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이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모두를 위한 집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짓고 임대주택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서울 수유의 다세대주택(16세대)과 망우의 다세대 및 주거용 오피스텔(37세대)이 있으며, 현재 입주민이 살고 있다. 여기에 수락의 연립주택(33세대)을 필두로 창동(28세대)·장안(42세대)의 원룸형 아파트가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노약자를 생각한 세심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휠체어의 이동이 편리하게 건물 내에 단차를 없앴으며, 세대부에는 미끄럼 방지 바닥재, 보조의자, 미닫이문 등을 설치했다.
일명 ‘유디 아재’로 불리는 이범재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짓게 된 배경, 그리고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주거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인 인권 향상 운동하다 집 짓기까지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 약자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집’을 표방한다. 이범재 대표는 “장애인만, 고령자만 살 수 있는 특수 계층을 위한 집이라기보다는 장애인이든 고령자든 누구나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는 뜻이 더 강하게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막연히 이범재 대표는 건축 분야 전공자 혹은 관련 일을 오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혀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집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범재 대표 역시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어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제가 1962년생인데, 과거 우리나라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굉장히 극성했다. 동년배 중에 저와 같은 소아마비 장애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범재 대표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아 시민 운동을 펼쳤고, 장애인인권포럼 대표도 지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약 20여 년 전, 일본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국제 전시회를 방문하면서 알게 됐다. 일본은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됐고, 대응도 발 빠르게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유니버설 디자인도 확산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존재와 가치에 놀라움을 느꼈고, 국내에도 도입이 시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유명한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범재 대표는 지난 2009년 설립된 IT 분야 최초 사회적기업 ‘웹와치’의 대표이기도 하다. 장애인 IT 전문가 및 비장애인 연구원들이 사용성을 진단하고, 웹접근성 인증마크 발급을 평가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 시민 운동을 하다 ‘웹와치’를 차렸고, 또 ‘웹와치’를 통해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저희 회사 ‘웹와치’에 장애인 직원분들이 10여 명 근무하고 계세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는 경우도 많아서 그분들을 위해 일종의 기숙사 같은 집을 지어볼까 생각했죠. 그런데 직원분들이 회사 일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기숙사 개념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숙사 건축은 무산됐는데, 장애인을 생각한 집이라는 아이템은 남아서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설계하게 된 거죠.”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2016년에 만들어졌다. 이범재 대표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아파트보다는 비아파트(단독주택, 다세대 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노후된 집이 대부분이고 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토지를 빌려주는 사업으로,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집을 공모해 선정됐다. 이 대표는 “총 6개의 사업이 선정돼 2017년부터 집을 지었다. 올해 3개가 더 준공되면 그 당시에 시작했던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가 완공된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자립생활 가능케하는 거주 공간
이범재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수유 다세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청년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어머니하고 같이 살던 청년은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입주를 원했다. 처음에 인터뷰할 때 어머니도 같이 오셔서 청년 뒤에 앉아 계셨다. 걱정과 기대가 가득한 모습이셨는데, 저희 어머니 생각이 나서인지 그 모습이 뇌리에 남는다. 청년은 물론 지금도 하우스에 잘 살고 있다.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증 장애인 청년의 사례는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노약자를 비롯해 여러 계층이 섞여 사는 소셜 믹스’를 추구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노약자의 자립생활, 인디펜턴드 리빙(Independent Living)이 가능·유지되는 것이다. 이범재 대표는 노인의 자립생활이 유지되어야 개인의 행복이 증진되고, 사회적인 비용도 최소화된다고 생각한다.
“주거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자기 힘을 최대한 발휘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단 거죠. 그게 바로 자립생활인데 사회적 비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자립생활을 못 하게 되면 누군가의 서포트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되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약자의 자립생활을 돕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비용을 최소로 줄이면서 안정성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는 거죠.”
이범재 대표는 노약자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첫 번째는 자립생활을 하겠다는 본인의 의지이며, 두 번째는 주위 환경이다. 이 대표는 “노약자를 돕는 주거 환경은 공간의 구성, 편의성·접근성을 높인 인테리어 등을 통해 바뀔 수 있다. 지역사회, 서비스의 변화도 필요하다. 서비스란 거동이 불편한 사람한테 필요한 가사도우미의 도움 등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해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해 만든 어르신 맞춤형 공동체주택입니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노인 25분이 살고 계신데, 그분들의 자립생활 가능·유지가 전제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해심당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을 가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며, 일자리도 제공 받아 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모델이 많아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고령자를 위한 주거 공간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범재 대표는 고민이 많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는 새로운 유형의 노인 실버타운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니버설디자인은 디자인적인 접근이고, 해심당은 운영적인 접근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을 녹여서 노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주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가 일본 빈집 해결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주거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는 다거점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이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70대의 노만 겐조(乃万 兼三) 씨는 은퇴 후 가족의 사업을 도우며 수도권에서 주로 거주하지만, 사업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50대의 세시타 유키에 씨는 리노베이션 전문 건축가로 25년간 일하다가 2021년부터 전국의 시골을 돌아다니며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다거점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장인’이라고 불리는 고령자들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
다거점 생활 선호하는 ‘호퍼’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주(定住)보다 다거점(多據點) 생활(여러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옮겨 다니는 것)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원,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을 찾기 위해 미리 살아보고 싶은 고령자, 일을 유지하되 살고 싶은 곳으로 이주하고 싶은 시니어들의 관심이 높다.
주거구독 서비스 어드레스(ADDress)의 ‘ADDress 다거점 생활 이용 실태 리포트 2021년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다거점 생활을 하는 사람은 프리랜서(30.7%)보다 회사원(40.4%)이 더 많았다. 다거점 생활을 하는 이유로는 ‘워케이션’(일+휴식)이 3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주요 생활 거점’(24.2%)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체류지에서 일은 하지 않고 액티비티, 휴가, 관광을 위해’라는 응답은 20.2%였으며, ‘원격근무’라는 응답도 19.7% 수준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40.4%는 ‘머지않아 이주할 곳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드레스는 이들을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라고 부른다. 하나의 주거지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어드레스는 “다거점 지역을 이동하는 교통비가 1만 엔 안팎”이라면서 “멀리 떨어진 도시들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호핑하는 것’(옮겨 다니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식비와 교통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연령대는 60대로 지역을 더 활발하게 둘러보는 경향이 있었다.
집도 ‘구독’하는 시대
최근에는 주거를 ‘구독’한다는 개념도 생겼다. 정액제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살아보고 싶다는 수요가 늘어난 것. 주거구독 서비스라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어드레스는 자연과 역사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들을 리모델링했다. 20여 곳의 지자체가 함께하고 있으며, 일정 금액을 내면 어드레스에 등록된 전국의 주택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단순히 집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각 주택에 ‘야모리’(家守)라고 불리는 생활 교류 서포트 스태프를 두고 있다. 어드레스 이용자들은 야모리 덕분에 지역을 좀 더 알게 되고 지역 커뮤니티에도 녹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야모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는 지역에 오래 살았던 주민이면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참여해 2만~5만 엔(약 20만~50만 원)의 용돈도 벌고, 빈집을 임대한 집주인에게는 월 약 4만 엔의 임대수익이 보장된다. 지역도 살리고 빈집 문제도 해결하면서 이용자들은 여러 지역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거구독 서비스다.
크로스 하우스(XROSS HOUSE)는 도쿄도 내에서만 특화된 주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아파트, 개인실, 세미 프라이빗, 다인실 등 네 종류의 주거 형태를 제공한다. 비어 있는 집들을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 요금이 같은 집이라면 무료로 이동하며 살아볼 수 있다. 하프(HafH)는 빈집을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집을 구독할 수 있어 인기다. 제2의 주거 ‘코리빙’(Coliving), 여행하고 일하는 ‘트래블링’(Traveling), 만남과 배움 ‘코워킹’(Coworking) 등 세 종류의 정액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들도 주거구독 서비스를 반기고 있다. 빈집 이주자를 위해 ‘빈집 뱅크’ 제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주거구독 서비스 업체들과 협업해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17년에는 주택안전망법을 개정했다.
지자체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관계인구가 되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를 말한다.
어드레스 설문조사에서 다거점 생활을 하는 회사원 중 40%는 부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어드레스는 “향후 기업들이 근로자의 다양한 근무 방식을 인정한다면, 다거점 생활을 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지역 고용 창출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인은 거주하던 집과 지역 사회 등 익숙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서 정서적 안정을 느낀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노후화 됐거나, 집 내부가 제때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건강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주택은 인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라며 “구조적 결함이 있으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증가하고, 실내 공기 오염은 호흡기 및 심혈관 건강을 해치고 천식,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함께 지내며 집안 환경을 정돈할 수 있고,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집에서 모시고자 결정 내리는 경우가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모실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낯선 집과 환경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영상 ‘부모님이 이사하기 전 꼭 해야 할 3가지’(Must-Do’s Before Your Parents Move In)을 통해 제시한 세 가지 간단한 팁을 소개한다.
1 안전한 환경 조성하기(Create a Safe Environment)
부모님을 모시고자 한다면 집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노인의 특성 상 어떤 것을 필요로 할지, 이를 위해 내부의 어느 부분을 조정하면 좋을지 찾아보기 위함이다. 화장실의 경우, 벽에 손잡이를 붙이거나 조절 가능한 샤워기 헤드, 그리고 높은 화장실 변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AARP에서 권장하는 변기의 높이는 19~21인치다. 이외에도 계단에 미끄럼 방지 시트를 붙이고, 조명 설치를 늘리는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2 그들만의 공간 마련하기 (Give them space)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다. 부모님 역시 집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항상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가는 태도로 그들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AARP는 거실이나 주방 같은 공용 공간에서도 부모님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끔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들이 살던 집을 정리하며 가구, 사진이 든 액자 등 일부를 가져와 공용 공간에 두는 것. AARP의 전문 간병인 에이미 고이어는 영상에서 “비교적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부모님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3 독립적 생활을 존중하기 (Support their Independence)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돌아다니기 편하게끔 집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방의 경우, 모든 가전제품을 카운터로 옮기고 조리 도구들을 높지 않은 곳에 있는 개방형 선반에 둬서 노인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권했다. 부모님이 원할 때 식사를 스스로 챙겨먹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한다면 부모님도 독립적 생활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산업화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0년대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이용자 1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희망하는 주거 공간 형태는 ‘단독, 다가구, 전원주택, 타운하우스’가 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파트’(35.4%), ‘한옥 등 전통가옥’(10.8%)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60대 이상은 10명 중 약 5명이 ‘아파트(44.8)’를 선택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엘리베이터와 같은 이동에 편리한 시설이 있고, 관리 부담이 적은 주거형태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잘 알려진 아파트나 전원주택 외에도 주목할 만한 주거 형태가 몇몇 있다. 실버타운, 시니어타운은 식사ㆍ가사ㆍ의료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일상에 필요한 생활 및 여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노후를 보낼 대비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리적 위치와 생활 환경에 따라 도심형, 도시근교형, 전원형 등으로 나뉘며 가격과 보증금, 입주 조건도 시설별로 상이하다. 최근 서울시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내에 들어설 ‘VL르웨스트’는 좋지 않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도 지난 3월 진행한 청약에서 최고 2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공유주택, 집합주택, 컬렉티브 하우스로도 불리는 코리빙 하우스는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한 코하우징(co-housing)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일본과 영국, 독일, 북유럽에서는 이미 주거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집의 모든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침실과 같이 개인 공간은 보장받으며 거실, 주방 등을 나눠 쓰는 식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시니어 공동체 주택 여백은 각자의 취향에 맞춘 주거 공간을 갖고 있으며, 공동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입주자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관람한다. 여백에 거주하고 있는 김수동 터무늬제작소 소장은 공동체 주택이 이웃 있는 삶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어 노후 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을 단위의 ‘은퇴촌’도 속속 형성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는 ‘천년 건축 시범마을 조성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에 맞춰 주거, 문화, 사업, 교육 인프라를 마을 단위에 밀집할 계획이다. 시는 10만여㎡ 면적에 100가구 규모 주거시설과 의료, 휴양, 복지시설 등 인근 배후지역의 노인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복합용도 고령친화 시설을 겸비한 휴양형 은퇴촌을 조성한다. 부지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 마이너스 제로 에너지 주택 △장수의학 클리닉 및 건강검진서비스 등의 고령 친화 시설 △다목적광장 및 스포츠시설을 비롯한 커뮤니티센터 등이 들어선다.
전라북도 순창군도 전북개발공사와 ‘순창형 전원마을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농촌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도시민과 귀농·귀촌인, 은퇴자 등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전북개발공사는 사업대상 후보지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대상지를 확정하고,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니어의 집은 곧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다. 바로 2022년 시작된 일본의 ‘어른의 생활 기분’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시행하는 곳은 사단법인 ‘케어링 디자인’(Caring Design)이다. 디자인, 건축, 의료, 간호, 복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나 의료,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고자 활동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소고‧세이부 백화점에서 ‘라이프 디자인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시니어 맞춤 주거 리모델링 사업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수천 건의 시니어 주거 관련 컨설팅을 진행한 케어링 디자인은 2020년 온라인 세미나 ‘100년 인생 생활의 디자인’을 열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인 아베 쓰토무(阿部勤)가 ‘중심이 있는 집’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다.
그라데이션으로 다양성 주는 노후의 집
노후 인테리어와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그의 설명 중 ‘집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분하기’, ‘부엌 집기들이 전부 보이도록 수납공간을 설계하기’이다. 그의 집은 이름처럼 내부에 중심이 되는 방이 있고, 벽 너머에는 3면에 창문이 있어 외부처럼 느껴지는 공간, 정원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때와 기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계단에는 모아둔 서적을 보관하고, 복도를 취미용 화실로 활용하는 식이다.
부엌 설계는 독신 남성이 나이가 들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료 손질과 세척, 조리와 식사까지, 순서를 고려해 불필요한 동선을 없앴다. 또한 중심이 있는 집 부엌의 모든 집기는 전부 외부에 드러나 있는데, 이 역시 노화로 인한 특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노화로 인해 건망증이 생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집기는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집기들이 전부 보이게끔 부엌의 수납공간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지은 집에서 50년간 살고 있는 건축가가 ‘100세 시대에 집이 갖춰야 할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는 이 영상은 2023년 4월 기준 누적 조회수 28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 2022년의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집은 곧 인생의 표현 방식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는 미래 시니어 주거의 본보기가 될, 50대 이상의 ‘멋진 어른’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집을 꾸미고, 생활환경을 구현한다. 노후에는 살기 편하고 안전한 거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고, 삶의 색깔을 구현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
다큐멘터리는 현재 총 3편이 공개된 상태다. 191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민박집으로 개조하고 찾아오는 세계인들과 꾸준히 교류하고자 하는 여성, 집 근처에 오두막과 허브 정원을 조성한 여성과 자연 속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자택 겸 작업실로 활용하는 작가 부부의 삶과 삶이 묻어나는 집을 조명한다.
3편의 영상은 모두 평생 숙성시켜온 삶의 방식을 완성하는 곳이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캠페인을 소개한 책 ‘뉴그레이’에서는 ‘시니어의 거주지가 단지 안전한 상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미디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케어링 디자인 편집부는 향후에도 취재를 이어나가 100세 시대를 맞이할 현대의 어른을 위한 롤모델들을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어로 제작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노후의 집을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면 이웃 나라의 50+세대들이 벌이고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을 눈여겨 봄 직하다. 유튜브 자막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 청력, 근육의 운동능력 등 신체 기능의 저하로 식사, 옷 입기, 침구 정돈과 같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따른다. 여생을 보낼 공간을 신체적 특성에 맞게 고치고, 가꿔야 하는 이유다. 공간 개조 시 신경 써야 할 요소가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조명’을 잘 활용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복지시설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적절한 조명 선택은 공간, 색채, 재질의 인지, 사인과 안내문 확인 등 시각적 소통에 도움을 준다. 조도가 균일하지 못할 경우 공간의 특성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눈부심과 반사, 강한 그림자 등이 생기면 혼란과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시각에 의한 피로감이나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명의 양과 질을 배려해 적정 조도 수준, 조명 방법, 기구 선택이나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자연채광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곳은 다양한 종류의 조명을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개인이 밝기나 빛의 종류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천장 조명은 누웠을 때 눈부심이 없도록 램프가 노출되지 않는 것을 고른다. 침실 내 화장실이 있다면 출입 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침대 옆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조명스위치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찬장 또는 벽장, 서랍, 선반은 장애물 없이 직접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은 것을 고르거나, 보완재를 덧댄다. 콘센트, 스위치 등은 즉각적으로 인지되고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어야 하며 작동이 단순한 것이 좋다.
‘색채’도 개조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실내 공간에서 색채는 그 공간을 개성 있게 표현하거나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정된 공간을 지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색, 밝은 초록 계열, 파랑 계열은 건강을 보존하는 환경에서 많이 사용된다. 파랑은 고요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순수한 흰색은 심한 눈부심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색채학자 로튼과 비렌은 빨강과 같은 난색은 흥분을 유발하고, 녹색이나 파랑과 같은 한색은 침착하고 편안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색의 대비를 사용하면 감각을 풍요롭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색에 대한 반응은 각자의 감정과 경험한 배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요구와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복지시설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는 “특정한 공간의 이미지는 색채와 재료, 조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기 때문에 각각의 요소를 별개로 고려하기보다는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넥타이를 매어주던 때(중략)/인생은 그렇게 흘러/황혼에 기우는데/다시 못 올 그 먼 길을/어찌 혼자 가려 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故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노랫말 중 일부입니다. 김광석은 통기타 하나로 시대의 아픔과 대중의 삶을 전달한 음유시인입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1995년에 가수 김목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것으로, 김목경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에 살 때 건너편 집 부부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완성했다”고 했습니다. 1980년대 런던에 사는 60대 부부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요즘 60대를 인생의 황혼기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사람의 신체·건강 나이는 젊어졌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나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나이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더 어리게, 더 늙지 않게,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하는 ‘어른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 국민 평균수명은 83.6세입니다. 1950년대 초반 48세(유엔통계)였으니 70년 사이 1.7배나 늘어난 셈입니다. 평균수명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67년 평균수명은 90.1세입니다.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인류의 평균수명이 113세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진화 인류학자인 카델 래스트는 “평균수명 12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을 보면 소년을 19세 미만(소년법 2조), 청년을 19세 이상에서 34세 이하(청년기본법 3조1항), 노인을 65세 이상(노인복지법 2조5항)으로 각각 규정합니다. 중년은 35세 이상에서 65세 미만입니다. 정신·신체 나이는 늘어만 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면서 고용·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합니다. 청·장·노년의 기준을 바꾸고 정년을 늘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청년은 10~39세, 중년은 40~69세, 노년은 70세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교수는 “그래야 젊은 베이비부머가 한국 사회의 빚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인구절벽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건강한 생산연령인구 300여만 명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대 역할의 변화도 불가피합니다. 인간의 긴 수명으로 인해 ‘나이가 곧 계급’이라는 인식은 재고돼야 합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50+세대 일자리가 늘어도 일터는 정상 작동할 것입니다. 부모 자식, 선·후배 간 관계도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지령(誌齡) 100호를 맞아 그런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을 중장년(33.8%)보다는 X세대, 낀 세대 등(62%)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낀다’는 응답이 65%였고, 10년 이상 젊게 느낀다는 응답자도 14.4%나 됐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4050세대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로 ‘후기청년’을 제시하는데, 68.4%가 자신을 후기청년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젊어진 중년, 그래서 스스로를 청년으로 칭하는 이들의 미래가 녹록지는 않습니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절반 이상이 ‘걱정된다’, ‘겁난다’, ‘절망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65세 이상이 되어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73%에 달했지만 정작 ‘계획대로 노후 일자리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정년연장•폐지에 대해선 2030세대도 80%가 동의합니다. 연금 개혁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입니다. 20년 가까이 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의 개정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줄어든 아이 울음소리와 늙어가는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생애주기 전체를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브라보 마이 라이프’ 설문조사에서 후기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당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청년 세대(후기청년을 포함한)야말로 출산과 육아, 고령화 부담을 직접 책임지는 세대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세대가 단단해지려면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규준과 역할은 물론 교육과 보육, 주거 등 정책을 재정립해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을 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건강하게 잘 늙어가며 살고자 하는 ‘웰 에이징’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노후의 삶에 대한 지향점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화되어 가고 있는 ‘실버 타운’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거의 실버 타운은 간단한 일상 케어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요즘의 실버 타운은 기본적인 보살핌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에도 오롯이 내 일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실버 타운은 주거의 개념을 넘어 식사, 건강, 여가, 문화, 사회활동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타운에서는 여생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바로 ‘웰 에이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지인 셈이다.
국내의 한 논문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 내에서 65세 이상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주거지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인복지주택의 거주 노인들의 생활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도 실버타운에서의 주거만족도는 꽤 높다. 국내의 한 실버타운 입주민은 “실버타운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잘 짜여진 식단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으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집안 일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정도로 고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인 케어를 받고 있어 실버 타운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맞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3월 중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시선을 끈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실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시니어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갖출 예정으로 시니어 입주민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한 건강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 먼저,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한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지원한다. 개인별 맞춤 건강도 체크, 질환별 특별관리 등과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노인복지주택 최초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긴급SOS 알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해당 병원 이용 시에는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한 의료 케어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단지는 ‘강서 미라클메디특구’에 해당돼 고품격 의료 인프라도 함께 누린다. 이 특구에는 서울 시내 2위에 달하는 병원급 이상 전문 의료 시설이 집적되어 있고 척추 및 불임에 특화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내 지하 보행 통로를 통해 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철 역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세권 이상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도심 속에서도 대규모 자연 환경을 이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통해 마음껏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과 약 50만㎡ 규모의 생태공원 ‘서울 보타닉 공원’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으로 다양한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쇼핑, 생활 인프라도 눈에 띈다. 롯데몰, 롯데시네마, 대규모 공연장 LG아트센터 서울 등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도 누릴 수 있다.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도 보낼 수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브랜드 ‘VL’을 통해 예약대행, 비즈니스 업무지원, 우편물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각종 청소가 가능(주 2회 60분)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가 담긴 ‘호텔 셰프 관리 식단’, 각종 문의 및 요청을 하나의 창구에서 운영하는 ‘원스탑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설계도 선보인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시니어 주택 평면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의 독립성을 반영한 ‘원룸 원배쓰(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의 평면, 신체 및 안전을 고려한 전 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계획,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입주자별 취향을 고려한 ‘비스포크 발코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 입주민들은 불필요한 동선과 이동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대 내에 비상콜 시스템, 동작 감시 센서, 냉방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스마트한일상을 위한 ‘IOT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르웨스트가 갖춘 입지, 규모, 시설 등은 국내 실버타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며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함께 공을 들여 선보이는 만큼, 시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견본을 보고 싶다면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청약 접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21년 기준 29.1%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60세까지 일을 하다 은퇴해도 120세까지 산다면 60년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요즘 노인들이 과거에 비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수입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고 건강이 나빠지는 고령자에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공포일 것이다.
지출 가장 많은 식비
총무성의 2021년 ‘가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부부이면서 일을 하지 않는 가구의 평균 소비 지출은 월 22만 4436엔(약 215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식비다. 6만 5789엔(약 64만 원)으로 전체의 30%다. 내각부의 2020년 ‘고령자의 경제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지출 TOP5는 식비(59.4%), 보건의료비(33.1%), 교통비와 자동차 관련 비용(25.7%), 주거비(20%), 취미나 레저 비용(19.1%) 순이다. 역시 식비가 지출 1위를 차지한다.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고령자는 60%에 달한다. 불안한 요인으로는 ‘자신이나 가족의 의료·간호 비용’, ‘이사나 유료 노인홈의 입주 비용’ 등이 꼽힌다.
쇼핑과 외식 줄이는 ‘절약 소비’
2019년 일본 금융청은 노인 부부가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생활하면 매월 약 5만 엔(약 48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2000만 엔(약 1.9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불러왔다. 이후 노후 준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불거졌다.
2020년 초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신년 기획으로 보도한 ‘장수 시대의 금전 의식’ 기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세대의 70%가 ‘노후 저축을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 자금에 관해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질병과 간병’(60%)이었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수명까지 길어지면서 ‘절약하는 소비’가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수년 전에 비해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70세 이상의 답변은 72%에 달한다.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의복(66%, 복수응답)이었다. 이어 외식(53%), 취미(41%) 순이었다. 앞으로 절약하고 싶은 분야로는 외식(38%), 의류(35%), 식료품(29%)이 꼽혔다. 의료비를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실생활에서 절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01 식비 줄이기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예산을 일주일 단위로 세운다. 쇼핑하기 전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해 중복 구매를 하지 않도록 한다. 쇼핑 목록을 만들어두고 쇼핑은 일주일에 3회 정도 한다.
02 수도·광열비 절약하기 의식하지 않아도 절약할 수 있도록 절수 샤워 헤드나 절수 프레임 등을 사용하면 좋다. 전기요금은 에어컨같이 소비전력이 큰 전자제품에서 줄이는 것이 좋다. 자동운전 모드를 활용하거나 자주 켜고 끄지 않아야 한다.
03 고정비 점검하기 고령 가구는 보험료나 통신비 정리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나이에 따라 공적 보험을 통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낮아지므로 민간 보험은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정리한다. 자동차·화재보험 등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해약하고,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을 저렴한 것으로 바꾼다.
04 자동차 처분하기 자동차를 보유하면 아무래도 유지비가 꾸준히 발생한다. 물론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고령자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로도 충분하다. 고령자에 한해 교통비를 저렴하게 지원하는 등의 지자체 서비스를 잘 둘러보고 자동차를 처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05 연금 미뤄서 더 많이 받기 2022년 4월을 기준으로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당장 연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 65세 이후로 연금을 미뤄서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부터 수령할 경우 42% 증액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06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조달하기 일본에도 리버스 모기지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주택연금과 비슷하다.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는 것. 본인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매월 이자를 상환하면 되고, 원금은 ‘이용자가 사망하면 자택을 매각한 뒤 상환’하거나 ‘상속인이 부담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07 건강수명 늘리기 노후에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의료비와 간호비다. 결국 건강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경우 9년, 여성의 경우 12년 정도를 의료·간호에 의지해 보낸다. 후생노동성은 매일 10분의 적당한 운동, 하루 70g의 채소 섭취, 금연 등을 추천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검진받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