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풍족하지 않아 60대에도 일하고자 하는 노인이 많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재고용과 재취업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의 시니어들은 제2의 직업을 어떻게 찾고 있을까?
구인 검색 엔진 인디드(Indeed)가 실시한 ‘시니어 세대의 취업에 관한 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70대’ 키워드 일 검색 수가 2017년 대비 53.7배 증가했다. 70대보다는 증가 폭이 크지 않았지만 ‘60대’ 일 검색 수도 같은 기간 7.9배 증가했다. 70~74세의 취업률은 2018년 이미 30%를 넘겼다. 75세 이상의 취업률은 10% 미만이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자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데 일할 곳은 많지 않아 재고용과 재취업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고용과 재취업은 어떻게 다를까
재고용은 정년까지 일한 기업에 다시 고용되어 일하는 형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기업의 약 80%가 60세를 정년으로 하고, 약 70%가 재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같은 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하던 일을 할 수 있다. 퇴직을 하고 다시 고용되는 형태로, 퇴직금을 받아 목돈이 생긴다.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후생연금도 유지되어 연금 수령액이 늘어난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재고용은 대부분의 기업(약 80%)이 계속고용 상한을 65세까지로 두기 때문에 5년 이후의 일자리를 또 고민해야 한다. 급여 수준도 현직에서 받던 임금의 80% 미만 수준으로 내려간다.
재취업은 일하던 회사를 퇴직하고 다른 회사로 취직하는 것을 말한다. 재취업은 정년 이후 바뀌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삶에 활기를 느끼는 시니어도 많다. 고용 상한 연령이 없는 기업에 취직하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면 평생 일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년퇴직 후 다른 기업으로의 재취업 기회가 적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퇴직 후 일할 수 있는 기간과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따져보려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멘션 서포터(멘션 관리원이 쉬는 날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를 운영하는 회사 우에르네스(うぇるねす)는 재고용과 재취업 중 자신에게 더 유리한 선택을 하려면 세 가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정년이 오기 전부터 구인구직란을 살핀다. 둘째, 타협점을 명확히 한다. 아무리 정년 후 일자리가 구하기 어렵다고 해도 자신이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셋째,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연금 외에 필요한 수입이 얼마인지 계산해 그만한 수입을 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늘어나는 지원 제도
일본 정부는 정년 후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실시한다. 후생노동성은 ‘헬로워크’라는 기관을 운영한다. 전국에 300개 지점이 있으며 ‘생애 현역 지원 창구’를 통해 65세 이상 시니어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 일자리를 소개하거나 이력서 쓰는 법, 면접 준비하는 법 등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도도부현 지사의 지정을 받은 공익 사단법인 ‘실버 인재 센터’도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제공한다.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일보다는 임시 혹은 단기 일자리를 연결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근무처보다 사회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고령자가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금전적 지원도 이어진다. 정년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급여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용보험 급부금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재고용과 재취업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60세에 정년퇴직한 뒤에도 계속 일을 하면 고용보험 급부금을 받을 수 있는데, 재고용과 재취업 때 받는 종류가 다르다. 같은 회사에 재고용됐을 경우 현직에서 받던 임금보다 75% 이하로 임금이 책정되었을 때 ‘고연령 고용계속 기본급여금’을 받을 수 있다. 60세부터 65세까지 5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급 한도는 2022년 8월 기준 36만 4595엔(약 350만 원)이다.
재취업을 할 경우에는 실업 기간 중 기본(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면 일정 요건에 따라 ‘고연령 재취업 급부금’ 또는 ‘재취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또는 2년 한정으로 지급된다. 둘 중 하나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100세 시대에 70대에도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리커런트(Recurrent) 교육과 리스킬링(Re-skilling)도 주목받고 있다. 리커런트 교육은 회복 교육이라는 뜻으로 업무 능력과 커리어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등이 교육을 받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리스킬링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이 새롭게 추진하는 전직 교육 서비스다. 기업과 산업간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올해 6월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5년간 리스킬링 지원에 약 1조 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본고장이자, 가장 복잡한 연금 개혁 과정을 거친 나라다.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 NEST
영국 퇴직연금의 특징 중 하나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2008년 퇴직연금법을 제정하고 2012년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을 도입했다.
NEST는 일반 DB·DC형 퇴직연금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보험료율 4%, 3%를 내면 정부가 소득세 일부를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환급해주는 형태다. 일반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자동으로 NEST에 가입된다.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입 후 해지가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약 2300만 명 중 절반가량은 NEST를 이용하고 있다. 2015년 200만 명이었던 NEST 가입자는 2022년 1분기 기준 111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억 2000만 파운드(약 6671억 원)였던 NEST 운용자산은 241억 파운드(약 38조 원)가 됐다. 또한 NEST는 분기, 연간 보고서를 통해 투자 비중과 종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2012년 46.5% 수준이었던 전체 퇴직연금 근로자 가입률은 2021년 79.4%로 올랐다. 퇴직연금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는 데는 역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NEST 가입자의 99%는 영국의 디폴트 옵션 상품인 RDF(우리나라의 TDF)를 이용한다. RDF2040 기준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9%에 달한다.
RDF는 30년을 기준으로 4단계에 걸쳐 운영된다. 1단계에서는 약 5년간 기여금을 쌓고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2단계에서는 약 15년간 물가상승률에 3%포인트 이상 수익률 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3단계에서는 10년간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을 추구한다. 4단계는 은퇴 후 단계로 투자자가 퇴직연금을 한 번에 찾거나,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받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입 유도한 낮은 수수료
NEST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5%다.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늘리기 위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한 것. 또한 영국 정부는 2001년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DC형 연금인 ‘스테이크홀더 연금’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30%가 넘던 영국의 노인빈곤율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기조를 따라 다른 퇴직연금 수수료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2020년 기준 DC형과 기금형 평균 수수료는 0.48%, 0.49%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DC형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0.7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KIRI(보험연구원)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낮을 수 있는 것은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된 사람에게 신규 컨설턴트 비용을 부과하지 못 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영국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가 낮은 것은 “정부의 적극적 수수료 규제와 함께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NEST의 낮은 수수료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 가입, 낮은 운용 수수료, 높은 수익률 등에 힘입어 퇴직연금 납부자는 DC 기금형이 2016년 388만 명에서 947만 명으로 늘었으며, DC 계약형은 417만 명에서 5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DB 기금형은 125만 명에서 50.5만 명으로 줄었다. 1998년 퇴직연금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았던 DB형에서 DC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KIRI는 “2016년~2021년 동안 제도 수는 감소하고 가입자 수는 증가해 기금의 대형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금형과 계약형의 공존, 대세는 DC형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우위에 있지만, 계약형이 공존한다. 기금형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계약형은 DC형만 있다.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강세를 보인다. 동일직장 내 구성원들이 단체로 가입하는 그룹 개인연금, 스테이크홀더, 일반 개인연금의 경우 기금형과 계약형 중 선택할 수 있는데, 12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DC 기금형을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는 2만 8360개의 퇴직연금 기금이 있으며, 이 중 94%가 12인 미만의 소규모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DC 기금형의 특징은 여러 펀드를 조합한 상품인 조합형 펀드(PIV)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PIV 투자는 2230억 파운드, 직접투자는 190억 파운드로 PIV 비중이 96% 수준을 보였다. 한편 계약형의 평균 가입자 수가 기금형보다 큰 것은 비용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계약형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 대표적인 영국 퇴직연금 기금형으로는 통합기금형(Master Trust)이 있다. 여러 회사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운용 주체에 위탁하는 것인데, 2017년부터 시행했다. 영국에는 37개의 통합기금이 있으며, 가입자는 1600만 명, 자산은 360억 파운드(약 57조 원) 규모다.
수급권 보호는 이중, 관리·감독도 철저히
영국도 미국처럼 퇴직연금이 자리 잡는 데에 수급권을 보호하고 연금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한몫했다. 영국의 수급권 보호는 이중으로 설계되어 있다.
영국은 2004년 연금법을 통해 수급권보호를 위한 FAS(Financial assistance Scheme)를 설립했다. FAS는 DC형 제도와 2005년 4월 이전에 설립된 DB형 제도를 보장한다. 2005년 4월 이후 설립된 DB형 제도는 연금보호기금(PPF, Pension Protection Fund)에서 보장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던 FAS는 2016년 폐지되었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제도와 유사한 FSCS(Financial services Compensation Scheme)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PPF는 2021년 기준 939개의 연금제도를 인수해 361억 파운드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PPF는 DB형 펀드의 부족분을 지급해주는 펀드로 27만 명 이상의 근로자와 퇴직자를 보호하고 있다.
영국 퇴직연금 관리·감독은 연금노동부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연금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연금감독청(TPR, The Pension Regulator)은 신탁형 퇴직연금 규제, 수탁자 역할과 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하고 있다. FCA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2007년 이후 DC형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사업자와 판매업자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수급권 보호와 더불어 운용위원회와 각종 자문 기관이 영국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DC 계약형은 기금형의 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하는 ‘독립운용위원회’(IGC)를 설치해야 한다. IGC는 운용 주체인 사업자가 연금 가입자에게 비용에 맞는 편익을 제공했는지, 투자상품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자문 기관들은 NEST를 포함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연금 운용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막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다. 2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160만 명을 달성했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 중단이 이행된 건수는 26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을 의미하는 데, 안락사와 존엄사를 합법화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지난 2018년 2월 4일 시행됐다.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하는 경우, 환자 본인의 의사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확인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불명이거나 충분한 의사 표현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에게 일치하는 진술을 받고,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논의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등록자 수가 160만 명을 넘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작성 가능하며,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하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겨 놓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작성한다. 말기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해당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한다.
국민 10명 중 8명, 연명의료 원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과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 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민 모두가 생애 마무리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정착되고 나아가 확산되도록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향 정책관은 “최근 행복한 노년기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더욱 알려 많은 국민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명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는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나타났다.
노인 세대의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85.6%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매우 반대하는 강력한 의견이 46.0%에 달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노인은 4.7%에 불과했다.
조력 존엄사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만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다.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는 모두 불법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는 경우, 결정 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자살방조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존엄사는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약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구별된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연명치료 중단 등을 포괄한다.
조력 존엄사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찬성 쪽이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 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8%였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의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이라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 결정권 침해’(15%) 등이 뒤따랐다.
의료계에서는 조력 존엄사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며 거센 비판을 가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 되자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웰다잉이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으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소규모 안락사’라고 부른다.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다만 부정적인 우려를 낳지 않도록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혼자서 식사를 하는, 이른바 ‘혼밥’ 노인일수록 노쇠가 훨씬 빠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홀로 식사하면서 생긴 우울감이 영양 결핍과 고립을 불러 노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송윤미 교수·박준희 임상강사)·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원장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2016∼2017년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에 참여한 노인 2072명(70∼84세)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팀은 식사 유형에 따른 노쇠 변화를 두 차례 비교‧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는 노쇠의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을 장기적인 추적관찰로 찾아낸다.
노쇠는 △체중 감소 △근력 감소 △극도의 피로감 △보행속도 감소 △신체 활동량 감소 등 5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각 지표에서 평균치의 하위 20%에 속하는 경우가 3개 이상일 때를 노쇠라고 본다. 1∼2개만 해당하면 노쇠 전 단계, 하나도 해당하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판단한다.
연구팀은 혼밥에 따른 노쇠 정도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1번 그룹은 기존에도, 연구 기간인 2년 동안에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식사(1583명), 2번 그룹은 기존에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했지만 2년 동안에는 혼자 식사(136명), 3번 그룹은 기존에는 혼자 식사했지만 2년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136명), 4번 그룹은 기존에도, 2년 동안에도 혼자 식사(217명)로 각각 나누어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인 2072명은 연구를 시작할 당시 노쇠에 해당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비율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사 모두 17.0%(353명)였다. 2년의 추적 연구 결과, 노인의 혼밥은 노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특히 노쇠 진단의 5가지 지표 중 체중이 감소할 위험이 혼밥 그룹에서 약 3배가량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성별로는 여성 혼밥군에서 극도의 피로감과 보행 속도 감소가 발생할 확률이 각각 1.6배, 2.8배 높아졌다. 홀로 식사를 지속한 4번 그룹은 노쇠 지표 중에서도 체중 감소(2.39배)와 근력 감소(2.07배)가 두드러지는 특징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혼밥 노인의 노쇠 위험이 커지는 원인으로 ‘우울감’에 주목했다. 혼자 식사를 하면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영양결핍과 고립으로 이어져 결국 노쇠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팀은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가 혼자 식사하게 된 2번 그룹(136명)의 노쇠 변화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2번 그룹의 노쇠 발생 위험은 계속해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 그룹(1583명)에 견주어 61%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연구팀은 2년간 혼자 식사를 한 4번 그룹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있거나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교육 수준이 가장 낮았다. 골다공증, 저작 문제, 우울증 및 낙상도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의 독거노인 문제를 시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독거노인의 수는 187만 5000명으로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20.8%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년층 5명 중 1명은 홀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연구 시작 당시에는 혼자 식사하다가 2년 후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 생긴 3번 그룹(136명)에서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의미있게 줄었다. 혼자 식사할 때보다 일부 노쇠 지표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식사로 노쇠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연구팀은 “식구(食口)란 단어 뜻 그대로 끼니를 함께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구”라며 “만약 함께 식사하다가 홀로된 부모님이 계신다면 혼밥에 따른 우울감이 있는지 등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팀은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회적인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등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로당을 비롯해 노인의 커뮤니티 공간 확대와 독거노인 돌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캐나다는 1986년부터 고령친화적 지역사회를 표방했다. WHO의 고령친화도시는 2007년 도입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지역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고령친화정책은 거주자가 나이, 민족, 인종, 성별 또는 능력에 관계없이 존중받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고령친화적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앞으로 살펴볼 사례에도 고령자를 약자로 보고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주체임을 인정하는 면모가 드러나 있다.
나이·인종·성별 무관하게 지원 받도록 돕는 사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지역사회 주민 대상 고령친화도시 지침(Seniors in British Columbia: A Healthy Living Framework)을 발표했다. 2007~2010년 1기 고령친화도시가 실행되고, 참여지역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으며, 2011년부터는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정부 차원의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한 바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2020년부터 주 자체적으로 노인 안내서를 7개 언어(영어, 프랑스어, 펀자브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이란어)로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집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일상생활을 장려하며, 주민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치료와 지원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보건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예약제 교통편 제공, 간단한 가사나 정원 일을 돕고 식료품 쇼핑이나 집 수리를 지원하는 ‘가정에서 보다 나은 삶’(Better at Home) 프로그램이 대표적 고령친화정책이다. 원주민이나 토착민 고령자가 연례 모임을 갖는 데에 필요한 교통 경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는 것 역시 눈에 띈다. 황혼의 나이에도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상담전화, 보육 보조금 프로그램에 대한 이용 방법 역시 안내돼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나, 청각장애 유무를 고려한 통역 서비스나 청각 장애인용 연락처를 일일이 기술해둔 점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책자에는 이처럼 노인 본인이나 가족 및 간병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정보, 이용 방법이 정리돼 있다. 라이프스타일, 건강, 주택, 교통, 재정, 안전 및 보안 등으로 분류돼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확인 가능하다.
캘거리 시 역시 고령자 지원 정책에 대한 안내 사항을 9개 언어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캘거리는 2036년 거주민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에 시는 건강 프로그램이나 거주 지원 서비스 등을 포함해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교통 통신 등에서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넓은 범위의 레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연륜의 미’ SNS로 홍보하기도
온타리오주의 더럼 지역은 주민의 약 28%가 55세 이상이며, 2031년에는 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럼에서는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자 '연륜의 미덕'(Beauty of Experience) 캠페인을 열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심화 인터뷰나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상의한 결과, 노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지역사회 통합과 안정감 유지에 해를 끼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캠페인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있는 8개 지역 24명의 노인을 소개했다. 경험으로부터 오는 지혜, 기술 등 나이 듦으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 면모를 포스터나 교육용 영상, 지역 신문, 라디오, 지역 내 대중교통 광고 등을 통해 내보였다. 트위터,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SNS 역시 활용했다.
더럼 지역의 캠페인은 전 연령대의 주민들로 하여금 노화에 대한 오해를 약화시키고, 거주하는 노인을 위한 사회적 통합과 안전을 강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WHO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사례를 소개하며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했으며,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대유행사태로 인해 놓쳤던 사회적 유대감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라고 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방식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의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는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엄격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의사가 삶을 끝낼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평균 약 6000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이 5년 새 1.5배 정도 늘었다.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50만 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노화를 겪으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노인에게 연명 치료, 안락사 등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살겠습니까?
“태어날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는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온다. 광고 속 노인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어 만족한다’며 웃는다. 담당 공무원이 공원에 앉아있는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에게 10만 엔을 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선택한 정책 제도 ‘플랜75’다. 여행사에서는 위로금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을 기획한 온천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콜센터도 생겼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위 내용은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 감독 데뷔작 ‘플랜75’의 줄거리다.
이 일본 영화 속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3년 후인 2025년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에서 다가올 2025년은 ‘문제’라고 불리고 있다. 2025년,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의 절반 이상이 75세가 된다. 일본 국민의 20%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된다는 뜻이다. 2025년부터 의료비와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감독은 이 영화로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카메라 도르’라는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75세 이상 노인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 “‘후기’라는 단어는 곧 너의 인생이 끝난다는 식”이라며 “나라가 나이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을 통해 ‘사람이 사는 것을 긍정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 “당신은, 살겠습니까?”라고.
존엄한 죽음 준비 ‘광의의 웰다잉’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영화 ‘플랜75’는 우리에게 기시감을 준다.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 투입을 하는 것(적극적 안락사),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것(소극적 안락사), 약물 처방으로 환자가 스스로 약물 주입을 하도록 하는 것(조력 존엄사)으로 나뉜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2021년 진행한 ‘안락사 혹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태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진행했던 같은 설문 조사 응답률과 비교하면 6년 새 찬성 비율이 1.5배 정도 증가했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등이 꼽혔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등이 있었다.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이를 선택하고 싶다는 응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명 의료 등을 결정하는 ‘협의의 웰다잉’을 두고 찬반을 논의할 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연명 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 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9%는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적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또한 약 85.3%가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 호스피스나 웰다잉 관련 제도들이 잘 마련되면, 개인이 호스피스를 이용할지 연명 의료를 할지 조력 존엄사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질환의 말기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없고, 연명 의료를 선택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면 결국 조력 존엄사 외에는 선택권이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며 사회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이전에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인 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노인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60년에는 43.9%로 사실상 인구 절반이 노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플랜75’ 말미에는 뉴스에서 “정부는 ‘플랜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죽음을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치매 환자가 이해‧존중받고 기여할 수 있는 도시(cities), 타운(towns) 또는 마을(villages)로, 지역 주민은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치매 노인은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기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지역사회’. 영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에서 ‘치매 친화 지역사회’(dementia-friendly community)에 대해 내린 정의다.
모든 노인이 거주하던 동네에서 계속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치매 노인에게 지역사회의 의미는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길 리빙스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 교수는 2017년 연구에서 사회적 고립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면 치매 사례가 5.9% 줄어들 수 있다고 계산했다. 해당 연구 결과를 소개한 KBS는 “결혼과 혈연으로 이어진 전통적 형태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성장과 노화에는 상호 간의 소통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국은 치매 문제를 세계 최초로 국가적 안건(아젠다)로 설정한 나라다. 2009년 ‘국가치매전략’을 도입하고, 2012년에는 ‘치매 친화 지역사회’ 관련 정책을 시행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 투자, 치매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 치매 환자와 간병인의 여건 개선 등을 위한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노인을 비롯한 고령자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여기 앉으세요” 의자 내어주며 외출 장려
영국 노팅엄 시에서는 미국 뉴욕시와 맨체스터시의 유사한 프로젝트에서 착안한 ‘여기 앉으세요’(Take a seat) 캠페인을 열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상점은 외부에 ‘우리는 고령 친화 상점입니다’(We are Age Friendly) 스티커를 부착한다. 노인은 부담 없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상점에서는 차나 커피, 물 한 잔을 제공하지만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캠페인은 2015년 시작된 이후 노팅엄 내 28개 지역, 300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상점, 백화점, 건축 협회, 카페, 술집, 미용실 등 참여 업종이 다양하다. 고령친화적인 지역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실제 사례인 것이다.
이 캠페인은 외출한 노인이 앉아서 숨을 돌릴 곳을 마련하고, 노인에게 쉴 곳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게끔 하고자 시행됐다. 고립감이나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노인에게 외출을 꺼리게 하는 요소를 줄여 외출을 장려하는 것이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노화개선센터’(Centre for Ageing Better)는 “기업이나 가게 주인으로서도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업장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인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고령자가 기획하는 고령친화 문화 프로그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영국의 치매 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영국 치매 친화 지역사회 인증 프로그램은 민간이 주도하고 운영하며, 지역 정부의 참여와 인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병‧의원, 거주시설이나 학교, 상점, 기업이나 은행, 여가문화시설 등 다양한 기관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역 내 은행 지점은 기억카페에서 치매 노인의 금융 관련 조치, 은행에서 운영하는 금융자산 보호 정책(규정) 등에 대해 홍보하는 식이다.
유명 축구팀의 연고지로 유명한 영국 맨체스터는 영국 내에서 고령친화도시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0년 영국 도시로는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또한 노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 노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기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생동감 있고 다양한 모습의 노인 사진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연령 차별주의(ageism)를 약화하고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묘사를 바로 잡기 위해 쓰였다.
맨체스터시가 사용한 고령친화도시 전략 중 하나는 문화다. 50세 이상, 특히 사회적 고립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 의한 고령 친화적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챔피언’(Culture Champions) 봉사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50명 이상의 노인 자원봉사자들은 도시 전역에서 문화 대사로 활동한다.
이들은 동년배를 위한 활동을 구상하고 기획해 운영하거나 소속된 예술단체를 홍보하고, 단체 운영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노인을 위한 라이브 공연이나 디제잉이 준비된 ‘클럽의 밤’(Club Nights)이나 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악기 레슨, 도시의 문화유산과 특색있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버스 투어 등 자체적인 행사나 축제를 계획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노인 인식 개선에 노력하는 미술관
맨체스터시의 고령친화적 문화 프로그램을 논할 때 휘트워스 갤러리(Whitworth Gallery)를 빼놓을 수 없다. 휘트워스 갤러리는 맨체스터 시의회가 주도하는 ‘고령친화도시 맨체스터’ 사업의 파트너다. 1889년 설립된 이후 19세기 맨체스터가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첫 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휘트워스 갤러리는 교육 및 사회 기관의 역할을 맡게 됐다. 2007년부터 맨체스터시의 노인들을 위해 보건‧복지 분야에 예술을 접목하는 ‘문화 제공 프로그램’(Cultural Offer programme)을 운영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인들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휘트워스 갤러리의 프로그램은 2018년에는 주한영국문화원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문화접근성 향상 미술관 교육 워크숍’에서 영국의 우수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주한영국문화원의 ‘한‧영 참여예술 자료집’에 따르면, 갤러리의 예술 프로젝트 ‘비욘드 디멘시아’(Beyond Dementia)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은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뒤 실제로 작품을 창작해냈다. 이 작품들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휘트워스 갤러리의 고령 친화 프로그램은 워크숍이나 예술 참여 프로젝트뿐 아니라 리서치, 간행물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잘 참석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남성 노인의 문화 활동을 위한 핸드북’(Handbook for Cultural Engagement with Older Men)을 제작하거나, 치매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아트 센스’(Art Sense)를 개발하는 식이다.
에드 와츠 휘트워스 학습‧참여 팀장은 2018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아트 센스 앱에 대해 설명하며 “요양사들과의 면담이나 치매 환자와 대화하거나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도구임을 깨달아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라며 “젊을 때에 섬유 산업에 종사하던 노인이 아트 센스 앱을 실제로 활용해본 뒤 디지털 방식으로라도 섬유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 좋아했다”고 전했다.
무인 매장 창업
최근 편의점, 카페, 문구점, 반찬가게 등 다양한 분야의 무인(無人) 매장이 늘고 있다. 노동력, 수익성 등을 프랜차이즈 창업과 비교해 살펴보길 권한다.
1인 지식 창업
중장년의 경험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개인의 꿈, 비전, 가치관, 전문성, 재능 등을 브랜드화 하는 ‘퍼스널 브랜딩’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 창업
독거노인용 반려로봇 개발 및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등 고령화시대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청년과의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가능하다.
온라인 창업
노후 자금을 과하게 투자해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는 소자본 또는 무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창업 지원 기관 및 프로그램
창업진흥원 창업에듀, 예비창업패키지, 혁신창업스쿨 진행
중장년기술창업센터 멘토링 및 사업화 연계 지원
신사업창업사관학교 꿈이룸, 드림스퀘어 운영
[전문가 20人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2060년에는 유럽 인구의 1/3이 65세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치가 쏟아진다. 유럽 각국은 고령화 사태를 주시하며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독일은 통상적인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문제에 대면한 국가다. 1932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1972년에 고령사회, 2008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기 때문.
[노인돌봄, 지역사회가 열쇠다]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국가는 독일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를 떠안은 독일의 지역사회에서는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등받이 설치‧공중화장실 개방으로 고령자 챙긴다
독일연방노인문제연구소(Deutsches Zentrum für Altersfragen)는 고령화 관련 조사와 연구, 정책 컨설팅, 정보 제공 활동을 펼치는 연구 기관이다. 차수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며, 1993년 1차 보고서 이후 3~5년 간격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발간하는 노년보고서(Der Altenbericht) 작성을 담당하는 명예전문위원회는 이 연구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발간한 ‘50+해외동향리포트’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2016년 발간한 노년보고서는 ‘공동체 내에서의 돌봄과 책임’을 주제로 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집과 사는 동네 위주로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과 안정감이 커져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WHO는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우수한 고령친화도시의 정책 사례들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라데보름발트시의 외부 시설이 소개됐다. 이는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도시 인구의 22%가 60세 이상인 라데보름발트시 역시 WHO의 8가지 요건을 근거로 고령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우선 고령자협의회의 주도로 도시의 모든 벤치에 등받이를 새로 설치해 노인들이 쉽게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길을 지날 때에는 불편하지 않도록 연석(도로경계석)의 높이를 낮췄다. 도로에 특수 포장 돌을 깔고, 독일 행정부가 설치한 특수 흰색 자갈을 이용한 횡단보도로 시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안전성을 높였다.
WHO가 ‘외부 환경 및 시설’ 영역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고령친화적 항목 중 하나는 ‘충분한 공중화장실’이다. 이에 라데보름발트시는 정부가 조성한 ‘Hürxthal 시민센터’(원문 Meeting House of Hürxthal)에 배리어프리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했다.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에서 사용료를 내야 하는 독일이지만, 라데보름발트시의 모든 식당에서는 고령친화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도심 내 동측 거리의 공중 화장실 개조 공사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라데보름발트시에서는 고령층이 바깥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장애물이 되는 요소를 찾아내기 위한 노인협의회의 정기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참여 위해서 정부‧지역사회‧민간 삼박자 맞아야
삶의 질을 보장하려면 거주 환경 뿐 아니라 사회적 참여 및 소통의 기회가 충분해야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이슈리포트에 실린 ‘독일 중‧고령자의 고용 및 사회참여’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하며, 민간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봉사제도에는 나이 제한이 없어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 모두가 참여 가능하고, 참여자는 활동기간 동안 용돈과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이외에도 독일의 고령자들은 ‘무보수 명예직’(Ehrenamt) 제도나 노인자체결성조직인 ‘노인사무국’(Altenbuero)을 이용해 자원봉사에 나선다.
‘시니어사무소’(Seniorenbüros) 역시 고령자의 사회참여를 돕는 기관 중 하나다. 50세 이상 시민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봉사활동, 기업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독일 내 약 450개의 노인 사무소가 있으며, 각 사무소는 동네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중장년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이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50+ 해외동향리포트 2018’에서는 시니어사무소의 우수 사례로 베를린의 ‘시니어컴퓨터클럽 베를린 미테’를 소개했다. 이곳은 전문적인 시니어 컴퓨터 기관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숙박이나 항공권을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초보자를 위한 일반 컴퓨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60세 이상 세대들이 참여하는 컴퓨터 게임 개발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폭이 넓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스타트업 회사와의 연계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하는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대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고령자가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독일 연방가족부(BMFSFJ)가 실시하는 ‘독일자원봉사조사’(Deutscher Freiwilligensurvey)에 의하면 65세 이상 연령대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19년 31.2%에 달했다. 이들 중 22.2%는 주당 6시간 이상을, 25.8%는 주당 3~5시간을 자원봉사활동에 사용하고 있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은 시간을 자원봉사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중‧고령자의 고용 및 사회참여’ 연구의 저자는 “독일의 사례를 고려할 때,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정책대학원 원장)가 한국노인복지학회 제13대 학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노인복지학회는 노인의 품격 있는 삶을 위해 정책과 실천을 아우르는 학술단체로 한국노인복지연구 논문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남현주 신임 회장은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위원회 위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노인복지학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까지 2년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