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새해 소망으로 ‘몸 건강’을 바라는 이가 많을 것이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식단이다. 당뇨에 도움이 되는 재료로 새해의 희망을 북돋는 한 상을 차려보자. 마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위장 보호와 자양강장 효과가 탁월하다. 대개 생으로 먹거나 주스로 갈아 마시는데, 은행을 넣어 수프로 조리해 먹으면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다.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돼지감자와 우엉도 부드럽게 볶아 겨자소스와 허브를 곁들이면 독특한 풍미의 샐러드로 즐길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연근과 칼슘, 칼륨이 다량 함유된 톳으로 만든 찜 요리를 더해 부족한 영양까지 골고루 채운다. 여기에 샐러드에 쓰고 남은 돼지감자나 우엉을 잘 말려 차로 마시면 더욱 건강한 한 끼가 완성된다.
삼색은행마 수프 냄비에 버터(1큰술)를 두르고 밀가루(1큰술)를 넣어 약한 불에 볶아 화이트 루(white roux)를 만든다. 잘게 자른 마(250g)를 볶아 70%가량 익히고 생크림(2컵)을 넣어 10분간 끓인 뒤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걸쭉하게 크림 농도를 맞추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달궈진 팬에 은행(5알)을 달달 볶아 껍질을 제거하고 잘게 다져 수프에 넣어준다. 새해 떠오르는 해처럼 메추리알(1개) 노른자를 올려 플레이팅한다.
근채류 겨자샐러드 미니당근(2개), 우엉(30g), 생강(10g), 돼지감자(30g), 샬롯(1개), 인삼(30g) 등 근채류의 껍질을 제거하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볶아 캐러멜라이징이 될 때까지 중불에서 천천히 조리한다. 잘 익은 근채류에 겨자(25g)와 식초(10㎖)로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다. 엔다이브(1개)를 접시에 깔고 준비한 근채류를 먹기 좋게 담아낸다. 허브 소렐(1g)과 애플민트(1g)를 적당량 올려 완성한다.
연근톳찜 깨끗이 씻은 연근(100g)을 잘게 잘라 믹서에 갈아준다. 물에 불린 톳(50g)과 갈아놓은 연근을 떡처럼 뭉쳐 소금(한 꼬집)으로 간을 하고 찜기에 10분간 쪄낸다. 엔다이브를 한 장씩 펼쳐 접시 위에 깔아주고 그 위에 연근톳찜을 담아 마무리한다.
돼지감자차 돼지감자를 깨끗이 씻어 편으로 잘라 자연 건조한다. 바짝 말린 돼지감자를 약한 불에 볶은 뒤, 차로 우려 마시면 더욱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이어지면서 중장년의 심뇌혈관 질환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7월(4377명)과 8월(4348명)에 가장 적었고, 12월(5775명)과 1월(5660명) 등 겨울철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겨울에 많은 이유는 기온이 내려가면 우리 몸의 혈관은 급격히 수축하는데, 이런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다가 심장 혈관이 막힐 경우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특히 돌연사의 80~90%를 차지하는 급성심근경색은 발견 즉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증상이 심각하면 2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심장은 크게 세 가닥의 관상동맥을 통해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이 관상동맥이란 이름은 세 가닥의 동맥이 심장을 관처럼 감싸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 죽상반이 생성된다. 그렇게 혈관이 좁아지다가 염증으로 인해 죽상반이 터지고 혈전(피떡)이 생성되면서 혈관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 이렇게 막힌 혈관 때문에 심장 근육(심근)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심장 조직이 괴사 되는 상황에 이른다.
대부분 심근경색이 발생할 때의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다. 이같이 심한 가슴 통증은 30분 이상 지속하기도 하며, 대부분 호흡곤란과 함께 나타난다.
또 가슴의 정중앙이나 약간 좌측에서 시작된 통증은 어깨나 목, 팔로 퍼져나가는 방사통을 일으키기도 하고, 호흡 곤란이나 심장 두근거림, 식은땀, 구역질, 어지러움, 소화 불량 등이 함께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의식 불명이나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도 있으며, 많은 분들이 가슴 통증을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또 가슴 통증 없이 구토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 속이 쓰린 느낌, 명치나 턱 끝이 아픈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만일 본인이 심근경색 위험군일 경우 미리 심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이관용 교수는 “혈관이 좁아져 가슴 통증, 호흡곤란이 나타나기 시작한 경우의 증상을 협심증이라 하며, 정도가 심해질수록 불안정 협심증, 심근경색의 단계가 된다. 안정형 협심증 상태의 가슴 통증은 계단을 빨리 올라가거나 활동을 심하게 하면 나타났다가 쉬면 사라지고 통증의 정도가 참을 만하다”며 “그러나 혈관이 더 좁아지게 되면 운동과 관계없이 안정 시에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심근경색의 단계가 되면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해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는 흡연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다. 만성질환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6배 정도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같은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때 위험은 더 커진다. 또 가족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 위험이 3~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 비만, 육식 위주의 식습관 등도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백세 건강 챙기는 가정용 의료기 백배 활용법’을 연재합니다. 시니어가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를 제대로 알고 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영상과 함께 찾아갑니다. 영상은 네이버TV 브라보 마이 라이프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수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연 안지현 인천성모병원 간호사
평생 내복 한 번 입지 않고 겨울을 지내왔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중년 남성들이 적지 않다. 건강에 대한 자랑도 자랑이지만, 그들에겐 몸에 딱 붙는 속옷이 익숙지 않기 때문. 그랬던 중년 남성들이 달라졌다. 아침마다 부지런히 속옷을 챙겨 입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그것도 그냥 내복이 아닌 스타킹, 게다가 입기도 까다로운 압박스타킹을 말이다.
시니어가 압박스타킹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하지정맥류와 노인성 하지부종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말 그대로 다리에 있는 정맥,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표재 정맥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종아리나 오금 등에 푸른 빛이 도는 혈관이 실뱀처럼 드러나 보인다면 하지정맥류 가능성이 우선 크다. 이 질환은 50~70대 시니어들에 잘 나타나는데, 이유는 혈관이 노화로 인해 탄력이 떨어져 쉽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순환되어야 할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고 넓어진 혈관에 고이게 되는 것. 혈액순환을 위한 근육의 펌프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고, 노인비만도 원인이 된다. 특히 오래 서 있는 직종일수록 이러한 증상은 쉽게 나타난다. 만약 당뇨병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전이나 피부궤양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제대로 착용하면 하지부종에 효과
반면 노인성 하지부종은 노화의 과정에서 피부가 처지고 다리의 근육이 쇠약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정맥기능이 감소되면서 특징적으로 무릎 이하의 다리에만 부종이 생기는 증상이다. 정맥은 스스로 피를 이동시키지 못하고 주변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되는 압력에 의해 순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부종은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으나 운동을 할 수 없거나 이미 발생한 상태라면 압박스타킹으로 부족한 근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압박스타킹은 다리를 전체적으로 압박해 혈관에 피가 고이는 것을 방지한다. 실제로 스타킹 업계 관계자들은 “여성 사용자의 비중이 높지만, 그래도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을 찾는 중장년 남성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 해외여행 시 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압박스타킹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사용하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좁은 자리에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다리의 혈액 흐름이 억제되어 자칫 혈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뇌경색, 폐색전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압박스타킹은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입어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입지 않으면 되레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압력이 센 스타킹을 골라도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의료용 제품이 아니거나 너무 압박력이떨어지는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의료용 압박스타킹도 신체 사이즈와 용도에 맞게 압력을 제공하므로 유의해서 골라야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압박스타킹 선택법은?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형태나 재질, 압력별로 무척 다양하다. 모양에 따라 종아리형, 무릎형, 허벅지형, 팬티형 등이 있고, 재질이나 색깔도 다양하다. 평소 복장이나 용도에 따라 적당한 것을 맞춰 고르고 압력도 증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증상에 맞는 형태와 압력을 골라야 한다는 것. 특히 30mmHg 이상의 중압 제품은 의사와 상의 없이 무작정 입었다가는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최근에는 패션을 고려한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의 시중 가격은 3만~15만 원 선.
어떻게 입을까?
압박스타킹의 가장 기본이 되는 착용법은 스타킹을 완전히 뒤집은 후 발끝부터 입는 것이다. 대충 양말을 신듯 발을 집어넣다가는 제품에 손상이 갈 수도 있고, 다리에 균일한 압력을 제공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a 스타킹을 완전히 뒤집은 후 발끝부터 뒤꿈치까지 위치에 맞게 신는다. b 발목부터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안쪽으로 넣어 스타킹을 잡은 후 차근차근 말아 올린다. c 이 과정에서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스타킹을 끝까지 펴면서 입는다.
관리는 이렇게
제조사에서는 압박스타킹의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제품을 매일 입는 것보다는 두 개 이상을 준비해 번갈아 입는 것이 탄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또 가능하면 착용 후 바로 세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세탁은 미지근한 물에 약간의 중성세제를 풀어 손세탁하되, 잘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 비틀어 짜거나 세탁기로 탈수시키면 안 된다. 마른 수건 사이에 펴 넣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빨랫줄이나 건조대에 널지 말고, 그늘 바닥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어디로 귀촌할까, 오랜 궁리 없이 지리산을 대번에 꾹 점찍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단다. 젊은 시절에 수시로 오르내렸던 산이다. 귀촌 행보는 수학처럼 치밀하고 탑을 쌓듯 공들여 더뎠으나, 마음은 설레어 일찌감치 지리산으로 흘러갔던가보다. 지금, 정부흥(67) 씨의 산중 살림은 순조로워 잡티나 잡념이 없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했다는 게 아닌가.
처음엔 미친 짓이라는 소리를 흔히 들었다지. 정부흥 씨는 임야 1만8000평을 사들여 일을 개시했다. 이 거창한 행세에 쓴소리들이 난무했던 모양이다. 외지고 으슥하고 가파른 산 덩어리여서다. 긴 고행이 빤히 보여서다. 그러나 기꺼이 자청한 고행은 고행이 아니라 순행(順行)이다. 절박한 눈으로 뒤를 돌아본 정 씨는 도시에서의 지난 생이 오히려 고행에 가까웠음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어라? 나를 목줄 채워 끌고 다닌 도시를 벗어나겠다는 데 왜들 난리람! 아마도 그쯤의 생각과 각오가 머릿속을 굴렀을 게다.
정 씨는 전남대학교 자원공학과를 나온 공학 박사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2012년에 퇴직했다. 임야는 은퇴 이전에 이미 사뒀다. 수시로 터를 드나들며 정을 붙였다. 귀촌 마스터플랜을 근사하게 준비하고서 임야에 길을 닦고, 기반공사를 하고, 임시 거처를 지었다. 퇴직 후에는 완전한 이주를 하고 본집을 거하게 지었다. 크고 너른, 반듯하고 웅장한 그의 거처는 이제 숲속 대궐에 가깝다. 부부 단둘이 살기엔 너무 방대한 규모로 보이지만 정 씨의 꿈과 이상이 실린 공간이다. 그의 수완과 통과 너름새가 비치는 구색이다.
터에 들어선 품목들이 크고 많으니 해온 일, 헤쳐나온 시련이 산더미였을 것이다. 신역도 신산(辛酸)도 자심했을 테지. 그러나 그는 일에 신명을 냈더란다. 오지게 터진 일복에 심취할 절호의 찬스를 만났다는 투로. 그렇다면 그는 근력 짱짱한 장한(壯漢)? 실은 정반대다. 지병을 달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50대 후반쯤 당뇨병 여파로 들이친 풍을 맞아 반신마비에 빠졌고, 강철 같은 의지로 마비에서 탈출했으나 여전한 당뇨는 신중히 관리하며 지내왔다. 지리산으로 가자, 그게 살길이다! 그는 그렇게 부르짖으며 산중으로 귀촌했다. 몸이 망가졌으니 흐느껴 나온 생각들이 많았을 게다. 마음의 비장한 물결에 젖어 한탄을 거두고 속으로 다진 것도 많았을 테지. 그럴 즈음 지리산이 그를 호명했고, 그는 득달같이 응했던 모양이다. 이 불운하고도 야무진 사람의 눈은 단춧구멍처럼 간신히 째졌을 뿐이지만, 얼굴엔 자주 홍소(哄笑)가 출렁거린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스트레스 많은 정신노동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두주불사가 잦았어요. 결국 몸을 망쳐 당뇨와 뇌졸중이 겹치는 지경까지 갔던 겁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극심한 시련이었죠. 5년여에 걸친 재활치료로 다행히 반신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도시에서 살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귀촌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어요.”
“귀촌이, 산골생활이 건강을 호전시킨 셈인가요? 귀촌을 통해 중병을 고쳤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두 가지 요인에 힘입어 건강을 도모할 수 있었어요. 하나는 아내의 헌신적인 조력입니다. 까다로운 식이요법을 아내 덕분에 철저하게 행해왔으니까. 생명의 은인이랄까, 그런 아내에게 제가 꼼짝을 못합니다.(웃음) 또 하나의 요인은 귀촌을 해서 만난 좋은 자연환경이에요. 숲길을 날마다 걸었어요. 배수진을 치고, 즉 목숨을 걸고, 운동 아니면 죽음이다, 라는 각오로 줄기차게 걸었죠. 요즘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당뇨병이 있지만 내 몸 안에 들어온 평생 친구라 생각하며 관리하는 중이에요.”
“이 너른 터전과 다수의 건조물, 숲과 텃밭, 이런 것들을 어떻게 능히 짓고 가꾸고 관리해왔죠? 온전치 않은 건강으로 말이죠.”
“젊음과 자금력, 이 둘의 추진력이었어요.”
“인생의 하오에 젊음이라니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산골에 들어온 초기엔 엄청 젊었던 것 같아요. 하늘을 잡고 도리뱅뱅이질을 쳤죠. 무모하긴 했어요. 그거 아세요? 저희 같은 연구원들의 특질이 뭐냐면, 항상 도전한다는 거.”
끊이지 않았던 사건 사고
그가 도전한 종목은 여럿이다. 귀촌의 성공 모델을 본때 있게 실현하겠다는 것, 몸을 아끼기보다 닳도록 써 건강을 살리겠다는 것, 자연과 호형호제하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겠다는 것, 오누이처럼 부부가 다정하게 잘 늙어 여생을 동행하겠다는 것. 가련하고 허무한 게 인생사이지만 선한 지향이 뚜렷한 사람의 발길엔 정채(精彩)가 서린다. 안간힘을 다하면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그는 열렬한 활보로 귀촌의 나날들에 생기를 부여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정 씨는 거의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해왔다. 울울한 숲을 파헤치는 토목공사를 주도했다. 귀촌을 위해 미리 배워둔 목공기술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목공실을 만들어 수많은 목재를 손수 자르고 깎고 다듬었다. 3차원 건축설계 소프트웨어를 활용, 60평과 40평짜리 두 채의 집 설계도 직접 해치웠다. 건축 공사도 업자에게 도급을 주지 않고 직영했다. 이 많은 일들을 해내는 중에 사고도 많았다지. 요상하게 줄줄이 이어진 사건기록을 들어보시라.
“귀촌 초기,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았어요. 한번은 석축을 쌓다가 바윗돌에 깔렸는데, 발목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집디다. 덕분에 반년 동안 깁스를 했고, 1년 반 정도 재활치료를 받았죠. 포클레인 작업 중 전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어요. 예초기로 풀을 베다 벌집을 건드려 벌떼의 집중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응급실에 실려가 누울 수밖에 없었고요. 하하핫! 아내에게도 역시 사고가 많았어요. 집사람이 소형 덤프트럭을 몰아요. 어느 날 언덕에서 트럭이 뒤집혀 굴렀어요. 해충과 독충에게 시달리는 건 소소한 일상이었죠. 아내는 독사에게도 물렸어요. 응급실에 달려가 해독주사를 맞고 위험을 면했죠.”
“아이쿠, 괜히 산골에 왔어, 돌아가야겠어, 그런 회의는 없었나요?”
“모든 사고들이 알고 보면 다 인재(人災)였어요. 숙달 과정으로, 필수적인 시행착오로 여겼어요. 요령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요. 회의나 후회는 조금치도 없었고요. 산골살이는 오래 묵은 꿈이었으니까.”
“대부분의 아내들은 귀촌에 흥미를 못 느껴요. 고생길이 훤히 보여서죠. 잘난 당신이나 혼자 내려가소서! 그런 소리 나오기 십상이죠.”
“산골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죠. 조용한 자연 속에서 과연 즐겁게 살아갈 소양이 있는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 저나 아내는 그런 면에서 시골과 적성이 맞았어요. 그러나 아내가 귀촌을 선뜻 동의하진 않았어요. 지역 선정에 반영할 네 가지 조건을 겁디다.”
“어떤?”
“대학병원 수준의 병원이 15분 안짝 거리에 있는 곳, 평소 늘 해왔던 요가를 계속할 수 있는 요가원이 있는 곳, 수필가로서 독서를 좋아하는 아내가 쉽게 찾아갈 도서관이 있는 곳, 항상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 이렇게 네 가지였어요. 이곳 구례군은 갖가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아내의 요구조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이죠.
저절로 생긴 수입
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경관이 후련하고 수려하다. 노고단을 중심으로 어깨를 겯고 일렁이는 능선 마루로 파란 하늘 자락이 겹쳐진다. 빼어난 뷰! 동향으로 앉은 집이니 새벽이면 침실 창으로 햇살이 두근대며 들이칠 게다. 집 뒤 숲엔 편백나무 수림이 조성돼 있고, 숲 사이로는 구불구불 휘어지는 산책로와 정자를 꾸며뒀다. 뭐 하나 빈틈도 결함도 없어 보이는 입지이자 장원(莊園)이자 저택이다. 이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정 씨는 서울에 있었던 아파트 두 채를 처분했다.
이제는 수고롭게 돈 버는 일은 작별이야. 부부는 그렇게 합의하고 내려왔다. 그러나 돈이 저절로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뜻밖의 수익이란다.
“저희 임야 안에 고로쇠나무들이 다수 있어요. 봄철이면 수액을 받는데, 이걸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채취 작업을 해 연간 1000만 원쯤 수익을 올립니다. 비워두었던 아래채 2층집에서도 수입이 발생할 걸 미처 몰랐어요. 1층은 월세를 주고, 2층은 민박 손님을 받았더니 해마다 10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오더라고요. 가끔 귀촌인 상대의 목공 강의를 통해서도 약간의 강사료가 들어옵니다. 이렇게 모아지는 자금은 해외여행 경비로 씁니다.”
이래저래 이젠 순풍에 미끄러지는 돛배처럼 순항이다. 지루하진 않을까? 그렇잖아도 함께 오래 살아온 부부가 새삼 24시간을 늘 같이 지내야만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귀차니즘’이 풍선처럼 부푸는 건 아닐까?
“제가 집사람에게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아요. 간간이 마찰이 없을 리 없죠. 대판 다투고 난 뒤 아내가 잠시 가출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름의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찾게 됐어요. 오전엔 같이 텃밭이나 마당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함께 산책을 하지만 저녁식사 후엔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가 각자의 일을 합니다. 아내는 1층에서, 저는 2층에서.”
“귀촌인들은 흔히 조언해요. 가급적 집을 작게 지어라! 작은 집이라야 유지 관리가 쉽다는 얘기죠. 선생께서 집을 크게 지은 이유는 뭐죠?”
“내 손으로 한 번은 집다운 집을 제대로 짓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자손들이 찾아오면 맘껏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싶었고. 하지만 바람직한 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곤 해요. 우리 둘 가운데 하나만 남을 날이 머잖아 찾아올 텐데, 그땐 혼자서 이 너른 집과 터를 어떻게 간수할꼬, 그런 염려도 생기고.”
“산골살이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죠?”
“계절마다 달마다 날마다 다변하는 자연을 느끼며 배우며 사는 즐거움이 으뜸입니다. 몸이 녹아나는 혹독한 노동의 날들도 즐거웠어요. 건강을 유지할 에너지를 얻었으니까. 뭔가 떳떳하다는, 죄짓지 않고 산다는 기분 역시 노동을 통해 실감했어요. 노동에 휴식을 가미한 생활방식을 취하면서는 만족감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인생의 정점에 올라섰다는 행복감이 커요. 그러나 모자란 사람일 뿐이죠. 자연은 저토록 온전한데 나는 틀려먹었구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불가(佛家)에서 가르치는 ‘공(空)’을 마음속으로 늘 되뇌이고…. 한 마리 배추벌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또한 기억하려 하고….”
세상의 탐욕과 광기가 침범 못할 이 고요한 산중. 몸 낮춰 마음을 평온으로 채운다면 고요마저 열락(悅樂)이겠지.
정부흥 씨가 주는 귀촌 Tip
•사전에 시골생활을 체험하자. 한두 달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월세 집이라도 얻어 살며 물정을 파악하는 게 좋다.
•집을 지을 경우 사전에 집짓기 교육을 받아두는 게 좋다. 건축은 업자에게 맡기지 말고 직영을 하자.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대신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귀촌생활에 텃밭은 필수다. 그래야 적당한 노동의 즐거움을 누리고, 깨끗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백세 건강 챙기는 가정용 의료기 백배 활용법’을 연재합니다. 시니어가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를 제대로 알고 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영상과 함께 찾아갑니다. 영상은 네이버TV 브라보 마이 라이프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수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연 안지현 인천성모병원 간호사
당뇨병은 성인병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204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유병률이 6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당뇨병을 1형,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대부분 2형으로 보면 된다. 제2형 당뇨는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의 식단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췌장 수술, 감염, 약제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 건강검진 기회가 늘고 의료기관 이용이 쉬워지면서 과거처럼 혈당의 심한 상승으로 혼수상태에 이르는 급성 합병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수명 연장으로 오랜 시간 당뇨를 앓게 되면서 만성적인 합병증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당뇨 환자는 혈관내피의 손상으로 동맥경화증이 쉽게 동반되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또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같은 미세혈관의 합병증 역시 삶의 질을 심하게 저하시킨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일명 당뇨발)도 당뇨 환자가 주의해야 하는 합병증이다. 혈당이 70mg/dl 이하로 감소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저혈당도 만성합병증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뇨병을 관리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혈당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다. 식단 관리와 함께 혈당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환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은땀, 떨림, 가슴 두근거림, 배고픔, 구역, 구토, 복통, 어지러움, 두통, 짜증, 집중력 장애, 시력 변화 등 저혈당 증상을 경험할 때 곧바로 혈당을 측정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노년기 당뇨환자가 있다면 자가혈당측정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 사이트를 방문하면 식생활 관리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혈당계란?
혈당을 측정하는 혈당계의 원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바늘로 손끝을 따 피를 낸 뒤 측정지에 묻혀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 그러나 제품의 품질에 따라 측정 결과가 부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증된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개인용 혈당 측정 시스템의 최소 성능 요구사항을 담은 국제 규격인 ISO 15197을 발간했는데, 기기가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가정용 혈당계로 혈당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채혈침 등 여러 소모성 재료가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혈당 측정, 인슐린 투약을 위한 소모성 재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혈당 측정은 식전 공복 혈당과 식사한 지 2시간 후에 식후 혈당을 재면 된다.
혈당계 구성
a 채혈기(채혈침)
혈당을 검사할 수 있도록 피를 나오게 해주는 주사침이다. 시중 제품 대부분이 펜 타입으로 되어 있다. 스프링 바늘을 순간적으로 밀어 올리면 상처가 나면서 피가 나온다.
b 혈당계 본체
혈당 검사지에 묻은 혈액을 바탕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장비다. 최근에는 혈당 측정 결과를 저장해 혈당 관리를 돕는 기능이 추가됐다.
c 혈당 검사지
혈당계 본체에 삽입돼 있으며 혈당을 측정하는 데 소모되는 일회용 검사지다. 혈액이 닿는 부분이 오염되면 혈당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의약품처럼 유통기한이 있어 확인 후 구매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사는 것보다는 적정 수량을 자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측정 방법
a 손을 깨끗이 씻고 말린다. 팔을 심장 아래로 위치시켜 손의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한다.
b 채혈기 뚜껑을 열고, 일회용 채혈침을 장착한 뒤 뚜껑을 닫고 장전한다. 다이얼을 조작해 개인에 따른 채혈 깊이를 조절한다.
c 혈당계 전원을 켜고, 혈당 측정 검사지를 넣는다. 이때 측정 검사지의 채혈 방향과 기기 삽입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혈당계에 따라 측정 검사지를 넣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는 제품도 있다.
d 채혈할 손가락 끝을 일회용 알코올 솜으로 닦고, 채혈기를 댄 뒤 버튼을 눌러 주사침이 손끝을 찌르게 한다. 손가락 중심보다는 양측 끝부분을 찌르는 게 통증이 덜하다.
e 손가락에 충분한 핏방울이 맺히면 측정 검사지 끝에 대고 측정을 시작한다. 이때 피가 부족하다고 피를 더 짜내면 안 된다. 차라리 다시 채혈하는 게 낫다.
f 기기에 따라 측정 결과 저장도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해진다.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노년의 삶, 성공 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노인의학의 대가로 알려진 유형준(柳亨俊·65)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는 2018년 한림대병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현재 CM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다. 1994년 한림대 법인기구에서 근무할 때 만나 5년 동안 함께 지내, 필자와는 구면이다.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준 선배다. 병원을 그만두고 20여 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소식은 전하며 지냈다. 올해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와 관련한 일을 진행하면서 다시 만났다. 지인이라 편한 점도 있었지만 다소 부담도 되었다.
유 교수는 30여 년 노인당뇨병 회장, 대한노인병학회장, 한림노인병연구회장 등을 역임한 노인의학의 대가다. 그에게 노인의학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인의학이란 어떤 것인가요?
“1909년 이그나츠 레오 내셔(Ignatz Leo Nascher, 1863∼1944)가 처음으로 노인의학이란 용어를 제창하였습니다. 그는 소아를 다루는 의학 분야를 `소아과학(pediatrics)이라 부르듯이 늙음과 그에 따른 질병들이 청장년기의 그것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인을 다루는 의학 분야를 따로 정해 가리키는 용어 `노인의학(geriatrics)을 만들었죠.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면서 내셔는 두 가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하나는 ‘아동기가 생리적으로 다른 시기인 것처럼 노년기도 삶의 다른 시기라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노인의학은 의학의 특별한 전문 분야’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견해를 증명하고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그는 당뇨병을 전공했는데 이 병이 성인병이면서 노인병이어서 자연스럽게 노인의학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멋있게 노년을 보내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성공적인 노년의 삶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각자의 노년은 모두 멋있지요. 게으른 노년이든 부지런한 노년이든 그렇게 늙어가는 까닭이 있습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한 예를 든다면 일과 섬김으로 늙어가며 영원을 마련해가는 노년입니다. 늙음은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하나는 `‘얼마나 망가졌는가?’로 결과의 결손을 들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모 있는 부분이 꽤 남아 있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쓸 만한 기능의 유용성을 추스르는 것입니다. 성공한 늙음은 노쇠의 최소화입니다.”
유형준 교수는 나이가 들어 세월이 쌓여가면서 근육량이 줄어 기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흐려지고, 몸의 균형 유지 능력이 둔해져 잘 넘어져 부러지고, 기억과 사고의 속도가 처지는 등의 현상을 `정상노화에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가 말했듯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강한 면뿐만 아니라 약한 면까지도 사랑합니다. 못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과도 같아요. 노화를 막을 순 없습니다. 단지 덜하거나 늦출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노화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봐야 해요.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을 더 값지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생산적 신념을 지니고 있는 걸 드물지 않게 봅니다.”
늙음에 의한 심신의 퇴화는 자연적인 것이므로 늙음을 막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잔여를 수정해 추스르는 노력이 있을 때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아름다운 늙음은 어떤 것일까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늙음’은 이 두 가지의 의미를 안팎으로 모두 품고 있어요.”
향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늙음에 대항하여 젊음을 유지하려는 항노화(抗老化)와 다르게 늙음을 받아들여 슬기롭게 즐기는 자세가 향노화(向老化)입니다. 1999년 자원봉사를 하던 일본 여성 다카하시 마스미(高矯眞澄)의 생각에서 비롯된 개념이며 활동이죠. 늙음 속에서 늙음을 새로운 눈으로 열심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늙음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순응은 체념이 아닙니다.”
의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요?
“사람의 무늬(인문)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의학 역시 인간의 무늬에서 시작하고 완결되는 분야입니다.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를, 의학은 병의 흔적을 그리는 것이므로 연관성이 깊습니다. 의료 인문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 세미나를 개최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병을 치유하는 데 그 연원(淵源)을 두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학은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에 관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의학과 문학이 과학과 예술로 구분되어 각각의 영토에 제각기 놓여 있죠.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는 ‘의학 속으로 문학이 왜, 어떻게 들어와 어떤 형편으로 지내고 있는가?’라는 의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에 관한 질문에 명징한 답을 구해 효험을 더 풍요롭게 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시니어에게 문학의 가치는 뭘까요?
“문학은 삶의 무늬를 그리는 것이죠. 노인도 독특한 무늬를 지녔습니다. 늙어서도 독서가 필요합니다. 젊어서 하는 독서는 문틈 사이로 달을 엿보듯 하고, 마흔 살 안팎의 독서는 뜰에 나서 달을 바라보듯이 하라고 권유합니다. 독서는 인간의 무늬, 인문을 살피는 일입니다.”
의사신문에 ‘늙음 오디세이아’를 연재하고 계시는데 어떤 의도로 쓰시는 건가요?
“늙음의 얼굴과 속마음을 독자들과 함께 얘기해보고 싶어 쓰고 있습니다. 연재된 내용은 `‘늙음의 의미’, `‘늙음의 무늬’, `‘성공 노화’, `‘노년 독서’, `‘노년의 꿈’, `‘노인의학’, ‘노전 정리’ 등입니다. 현재 50회가 넘어 책으로 내볼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전(老前) 정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늙기 전에 어수선하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미리 없애 가지런히 바로잡기를 하는 게 노전 정리입니다. 죽기 전에 하는 건 생전 정리이고요. `‘노전 정리’는 일본 작가 사카오카 요코(坂岡 洋子)가 만든 용어입니다. 기력과 체력이 있는 현역 시절에 신변과 생활 방식을 검토해 경쾌한 삶을 준비하는 게 노전 정리의 목적이고,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이 유품 및 재산 등으로 옥신각신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생전 정리의 목적입니다.”
유 교수는 수필가와 시인(필명 유담)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녀 중 한 명은 의학의 길을 걷는 게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이 있었고 스스로도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어 의학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한학자, 큰형과 작은형은 문학인이라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글 쓰는 걸 좋아해 어릴 때부터 기록하는 일을 습관화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문예반에 들어가 교지를 편집했고, 의예과에 진학한 뒤에도 문예지 `‘이바돔’을 창간하는 등 문학활동을 계속 했다. 그는 글쓰기가 환자들과 소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년퇴임 후 만든 버킷리스트가 있다. 첫째, 의료를 문학으로 전개하는 연구를 한다. 둘째, 기독교 입장에서 늙음에 관한 책을 쓴다. 셋째, 기타 연주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기타 연주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는 노인의학이 아직 초보 단계라서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또 정진하는 데 영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6년 전 폐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는 저녁 약속을 일절 잡지 않고 교회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생물학적 수명과 함께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액티브 시니어에게 또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외모다. 모임이나 대인관계가 계속 유지되다 보니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그러나 중장년 남성의 경우 성형이나 미용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자연스레 그 관심이 ‘다이어트’로 쏠리고 있다. “뱃살만 빼도 더 젊어 보일 텐데”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의들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의 뱃살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비만치료에만 집중하는 365mc의 노원점 채규희(蔡圭希·42) 원장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봤다.
“나이 들면 살이 잘 안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뭔가 손쉬운 해결책이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각오하라는 경고로 시작된다. 다이어트는 역시 쉽게 볼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줄면서 체내 근육량이 감소해요. 또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량 유지도 어렵게 되고요. 근육이 줄어드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섭취한 음식이 가진 열량을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하게 돼요.”
다이어트 약 거부감 되레 병 키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역시 기대했던 마법은 없다. 채 원장은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음식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10%는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소모됩니다.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 돼요.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음식을 적게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죠.”
의사들이 비만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비만도의 지표인 체질량 지수는 BMI(Body Mass Index) 지수라고도 부르는데, 체중(kg)을 키(cm가 아닌 m를 기준)의 제곱으로 나눈 숫자다. 만약 키가 170cm이면서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이 있다면 체질량 지수는 70/1.72, 즉 24.2가 된다. 채 원장은 이 지수가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체질량 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보고 약 처방을 합니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있다면 27 이상일 때 처방을 시작하고요. 물론 혈압이나 당뇨 수치가 약으로 조절이 안 된 상태라면 그것을 먼저 안정화시킨 다음에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요.”
“또 약을 먹으라고?” 처방 제안을 받으면 아마 많은 중장년들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흔히 4종 세트라고 말하는 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약, 통풍약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여기에 약 하나를 더하라니. 하지만 채 원장은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도 체중조절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이나 혈당 조절을 할 때 체중 감량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요즘 나오는 약들은 장기간 복용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 약과는 다릅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장기간 복용해도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어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체중감량을 위해 처방되는 약은 크게 3가지다.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체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약, 음식물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으로 나뉜다. 안전하지만 넘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복용을 해야 효과가 나고, 끊게 되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술자리
사실 남성들에게 가장 큰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술과 외식이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를 해보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식당밥’을 먹는 경우가 대다수라 지키기 어렵고, 잦은 술자리는 뱃살을 더욱 두둑하게 만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장년 남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늘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다이어트 식단 같은 것은 꿈도 못 꿔요. 게다가 생맥주 3잔 혹은 소주 1병이면 밥 두 공기만큼의 칼로리와 맞먹어요. 여기에 안주까지 더하면 한 끼에 1만kcal에 육박할 수도 있어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2500kcal. 한 번의 술자리가 미치는 여파가 가늠이 된다. 그래서 채 원장이 권하는 것은 ‘야채 도시락’이다.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야채를 도시락으로 갖고 다니다가 식사 때 꺼내어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주고, 염분섭취도 낮춰준다. 이것이 곤란하다면 식사마다 밥을 3분의 1가량 덜고 조금만 식사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이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과일이나 떡과 같은 간식도 치명적이다. 송편 3개만 먹어도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는다. 과일은 건강에 좋으니 맘껏 먹어도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과일 속 과당도 엄연한 당분이다. 먹으면 살로 간다.
해야 하는 운동,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릎이 나가 우리는!” 지난해 방영된 모 소화제 광고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걸으면 그만이라는 젊은이에게 이경규는 이렇게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시니어 입장에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릎이나 어깨, 허리 등 주요 관절에 크고 작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수중운동을 권합니다.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운동이 대표적이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심폐기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돼요. 복부지방을 빼고 싶다면 빨리걷기도 효과가 좋습니다. 이런 운동들이 익숙해지고 근력운동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죠.”
뽈록한 배, 지방흡입 효과 있을까
중장년 남성의 다이어트 지향점은 날씬한 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만 좀 날씬해진다면 다른 부위에 살이 좀 붙은 것쯤은 신경 쓸 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길거리에 붙은 지방흡입 광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운동도 싫고 약도 곤란하다면 확 들어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채 원장은 “지방흡입도 만능은 아니다”고 말한다.
“복부는 윗배와 아랫배로 나눌 수 있는데, 윗배는 내장지방의 비중이 높고, 아랫배는 피하지방이 대부분이에요. 문제는 지방흡입 수술과 같은 방식이 효과적인 부분은 피하지방이라는 것이죠.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으로 빼는 것보다는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에요. 결국 또 제자리인 셈이죠.(웃음) 지방흡입 수술은 내장지방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체형 변화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로 체중감량에 도움닫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지방흡입을 주목하는 것이지요. 남성들은 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최근에 지방흡입 수술에 비해 간단하게 주사로 지방을 추출하는 시술이 개발되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합니다.”
채 원장은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부분 본인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어요. 말씀 나누다 보면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고 거꾸로 제게 알려줍니다. 갑자기 여러 가지를 뜯어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한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한 대책을 만들어 생활에 변화를 줘보시는 것이 지키기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날씬해진 자신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인류의 기원은 직립보행과 도구를 사용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추정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했고 그 후 나타난 호모사피엔스가 우리의 모양과 비슷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4만 년 전에 이 땅에 존재했다. 초기 호모사피엔스의 두개골 화석과 현대인이 두개골을 비교하여 보면 진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상악(上顎)과 하악(下顎)이 돌출(突出)상태에서 뒤로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치아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초기에는 치아의 숫자가 약 44개 정도였는데 현대인은 사랑니 포함해서 32개다. 사실 사람마다 달라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면 사랑니가 아예 없는 이도 많다. 일부는 매복치(埋伏齒)로 잇몸 속에 비스듬히 누어 통증이 오면 발치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니가 없으면 진화가 많이 된 사람이고 사랑니가 있으면 진화가 덜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류가 더 진화 하면 씹을 필요가 없는 음식이 개발되어 필요 없는 치아의 숫자는 더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지나다니던 길에서 아가씨 3명이 길을 막고 물티슈를 주었다. 그러면서 “치과에서 진료비를 저렴하게 하는 행사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랑니가 썩어 아파서 치과 가려 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내는 꼴’이 되었다. 사랑니는 구강 깊은 곳에 위치하여 칫솔질이 잘 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치과에 와야 할 일 오늘 해치우자 하고 치과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음에 할까 하고 망설여졌다. 뒤돌아서는데 아가씨가 등을 민다. 다른 질병과 비교해 치과 질환은 자연치유가 없다. 꼭 치료를 해야만 병의 진행이 멈춘다. 진료 전 고혈압 당뇨병 없느냐고 묻고 치과의자에 앉아 마취를 하고 30분정도 기다렸다가 발치를 했다. 지혈을 위해 솜을 물고 주의사항을 듣고 치과에서 나왔다. 비록 잘 사용 안하는 사랑니이지만 평생을 같이한 치아가 하나 줄어들어 맘이 허전하다. 마취가 깨니 온몸이 열이 나고 아프다. 진화 하는 사람은 치아 숫자가 줄어든다. 나는 치아 숫자가 줄어들었다. 고로 나는 진화했다.
예전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흰쌀밥을 먹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백미만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현미나 잡곡밥을 많이 먹고 있다. 약은 아플 때만 일시적으로 먹지만, 곡식은 매일 먹기 때문에 효능이 조금만 달라도 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땀이 자주 나고 기운이 없다면 찹쌀밥을 먹어야 한다. 더운 여름에 몸의 습기를 빼고 체중을 줄이려면 안남미를 먹어야 하고, 콩국물이나 미숫가루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모든 만물은 각각의 효능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체질이나 병증에 적합한 음식을 늘 먹어 보양하는 것이 좋다.
먼저 쌀에 대해 알아보자. 쌀에는 안남미와 우리 쌀이 있다. 안남미로 밥을 지으면 푸석푸석하고 찰기가 없는데, 이런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도 영향을 받는다. 즉 살을 빼주고 날씬하게 해준다. 그래서 안남미는 열대지방이나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습열이 많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먹으면 좋다.
우리 쌀은 밥을 하면 찰기가 있고 찧으면 떡이 된다. 그래서 우리 몸도 찰지게 해준다. 즉 적당하게 살이 붙게 하고 추위를 이기도록 해준다. 추위를 더 강하게 이겨내려면 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가을송편, 겨울새알 등 추운 계절에 먹는 음식이 떡이다. 여름에는 떡을 먹지 않는다. 찹쌀은 찰기가 더 많아서 소화가 잘되고 기운을 보충해준다. 사상의학에서도 찹쌀은 소음인 음식으로 소개하는데, 허약해서 땀이 나거나 자주 설사하는 사람에게 좋다. 또 임신 중 산모가 허약해서 유산 위험이 있을 때도 찹쌀을 먹으면 좋다. 산후 젖 분비에도 좋다. 찹쌀은 살찐 사람이나 얼굴이 붉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마르고 몸이 차며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쌀은 백미로 먹을 때와 현미로 먹을 때 차이가 있다. 백미와 현미는 도정을 어느 정도 했느냐의 차이다. 즉 속껍질을 남겼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속껍질은 위장관과 혈관, 피부를 청소해 깨끗하게 해준다. 일을 많이 하고 자주 굶주리던 시절에는 영양 공급이 가장 중요했기에 백미를 먹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몸은 많이 쓰지 않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먹고 있다. 이럴 때 몸 내부 특히 위장관과 혈관이 더러워져 청소가 중요한데, 현미의 속껍질과 씨눈이 이 역할을 해준다. 아토피와 당뇨 등에 현미가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물론 현미를 먹을 때는 환자의 체질과 위장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소화가 안 되는데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좁쌀은 매우 작고 둥근 쌀이다. 허약하거나 허열이 있을 때,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허열을 내려준다. 몸이 약해지면서 진땀이나 구토,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오곡 중 보리가 가장 따뜻하다고 했다. 그래서 보리밥을 먹으면 위장관이 잘 움직이면서 방귀가 나온다. 가스가 잘 차거나 대변이 무르거나 설사를 할 때, 그리고 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에게 좋다. 몸을 데워주므로 겨울철에 먹는 것이 더 좋다. 그런데 껍질째 볶아서 먹는 보리차는 성질이 차다. 맥주가 차갑듯이 말이다.
귀리는 2002년 ‘타임’ 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귀리는 고단백, 저당(低糖) 식품이라 당뇨병 환자에게 알맞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동맥경화, 고혈압에 좋으며 땀이 자주 나거나 변비가 심할 때 좋다. 또 산모의 젖 분비를 촉진하고, 소아 발육부진과 허약증에 좋다. 그러나 과하게 섭취하면 위경련과 더부룩함을 유발한다. 많이 먹으면 대변을 자주 보게 하고, 분만 촉진 효과가 있으므로 산모는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메밀을 섞어 먹기도 하는데, 메밀도 혈관과 위장관을 청소해준다. 열이 많고 잘 먹는 사람이 몸에 여드름이나 종기 같은 피부병이 생기거나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혈액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에 좋다. 겨울에 땀을 배출하지 못하고 기름진 음식만 먹어 피가 탁해졌을 때는 메밀이 좋다. 단, 몸이 차갑고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홍국(紅麴, red yeast rice)쌀은 일반 쌀을 쪄서 홍국균(紅麴菌)으로 발효시켜 만든 붉은 쌀이다. 북경오리의 겉이 빨간 것은 홍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홍국은 발효시킨 쌀이어서 소화가 잘되도록 도와주고 혈중 콜레스테롤도 낮춰주고 고지혈증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어혈 제거에 좋은 홍국쌀을 활용해, 교통사고 등 상처를 입었을 때 회복을 돕는다. 혈압과 혈당, 갱년기 증후군과 골다공증에도 효과적이다.
율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몸의 습기와 부종을 없애준다. 그래서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율무를 자주 먹는다. 다리가 붓거나, 남자의 경우 낭습이 차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붓거나, 몸이 무거운 사람, 몸이 부으면서 설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다리가 부으면서 쥐가 잘 나는 경우에도 좋다.
강낭콩, 완두콩, 서리태, 팥 등은 모두 콩과인데, 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부기를 빼주는 효능이 있다. 해독하는 힘도 강해 술독을 잘 풀어주고 종기나 염증을 해결해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멋 내기로 선글라스를 쓰는데, 필자는 건강을 위해서 쓴다. 안력이 약해서 눈이 아파 햇빛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경이 익숙지를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년 전, 눈에 백내장이 와서 안과에 간다는 지인을 따라나섰다가 우연히 눈 검사를 하게 되었다. 백내장인 지인은 수술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그동안 지내던 대로 일상생활을 하면 된단다. 그런데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필자가 '녹내장' 이란다. 체질적으로 눈이 약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녹내장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갑자기 눈앞이 노래지고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정신이 아뜩해졌다. 함께 간 지인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니 미안해서 정신을 차리려 애쓰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백내장과 녹내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백내장은 단백질의 노화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눈 속 수정체가 뿌옇게 변해 눈앞이 흐려지는 병이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간혹 선천적으로 오기도 하고, 눈 속에 염증이 있거나, 눈을 다쳤거나 하면 젊은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또,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를 하는 생활습관에서도 올 수 있고,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 안질환의 합병증으로도 올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백내장이 오면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거나 눈이 부시고 빛이 번져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밝은 곳에서 오히려 더 안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
백내장은 수술하면 말끔히 낫는 병이다. 수정체가 완전히 하얗게 덮이면 비로소 수술할 수 있다. 수술은 입원할 필요도 없고 간단하다. 그러므로 통원수술을 하면 된다. 이때 병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수술을 하고 나면,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 후에 오히려 더 잘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 큰 문제가 없고 깔끔하다. 그러나 녹내장은 문제가 좀 다르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질 때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압이 높아지면서 진행되는,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약물로 진행하다가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레이저로, 그것도 듣지 않으면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녹내장으로 인해 이미 손상된 시각은 약물이나 수술로도 회복할 수가 없다. 시신경이 이미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급성 녹내장은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있지만, 만성 녹내장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말기가 되어서나 알 수 있다. 시야가 손상될 때는 주변 시야의 손상이 먼저 오고, 중심 시력은 실명 상태에 이르기까지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기에는 거의 자각 증상이 없다가 말기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해야 한다. 필자도 지인을 따라가 검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녹내장이 온 지도 몰랐을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
눈은 원래 촉촉하고 부드러워야 정상이다. 그런데 녹내장이 오면, 눈이 건조해져서 뻑뻑하고 눈알이 빠질 듯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다.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침침하다. 가끔 어지럽고 메스껍고 두통도 온다. 그러다 보면 피로를 쉽게 느낀다.
녹내장이 아니더라도 눈이 건조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생기고, 비만, 당뇨 환자에게도 생긴다. 또, 스마트 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거나, TV를 긴 시간 시청하면 눈이 건조해진다. 눈의 건조를 막으려면 인공눈물을 사용해보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먼저 의사에게 물어보고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한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진행을 늦추려면 안압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카페인, 알코올, 담배 등을 삼가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안압을 높이는 주범이다. 그 외에도 맵고 짠 음식을 먹는 것은 혈압, 안압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이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음식 간을 싱겁게 먹으면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운동도 가벼운 산책 정도는 눈의 압력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안압을 높일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특히 머리로 피가 몰리는 운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잠을 잘 때도 자는 습관에 따라 안압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평소 옆으로 누워 자거나 엎드려서 자는 습관이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바른 자세로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좋지 못한 자세는 눈에 무리가 가서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내장보다 녹내장이 훨씬 무겁고 어려운 병이다. 지인을 따라 안과에 갔다가 이 무겁고도 무서운 녹내장이란 걸 처음 알게 되고, 의사의 권유로 시력은 아직 괜찮은데도 일반 안경과 선글라스를 쓰게 되었다. 눈이 아파서 쓰게 된 것이다. 무려 안경 6개를 장만했다. 집에서 책 볼 때 쓸 돋보기 1개, 밖에서는 렌즈에 색이 들어가 눈을 보호해주고 실내에서는 맑은 렌즈로 공부도 할 수 있게 쓸 수 있는 변색 렌즈 안경 1개, 교육받을 때 사용할 다초점렌즈 안경 1개, TV 볼 때 쓸 다초점렌즈 안경 1개, 그리고 도수용 선글라스 2개 이렇게 모두 6개다. 안경을 쓰면 눈은 편안하지만, 쓴지 벌써 2년이 다 되었는데도 쓰고 있으면 아직도 영 답답하고 거추장스럽다.
겨울이나 이른 봄에는 변색 렌즈 안경만 써도 햇빛차단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점점 햇빛이 강해지는 계절이 되면 변색 렌즈는 강렬한 태양 아래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때부터는 도수용 선글라스를 쓴다. 그래서 어떤 안경을 쓰고 나가야 할지, 외출하는 날이면 베란다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외출하려고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날씨가 화창하고 참 좋은 날씨다. 그래서 기분 좋게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는데 좀 전에 베란다에서 본 화창한 날씨가 금방 흐려져 잿빛이다. ‘우산도 안 가지고 내려왔는데 어떡하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러나 잠시 후 필자는 화들짝 놀랐다. 아 참! 기가 막힌다. 정말 어이가 없다. 선글라스를 써서 날씨가 흐려 보였던 것이다. 이거 혹시 치매 아냐? 그때부터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하루는 아들과 함께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무거운 식품들은 아들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운전을 했다.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어두컴컴하다. 이마트가 얼마 전에 주차장을 증축하는 공사를 해서 주차장 구조가 전과는 조금씩 달라졌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전기시설을 어떻게 한 거야? 차들이 접촉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이렇게 시설을 어둡게 해 놓은 거야?”
그런데, 아들이 야릇하게 배시시 웃는다.
“왜 웃어?”
엄마가 묻는데도 아들은 계속 웃기만 한다. 잠시 후, 아차! 그때야 생각이 났다. 내가 선글라스를 쓰고 운전을 하고 왔지 않은가!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아! 나 이러다 치매 환자가 되면 어쩌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면서부터는 실수 만발이다. 앞으로 점점 실수가 늘어갈 테지만 그래도 눈을 보호하려면 이런 해프닝쯤은 웃음으로 가볍게 넘기며 살아야겠지. 그래도 오늘, 저 하늘, 찬란한 태양과 아름다운 달과 별, 내가 좋아하는 일출과 석양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아름다운 강산, 예쁜 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나의 사람들, 나의 세상을 볼 수 있을 때 만끽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