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500조 원 시대다. 하우스푸어, 파산 등등의 우울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암울한 처지는 아무리 남의 얘기로 분류하려고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립되어 발전해온 만큼,
우리 대부분은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들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김윤영 원장을 만나 엄혹한 금융위기 시대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돈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리고 아마도 돈에 우는 사람이 웃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돈에 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정부의 서민 관련 금융 지원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시키고자 만들어진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문을 열어 이제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어려운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할이 없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역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
몇 년 전, 전셋값의 이상 폭등이 계속되어 전세 비용과 매매 비용이 별 차이가 없게 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명제가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탄이 됐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서,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서비스를 넘어서 인간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출이 능사가 아닙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선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컨설팅, 관리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자체적으로 열 명 보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잡월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연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 지원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가입해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라 해도 이제 은퇴하게 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큰돈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빚 없으면 다행’이라는 말들까지 나온다.
그래서 노후를 맞이한 많은 시니어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문제에 주목해 일자리 구하는 일을 돕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하다못해 족발집을 창업하고 싶다면 족발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부터 세무, 인테리어까지 가르쳐줍니다. 전국에 15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현장으로 직접 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예전에는 대출만 해주고 말았죠.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금전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계획은 전국 43개 통합지원센터 종합상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원과도 연계하고 전국 3500여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도 활용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욱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턱이 낮아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취약계층 자립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 미소금융 자영업자 지원대출, 개인·프리 워크아웃, 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원을 넘어선 재기의 발판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빨리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게 해야죠.”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제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발전을 체감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원장은 여전히 생각보다 취약계층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 실적이 없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바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열 번, 백 번 생각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빚쟁이가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김 원장이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하는 일은 일반 금융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금융 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잖아요? 그들은 돈 빌려준 사람의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으면 찾아가서 ‘어렵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럼 이자는 이렇게 감면해줄게요’ 하고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가장 잘 아는 곳에서 깎아주고 감면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책 자금으로 돕는 거죠.”
‘돈을 연체하려고 빌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김 원장은 서민의 마음과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얼마 전 정부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 159만 명의 빚을 탕감하거나 유예해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소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 1000만 원을 빌려서 10년 연체했단 말예요. 10년이면 이미 은행이 안 갖고 있거든요. 팔아넘겨져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가 있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채무자는 얼마나 추심으로 고통을 받았겠어요. 물론 1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고통받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 능력이 없으면 감면해줘야죠. 이 건에 대해 도덕적 해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도덕적 해이가 없을 순 없겠죠. 그러나 소수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원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고 봐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수기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부채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3편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김 원장은 수기집 사연들 중 ‘이제는 전화를 맘대로 받을 수 있고 집도 갈 수 있고 회사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보통 일상도 ‘빚쟁이’가 되는 순간 사치가 된다. 그들로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바랐던 일일 것이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서민금융 하면 우리를 연상하게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 송파 세 모녀 사건. 엄마가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인 129번을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곳곳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홍보가 잘 안 돼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다. 특히 시니어 중 신용회복위원회는 알아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 수가 170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그런 분들에게 재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저희를 통해 희망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람입니다.”
희망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보람
최근 정부기관들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 기관에 흩어진 DB와 역할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16개 기관이 모여 MOU를 체결했다. 노후준비지원 중앙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노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 다 모였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이런 협의체가 있으면 출범하고 끝나잖아요. 이제는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폐지 수거 체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따뜻함과 진솔함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소탈한 솔직함이야말로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몇 년 째 영어 강의를 하고 있는 중구 노인대학에서 이 겨울이 끝나면 새 학기가 시작 된다. 새 학기가 되면 강의 시간도 조금 바뀌고 새로 생기는 강의도 있다. 필자는 강의 시간에 변동이 없어 지난 학기 학생이 거의 연속 수강을 하게 된다.
학생 중에는 몇 년을 다녀도 조용하게 별 존재감도 없이 다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선생인 필자에게 반찬을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든가 집에 놀러 오는 특별한 학생도 가끔 있다.
C는 나이가 60세 정도의 특별한 학생이다. 여고 때 탁구 선수를 했으며 나에게 특별하게 잘 한다. 가끔 반찬도 집으로 해오고, 강의 시간이면 brand 커피도 따로 날 위해 준비한다.
그런데 며칠 전 학생 C가 문자를 보내 왔다. 자기가 2학기에는 선생님 강의를 못 듣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유는 새로 하모니카 강의가 생겨서 배우고 싶은데 그게 내 강의랑 똑같은 시간이라 필자 강의인 영어를 포기하고 하모니카를 선택 하겠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필자는 엄청 서운했다, 아니, 그렇게 잘하고 생전 그만두지 않을 것 같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강의에 참석한 C가 내 강의를 떠나다니 필자의 강의가 하모니카만도 못 하단 말인가??
C가 우리 집에도 온 적이 있어 남편도 물론 C를 안다. 필자가 서운하다며 C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항상 그런 법이라고, 특별히 잘 하는 사람이 맘도 금세 변하는 거라고 날 위로해 준다. 그래도 서운한 맘은 가시지 않는다. 화도 나고, 하모니카도 밉고, 난데 없이 자존심(?)은 왜 또 거기서 상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필자가 얼마 전 감기로 며칠 앓고 나니까, 남편이 새 학기부터 강의를 그만 하는 게 어떠냐고 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그 동안 할 만큼 했고 또 필자의 몸이 불편허고 나이도 먹었으니 고만 하는게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야말로 불난 데 부채질이다. 사실 복지관까지 일주일에 한번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은 남편이 하는 일이니 봉사의 반은 남편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남편이 그걸 싫어한다면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거다.
자, 어떡한다? 계속 할 것이냐,말 것이냐? 우선 남편의 확실한 뜻을 물으니 모든게 날 위한 것이고 오히려 계속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테고 필자만 원하면 얼마든지 계속하는 것이지 자기는 다른 뜻은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남편의 확실한 뜻을 안 필자는 우선 영어반 반장과 상의를 하고 내 뜻을 밝혔다. 필자의 말을 들은 반장은 C 빼고 딴 사람은 사람이 아니냐며 절대로 사퇴는 안 된다며 펄쩍 뛴다. 한편으로는 필자를 말려주는 반장이 고마웠다. 필자는 사실 봉사는 자신을 위한 것이지 결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거다. 정신 건강을 위헤서라고 한 때의 기분으로 일을 그만 두는 건 후회만 남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못이기는 척 강의를 계속 하기로 하고 나니 어두웠던 마음이 금세 환해 지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취약계층, 사회적 패자들의 자활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이종수(63) 한국사회투자재단 이사장 겸 임팩트금융 추진위원회 단장, 남들이 ‘문제없다’를 외칠 때 그는 ‘문제 있다’를 외치며 우리 사회의 궁벽한 문제를 드러내고 찾아낸다. 그리고 해결을 도모한다. 철거민촌 소년이 글로벌 금융인을 거쳐 사회운동가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패자부활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별명이 소셜 디자이너입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나요.
“패자부활전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디자인한다고 해서 언론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빈곤의 사전 예방, 차단을 위해서는 단순히 퍼주기 식의 복지 지원이 아니라 한 사회 생태계 구성이란 전향적-종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젠 고기 잡는 도구를 빌려주는 것까지 함께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장을 만들고 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까지 해야 합니다. 취약 계층 자활도 단순한 지원을 넘어 융자의 시대를 지나 이젠 사회투자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제 일입니다. 빈곤도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해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착한 금융 2.0은 복지 측면에서 개인 대상 직접 자금 지원이었다. 3.0은 사업 지원, 사업 아이디어 사전 자문과 사후 사업 멘토링까지 종합관리 시스템으로 패키지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4.0은 투자 생태계 마련, 즉 사회투자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하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개인도 종합검진을 미리 하면 중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 빈곤, 취약 계층 발생도 사후 대책을 넘어 문제 요인을 사전에 진단, 예방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 이사장은 사회투자금융 활동의 선구자로서 늘 앞장서 각 단계마다 진화를 주도해왔다.
사회투자라는 용어가 아직은 낯선데요. 사회와 투자라는 용어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만.
“사회 문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합니다. 그러나 그 예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는 너무 복잡해 주는 복지 방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습니다. 많은 사회 문제가 경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해결 방식도 전통적인 복지에 금융경영 등과 같이 시장적인 방법을 융합해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투자는 재원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주는 복지를 넘어 구조와 예방의 사회 인프라를 깔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회간접자본과 같습니다. 다리, 항만 부두 등을 건설하는 데는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 발전의 근간을 마련하지 않습니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패자부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지속가능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다층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사회금융기관은 일반 은행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반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수익과 담보를 본다면 사회투자를 지원하는 사회 금융기관들은 그 기업과 프로젝트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과 기업의 철학을 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재무적 수치나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즉 장애인, 노숙자, 저출산, 고령화,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환경 문제, 자살률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 투융자를 결정합니다. 돈의 회수 가능성을 본다는 점은 같지요. 공익적 개념이더라도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원의 선순환이 필수이니까요.”
은퇴자들과 매칭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설립한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시니어브리지라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퇴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교육하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벌써 400명 이상의 시니어들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전문성을 갖고 사회적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봉사가 가능합니다. 일정 교육을 받고 커뮤니티를 구성,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돈을 벌어 재무적 성과를 내는 재무적 가치, 사회적 의미를 두고 봉사하는 사회적 가치. 이 중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가치에 점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되더군요.”
당면한 사회 문제 중 심각한 게 양극화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합니다.
“부모의 가난이 새로운 연좌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요즘은 개천의 용을 보기가 힘듭니다. 개천에선 욕만 나오는 세태이지요. 싹수 있는 지렁이들의 신분상승 희망조차 개천 바닥 아래로 봉인돼버린 것입니다. 어느 나라이든 명문대 인재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존재해요. 영국의 이튼스쿨 출신, 미국의 아이비리그 출신 등.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갈등과 적대감이지요. 리더들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 개선 등 따뜻한 개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실업, 저출산, 주거난, 장애인 문제 등이 곪아 터지면 결국 빈곤의 문제로 수렴된다. 이들이 벼랑에서 떨어져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라는 책에서 “가난이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은 공동체가 가난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며 “경제적 능력주의 사고는 가난한 사람을 불운한 게 아니라 실패자로 묘사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체제에선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고, 자선-복지-재분배-동정의 필요성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연 빈곤을 그들만의 인과응보에 의한 책임으로 볼 것인가.
한 부모가 아이를 서울역으로 데려가 노숙자를 가리키며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산교육(?)을 했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뤄진 적도 있지요.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만은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상황이 개인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국민총생산이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총생산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외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보듬고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입니다. 이를 위해선 공동체 정신, 커뮤니티 정신이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온통 효율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실현돼야 합니다.”
개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사장님도 흙수저 출신의 개천룡이십니다. 어떻게 글로벌 금융인이 되셨는지요?
“사당동 달동네의 철거민촌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서강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민주화운동을 하다 민청학련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게 됐습니다. 이게 빨간 줄이 돼 국내 일반 직장에 취업이 안 되는 겁니다.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친구가 권해줘서 우연히 응시한 미국 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더군요.”
민청학련 경력(?)이 인생의 장애물이자, 도약대, 두 가지 역할을 했군요.
“20대 때 세상의 불공평,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질풍노도 같았어요.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제 가난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화가 꾹꾹 쌓여 폭발 직전이었지요. 처음엔 독방에 수감됐는데 매일 고함을 치고 벽을 쳤어요. 3개월 후 잡범들과 합방을 하면서 비로소 제 마음속 억눌린 화가 풀리더군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가난이라고 불만을 가졌던 게 사치였던 겁니다. 비교도 안 되게 별별 힘든 사연이 다 있더군요. 그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자’는 생각을 했지요. 책으로 배운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그 결심으로 대학생활 내내 구로동 공단에서 야학을 열심히 했어요.”
그 후에도 초심을 잘 유지하셨나요. 젊은 시절의 결심은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요.
“하하. 웬걸요. 몇 번의 초심 재생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레드카펫 깔린 외국 직장에서 고연봉의 좋은 대우 받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7명이나 딸린 해외생활을 하면서 ‘그때 그 마음’이 바래버렸어요. 꿈은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어요. 내 삶은 우연찮게 사건이 ‘사연’을 상기하게 만들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돌아보게 되었지요. 1996년 캄보디아에서 은행을 설립할 때인데요. 가난을 한탄할 틈마저 주지 않는 매정한 세상에 지친 서민들의 우울한 눈동자를 봤어요. 까맣게 잊고 있던, 감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과 예전 결심이 떠오른 겁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됐고 사표를 냈지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이라고 하지만, 가슴에서 발까지의 결심이 더 힘들더군요. 이후 캄보디아 농촌 빈민을 위한 자활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농촌 빈민 직업 훈련 프로젝트 등 ‘가슴이 시키는 일’에 연달아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 내전 등 내부 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에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때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영감을 받아 귀국해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국내에선 개념조차 없는 때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한국형 사회연대은행을 기초부터 공부해가며 시작해 실행까지 도맡아서 했다.
세계 최대 보험중개사인 에이온코리아 사장으로 계시다 비정부 시민사회 단체인 사회연대은행 대표로 옮기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10년간 양다리 기간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인근 건물이어서 상호 양해 하에 두 곳의 장(長) 역할을 왔다 갔다 병행했지요. 그러다 사회연대은행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상황에 직면했어요. 3개월 월급 못 줄 땐 가시방석이었어요. 웬만한 직장에서 그랬다면 야단이 났을 텐데, 마이너스통장 쓰면서도 견디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편하게 지내도 되나 갈등이 생기고, 인간적으로 모순 상황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에이온에 사표를 냈고 마음이 가는 바를 좇고 나니 편해지더군요. 온전한 헌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정한 이익과 불이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결정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버는 거야 옛날과 비교할 수 없게 줄었지만요. 막상 살아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아요. 밥값 내던 시절은 잊고 빈대가 되고,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는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고…. 많이 벌면 많이 쓰고, 조금 벌면 조금 쓰게 되는 게 사람 사는 이치더군요(웃음).”
사표를 쓴 당일에 스페인 산티아고로 직행, 혼자 도보순례를 하셨다면서요.
“모양만 좋은 ‘데코레이션 나’가 아닌 진짜 ‘내 안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만나기 힘든 게 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나이기도 하고요. 자신만이 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 사람들 눈에 보이는 나는 내 참모습과 일치하는가.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지지 말자고 결심했지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는 매일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이사장님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패자부활전, 초심 회복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그런가요. 격렬한 희망과 내려놓기, 그것이 제 나름의 인생 지혜입니다. 격렬한 희망이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긍정적 기회로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하나하나 보면 실패였지만 돌아보니 그게 저수지가 됐어요. 감옥에 들어간 일이나, 젊은 시절의 방황이나 해외 돌아다니면서 은행을 설립한 일이나…. 또 하나는 내려놓기입니다. 돈뿐 아니라 일에 대한 욕심도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따라오더군요.”
이 이사장은 인터뷰 중 일어나더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을 펼쳐 한 대목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출발이다. 과거를 지움으로써 현재를, 지금을 버림으로써 미래를 들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쥘 수 없는 것처럼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내려놓음은 익숙함에 찍는 단정한 마침표다. 나를 타성, 관성, 습성에 젖게 했던 세상의 기준과도 이별이다.
그는 자신이 지은 집에서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산다. 소셜 디자이너란 별칭처럼 ‘남이 디자인해준 집’에서 사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이란다. 아버님(86)은 시력을 상실하시고, 어머님(85)은 치매이시지만 그는 이 역시도 문제로 보지 않는다. ‘노인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 병환, 공양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 노인들이 어떻게 존엄한 삶을 살게 할 것인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단다. 타고난 소셜 디자이너 이종수 이사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이 굼뜨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반응속도가 느려 사고대처에 신속하지 못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차량은 물 흐르듯 흐름을 타야하는데 노인 특유의 망설임으로 자신이 직접 사고를 내지는 않지만 우물쭈물하며 갈까 말까 주춤주춤 하다가 뒤 따라오는 차량의 사고를 유발시킨다는 보도도 있다. 사고 통계를 봐도 고령자가 확실히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 더구나 수명100세 시대니 고령자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행정당국에서도 제도적 방지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옳다.
고령자들이 스스로 운전을 하지 않으면 좋다. 일본은 나이 들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대중 교통비를 지원하면서 스스로 운전을 그만두게 하는 간접적 유인책을 쓴다.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면허갱신기간을 짧게 하고 시력이나 사지 운동능력을 검사하여 부적합한 경우 운전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는 강제적 방법을 택한다. 너무 쉬운 행정편의 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방법은 전기가 부족하면 전기요금을 올려서 간단히 해결하려는 방법과 같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부자는 끄떡도 하지 않지만 가난한 서민은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못하고 부채를 들도록 강요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전기를 꺼주는 사람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택한다.
사고의 위험을 알면서도 고령자가 운전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심시숙고 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 98세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102세의 할아버지가 소개 되었다. 사회자가 그 나이에 왜 운전면허를 취득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어보니 고령의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고 아내 대신 장터에 가서 생활필수품도 구입하고 은행 업무도 보려면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해체되고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하는 셀프부양의 시대다. 자식이나 이웃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세상인 점을 이해하면 고령자가 자동차를 운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기계장비가 아니고 전자장비다. 차선이탈 경고시스템도 있고 전방충돌 경고시스템도 개발되어있다. 사가지대 경고는 물론 주차보조시스템도 있다. 사람은 실수를 해도 기계는 실수란 없다. 돈을 더 주면 각종안전장치를 자동차에 추가 할 수 있다. 멀지 않아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도 도로에 등장 할 것으로 이미 예고되어있다.
고령자의 자동차는 필요 안전장치를 달도록 의무화해야한다. 추가 비용의 일부를 국가든 자동차 회사든 어느 쪽에서 부담해 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후진국처럼 강제로 못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원하면 하도록 해주고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선진국이다.
미국의 빈번한 총기사고를 보고 우리나라처럼 총기소지를 불법화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총기소지를 불법화 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총기를 갖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이들의 자유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총기를 갖고 있지만 스스로가 총기사용을 엄격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 의한 총기사고는 거의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힘이다.
지금의 고령화세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를 이만큼 잘 사는 나라로 발전시킨 공이 있는 세대다. 그들이 젊은 시절에 국가에 낸 세금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건물에 세를 산다고 볼 수도 있다. 노년이 행복하여야 인생이 행복하다.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를 가능하게 하여 움직이도록 유도하여 고령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국민의료보험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해 주거나 무료 예방접종 등 지원정책이 무수히 많다. 고령 운전자에 대해 지원을 못해 줄 명분은 희박하다. 소요비용 또한 별 것 아니다.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긍정적인 검토를 희망한다.
*동년기자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은퇴의 시작은 여행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사전 체크
5070 액티브 시니어들은 앞으로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삶의 중심은 일에서 여가로, 직장에서 가정으로, 성장에서 관리로 변한다. 이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은퇴의 시작은 여행 가방을 준비하듯 꼼꼼히 챙겨야 즐겁고 안전하다. 은퇴재무 전문가 3인의 ‘믿고 맡기는 평안한 노후의 길’을 함께 떠나보자.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평균수명이 50세를 조금 웃돌던 1960년(남 51.1세, 여 53.7세)에 5070은 그야말로 뒷방 늙은이였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5070은 액티브 시니어로서 인생 황금기의 주인공들이다. 반백년 만에 완벽한 신분세탁이 이뤄진 셈이다.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는 라는 저서에서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올해 김형석 교수의 나이는 98세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정도(78.3%)는 70세를 노인 연령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 5070은 노년으로 넘어가기 전의 ‘신중년’인 셈이다. 지금의 5070세대는 그 전까지 일과 가족 때문에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했지만, 50세를 넘기면서 ‘신중년’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경제적 토대다. 5070 액티브 시니어가 2040일 때는 월급이라는 끊이지 않는 현금흐름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아직 현역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5070은 여전히 풍부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겠지만, 이미 은퇴한 5070은 사정이 다르다. 안정적 현금흐름이 끊긴 상태에서 그동안의 관행을 답습하며 모아놓은 돈을 빼내 쓰는 행위로는 평안한 노후생활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역 시절 안정적인 생활이 노후에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5070 시절을 잘 보내야 한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지위를 노후에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스마트한 재무설계가 필요하다. 재무설계는 재무 상황을 파악하여 관련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추어 구체적인 자금 준비 등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5070세대가 이전까지는 월급을 통해 재테크, 저축, 목돈 중심의 재무설계를 해왔다면 지금은 새로운 관점, 가치관의 재무설계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재무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5070세대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재무설계를 특별히 ‘은퇴재무설계’라 부르기로 한다. 여기서는 먼저 5070세대에게 ‘은퇴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 5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은퇴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 5가지
첫째, 속성이 다르다. 재무설계 측면에서 5070세대와 2040세대는 그 속성이 다르다. 2040세대가 샘물이 계속 솟아나는 우물이라면 5070세대는 더 이상 샘물이 솟아나지 않는 우물이다. 5070세대가 자신의 우물에서 죽을 때까지 목을 축이기 위해서는 막혀버린 샘물이 다시 나오도록 다른 길을 뚫거나, 우물의 물이 썩지 않은 상태에서 고갈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속성이 다른 2040세대 때 해오던 재무설계를 5070에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적잖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패션쇼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2040 시절에 고수익·자산 중심의 재무설계로 재미를 봤다고 해서 지금도 그렇게 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5070 은퇴재무설계는 모아둔 자산을 어떻게 소비하고 지출할 것인가 하는 현금흐름 중심의 재무설계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현역 때인 2040 시절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When the music change, So does the dance)”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노멀(normal) 시대, 그 후부터는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해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고 한다. 최근에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져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뉴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 5070세대가 살아왔던 노멀 시대는 어디에 투자하든 무슨 장사를 하든, 그리고 저축만 열심히 해도 돈을 불릴 수 있는 시절이었고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재무설계였다. 1980년에 시중은행의 평균금리는 24%였다. 5년 만기 재형저축상품의 금리는 무려 36%였던 적도 있다.
목돈을 만드는 데 얼마의 기간이 걸리는지를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으로 72법칙이 있다. 72법칙은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계산하는 공식으로 ‘72÷금리=기간’으로 산출한다. 과거 금리가 24%였던 시절에 1억 원을 예금해두었다면 원금은 3년(72÷24=3) 만에 2배로 불어난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어떨까? 예금 금리를 2%로 가정하더라도 원금을 2배로 만드는 데 36년(72÷2=36)이나 걸린다. 예전처럼 예금으로 자산을 급속히 늘려가는 시대는 끝났다.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 모아놓은 한정된 자산으로 긴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은퇴 자금으로 제법 큰돈을 모아놓았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은퇴할 때 노후자금으로 3억원을 준비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매년 2400만원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하고, 물가상승률은 2%라 가정하자. 이 사람이 3억원에서 언제까지 노후생활비를 꺼내 쓸 수 있을까? 이는 3억원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3억원을 예금도 적금도 아닌 자신의 금고나 장롱에 넣어두고 사용할 경우(운용수익률 0%) 약 11년이면 소진된다. 운용수익률이 2%일 때는 12년, 4%일 때는 14년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7%일 때는 약 20년으로 노후자금 사용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요즘은 노후생활비를 이자로 조달하며 살아가는 금리생활자의 설 자리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보다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수명 증가 속도를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의 어르신은 몇 명일까? 통계청(2016) 자료에 따르면 3159명이다. 90세 이상 인구는 이보다 약 50배 많은 15만 명 정도다. 100세 이상 인구는 5년 전에 비해 72%, 90세 이상 인구는 67% 증가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대수명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1980년에 66.1세였던 기대수명은 2015년 기준으로 82.1세로 2년마다 기대수명이 1년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들은 금세기 안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120세, 심지어는 14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기도 한다. 5070세대가 2040 시절에 경험했던 것처럼 퇴직 후 10~20년을 더 산다는 전제로 노후를 준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5070세대 중 액티브 시니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의 기대수명은 더 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서울대 의료관리학연구소와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소득이나 거주지역에 따라 기대수명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3.7세로 소득 하위 20%의 기대수명(77.6세)보다 6년이나 더 길다. 한마디로 부자가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2011년에 상영된 이라는 영화를 보면 돈으로 인간의 수명을 거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위 1%의 부자들은 불로장생(不老長生)하고, 나머지는 고된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영화 같은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넷째, 가계 재무상태가 적절치 못하다. 5070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집단이다. 이 세대는 전쟁과 굶주림, 경제개발과 IMF 경제위기 등 롤러코스트와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축적한 자산은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물질적 토대가 되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2016)’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자산은 4억4302만원, 부채는 8385만원으로 순자산이 3억5917만원이다. 60대 이상은 자산 3억6648만원, 부채 4926만원, 순자산 3억1722만원이다. 5070세대는 평균적으로 3억원 정도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액수다.
문제는 자산의 구성이다. 50대는 전체 자산의 69%가 부동산이고, 60대의 부동산 비중은 79.1%나 된다. 60대 이상의 경우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1656만원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하우스 리치(house rich)’, ‘캐시 푸어(cash poor)’ 현상이다. 자산은 많으나 현금이 없는 것이다. 자산으로부터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조그마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도 파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어떻게 하면 자산에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까? 5070세대의 가장 큰 숙제다.
다섯째, ‘노후난민’만은 피해야 한다. 지금은 5070세대가 액티브 시니어로서 충분한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80세 이후에도 그것이 그대로 유지되리란 보장은 없다. ‘노후난민’은 은퇴 후 자산이 계속 줄어드는 바람에 급기야는 의식주 같은 기본생활을 충족할 만한 자금조차 없는 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돈과 수명의 경주에서 수명이 이기는 바람에 노후파산이라는 역설에 직면하고 만다. 적잖은 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명과의 경쟁에서 돈이 지도록 만드는 원인은 뭘까? 자산관리 소홀, 의료비 부담, 자녀부양 문제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자산관리 소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요즘 같은 시대에 안전하다는 이유로 자금을 원금보장형 상품에 묻어두고 곶감 빼먹듯 빼먹으면 고갈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안전심리가 노후난민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일에서 은퇴했다고 투자활동까지 막을 내리면 곤란하다. 은퇴 이후에는 나를 대신해 돈이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은퇴 및 투자전문가인 노지리 사토시는 노후난민을 피하는 방법으로 개인의 삶을 은퇴 전과 은퇴 후의 2단계로 구분하지 말고 3단계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즉 ①직장생활로 ‘돈 버는 시기’, ②은퇴 후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자산 투자기’, ③투자활동을 끝내고 불린 자산을 느긋하게 소진하는 ‘완전 은퇴기’로 구성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면서 불려나가는 ‘자산 투자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지리 소장은 은퇴 후에도 20년 정도는 자산을 불려나간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75세쯤에야 투자로부터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 의료비 부담: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본적인 의식주 관련 생활비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의료비는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건강관리를 해보지만 도적처럼 슬며시 찾아오는 것이 ‘노후 질병’이다. 게다가 꽤 큰돈까지 삼켜버린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30만2904원으로 전체 인구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9만9315원)보다 3배 이상 많다. 70세 이후 보건의료비 지출은 소비지출의 15.5%나 차지한다. 노인이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노인 부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조차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40년간 저축과 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했으나 배우자의 질병,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의 문제로 노후에 파산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 의료비 지출은 일정연령이 되면 반드시 찾아온다는 점과 오래 살수록 위험이 급증하고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자녀부양 문제: ‘73만7000원!’ 25세 자녀를 둔 부모가 한 달 자녀에게 쓰는 부양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성인 자녀를 둔 부모 10명 중 4명은 학교를 졸업했거나 취업, 결혼한 자녀를 계속해서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자녀가 사회에 진출해 독립의 기반을 마련하면 부모의 자녀부양 의무는 끝나고, 부모가 노인이 되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캥거루족, 부메랑족이란 단어가 유행할 만큼 부모가 성인 자녀를 돌보는 역부양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란 ‘더블케어(double care)’ 현상에 직면해 있는 5070세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인다.
미국의 예금 금리가 올랐고 우리나라도 예금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최저 금리다. 금리를 낮추어 경기 부양을 시도했지만 경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망해야 할 기업은 망해야 한다. 낮은 생산성과 적자 기업을 낮은 금리로 겨우 기업 목숨을 부지하다가 결국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더 크게 망했다. 낮은 금리로 빚을 내어 부동산을 사고 빚을 내어 창업에 뛰어들다보니 가계부채는 1.000조를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줄도산이 우려되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금리 인하의 역습으로 근로 소득 없이 알량한 퇴직금에서 나오는 이자 소득만으로 생활하는 노인의 삶은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1억 원의 즉시연금 이자가 반 토막이 되어 30만 원 대에서 17만 원 대로 주저앉았다. 은행 이자를 받아도 세금 15.4%를 제하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라고 겁을 주고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으라고 한다. 이제는 저축의 시대가 아니고 투자의 시대라고 한다. 투자의 위험은 스스로 감수해야 하고 그 위험을 직시하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경제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노인들에게 이제 와서 경제 공부를 하라는 것은 소수의 노인에게만 해당될 뿐 대부분 노인으로서는 감당 못할 소리다. 부동산이나 증권투자도 위험부담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노인은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를 증가하기 보다는 낮은 이자만큼 허리띠를 더 졸라 맬 뿐이다. 낮은 금리가 소비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이론은 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금리가 낮다보니 불빛을 찾는 불나방 모양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준다는 곳을 찾아 다닌다. 그러다보니 자식들이나 친척들이 사업을 해서 더 많은 이자를 주겠다고 빌려가서는 뒤는 내 몰라라하는 똥배짱에 속절없이 당한다. 어찌 동방예의지국에 영수증 없이 돈을 빌려준 자식과 송사를 벌린단 말인가. 부동산 임대 수입이 최고라며 상가 구입을 꼬드겨 막상구입하면 임차인을 못 찾아 빈 상가에 관리비만 물어주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노인의 돈을 요리하기 쉬운 먹잇감으로 보고 밤낮으로 하이에나처럼 덤빈다. 새로운 유망산업이라고 투자만 하면 놀고 이익금을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피 같은 돈을 날리고 눈물짓는 노인들의 사연을 들을 때 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가난한 노인들이 가난하게 된 원인 중에 자기 돈을 허망하게 날린 사람이 많다. 은행금리가 낮아지면 노인의 돈은 갈 길을 잃고 방황하다 허망하게 날린다.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노인 빈곤 국가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 율은 45.1%로 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보다 3배 이상 높고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라고 한다. 자식들을 위하고 조국 근대화를 위해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열심히 살아온 노인세대가 왜 가난에 시달리는지 근원을 파악해야 함에도 그 근원은 외면하고 현 실태만 파악해서 극빈자로 취급해주고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정부는 할일 다 했다고 손을 놓는다.노인들이 갖고 있는 돈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이들은 금방 극빈자 대열에 합류한다. 극빈자가 된 후 쌀을 주네 지원금을 주네 하지 말고 극빈자로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이 갖고 있는 돈을 보호해 주기위해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비과세 예금 한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
가난하게 사는 노인을 전수 조사하여 왜 가난의 나락에 떨어졌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교훈삼아 후배세대들이 똑 같은 수순을 밟지 않도록 계도해야 한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고 노인이 가난하게 된 원인을 알아야 탁상 대책이 아닌 실질적 구체적 대책이 마련된다. 젊어서 열심히 일한 노인이 왜 지하실 단칸방에서 가난과 질병과 고독과 싸워야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빈곤층의 노인을 지원하는 제도는 있지만 빈곤층으로 떨어지기 전의 예방책이 없음을 개탄한다.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삶의 황금기로 만들 것인가, 황혼기로 만들 것인가. 황혼기와 황금기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충분히 쓸 만큼 모아놓고 쟁여놓은’ 돈일까? 그보다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은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은퇴 멘탈 갑, 즉 새로운 은퇴 마인드다. 과거 경력, 직장, 직책의 아우라를 들어내고, 자기의 진짜 정체성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 은퇴 이후의 시기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인생의 3분의 1을 살아내야 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그래서 우리는 은퇴를 충격이 아닌 감격으로 맞고 싶다. 끌끌 혀를 차며 밸이 배배 꼬인 채 훈수나 푼수를 떠는 뒷방 노인이 아닌 적극 참여하는 현장의 선수로 사는 롤모델 인생 선배를 만나고 싶다.
퇴직 5년 차가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취업 5년 차’라는 박시호(63)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을 만났다. 인디언 핑크색 니트 상의에 옅은 브라운색 패딩 점퍼, 흰 바지 그리고 빨간색 운동화에 무스로 바짝 세운 밤톨머리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타난 그는 과거 CEO의 물이 쏙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에게선 인터뷰 약속 장소인 ‘신촌’의 청춘물결에서 한 치도 뒤처지지 않는 것을 넘어 자유인의 바람마저 느껴졌다. 2003년부터 행복과 관련한 앤솔러지를 사진에 담아 매일 아침 이메일로 배달하던 일은 이제 취미와 봉사에서 ‘주업’으로 승격됐다. 그 외 강연과 원고 쓰기, 사진 찍기 등등 요즘엔 여행기획가로서 행복을 오프(0ff)에서 실현하는 일에까지 관심사를 확장하고 있다. 그의 하루 24시간은 풍요롭다.
은퇴 괴담은 현실적으로 ‘밥’ 이야기로 시작하곤 합니다.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퇴직 가장의 현실을 표현한 단어 중에 ‘삼식이(집에서 삼시세끼를 먹는 가장)’란 호칭이 있는데요. 많은 퇴직 가장들이 “이러려고 지금까지 뼛골 빠지게 일했나”라며 피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감정계좌를 깡통계좌로 만들어놓고 만기일 됐다고 복리로 쳐서 가장 높게 대우해달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집밥만 우기지 말고 칼국수집이든 냉면집이든 같이 맛집 순례라도 해보세요. 찜질방 같이 가서 놀자고 해보세요. 절로 삼식님이 될 겁니다(웃음). 가장이 건강해야 집안을 끌고 간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부인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집안이 유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편 혼자 행복하고 즐거우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퇴직 이후 집에서 대우받는 것은 남편 하기 나름이지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부부입니다.”
그는 “체력관리한다며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매일 등산 가던 친구가 있었다”며 부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석에 누운 후 그 친구가 “부인이 건강할 때 산에 같이 갈걸, 왜 나 혼자 갔을까” 하며 땅을 치고 후회하더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복은 거창하고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작은 데, 평범한 일상에, 함께 나누는 데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여러 일정 중에서 부인과 맛집 순례 후 하는 공원산책이 그날의 하이라이트라고 덧붙였다. 신혼 때처럼 전기가 찌르르 통하지는 않지만 40년 이상 살아온 인생 동지와 함께하는 ‘침묵의 공유’야말로 가장 든든한 의지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현직에 계실 때보다 더 활기차고 멋져 보이십니다. 부부 금실에서 비롯된 에너지 말고 비결이 있습니까.
“현직에 있을 때보다 몸무게를 10kg 정도 뺐어요. 회식이나 약속을 줄이고 운동을 하니 절로 빠지더군요. 제가 BMW족입니다. 버스(Bus)-지하철(Metro)-워킹(Walking),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이 걷습니다. AMP 동기 부부동반 모임에 갔는데 집사람이 아무 정보 없이도 동기들 중 현직, 퇴직파를 족집게처럼 맞히더군요. 은퇴하면 현직 때의 아우라가 사라져 갈기털 빠진 사자처럼 되기 쉽습니다. 퇴직할수록 용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퇴직하니 공식적 일 없다고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거나 등산복을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면 안 됩니다. 오히려 더 산뜻하게,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어야 해요. 뚝배기보다 장맛이 아니라 겉볼안이 더 맞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볼 때 이미지 판단이 6초 만에 끝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예전엔 아우라가 우러났다면 이제는 만들어야 한다고나 할까요. 퇴직할수록 의관이 생명이란 게 제 지론입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고, 먼저 남이 알아주도록 갖춰 입을 필요가 있습니다.”
은퇴 준비에도 선행학습이 필요할까요?
“일관된 인생 계획을 세워서 현직 시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은퇴의 삶을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합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즐기기 위해서라도. 은퇴 이후의 공부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쫓기는 공부가 아닙니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 뭐든 좋습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이 뛰어오던 트랙을 벗어나는 걸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등산도 높은 산을 오르려면 동네 산부터 오르며 준비하지 않습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은퇴 후 뭘 하면 좋을까 늘 염두에 두고 그 일을 조금씩 준비해둬야 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준을 향해 공부하십시오. ‘지금 이 나이에…’ 또는 ‘시간이 없다’ 말하지만 그것은 모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어해서 하는 핑계일 뿐입니다. 취미든 기술이든 뭐든 배움은 운명까지도 바꿉니다. 공부를 하고 도전하다 보면 전문가 반열에 오르고, 그것이 새로운 세상의 지평을 열게 해줍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은퇴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대답한 은퇴자가 41%나 되고, 대부분 단조롭고 지겨운 일상과 목적 상실 및 지적 자극의 결여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은퇴에서 재정 설계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시간 설계, 즉 은퇴 후 동기 설계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행복이란 것이 요즘에야 흔한 담론입니다만. 행복편지를 시작한 2003년에는 요즘처럼 유행하는 화두가 아니었을 듯한데요.
“저도 욕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정치도 해보고 싶었고, 돈도 많이 벌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특별조사부장을 하며 정치인, 재벌 총수들의 영고성쇠한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지은 고충 건물에서 피고인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총수를 보며 권력, 금력의 무상함을 보았습니다. 또 부도가 나 자살을 한 금융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표변하는 인심의 허망함을 한꺼번에 압축해봤어요. 권력도 금력도 아닌 세상에서 진정으로 변치 않고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지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저의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그림그리기를 시작했지요. 그러다 점차 재능의 한계를 느껴 사진으로 바꾸게 된 것이고요.”
그는 사진을 공부하면서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쳇바퀴 같은 삶을 바쁘게 살던 그가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을 애써 찾으며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주엔 이 꽃을 이런저런 각도에서 찍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또 사진을 찍으면서부터는 ‘집에 꿀단지를 묻어놓은 것처럼’ 퇴근을 기다렸고, 주말 새벽마다 강남고속터미널에 가서 꽃을 사는 행복한 마음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단다. 지인들에게 꽃 사진 선물을 하고, 그들이 감사인사를 전해오고, 급기야 행복편지까지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인 700명 정도를 엄선해 보내는 행복편지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작지만 강한’ 행복 공유의 플랫폼이 됐다.
직장 후배들에겐 멘토로 여전히 환영받는 ‘퇴직 상사’라는 말씀 들었습니다. 그 비결이 있습니까? 어떤 분은 퇴직하니 알던 사람들 중 절반은 모른 척하며 떨어져 나간다고 ‘동선하로(冬扇夏爐, 여름 난로와 겨울 부채라는 뜻으로 철에 맞지 않는 물건을 이르는 말)’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시던데요.
“하하. 저는 연락 안 해도, 거절당해도 고까워하지 않습니다. 또 조금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요. 그러니 오히려 환영받네요. 잘해주면 고맙지만, 못 해주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까운 마음이 전혀 안 생깁니다. 상대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찾더라고요. 부하직원들이 초대하면 병권을 맡깁니다. 예컨대 동석할 사람을 상대에게 정하라고 선택권을 주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정해 만나자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또 그 밥에 그 나물인 예전 사람들만 만나면 재미없는데 후배들이 새로운 사람 소개해주니 저도 좋지요. 폐쇄성을 나부터 없애야 합니다. 자기를 열고 세상에 맞추면 세상살이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자기를 낮추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또 상대가 누구든 불편하지 않도록 마음을 더 내어 배려해주는 것이 존중받는 비결입니다.”
박 이사장께서는 퇴직 후 제일 먼저 할 일로 명함 만들기부터 권하신다면서요.
“은퇴한 사람들이 모임에 나가면 제일 먼저 당황하는 게 명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명함이 없으면 몸을 꼬며 온갖 군말을 갖다 붙여요. ‘제가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돼서요’ 등등. 스스로도 초라하고 서로 당황하기 쉬워요. 명함을 만들려고 구차한 자리 부탁하기도 하거든요. 당당한 명함은 당당한 자기정체성과 통합니다. 이제 과거의 후광은 벗어던지고 자기정체성을 드러내는 명함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하다못해 ○○를 연구하는 사람 ○○○라는 명함이면 어떻습니까. 말로 구구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자기정체성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한 줄짜리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스스로 초라해질 필요 없습니다. 명함 주고받는 게 부담스럽고 부끄러워지면 대외활동은 끝나는 겁니다. 그만큼 중요해요. 아날로그 구세대에겐 직책과 직장이 필수이지만 젊은 디지털 세대는 그보다는 업, 좋아하는 일, 하고 있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사진이면 사진, 서예이면 서예, ‘이것에 대해선 나한테 물어봐. 내가 설명해줄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있다면 더 좋고요.”
박시호 이사장의 명함엔 사진가,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연락처(전화번호와 이메일)가 간결하게 들어가 있다.
퇴직 후 부딪히게 되는 어려운 점 중엔 경조비 부담도 빠지지 않더군요. 국민연금 10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의 가계부에서 경조비 비중이 16%나 됩니다. 의료비보다 높은 비중입니다.
“퇴직 상태에서 대소사가 한꺼번에 밀려들면 아무래도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은퇴한 사람들의 고민이 ‘경조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이지요. 체면과 얽히고설킨 과거의 인연 때문이지요. 저는 기분, 체면보다 기준을 분명히 합니다. 과거의 주고받은 인연보다 1년간의 교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아이들 결혼 때의 방명록도 그 자리에서 없애버렸습니다. 1년 동안 만나지 않은 사람은 교류가 없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연락이 와도 경조사에 가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사람만 부르고, 성의만큼 성의를 표하자. 허례허식은 없애자는 게 제 주의랍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다르지 않습니까? 동창회 단체 공지에 올랐다고, 안 하면 욕먹는다고 찜찜해하면서 자주 보지도 않는 사람의 경조사까지 챙겨야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욕을 먹기도 해요.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기준을 지켜나가는 맷집과 용기도 은퇴 멘탈 갑의 마인드 중 하나입니다.”
박시호 이사장은 은퇴지능개발의 핵심 키워드로 배움을 꼽았다. 기술이든 지식이든 뭐든 배우고, 남의 눈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없도록 하는 것. 그는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을 나눠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며 이 모든 것을 합친 것이 여행이라고 했다. 앞으로 여행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난 경험보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할 때 그는 더 설레면서 반짝였다.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의 설계와 도전도 마찬가지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 신세계에 도전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불을 뿜는 두려움의 용을 처단하고…. 박시호 이사장이 말한 ‘배움’은 구태의연함을 처단하고, 마음속에서 불을 뿜는 용을 무찌르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꽃보다 할배’ 탤런트 백일섭 씨가 갑자기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 무슨 사연인가 찾아보니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졸혼’ 상태에 있음을 고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졸혼’의 뜻을 몰라 부인이 죽었나 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졸혼’이란 결혼을 졸업했다는 뜻이란다. 이혼은 아니고 결혼을 졸업하다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혼하자니 주변의 여러 관계나 자식들 문제 등 생각보다 복잡해서 호적은 놓아둔 채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이 말하자면 ‘졸혼’의 심오한(?) 개념이었다. 백씨는 현재 부인과 떨어져 남해 여수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며 신나게 혼자 살고 있단다. 남의 집안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떨어져 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건 노인네건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어찌 보면 ‘졸혼’이 현명한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황혼이혼’이라고 문학적 수사를 곁들여 근사하게 표현하지만, 이혼이 그리 쉬운 일인가. 이혼의 사유부터 이혼하는 과정 속에 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쌓이겠는가. 배우자의 죽음보다는 덜 하지만, 이혼도 말년에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임에 틀림없다.
옛날에는 유명인의 이혼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곤 했지만, 요즘은 이혼이 개들도 물고 다닐 정도로 흔해빠지다보니 소리 소문 없이 이혼하고 어느 날 불쑥 ‘화려한 돌싱’이니 뭐니 하며 나타나는 일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다양한 개념의 ‘신상품’도 등장하는구나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상처 없는 이혼’이라는 브랜드로 새로운 유행이 될 조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 해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이혼하는 이들까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대는 바람에 혼자 사는 것이 대세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TV에서는 이미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 혼자 사는 프로그램을 마구 쏟아내고 있고 ‘혼밥’이니 ‘혼술’이니 하는 용어도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우치다 타츠루라는 일본인 저술가가 쓴 를 보면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 “점점 사람들이 아이들이 되어간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 유무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한다. 예컨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이 ‘모두의 일’이기에 하지 않는다면 아이, ‘모두의 일’이므로 줍는다면 어른이다. ‘아이’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퇴화한다는 뜻이다.
경쟁 시스템의 교육 제도가 이런 ‘아이’들을 양산하고, 자본주의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어른 없는 사회’를 부추긴다. ‘미운 우리 새끼’라는 TV 프로에서 나이가 50이 다 된 아들들이 아이처럼 노는 모습을 보며 우치다의 진단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장가가야 어른이 된다는 옛날 어른의 말씀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 한 인간으로의 책임감이 싹튼다는 말이겠다.
아무쪼록 백일섭 씨의 ‘졸혼’ 실험이 성공하길 빈다. 아무래도 이혼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삶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음을 인정하므로 그들의 선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삶이 자칫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사회에 적응 못 하는 ‘아이’로 퇴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마음에 걸린다. 주변의 솔로들에게 빨리 중매라도 서야겠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했다. 부진한 경제성장률과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둔화를 우려해 선제로 금리 인하 카드를 빼 들었다고 언론에서 발표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뭉칫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경기가 되살아나고, 돈들이 공장을 돌리고 데 사용되며, 가계는 소비를 늘려 돈이 제대로 돌아 ‘돈맥 경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덧붙였다. 필자도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22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확대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도 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또다시 집주인들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을 올린다. 집 없는 서민은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거나 외곽지역으로 내몰려야 한다, 금리는 낮아졌으나 전세금을 올리면 대출을 그만큼 더 받아야 하므로 나가는 이자는 같아진다.
은퇴하고 은행 이자로 생활해오던 나이 많은 시니어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진다. 필자의 경우 퇴직금을 고스란히 은행에 정기예금을 해 뒀다. 수익형 부동산을 사서 운영해보라거나 펀드나 주식에 투자해보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나이 들어 재산을 불리기보다 지키는 것이 최고라는 어느 전문가의 말을 따랐다. 마음 편히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는 생각에 은행만 고집했다. 그러나 은행 금리가 계속 곤두박질하더니 이제는 처음 받던 이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되었다. 1억 원을 넣어도 월 20만 원이 못 된다. 그나마 이제 이 금액도 ‘아! 옛날이여’가 되었고 더 줄어들게 생겼다.
지금은 저축의 시대가 아니고 투자의 시대라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날고 긴다는 투자 전문가들도 뾰족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이 운영하는 증권회사 펀드도 수익을 못 내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잘 나가는 기업들도 이익금을 현금보유로 쌓아놓고만 있지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쓰도록 세금을 물리겠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투자가 두렵고 겁나는 시대다.
이런 판에 경험 없는 노인들이 투자할 곳을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사람의 심리가 수명이 길어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기 어렵다. 금리 인하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의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줄어드는 이자 수입만큼 소비를 줄이려고 한다. 가진 목돈을 헐어서 쓰기보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수한다.
이익을 못 내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전망이 어둡고 망해야 할 기업을 우물쭈물 이자를 낮춰 계속 살려서 끌고 가면 지금 호미로 막을 일을 나중 가래로 막아야 한다. 오래되어 열매를 제대로 못 맺는 과일나무는 베어내고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한다. 과거 전성기 때의 과일 수확만 생각하면 바보다.
노인들이 돈을 움켜만 있지 말고 쓸 수 있도록 노후복지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월 3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급 요양원보다 더욱 저렴한 공공 요양원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건강한 노인이 덜 건강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금리 인하로 불안해하는 노인들이 돈을 쓰도록 믿음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의 주된 원인이 가난이다. 독거노인의 45%가 극 빈곤층이다. 노인이 한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자력으로 올라가기 어렵다. 극빈층으로 떨어지기 전에 막아 줘야 하는데 안전판이 너무 미약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야 도와주는 지금의 사회안전망은 비효율적이다. 금리 인하가 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토라도 해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