘노치원(노인들의 유치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건강식품을 비싸게 파는가 하면,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중간에 돈을 가로채는 등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
이런 사건은 드라마 밖 현실에서 시니어들 대상으로 자주 발생한다. 의료상품 사기뿐만 아니라 금융사기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회장 윤덕홍)가 금융사기 피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피해 사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교육을 대신 하기도 한다. 금융사기 예방 교육연극 '네놈 목소리'의 첫 장면이 바로 홍보관. 주름을 없앤다는 '다리미 크림'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구입했다가 사기당하는 시니어의 모습이 그려진다. 홍보관이 극 중에서 전반적인 금융사기 피해 현장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시니어들이 사기피해를 입는 곳이기에 작품 속에 녹여냈다. 작년 3월 금융위원회의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작년 한 해 약 7000여 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 교육을 해왔다. 오영환 사무총장은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시니어들에게 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면서 “금융사기 예방교육 2만5000명, 디지털 금융교육 6000명, 은퇴자산 관리와 생애설계 교육 2500명 등 약 3만 명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유용함도 있지만, 신종 스마트폰 범죄나 분실 우려 등의 골칫거리도 생겨났다. 특히 스미싱 문자 등으로 인한 피해는 스마트폰 활용도와 무관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두면 안전한 스마트 서비스를 소개한다.
바이러스와 스미싱은 막아주고 메모리와 배터리는 절약하는 ‘알약M’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을수록 부족한 것이 바로 저장 공간(메모리)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을 보거나 오피스 앱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배터리 역시 부족하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들어봤을 백신 프로그램의 애플리케이션 버전인 ‘알약M’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바이러스와 스미싱 방지는 물론 메모리와 배터리 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실시간 감시’ 기능을 켜놓으면 앱을 열지 않아도 안전한 모바일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 검사, 배터리 최적화, 저장 공간 청소, 메신저 파일 정리 등이 앱 화면에서 아이콘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이뤄져 초보자라도 어려움이 없다. 앱을 열었을 때 평소 초록색이던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거나, 작은 ‘!’(느낌표) 아이콘이 보인다면 스마트폰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렇다고 당황해하지 말자. 이 역시 원터치로 빠르게 해결 가능하다. 왼쪽 상단 메뉴에서는 안전한 와이파이와 앱 검색·관리, 앱 잠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잃어버린 스마트폰 어떻게 찾을까? ‘구글 휴대전화 찾기’& ‘아이클라우드 아이폰 찾기’
스마트폰은 기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연락처, 사진, 공인인증서 등 주요 개인 정보를 담고 있어 분실할 경우 위험과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당장 전화부터 걸어보곤 통화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럴 경우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구글’(www.google.com)의 ‘휴대전화 찾기’를,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www.icloud.com)의 ‘아이폰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기기를 분실한 지점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GPS가 켜져 있는 경우에 한함). 분실 지점에 근접했다면 ‘벨소리 울리기’ 메뉴를 눌러보자. 최대 음량으로 5분간 벨소리가 울려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듣고 찾아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경우 구글과 비슷한 소리 알림 기능인 ‘사운드 재생’ 메뉴와 함께 통화 및 긴급 상황 버튼 이외의 기능을 비활성화 하는 ‘분실 모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권유판매 스팸, 한 번에 거절하는 ‘두낫콜’
계속 걸려오는 지긋지긋한 스팸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두낫콜’을 이용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등록 시스템으로 손쉽게 전화권유판매 스팸전화를 차단하도록 도와준다. 두낫콜 홈페이지 (www.donotcall .go.kr)에 접속 후 ‘소비자’ 메뉴를 누르고 본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거부등록 절차를 거치면 무작위로 걸려오는 판매 목적 전화를 한 번에 거부할 수 있다.
중고 스마트폰 제대로 사려면? 가격은 물론 출처까지 꼼꼼하게 확인
중고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은 아마 ‘가격’ 부담 때문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 기준으로만 제품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로 책정됐는지 알려면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따른 등급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크게 100만~120만 원대의 고급형(프리미엄), 60만 원 안팎의 중급형(미드레인지), 40만 원대 이하의 보급형(로우엔드)으로 구분된다. 가급적 고급형에서 고르되 출시 시점이 4년 이내의 제품이라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성능과 디자인 등에 따라 중고 폰을 골랐다면 분실·도난 폰이 아닌지 출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www.smartchoice.or.kr)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스마트 라이프 메뉴→단말기 식별번호(IMEI)검색→분실·도난 조회).
안전한 일상을 위한 앱 서비스
•경찰청 사이버캅 인터넷 사기 등에 연관된 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오면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신규 스미싱 수법 경보령 등 사이버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알림을 푸시로 받아볼 수 있다.
•더치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모바일 상 판매자의 연락처, 계좌정보, 아이디 등을 검색해 금융사기를 방지한다.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 및 범죄자 검거 소식 등도 안내한다.
•안전디딤돌 정부 대표 재난 안전 포털 앱으로 재난 발생 시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 해일, 태풍 등 재난 유형별 국민행동요령은 데이터가 원활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확인 가능하다.
•안전 신문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앱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안전 위험요인을 국민들이 쉽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교통, 시설, 생활 등 전 분야의 신고가 가능하며, 접수된 내용은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처리된다.
당시에 비해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대왕님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걱정하시던 가뭄과 이로 인해 사람들이 굶는 일은 이제는 없습니다. 요새는 쌀이 남아돕니다. 국력도 한반도 역사상 최강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있습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저희들의 창의성과 관련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나라의 것을 베끼면서 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창의성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왔습니다.
창의성에 목말라하고 창의적 리더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던 터 대왕님에 대한 기록을 읽게 되었습니다. 세종실록이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 모두 읽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제가 알고 싶은 것들은 살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저는 대왕님을 팔고 다닙니다.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라는 주제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왕님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난날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왕님을 실록에서 만나면서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선 대왕님의 천재성과 통찰력에 놀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세종 시대 창조물의 대부분이 대왕님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더군요. 조선의 천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해시계를 만든 것, 세계 최초의 다단계 로켓인 신기전(神機箭)을 개발한 것, 낮이든 밤이든 시간을 알 수 있도록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를 만든 것, 조선의 인쇄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그리고 중국 음악인 아악과 조선 음악인 향악을 완벽하게 정리한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대왕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많은 창의적 생각이 어떻게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을까? 이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흥미진진한 탐험놀이와 같았습니다.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한 글귀가 뒤통수를 치면서 저를 혼미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말로써 결정하지 않는다(不可以一人之言定之)”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왕님이 ‘허조’라는 신하와 대화할 때 하신 말씀입니다. 아무리 옳은 것처럼 보여도 한 사람(종류)의 생각만으로 결정하면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다른 사람(종류)의 생각도 들어보는 것이 옳겠다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허조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대왕님 자신에게도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군주가 아무리 유능하고 똑똑해도 군주 한 사람의 생각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허조를 통해 내비치셨습니다. 세종실록 어디를 펴봐도 대왕님의 이 생각은 여지없이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대왕님이 보여주신 창의성의 원천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때 기가 막힌 원리를 사용하셨더군요.
바로 견광지(絹狂止)였습니다. ‘견(絹)’은 하지 말자, 다른 말로 하면 반대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광(狂)’은 한번 해보자, 찬성이란 말이겠지요. ‘지(止)’는 ‘쉬었다 하자’, ‘쉬면서 생각해보자’ 그런 말인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 세 마디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미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편협하고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집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대왕님은 이것을 철저히 배척하셨습니다. “반대가 있어야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찬성파만 주위에 깔아놓으면 눈뜬 장님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찬과 반이 부딪치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찬과 반은 시끄러운 긴장을 낳습니다. 이 순간 대왕께서는 “쉬었다 하자” 하십니다. 서양의 창의성 이론은 이 시간에 생각이 숙성되고 통합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긴장감이 흐를 때 잠시 쉬다 보면 상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도대체 어떻게 아셨을까요?
다른 의견을 가진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사고도 있었습니다. ‘고약해’라는 인물이 대왕님과 계급장 떼고 다투어보자고 한 일이 기억납니다. 자신의 의견이 대왕님과 다름을 참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무례한 신하에게 만류하면서 앉으라 하고 화를 참으시는 대왕님의 모습이 선합니다. 그러면서 그의 말을 들으셨습니다.
“고약한 사람 같으니”라는 말이 이 고약해에서 비롯됐다 하지요. 신하들과 토론하는 말미에는 “경의 생각대로 하시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셨습니다. “내 생각은 이러한데 어떻게 생각하시오?”라는 지시적 토론을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대왕님을 이런 경지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을까요?
더 놀라운 것은 대왕님의 인간적 향기였습니다.
좁은 소견으로 중국에도 대왕님과 유사한 천재적 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시황입니다. 치도(馳道), 지금으로 치면 고속도로와 유사한 마찻길을 전국에 깔았고, 중국말을 통일했으며, 화폐 개혁을 하고, 오늘날의 국가 관료제와 유사한 군현제를 정착시킨 사람입니다. 그가 만든 무기들은 당대 최강의 것이었습니다. 진시황을 알면 알수록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왕님과 딱 한 가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오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이 그를 불행으로 몰고 갔습니다. 조고라는 환관이 진시황의 오만을 이용해 자기세상을 만들어갔고 진나라를 멍들게 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총명한 첫째 아들 세자 부소가 죽임을 당했으며 급기야는 가장 미련한 막내 호해가 황제가 되면서 나라가 붕괴했습니다. 천재 끼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바로 오만인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이 그랬습니다. 에디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스티브 잡스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대왕님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울까요?
대왕님에 대한 놀라움을 글을 통해 고백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퍼집니다.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서글픔입니다. 600여 년 전 나는 이렇게 했다 말씀하시고 행동으로 보여주셨지만 우둔한 우리들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선 창의성을 공부한다고 하는 저부터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용서를 어떻게 빌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면서 한편으로 희망도 가져봅니다. 600년 전 한 분이 해보이셨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 대왕님이 몹시도 보고 싶었습니다.
이홍 교수
광운대학교 경영대 교수. 경영대학장과 경영대학원장을 지냈고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회장, 삼성인력개발원·포스코·한국전력·CJ그룹 자문교수, 정부혁신관리위원회위원장, 금융감독선진화위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 중견기업정책협의회 위원, 한국장학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창조습관’, ‘지식과 창의성 그리고 뇌’,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외 다수가 있다.
지금 전라북도에 닥친 경제적 위기는 위중하고 국가적인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등의 무거운 사건들은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조업의 위기 외에도 농업 기반 지역이라는 특성상 농업의 사이즈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다른 측면에서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장근 NH농협은행 전북 본부장이 처한 상황은 이처럼 녹록지 않다. 그가 바라보는 농촌에서의 은행의 역할, 그리고 농업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NH농협은행은 기본적으로는 농협은행 주식회사이지만 정체성 면에서 다른 은행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면이 있다.
“큰 틀에는 농협법의 정신이 있어요. 그 정체성을 지키며 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방식이나 지향점에서 다른 은행들과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김장근 NH농협은행 전북 본부장은 ‘농협이 왜 돈장사를 하냐’는 말에 “재일동포도 와서 돈장사하고 외국 사람도 와서 돈장사하는데 농민이 만든 곳이 돈장사하는 게 왜 문제냐”며 우스갯소리로 되받아친다고 한다. ‘농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농협’, ‘도민과 고객의 사랑을 받는 농협’을 목표로 은행 영업에서 일등을 목표로 하는 그는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야 농민들이 기뻐한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의 기반에는 지역과 연결되어 우리가 모르는 공익적 사업들을 병행하는 농협의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특별한 사명
최근 은행들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업의 극심한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상이 있다. 상당한 양의 거래가 온라인에서 점점 간편하게 이뤄지는 현재, 당장 은행 점포를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화두다.
“여전히 은행 창구에서 일을 보는 사람들을 보면 노약자분들이 제법 많아요. 그래서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점포가 있는 게 괜찮아요. 그러나 주식회사인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에서 적자가 나면 문제가 되는 거죠.”
김 본부장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한 지역에는 은행 점포가 농협은행 두 군데뿐이라고 한다. 유지비용을 생각한 다른 은행들이 다 빠져나간 결과다.
“지역을 지켜야 합니다. 이익이 덜 나더라도. 은행의 공공성을 생각하면 점포를 무조건 빼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물론 우리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딜레마는 있죠. 그러나 포용적 차원에서 존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지키며 마을공동체로 거듭나는 은행
그러나 은행 창구에 오는 고객들 수가 줄어드는 큰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포가 존재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기존 은행 점포 이상의 가치를 갖는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그 방법론으로서 마을 공동체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금융위원회에서는 은행 점포들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한다고 공고했다. 그런데 농협에서는 발표 열흘 전에 이미 플래카드를 걸고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동사무소 등과 협력하는 등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 본부장은 그런 모습을 설명하며 ‘점포의 재발견’이라며 흡족해했다.
“어떤 은행은 ‘점포를 다 빼도 수요가 늘었더라, 직원들 안 자르고도 할 수 있더라’ 하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 흐름이 분명히 있다는 게 이해는 갑니다. 앞으로 은행이 과거만큼 중요한 시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죠. 그런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함께 움직이는 농협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는 폭염으로 물가가 올라가니 농협의 비축물량을 풀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기재부에서는 왜 농협과 연결해 정책을 운영하는 걸까? 이런 장면이야말로 농협의 특수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할 수 있다.
“선진국은 양질의 의식주가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합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는 게 농협의 목표입니다. 정부에서 못하는, 농협에서 추진하는 협력 사업들이 많아요.”
누가 뭐라 해도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가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식량 안보의 이슈가 커져 더욱 민감해진 분야다. 따라서 농업은 공립적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도 국가 자금을 들여 농업을 부양하는 이유다.
“농협의 역할은 농업을 보호하고 알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민 숫자는 300만 명쯤 됩니다. 국민 전체에 비교하면 5퍼센트 이내예요. 말하자면 소수의 농민이 대다수 국민을 식량으로 부양하는 셈이죠. 이를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농협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농업가치를 생산하는 주체인 농민을 위한 농협의 중요 역할은 ‘농가소득증대’와 ‘안전한 농축산물 공급’이다. 때문에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하자는 농협의 목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보인다.
시니어의 로망, 귀농·귀촌의 현실
도시인이 귀농해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예를 들어 딸기는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가장 높은 농작물 중 하나로 조사됐다. 또 요즘의 논농사는 98%가 자동화해 노동투입 일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쌀농사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이렇게 변화되는 현실은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주는 증거들이다. 또한 최근 취재를 하다 보면 시니어의 로망이 바로 귀농·귀촌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분리되어 있던 문화가 합쳐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본부장도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부분이라 했다.
“귀농·귀촌은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죠. 금방 되지는 않을 거예요. 도시에서 살다 온 분들은 아무래도 고학력자에, 직책이 높은 사람들이었잖아요? 반면 시골에서 살아온 분들은 평생을 농촌에서 살았던 분들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요. 얼마 전 이장님이 마을에 일이 있어서 사람들을 모았는데 귀농·귀촌한 분들은 한 명도 안 왔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 원래 농촌에 살았던 분들은 ‘그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살면 되고 우리는 그들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지금처럼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외지인이라고만 생각하는 간극을 좁히는 방법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함께 사는 은행을 꿈꾸다
김 본부장에게 영업 전략을 묻자 ‘현장을 많이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은 매일 한두 군데 꼭 들른다고.
“돌아다니고 얘기도 들어야 알죠. 폭염이 이렇게 계속되면 소비가 줄어서 기업들이 어려워져요. 직접 애로사항도 듣고 욕도 듣고 그래야죠. 앉아서 영업이 될 리는 없잖아요?”
영업과 함께 병행하는 게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다. 그는 얼마 전 ‘희망나눔집 고쳐주기’ 봉사를 다녀왔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그가 기획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장애인 가구의 낡은 벽지와 장판을 교체해주고 있다.
“장판하고 벽지 갈아준다는 말은 쉬워요. 그분들이 생활 정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짐을 꺼내다 보면 쓰레기도 많이 나와요. 닦고 정리하고 정리가 끝나 다시 짐들을 들여 넣어주다 보니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어제 간 집은 쓰레기가 1t이나 나왔어요. 그런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게 현실이죠.”
우리나라 농가 평균소득은 호당 3800만 원 정도에 머무른다고 한다. 도시 근로자 소득에 비하면 60% 내외 수준이므로 매우 낮은 편이다. 가치 있는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사는 농업인을 위한 도움, 그것은 그가 말하는 따뜻한 금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2018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가 9월 11일(화) SETEC에서 개최됐다.
개막식에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선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환영사에서 이정식 사무총장은 “지금의 신중년은 과거보다 교육수준도 높고,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근로에 대한 의욕도 뛰어나 평생 현역 시대에 준비가 되어있는 세대”라며, “이번 박람회가 신중년의 다양한 인생 3모작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목희 부위원장은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 확대는 국가 사회 경제 활력에 필수”라고 평가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신중년의 행복한 인생2막을 위해 지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서 신중년들은 인생3모작 지원관을 통해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 수석컨설턴트로부터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1:1 맞춤 컨설팅을 받고, 창업, 귀농, 기술교육,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인생3모작 경로에 대한 정보제공과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또한 금융 업종과 자동차 산업 퇴직자와 예정자를 비롯한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 예정자의 공적인 전직 지원을 위해 전직멘토관이 운영됐다. 전직멘토관에서는 전직·재취업을 위한 멘토링에 더해 신중년의 전직·재취업 진로설정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흥미검사를 실시됐다.
이 밖에도 헤어·메이크업 컨설팅, 이력서 사진 촬영, 건강관리 등 구직자들의 취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신중년들의 채용을 위해 교보생명, NICE신용정보, 한솥 등 현장채용 71개사, 구인공고 50개사 총 120여개 구인기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노사발전재단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생애설계, 재취업 지원 등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경선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고학력에 일경험이 풍부하고 일할 의욕도 높으며, 인구 구조상으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중년 세대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우리 사회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중년 일자리 확충방안을 마련했고, 신중년의 역할 강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집에 혼자 있다가 어이없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손해를 보았다. 너무나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부끄러운 실패담을 적는다.
오전 10시경 국민신용회복위원회임을 사칭한 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다. 신용등급을 알아보기 위해 심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다른 곳에 대출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과정 중에 카드 대출을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져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니 법무사 명의로 송금하라고 했다. 하여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거액을 보냈다. 송금 뒤엔 2시간 이상 기다리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이상해서 알아보았을 때는 이미 계좌에서 출금하고 도주한 상태였다. 몇 번의 보이스피싱을 피해왔기 때문에 자만했었나 보다. 일을 당하려고 하니 공교롭게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확인절차를 생략하고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말았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여유 있는 돈이 아니라 대체상환을 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부채가 2배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중간에 피할 길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첫째, 070 번호인 것을 놓쳤다. 070 번호는 사기에 이용되기 쉽다. 둘째, 개인계좌로 송금하라고 한 것을 유의하지 못했다. 셋째, 시간 끄는 것을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송금한 돈을 찾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 거액을 송금할 경우 30분에서 1시간 지연된다. 넷째, 계속 진행을 독촉하고 송금 여부를 계속 문의했던 사실이다. 일반적인 금융거래에는 없는 관행이다. 다섯째, 금리 인하는 갑자기 할 수 없는 일인데 욕심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다. 공짜점심이 없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욕심을 조심해야 한다. 사기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다. 여섯째, 주위 사람과 상의해보는 작업을 빠뜨렸다. 사기꾼이 서두르는 데 보조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나니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자만은 금물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은퇴한 시니어의 재산을 노린 사기범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신고를 마쳤지만 사기당한 금액을 찾을 가능성은 작다. 충격으로 며칠간 잠을 설쳤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잊는 것이 상책이다.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수업료를 크게 지급하고 교훈을 얻은 셈이다.
‘좀비보험’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출시된 정책보험인 노후 실손보험과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는 관측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노후 실손보험의 4월 한 달 판매 건수는1626건에 그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반응이 튀어나왔다. 4월 첫선을 보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흥행 돌풍이 만만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 손해보험사(삼성·한화·흥국·현대·메리츠·KB손보·DB손보)의 판매 건수를 집계한 결과, 4월 말 기준 총 4만 9385건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과연 초반 흥행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매력은 무엇일까.
가입심사 완화, 유병력 고령층에 적합
실손보험은 전 국민 3명 중 2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의 80~90%를 보험금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병원비 걱정을 덜어주는 필수 보험으로 꼽힌다. 문제는 나이가 많거나 만성질환으로 치료 중이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심사’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최대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노후 실손보험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가입심사를 간소화한 유병력자 실손보험 개발을 추진해왔다.
새롭게 선보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상품명’처럼 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질병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가입자의 병력을 전혀 심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심사 항목을 기존 18개에서 6개(병력 관련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 소득)로 축소했다. 5년 전까지 살피던 치료 이력도 2년 내로 축소했다. 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뇌경색 등 질병 이력이나 만성 질환이 있어도 2년 내 치료 이력이 없으면 가입이 가능해졌다. 투약 여부는 아예 따지지 않는다. 5년 내 치료 이력을 살피는 것은 ‘암’(백혈병 제외) 1개뿐이다.
기본적인 보장 범위는 일반 실손보험의 기본형과 같다. 두드러진 차이점은 통원치료를 하며 의사에게 처방받는 약제(처방조제)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우스갯소리로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고령층이 가입 전 유의할 부분이다. 보장한도도 다소 축소됐다. 입원 한도는 5000만 원(동일 질병·상해당)으로 일반 실손보험과 동일하나, 외래 진료 보장 한도는 회당 30만 원에서 20만 원(연 180회)으로 줄었다.
일반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특약 보장항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 비급여 주사료,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비도 제외됐다.
반면 의료비 중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자기부담률은 높아졌다. 기존 일반 실손보험은 보장대상 전체 의료비 가운데 가입자가 10% 또는 20%를 부담하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30%를 가입자가 내야 한다. 입원 시에는 최소 10만 원을 자기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통원 외래진료 시 최소 자기부담금은 1회당 2만 원이다. 보험료는 1년마다 갱신되고, 보장 범위 한도와 자기부담금 등 상품 구조는 3년마다 조정된다.
가입 가능 연령은 최대 75세(보험 나이 기준)까지이고,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4월 기준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살펴보니, 60대 이상이 4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37.4%), 40대(13.5%) 순으로 주로 중장년층이 가입했다.
월 평균 보험료는 50세 남자 3만5812원, 여자 5만4573원 수준이다. 1인당 평균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1만8043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자의 78.2%가 50대 이상으로, 보험료가 높은 중장년층이 다수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보험사별, 최대 보험료 30% 차이
4월 기준으로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7개 보험사가 먼저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출시했고, 5월 초 NH농협손보가 가세했다. 6월에는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이 판매에 나선다.
주목할 것은 이들 회사에서 판매하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장 내용과 한도는 기본적으로 동일한테, 보험료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4월 기준 유병력자 실손보험 전체 담보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각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50세 남성의 경우 DB손해보험의 보험료가 3만4263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50세 남성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가장 비싼 곳은 삼성화재로 4만238원이었다. 50세 여성의 경우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4만9154원으로 제일 저렴했고, 삼성화재는 6만3838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들 회사의 보험료는 최대 1만5000원 차이로, 약 30%의 격차가 벌어졌다.
60세 남성의 경우 KB손해보험의 월 보험료가 5만770원으로 가장 낮았고, 삼성화재는 5만8532원으로 제일 비쌌다. 60세 여성도 KB손해보험의 월 보험료가 6만4635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가장 비싼 곳은 한화손해보험으로 7만8578원이었다.
보험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보장 내용은 동일한데도 각 보험사마다 적용하는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가입 전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복 가입도 유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 내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입원비로 4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한 보험 가입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 개의 실손보험이 있다 해도 총 400만 원 내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 관련 Q&A 자료 및 도움말 금융위원회
Q 경미한 치료 이력이 있지만 건강한 편인데,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A 건강한 사람이나 경미한 치료 이력만 있는 경우 일반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과거 치료의 이력 때문에 일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심사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일부 보장이 제한된다.
Q 현재 고혈압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 중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처방전을 받고 있는데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가?
A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약 복용만으로 해당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고, 최근 2년간 별다른 치료 이력이 없는 경우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5년간 암(백혈병)과 관련한 진단 또는 입원, 수술 등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입이 제한된다.
Q 일반 실손보험과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어떻게 다른가?
A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통원 시 약국에서 처방받는 처방조제비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일반 실손보험 기본형과 보장 범위가 동일하다. 다만 일반 실손보험의 비급여 특약 보장 항목인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 비급여 주사료, 비급여 MRI·MRA 검사비는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과도한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률을 30%로 상향했고, 최소 자기부담금(입원 10만 원, 통원 2만 원)도 내야 한다.
가계부채 1500조 원 시대다. 하우스푸어, 파산 등등의 우울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암울한 처지는 아무리 남의 얘기로 분류하려고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립되어 발전해온 만큼,
우리 대부분은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들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김윤영 원장을 만나 엄혹한 금융위기 시대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돈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리고 아마도 돈에 우는 사람이 웃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돈에 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정부의 서민 관련 금융 지원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시키고자 만들어진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문을 열어 이제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어려운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할이 없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역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
몇 년 전, 전셋값의 이상 폭등이 계속되어 전세 비용과 매매 비용이 별 차이가 없게 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명제가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탄이 됐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서,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서비스를 넘어서 인간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출이 능사가 아닙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선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컨설팅, 관리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자체적으로 열 명 보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잡월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연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 지원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가입해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라 해도 이제 은퇴하게 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큰돈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빚 없으면 다행’이라는 말들까지 나온다.
그래서 노후를 맞이한 많은 시니어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문제에 주목해 일자리 구하는 일을 돕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하다못해 족발집을 창업하고 싶다면 족발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부터 세무, 인테리어까지 가르쳐줍니다. 전국에 15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현장으로 직접 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예전에는 대출만 해주고 말았죠.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금전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계획은 전국 43개 통합지원센터 종합상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원과도 연계하고 전국 3500여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도 활용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욱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턱이 낮아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취약계층 자립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 미소금융 자영업자 지원대출, 개인·프리 워크아웃, 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원을 넘어선 재기의 발판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빨리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게 해야죠.”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제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발전을 체감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원장은 여전히 생각보다 취약계층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 실적이 없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바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열 번, 백 번 생각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빚쟁이가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김 원장이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하는 일은 일반 금융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금융 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잖아요? 그들은 돈 빌려준 사람의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으면 찾아가서 ‘어렵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럼 이자는 이렇게 감면해줄게요’ 하고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가장 잘 아는 곳에서 깎아주고 감면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책 자금으로 돕는 거죠.”
‘돈을 연체하려고 빌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김 원장은 서민의 마음과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얼마 전 정부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 159만 명의 빚을 탕감하거나 유예해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소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 1000만 원을 빌려서 10년 연체했단 말예요. 10년이면 이미 은행이 안 갖고 있거든요. 팔아넘겨져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가 있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채무자는 얼마나 추심으로 고통을 받았겠어요. 물론 1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고통받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 능력이 없으면 감면해줘야죠. 이 건에 대해 도덕적 해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도덕적 해이가 없을 순 없겠죠. 그러나 소수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원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고 봐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수기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부채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3편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김 원장은 수기집 사연들 중 ‘이제는 전화를 맘대로 받을 수 있고 집도 갈 수 있고 회사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보통 일상도 ‘빚쟁이’가 되는 순간 사치가 된다. 그들로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바랐던 일일 것이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서민금융 하면 우리를 연상하게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 송파 세 모녀 사건. 엄마가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인 129번을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곳곳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홍보가 잘 안 돼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다. 특히 시니어 중 신용회복위원회는 알아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 수가 170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그런 분들에게 재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저희를 통해 희망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람입니다.”
희망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보람
최근 정부기관들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 기관에 흩어진 DB와 역할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16개 기관이 모여 MOU를 체결했다. 노후준비지원 중앙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노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 다 모였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이런 협의체가 있으면 출범하고 끝나잖아요. 이제는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폐지 수거 체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따뜻함과 진솔함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소탈한 솔직함이야말로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10월 마지막 화요일은 금융의 날이다. 원래는 1964년부터 저축의 날로 불리며 그 해의 저축왕도 선정하고 알뜰살뜰 저축을 많이 한 사람의 미담을 치하하는 행사가 있었다.
오랜 시간 내려오던 저축의 날은 경제성장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의미가 약해지고 다양한 금융상품과 금융의 역할 다변화, 세계적인 초저금리시대에서 저축의 개념을 확장해 2016년부터는 명칭을 금융의 날로 변경 개편하게 되었다.
'심부름했다고 엄마가 주신 돈 무얼 할까요? 과자 살까요? 사탕 살까요? 아니 아니 아니죠, 저금해야죠'
어릴 때부터 불렀던 동요인데 아직도 잊히지 않고 머리에 남아서 요즘도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멜로디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물건이든 무엇이든 아껴야 한다는 생활 철학을 어릴 때부터 일깨워 주는 교훈이 담겨있다.
어릴 때부터 저축은 미덕이었고 그래서 돼지저금통은 집집마다 몇 개씩은 있어 적은 돈부터 절약하고 모으는 습관을 들이며 살아왔다.
필자는 금융의 날 행사 취재를 위해 2017년 10월 31일 육삼 컨벤션 그랜드 볼룸 홀에 참석하게 되었다.
금융의 날의 취지는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금융부문 종사자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행사가 있는 홀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축사를 위해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금융발전 유공 수상자와 금융기관 임직원, 수상을 축하하러 참석한 가족들로 500여 명이 성황을 이루었다.
금융발전 유공 포상은 '금융혁신'과 '서민금융' '저축' 세 개 부문에서 195명이 받았다.
훈장 수상자는 녹조근정훈장(금융혁신부문)에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님이 2016년부터 현재까지 금융발전심의회의 위원장으로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크라우드 펀딩 정착, 중금리 대출 등 금융혁신을 위한 성과창출에 기여한 공으로 수상했고, 국민훈장 석류장(서민금융부문)에 정재성 (신용회복위원회 구미지부장)님은 신용회복위원회 천안, 포항, 구미지부 개설준비 위원장으로 취약계층 채무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에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해서 상을 받게 되었다.
그 외에 반가운 이름도 보였는데 운동경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때 야구 전성기의 이만수 선수는 기억하고 있다. 나이도 꽤 있을 텐데 실물은 아주 젊어 보여 역시 좋은 일 많이 하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느꼈다.
전 프로야구감독 이만수 씨가 국민포장을 받았는데 입단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저축습관을 실천하고 있으며 은퇴 후 비영리재단(헐크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국내외 어려운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안중원 씨는 노숙자 무료급식 제공, 꽃동네 후원, 장학금 기부 등 나눔을 실천 중이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을 목표로 꾸준히 저축하고 있는 분이다.
중국에서 활약 중인 가수 황치열 씨는 무명시절부터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고 팬들과 함께 10주년 맞이 연탄 나눔 봉사와 아동 양육시설 후원, 결식아동을 위한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실천 중이라 한다.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한 분들이 수상했고 꾸준한 저축습관은 물론 나눔의 정신을 실천 중인 사회복지사, 청년 창업가, 구두 미화원, 김나연 학생도 여러 수상자를 대표하여 표창을 받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금융의 양면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금융은 사람들이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발전해왔으나 쏠림현상, 양극화 확대, 신뢰 훼손 등 금융에 내재한 속성이 사회적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금융이 담당해야 할 공공성과 책임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담겨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 역기능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랑스러운 수상자들을 보니 어떻게 선정되었을지 궁금했는데 금융위원회에서 제한 없이 포상후보자를 공개로 모집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각 은행에서 저축을 성실히 했거나 사회 환원 활동을 많이 한 고객을 추천하기도 한다는데 공모 이후에 추천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포상심사위원회를 거치고 경찰청 등과 같은 타 부처에서 포상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된다고 한다.
좋은 일 하면서 열심히 살고 저축을 생활화하면 누구나 수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단상에 오른 수상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