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환절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하게 난다.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면 시니어들의 마음도 왜인지 모르게 봄을 타는 듯 싱숭생숭하다. 실제로 급격한 환경 변화는 생체 리듬을 방해해 일시적인 우울 증세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환절기 이후에도 증상이 심해지고 무기력해진다면 갱년기(폐경기)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갱년기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를 뜻한다. 주로 50대 전후로 나타나지만 개인과 주변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갱년기는 남성에게도 나타나지만 폐경 전후 난소 기능의 저하로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여성에게서 대부분 발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봄철 환절기라 불리는 3~5월에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50·60대 여성 환자는 총 39만 5518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폐경학회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갱년기 증상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중년 여성은 70%로 조사됐지만, 실제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30%에 불과했다. 결국 실제 갱년기 증상을 겪는 환자가 더욱 많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 중이라는 의미다. 우연히 환절기와 시기가 겹쳐 봄을 타는 것이라 착각하고 일찍이 치료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속히 예방 및 관리에 나서야 한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다. 여성호르몬 결핍은 자율신경계 및 내분비계 등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갱년기 증상으로 이어진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안면 홍조, 질 건조증, 관절 통증 등이 있으며 우울증, 감정 기복, 무기력증 등 정신적인 증상도 동반한다. 더구나 갱년기 증상은 5년 이상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참고 견디기보다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갱년기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약과 약침 등을 적절히 활용해 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환자의 체질과 세부 증상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체내에 부족한 진액(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수분을 가리키는 한의학 용어)을 보충하고 전반적인 신체 면역력을 강화한다. 이어 순수 한약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신경을 안정시켜 증상 개선을 돕는다. 이외에도 환자 스스로 집에서 실시할 수 있는 간단한 혈자리 지압법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갱년기 증상 치료에서 한약의 유효성과 안정성은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생물의학 및 약물치료’(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약재 ‘황정’(층층갈고리둥굴레)이 부작용 없이 뛰어난 갱년기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난소절제 수술을 통해 갱년기 환경을 재현했다. 이어 황정 투여군과 대조군을 나눠 6주간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황정은 여성호르몬의 기능을 돕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베타’(ERβ)의 발현량을 높여 질 건조증을 비롯한 갱년기 증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갱년기를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치료와 함께 일상 속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절기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비해, 오전에 외출해야 할 경우 겉옷을 챙기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실내에 있을 때 안면 홍조 증상이 발생하거나 식은 땀이 나는 경우에는 수시로 환기를 해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환절기일수록 규칙적인 수면, 식사, 운동 등이 필요한데, 계획적이고 활동적인 삶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타파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갱년기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더불어 갱년기 증상을 겪는 아내에 대한 남편들의 관심과 보살핌도 증상 개선 및 심신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갱년기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
2022년 11월 공개된 ‘ChatGPT’(챗GPT)는 출시 일주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넘으며 광풍을 일으켰다. 현재 글로벌 검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Google is done’(구글은 끝났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구글을 대체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처럼 챗GPT도 우리 일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오픈 에이아이(OpenAI)가 개발한 GPT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과 글을 생성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인공지능(AI)이다. 2018년 GPT-1 출시 이후 GPT-2, GPT-3로 꾸준히 버전을 높여왔다. 지난해 11월 GPT-3.5에 해당하는 챗GPT를 공개했으며, 이후 4개월 만에 성능을 개선한 GPT-4 버전의 차세대 모델까지 선보였다.
챗GPT는 로봇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다. 언어 능력에 특화돼 있어 사용자가 대화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로봇이 다양한 답변을 내놓는다. 기존 대화형 AI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문법과 맞춤법을 완벽하게 구사하거나 언어의 특성과 해석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문서답을 하거나 아예 답변을 도출하지 못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챗GPT는 대화의 숨은 맥락을 이해하고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답변해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졸업 논문, 회사 시말서, 제안서도 OK
챗GPT는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읽기 및 쓰기와 수학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의사·변호사 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뛰어난 지능 덕인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다양하다. 기사, 논문, 법원의 판결문뿐 아니라 의회에 제출할 법안 초안도 작성한다. 국내에서는 챗GPT가 쓴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은 기획안과 목차를 제외한 모든 내용을 챗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 작업까지 완료하는 데 단 30시간이 걸렸다.
챗GPT의 출시 이후 실생활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챗GPT로 시말서를 작성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챗GPT는 “저는 이번 일로 인해 회사의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무심코 생각 없이 행동을 하게 된 것이지만,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내부의 정책과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것을 다짐한다”며 “앞으로 회사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경각심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겠다. 회사와 동료들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라고 마무리했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작성한 결과물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챗GPT 똑똑하게 활용하자
챗GPT의 문장은 깔끔하고 정갈하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에 대해 학습된 데이터가 없을 경우, 그 내용 자체가 틀렸을지라도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기 때문이다. GPT-3.5 버전에서는 ‘신사임당이 이순신의 아내’라든가, ‘티타늄 전차가 조선 중기에 사용됐다’는 등의 황당한 이야기를 성의 있게 답변한다. “이순신 장군이 고종의 옷에 커피를 쏟은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는 질문을 하면 “이순신 장군이 고종의 옷에 커피를 쏟은 사건은 유명한 역사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대한제국 말기인 1896년에 일어난 일로, 당시 고종은 이순신 장군을 모시고 국사조사를 하던 중 이순신 장군이 실수로 고종의 옷에 커피를 쏟았습니다. 이때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으며, 이후 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습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결국 AI 답변의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건 사용자의 몫이다.
즉 챗GPT는 잘 아는 정보를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용도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한 사실을 묻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답변의 수준도 현저히 달라진다. 얻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요구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50대 배우자와 갈 만한, 물가가 비싸지 않고 골프장이 많은 여행지는 어디야?”와 같이 명확한 지시와 완결된 문장으로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질문을 거듭해도 뾰족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때는 한글보다 영어로 지시하면 더 깔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챗GPT는 영어에 조금 더 최적화돼 있다.
유명세에 따른 사칭 사이트 증가
챗GPT에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 사용해보는 것도 좋지만, 사칭하는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받기 위해 플레이 스토어에 들어가 ‘챗GPT’를 검색하면 유사한 명칭의 앱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픈 에이아이가 개발한 공식 앱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챗GPT와 같은 해외 유명 사이트와 비슷한 이름의 사이트 혹은 앱으로 유도해 카드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 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전체 숫자, 카드 비밀번호 네 자리 등의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카드 정보 유출이 의심되면 불편하더라도 카드 사용을 정지하고, 재발급받아 부정 사용을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오픈 에이아이에서 개발한 챗GPT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openai.com/blog/chatgpt’로 이동해야 한다. 우선 회원가입을 통해 계정을 등록하고, 화면 하단에 있는 입력 칸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입력하면 된다. 또는 ‘에지 브라우저’를 통해 검색 엔진 ‘www.bing.com’에 접속한 뒤 왼쪽 상단의 ‘채팅’ 버튼을 누른다. 계정을 생성하고 로그인하면 채팅을 시작할 수 있다. 검색창에 궁금한 점을 입력하면 해당 내용과 관련한 AI의 답변이 검색 페이지 오른쪽에 나타난다. 답변을 보고 온라인 출처를 자세히 검증하거나, 더 구체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두충, 오가피 등을 주요 약재로 하는 약침액 ‘신바로2(SHINBARO2)’가 허리디스크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방 척추질환 치료의 유효성이 재차 인정받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하인혁 소장)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상국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바로2의 허리디스크 치료 기전을 규명하고 운동 능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신경학최신연구(Frontiers in Neurology, IF=4.086)’ 3월호에 게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는 197만 5853명으로 약 2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불리며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관협착증과 함께 3대 척추질환으로 꼽힌다.
허리디스크의 원인으로는 바르지 못한 자세, 외상, 과체중 등이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척추에 과도한 부담이 누적될 경우 척추뼈와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탈출하며 염증 및 통증을 유발한다. 이는 보행에 지장을 주는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디스크에 활용되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는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일반 약물과 천연물 약재를 이용한 약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주사의 경우 반복적으로 맞으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화되고 감각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달리 약침은 천연물 한약재 유효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뒤 사용해 화학 약물보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
특히 두충, 오가피 등을 주요 약재로 하는 약침액 ‘신바로2(SHINBARO2)’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효과가 있어 임상에서 활발하게 처방되는 중이다. 실제로 신바로2의 기반이 되는 GCSB-5(청파전)의 근골격계 질환 치료 효과는 다수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하인혁 소장)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상국 교수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허리디스크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쥐 꼬리의 디스크에서 분리한 자가수핵을 쥐의 요추 5번 신경근과 가까운 부위에 이식했다. 이어 쥐 그룹을 △정상 집단 △허리디스크 유도 집단 △신바로2 근육투여 집단(2, 10, 20mg/kg) △신바로2 구강투여 집단(20, 200mg/kg) 등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연구팀은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호전달물질인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와 인터루킨-베타(IL-1β)의 발현을 분석했다.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산소가 체내에 과도하게 누적돼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며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이는 노화와 더불어 근골격계 질환, 신경 손상, 대사증후군 등의 원인이 된다.
실험 결과 허리디스크 유도 후 증가했던 TNF-α와 IL-1β는 신바로2 투여로 발현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근육투여 집단과 경구투여 집단 모두 신바로2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발현량이 더욱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킴으로써 허리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해소하는 신바로2 의 치료기전이 입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신바로2가 디스크 퇴행 관련 인자의 발현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바로2를 투여한 집단의 ADAMTS-5(A Disintegrin and Metalloproteinase with Thrombospondin Motifs 5) 증감을 살펴본 결과 허리디스크 유도에 의해 증가했다가 신바로2에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됐다. ADAMTS-5는 연골을 파괴하는 효소로 디스크 퇴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신바로2는 동물 행동실험에서도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보였다. 쥐가 쳇바퀴를 돌게 한 뒤 움직임을 관찰하는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신바로2를 근육 및 구강 투여한 지 10일 차부터 뒷발 사용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또한 신바로2를 투여한 농도가 높을수록 운동기능이 더욱 크게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홍진영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바로2의 허리디스크 치료 기전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허리디스크 치료에 있어 천연물 유래 한방치료가 스테로이드와 같은 화학성 약물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꾸준히 공동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한의학의 과학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7년에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한약재 천수근의 항골다공증∙항염증 효과를 입증해 천연물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각종 미디어나 언론의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때때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때가 있다. 분노와 짜증, 호통 등이 너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았던 배우 임지연은 분노 연기로 인해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촬영 후에도 예민함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음을 밝혔다. 또한 호통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정치인들의 태도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바야흐로 ‘호통의 시대’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에게 화풀이하기도 한다.
물론 적정한 수준의 분노 해소는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감정이 가라앉으면 후회와 죄책감 탓에 힘들어질 수 있어 분노의 감정을 잘 다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분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적인 감정을 잘 관리하기 위한 건강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욱’하고 올라오는 분노…참아야 할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자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적 갈등을 침묵하다 보면 불안과 걱정이 쌓여 ‘울화(鬱火)’와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냥 참기보다는 적절한 감정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방에서 울화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생긴 화증을 의미한다.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특징이다. 병명 속의 화(火)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신체의 열감이 심해지며, 가야금 줄을 누를 때의 느낌처럼 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일컫는 맥현삭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이 같은 사실은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독일 예나 대학에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를 참는 사람은 맥박이 빨라져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쿠스 문트 박사는 맥박 상승이 반복될 경우 혈압이 높아져 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며 수명 또한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적절한 감정 해소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친 분노를 터뜨릴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분노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은 기쁠 때 분비되면 활력을 높이지만 화가 난 상황에서는 근육을 수축해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어깨와 목 등에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근육 경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분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증가해 면역기능을 약화한다.
김환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분노를 지나치게 해소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번 참다가 터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중혈(膻中穴)’ 지압, 침, 도움
누적된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는 운동이 있다. 특히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30분 이상 실천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감이 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불리는 상태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부정적인 감정이 논쟁이나 다툼 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는 분비된 지 15초 만에 최고조에 이르지만 2분 전후로 서서히 수치가 떨어진다. 이어 15분이 지나면 정상 범위까지 감소하므로 감정이 진정된 후에 대화를 다시 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스스로 해결이 힘들 정도로 화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울화의 원인을 기의 순환이 막힌 것으로 보고 침 치료와 뜸,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먼저 침 치료를 실시해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이어 뜸을 놓아 뭉쳐 있는 기를 원활하게 순환한다.
여기에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신경 안정과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가량 억제해 뇌 손상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와 함께 ‘단중혈(膻中穴)’과 같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중혈은 한방에서 ‘화(火)가 쌓이는 자리’라고 불린다. 명치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어 화가 나고 답답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쿵쿵 내려치게 되기도 한다. 단중혈을 검지와 중지로 지그시 누른 채 10초간 문지르면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압뿐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다크 초콜릿이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는 데 좋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화를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건강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가3 열풍이 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생선이나 물개 등 고지방 음식을 주로 먹는데도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은 이유가 오메가3 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이후 관련 논문과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고, 오메가3는 심혈관 질환을 겪기 쉬운 중장년에게 특히 주목받는 영양 성분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 알츠하이머, 눈 건강 등 다양한 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오메가3를 ‘영약’ 수준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일까?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를 바탕으로 오메가3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분석해봤다.
혈중 중성지방, 혈행, 기억력, 안구 건조증 개선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을 알아야 한다. 지방산은 지방의 구성 요소다. 체내에서는 탄수화물, 알코올, 단백질 등이 대사 작용을 거쳐 포화 혹은 불포화 지방산이 만들어진다. 포화 지방산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동물성 기름이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운 뒤 방치했을 때 생기는 하얀 기름이 포화 지방산이다. 포화 지방산은 몸에 들어가면 잘 배출되지 않고, 혈관이나 몸에 쌓여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불포화 지방산은 생선, 씨앗, 견과류 등에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이다.
오메가3의 개념과 역할
불포화 지방산에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다. 필수 지방산은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불포화 지방은 다시 단일 불포화 지방과 다불포화 지방으로 나뉘며, 다불포화 지방에 대표적으로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이 있다. 인체에서 오메가3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데 많이 쓰인다. ALA(알파리놀렌산), EPA(에이코사펜타엔산), DHA(도코사헥사엔산) 세 가지가 주로 관심을 받고 있다.
ALA는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에, EPA와 DHA는 생선 기름에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양식 물고기가 자연산 물고기보다 더 많은 EPA와 DHA를 함유하고 있다. DHA는 눈의 망막, 뇌, 정자에 많이 포함돼 있어 DHA를 섭취하면 두뇌가 발달하고 머리가 좋아진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세포막 구성 외에 오메가3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이 물질은 염증·상처 치유, 혈액 응고 등 여러 생기 과정에서 매개 역할을 한다.
‘암·인지 저하 예방’ 꼭 먹어야 할까
오메가3를 음식이나 보충제로 섭취하면 면역 염증 반응과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로 암에 의한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보충제까지 필수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조사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예방과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지 못했다.
한편 인지 저하와 알츠하이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뇌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 DHA이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중 DHA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성분이 뇌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그러나 오메가3 보충제 섭취와 대부분의 질병 사이에 일관된 인과 관계를 찾을 수 없고,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노화에 따른 황반변성, 안구건조증도 마찬가지였다.
이영호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면역학 책임연구원은 “오메가3가 우리 몸에 대량으로 필요한 물질이 아닌 데다 간혹 결핍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문제가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석한다. 즉 지방산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하는 등 특수 상황이 아닌 사람에게서 오메가3 같은 필수 지방산의 결핍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택은 개인의 몫
보충제는 보통 피시오일, 크릴오일, 대구간유, 식물성 기름 형태로 제공된다. 1000mg짜리 피시오일의 경우 EPA 180mg과 DHA 120mg을 함유한다. 대구간유에는 오메가3 외에 비타민 A와 D도 포함돼 있다. 바다에서 유래한 오일은 수은 오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rTG, Natural TG, 또는 지방산 형태의 오메가3가 생체 이용률이 높다고 하지만, 어떤 형태의 오메가3를 섭취해도 혈중 EPA, DHA를 모두 상승시킬 수 있다. 크릴오일에는 인지(Phospholipid) 형태로 오메가3가 들어 있으며 해당 형태가 생체 이용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지만, 어떤 형태든 통상 95% 정도로 잘 흡수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오메가3는 음식을 통해 늘 보충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이하로 섭취해야 결핍 상태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미국의학한림원은 오메가3의 일일 제한 섭취량을 정하지 않았지만, 많이 먹을 경우 면역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혈액 응고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섭취 형태나 복용량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장 섭취량을 참고하고, 개인이 소화 가능한 범위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驚蟄)이 코앞이다. 유난히 쌀쌀했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주요 관광지나 공원은 벌써 전국에서 몰려온 봄나들이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 관광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의 친환경 여행 의향은 약 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여행할 때 도보와 자전거 등 무동력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시니어의 경우 본격적으로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취지로 떠나는 친환경 여행이 무릎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친환경 여행이 아니더라도 봄맞이 여행을 준비 중인 시니어라면 무릎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추운 겨울 동안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가 굳어 유연성이 감소한 상태여서 부상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3월은 본격적으로 야외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로 급작스레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무릎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릎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 환자는 2월 대비 3월에 항상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2월 56만 6241명에서 3월 62만 9897명으로 약 11%나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릎 관절염은 무릎 주변 인대와 근육 등이 약해져 연골이 닳고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무릎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시큰거리는 통증과 삐걱거리는 느낌을 동반한다. 또한 장시간 여행 중 발생한 과도한 하중이 무릎 관절에 그대로 전달되면 무릎뼈와 뼈 사이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을 마모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추후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보행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 이후 무릎 통증이 발생했다면 조속히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무릎 질환에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침 치료를 통해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한다.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바로약침과 황련해독탕약침이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모과를 주요 한약재로 하는 숙지양근탕 처방을 병행해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약침의 항염증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골관절염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신바로약침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바로약침 투여군이 비투여군에 비해 관절 내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E2’ 생성이 60.59%나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뼈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주골의 부피도 40%나 늘어났다.
여행 중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건강관리법이다. 먼저 건강한 여행을 위해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무거운 배낭은 무릎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자세 불균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릎 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푹신한 운동화와 무릎 보호대 착용을 추천한다. 여기에 등산스틱 같은 지팡이를 사용한다면 무릎으로 가는 체중을 분산시켜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데 용이하다.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 많은 장소는 피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을 적극 이용해 관절이 받는 부담을 낮추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여행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면 피로 해소뿐 아니라 부상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니어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봄을 향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냉탕이나 온탕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물로 몸을 적시듯이 급격히 변화한 날씨에도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건강하게 잘 늙어가며 살고자 하는 ‘웰 에이징’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노후의 삶에 대한 지향점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화되어 가고 있는 ‘실버 타운’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거의 실버 타운은 간단한 일상 케어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요즘의 실버 타운은 기본적인 보살핌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에도 오롯이 내 일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실버 타운은 주거의 개념을 넘어 식사, 건강, 여가, 문화, 사회활동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타운에서는 여생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바로 ‘웰 에이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지인 셈이다.
국내의 한 논문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 내에서 65세 이상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주거지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인복지주택의 거주 노인들의 생활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도 실버타운에서의 주거만족도는 꽤 높다. 국내의 한 실버타운 입주민은 “실버타운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잘 짜여진 식단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으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집안 일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정도로 고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인 케어를 받고 있어 실버 타운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맞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3월 중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시선을 끈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실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시니어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갖출 예정으로 시니어 입주민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한 건강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 먼저,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한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지원한다. 개인별 맞춤 건강도 체크, 질환별 특별관리 등과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노인복지주택 최초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긴급SOS 알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해당 병원 이용 시에는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한 의료 케어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단지는 ‘강서 미라클메디특구’에 해당돼 고품격 의료 인프라도 함께 누린다. 이 특구에는 서울 시내 2위에 달하는 병원급 이상 전문 의료 시설이 집적되어 있고 척추 및 불임에 특화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내 지하 보행 통로를 통해 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철 역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세권 이상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도심 속에서도 대규모 자연 환경을 이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통해 마음껏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과 약 50만㎡ 규모의 생태공원 ‘서울 보타닉 공원’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으로 다양한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쇼핑, 생활 인프라도 눈에 띈다. 롯데몰, 롯데시네마, 대규모 공연장 LG아트센터 서울 등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도 누릴 수 있다.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도 보낼 수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브랜드 ‘VL’을 통해 예약대행, 비즈니스 업무지원, 우편물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각종 청소가 가능(주 2회 60분)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가 담긴 ‘호텔 셰프 관리 식단’, 각종 문의 및 요청을 하나의 창구에서 운영하는 ‘원스탑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설계도 선보인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시니어 주택 평면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의 독립성을 반영한 ‘원룸 원배쓰(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의 평면, 신체 및 안전을 고려한 전 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계획,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입주자별 취향을 고려한 ‘비스포크 발코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 입주민들은 불필요한 동선과 이동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대 내에 비상콜 시스템, 동작 감시 센서, 냉방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스마트한일상을 위한 ‘IOT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르웨스트가 갖춘 입지, 규모, 시설 등은 국내 실버타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며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함께 공을 들여 선보이는 만큼, 시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견본을 보고 싶다면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청약 접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1 얼마 전 중학교 동창 모임 때 일입니다. 한 친구가 “설 연휴 동안 알츠하이머 관련 영화 5편이나 봤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장인의 ‘결정’을 요즘에서야 이해하게 됐어. 나도 같은 상황이 오면 그런 결정을 할 생각이야”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친구의 장인은 치매에 걸리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분입니다. 친구는 “가족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좋은 남편, 아빠입니다. 그는 “내가 혹시 어떻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뒀어”라고도 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이순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 “120세 시대야, 이제 절반 살았어.” 나무람과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가슴은 먹먹했습니다. 지난 3년여 사이 세상을 떠난 장인·장모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2 장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7년 전쯤입니다. 의심(누가 무언가를 훔쳐갔다는)에서 시작해 횡설수설, 길을 잃는 일이 잦았습니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됐습니다. 그런 장모를 오롯이 돌본 사람은 장인입니다. 아내와 처제가 열심히 간병했지만, 장모 곁을 한결같이 지킨 사람은 장인입니다. 그런 장인이 3년여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2년여 뒤 장모도 장인의 뒤를 따라가셨습니다.
생전의 장인이 “나, 자네와 함께 살 수 없겠나?” 하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는 누가 돌보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때 장인의 실망한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치매는 앓는 당사자의 고통이 크지만, 보살피는 가족의 고통 또한 작지 않습니다. 장인이 겪은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장인이 내민 ‘손’을 제가 뿌리친 것입니다. 장인의 죽음에 저의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3 알츠하이머는 소리 없이(혹은 ‘귀’를 막아서) 찾아옵니다. 65세 이상 인구만 보면, 10명 중 1명에게요. 기억력, 대화·계산 능력, 얼굴 인식 등의 인지 기능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전조증상(경도인지장애)이 있는데, 그런 증상이 발현되더라도 “나이 들면 다 그래”, “말이 헛나왔네” 등 이유로 대부분 무시해버린다고 합니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해 성인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경도인지장애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진단을 위한 검사 필요성에 10명 중 1명만 공감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질병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2050년이 되면 그 수는 1억 600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이 앓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구가 수억 명에 달하는데도 말입니다.
#4 알츠하이머는 쉽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질병입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도 어렵습니다. 알츠하이머 병명이 확인된 1906년 이래 지금까지 치매 관련 연구논문은 수만 편 발표됐지만 개발된 치료제는 몇 안 되고, 그중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행스런 것은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30여 년간 알츠하이머를 연구한 美 UCLA대학의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저서 ‘알츠하이머의 종말’에서 이 질환의 원인을 염증, 뇌 영양 부족, 독성물질 노출 등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식생활 습관 등을 개선하면 병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의심된다면 바로 진단받아야 합니다. 그에 따른 예방적 조치, 치료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불완전한 뇌의 상태를 바로잡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뇌 운동과 함께 식단(염증과 독소를 몰아내고, 뇌에 필요한 영양분 공급)과 생활습관(12시간 이상 공복, 저녁식사 3시간 후 잠자리에 들고 8시간 이상 취침, 하루 1시간 이상 운동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가족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합니다.
#5 요즘 TV를 보다가 배우, 개그맨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이 잦습니다. 직장 후배나 친구의 이름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일이 힘겨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늙어서 그래”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아마 요즘 아내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말일 것입니다. “치매는 아닐 거야”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지만, 걱정이 작지 않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알츠하이머 영화 ‘카시오페아’를 방영했습니다. 영화에서 젊은 치매 환자로 열연한 서현진 씨가 잠깐 기억이 돌아왔을 때 극중 아버지 안성기 씨에게 한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서로 살면서 안 힘들게 하면 좋을 텐데.”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났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며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나들이용 봄옷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들뜬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듯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꽃샘추위와 간간이 내리는 눈·비는 여전히 곳곳에 낙상 사고의 원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는 관절 주위의 혈관이 수축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작은 충격에도 부상을 입는다. 시니어들은 노화로 인해 근력과 골밀도가 낮을 뿐 아니라 균형감각도 떨어지는 만큼 더욱 낙상에 취약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낙상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 환자는 3만 7754명으로 2016년 1만 3999명 대비 2.7배 이상 늘었다. 시니어들이 낙상 사고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낙상 사고로 인한 부상은 대부분 타박상으로 대개 2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 회복된다. 그럼에도 계속 아프거나 증상이 오히려 심해진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의심해봐야 된다. 이를 방치할수록 증상이 악화돼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낙상으로 인한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요추염좌’와 ‘목·허리디스크’(경추·요추추간판탈출증)를 꼽을 수 있다. 요추염좌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요추(허리뼈) 부위에서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직접적으로 외상을 입어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충격의 정도가 큰 경우 척추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 위치를 벗어나면서 목·허리디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요추염좌와 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척추 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신체의 부정렬을 교정하는 치료로서 한의사가 근육과 인대, 뼈를 밀고 당기며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한다. 이어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뻣뻣하게 굳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특히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정제한 약침은 손상 조직의 회복을 돕고 부상으로 인한 염증을 빠르게 해소해준다. 여기에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면 뼈와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줘 치료 효과를 높인다.
디스크 손상으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는 동작침법(MSAT)이 효과적이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이 있는 부위에 침을 놓은 상태로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과 마비 증상 등을 완화하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을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 폭은 8.7%에 그쳤다.
무엇보다 낙상 사고는 예방이 최선인 만큼 평소 습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미끄러운 빙판길 돌아가기,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신기, 주머니에서 손 빼고 걷기 등은 빙판길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길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것을 추천하지만, 부득이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끝에 고무 패킹이 된 지팡이를 꼭 챙기도록 하자. 지팡이는 빙판길에서 신체의 균형을 잡아줘 낙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외출 전후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근육이 경직돼 있으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고 유연성이 떨어져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가 후 실시하는 스트레칭도 근육에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만일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는 바로 움직이거나 일어나지 말고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부상 부위에 악영향을 줘 부상 정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119 구조대를 기다리자.
현대사회에서 100세 건강의 지름길은 부상 예방에 있다고 한다. 조금만 버티면 완연한 봄이다. 아직 낙상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유념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새해 초부터 건강 문제로 고생하지 않도록 외출할 때 주의를 기울이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찬란한 내 인생
좋은 꿈 꾸셨습니까? 마음 반창고 새해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 혹은 내가 제일 잘나갔던 순간, 그도 아니면 내가 가장 찬란해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시작합니다. 우리 삶을 춘하추동(春夏秋冬) 네 계절에 피는 꽃으로 비유해볼까요. 아직은 한참 먼 봄소식을 가장 빨리 알려주는 산수유를 시작으로 봄철에는 매화, 목련,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 복사꽃, 벚꽃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햇살이 더욱 눈부신 여름이 되면 무궁화부터 찔레꽃, 작약, 패랭이꽃, 장미가 형형색색 산천을 장식합니다. 코스모스, 국화, 과꽃, 나팔꽃, 도라지꽃은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동백꽃은 단연코 외로운 겨울을 홀로 지킵니다.
이처럼 꽃도 피우는 시기가 다 다릅니다. 차례대로 자기 순서에 맞춰 꽃을 피웁니다. 식물은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낮의 길이와 온도 같은 최적의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꽃을 피우는 정교한 작동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바로 그 순간은 사람마다 다른 시간에 찾아옵니다. 저마다 꽃 피우는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나다라 배우며 글꽃을 찾은 마음
오십 해가 넘도록 시장통에서 생선 비린내 맡으며 자식 키우고 살아낸 정백안(79세), 서경임(74세) 부부는 영암에서 목포까지 칠흑같이 깜깜한 새벽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갑니다. 오가는 데 무려 네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오일장 서는 날을 빼고는 거르지 않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전남인재평생교육원에서 주최한 평생교육수기 공모에서 경임 씨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열여섯에 처음 만난 내 이름, 일흔 넘어 활짝 핀 글자꽃’이란 제목으로 상도 받고, 이름 없이 사느라 아팠던 마음도 아름다운 글꽃으로 승화시킵니다. 세 살에 부모를 여의고 제때 배우지 못한 아픔을 늦깎이 학생이 되어 글로 녹여내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멍들었던 마음도 구석구석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온통 눈물과 서러움뿐이었던 삶이 배움을 통해 재밌는 살판으로 바뀌었다는 부부. 학교에 다니면서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당당하다는 경임 씨는 쓰는 글마다 큰 상을 받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둥지 속에 갇힌 새처럼 세상 밖 외면하고 일만 하던’ 경임 씨에게 배움의 기쁨은 기적처럼 찾아온 행운입니다. 호미자루 연필 삼고 밭고랑 공책 삼아 마음을 써내려가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 아닐까 미소 짓습니다.
쏜살같은 세월에 지지 않고, 해마다 먹는 나이에 꺾이지 않고 자기 때와 자기 사람을 기다린 이가 있습니다. 무려 72년을 기다린 주인공은 바로 강태공입니다. 3000년 전의 인물로 알려진 강태공의 본명은 강상(姜尙)으로, 선조가 여(呂) 땅을 식읍(食邑)으로 받았다고 하여 여상(呂尙)이라고도 불립니다. 훗날 주나라 문왕이 되는 서백(西伯)이 강태공을 초빙하며 선왕 태공이 간절히 바라던(望) 성인(聖人)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이름도 얻었습니다.
강태공이 버린 낚시 3600개
위수(渭水)에서 낚시 3600개를 버려가며 문왕을 기다렸던 강태공은 일흔두 살이 될 때까지 매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극진(棘津)이라는 나루터에서 지내며 하는 일이라고는 독서와 낚시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물고기를 잘 잡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드리운 낚시에는 바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늘이 있었지만 곧게 펴져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튼 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 아니니까요. 강태공이 낚시터에서 기다린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때’였습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바로 그 사람을 만나,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강태공은 ‘그 때’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72년을 기다린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을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강태공은 어떻게 지냈을까요. 은(殷)나라 주왕(紂王) 때에 이르러 집안이 몰락한 강태공은 천문, 지리, 병학(兵學) 등 온갖 학문에 능통한 희대의 천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학식과 통찰력 그리고 큰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오로지 책만 읽으며 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집안 살림에 도통 관심이 없는 강태공 대신 그 책임을 아내 마 씨(馬氏)가 모두 떠맡게 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지친 아내는 날마다 남편을 닦달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태공은 여느 때처럼 책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거든 마당에 널어놓은 강피(곡식의 한 종류)를 꼭 거두라고 신신당부한 아내 말을 까맣게 잊은 채 소나기에 그만 강피를 모두 쓸려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에 진절머리가 난 아내는 그 길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을….” 강태공은 떠나는 아내를 향해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나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혼자서 살림까지 도맡아야 했던 강태공은 오십이 넘도록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힘들게 살았고, 그 뒤로는 백정 일을 했는데 도마 위에 놓은 고기가 썩을 때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위수가로 옮겨 낚시를 시작했고 오랜 세월 끝에 문왕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중국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紂王)이 달기의 치마폭에 싸여 폭정을 일삼아 민심이 크게 동요하던 때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덕망이 있었던 문왕은 자신을 도와 천하를 다스릴 인재를 찾던 어느 날 사냥을 나가기 전 사관 편(編)에게 점을 치게 했습니다. “위수에서 사냥을 하면 장차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용도 이무기도 아니고, 호랑이도 곰도 아닙니다. 장차 패왕을 보필할 스승이며 그 공이 3대(代)에까지 미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문왕은 3일 동안 목욕재계를 한 후 위수로 사냥을 떠났고, 강태공과 극적으로 만난 것입니다. 비록 낡은 옷의 초라한 늙은이가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문왕은 한눈에 그가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강태공 역시 자신의 뜻을 알아줄 현자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학문과 수양에 매진하며 그 긴 세월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강태공은 자신의 성공과 명예, 부귀영화보다 남을 잘 되게 하려는 마음으로 부국강병의 술법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마음을 닦으며 10년 동안 3600개의 낚시를 버리면서 때를 기다린 것입니다. 강태공이 지쳐 포기했다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자신의 때’를 끝내 기다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자신이 쓰일 때를 기다리고 준비했기에 ‘강태공’, ‘태공망’이라는 이름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지요.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반면에 필자는 조급함, 성급함이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고, 외롭게 하고, 또 때로는 절망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지 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2018년 12월 말에 첫 책 ‘혼자 술 마시는 여자’를 나이 오십에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미루고 도망가다 만들어진 책인 데다 제 생애 모든 것 사랑, 열정, 가족까지 다 녹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청 기대가 컸습니다. 욕심도 너무 많았습니다. 책이 딱 나오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 작가가 되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초대되고, ‘인간극장’에 출연하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상상과 현실은 참 달랐습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될 수 없는 건데,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책을 내고 보니 그건 다 잊어버린 채 금방 유명해질 줄 알고 커다란 꿈과 야망, 욕심과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한테 더 실망하게 되고요.
‘나를 조금 더 챙겨주지.’
‘왜 책을 안 사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왜 책을 안 알려줄까, 다른 사람 책은 홍보해주면서.’
마음에 별의별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마치 고구마 줄기 걷어 올릴 때 한 넝쿨에 끝도 없이 흙 속에서 끌려나오는 것처럼요. 책을 구매하고 SNS에 소개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잠시뿐이고, 관심도 없고 구매도 홍보도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서운해하면서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어느 하루. 필자 대학원 논문 심사위원이었던 주철환 교수님께 책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답장으로 주신 세 마디가 다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고, 대단한 응원이 되었습니다. 그래, 차근차근 가야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한 발짝 한 발짝 떼어야지. 차곡차곡 쌓아야지, 돌담을 쌓듯이. 크고 작은 자갈, 큰 돌, 작은 돌이 사이사이에 다 채워져야 탄탄한 울타리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 교수님의 말은 필자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줍니다. 나만의 때와 사람을 기다리며 차츰차츰 나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시유기시 인유기인
아, 왜 이렇게 삶이 힘들까?
아,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릴까?
아, 왜 이렇게 인간관계가 꼬일까?
‘시유기시 인유기인’(時有基時 人有基人), ‘때에도 그 때가 있고, 사람도 그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거나 앞으로 일을 펼칠 때 길잡이가 되고 안내가 되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실패하거나 어긋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일이 거의 다 만들어지고 프로젝트가 왕성하게 되어 있는데, 꼭 ‘그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강태공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린 것처럼, 경임 씨가 글꽃을 피우며 만학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처럼 필자도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다음 책을 준비하며 새로운 사람들, 시절인연 만날 설렘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갑니다. 자기 걸음에 집중하면서 말입니다.
주변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만 신경 쓰며 새해 새 사람, 새 때를 기다려볼까요.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