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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가 자산이다
-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만에 홍차오 1 공항에 도착했다. 교통카드로 택시,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사려는데 2 공항에서만 판다는 것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가서 보증금으로 20위안을 맡기고 100위안짜리 교통카드를 샀다. 반납은 편의점이나 공항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호텔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에서 챙긴 지하철 지도를 꺼냈다. 인민광장은 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서 놀다가 지치면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 나올 수 있는 위치였다. 2호선을 타고 인민광장 역 14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니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짐과 몸을 검색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빌려온 포켓 와이파이를 잘 쓸 수 있기를 바랐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 조 2명과 옆 조 4명이 함께 별지비자를 냈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려니 별지비자 원본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사본만 있을 뿐이고 다른 호텔에 머무르는 팀이 원본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예약하며 비용도 일부 냈지만, 나중에 원본을 준다고 해도 방 열쇠를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원본을 가진 팀에게 연락해 만나기로 했다. 중국이 유독 비자에 까다롭다. 방은 청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샤워실은 물이 잘 안 빠져서 물에 발을 담근 채 샤워를 했다. 3박 4일을 머물 방이었다. 매일 팁으로 한화 1000원을 주었다. 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중국식 흰죽과 조 죽 귀리 죽이 나오고 짜게 익힌 달걀과 채소 볶은 것들이 나왔다. 음식이 좀 짠 편이었다. 예원을 관광하려고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인민광장 역에서 2호선을 타고 난징둥루 역에서 내려 도보로 15분 정도를 걸었다. 거리의 이정표는 불친절했고 포켓 와이파이는 쓸 수 없어 구글 지도도 사용하지 못했다. 번역 앱 '파파고'도 먹통인데 중국어 간체자는 어떻게 봐도 해독 불가였다. 예원의 방향을 물어도 대답하는 사람은 처음엔 빠른 중국어, 다음엔 느린 중국어로 답했다. 길을 서성이다 똑똑해 보이는 청년에게 길을 물어 겨우겨우 예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엔 표를 파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맸다. 교통경찰에게 물으니 상가 번호 2번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주었다. 예원 상가는 대규모로 조성되었는데 그 상가를 통과해서 한참을 들어가 ‘아홉 번 꺾여 있는 다리 구곡교’를 지나야 매표소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매표소에서는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는 50% 할인이 된다는 푯말이 친절하게 쓰여 있어서 여권을 보여주고 20위안으로 할인받았다. 다른 팀은 입구를 찾다가 마감 시간이 되어 결국 입장을 못 한 팀도 있었다. 중국의 입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 찾기가 힘들었다. 룸메이트와 나는 돌아오는 날 홍차오 공항을 향해 일찍 출발했다. 공항에 미리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공항 근처에서 쇼핑할 예정이었다. 2호선을 타고 난징둥루로 가서 10호선 홍차오 기차역으로 가려면 쉬징동 방향으로 타야 했다. 10호선은 쉬징동방향과 항중루 방향 두 가지가 있다. 홍차오 1호 터미널에서도 다시 짐 검색을 했고 공항에 짐을 맡기는 비용은 한 덩어리당 4시간까지 30위안이었다. 짐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다시 10호선을 타고 롱바이씨천 역으로 향했다. 즐거운 쇼핑 시간. 책에서 읽은 대로 시험할 참이었다. 가방을 골랐다. 주인은 짧은 한국어로 "200위안"이라고 했다. 50위안이면 사겠다. 돌아온 대답은 "안된다"였다. 가게를 나오려는 순간 주인은 팔을 잡았다. "알겠다. 50위안에 팔겠다"라는 것이다. 이곳에선 흥정을 잘하면 물건을 제시가격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이고, 모르면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며 하는 여행이었다. 겁을 줄이는 일종의 담력시험이었다. 와이파이만 터진다면 더 쉬울 것 같다. 안 터져서 오히려 에피소드가 더 많았다. 3박 4일의 여행경비는 항공료 빼고 모두 32만 원이 들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호사를 누렸으나 다리는 매우 아팠다. 시니어도 자유여행에 겁부터 먹지 말고 도전해보면 새로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2018-07-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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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으로 기획하는 여행 일정
- 여행은 일종의 병이다. 갈 곳을 정하면,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듯 급하게 떠나곤 했다. 돌아올 때면 더 허겁지겁 돌아왔다. 그래도 머릿속은 삭제 버튼을 누른 듯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전했다. 서울시도심권50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여행 in 상하이‘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다!‘싶었다. 여행 기획하기, 실전 여행하기, 여행기 만들기 등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여행을 기획하는 교육과정이었다. 주로 여행을 가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편하게 따라다녔다. 종종 쇼핑의 들러리가 되어 계획에도 없던 물건으로 가방을 채우기도 했다.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감동도 덜 했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던 차라 얼른 참여했다.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12명이 선발됐다. 총 8회, 24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는 등 실전 기획에 들어간다. 항공권은 보조를 받고 그 외 비용은 자기 부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짠내투어’가 됐다. 항공권 예약을 위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도로 확인했다. 인민광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김포공항과 홍차오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 국적기보다는 중국 민항기의 가격이 저렴해 동방항공을 선택했다. 예약은 빠를수록 좋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로 G마켓 여행, 인터파크투어, 여행박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시간대와 가격이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싸게 사는 요령은 성수기를 피하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항공권이나 공동 구매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호텔 예약은 몇 개의 앱을 비교해보면 된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각 나라의 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본 사람과 어느 관광지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오전과 오후 중 언제 떠날지 등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룹 이름을 ‘즐상’이라고 지었다. 상하이를 즐기자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여자 둘, 남자 둘, 총 넷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여자 둘만 남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한 팀이 되면 의견이 안 맞아 팀이 깨지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대로 강행할 것인지 포기해야 하는지 위기가 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조와 달리 네 명이 나눌 일을 두 명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계획은 몇 번이고 수정됐지만, 상하이 여행책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다. 상하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상상 속 상하이에서 푹 빠져 보낸 시간은 기대와 행복에 젖게 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든 상관없다. 각자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고 어차피 다양성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계획을 짜고도 팀원의 기호를 신경 쓰며 존중과 배려의 시간을 보내는 겸손한 경험도 우리를 멋지게 만들었다. 패키지여행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떨림으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과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떠듬떠듬하는 언어보다는 몸짓 언어가 아주 효과 있다는 경험을 한 이후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실수도 즐기며 불편함도 경험으로 받을 준비를 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은 조사한 것을 하나하나 펼치며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근사한 안목이 더해지기를 기대하며 설렘을 마주했다.
- 2018-06-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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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개띠의 여행 추억, "먹고살 만해졌을 때 우리는 봇짐을 멨다"
- 58개띠들이 하면 유행이 된다. 폭발적인 우리 사회 인구증가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58년생들은 사회 변화와 유행을 주도한, 지금으로 치면 ‘완판남’·‘완판녀’로 부를 수 있는 세대다. 그들의 문화적 파괴력은 굉장했다. 여러 분야 중 특히 여행과 관련한 58개띠들의 문화주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빈궁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 이들은 다양한 여행을 경험해나갔다. 1978년. 58개띠들이 만 스무 살이 되던 해. 당시 8월 17일자 경향신문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실린다. ‘바캉스 파장 … ‘고요’ 되찾는 산하, 연인원 5천만 기록’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당시 여름휴가를 위해 산과 계곡, 바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를 증언한다. 재미있는 내용 중 하나는 작년 대비 피서객이 40% 늘었다는 대목이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성인이 된 58개띠들이 피서객 증가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당시에도 제주도는 관광지로 인기가 좋았다. 평소 600석 내외로 운영되던 서울-제주 간 항공편은 피서기간에는 1000석 이상으로 증편돼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다음 해인 1979년, 철도청은 고급여행을 원하는 관광객을 위해 새마을호 객차 확충을 서둘러 진행했다. 물론 58개띠들이 여행 보따리를 맘껏 싸기 시작한 원인에 경제성장의 수혜도 빼놓을 수 없다. 1977년은 우리 경제의 상징적인 시기였다. 1인당 GDP가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해 1034달러를 기록했고, 수출 역시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배고픔은 점차 잊히고 있었다. 가장 원하는 신혼여행지는 ‘제주도’ 그렇다면 58개띠들의 신혼여행은 어땠을까. 통계청이 2011년 발표한 ‘최근 30년간 초혼자료 분석’에 따르면, 1981년의 남성 초혼 연령은 26.4세, 여성은 23세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58개띠들의 결혼이 이뤄진 시기는 이들이 23세에서 26세를 지낸 1981년에서 1984년 사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1982년 5월 27일자 동아일보에는 당시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사가 등장한다. 한국갤럽이 18세 이상의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이 다녀온 신혼여행지는 부산(21.6%), 경주(12.6%) 순이었다. 아무래도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제주도는 3위(12.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재미있는 것은 순위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의 존재다. 당시 지방 거주민들에게 서울은 충분히 매력 있는 여행지였다. 신혼여행으로 서울을 선택한 이들은 5.4%나 됐다. 가고 싶은 신혼여행지로는 역시 제주도(46.5%)가 가장 많이 꼽혔고, 당시 왕래가 여의치 않았던 외국을 꼽은 이들도 13.1%나 됐다. 3위는 설악산(11.8%)이 꼽혔는데, 다녀온 여행지에서 7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설악산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 1978년 진갑을 맞은 박정희 대통령이 선택한 관광지도 개발이 막 시작된 설악산이었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천지개벽’ 58개띠가 해외 땅을 밟은 것은 ‘여행’보다 ‘일’이었다. 물론 해외 출장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고위직 공무원이나 주요 기업의 임원이 해외 출장이라도 나가면 모두 기삿거리가 됐다. 그만큼 해외 방문은 쉽지 않았다. 출장이 목적이어도 회사의 매출 규모가 낮은 기업은 여권을 받기도 어려웠던 시절. 중동에서 일어난 건설 붐은 58개띠들의 해외 구경의 좋은 구실이 됐다. 굳이 따지자면 58년생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말까지 일었던 중동 붐의 막차를 탄 세대다. 1985년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약 48만 명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방문한 이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았다.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서울올림픽 개최 다음 해인 1989년이 되면서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졌다. 1983년만 하더라도 50세 이상인 사람이 관광예치금을 200만 원 이상 맡겨야 관광여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매년 대상 연령이 낮아지다가 1989년에 완전 자유화가 이뤄졌다. 해외여행 자유화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1990년부터 신문 지면에는 ‘배낭여행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즐겨 찾는 신혼여행지는 제주도에서 태국이나 필리핀으로 바뀌었다. 세운상가 외제장사 아시나요?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해외 출장 근로자들의 부업 중 하나는 바로 소니와 산요로 대표되는 일본 가전제품을 내다 파는 일이었다. 이들이 면세점 등에서 구매해 들여온 카메라, 오디오, 전기밥솥 등은 세운상가 상인들에게 늘 환영받았다. 그러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사갖고 들여오는 문화가 확산됐다. 이런 문화의 아이콘으로 ‘코끼리 밥통’이 있다. 일본 조지루시 전기밥솥은 밥맛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고소득층 사이에서 필수품 대접을 받았고, 점차 대중화되어갔다. 매일경제신문은 1992년 광복절 ‘일제선호 불치병인가’란 기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일본 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져가면서 가전제품 상점가가 몰려 있는 아키하바라역 인근 가게들은 불황을 겪고 있지만, 한국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밥통 등 가전제품을 사주는 덕에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객 유커들이 백화점에서 한국산 밥통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당시 58개띠들의 나이는 34세였다. 김포공항 입국 수속 행렬에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당시 신문에 게재된 해외여행 광고를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도 일본, 미국, 동남아로 지금과 차이가 나지 않았고, 도쿄 4일 여행상품이 70만 원 선, 필리핀 4일 여행 상품이 48만 원 선으로 가격도 비슷하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중국 관광의 유무다. 58개띠들이 중국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1994년 중국여행 전면자유화 이후부터다. [추억 한토막] 대전역 가락국수 맞먹는 앵커리지공항 우동의 추억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났던 대전역. 선로가 붐비고, 대기시간이 길었던 탓에 대전역 승강장의 가락국숫집은 승객들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됐다. 비행기 여행과 관련해서도 대전역 가락국수와 비슷한 추억의 공항이 있다. 다소 엉뚱하게도 미국 알라스카 앵커리지공항이 그곳이다. 대한항공이 1975년 서울-파리 여객노선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노선이 늘기 시작하면서 앵커리지 공항은 상당수 여객기가 들러야 할 경유지였다. 당시 여객기들의 비행거리가 짧았고, 냉전으로 인해 소련 영공을 지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연적인 절차였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 버블시대 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일본의 항공사들도 이곳을 들러야 했다. 환승보다는 급유의 목적이 컸기 때문에 앵커리지에서 머무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때문에 당시 해외 출장이 잦았던 상사맨들이나 항공사 관계자들은 당시 앵커리지의 추억을 기억한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안영희 동년기자는 “한 시간은 있어야 했는데 승객들이 딱히 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면세점들이 장사가 잘됐죠”라고 설명한다. 이 공항에서 인기가 가장 높았던 매장은 바로 ‘우동’. 해외 왕래가 잦았던 한국과 일본의 ‘밀리언 마일러’ 사이에선 반드시 거쳐야 할 일종의 성지였다. 일본의 몇몇 사이트에 남아 있는 기록의 편린을 맞춰보면, 앵커리지 우동은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첫 번째 주인은 미국계 일본인으로 육수 제작과 제면을 직접 하는 정통파여서, 본토 일본인들도 인정할 정도였다고. 가격은 10달러 내외로 비싼 편이었다. 지금도 일본에선 ‘앵커리지 우동’이란 단어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준 높은 우동집을 칭하는 대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장사가 잘되자 한 항공사 자회사가 주인을 밀어낸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물론 우동은 인스턴트로 바뀌었다. 냉전의 종말과 항공기 성능의 향상으로 앵커리지 경유 노선이 줄자 이 우동집은 한국인 사업가에게 넘어간다. 맛도 한국식으로 변했고, 단무지는 별매여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대한항공에서 정년퇴직한 정용진 기장은 “당시 조종사들 사이에서 앵커리지공항의 우동은 자주 언급될 정도로 유명했어요. 우동과 함께 팔았던 연어 고기도 한국에선 구하기 힘든 물건이어서 인기가 많았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2018-01-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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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도시 서울] 뮤지컬·전시회·음악회… 190개 행사 ‘봄’의 향연
- 시내 곳곳에서 190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무아트홀에서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공연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실내악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선 여성 예술가 3명이 참여하는 ‘골드’, 작가 손혜민과 존 리어든의 ‘성장교본’ 전시회가 마련된다. 또한 서울대공원에선 봄꽃축제가 운영된다. 행사 내용과 일정은 홈페이지(http://culture.seoul.go.kr)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지난해 12월 개관한 만화문화공간 ‘재미랑’에서 작가 사인회를 연다. 지난 22일에는 ‘꼬깽이’의 김금숙 작가 사인회가 열린 데 이어 오는 29일에는 ‘불편하고 행복하게’의 홍연식 작가 사인회가 열린다. 참석을 원하는 독자는 재미랑 페이스북에서 신청하면 된다. 가족과 함께하는 걷기여행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오는 6월 1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4시 30분 ‘가족과 함께하는 한성백제 워킹투어’ 행사를 연다. 탐방 코스는 한성백제박물관, 몽촌토성, 풍납토성 등이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참가 신청은 행사 당일 오후 12시 30분부터 박물관 교육실 앞 로비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참가비는 무료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봄을 맞아 국악 상설공연 ‘서울 아리랑’을 비롯해 5개 분야 15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5월 초연할‘서울 아리랑’, 기획공연인 ‘예인, 한옥에 들다’와 ‘남산골 풍류’, 전통문화 강좌인 ‘남산강학’, 체험교실인 ‘전통예절학교’ 등이다. ‘서울 아리랑’은 아리랑의 선율에 맞춰 서울의 자연, 일상,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국악공연이다. 세시 절기에 맞춘 축제형 행사도 펼쳐진다. 남산골 한옥마을의 상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홈페이지(http://hanokmaeul.seoul.go.kr)와 관리사무소(02-2266-6923~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치영 서울시 문화체육정책관은 “남산골 한옥마을은 꼭 방문해야 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라며 “1200만 관광객 시대에 걸맞는 전통문화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연중 기획홍보를 통해 남산골 한옥마을을 알리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 12일부터 ‘2014 서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청소년 연극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하고자 하는 지원자를 지난 24일부터 모집하고 있다. 연극투어는 청소년 권장 공연관람, 배우와의 만남, 소극장 체험, 대학로 투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3주간 운영되며 4월부터 11월까지 총 8기가 운영된다. 중고생 30명을 기수별로 선착순 모집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신청은 홈페이지(www.e-sac.or.kr)에서 하면 된다. 문화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페라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롯데백화점 문화홀 초청으로 이탈리아 음악가와 함께하는 ‘오페라 아리아와 칸소네’ 공연이 지난 26일 오후 3시 영등포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렸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탈리아의 국립음악대학인 베르디 국립음악원의 마누엘 메오 교수(바이올린)를 비롯해 파올라 부르니 모노폴리 국립음악원 교수(피아노), 조반나 다마토 비보발렌시아 국립음악원 교수(첼로)의 앙상블을 선보였다. 이 오페라 공연은 27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평촌, 일산, 중동, 김포공항, 부산, 청량리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각각 펼쳐진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4월 8~9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제322회 정기연주회 ‘신춘음악회, 어른을 위한 동화’를 개최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음악그룹 ‘고래야’의 권아신, 소년소녀합창단의 김성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성시영의 소리를 곁들인다. 서울시와 사단법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이달 27일부터 10월 30일까지 7회에 걸쳐 ‘서울시민과 문인들이 함께하는 서울 시(詩)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한용운, 이상, 박인환, 서정주 시인이 살던 고택과 조선시대 시인들의 자취가 남은 시비·묘지를 탐방하며 문학작품의 의미를 확인한다. 강의는 김경식 시인이 맡는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시 문학기행은 시인의 삶과 문학작품들을 알아가는 여행”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시인과 시(詩)를 더 잘 이해하고 ‘詩의 도시 서울’에 대한 매력을 느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지난 25일부터 어린이 갤러리에서 ‘굿모닝 미스터(Mr.) 로봇’전을 열고 있다.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로봇 조각 작품을 비롯해 고근호·김계현·김동현·김동호·성태진·백종기·이기일·이동기 등 국내 젊은 작가가 재해석한 다양한 로봇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세계적인 야생동물 사진가들이 기록한 야생동물의 모습과 사람의 동작에 반응하는 증강현실을 한번에 즐기는 ‘와일드 라이프, 사진전&증강현실 체험전’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는 아울러 자치구별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올해 86개 지역축제에 1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 2014-03-27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