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와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서구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 130년, 스웨덴 85년, 미국 70년 등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에 따라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 제도와 노인복지 서비스 등에 대해 점차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까지 25년이 소요돼 그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더 짧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속도를 염두에 둘 때, 서구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정책과 경험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선진국 대사와의 만남을 통해 들은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비교해봤다.
◇ 정년까지 가는 스위스 완행열차, 정년 전 멈춰버린 대한민국 급행열차
정년보다 이른 한국의 정년퇴직문화에 대해 은퇴강국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요르그 알 레딩 대사는 “한국이 하루 14시간 일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한다면 스위스는 8시간씩 정년까지 일하는 셈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느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적절한 노후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퇴직하기 마련이다. 이와는 다르게 스위스인들은 일을 하면서도 평소 여가활동은 물론 노후준비도 완성도 있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스러운 노후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위스 국민에게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와도 같다. 개인이 마련한 노후설계 외에도 ‘3층 연금제’가 은퇴 후에도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3층연금이란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을 말하는데 이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노년에 일정수준 이상의 수입을 노인에게 안겨주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생활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공적 연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근로자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른점은 현재의 취업세대가 노인들은 연금을 내주는 직불방식 연금이라는 점이다. 스위스에서는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보니 세대간 갈등문제는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 빈곤 없고 소외 없는 독일 노인, 빈곤하고 소외당하는 한국 노인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독일 또한 공적연금을 젊은세대가 노년층을 부양하는 직불방식을 택했다. 독일의 노인들은 4가지 생활보장 수단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의 국민연금과도 같은 공적연금이다. 이외에도 직장에서 제공하는 직장연금보험, 개인연금 그리고 연금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노인에겐 국가가 세금으로 충당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노인빈곤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 실정에서 그 자체의 심각성 뿐만 아니라 노인 소외현상, 고독사 등 2차적인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독일의 롤프 마파엘 주한 대사는 “지난해 알렌바흐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외롭다고 느끼는 독일노인은 4%에 불과했다. 한국과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독일은 한국처럼 대도시가 없다. 보통 인구 5000~10만명 이하의 작은 도시가 대부분이고 노인층이 다양한 클럽 활동이나 교회, 지자체 단체 등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노인소외 현상은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노후생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이미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들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문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약 1350조 원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연간 10조 원 정도를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는 기초연금 수급자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25일,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64%인 410만 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대상자 410만 명 가운데 20만 원 전액을 받은 노인은 57%, 각각 16만 원씩 32만 원을 받은 부부 노인은 36%였다. 나머지 7%의 노인들은 20만 원 미만의 ‘삭감된 금액’을 수령했다.
20만 원씩 받는 410만 명의 노인 중 최하위 40만 명의 기초생활 수급권자 노인들에겐 이 기초연금이 ‘그림의 떡’이 된다는 것. 기초생활보장법에서 기초연금 20만 원을 소득으로 보고 기초연금을 받음과 동시에 8월 20일 생계급여 20만 원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대상자에게 기초연금이 지급은 됐지만, 이를 새로운 수입으로 간주해서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액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삭감하여 지급하므로 실질적으로는 기초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것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이로 인해 혼선이 야기되고 이렇게 대상 인구의 규모가 줄었고, 내용도 일부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일반노인은 20만원 받고 극빈 노인은 0원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빈곤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황당 복지, 막장 복지”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당사자 노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상대적 박탈감에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시청 한 사회복지사는 “이행특례라든지 기초연금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만 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기초연금을 뺏어갔다고 생각 안들거라 봅니다. 하지만 안면 있는 어르신께는 입이 안 떨어져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중복수급이라는 이유로 지급된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는 얘기에 방권순씨는 “나라에서 용돈 준다길래 무지 좋아라 했구먼. 왜 나만. 생계급여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지급하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노인이기에 지급하는 거잖아요. 따라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은 별개의 정책아닙니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폐지를 줍고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노인 빈곤율이 2012년 말 기준으로 48.5%에 달한다. 640만명 노인 중 절반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이중 가난한 40만 명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급여를 줄이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건가.
노인이라서 무조건 복지서비스 받아야 한다?
노인에 적합한 직업 개발로 사회적 심리적 고립감과 소외감을 덜어줘야 하며, 긴 여가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여가시설운동시설과 적절한 프로그램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의 건강문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령화 충격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지출(24조 7687억원)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인 2008년에는 30.8%였지만 2013년에는 36.0%를 차지했다.
노인의 진료 전달 체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노인복지에 대한 인식과 기반은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까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비하여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가나 사회 차원의 현실적 노인복지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우리로서 어쩌면 날로 심화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모두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이에 따라 노인이라고 무조건 복지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사라져 경제적 능력이 있는 노인들은 오히려 사회에 베풀 수 있는 그런 건전한 정신이 함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인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국가나 사회가 주도적으로 행해야 할 것이지만 모든 것을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서로 의존하고 협조해야 한다.
아직 노인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정기구가 없다. 노인을 위한 행정업무가 분산되어 있어 업무상의 혼란으로 인해 당면 노인문제의 해결이나 노인복지향상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행정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가 없다. 노인복지발전을 저해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정부는 보건복지부내에 노인복지업무만을 관장하는 기구를 두고 또한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기구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필히 노인전담부서에는 노인문제를 인식하여 훈련된 전문요원을 배치하여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성찰로 발걸음해 나간다면 노인복지법 개정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100세 시대 시니어 혼자서도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지정책이 가능한걸까.
행복한 노후란 어떤 것일까? 젊었을 때 나라와 자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 해 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넘치는 사회를 두고 어떻게 선진국이니 복지국가를 말할 수 있겠는가?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질환을 사전에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여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1981년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1999년에 이르는 동안에도 수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와 사회정책을 뒷받침하는 법률들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노인복지법, 고령친화산업진흥법, 고령자 고용추진법(고용노동부)등이 있다.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은 고령사회의 복지, 보건. 의료, 노인주거 및 교육문화, 소득보장, 고용촉진, 재정운영 및 관련 산업의 육성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러한 각종 노인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경로주간, 경로우대제, 노인복지상담원 배치,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 건강진단, 가정돌보미 서비스, 경로당·노인교실 등 여가시설 지원, 노인 적합직종 개발 등 노인일자리사업, 노인복지시설 설치 등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고령화시대에 맞춘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고령친화산업, 정년퇴직자 재취업 활성화, 노후 소득 보장 등을 마련해가고 있다.
그래서 시니어들은 역할 상실, 수입절감, 조기퇴직, 노후생계대책의 미흡, 건강악화 및 질병발생, 부양 및 주거문제, 여가문제, 고독감과 소외 등의 문제가 등장했다.
그러므로 노인들을 무기력한 의존적 존재로 혹은 보호와 복지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활력 있는 독립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복지대상이지만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는 시니어문화의 형성과 확산이 필요하다. 노후에 빈곤 없이 편안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어서 더욱 그렇다.
노인복지법, 종합적 재정비 필요해
그러나 노인복지법상의 문제점은 생활보호법과 의료보호법 등과의 경계가 뚜렷하지 못하고, 이러한 법률들이 노인복지법의 기본권적인 성격을 약화시키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복지의 전 분야를 망라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의 특성을 살려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법은 시설에 수용된 노인들을 위한 복지비용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생활보호법 이상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또한 「예산의 범위내에서」 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것도 국가의 예산이 부족할 경우 노인복지에의 투자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특히 노인 건강진단은 의료보험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65세 이상 노인의 건전한 노후생활보장 사업의 일환으로 1983년 별도로 실시된 사업이다, 이러한 노인건강진단은 노인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치료를 함으로써 노인의 건전한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전 노인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1차 진단과 2차 진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형식적인 사업에 그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노인여가 서비스 프로그램인 경로당(노인정),노인교실 등 여가시설에 너무 낮은 지원을 하고 있어 지원책을 완전히 재검토, 과감한 행정적·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 사회복지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노인들의 쉼터인 ‘경로당’은 전국에 6만2천여개가 분포해 노인 98명 당 경로당 1곳 꼴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정에 무료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이 갈 곳 없어 배회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문화· 봉사· 일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요원 배치에 대한 장기적 정책방향이 재설정될 필요가 있겠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노인들의 노후생활 지원책으로서 경로당 내 일자리 마련 및 봉사 프로그램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이는 매해 1곳 당 국가 예산이 총 4700억원 투입되는 것에 비해 경로당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한 노인복지주택은 고령화에 얼마나 대처하고 있는가? 극소수만이 누리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여전히 높은 보증금과 매달 지불해야 할 사용료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시설이다. 하지만 그저 분양형과 임대형 사이에 노인복지법을 교묘히 빠져 나가는 무책임한 논란으로 본다면 실버타운사업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재점검을 하지 않게 되면 자칫 한계에 부딪칠 위험성이 있다.
2008년 정부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면서 수혜자는 35만명이다. 2008년 17만명에서 출발해 덩치를 두 배로 키웠다. 2010년 530만명이던 65세 이상 노인은 2020년 770만명, 2030년에는 1200만명 가까이 늘어난다. 17년 후면 요양보험 대상자가 2배 이상 증가할 거란 뜻이다.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지난 7월 등급판정의 점수기준을 완화하고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해 13만명의 노인에게 추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수혜자는 53만명까지 늘어난다. 커진 덩치에 걸맞은 인프라는 구축돼 있는가. 정부 앞에는 숙제가 놓였다.
노인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안목 없이 개별 정책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급조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편의로 양산한 누더기 노인복지제도 탓에 어르신들만 힘들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3년 전 은퇴한 김한식(58·인천)씨는 최근 들어 한숨이 깊어졌다. 퇴직 후 예금이자와 연금으로 생활해 왔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사실상 이자소득이 0%대로 접어들면서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만기를 앞둔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 대출이자도 낮아졌다 하니 이참에 집을 담보로 창업에라도 나서야 할지 고민이 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이 속속 예금과 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1%대 예금 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상 이자소득 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령화로 은퇴자 등 이자 생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연 5.87%에 달하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010년 3.86%, 지난해 2.89%를 거쳐 올해 6월에는 2.6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 달 새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고객들의 체감금리는 연 2.2~2.3%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2%대 예금 금리는 이제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 당장 노년층이 문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다. OECD 평균은 13%이고 미국 24%, 일본 22%, 호주 27%다.
이런 가운데 노후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60∼80%대 비중을 보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 특히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의 2011년 기준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를 기록하며 30%도 채 되지 않는다.
공·사적 연금 가입률이 낮고 노인 복지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자소득 감소는 노년층의 소비 감소와 생활수준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가계가 받는 타격도 크다. 2012년 가계 이자소득은 49조원으로 이자소득이 총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했다. 이자소득 감소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정부의 가계구조 개선 정책에 따라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기준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5.7%를 기록,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대출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42.3%) 역시 5월(42.6%)에 이어 40%대를 유지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임금, 배당 등 기업이 가계로 이전하는 소득을 늘리고, 저축률 제고, 연금기반 확충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의 주 내용은 은퇴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고령화와 노후 생활 준비 부족으로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연금 등은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연금에 대한 인식 부족, 연금 운용에 대한 규제와 보수적 자산 운용, 퇴직금의 일시 수령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자산운용 규제 합리화 등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노인 빈곤율 45%…연금가입률 27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8년 14%에서 2040년에 32.3%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다. OECD 평균은 13%이고 미국 24%, 일본 22%, 호주27%다.
은퇴 이후 소득이 절실하지만 연금 가입이나 활용도는 매우 부족하다. 2011년 기준으로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의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다.
노후 보장을 도와줘야 할 공적연금은 노후 소득을 대체해 주기에 역부족이다.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에 그쳤고 2028년에는 40%로 내려갈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상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서는 사적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 운용 규제에 퇴직연금 분기수익률 ‘0’%대하지만 현재 제도로는 사적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퇴직급여 체계는 법정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돼 있고 퇴직연금의 가입률이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기업의 가입률은 91%에 달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은 11∼15%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은 16%에 그친다.
퇴직연금의 경우 계약형만 허용돼 근로자의 자산관리 참여가 제한적이다. 계약형은 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수탁사를 선정해 일괄적으로 연금을 맡기는 방식이다. 금융사들은 연금을 관계사 상품에 집중 편입하거나 원금 손실을 막으려고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한다. 기업이 퇴직연금 계약 조건으로 대출금리 할인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기업의 담당자가 운용을 지시하는불합리한 행태도 일어난다.
또 운용상의 규제와 보수적 자산 운용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다.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확정기여(DC)형의 위험자산 비중 한도는 40%이고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DB)형은 70%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DB형과 DC형의 비율은 각각 70.5%와21.2%였다. DB형과 DC형은 원리금보장형의 상품 비중이 각각 97.7%와 79.0%였다.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치중한 보수적 운영을 보여주는 수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DB형 기준으로 연금 적립액이 많은 은행·증권·보험 등 20개 금융사의 올해 2분기 운용 수익률은 0.73∼0.93%였다. 0%대라는 의미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한국 퇴직연금은 단기상품 위주로 투자돼수익률이 낮다”면서 “장기상품 위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호주 의무가입…영·미 운용 규제 거의 없어 연금 선진국들은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운용 규제도 거의 없다.
호주는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의 9%를 연금 의무 적립금으로 내도록 하는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95%이고 DC형 비율은 80%를 넘는다. 적립금 운용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지난해 호주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7%를 넘었다.
호주는 퇴직연금 의무화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자산운용사로 몰리면서 자산운영업도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미국, 영국 역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데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 노후 소득원 확대…연금산업 발전 기대 정부의 검토안대로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면 노후 안전망이 더 넓어진다.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까지 가입하게 돼 퇴직연금 사각지대가 없어진다.
또 계약형 퇴직연금에 더불어 정부가 최근 유망 서비스업 육성 방안에서 제시한기금형을 도입하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기금형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 기업이 독립적인 연금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외부운용기금 중 한 곳을 선택해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외부 운용기금 간 수익률 경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자산 운용 규제를 합리화하면 이전보다 더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적립금운용 대상에 편입시킬 수 있어 가입자의 투자 선택권이 확대된다. 원리금보장상품이나 DB형에 편중됐던 자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운용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선진국처럼 연금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장기 보유하게 하고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유도하면 연금 자산은 늘어나고 은퇴자들은 연금 수령을 통해 노후 소득원을 확대할 수 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사적연금 자산을 확대하고 운용을 선진화하면 은퇴 이후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노인의 빈곤층 전락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사적연금 활성화가 복지재정 수요와 재정 불안전성에 따른 공적연금의 부담과 한계를 완화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부처간 협의,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책 세미나와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대가 은퇴 이후 기존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 월 285만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은퇴와 노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60대는 은퇴 직전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285만원으로 추산됐다. 285만원은 은퇴 직전인 50대 가계의 평균적인 생활비(354만원)를 기준으로 삼아 각종 감소요인과 증가요인을 고려해서 추산된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산정한 60대 이상의 부부 생활비용 208만원보다 77만원(37.01%) 높다.
연구소는 60대에 50대에 비해 줄어드는 돈은 자녀교육비(월 36만원), 연금·보험료(월 20만원), 교통·통신비(월 26만원)뿐이라고 설명했다.
60대로 접어들면 의료비가 50대(월 16만원)보다 14만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품위 유지에 필요한 여행과 외식 등 오락문화(47만원), 식료품(45만원), 의류·신발(18만원), 교육(7만원) 등의 비용은 꾸준히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금(20만원)과 대출 이자(19만원), 보험·저축(16만원) 등 비소비지출도 월 7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소는 직장에서 은퇴한 60대에서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30대부터 노후 준비에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6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노후자금이 부족하면 질병과 자살·빈곤 등 ‘경계세대의 3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겪는 질병은 평균 3.4개, 60대 이후 심리불안으로 자살할 위험은 10대에 비해 3.6배 높다.
서동필 100세시대 연구소 연구원은 “60대의 생활유지 비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며 “30대부터 재테크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5일 노인 빈곤 해결 차원에서 기존 기초노령연금보다 전반적으로 연금액을 늘린 기초연금을 만65세이상 노인 410만명에게 처음으로 지급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워낙 지급 대상 인원이 많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이미 어제(24일)부터 개인 통장에 기초연금 입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늘(25일) 오전 중 410만명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받게 될 것이다.
이날 기초연금을 수령한 노인들은 지난달까지 기초노령연금을 받던 412만3천명 가운데 소득·재산 조사 결과 ‘소득 하위 70%’ 등 기초연금 지급 조건에도 맞다고 인정된 410만명이다. 하지만 2만3000명은 비싼 자녀 집에 동거하거나 고액 회원권·승용차 등을 갖고 있어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초연금 탈락자를 배경에 따라 나눠보면 △ 소득·재산 증가에 따른 지급대상 기준 초과 등 2만2천183명 △ 3천㏄ 또는 4천만원이상 자동차 보유자 1천621명 △ 고액 골프회원등 보유자 25명 △ 자녀 명의 고가 주택 거주자 196명 등이다기초연금 대상자 410만명 중 93.1%(382만명)는 기초연금 전액(최댓값)을 받는다. 기초연금 최댓값은 단독가구의 경우 20만원, 부부가구의 경우 32만원이다. 나머지6.9%(28만명)는 이보다 적은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 중 국민연금액이 많아 기초연금이 깎인 경우는 약 11만6천명(2.8%), 나머지는 소득역전 방지 감액 등에 해당한다.
이번 기초연금 첫 지급에는 약 7천350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복지부는 이미 지급된 기초노령연금액과 앞으로 지급될 기초연금액을 합쳐 올해 7조원 정도가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방자지단체들이 기초연금 탈락자, 감액자 등에 개별적으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여전히 본인의 기초연금 수령액 산정 근거 등이 궁금하다면 전국 읍·면 사무소나 동 주민센터에 문의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지사 및 상담센터, 보건복지콜센터(129), 국민연금공단 콜센터(1355)에서도 상담이 가능하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기초연금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30만7000명에 이른다. 지난달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한 사람 중 일부 역시 심사·판정 지연 때문에 다음 달부터 기초연금을 받는다.
우리나라 여성의 월평균 노후연금이 남성의 4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연금 제도 내에서 여성 수급권을 확대하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정기적인 연금소득이 있는 경우, 남성은 월평균 36만4000원, 여성은 15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전체 월평균 연금은 25만4000원이다.
특히 여성의 월평균 연금액은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2014년 기준 60만3403원)의 4분의 1 이하로 여성이 노후 빈곤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성별의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연금을 받고 있는 비율은 75.6%에 달하지만, 대부분(57.3%)이 금액이 작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연금액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65세 이상 남성의 34.9%와 여성의 53.5%는 다른 연금 없이 기초노령연금만 받고 있었다. 민간보험인 사적연금을 받는 전체 비율은 0.1%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월평균 연금은 남성이 199만원, 여성이 121만원으로 여성의 연금이 남성의 61%에 달해 성별 격차가 적었다. 연금액도 우리나라보다 남성은 5.5배, 여성은 8.1배 많다.
EU 회원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금은 적고, 성별 격차는 가장 컸다. 또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연금소득의 비율도 EU 27개 회원국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금 수준은 EU 회원국 중 라트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이들 국가의 1.6~3.2배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소득 하락률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인의 연금소득이 적은데, 이마저도 남녀간 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여성이 그동안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소득이 낮았고 이 때문에 노후에 받게 될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1위이며, 그 수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노인의 자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경우 적절한 상담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생과 사의 기로에 선 노인들을 직접 만나 진정성 있는 상담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제안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자살예방 상담사’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노인 일자리 사업단에서 만65세 이상 12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노인의 자살위기 사례 발굴 및 상담을 통한 우울증 감소를 통해 노인의 자살을 예방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들은 매월 36~40시간 자살예방상담사로 근무하며 소정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월급보다 더 얻는 것이 많아 항상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살예방 상담사'라는 제2의 직업을 통해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자신도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지점장보다 자살예방 상담사로 사는 요즘이 더 보람되고 마음이 풍요로워요."
1998년 은행 지점장 은퇴 후 크게 하는 일 없이 지내왔던 조희채(70)씨. 그러던 그는 3년 전 인터넷 모집공고를 통해 노인 상담사 일을 시작했다. 당시 일반 상담으로만 이뤄졌던 업무가 자살예방·성(性)인권상담·민생상담 등으로 나뉘자 조씨는 자살예방 상담사를 택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전화 상담 중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40분 넘게 상담을 했죠. 그가 느꼈을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자아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설득해나갔어요. 상담이 끝난 후 119와 경찰에 연락해 그의 자살을 막아냈습니다. 그때 그 일로 노인 자살예방 쪽으로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살예방상담분야를 택하게 됐습니다”라며 그때 그 사건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평소에도 타인과의 대화법이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 등 친밀감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그는 상실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목표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씨는 “먼저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자기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거든요. 저는 상담할 때 ‘당신의 장점을 10가지만 써보세요’라고 합니다. 그러면 처음엔 ‘나는 장점이 없다’고 하신 분들도 10가지가 아니라 20가지, 30가지까지 써내려가죠. 본인들도 깜짝 놀라요.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스스로 더 발전하게 되는 거죠”라며 그만의 상담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더 친밀감 있는 상담을 위해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며, 끊임없이 노력해 이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던 지난날, 실제 경험을 통한 상담이 사람들의 마음 움직였죠.”
2011년 정년퇴직 후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우고 가정·사회에서 혜택받은 것을 모두 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유을상(67)씨. 그도 한때는 알코올 중독자였다고 털어놨다. 그 역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는 한 상담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며, 현재 그가 상담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다른 상담사에 비해 산 경험을 토대로 상담을 하다 보니 더 많이 공감하시고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당신이 뭘 알아?’라고 돌아섰던 분들도 제 앞에선 꼼짝 못 한다니까요.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우엔 빈곤·우울·고독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제가 겪었던 일이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치유 사례를 들려주는 편입니다. 본인 마음이 움직여야 자살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해요”
인터뷰 중 유씨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까 그분들이 갈 곳이 없어진 거죠. 대게 노인들이 종로3가 지하철, 탑골공원, 종묘공원 등으로 몰려나오는데, 여기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들은 계속 소통할 사람이 필요하고 상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처럼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랑 얘기해야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귀가 되어줄 가장 효과적인 인력이 바로 우리(노인 자살예방 상담사)라는 겁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서 저는 이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계획입니다”라며 노인 상담사 인원이 확충돼 더 다양한 상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절대로 좌절하지 마세요. 열정·희망·격려를 통해 젊은 세대와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목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복룡(70)씨는 1998년 봉사활동차 라오스에 방문해 마약 중독자들을 접한 후 마약 재활센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가게 됐다. 국내 재활센터를 비롯해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재활센터도 방문해 다양한 훈련을 받아온 그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알코올 상담과 관련해 정식으로 2학기를 수료한 상태다. 그는 장차 마약중독 재활센터를 세울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장소만 준비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게 준비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그다.
김씨는 “마약중독자 대부분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고, 실제 자살자도 많습니다. 2년 전, 직접 관리하고 기도했던 지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러한 계기들로 이쪽 상담센터도 오게 됐죠. 앞으로 재활훈련소를 만드는 일을 진행하더라도 노인자살예방에 상담 일은 병행할 겁니다. 노인 자살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정보를 교류해가며 각 분야를 서로 접목해 볼 계획입니다”라며 열의를 다졌다.
그는 인생2막 준비를 앞두고 방황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요즘 어르신들은 나이에 따라서 너무 좌절합니다. 절대로, 결코 좌절하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좋은 신약들이 개발되기 때문에 수명은 연장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시대에 벌써 좌절한다면 자녀들에 치이고, 젊은 세대에 치입니다. 정말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교육하고 훈련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어려워지고 생활이 고단해집니다. 어르신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열정과 희망 그리고 격려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자살예방상담사 세 사람 모두 “이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이고, 현재 직업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퇴 이전 나 자신을 위해 땀 흘려온 시절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지금이 더 가치 있고 행복하다며 미소 짓는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좌절하지 마시고 우리를 찾아오세요. 계속 찾아오세요. 함께 나누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민이 있다면, 목표가 없다면, 격려가 필요하다면 그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그들을 찾아가자. 매주 셋째 주 수요일 오후 2시, 종로3가역 육의전광장으로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대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균수명은 늘고 있지만 은퇴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오늘날의 한국이다. 빈곤을 떨치기 위해 일평생을 처절하게 저항해도 나이 들어 맞닥뜨리는 것은 계속되는 빈곤에 소외까지 더해진다.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노화는 단순히 나이로만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것이 됐다. 오근재 전 홍익대 교수(현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퇴적공간’에서 지적했듯 건강한 신체와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한 순간에 노인으로 전락한다. 노화는 한 개인이 노동시장으로부터 밀려나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성장시대에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때 사회를 이끌어온 주역이었으나 지금은 떠밀리다시피 ‘잉여’의 존재로 전락한 그들. 청주, 인천, 안산에서 만난 노인들은 하나같이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왜 다른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노인의 군집현상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남보다 먼저 고민한 오근재 교수(사진)를 통해 들어봤다.
◇전통적 가족붕괴가 노인 소외의 뿌리
“가까운 일본에는 서울의 종묘시민공원 같은 노인들만의 퇴적공간은 없습니다.”
오 교수는 한국 노인의 군집현상을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도 에도시대 장인들 사이에 장남에게 직업을 물려주는 은퇴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일정한 연령을 기준 삼는 방식이 아니라, 언제든지 부모가 장남에게 ‘이제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자식에게 직업을 물려주는 방식이었다.
부모는 장남의 휘하에 스스로 들어가서 가게의 일을 도왔고 은퇴한 노인들은 아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세습자의 조력자로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일본의 이런 세습제는 지금도 여전히 큰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은퇴한 노인은 가정과 사회에서 배제된다. 가족제도의 붕괴로 개인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노인들이 위안을 구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퇴적공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오 교수의 분석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이웃을 목격함으로서 안도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빠른 산업화는 가족제도 붕괴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가족제도의 붕괴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서구의 산업혁명은 약 25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면서 점차적으로 진행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50년 동안에 속도 빠르게 이뤄졌어요. 지금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급속하게 사회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그 충격으로 쓰러졌습니다. 현대인들은 변화의 내용보다 그 변화의 속도에 충격을 받아요. 그 결과로 지금의 노인 집합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소외란 원래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가 어떤 이유로 그 자리로부터 떠나 있는 현상이다. 노인의 소외는, 노인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잃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나게 됨으로 일어난다.
그는 “가족구성원인 노인 가족의 존경을 받으며 가정을 지킬 때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에서는 그 자리가 노인의 자리였기 때문”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가족제도의 붕괴가 노인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내다팔 것이 없는 노인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 교수는 가족제도의 붕괴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동력의 상실도 노인이 소외되는 중요한 이유로 지목한다.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돈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살고 있는 인간은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시장에 내다 팝니다. 지식도, 체력도, 몸매의 아름다움도, 심지어 감정까지도……. 사람들은 이들을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동가물인 화폐와 교환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원래 인간에게 고유한 것들입니다. 인간 활동과 감정은 인간 자신의 구성물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조리 팔아서 소진되었을 때, 인간은 소외된다. 원래 자기의 것들을 모조리 팔아버려서 이제는 더 이상 팔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마치 술병에 술이 더 이상 남지 않을 때처럼 말입니다. 이때도 그 병은 술병일까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젊음을 바쳐온 이 시대의 노인들도 마치 빈 술병처럼, 자신의 것들을 모조리 팔아버리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돈이 될 만한 것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오 교수는 빈곤층과 노인의 소외현상을 비슷하게 평가한다. 인간은 개나 소처럼 생물학적인 존재지만 문화적 가치를 높게 친다.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교환가치는 결국 문화적 가치와 연계된다. 이런 식의 가치부여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가치를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빈곤층은 노인들처럼, 시장에 내다 팔가치를 지니지 못한 계층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존재에 근접하지 못하고 생물학적인 존재에 근접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이나 빈곤층을 이루고 있는 하층계급에 속한 사람들, 이들은 원래 문화적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살아야 마땅하며 그렇게 살고 싶은 존재들인데, 그들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생물학적인 존재에 가까운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지정책은 가족관계 복원에 힘써야
오 교수는 정부의 복지정책도 가족해체와 노인소외의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더 많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서는 가족과의 관계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현행 복지정책이 노인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와는 정반대로 가족관계를 강화시키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어린아이든 젊은 부부든 노인이든 가족관계로부터 이탈되면 이탈될수록 지급액이 커지는 지급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들을 소외시켜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인간을 개인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를 집에서 엄마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보다 영유아 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에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많아집니다. 노인도 홀로 남아 있을 때일수록 보조금 지급액이 커집니다. 아무리 혼자 힘들게 생활하더라도 아들이나 딸이 서류상 가족관계로 남아 있으면 그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아무런 생활보조비를 얻어 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로부터의 복지비용은 격감합니다.”
노인들이 한 푼이라도 복지비용을 더 받으려고 자녀들과 자신의 삶이 부정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게 오 교수의 견해다. 그래서 그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정책 뿐 아니라 모든 정책이 가족관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 개개인의 소외감을 줄이고 행복감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안보와 국가방위의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됩니다. 지켜야할 부모나 자식도 없고 사랑하는 이웃도 없는 국민들로 국가가 구성되었을 때, 자기의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킬 수 있는 개인은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센터와 같은 곳도 가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센터는 ‘상처 싸매기’와 같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보다 바람직한 일은 노인들이 가정으로부터 더 이상 시가지를 배회하지 않도록 새로운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법의 정신은 마침내 법 없는 사회를 추구한다는 말처럼, 길거리에서 소일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노인복지센터가 쓸모없는 기구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저는 복지정책의 입안자도 시행기관의 관리자도 아니지만 보다 길고 인내를 요구하는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시행해나가야 한다고 보는데……. 이러한 일을 공약으로 내거는 정치집단이나 정치가는 없겠죠. 그러한 공약으로는 표를 얻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오 교수는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꿈꾼다. 분리되고 격리돼 있기 때문에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방황하는 노인들의 군집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 만큼 불확정성이 높은 사회라는 지표이기도 하다.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시설, 좋은 운영시스템을 지녔다할지라도, 그것은 우리 사회의 주류로부터 격리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분류되고 찢기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어울려 사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나가야 할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