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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철의 야생화] 남도의 가을을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 열흘간의 황금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0월입니다. 연휴와 함께 계절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산과 들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을 찾아 강원도로, 설악산으로, 높은 산으로 너나없이 줄지어 떠나는 광경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그 와중에 비할 데 없이 붉게 타오르는 가을을 만나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고 길을 잡는 이들이 있습니다. 단풍보다 붉게 타오르는 진홍의 축제를 보려면 남으로, 남으로 가야 한다고 속삭이는 이들이 따로 있습니다. 꽃무릇을 만나려는 이들입니다. 고창 선운사 등 남도의 절집 마당에 펼쳐진 수천, 수만 평의 꽃무릇 군락이 선홍으로 붉게 물드는 그 장관을 놓칠 수 없다며, 강원도 단풍을 제쳐놓고 남도행을 고집합니다. 비늘줄기가 돌 틈에서 자라는 마늘을 닮았다고 해서 석산(石蒜)이란 국명을 얻은 꽃무릇은 상사화나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 백양꽃과 마찬가지로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잎과 꽃이 나는 시기가 달라 서로를 애타게 그린다는 국내 상사화속 7개 식물의 하나입니다. 다만 다른 상사화들이 대개 6월에서 8월 사이 노란색 또는 연분홍색의 꽃을 피우고 일찍 지는 데 반해, 꽃무릇은 9월 초순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해 중순부터 진홍색 꽃을 피우다가 추석 즈음에 절정을 이룹니다. 그리고 꽃이 시들면 그때부터 잎이 새로 돋기 시작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초여름이 되면 사그라듭니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만/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 시인의 ‘꽃무릇’ 석산보다 꽃무릇이란 우리말 별칭이 더 친숙한 꽃. 그 또한 본래는 야생화였겠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것은 선운사 등 유서 깊은 사찰에서 일부러 가꾼 조경용, 원예종입니다. 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무릇이 남도 지역의 사찰에 널리 번진 것은 알뿌리에 방부제 효능이 있어 경전을 묶거나 단청이나 탱화를 그릴 때 즙을 내 풀에 섞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일부러 심어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늘줄기로 풀을 쑤면 경전을 단단하게 엮을 수 있다고 해서 사찰에서 상사화를 많이 심어온 것과 같은 이치로 보입니다. Where is it? 고창 선운사와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가 예로부터 대규모로 꽃이 피는 3대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도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꽃무릇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운치 있게 피어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사찰들도 경내에 꽃무릇을 대거 심고 있는데, 강남의 봉은사와 강북의 길상사가 볼 만하다. 충남 보령의 성주산 자연휴양림도 꽃무릇 수십만 송이가 진홍색 꽃을 피워 많은 이들이 찾는다.
- 2017-10-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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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원정 수련이 보고 싶다
- 언제부턴가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내․외국인이 넘쳐난다.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라는 이유도 있지만 경복궁 관람객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한복의 정통성이나 무국적성 디자인에 대한 시비는 다른 문제로 치자. 경복궁은 근대사에서 광화문이 차지하는 상징성과 맞물리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다. 경복궁은 근정전, 경회루의 건축적인 스케일과 멋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도 향원정의 아름다움이 최고다. 향원정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 주위로 단풍나무와 고목 느티나무, 소나무는 계절마다 향원정의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바꾸어간다. 연못에 가득한 수련은 초록 융단을 깐 듯 곱다. 노랑어리연이 필 때면 그 작은 꽃이 향원정을 더 돋보이게 한다. 비단잉어가 무리지어 수련 아래로 지나가고 언뜻언뜻 수련이 비어 있는 연못 조각에 하늘과 향원정이 살짝 잠겨 있다. 단풍이 절정일 때도 좋지만 눈이 연못을 덮고 있을 때는 그 적막과 고요가 마음을 비워준다. 어느 계절이든 향원정 주위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필자는 향원정과 관련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이곳 향원정 주변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젤을 세우고 수채화로 향원정을 그리고 있는 필자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서 구경을 하곤 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그런지 향원정에 오면 그 시절 자주 그림을 그리던 장소를 찾곤 한다. 세월은 거의 4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서 교복을 입은 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곤 한다. 향원정이 요즘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연못 주위로 둘러친 가설 담장에 난 작은 창을 들여다보니 연못에 수련이 가득하다. 갑자기 화가 난다. 향원정을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일부를 보수하는 공사인 모양인데 굳이 연못 전체를 칸막이로 둘러칠 이유가 뭔가. 더구나 가설 담장이 성인 키보다 높아 연못 주위를 돌며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가설 담장 재료인 판넬 모양도 그렇다. 고궁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색상이 완전히 경관을 망치고 있다. 요즘은 공사를 해도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한다. 특히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공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향원정도 보수공사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면 어떨까. 비밀공사도 아닌데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 주위에 연못이 있어 향원정 공사로 인해 관람객이 불편하거나 위험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볼썽사나운 자재로 막아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완전히 막은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창문이 있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설 담장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은 향원정 주위로 수련이 가득하다. 좀 더 있으면 노랑어리연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이 아름다운 향원정을 작은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외국인들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제 막고, 금지하고, 억제하는 과거의 유산들은 버려야 한다.
- 2017-06-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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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걷기 딱 좋은 자락길
- 아침과 저녁이 제법 시원한 가을이 왔다. 다음 달 중순이면 단풍이 절정이라는 방송보도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맘 때 걷기 딱 좋은 자락길 몇 곳을 소개한다. ◇안산 메타세콰이어 숲길 10일 토요일 9시 독립공원에서 모여 친구들과 어울려 안산 자락길 산행을 하였다. 안산은 서대문구에 있는 높이 295.9m 나지막한 도심의 산이다. 조선시대 인조 때인 1624년 이괄이 반란을 일으켜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한국전쟁 때 서울을 수복하기 위한 최후의 격전지였다. 서울 시내 중심에서 홍제동으로 향하는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인왕산( 340m)과 마주하고 있으며 서대문 독립공원, 이진아도서관이 위치한다. 정상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보수한 봉수대(서울특별시 개념물 제13호) 등을 볼 수 있다. 안산의 백미는 메타세콰이어 숲길! 독립문공원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도는 거리는 7㎞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무장애 길로 조성된 이 산책로는 메타세스콰이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졌다.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는 중국이 원산지로 35m까지 자라고 수피는 회색빛을 띤 갈색이고 세로로 벗겨진다. 숲속을 한 바퀴 돌고나서 쉼터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담을 나누면서 어느덧 봉수대 정상에 올랐다. 건너편 인왕산을 조망하고 독립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천재래시장에 이르러 막걸리잔 높이 들고 ‘삶길 70년 살길 30년’을 자축하였다. ◇서울대학교 관악 수목원 서울대학교 관악 수목원은 관악산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무너미 고개를 넘어서부터 안양자연공원에 이른다. 멀리 가지 않고도 많은 수목을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시민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곳이다. 현재는 시설 일부보수공사로 안양 쪽 정문에서는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나 관악 쪽 후문에서 내려가는 것은 허용되고 있다. 문의처: 031-473-0071 ◇호암산 잣나무 삼림욕장 호암산 잣나무 삼림욕장은 관악구에서 금천구로 진입하는 호압사 뒤에 있다. 관악산 입구에서 석수역까지 7km에 이르는 서울둘레길 5-2구간 산행로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여름철에는 날파리, 모기 등 해충이 없어 휴식하기 편리하고, 그늘이 크고 시원하여 남녀노소 자리 깔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잣나무 잎이 두툼하게 쌓인 이곳은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도 매우 따뜻하여 한겨울 추위를 느낄 수 없을 지경이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호암산 삼림욕장! 시설만 좀 갖춘다면 어느 삼림욕장보다 더 훌륭할 것 같다. 석수역으로 가는 길에 때죽나무 연리지를 만난 것은 보너스! “내년 여름에는 이곳에서 피서를 해야지!”
- 2016-09-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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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힐링]하늘 아래 가장 깨끗한 곳 '방태산'
- 오대산 자락 가장 북쪽 그리고 첫머리에 위치한 방태산(1435m)은 구룡덕봉(1388m)과 주억봉(1443m) 등의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 오지다. 국내 최고·최대의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산림이 울창하며 원시 형태로 잘 보존돼 있다. 계곡이 깊고 큰 산으로 이뤄져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며 희귀식물과 어종이 풍부하다. 1997년 개장한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구룡덕봉과 주억봉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수원 덕분에 수량이 풍부하고 마당바위와 이단폭포가 방태산자연휴양림의 랜드마크를 이뤄 멋진 절경을 자랑한다. 방태산 숲은 피나무, 박달나무, 소나무, 참나무류 등 수종이 다양한 천연림과 낙엽송 인공림으로 구성돼 계절에 따라 녹음, 단풍, 설경 등 자연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열목어, 메기, 꺽지 등의 물고기와 멧돼지, 토끼, 꿩, 노루, 다람쥐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마당바위와 이단폭포는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특히 이단폭포의 주변 활엽수림은 가을철 단풍이 들면 폭포와 단풍이 딱 들어맞게 잘 어울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기위해 산행객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들이 새벽부터 휴양림 입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린다고 한다. 휴양림 입구에 있는 매표소를 통과하면 숲으로 올라가는 외길의 진입로가 있다. 진입로 우측에는 방태산 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국립자연휴양림 중에서 숲과 계곡이 잘 어울어진 휴양림 중 하나다. 매표소에서 약 1km 상부에 위치하는 곳에는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그리고 마당바위가 있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제1야영장이 있는데 이곳은 10개의 야영데크가 설치돼 있다. 신갈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참나무류가 적절한 공간을 두고 자라고 있으며 곳곳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사이좋게 잘 자라고 있다. 상부로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이단폭포를 만나게 된다. 이단폭포를 지나 제2야영장까지 올라가면 숲은 조금 더 원시의 형태를 자랑한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방태산의 주억봉, 구룡덕봉의 산행자들에게 더 잘 알려진 휴양림이다. 온 숲이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옷을 입는 가을의 절정인 10월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2014-01-02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