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노후 주거의 대안으로 ‘공동체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코리빙’(Co-living)이라고 불리는 공동체주택은 각자의 주거 공간을 갖고 있지만, 공동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해 입주자들이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실제 입주자들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공동체주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공동체주택 ‘여백’을 직접 찾아가 봤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공동체 주거 전도사’ 김수동 작가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산의 정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공동체주택 여백이 있다. 외관부터 남다른 자태를 뽐내는 여백. 내부 구조는 더욱 독특하다.
여백은 4층짜리 주택 2개 동, 파란 여백과 하얀 여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동에 5세대, 총 10세대 27명이 산다. 세대주는 30대부터 60대까지이며, 그들의 자녀 혹은 부모가 같이 살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다. 집 내부 인테리어도 다 다르다.
파란 여백에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가족들이 살기로 했고, 그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하얀 여백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르내리니 집이 다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하얀 여백 4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큰 원형 테이블이 있어 입주자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컴퓨터는 물론 빔프로젝트도 있어 같이 영화 관람도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텃밭도 함께 가꾼다. 단체 카톡방이 있어서 매일매일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눔을 하면서 정을 나눈다.
10세대 중 여백을 가장 열심히 알리는 입주자는 김수동 작가(터무늬제작소 소장, 60)가 아닐까. 그는 파란 여백 2층에 산다. 여백 입주를 결정하기까지 자신의 고민과 함께 공동체주택이 노후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공동체주택에서 살아가는 법 등을 담은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이웃 있는 삶 원했다”
김수동 작가는 90대 노모를 모시고 산다. 그의 집은 3대가 함께 살며, 여백의 최고령자가 사는 집이기도 하다. 여백에 입주하기 전, 김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에 노후에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코하우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수동 작가는 “정작 문제는 우리 세대라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은 우리 세대가 부양하지만, 우리 세대는 자녀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자녀들에게 부양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저희 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직계 자손까지 26명이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었더라고요. 저는 아내하고 딸이 하나 있는데 딸은 언제 결혼할지 모르겠고, 10년이 지나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셋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죠. 게다가 남성이 여성보다 먼저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가 혼자 남을 것 같고, 이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살아보니 장점 많아
이런 고민 끝에 김수동 작가는 2014년 공동체주택 입주자 모집에 참여했다. 나이, 직업, 취향, 종교 등이 모두 다르지만 공동체 주거라는 단 하나의 공통 관심사로 금세 마음이 모였다. 집을 짓는 데는 1년 반의 시간이 걸렸고, 2016년 8월 여백에 입주했다. 입주자 모임에는 7세대가 모였지만, 3세대는 금방 모아 10세대가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친할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이웃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김수동 작가는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마음이 맞아서 가까이 지내는 이웃들은 있지만, 그냥 좀 편한 이웃 정도 같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마음 편한 이웃이 흔치 않다”고 말했다.
독립된 가족이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앞서 말한 대로 한 달에 한 번 식사라든지 물건 나눔 등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이웃 간에 싹튼 정은 남다르다. 고독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우리는 고독사가 불가능한 구조예요. 한번은 혼자 있는 이웃이 너무 아팠을 때, 다른 이웃이 119를 불러서 조치를 해준 적도 있어요. 지금도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 중인 이웃분이 계신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고 반찬도 챙겨주고 그래요. 정말 이웃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죠.”
김수동 작가는 아직도 공동체주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꼭 노후 주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니 장점이 훨씬 많다고 느껴 추천하는 바다. 집값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도 있다. 즉 공동체주택은 나의 주거 공간이 있는 노후, 외롭지 않은 노후를 가능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70대, 80대가 됐을 때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개인마다 주거에 대한 취향과 욕구가 다르지만, 자신이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공동체주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주택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관계망을 만든다든지 커뮤니티 이웃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거든요. 은퇴 후 10억은 있어야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하잖아요. 저는 재무적 자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도 같이 조화를 이뤄야 노후가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가온이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열고 상속, 증여, 신탁, 가업 승계, 후견 및 가족 간 분쟁(예방) 등에서 포괄적인 전문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가온 ‘패밀리오피스 센터’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후견 및 금융·부동산 자산관리전문가, 공익법인 전문가 등이 한 팀이 되어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최적의 절세 방안을 제시한다.
센터장에는 올해 1월까지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 신탁을 상품화한 배정식 본부장이 내정됐다.
고령화로 인한 개인의 노후생활과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탁형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령화 문제, 상속, 기업 승계 등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온 만큼, 패밀리오피스 센터에서도 가족의 자산 관리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남규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가온이 그간 축적해 온 조세 및 승계, 상속 분쟁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신탁과 후견 등 장기적이고 개인적인 자산관리 영역에 다양하게 결합할 것”이라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치밀하고 탄탄한 상속과 승계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온 고문인 소순무 한국후견협회회장은 “신탁은 나와 가족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소중한 재산을 이어갈 수 있는 자산관리 플랫폼”이라며 “법무법인 가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노후자산관리, 상속의 문제를 넘어 후견 등 가정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새로운 길라잡이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노후 대비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통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후 자산 관리가 중요한 걸 알지만, 막상 자산을 배분하려니 어떤 자산에 어느 정도 비중으로 투자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을 해주는 TDF가 떠오른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될 예정인데, TDF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라
2021년 퇴직연금 운용 통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2021년 평균 수익률은 2%에 불과했다. 수익률이 낮은 대신 원리금이 보장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된 퇴직금이 많다.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 자산이기 때문에 원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약 300조 원의 퇴직연금 중 86%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어 있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연금은 13.6%에 불과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은 1.35%에 그쳤지만, 실적배당상품 수익률은 6.42%로 5배가 높았다.
퇴직연금에서 개인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상품은 DC형(확정기여형)과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형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중 자산운용사에 자산 운용을 지시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8.6%에 불과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86%를 차지하는데 그 중 약 9%만이 자산 운용을 지시했다는 건 그만큼 많은 퇴직금이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TD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TDF는 Target Date Fund(타깃 데이트 펀드)를 줄인 말로, 생애주기 펀드라고도 한다.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예상한 뒤 이에 맞춰 설계하고 자산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펀드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생애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설계된다. 청년기에는 주식 등의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에 집중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TDF는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자산 조정으로 수익률도 내면서 안정성도 충족할 수 있어 은퇴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생애주기별로 투자하는 펀드, TDF
TDF는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려야 할 시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 우리나라 TDF는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설정액은 약 8조 원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
TDF는 액티브형과 패시브형으로 나뉜다. 액티브형은 시장지수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식과 채권 등을 적극적으로 편입하고 기대수익률이 높다. 패시브형은 시장지수만큼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ETF와 인덱스펀드를 주로 활용하며 투자비용이 낮다. 증시가 좋을 때는 패시브TDF가 유리하고, 금리가 높거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액피브TDF가 유리하다. 다만 액티브TDF는 운용 수수료가 패시브TDF에 비해 높은 편이다.
TDF의 특징은 상품은 뒤에 항상 네 자리 숫자가 붙는다는 점이다. 2020부터 2050까지 5년 단위로 이뤄져 있는데, 이 숫자가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자신의 은퇴 시점은 태어난 연도에 예상하는 은퇴 나이를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1970년생 직장인이 60세 은퇴하겠다면 2030이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이 된다. 최근에는 노후 대비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의 유입도 크게 늘어서 ‘2025 TDF’ 성장이 크게 늘었다. 이에 사회 초년생을 위한 2055, 2060 등의 상품도 나오는 추세다.
다만 TDF 투자를 할 때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TDF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단기에는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 해지하면 해지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생애 주기에서 어느 시점에 목돈이 필요할지 등을 잘 생각해 은퇴 시점까지는 들고 있을 수 있는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DC형에 자동으로 적립되는 퇴직금 이외에 추가 납부 등을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TDF 상품이 활성화된 기간이 짧아서, 장기상품임에도 비교할 수 있는 수익률 기간이 평균 3년 정도다. 따라서 상품이 생긴 이후의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고 같은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으로 설정된 펀드끼리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TDF는 운용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연 1~1.5%의 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운용사들이 TDF 경쟁을 하면서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해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는 낮지만 수익률도 낮거나 수수료가 높지만 수익률도 높은 상품들이 있어 어떤 운용사의 상품이 좋을지, 액티브나 패시브 중 어떤 것이 적합할지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에 자신이 있고 자산 배분을 잘할 줄 아는 투자자에게 TDF는 수수료가 높고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그리 매력적인 상품은 아닐 수 있다.
디폴트 옵션 도입, 시너지 낼까?
올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미리 결정해둔 운용 방법을 반영해서 금융사가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운용사에게 ‘나의 퇴직금을 이렇게 투자해주세요’라고 원하는 방식을 요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국가들은 디폴트 옵션과 TDF를 통해 퇴직연금 장기 운용 성과를 크게 높였다. 미국과 호주는 지난 2006년과 2013년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고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다. 2009년~2018년까지 두 나라의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3%, 7.9%에 달한다. 미국의 대표적 DC형 퇴직연금제도인 401k는 TDF와 같은 장기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 투자 비중이 늘었고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디폴트 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성과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예를 들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혹은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 옵션으로 TDF 투자방식을 지정할 수 있다. 제도와 상품 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는 것.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디폴트 옵션 도입에 대비해 TDF 유형의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오는 7월 세계 최초로 TDF ETF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중 3종의 TDF 액티브 ETF를 준비하고 있다.
ETF는 일반 TDF 상품보다 수수료가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합리적인 수수료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TDF 운용 방식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56세 A씨는 노후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상적인 노후 거주지로 급부상한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봤으나, 공동생활을 꺼리는 성격 탓에 노후 거주지 후보에서 제외했다.
59세 B씨는 실버타운 입주 가능 연령을 1년 앞두고 C 실버타운에 입주 예약을 신청했다. 그러나 실버타운 인기가 높아진 탓에 대기자가 넘쳐 2년은 기다려야 한다. 60세가 될 때에 맞춰 노후 생활에 맞는 거주지로 이사하고 싶지만 줄어들지 않는 대기자 명단에 B씨는 다른 거주지를 알아보고자 고민 중이다.
고령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요즘, 노후 대비를 두고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노후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노후에 어디에 살 것인지, 거주지에 관련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생활을 꺼리거나, 실버타운에 가고 싶지만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져 포기한 A씨, B씨와 같은 중년을 위한 거주지가 있다. 바로 ‘실버하우스’다.
실버하우스는 노후 주거지 전문 유튜버 ‘공빠TV’에서 만들어낸 개념으로, 그들이 꼽는 이상적인 세 가지 노후 주거지 중 한 곳이다.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해 체력이 약해지고 경제활동을 그만두면서 생활비도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중년기까지 살던 집과 노후에 거주할 집은 달라야 한다는 취지로 둘을 구분한다.
공빠TV의 문성택 씨는 “시니어들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70대 중반부터 20년 이상 거주할 집을 70대 초반 이전까지 마련해서 가능한 한 일찍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실버하우스라는 개념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추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빠TV는 이상적인 실버하우스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경제력, 둘째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입지, 셋째로 다양한 여가활동의 영위 여부이다. 문 씨는 “경제력이란, 실버하우스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비용,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매달 빠져나가는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하우스를 마련할 때에 필요한 자금으로는 전 재산의 50% 이내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로 꼽은 기준은 실버하우스에 거주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앓고 있다면 큰 병원과 가까운 지역을 알아봐야 한다. 주기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식당가가 가까운 곳도 공빠TV의 추천 실버하우스 입지다.
문 씨가 마지막으로 여가 생활을 꼽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은퇴 후에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여가 생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그는 “행복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도서관, 노인복지관, 시민회관이나 박물관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지역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꿈의 실버하우스’ 입지로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 성남시 판교 등을 추천했다. 문 씨는 “의정부 신곡동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 신곡 노인복지관, 의정부 백병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근처에 광역버스 정류장, 의정부 경전철 동오역이 있어 이동하기도 편리하다”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의정부 과학도서관, 추동웰빙공원이 있으며 근처 부용천, 중랑천을 따라 걷기 운동이 가능하므로 실버하우스 입지로 알맞다”고 설명했다.
판교를 추천하는 이유로는 “우선 신분당선 판교역이 가까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판교 현대백화점, 백현동 카페문화거리가 가까이에 있어 식사를 해결하거나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주변에 탄천이 지나가고, 낙생대공원이나 판교 노인복지관 등 판교 지역의 탄탄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버하우스를 노후 거주지로 선택했다면 경제력과 건강, 여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추천한 지역에 꼭 입주하라는 것이 아니고, 추천한 지역의 특징을 참고삼아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실버하우스를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외에 노후 연금 마련이 가능한 상품이 하나 더 있다. 집을 담보로 받는 연금, 주택연금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층의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지만, 내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부동산이 올라 자산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도 있어 주택연금 활용도가 2% 수준밖에(60세 이상 자가 가구 기준) 안 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시니어가 주택연금에 대해 잘 모른다. 주택연금,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걸까?
내 집에서 평생 거주하며 받는 연금
주택연금은 국가의 보증으로 금융기관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신의 집에 살면서 매 월 연금처럼 수령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자의 자산 중 70%가 부동산인 만큼, 부동산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효과가 있어 노후자산 준비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부부 중 연소자 기준으로 72세이며 월 평균 110만 원을 받고 있다. 가입 주택 평균 가격은 3억 3600만 원으로 가입자는 약 9만 4000명이다. 가입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60세 이상 자가 가구의 주택 연금 이용률은 아직 2%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심사를 통해 보증을 해주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는 형태의 상품이다. 구체적인 가입 요건은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부부 중 1명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하며 ▲소유한 주택의 공시 가격 등이 9억 원 이하인 경우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총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9억 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고, 2주택자인데 두 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3년 이내에 한 채를 팔면 가능하다.
이렇게 받은 대출금(5억 원 한도)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것인지, 인출한도 범위(대출한도의 50%) 안에서는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는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 형태로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했거나 주택공사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품 가입이 종료되는데, 연금으로 받았던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직접 상환하거나 주택 처분으로 상환할 수 있다.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높으면 상환 후 남은 잉여금은 상속인에게 상속되며,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낮은 경우 부족분은 별도 청구하지 않는다.
주택금융공사의 월지급금 예시 표에 따르면 부부 A씨(65세)와 B씨(60세)가 3억 원의 주택으로 가입하는 경우 월 수령 예상액은 64만 원(종신지급형, 부부 중 연소자인 B씨 기준)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연금액은 변하지 않는다. A씨와 B씨가 모두 85세에 사망했다고 가정하면, 25년 간 연금을 받게 되고, 예상 총 수령액은 1억 9200만 원이다. 이 때 상품 만기 시의 시가로 주택을 매도하고 총 수령액 약 2억 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차감한 뒤 남은 금액은 자녀(상속인)에게 상속된다. 만약 주택 시가가 낮아 총 수령액 약 2억 원 과 이자를 다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남은 부족분은 따로 청구되지 않는다.
주택연금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먼저 주택연금은 자신에게 맞는 지급 방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받는 방법과 일정 기간 동안 받는 방법이 있는데, 국민연금 등의 다른 연금 수령액이 많지 않은 사람과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연금 외 자산이 없는 사람은 종신지급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주택연금 가입 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으로 연금을 수령하고, 연금 만기시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상환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 시점도 잘 고려해야 한다.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에는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에는 가입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가입자의 연령대가 높아 기대수명 기간이 짧고, 생활 수익원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 어느 경우든 주택연금을 가입해 생활비로 활용하는 것이 노후 경제생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주택연금을 신탁계약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 지급 필수 조건은 ‘실거주’이지만, 주택금융공사와 주택연금 신탁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보증금 있는 임대차가 가능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남은 경우에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노후에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채가 있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대출 상환 방식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인출 한도 범위에서 목돈을 받아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남은 금액을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다.
노후경제 안정화하려면 주택연금 활성화해야
최근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해지 건수는 2019년 1527건, 2020년 2931건, 2021년 3185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오름세로 연금보다 시세차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고령자 노후 자산 안정화를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기존에 ‘시가 9억원 이하’였던 가입 기준은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변경되었으며, 최근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인수위는 주택연금 가입 시 내야 하는 초기보증료(주택 가격의 1.5% 수준)에 대해 가입 후 3년 이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출한도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주택연금 대출 한도는 5억 원인데, 이를 6~7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주택연금에 가입을 하면 국가가 평생 거주를 보장하기 때문에 거주 안정성이 높아진다. 또한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연금 지급 중단 우려도 없다. 연간 최대 200만 원 한도로 연금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공시지가 5억 원 이하 부분의 재산세 25% 감면 혜택이 있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의 생활자금대출로 활용될 수도 있고, 매 월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며 “부동산을 현금으로 유동화 하기 위한 주택연금 활성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고령층 자산 80%가 부동산에 묶여있고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29년. 그가 돈의 흐름을 쫓아다닌 시간이다.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금융 시장을 분석해온 홍춘욱(53) 박사. 재정의 자유를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다가 최근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게 됐다는 그에게 노후 자산 관리법에 대해 물어봤다.
2019년 홍춘욱 박사는 키움증권을 마지막으로 29년간 해왔던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사 이유는 재정적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그도 처음 투자를 했을 때는 유학 자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돈 많은 백수’를 꿈꿔봤을 것이다. 홍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와 책을 통해 각종 금융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출판한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를 포함해 그의 저서는 17권이 넘는다.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홍 박사는 2018년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리포트를 통해 이미 금융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을 텐데 왜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지 묻자, 그는 “답답해서 그렇다”고 했다. 투자나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준비하지 않은 채 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배당 수익률이 가장 낮아요. 또 주주들을 손님 취급하죠. 주가가 폭락하면 배당을 더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고, 갑자기 물적 분할을 해버리거나 임상 실패를 알고 내부자가 주식을 미리 파는 등 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어느 회사 투자하면 좋다는 정보가 있는데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하면 안 돼요.”
오랜 시간 모아온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투자자들을 보며 좋은 투자 방법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블로그나 책을 통해 여러 방법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읽지 않았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서 영상을 편집해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니 다시 찍자’며 PD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2021년 여름 15만 명이었던 구독자는 8개월 새 25만 명까지 늘었다. “유튜브를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도 됐어요. 구독자가 15만 명 넘어가니 둘이서만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유튜버 소속사인 MCN 회사에 들어가게 됐죠. 언젠가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 되면 정말 많은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도달할 거고, 그만큼 더 많은 분들이 투자를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집필에 집중하던 그가 리치고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더 손쉽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442’ 자산배분법을 기억하자
노후 자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연금이 많이 언급된다. 수입이 끊기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노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그래서인지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연금 크레바스’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가 많은 시니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현재 근로소득이 있는 시니어에게도, 근로소득 없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할 시니어에게도 노후 자산 관리는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 근로소득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고 둘째, 연금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자산을 나눠서 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후자금을 2억 원 준비했고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인출한다고 생각하면 연 10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2억을 20년 동안 꾸준히 운용한다면 연 1000만 원 이상 인출할 수 있겠죠?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자산 배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투자법을 제안했다. 자산 비율을 주식 40%, 채권 40%, 리츠 등의 대체투자 20%로 구성하는 ‘442’ 자산배분법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9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에서 29.5%, 대체투자에서 23.8%의 수익률을 보였다. “국민연금처럼 자산을 배분하면 10년에 한 번 정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와요. 국민연금도 2018년에 한 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요. 그 폭이 0.2~0.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1999년부터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 6.8%거든요. 이 돈을 복리로 굴린다면 안정적이죠.”
442 자산배분법을 기본으로 하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산 비율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소득이 있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할 자금이 없고 보유 자산으로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낮춰볼 수 있다.
노후 자산 관리를 하는 데는 현금흐름도 중요한데, 채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40% 채권 투자율 중 20%는 국내에, 20%는 해외에 투자한다면 일부는 단기 채권에 투자해 바로 인출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다. 만약 현금성 자산을 더 원한다면 30%는 현금성 자산인 예금 등에 두고 나머지 70% 자산을 다시 442 자산 배분 형태로 분산하면 된다.
“요즘 ETF 상품이 무척 많아서 개인도 국내외 채권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죠. 배당을 받아 재투자해주는 대표 펀드 상품으로는 ‘코스피200TR’이 있어요. 미국 대형주 주가를 반영하는 ‘S&P500TR’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하겠죠. 리츠의 경우 국내도 좋지만, 해외 리츠 투자 기회가 많이 열렸어요. 대체투자의 경우 금도 조금 넣어볼 수 있겠죠.” TR이 붙은 ETF는 배당금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이어서 15.4%의 배당세를 내지 않아도 돼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렵다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율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운영하다가 후반부에는 채권 위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TDF는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운용사별 수수료와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외에 ‘코덱스200미국채혼합’ ETF처럼 미국 국채 60%, 국내 주식 40%를 알아서 투자해주는 상품들도 좋은 대안이다.
홍 박사는 무엇보다 IRP나 ISA와 같은 계좌를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세금을 낮추고, 이를 연금으로 수령해 또 한 번의 절세 효과를 노려볼 것을 제안했다. 연금계좌 수수료는 3.3~5.5% 수준이다. 특히 개인연금 상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연금 제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산 관리, 무조건 맡기면 안 돼
막상 노후를 준비하며 자산 관리를 하려니 상품도 많고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니어들도 많다. 주식만 하더라도 MTS나 HTS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니어들이 부동산을 절대 자산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자산은 부동산인 경우가 많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을 모두 부동산에 묶어두는 것 역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면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이렇게 5~6번의 상승세가 있었는데, 평균 상승 지속 기간이 5~10년이에요. 올해까지 부동산이 오른다면 8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데 그럼 앞으로 길면 2년 정도 남은 거겠죠. 1997년 외환위기, 2013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 강남 지역 핵심 부동산조차 급매의 경우 30~40% 떨어지는 걸 우린 경험했잖아요. 자산은 반드시 나누어 관리하고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꼭 보고 싶다면 리츠를 적극 활용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42 배분법을 따를 때 역시 주식에만 투자하거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식으로 한 자산에 100%를 투자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핵심은 위험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자산 비율을 결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주식에 50%를 투자할 경우 5년에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합니다. 대신 수익률이 8~10%로 높죠. 수익률이 떨어진 시점에는 추가 매수로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시절에 가능한 투자법이죠. 추가 수입이 없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여 원금을 잃을 확률을 낮추는 거예요. 대신 수익률은 5% 정도로 만족하는 거죠.”
홍 박사는 자산 관리에 관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며 스스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무엇보다 강조했다. 또 공부를 할 때는 경제 전망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맹신하기보다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도 특정 상품 추천 영상보다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기를 추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렵다고 은행, 증권, 자산관리사와 같은 운용사를 찾아가 돈만 맡기면 아무래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고 싶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게 가장 위험해요. 많은 분들이 자산 배분 방식에 익숙해져서 조금 더 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홍춘욱 박사의 자산 관리 추천 도서
마법의 연금 굴리기 20대부터 50대까지 자영업자와 월급쟁이를 위한 절세와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책. 개인연금으로 연금저축펀드를, 퇴직연금으로 IRP를, 절세 계좌로 ISA를 활용하여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안내한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로드맵. 투자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 , 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자산 배분법을 제시한다.
금융감독원이 고령층의 금융 문제 해소와 노후 설계를 돕기 위해 나섰다. 어르신용 금융 필독서 '반짝반짝 은빛 노후를 위한 금융가이드'를 개정해 전국 국·공립 도서관, 평생교육원 등에 배포한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이 같이 밝히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신용점수제 등 변화된 제도를 소개하고 재취업, 주식 등 관심 높은 주제의 내용을 충실히 담아 풍요로운 노후 계획 수립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고령층의 노후 생활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반짝반짝 은빛 노후를 위한 금융가이드'를 2018년 초판 발간했다.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금융 문제들을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어 각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법 시행, 모바일거래 확산 등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고령층 관심사도 안전자산 위주에서 주식 등 보다 적극적인 투자상품으로 옮겨가는 등 초판 발간 당시와는 많이 달라짐에 따라 변화를 반영해 '반짝반짝 은빛 노후를 위한 금융가이드'를 새롭게 개정했다.
이번 '반짝반짝 은빛 노후를 위한 금융가이드'에서는 소비자 권리 등을 중심으로 개정된 법‧제도를 소개하고 디지털금융 내용 등을 현행에 맞게 보강하는 한편, 관심이 높은 주식투자 단원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노후자산 안정성을 고려해 금융투자상품 중 펀드에 대해서만 안내했다. 중·장년 취업·창업 지원서비스 내용을 보강하고, 연금 세부담 확인 방법 등을 담았다. 또한 신용카드 악용 사기, 재난지원금 등 신종 사기수법에 대해 알려주고 대응법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금융감독원은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국·공립 도서관, 평생교육원, 교육문화회관 등 200여 관련 시설과 16개 시·도 연합회와 245개 시·군·구 지회의 복지시설 등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정된 책자 내용을 토대로 고령층 금융교육 강의에 활용하고, 어르신들이 시·공간의 제약없이 온라인으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령층 e-러닝 과정도 올해 중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근로자가 퇴직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14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사용자부담금 일부 지급, 최저 수준의 수수료 책정으로 가입을 촉진할 계획이며 도입률 44%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4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발대식’을 개최하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출발을 알렸다. 이어 열린 ‘제1회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운영위원회’에서 기금제도 운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란 상시 30명 이하 중소기업의 사용자·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하여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는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이고 소속 근로자의 노후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하여 근로자의 은퇴 후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30인 미만 24.0%, 30~299인 77.9%, 300인 이상 90.8%다.
전문금융기관과 근로복지공단이 협업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운용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중소퇴직연금은 기존 퇴직연금과 같이 사업주가 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근로자는 연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부담금을 납부하면 된다.
정부는 3년간 사용자부담금 일부를 지원한다. 월평균 보수 230만원 미만 근로자의 사용자부담금 10%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근로자 1명당 연 최대 23만원 수준이다. 또 최저 수준의 수수료(0.2% 이하)를 책정해 가입을 촉진할 예정이다.
이번 달부터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사전접수 절차를 진행하여 가입 수요를 조사하고 하반기인 9월부터 본격적인 가입 신청·접수 및 부담금 납부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안경덕 장관은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서 10년 후 76만 개의 사업장이 제도를 도입, 30인 이하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 44%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하면서 중소기업 사업장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100세 시대에 ‘은퇴’와 ‘노후 준비’는 중요한 이슈다. 노후 준비는 40대부터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에게 이는 쉽지 않은 사정이다. 가족 부양 때문에 노후 준비 여력이 부족한 40대들은 70대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공개된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64세 경제활동자는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41.5세부터는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40대는 스스로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인식했으나, 실제 은퇴·노후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되어 있는 40대는 15.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40대의 은퇴·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이유는 성장기 자녀 양육과 동시에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재무적 준비 부족에 ‘가족 부양’ 영향력 응답률이 30대는 35.1%였으나 40대는 57.0%로 나타났다. 50대가 되어서야 55.3%로 소폭 감소했다.
40대의 재무 상황은 총소득과 소비액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대는 혼자 벌고 쓰는 미혼가구가 많아 타 연령보다 총 소득(267만 원) 및 소비액(120만 원) 규모가 낮은 편이나, 30대부터는 기혼 가구가 많아지고 가구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가구 총소득과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40대의 가구 총소득은 552만 원으로 30대의 443만 원보다 1.2배 증가했다. 그러나 월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총소득보다 더 많은 1.4배 증가하면서, 부채와 저축·투자액은 소득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50대가 되어서야 소득 증가폭인 1.1배만큼 소비, 저축·투자액 등이 늘어나며 전반적인 가계 경제가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소비액을 보면 40대가 가족 부양에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00만 원이며, 식비 51만 원, 교육비 16만 원, 용돈 지급이 9만 원이다. 4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30대보다 79만 원이 오르는데 대부분 가족을 위해 썼다. 식비가 64만 원으로 올랐고, 교육비가 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용돈 지급은 16만 원이었다. 50대는 식비 61만 원, 교육비 43만 원으로 줄고, 용돈 지급이 19만 원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40대는 가족을 위한 고정 지출은 많지만 본인의 노후를 위한 저축액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40대의 노후 자금 저축 금액은 27만 원으로 월 소득 대비 저축 금액을 비교하면 4.9%로 30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현재 부담하는 지출이 많음에도 40대의 45.7%는 내년 소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도 노후를 위한 자금 준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노후 준비가 어렵다 보니 40대의 절반 이상은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40대의 57.2%가 정년인 65세 이전에 은퇴를 예상했으며, 58.4%는 정년을 넘긴 65세 이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7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할 거란 응답도 33.2%였다.
그렇다면 50~64세의 은퇴 준비 현황은 어떨까. 50~64세의 단 18%만이 현재 노후 준비 상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50~64세 경제활동자는 현재 재무적 은퇴 준비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 44~45세에는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0~64세는 노후와 관련해 ‘준비되어 있음’ 18.5%, ‘비슷함’ 37.7%, ‘준비 부족함’ 43.8%로 각각 답했다. 재무적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50~64세의 총자산은 10억 8128만 원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들의 총자산인 4억 5230만 원보다 2.4배인 6억 2898만 원 많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융 자산은 1억 6566만 원, 부동산 자산은 8억 5748만 원, 기타 자산은 5814만 원을 보유했는데, 재무적 준비가 부족한 50~64세보다 모든 항목에서 2배 이상 많았다.
재무적 준비자는 월평균 저축·투자액 175만 원 중 69만 원(39.4%)을 노후 자금을 위해 정기저축하는 반면, 준비 부족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만 원 중 13만 원(16.3%)만이 노후를 위한 저축이었다.
50~64세의 80% 이상은 ‘연금’을 은퇴 후 활용할 주소득원으로 예상했다. 재무적 준비자는 연금과 더불어 모아둔 보유 자산, 투자 수입 등을 은퇴 후 생활비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준비 부족자는 노령수당 등 공공지원을 기대하는 비중이 더 컸으며, 은퇴한 후에도 소일거리 수준의 근로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경우도 26.9%로 나타났다.
재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재무적 은퇴 준비 여부에 따른 차이가 컸다. 재무적 준비자의 60% 이상은 건강 상태, 은퇴 후 여가·취미 활동, 가족 및 지인 관계가 우수하다고 응답한 반면 준비 부족자는 비재무적인 준비 상태 역시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재무적 준비 부족자의 78.7%는 '생활비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45.0%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지원하느라'를 이유로 꼽았다. 50대에서 60대로 은퇴가 다가올수록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은 조금 줄었지만 예상치 못한 목돈 지출이 많았고,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과소평가했다는 인식도 더욱 커졌다.
그런가 하면, 전 연령대의 과반 이상이 60대 이후 은퇴를 예상하지만, 2030대의 6.4%는 30~40대에 은퇴를 고려하는 파이어(FIRE)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의 은퇴 예상 평균 연령을 보면, 50대 이전 은퇴를 꿈꾸는 조기 은퇴 계획자는 41세,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68세로 27세 차이를 보였다.
조기 은퇴 계획자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381만 원으로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보다 23만 원 더 벌었다. 이들의 78.2%는 본인의 경제력 수준이 또래와 비슷하거나 높다고 인식했으나,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42.6%가 또래보다 낮다고 생각했다.
한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전국 20~64세 경제활동인구 1만 명을 대상으로 전자우편 설문을 통해 조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됐다. 지난해 국내 경제활동가구의 월평균 총 소득은 전년 대비 3.1%(15만 원) 증가한 493만 원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486만 원)을 회복했으며, 저·고소득층 간 월평균 가구 총소득 격차는 4년 내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회사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한 임 씨(여, 60세, 미혼)는 퇴직 후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노후 대비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산해본 결과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과 금융 재산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임 씨는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자산 관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걱정되었다. 임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성년후견제도와 후견인의 역할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었고,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 반면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의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여 후견 범위를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요양 등 신상 관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후견제도를 통해 후견을 받는 사람을 피후견인, 후견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을 법원이 정하는 법정후견과 후견인의 권한을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놓은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후견은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눈다.
만약 임 씨가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를 위한 후견을 미리 대비하고 싶다면 후견인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자와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하고 공증을 한 후 법원에 등기를 해야 한다. 향후 임 씨가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가 되었을 때 법원은 후견인 등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법정후견에는 후견감독인 선임이 필수가 아니지만 임의후견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야 비로소 후견 계약의 효럭이 발생한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 등을 감독하며 피후견인이 후견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이든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가능하며 복수도 가능하다. 후견인이 할 수 있는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년후견제도의 재산 관리 동반자 신탁
2013년 제도 도입 후 후견(감독)에 관한 접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말에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알아보는 우리나라 후견(감독)사건의 현황’ 자료집을 보면 2013년 1883건이던 후견(감독) 접수 건수가 2019년에는 1만 4534건으로 연평균 22.6%씩 증가해왔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과 접수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견(감독)의 유형별 비중을 보면 법정후견 중 성년후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임의후견은 가장 낮다. 2014~2019년 접수된 후견사건 총 3만 8809건 중에 성년후견은 2만 6214건, 미성년후견은 6870건, 한정후견은 3186건, 특정후견은 2435건, 임의후견은 104건이었다. 신상과 재산에 관한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재산 관리는 인간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함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유용한 사건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 신탁을 선택했다.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자(위탁자)가 수탁자(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여 수익자(신탁재산의 수혜를 받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곧 수익자인 신탁을 ‘자익신탁’이라고 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을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꾸준히 개정하여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양한 신탁(信託)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신탁 전문 은행들이 생겨나서 신탁의 개념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상속인 간의 재산분쟁을 예방하기에 적합한 신탁 상품이다. 수탁자를 유언장 보관 및 집행인으로 선정하여 유언장을 미리 써두면 수탁자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을 집행하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유언장을 금융회사에 맡겨두면 개인보다 좀 더 지속성이 보장되고 유언 집행에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고도 한다. 유언신탁이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사후까지 재산 관리를 신탁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효용을 누리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바대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신탁보다 역사가 짧지만 그 유용성 덕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2000년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후견인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계약 체결부터 변경 및 해지까지 가정법원이 관여하는 후견제도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응용하여 치매 발생 시 위탁자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계약 내용에 따라 수탁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집행하는 신탁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쓰고 싶다면 후견제도와 신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