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부양비가 급진적으로 늘어나, 2075년 OECD 회원국 중 최고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 12월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한국 노인부양비(20~64세 100명 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27.8로, 20~64세 인구 3.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다. 노인부양비는 2025년 31.7, 2050년과 2075년 78.8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고령자 1명을 2025년엔 3.2명이, 2050년과 2075년엔 1.3명이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2075년에 이르렀을 때 노인부양비는 일본(75.3)을 넘어서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예측된다.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0년 29.7%에서 2015년 31.1%, 2022년 37.3%로 꾸준히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2010(40.9%)→2015년(42%)→2022년(48%), 여성이 2010년(21.9%)→2015년(23.2%)→2022년(29%)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OECD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 15.9%(남성 21.4%, 여성 11.5%)를 웃도는 수치다. 즉, 한국 고령자는 OECD 주요국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구직 의사가 높은 상황이다.
고용동향 브리프 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구직 경험이 있다는 고령자는 18.6%로, 2013년 11.7%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지난 10년간(2022년 제외)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는 대체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구직 경험자 중 여성의 비중(53.1%)이 더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여성 구직자 중 고학력 비중 또한 2013년 1.5%에서 2023년 5.3%로 약 4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같은 자료에서 2023년 고령자 중 55.7%가 계속 근로를 희망했는데, 이는 전년 54.8%보다 증가한 수치다. 해당 항목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계속 근로를 더 희망했고, 고학력보다는 저학력에서 계속 근로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학력이 낮을수록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돈이 필요해서’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고, 학력이 높을수록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우위를 차지했다.
한편 고령의 노후 준비 현황 및 방법을 살펴본 결과에서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는 고령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2017년 50.7%→2019년 51.4%→2021년 58.5%→2023년 61.6%). 특히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2017년 35.1%에서 2023년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지 않은 고령 중 자녀에게 의지하겠다는 비중은 2017년 30.5%에서 2023년 23.6%로 감소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강민정 전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달리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저조해 공적연금에만 의지해 노후를 준비하기엔 부족할 실정”이라며 “퇴직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에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공적 연금화 검토를 통해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노인 부양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저학력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에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득보전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며 “고령화 현실을 감안해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정책 참여자의 대상 나이(50~70세 미만)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 일자리에 대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노인 부양을 감소시킬 방안”이라고 시사했다.
서울시와 강원도가 초고령 사회와 지역소멸 현상을 동시해 해결하기 위해 ‘골드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골드시티는 주거·취업·여가가 가능한 신도시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방 상생형 주거정책의 일환이다. 강원개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지방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50·60세대가 주 대상이다. 이들이 골드시티로 이주할 때 소유한 서울 시내 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팔거나 신탁해 생활비(임대료)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탁한 서울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청년·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한다.
골드시티가 들어설 시범 사업지는 인구감소 및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 중 대도시 접근을 위한 교통 기반 시설과 지역거점 병원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선정한다. 첫 번째 골드시티는 삼척시에 조성되며, 약 3000가구 공급 계획이다.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달 15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서울에 사는 은퇴자나 젊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도록 돕는다면 서울(인구 과밀)과 지방(소멸 위기)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은퇴자가 서울 강남에 보유한 아파트를 SH공사에 팔거나 지분을 넘기면 지방에서 주택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골드시티 사업은 청사진 정도만 제시돼 있다. 이후 추진함에 있어서는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희정 더가능연구소 연구실장은 단순히 인구를 이주시키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고 정착할 수 있도록 유인 요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역 특색을 살린 일자리, 프로그램, 여가 활동 등 다방면의 개발이 필요한 셈이다. 개인과 지역의 정서적 관계가 쌓여야 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실장은 지방과 개인의 관계를 축적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관계안내소를 꼽았다. 빡빡하고 엄숙한 종친회가 아니라 밀양 박씨, 김해 김씨처럼 ‘전국의 ○○씨 모여라’ 하는 성씨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은 성씨가 등장한 최초의 지역에 모여 자신들의 시조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거리를 좁힌다.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기왕이면 지역에서 쓰라며 한 달 동안 지역에 체류하며 면허를 따고 지역을 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라이선스 스테이(License Stay)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 하다. 가상의 지역 유적지를 돌며 미션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포인트를 얻어 현실에서 사용하는 RPG 게임은 지역 자체가 거대한 놀이의 장으로서 매력을 발산하게 한다.
더불어 2주택자 세금 지원 등 경제적인 혜택도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시티를 세컨하우스로 활용하고자 하는 은퇴자도 있을 터. 두 개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에 대한 혜택이 이동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나 한 번만 들르는 뜨내기 인구 외에 다른 형태의 인구가 생태계에 스며들면서 지역의 팍팍한 구조에 숨구멍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선 지역 환경 자체가 좋아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석정리의 ‘웰파크시티’(Wellpark City)는 한국의 ‘선 시티’(Sun city)로 불리는 곳이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 시티’는 은퇴 시니어들을 위한 주거 복합단지라고 할 수 있으며, 마을 안에 병원, 경찰서, 소방서, 쇼핑센터,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웰파크시티’는 국내 실버타운 점유율 1위 기업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조성한 곳으로, 은퇴자 및 프리시니어(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에게 ‘설레는 내일’을 안겨주는 힐링 메디컬 리타이먼트 빌리지(은퇴자 마을)이다. 약 40만 평(약 150만㎡) 규모에 주거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을 완비했다.
도심 인프라 갖춘 전원형 실버타운
서울송도병원을 모기업으로 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첫 번째 실버타운(유료 노인복지주택)인 서울타워는 지난 1998년 최초의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강서·분당·가양·강남타워 순으로 도심 또는 도심 근교에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실버타운이 세워졌다.
웰파크시티 내에는 6번째 실버타운인 고창타워(2017년 개원)가 들어서 있다. 그동안 도심형 실버타운에 주력하다 지방으로 시선을 돌린 서울시니어스타워는 그 이유에 대해 시니어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나영 서울시니어스타워 본부장은 “서울사람은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공연한 진리가 깨졌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니어스타워가 만든 웰파크시티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목표로 만든 은퇴자 마을이다. 전북 지역의 최대 관광단지인 석정 온천지구 내에 위치하며, 방장산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방의 실버타운 특성상 주변에 인프라가 부족해 ‘고립’ 될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이를 보완하고자 다양한 인프라를 형성해 시니어가 도심에서의 삶을 그대로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웰파크시티 내에는 고창타워를 비롯해, 고급 빌라인 석정힐스, 석정파크빌, 그리고 황토펜션 힐링카운티 등의 주거 공간이 있다. 또한 석정온천휴(休)스파, 파크골프장, 요가명상센터, 면역파동욕장, 마트, 은행 등의 편의시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시니어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이 실버타운 인근에 있는 것이 중요한데, 웰파크시티 내에는 준종합병원인 석정웰파크병원이 있다. 인근 게르마늄 온천과 방장산 편백림을 이용한 운동 치료와 자연 치료를 병행한다. 고창타워에서 도보 2분 거리로 입주자는 일반종합검진 및 특수검사를 할인된 금액에 받을 수 있다. 고창타워 내에는 24시간 간호팀이 근무하기도 한다.
저렴한 금액 포함 장점 많아
◇보증금 : 1억 6000만 원(66.84㎡)~3억 원(109.07㎡)
◇월 지출비 : 50만 원대~85만 원 예상(1인 기준)
- 의무식 30식 : 25만 5000원(1식 8500원)
- 일반관리비(공용시설 유지비, 소모품비, 화재보험료, 직원 인건비 등) : 22만 원~35만 원
- 세대관리비(난방비·상하수도 요금, 전기 요금, 전화 요금, TV 수신료 등) : 10만 원~25만 원
고창타워에 거주하면 웰파크시티 곳곳을 즐기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실버타운 거주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보증금 및 월 생활비가 수도권 지역 실버타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먼저, 고창타워의 입주 보증금은 1억 6000만 원(66.84㎡)~3억 원(109.07㎡) 정도로 층, 향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월 고정 지출 비용은 57만 원~85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고창타워는 의무식이 30식(1식 8500원)으로 25만 5000원이 든다. 공용시설 유지비, 소모품비, 화재보험료, 직원 인건비 등을 포함한 일반 관리비는 22만 원~35만 원 정도다. 여기에 세대별 관리비로 난방비·상하수도 요금, 전기 요금, 전화 요금, TV 수신료 등은 별도 부과하는데, 10만 원~25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도심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지방살이를 결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고창타워에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면, 실버타운 입주 전 힐링카운티에 먼저 거주해 보는 방법도 있다.
힐링카운티는 원래 여행객들이 머무는 펜션으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장기 숙박을 원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면서 2년 임대가 가능한 장기 숙박을 진행하고 있다. 힐링카운티의 크나큰 장점은 실버타운에 비해 제약이 적다는 점이다. 실버타운은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지만, 힐링카운티는 나이 제약을 두지 않는다.
종합해 보면, 웰파크시티 거주의 장점은 도심에서의 생활을 자연 속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역에 있는 시니어에게는 힐링 세컨하우스로 추천된다. 물론 새로운 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도 있다. 주변에 다양한 시설이 많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석정힐스, 석정파크빌, 힐링카운티 등에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형 은퇴자마을로 주목받고 있는 웰파크시티는 모든 시설을 잘 갖췄다고 생각되지만,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아직 40%밖에 개발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컨벤션센터, 노인 전용 콘도미니엄, 관광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더욱 탄탄한 은퇴자 마을을 형성할 계획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받는 월평균 연금 수급액이 6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필요 생활비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데, 연금 개혁 방안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10월 26일 ‘연금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통계청의 통계등록부를 중심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주택연금 등 11종류의 공·사적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한 통계다. 현재 노인 세대의 연금 수급 여부와 받는 금액, 청장년 세대의 연금 가입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통계 발표 다음 날인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제5차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연금 개혁을 위한 5대 분야의 주요 개선 과제를 발표했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65세 이상 수급자 절반, 월 38만 원 받아
포괄적 연금통계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11종류의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국내에서 올해 처음 발표된 자료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기존에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몇 명이 받는다는 개별 통계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몇 %가 연금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었다”면서 “기존에 없던 통계로서 고령화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좋은 기초자료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통계 개발 결과는 국민의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정책 등 과학적 국정운영을 다양하고 세부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한다”면서 “학계·연구기관 등의 정책 연구와 분석, 민간기업의 개인 맞춤형 연금상품 기획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1종 연금 중 1개 이상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는 776만 8000명으로, 65세 이상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은 90.1%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급액은 60만 원이고, 연금을 받는 액수에 따라 순서대로 봤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 금액은 38만 2000원이다. 즉,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 중 절반은 38만 원도 못 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65세 이상 수급자 중에서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과 함께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이 노후 자금으로 활용되어야 하지만 65세 이상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연금별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7만 3000원, 국민연금 38만 5000원, 직역연금 243만 9000원, 퇴직연금 221만 원, 개인연금 57만 800원으로 분석됐다.
연금별 가입자 월평균 보험료는 국민연금 21만 3000원, 직역연금 81만 4000원, 개인연금 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즉, 연금별 보험료 차이에 따라 수급액 차이도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설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를 보면 국민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2개 이상 연금을 가입한(18~59세 인구 기준) 중복가입률은 32.3%였다. 연금을 여러 개 준비한 비율 역시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후 생활비 절반도 못 미치는 연금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발표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당 월 294만 원이 적정 소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거라면, 이번 포괄적 연금통계에서 부부 가구의 월평균 수급액은 105만 7000원 수준이다. 적정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을 연금액을 나타내는 비율)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8%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금 수급자와 수급률은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연금 제도가 자리 잡은 역사가 길지 않아 초고령층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되어 있어 기초연금만 받는 사례가 많다.
퇴직연금도 연금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 노후 보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하지 못한다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을 하지 못하고 있고, 3층 연금 구조를 쌓은 국민도 많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포괄 연금통계, 길 잃은 연금 개혁에 도움될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재정안정론과 노후소득강화론을 중심으로 논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나이를 늦춰 안정적으로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정안정론의 입장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을 높여 부족한 노후소득을 더 높여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은 노후소득강화론이다.
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통계는 연금 개혁이 서둘러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보건복지부는 ‘제5차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인상 속도를 연령별로 차등화하고, 지급 보장에 대해 명문화해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재원확충에 관해서는 직접 재정 지원보다 실질 소득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기초 연금액의 단계적 인상과 기금 수익률을 현재보다 1%p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수급개시 연령조정, 소득대체율 조정 등은 차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한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정희수 연구원은 연금 개혁을 실행하려면 “기존 연금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개혁(모수 개혁)과 함께 기초연금, 사적연금 등과 연계한 연금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조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다른 방법도 추가로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소득대체율 문제는 세대 간 형평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이 외 연금 수급액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연금 관련 세제 혜택 강화, 수령 방식의 연금화 유도 등으로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 총 소득대체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번 포괄적 연금통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세분화된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1인 가구의 연금 수급 현황은 경제적으로 의지할 가구원이 없는 상태의 수급자가 받는 금액과 유형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부 2명만으로 구성된 부부가구의 연금 수급 현황은 노후소득 보장 관련 정책을 논의할 때 부부 단위 소득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정책을 연구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미수급자 연금 수급 현황, 기초연금만 받는 수급자의 현황 등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연금 제도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세부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당장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어렵지만, 전체 연금 통계가 이제 나왔기 때문에 연금 구조 개혁에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다양한 고령자를 만나 파이낸셜 라이프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도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 통계가 연금 개혁을 하는데 객관적인 데이터로 활용된다면 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통계청의 이번 발표는 첫 포괄적 연금 통계 조사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향후에 더 세분화된 데이터 분석이 나온다면 연금 개혁을 더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금 개혁 정책을 마련하는데 객관적 자료로 활용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더 구체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노후 설계 상담을 할 때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다양한 연금을 반영해서 노후 소득대체율을 계산한다”면서 “공적연금을 중심에 놓고 다른 연금을 모두 종합한 데이터를 가지고 현실적인 소득대체율을 확인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적연금 구조를 조정하는데 더 명확한 근거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은 대부분 노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숫자로 정리해서 보여드리면 걱정을 내려놓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면서 “다양한 데이터에 근거해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는데 연금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숫자로 보여준다면, 연금 기금 고갈과 관련된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연금이 우리나라 국민의 주된 노후 소득으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마련된 만큼, 다음 연금 개혁안에는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다층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반영한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해본다.
2025년 10월 입주 예정인 ‘VL르웨스트’는 롯데에서 선보이는 실버타운이다. 목동에 마련된 모델하우스를 찾아 VL르웨스트를 미리 느껴봤다. 이 곳은 상위 1%의 소비자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최고급 시설이 감탄을 자아낸다.
◇서울 도심 최대 규모 자랑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총 810세대로 서울 실버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서울 마곡지구에 들어선다. 마곡지구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9배 규모인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VL르웨스트 도보권에 마곡역과 마곡나루역이 위치하고,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등이 인접해 있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녹지 환경이 중요한데,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이용하면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규모의 ‘서울식물원’을 오갈 수 있다.
VL르웨스트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맡은 태원씨아이앤디의 추민석 전무는 “서울에서 800세대 이상의 규모에 기반시설을 갖춘 노인복지주택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1% 어반 시니어를 위한 곳
가정과 자녀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제2의 전성기를 사는 ‘어반 시니어’를 위한 VL르웨스트는 수준 높은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모델하우스만 둘러봐도 여기가 실버타운인지 호텔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호텔 셰프의 다이닝 서비스가 제공되며,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는 스크린골프, GX룸, 피트니스, 사우나, AV룸, 북라운지 등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스크린골프, GX룸, 피트니스, 사우나 등은 부대시설 이용료가 별도다. 연간 이용료가 340만 원인데, 입주자는 50% 할인된 170만 원에 시설을 이용 가능하다. 한 달 14만 원 정도로 시세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VL르웨스트에는 게스트룸도 별도로 존재한다.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자녀는 게스트룸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거 공간도 시니어 맞춤형으로 설계됐는데, 특히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비스포크 발코니’에 힘을 썼다. 가든형, 헬스형, PET(반려동물)형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비스포크 발코니는 가든형이다. 쾌적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식물 키우기가 취미인 시니어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반려동물이 허용된 실버타운이 없었는데, VL르웨스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추민석 전무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난 여기 살러 오는 게 아니다.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정주부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고, 열심히 일한 가장은 노년에 편하게 쉬면서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VL르웨스트는 질 좋은 시설과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차별화된 건강·의료 서비스
VL르웨스트는 무엇보다 건강·의료 서비스 강화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줄 계획이다. 입주 시 건강검진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 개인 컨디션에 맞게 식단을 제공하고 재활 운동을 돕는다. 주거 공간 내에는 실시간으로 건강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한 비상콜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간이 승강기도 설치해 비상 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했다.
또한 단지 내에서 유명 재활 요양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 건강관리센터’를 운영해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이대서울병원’에서는 전용 창구를 통해 대기 없이 즉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달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가격기준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총 10723건이다. 2022년 같은 기간의 10719건보다 더 많았고, 2021년 동기 7546건과 비교하면 42.1% 늘었다. 주택연금의 해지 건수는 3분기 말 기준 2021년 3957건, 2022년 2700건, 올해 2468건을 기록하며 점차 감소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공사)가 운영하고 금융위원회가 감독하는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매월 지급(대출)받는 제도다. 담보 주택을 거주 목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중도 사망 시에도 상속인이 차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0월 12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가격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했다. 시세로 환산하면 17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총대출한도 상한도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조정했다. 총대출한도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100세까지 받게 될 월 지급금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총대출한도 상한선 인상에 따른 주택연금 가입자의 월 지급금 증가 폭은 가입자의 연령과 주택 가격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시세 12억 원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65세 가입자는 총대출한도가 5억 6500만 원으로 현재는 5억 원 제한을 받아 월 261만 5000원을 월 지급금으로 받는다. 같은 조건으로 12일 이후 신규 신청하면 월 지급금이 295만 7000원으로 34만 2000원 늘어난다.
반면 같은 나이인 65세에 시세 10억 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12일 이후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245만 7000원이다. 이 경우 총대출한도가 4억 7100만 원으로 5억 원을 넘지 않아 총대출한도 상한선 인상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가 아닌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가 총대출한도 상향 조정에 따른 월 지급금 인상 혜택을 받으려면 이달 12일 이후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연금 계약을 해지하고 재가입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자기 자금으로 주택연금 대출잔액을 먼저 상환하고 재가입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만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 또는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다주택자인 경우에도 부부 소유 주택의 공시지가를 합산한 가격이 12억 원 이하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예상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 누리집에서 ‘월지급금 예시’, ‘예상연금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택연금은 원칙적으로 1주택자여야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보유주택이 2주택 이상이고 공시가격 등의 합산가격이 12억 원 이하인 경우 거주하고 있는 1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이를 초과하더라도 2주택자의 경우 3년 이내 1주택을 처분하면 된다.
만약 상속, 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에도 담보주택 이외의 1주택을 일정 기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사 콜센터 또는 전국 지사를 통해 상담 받을 수 있다. 가입신청은 가까운 공사 지사를 방문하거나 공사홈페이지 또는 스마트주택금융앱을 통해 가능하다.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신다고 하면 불효자처럼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등장하고, 입주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치솟으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실버타운에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도 생겨났다. 고령화 흐름 속 실버타운의 수요 증가는 쉬이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실버타운을 둘러싼 업계 전망과 더불어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도움말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
실버타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흔히 실버타운 또는 시니어타운으로 부르는 곳(이하 ‘실버타운’으로 일괄)들은 주로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공동생활가정·노인복지주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실버타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보증금 및 관리비, 생활비 등을 ‘100% 개인이 부담’하는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만 6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라야 입소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 시설과의 차별점이다. 과거 부모를 실버타운에 보내는 자식을 불효자로 여긴 배경은 ‘몸이 아픈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간호가 필요한 노인은 실버타운 입소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오해였다. 이러한 오해가 점차 해소되고, 점점 고급화된 시설이 생겨나면서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달라졌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과거엔 주로 사회복지법인이나 건설 대기업이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했다면, 요즘은 보험사나 금융사, 호텔, 식품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실버타운으로 수익을 낸다고 하면 ‘노인들 대상으로 장사한다’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노인복지’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사업성’에 주목하는 경향”이라며 “과거엔 실버타운에 간다고 하면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상당히 완화됐다. 이제는 노후 주거생활의 선택지 중 하나로 간주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불효자 오해 거두니 ‘비싸다’는 편견 생겨
강대빈 부회장은 “요즘은 실버타운은 비싼 곳이라는 편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진행한 ‘실버타운 및 요양원 관련 인식 조사’(2017)에 따르면 ‘부모가 아플 때 모시고 싶은 곳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고려하는 진짜 이유’를 묻자 대다수가 ‘국내 실버타운은 왠지 부유층만을 위한 주거시설이라는 느낌이 있다’(82.4%)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실버타운의 이미지 변화를 꾀한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호텔형 실버타운이 이슈로 떠오른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 유명인사의 초호화 실버타운 생활이 공개되거나, 거액의 보증금과 생활비를 부각하는 콘텐츠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부 최고급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게 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위 몇 곳 정도 제외하면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버타운 생활이 가능하다. 가령 실버타운에서 생활비가 월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입주 전 지출 비용과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게 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만 현재는 실버타운 수가 많지 않아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점차 공급이 많아지면 옵션이 다양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갖춘 곳이 생겨날 전망이다. 그럼 자신의 생활이나 경제 상황에 알맞은 곳을 선택할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부의 실버타운 월 생활비(의무식 포함 기준)는 상위 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만 원대로 책정됐다.(도서 ‘실버타운 올가이드’ 참고) 즉 애써 생활비가 높은 곳을 택하지 않는다면, 꼭 비싼 돈을 들여야만 실버타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입주자들의 후기를 보면 비슷한 생활비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고, 편의시설과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요 대비 공급, 0.05% 수준에 불과해
실버타운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입주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이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수요에 걸맞게 공급이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빈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노인 인구의 2~3%가량 된다고 추정한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2%만 추려도 20만 명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에 공급 예정인 곳들을 합산하더라도 총 1만 세대 정도다. 일본만 해도 현재 실버타운이 1만 5000곳 넘게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한국 실버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의 개념에 따라 합산해본다면 국내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30곳 남짓이다. 강 부회장이 말한 수치로 견주어보면 수요량을 따라가기 위해선 현재보다 20배의 공급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강 부회장은 이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을 공급하고 있다. 소위 ‘알뜰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다. 2021년 말 기준 2260가구의 공급을 완료했고, 2025년까지 1만 가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복지의 목적이기 때문에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이고(배우자와 신청자 모두 주택도 없고 분양권도 없어야 함),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70%(국가유공자) 이하인 자라야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강 부회장은 “고소득층은 경제적 능력이 되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저소득층은 나름의 복지정책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롭지 않고 아무런 혜택도 없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버타운 몇 곳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시설과 서비스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다 좋으려면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실버타운의 경우 대체로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필요한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도 생겨나는 추세다. 중산층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취사 선택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생 보금자리 위한 실버타운의 미래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노후 거주와 관련한 조사를 살펴보면 ‘어디에 살 것인가’를 묻는 항목의 1순위는 대체로 ‘현재 사는 집’이 차지한다. 한 예로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는 가급적 살던 집(또는 지역)에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이하 AIP)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노후에 실버타운 거주를 택했다면, 이들에게 AIP는 살던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버타운에서 AIP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실버타운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 때문에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강 부회장은 “현재 국내 실버타운 운영체제를 보면 AIP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실버타운에 오실 때는 곧 이사를 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죽을 때까지 여기 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낙담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생활과 더불어 너싱홈(Nursing Home)등을 갖춘 복합시설 개념의 실버타운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 노후 파산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금 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명이 길어지면서 파산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라는 주제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에 따르면 600만 명에 육박하는 독거노인 중 약 300만 명이 기초연금으로 살고 있었다.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전기가 끊기고 대인 관계도 끊겼다.
문제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파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송은 ‘장수는 악몽’이라며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을 ‘노후 파산’이라는 책으로도 출간했다.
일본에서 ‘노후 파산’이라는 말이 대중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한 건 이 방송 이후부터다. 생활 보호 기준보다 낮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됐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는 일본 경제 성장기에 경제생활을 했기 때문에 집도 있고, 연금도 있고, 60세 정년까지 은퇴 염려 없이 일했다. 그런데도 왜 노후 파산이 지속해서 문제가 되는 걸까?
내각부의 '2022년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고령자 가구는 약 2500만이다. 그 중 독거노인은 670만 명에 이른다. 2명 이상이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 중 57만 가구와 독거노인 중 33만 명은 예금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종합 정보 사이트 SGO는 위 통계를 바탕으로 약 225만 명의 고령자 가구가 돈이 없고 음식을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고령자 가구의 절반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파산 사건 및 개인 재생 사건 기록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파산채무자는 2002년 약 17%에서 2020년 약 26%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파산채무자까지 포함하면 약 47%에 이른다. 파산의 원인으로는 생활고(62%), 의료비(23%), 실업(18%) 등이 꼽혔다.
고령의 생활 보호 대상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생활 보호 수급자 중 60세 이상은 60.4%에 이른다.
연금 외 수입이 끊긴 상태로 오래 살면서 몸이 아프게 되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결과다. 게다가 ‘누구나’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고성장기에 60세까지 염려 없이 회사에 다니고 월 200만 원에 가까운 연금을 받는 일본인데, 어째서 노후파산이 심각해진 건지 들여다봤다. 퇴직연금 제도가 없는 중소기업을 다녔거나, 자영업, 농업종사자 등 연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은 후생연금이라고 부른다)으로만 생활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우리나라의 기초연금) 최대 수령 가능 금액은 65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파산에 이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집 한 채씩은 다 가지고 있는 연령대이기도 한데,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낮아진데다, 오래된 집이라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일본 언론에서 이제는 부동산(不動產)이 아니라 부동산(負動產) 시대가 왔다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경제신문은 독거노인이 고독사 하거나 자녀가 상속받지 않아 빈 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많아지면 결국 마이너스 동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도, 고소득자도 노후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이 많고 정부 정책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는 △노후에 사용할 저축액이 적다 △의료비와 개호비용이 증가한다 △생활 수준을 낮추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부담이 크다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다 △황혼이혼이 늘어난다 △사기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등이 꼽힌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년 전부터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위 7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 수입원을 확보하고, 노후에 쓸 수 있는 저축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 상환을 서두르고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조기 건강검진 등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지자체에 지역포괄 지원센터, 자립 지원 상담 창구, 생활 보호 제도,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 상담 제도 등을 마련했고,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고령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주거 대안으로 ‘공동체 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공동체 주택이란 독립된 공동체 공간(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한 주거 공간으로,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간 소통‧교류를 하며 생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그간은 청년을 중심으로 공동체 주택이 증가·보급되어 왔는데,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는 고령자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정말 고령자 공동체 주택은 필요할까, 그리고 장단점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고자 서울시 내에 있는 어르신 공동체 주택 ‘해심당’을 직접 찾아가 봤다.
‘따로 또 같이’ 공동체 주택
서울시 도봉구 소재의 어르신 맞춤형 공동체 주택인 ‘해심당’(海心堂)은 바다와 같은 마음과 따뜻한 햇살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봉구청, 사회단체가 협업해 만들었다. 기존 노후 주택을 신축해 재탄생된 곳으로 2021년 문을 열었다.
총 21세대가 살 수 있으며, 1층에는 장애인, 2·3층은 1인 가구, 4층은 부부 세대가 거주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배리어프리(무장애) 디자인이 도입됐다. 거주 공간뿐만 아니라 복도 등 공용 공간에도 손잡이를 설치했고, 단차를 최소화했다. LH 최초로 소규모주택 배리어프리(BF·무장애)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해심당의 입주 조건은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로 정해져 있다. 임대료 시세는 주변 시세의 45% 수준으로 보증금은 월 800만 원, 임대료는 월 40만 원 정도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앞서 말했듯이 4층을 제외하고는 해심당의 거주 공간은 1인 가구를 위해 설계됐다. 입주를 원해 방을 둘러 본 이들은 ‘집이 임대료 대비 좁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터줏대감인 이현민 자치회 총무 역시 “공간 자체가 작긴 하다. 입주 당시 물건을 많이 정리했고, 늘 정리해야만 한다. 반대로 장점도 되는 것 같다.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하게 되고, 또 생활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심당의 매력은 ‘공동체 주택’이라는 데 있다. 이에 따라 1층에는 카페 ‘향’이 있고, 2층부터 4층까지 각 층에는 입주민들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안마 의자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옥상의 ‘키친 가든’이다.
키친 가든은 해심당 설계에 참여한 이연숙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특히 신경 쓴 공간이다. 정원과 텃밭이 합쳐진 복합 공간으로 도시 농업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꽃, 식물뿐 아니라 채소, 허브 등을 심고, 입주민들은 직접 기른 작물을 수확해 먹는다.
특히 키친 가든 관리를 맡은 이현민 총무는 이곳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매일 정원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무엇이 심어져 있고, 열매는 언제 맺는지 다 알고 있다. 이현민 총무는 “교수님이 친환경을 목표로 만든 곳이라서 사용하는 비료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화학 비료를 막 뿌려서 나는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가 주민인데 왜 교수님 편을 드냐고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공용으로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갈등도 종종 일어났다. 입주민들은 얘기를 나누며 의견을 조율했고, 본래의 목적대로 친환경 도시 정원 형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기른 작물을 나눠 먹으면서 이웃 간의 정도 더욱 끈끈해졌다. 올여름에는 샐러드 파티도 열렸다. 이현민 총무는 “최근에도 호박이 나서 모두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요리를 못 하시는 분들은 안 가져가려고 해서 내가 감자를 사서 호박과 같이 전을 부쳤다. 그래서 모두에게 호박이 돌아갔다”라고 덧붙였다.
가족 아닌 가족, 노인 갈등 해결해야
해심당은 노인들이 이곳에서 공동체로 외롭지 않게 살며,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설계된 곳이다. 초반에는 일자리 제공도 했다. 실제로 이현민 총무는 입주와 동시에 일자리가 생겼다. 1층 카페 ‘향’에서 실버 바리스타로 일한다. 이 총무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열정을 발휘했다고. “특별한 직업이 없었는데 해심당 입주 후 2년째 일하고 있다. 집에서 내려오면 바로 일할 수 있고,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취미, 운동 등을 함께 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예상과 달리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LH의 공동체 활동 지원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심당의 임대 관리를 맡은 김익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본부장은 “다른 서울시의 공동체 주택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끼리 공통점이 있고, 유대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만 65세 이상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면서 “작년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총 16강짜리의 심리 치료 및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했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체력적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김익 본부장은 짚었다. 그는 “사실 건강한 분들이 계셔야 커뮤니티 활동도 가능하다고 본다. 해심당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다 같이 모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벌써 두 분이 돌아가셨고, 곧 요양원에 가신다는 분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동체 활동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어르신들이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현민 총무는 “정말 많이 싸웠고, 지금도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는 가족 아닌 가족 사이기 때문에 싫어도 매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익 본부장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르신들이 사소한 것으로 많이 다투신다. 그런데 금방 화해하시기도 한다”면서 “싸우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김익 본부장은 이현민 총무가 공동체 운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칭찬했다. 이현민 총무는 “참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았다. 남편이 부도를 두 번씩이나 맞아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저는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다. 제가 어디를 가나 몇 명만 모이면 리더가 되는데, 그래서 여기서도 총무가 됐다. 총무라고 어떤 보수가 있는 것도 없는데,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이라 불이익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현민 총무는 공동체 주택에 장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 그는 “다 같이 모여 사니까 외롭지 않은 게 제일 크다”라면서 “저도 누군가 도와줄 수 있고, 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저를 도와주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 의지가 되고 보람도 많이 느낀다. 가족처럼 외식하러 나가서 맛있는 것 먹는 것도 좋고”라고 설명했다.
김익 본부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나중에 실버타운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곳을 관리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고독사 예방 등, 노인에게 공동체 주거 공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민간 운영 기관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심당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이현민 총무도 앞으로 노인 공동체 주택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