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의미예요. 배우가 아닌 나를 생각할 수가 없어요. 배우인 게 정말 좋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다시 배우를 하고 싶습니다.” 췌장암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데도 연기에 방해가 된다며 진통제도 거부한 채 드라마 촬영을 마친 뒤 숨을 거둔 연기자 김영애의 말이다. 그녀는 KBS2 주말극 50회 촬영을 끝낸 지 얼마 안 된 4월 9일 66년간 치열하게 수놓았던 지상의 무대를 떠났다. 동시에 46년간의 연기자 삶도 마감했다. 에 함께 출연했던 차인표가 “김영애 선생님은 촬영을 시작할 때 분장실에서 50회 끝날 때까지 살아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목숨 걸고 연기했습니다. 직업을 떠나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끝까지 다하신 것에 고개가 숙여집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분이 자신을 연기자의 길로 인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던 김영애는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해 에서부터 , , , , , , 그리고 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정교한 연기력과 빼어난 캐릭터 창출력으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진정성과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012년 사극 에 출연할 당시 췌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한 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 , 등에 출연해 김영애의 대체 불가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과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김영애는 몸이 아파 소리 지르는 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허리에 끈을 조여 매고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죽더라도 연기하며 죽을 것이라는 평소의 다짐을 실천으로 옮겼다. “연기할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연기는 내 삶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하기보다 연기하다 죽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김영애가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또 한 명의 중견 연기자가 폐암의 고통 속에서도 연기 열정을 불사르다 생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2월 19일 7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김지영이다. 그녀는 1960년 영화 로 데뷔한 뒤 수많은 연극,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뛰어난 조연 연기를 펼쳤다. 죽기 직전까지 드라마 , 등에 출연했고 병세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차기작을 준비했을 정도로 연기 열정이 남달랐다. 김지영은 57년 동안 무대에서, 스크린에서 그리고 TV 화면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비록 식모, 주모, 첩 등 시청자나 관객의 눈길을 끌 만한 멋진 배역은 아니었지만, 김지영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캐릭터로 승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그녀는 시대극, 사극,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 ‘조연 연기의 지존’으로 평가받았고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함경도, 강원도 등 지역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해 ‘사투리 대사의 달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지영은 생전의 인터뷰에서 “나는 연기가 너무 좋아. 나에게 다가온 고통과 불행도 연기할 때는 다 잊을 수 있어. 김지영 인생에 연기를 빼놓으면 아무것도 없지”라고 말했다. “사망하기 두 달 전 병세가 악화해 호스피스 병원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한다며 운동을 하는 등 연기 의지를 드러내셨다. 5월에 새로운 작품을 할 예정이었다. 새 작품 준비를 하다 숨을 거두셨다.” 김지영 가족들의 전언이다.
“어머니 여운계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연기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나는 죽을 각오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죽는 그 순간까지도 죽음이라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배우 여운계를 기억해줘 감사하다. 배우 여운계를 사랑해줘 감사하다.” 2009년 5월 22일 폐암으로 숨을 거둔 연기자 여운계의 딸, 차가현씨가 한 말이다. 암세포가 온몸을 덮는 순간에도 연기에 임한 연기자가 바로 여운계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암도 여운계의 뜨겁고 끝없는 연기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2007년 신장암 판정을 받고 SBS 사극 에 출연한 데 이어 수술 후 곧바로 드라마 에 복귀했고 2008년에는 폐암 진단을 받고도 일일극 에 출연했다. 여운계는 그녀의 삶 69년 중 48년을 연기자로 살아왔다. 고려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다 1962년 KBS 탤런트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여운계는 수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왔다.
여운계는 출연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자는 정년이 없어요. 죽는 순간이 정년이지요. 연기자는 연기를 펼치는 마당에서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운계는 그녀의 말처럼 연기를 하다 생을 마감한 천생 배우였다. “대장암 다 치료됐어요. 드라마 다시 하니까 살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 정말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껴요”라고 밝게 웃으며 말했던 여배우는 김자옥이다. 대장암 수술 후 작품에 출연했던 김자옥은 얼마 안 돼 암이 폐로 전이된 상황을 알게 됐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출연한 그녀는 2014년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70년 MBC 탤런트 공채 2기로 연기를 시작해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멜로 연기를 펼쳐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을 받았던 김자옥은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수술 직후 만났던 그녀는 “투병생활 잘하고 기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금방 나을 거예요. 드라마 출연하면 좋은 글 많이 써줘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암이 폐로 전이된 이후에도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출연 당시 쾌유를 비는 말을 하자 김자옥은 “걱정하지 하지 말아요. 빨리 나아 활동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비록 실천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지만, 김자옥은 죽는 순간까지 연기자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다. 암의 고통 속에서도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공포에 굴하지 않고 연기자로서 삶을 선택했던 김영애, 김지영, 여운계, 김자옥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연극 연기의 지평은 확장됐고 연기자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비록 그녀들은 떠났지만, 자신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연기자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지난 달 초, 이달에 종료되는 산정특례 종료예정 통지를 받았다. ‘졸업’이라고 되뇌고 나니 가슴이 벅찼다. 우수한 학생은 월반하여 일찍 졸업하였지만, 취업절벽에 막힌 요즘 대학생은 유급을 자청하여 지각 졸업한다. 암환자가 뛰어넘어야 할 5년은 월반도 유급도 없다.
한 달여 전부터 대장암 ‘5년 졸업검진’이 시작되었다. 양팔에 번갈아서 주사기가 꽂히고 체혈, C/T촬영, 비수면 내시경 검사가 여느 때처럼 반복되었다. 지난 5년처럼 병원에 갈 때는 뱃속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처럼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졸업검사는 어김없이 통과하여야 한다.
5년 전 이맘때 대장암이 발견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사회은퇴 후 보라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 1개와 선종 3개가 발견되었다. “용종만 발견되면 곧 시술이 가능하나,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한 달 후 내시경 검사 시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시술을 하였다. “시술이 잘 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격려 및 주의사항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검진결과를 기다라는데 담당의사가 “선종제거시술 시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뭔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암 세포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시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고, 통상 암환자에게 실시하는 치료과정도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 3개월, 6개월, 1년, 3년 단위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상심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유념하라. 한마디로 암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너무 늦다”고 말했다. ‘암환자!’ 암 확진 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던 말이다.
아내와 아들딸 가족, 손주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큰 위로를 받았다. 매 주마다 산행과 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암을 이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동네에서 자라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는 동창산악회에서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암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이 친구로부터 살아있는 암상식을 많이 배웠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우정이 깊어갔다.
암 극복을 위하여 자연 속으로 들어가거나 약초를 찾는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진 때마다 주치의선생에게 물었고, 대답은 항상 같았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하지 말라. 과음ㆍ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관리에 노력하라”고 하였다. 처자식ㆍ손주ㆍ친구들과 어울려 관악동네에서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기는 건강관리를 하였다.
드디어 5월 11일 오후, 한 달 넘게 진행한 검진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치의 선생이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고 5년 졸업을 선포하였다.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복음이다.
“야호! 보라매 5년 졸업” 아내, 아들, 딸 가족에게 문자가 뛰었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며칠 후 대장암 검진 예정이다. 벌써 5년 차가 되었다. 암 확진 전과 후의 삶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벌써부터 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초조한 마음이다. 오늘 유난히 건강을 일깨워주고 먼저 가버린 ‘참 괜찮은 친구’가 그립다.
시골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필자는 이 친구와 많이 친하게 지냈는데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진학하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야 함께 서울에서 동창 산악회에 참여하면서 자주 만났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나누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가족과 아이들도 친하게 지냈다. 서로 살아가는 생김새가 비슷해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좋은 친구였다. 우리들의 우정은 그렇게 점점 더 깊어갔다.
친구는 중견기업에서 얼마 동안 근무하다가 어느 날 과감하게 창업을 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다 바쳐 사업을 알토란같이 만들어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고, 아들에게 후계자 훈련을 시키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성공한 사업가이면서도 행동거지는 늘 겸손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는 친구였다.
5년 전, 필자는 은퇴를 하면서 친구와 건강에 관련한 대화를 진지하게 나눴다. 필자와 친구는 바쁘다는 핑계로 종합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번 기회에 검진을 꼭 받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그해 필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과 선종이 발견되었다. 의사는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그동안 의사가 권하는 주의사항도 잘 지켰고 출혈 등의 이상도 없었으므로 상쾌한 기분으로 검진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정색을 하더니 “선종 제거 시술을 할 때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제야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았다.
검진을 예약하고 있던 친구는 필자 소식을 듣고는 “우리는 살만큼 살았다. 자식들도 가정 다 이루고 손주까지 두었으니 아무 걱정 마라”며 위로하였다. 그러고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아들이 있는 자기 처지를 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친구의 말은 어느 누구의 위로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대장암 확진 후 몸을 추스르며 지내던 어느 날 산행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했던 몸매는 흔적이 없었고 너무나 야윈 모습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얼마 전 밤중에 복통이 심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는데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약물로만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평소 속이 거북한 증상이 가끔 있었는데 소화제를 먹으면 이상이 없어 소화 장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 뒤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서로 의지하며 마음을 주고받던 친구는 영영 떠나고 말았다.
요즘 뱃속에서 시한폭탄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동안은 배가 뒤틀리고 쑤시다가, 별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 이번 5년 차 검사에서는 암 환자 졸업장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암 극복을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거나 약초로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진 때마다 주치의 선생에게 물으면 대답은 항상 같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해하지 말라. 다만 과음ㆍ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 관리에 노력하라”는 말이다. 처자식ㆍ손주ㆍ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겨볼 것이다. 건강을 일깨워준 참 괜찮은 친구!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이제 아픔 없이 편히 쉬길 바란다.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암 관련 통계를 한데 모은 자료집 국영문판을 발간·배포한다.
2008년 발간을 시작해 올해로 열 번째 발간되는 자료집에는 암 발생, 사망, 생존 관련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각종 통계를 비롯해 국내외 보고서, 논문 등 다수의 최신 암 관련 자료가 영역별로 수록돼 있다.
특히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의 주요 추진과제에 기반해 암 감시와 예방, 조기검진, 진단치료, 완화의료, 인프라 순으로 작성됐다.
자료를 살펴보면 암발생의 경우 성별에 따라 증가추이가 높은 암종에 차이를 보였다. 최근 과잉진단 논란 있었던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1999년에서 2014년 사이 남성은 전립선암과 대장암이 증가세를 나타냈고, 같은 기간 여성은 유방암 발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은 과잉진단 논란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조기진단 등의 이유로 암발생에 비해 사망률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위암과 폐암, 간암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암 현황과 암관리사업의 성과를 알림과 동시에 향후 우리나라 암 관련 정책개발 및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집은 국가암정보센터(www.cancer.go.kr)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많은 것을 바꿨다. 일명 ‘알파고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전 세계 미디어들이 2016년 10대 뉴스로 꼽을 만큼 인류에게 충격을 줬다. 의료계에서도 이런 충격적 현상이 진행 중이다. 암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의 국내 병원 도입이 그것이다. 이세돌을 넘은 알파고처럼 왓슨은 과연 名醫를 넘은 神醫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과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왓슨은 인간을 최초로 꺾은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를 개발한 IBM이 선보인 또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 이미 2011년 미국 TV 프로그램 제퍼디 퀴즈쇼에 참가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며 우승한 바 있다.
이후 왓슨은 의료용으로 특화돼 학습을 계속해왔는데, 의료용 인공지능을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왓슨은 2012년 처음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했으며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한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연말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왓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각종 암에 대한 왓슨의 진단이 전문의와 90% 이상 일치되는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미국암학회는 왓슨이 평균적인 전문의에 비해 초기 오진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길병원에서 국내 암 환자 첫 진료
지난해 12월 5일은 국내 의료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기록된 날이다. 가천대 길병원 진료팀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당시) 남성 조태현씨에게 왓슨을 이용한 진료를 진행했다. 조태현씨는 이날 국내에서 인공지능으로부터 진료받은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 왓슨은 의료진을 통해 입력된 조태현씨에 대한 다양한 사항들을 분석해, 불과 몇 초 만에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
길병원의 왓슨 도입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예상외로 컸다. 길병원에서 왓슨에게 진료받고 싶다는 문의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고,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암 환자가 왓슨을 찾아 길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길병원 의료진은 “왓슨의 기대효과 중 하나는 인천 지역의 암 환자가 불필요하게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타 지역 환자까지 불러들이는 일종의 ‘간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왓슨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 지역 암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도 두 번째로 왓슨을 도입했다. 한국IBM은 부산대학교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를 도입한다고 1월 25일 밝혔다. 이어 충남 지역 암센터인 충남대학교병원도 왓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공지능 의사의 암 치료 방법
그렇다면 왓슨은 암 치료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암인지를 확인하는 진단 과정과 암 확진 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왓슨은 여기서 중간 과정인 치료 계획 수립에만 참여한다. 길병원은 암이라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길병원에서는 진단을 위해 왓슨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 환자가 아니면 왓슨을 만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암 환자의 치료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암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왓슨의 역할이다. 물론 그에 따른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도 몰랐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비기를 발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모두 알고 있는 범위 내의 치료법에서 최적의 것을 골라낼 뿐이다. 치료 가능한 암종도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자궁경부암으로 아직은 제한적이다. 이후 난소암과 전립선암까지의 확대를 계획 중에 있다.
암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환자의 신체적 특징이나 암종 등을 고려하면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암 치료 가이드와 미국 MSKCC 전문지식 데이터 등 천문학적으로 방대한 문헌들을 참고해 환자의 치료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전문의들은 이미 치료가 많이 진행된 환자보다는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 즉 최근 암 진단을 받은 환자 혹은 암이 재발된 환자에게 왓슨의 능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의료진 능률을 높여주는 구심점 돼
길병원 의료진들은 왓슨 도입 후 2개월간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긍정적 효과 중 하나로 효율적인 의료진 간의 협업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효과를 꼽는다.
길병원에서는 여러 과의 의사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과정에서 왓슨을 활용한다. 왓슨 암센터에는 8개 전문과 30여 명의 전문의가 있는데, 왓슨 치료시간에는 이들 전문의가 한데 모여 환자의 치료 계획에 대한 왓슨의 의견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치료를 진행할지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타 병원의 치료 과정과 다르다. 일반 병원은 담당의가 환자의 치료 방법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필요할 때 타 분야의 전문의에게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를 한다. 다학제 진료 방식을 도입해 시도하는 병원도 있지만, 의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최선’의 치료 방법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 서열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치료 방법이 결정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왓슨 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영생 교수는 “왓슨은 원활한 다학제 진료를 위한 훌륭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왓슨이 우선순위에 따라 치료 방법을 제시하면 의료진은 별다른 갈등 없이 그 방법을 검토하면 되죠. 왓슨 진료시간은 환자당 10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왓슨의 의견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사전 검토를 더 충분히 해야 합니다. 일종의 자극제 역할도 해주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왓슨이 수많은 논문을 바탕으로 부작용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검토하기 때문에 자칫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막아주는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왓슨 진료비는 아직 ‘무료’
왓슨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면 왓슨이 근무 중인 병원으로 찾아가면 된다.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도 가능하다. ‘명의’를 만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길병원은 왓슨에게 치료받고 싶은 환자가 늘면 왓슨의 진료시간도 늘릴 계획이다. 왓슨을 통해 치료 계획을 점검하고 원래 치료받던 병원으로 돌아가도 된다. 병원의 수익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증 환자가 병원을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은 의사들이 권하지 않지만, 환자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궁금해할 왓슨의 진료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유명 의사들처럼 특진비라도 받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 진료라서 아직 진료비를 청구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길병원은 기존의 암 치료 비용 외에 왓슨의 특별 진료비를 받고 있지는 않다.
이후 진료비 청구의 근거가 마련되어 비용이 발생해도 왓슨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유효하다. 가장 먼저 왓슨을 도입했던 미국의 경우 그 효과를 ‘의료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일부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고가 의료 서비스를 일반인들도 받게 됐다는 의미다.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이언 단장은 “왓슨 암센터를 이용하면 진단을 위한 검사 남용 예방, 진단의 오류 최소화, 최적의 처방, 진료비용 부담 감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왓슨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암 진료 문턱을 과감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망 밝지만 보완도 필요
앞으로 왓슨의 진료가 암 치료의 표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왓슨도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길병원 김영생 교수는 “아직 도입 초기이고 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왓슨이 한국인 환자의 특징이나 생활환경, 소득수준, 국내 건강보험제도까지 고려해주진 않으니까요. 고쳐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개발사인 IBM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병원 내에서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왓슨 진료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를 역임한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최윤섭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왓슨이 의료계 전체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며, 이는 더 증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왓슨의 도입을 통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 중에 아직까지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왓슨을 포함한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변화는 불가피해보입니다.”
은퇴하면서 비로소 종합건강검진 기회를 가졌는데, 암 검진에서 대장암이 발견되었다. 말수가 적은 의사는 “조기 발견으로 암세포를 제거해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의사의 묵직한 한마디에 새 생명을 얻었음을 실감했다.
은퇴와 종합검진
필자는 5년 전 은퇴했다. 샛별 보면서 집을 나와 달빛을 벗 삼아 귀가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방학을 한 학생처럼 해방된 기분이었다. 은퇴 후의 장년은 건강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데, 무엇부터 챙겨야 하나? 건강검진기록부터 살폈다.
국가검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나이를 감안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긴 했지만 바쁘고 검사 과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실행하지 못했다. 은퇴 후 비로소 필자를 돌보는 황금 같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퇴임 전 종합검진 예약을 했다. 그리고 퇴임 며칠 후 암 검진을 받았다.
대장암 발견과 치유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용종 1개와 선종 3개가 발견되어 제거 시술을 했다. 2주 후 상쾌한 기분으로 검진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정색을 하면서 “선종 한 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아차!” 뭔가 심각한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담당의사는 “배가 아프거나 자각 증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더니 “암은 증상을 느끼면 이미 늦다. 조기 발견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암세포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고 시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라. 치료 과정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주기적인 추적 관찰만이 필요함을 친절히 설명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필자에게 유일한 위안의 말이었다.
‘암환자’라는 사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뱃속에 시한폭탄이 들어 있어 곧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병원에 가는 동안에는 뱃속이 뒤틀리고 쑤시다가, 별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를 들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다. 대장암과 함께 위장·방광·당뇨·전립선과 갑상선도 암 전이 가능성 때문에 검진을 했지만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스런 결과에 위안을 받으면서 암 극복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암세포 제거 시술 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간다.
봉사하면서 사는 새 삶
앞으로 살아갈 세월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사회로부터 얻었던 소중한 은혜를 후세대에 되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회평생교육기관에서 시민강좌 강의와 청년창업 멘토 재능기부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작은 실천 하나가 진정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숭고한 정신으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시청·구청과 사회평생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평생학습·교양강좌를 찾아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손주에게 들려 줄 새 이야기’도 배운다. 은퇴 후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 꾸준하게 등산도 한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등산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내가 필요하다.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건강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준 은퇴에 감사한다.
흔히 삶이 단련되는 과정을 사람은 시련을 통해 강해진다고 표현한다. 평범하게 쓰이는 이 표현이 어떤 때에는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건강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곳저곳이 아픈데, 더 대범하고, 굳건한 태도를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도 그렇게 견뎌나갈 수 있는 것은 아픈 것을 낫게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의사라는 존재 덕분이 아닐까. 우리가 ‘라뽀’라고 부르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소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만난 기경도(奇炅度·43) 교수와 이은주(李銀珠·48)씨의 만남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지난 5월 6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의 한 수술실.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자궁근종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자궁근종은 말 그대로 자궁 근육에 생긴 종양을 말하는데, 가임기 여성의 20~30%가 겪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기경도 교수에게도 그랬다. 1년에 300회 이상 수술을 집도하는 그에게, 자궁근종 수술은 출근을 위해 매일하는 운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복강경 자궁적출술을 위해 수술 화면을 뱃속의 이곳저곳에 비추고 있을 때였다. 기 교수는 좋지 않은 기분이 느껴졌다. 자궁근종 때문은 아니었다. 비록 환자 이은주씨의 근종 크기가 6cm 정도로 복강경 수술로 해결하기에는 큰 크기인 것은 분명했지만,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자궁 뒷 쪽의 대장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대장이 부어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기 교수는 바로 수술을 멈추고 소화기외과의 동료 교수를 호출했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직접 확인하게 하고 싶었다. 정상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별도의 검진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환자가 겪을 불편함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기 교수의 의견이 틀렸다면 동료 교수에게 핀잔을 들을 수 있고, 이런 일들이 쌓이면 평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수술실에서 발견된 대장암
헐레벌떡 뛰어 온 전문의의 눈에 대장 내부에 자리잡은 대장암이 발견됐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때 상황을 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수술에 경험이 많은 의사는 수술현장에서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래 수술을 하려 했던 장기 이외의 곳에서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을 눈으로 발견하는 거죠. 이 경우 본 수술 이외에 추가적인 조직검사 또는 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심각한 질환의 경우 시간이 지체되면 안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타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덕분에 수술실에서 대장암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은주씨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 일단은 의심된다 했죠.”
이은주씨는 갑작스런 암 판정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이렇게 수술실에서 암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일종의 호사(豪奢)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 제 얘기를 듣더니, 기 교수님이 제 생명을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어요. 처음엔 수술하다 다른 병을 발견하는 것이 의사라면 모두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평소에 보살펴 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말이죠.”
이런 이은주씨의 얘기에 기 교수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수술이 적성에 맞는 천생 외과의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술 중 이런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게 전공이 아닌 타 분야에 대해서 간접경험이라도 많이 쌓으려고 합니다. 저야 매일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수술을 일상처럼 하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선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일이니까 함부로 대할 수 없죠. 산부인과 전문의인 제 입장에선 취재 섭외요청이 왔을 때 치료 후 출산한 ‘아름다운 환자’를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은주씨를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에요. 환자들의 투병 뒤에는 이렇게 노력하는 많은 의료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기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은주씨’라는 호칭.
기 교수는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환자의 질환이나 예후를 기억하기도 좋고요. 일단 제가 치료를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서요. 주말에도 회진을 도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라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이은주씨가 한마디 거든다. 회진시간에 환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의사가 기 교수라는 것. 환자들이 이런 저런 ‘우문’을 솔직하게 던져도, 매번 ‘현답’을 지치지 않고 내어준다고. 지겨워하는 일도 없고, 환자끼리 하는 잡담에도 슬쩍 끼어들어 해답을 알려주기 일쑤라고 했다.
이씨는 “대장암 수술을 위해서는 비슷한 환자들이 있는 다른 층으로 병실을 옮겨야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사정했어요. 기 교수님이 계신 산부인과 병동에 남고 싶었거든요.”
평범한 삶 속에 들어온, 암
이은주씨가 자신에게 자궁근종이 있다는 것을 안 지는 10년 전 일. 종교재단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이씨에게 병원을 다니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산부인과에서 진단 받는 일 역시 부끄럽지 않았다. 점검을 위해 계속 정기 검진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부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11월에 4cm 정도 크기였던 종양은 5개월만에 6cm로 자랐고,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건강은 잘 지켜왔다 생각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암 선고는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암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억울했어요. 이 나이에. 현모양처라고 자부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암이라니. 꼬박 하루를 울었어요. 그렇게 눈물을 쏟고 나니, 걱정도 쏟아졌는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기 교수님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고.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용기를 내어 병마와 맞서기로 했지만, 그녀에게도, 가족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막내딸이였다. 가장 힘들어했던 막내지만 가장 힘이 됐던 것도 막내였다고 이씨는 이야기했다. 각자의 일 때문에 늘 곁을 지키지 못 하는 가운데, 대학생인 막내가 늘 곁을 지키며 그녀를 도왔다고. 물론 다른 가족들도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을 정도였다.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덕에 병원 생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려 보호가 필요한 고령의 환자들을 돕는 일이 주 업무인데, 그 일을 하던 사람이 병원에 왔으니 이름만 바뀐 일터였던 셈이다.
“어르신들 낙상 방지나 간호를 위해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거든요. 병원에 있다가도 서투른 간호사들을 보면 참견하고 싶어 몸이 들썩들썩 했어요. 실제로 어르신들을 도울 상황이 되면 직접 나서기도 했고요.”
5월 6일 자궁근종 수술에서 대장암이 발견되고 기 교수는 이은주씨가 바로 암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전준비를 해놓았지만, 정작 수술은 보름이 지난 후 이뤄졌다. 부신피질(신장 위의 호르몬 분비 조직)이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암 수술이 이뤄진 것은 5월 23일이었다.
산 넘어 산
그렇게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이은주씨의 삶은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가족들도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에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다녔던 요양원에 병가 신청서를 사직서로 바꿔 놓아야 했지만, 직장이야 다시 찾으면 될 일이였다.
그러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위암이었다. 암조직이 크지 않았지만, 위치가 나빴다. 종양이 암의 머리 부분에 자리 잡고 있어 일부 절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장암 때는 딱 하루 울고 툭툭 털어 버릴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며칠이 걸렸어요. 저도 저지만, 남편도 무척 힘들어했어요. 남편은 해병대 출신으로 전우회 활동도 열심일 정도의 씩씩한 남자에요. 그런데 위암 소식을 듣더니 하루는 술에 취해 들어와선 절 안고 펑펑 울더라고요. 제게 미안하다면서.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던 것이 평소의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 힘이 된 것 같아요.”
이은주씨는 아직 위 절제 수술을 하진 않은 상태다. 아직 암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장암의 항암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씨의 상태에 따라 수술 일정이 결정된다. 지금 예정으로는 12월쯤 수술할 계획이다.
두 달 정도 휴가를 내서 잠깐 병원에 머무를 예정이었던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난 셈이 됐다. 지금 병원 의료진은 그녀가 완전히 치료를 마무리 하는 데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람있는 삶 지속하고 파”
시련이 그녀를 강하게 할 것이라는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녀는 씩씩하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려고 하고 있어요. 징징대서 뭐하겠어요. 선생님들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치료에 도움된다고 하시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고요. 아직 젊으니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이은주씨의 희망사항 중 하나는 병이 나아 체력을 회복하게 되면, 예전처럼 남편과 함께 남을 돕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장애인 특수학교 행정직 직원으로 해병대 전우회나 소방의용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단다. 매년 정기적으로 산소통을 등에 메고 한강에 잠수해 수중정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경찰이 요청하면 수중 수색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아내들도 모여 단체로 음식을 하거나 별도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보람있는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학생인 아들과 딸이 잘 자라 주는 것도 희망 중 하나다.
“어릴 때 고지식하게 키워서 남편과 저를 ‘아빠, 엄마’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에요. 남들 눈에는 딱딱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바르게 키우고 싶었어요. 그 희망을 들었는지 둘 다 올곧게 자라 줬어요. 딸은 남을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였는지 특수교육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교편을 잡게 되요.”
인터뷰는 예상보다 훨씬 늦게 마무리가 됐다. 이씨는 현재 치료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중간중간 검진이 있기도 했지만, 그간 만났던 의사들, 암 환자들의 조언을 ‘은주씨’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기자가 말이 많아졌다. 물론 나쁜 치료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솔직하고 당당하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은주씨’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단지 그녀가 더 빨리 일상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쾌유를 기원한다.
사회를 은퇴하면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대장에서 상피내암이 발견되었다. 암환자가 되기 전과 후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으나 큰 탈 없이 견디고 있다. 내년 이맘때면 이른바 ‘5년’이 된다.
사회평생교육에서 건강에 대한 강좌를 많이 접했다. 어느 강사는 “건강하니까 건강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고, 설령 불치병에 걸려도 연명치료하지 않겠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암환자가 되어서도, 지금과 같이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수강생들의 반응이었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대장은 1차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지만, “나이를 감안하여 내시경검사를 받아 보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바쁘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를 실천하지 못하였다.
보라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 1개와 선종 3개가 발견되었다. “용종만 발견되면 곧 시술이 가능하나,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 달 후 내시경 검사 시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시술을 하였다. “시술이 잘 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격려 및 주의사항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검진결과를 기다라는데 담당의사가 “선종제거시술 시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뭔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암 세포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시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고, 통상 암환자에게 실시하는 치료과정도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상심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유념하라. 한마디로 암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너무 늦다”고 말했다.
‘암환자!’ 암 확진 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던 말이다. 가족력을 보아도 암은 부모님, 형제자매 누구에게도 없다. 절제와 성실한 생활규범을 잘 지키면서 살아 왔다고 자부했는데, 왜 내가 되어서는 안 되는 암환자가 되었단 말인가!
뱃속에는 꼭 시한폭탄이 들어 있어 곧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동안은 뱃속이 뒤틀리고 쑤시다가, 별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
대장암과 함께 종합검진 때 체크되었던 다른 분야도 혈액검사, 초음파, C/T촬영 등 검진을 1년에 몇 차례씩 계속하고 있다. 검진 때마다 의사선생에게 물었고, 대답은 항상 같았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하지 말라. 과음과 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관리에 노력하라.”고 말하였다.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결과에 위안을 받았다. 완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였다. 이제 ‘5년’이 되어간다. 처자식과 손주, 친구들과 어울려 관악산 동네에서 살면서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기는 건강을 관리할 것이다.
건강한 사람을 부러워 할 때도 많았다. 지금은 친구들과 어울려 산에 오르고 사회공헌 자원봉사에 앞장섰다.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영양제에 관해서 대중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오해가 바로 영양제는 몸에 좋은 것이기 때문에 약과 달리 잘 챙겨 먹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는 영양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병을 앓거나 앓고 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영양제가 언제든지 많이 먹어도 좋은 것일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몸에 좋은 영양제라면 다 챙겨 먹는 것이 어떻든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영양제도 각기 역할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먹어야 한다.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있고, 거꾸로 질환을 악화시키는 영양제도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많이 알려진 질환들을 대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제와 오히려 해가 되는 영양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암
일반적으로 암환자들에게는 정통적인 치료법 못지않게 각종 영양제와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의 유혹이 많다. 암세포는 분열 속도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영양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똑같은 영양소를 뺏어가므로 암에 걸렸을 때는 체력의 유지와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 고영양 식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양제가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엽산 엽산을 복용하면 암으로 발전하기 쉬운 선종성 용종의 발생을 줄여 대장암, 직장암이 적게 발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엽산을 고함량 복용하면 자궁경부이형증이 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음주로 인한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낮춘다고 알려졌다. 음식 중의 엽산은 단백질이나 당과 결합되어 있어서 몸에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칼슘 대장암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직장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의 용종이나 선종성 용종을 감소시키거나 재발을 억제하고 또한 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을 50%까지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 폐경 이후 여성들이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했을 때 암 발생률이 60% 감소했다. 칼슘만 복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우수했으므로 비타민D가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카로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베타, 알파 카로틴은 폐경 이후 여성의 난소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E 비타민E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고 소화기관 내에서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게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E를 보충하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대장암이나 폐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 비타민E 200IU를 10년 이상 복용하면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장암, 식도암, 위암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고, 폐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에 대한 효과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항산화 효과는 높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각종 암에 대해서 얼마나 유효하게 억제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
당뇨병의 치료에 관해서도 알려진 민간요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각종 약초에서부터 닭의 쓸개까지, 정말 많은 식품들이 추천된다. 하지만, 당뇨병 자체가 과도한 영양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식이섬유 여러 연구에서 차전자피, 구아검, 펙틴과 같은 식이섬유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식사 후에 당분이 흡수되는 것을 늦추어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혈액 중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방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고지혈증도 개선한다. 차전자피의 경우 식후 혈당이 14~20%, 총 콜레스테롤은 9%, LDL은 13%나 감소시켜 준다. 식후 혈액 중의 인슐린 농도도 낮춰 줘 대사증후군이나 성인병의 주된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시켜 준다. 이외에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변비나 과민성대장증상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여러 용도로 추천된다.
크롬 인슐린의 감도를 높여 혈당을 낮추며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당뇨병뿐 아니라 당뇨병 전 단계인 고혈당증, 임신당뇨,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체중 증가나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 대체의학에서도 크롬이 부족하면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하루 200ug부터 1000ug까지 권장하는데, 600ug을 넘으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마그네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혈액 중의 마그네슘 농도가 낮다. 따라서 마그네슘의 결핍과 당뇨병이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공복 시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100mg을 더 섭취하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15%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단 이 결과는 음식으로 섭취한 마그네슘에 대한 결과여서, 영양제로 섭취한 마그네슘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눈 떨림), 변비, 속쓰림, 신장결석, 골다공증, 두통 등 다방면에 쓰이는 성분이다.
밀크시슬 서양 엉겅퀴 풀이라고도 하는 밀크시슬의 추출물은 원래 간장 영양제나 치료약으로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공복시 혈당, 당화혈색소, 총 콜레스테롤, LDL, 중성지방 등을 모두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크시술 추출물은 생약 추출물이기 때문에 원료의 처리 과정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완벽해야만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어, 불확실한 건강기능식품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글루코사민, 홍삼제품 관절 기능을 좋게 하는 글루코사민은 핵심 원료 자체가 당 성분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홍삼제품도 주의하여야 한다. 홍삼 자체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홍삼제품은 단맛이 나도록 과당과 각종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몇 팩씩 복용하다 보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틴, 기타 식물 추출물의 발효제품들 레시틴은 당뇨나 신장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식물 추출물 발효제품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치질로 수술받는 환자는 1년에 22만 명이 넘는다, 수술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40세 이상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다고 추정되는 질환이다. 바로 ‘부끄러운 질병’인 치질(痔疾)이 그것이다. 쑥스럽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질병, 치질에 대해 가천대학교 길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정흠(白汀欽·51) 교수와 메디힐병원 민상진((閔相軫·46) 병원장을 예방법과 대처방법을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앞에서 언급한 숫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1년 주요 수술통계’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이 받았던 수술은 바로 치핵 수술이다.
보통 우리가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병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질환의 명칭은 아니다. 항문에서 발생하는 질환들, 치핵이나 치루, 치열, 항문소양증을 통틀어 치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치질은 그 발생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치핵을 말한다. 때문에 치핵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치핵의 가장 큰 적(敵)은 변비
항문은 인체 조직에서 혈관과 혈류가 가장 풍부한 조직 중 하나다. 혈관이 얽혀 있고, 피가 충분히 공급돼 내벽에 상처가 나더라도 변으로 인해 쉽게 감염되지 않도록 면역계가 왕성하게 활동해주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특징 때문에 항문의 점막 아래로 혈관이 덩어리로 쉽게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치핵이다. 이 치핵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출혈이 발생하는 상태가 흔히 우리가 치질이라 부르는 질환이다.
백정흠 교수는 치핵의 주요 원인으로 배변 습관과 변비를 꼽는다.
“치핵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쁜 배변 습관과 변비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화장실에 들고 들어가는 신문이 치핵의 적이었는데,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죠. 아침을 거르거나 불규칙한 생활로 발생하는 변비도 치핵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음주도 주요 원인이며 간경화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고령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무절제한 처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민상진 병원장은 경고한다.
“동네에서 나이 많은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의외로 항우울제 처방을 받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기력이 없고 몸이 좀 처진다고 하면 우울증약을 처방해 주는 것이죠. 문제는 이 항우울제가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개선이 필요하죠. 또 변비약의 남용도 문제가 돼요. 변비약을 자주 복용하면 장운동 능력을 저하시키거든요. 되레 소화기능을 저하시키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두 전문의 모두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배변 시간이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 점막이 노출돼 말라 버리고, 심한 경우 변에 긁혀 치열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면 배변 시간을 지연시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신경을 분산시켜 배변 운동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배변에만 집중하고, 3~5분 이내로 마무리 짓는 것을 추천했다.
민상진 병원장은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도 변비의 큰 원인으로 꼽는다.
“보통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며칠, 심하면 1주일 넘게 화장실에 못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몸의 생활 패턴과 리듬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화와 배변은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변비를 피하기 위해선, 하루 세 끼를 가급적 정확한 시간에 먹고, 규칙적인 패턴으로 생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 발생하면 좌욕으로 악화 막아야
일반적으로 치핵은 그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출혈만 있을 때가 1도, 치핵이 빠져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단계가 2도다. 3도는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단계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4도로 판단한다.
1, 2도의 경우 보존적 치료, 즉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약물이나 연고도 사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좌욕이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좌욕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좌욕 방법은 42~43도 정도의 따듯한 물에 5분 정도 항문을 담궈주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서는 서양식 비데나 샤워기를 통해 따뜻한 물을 쐬어 주는 것도 좋다. 단, 수압이 높으면 상처를 줄 수 있어 낮은 수압을 유지해야 한다.
민상진 병원장은 “내원 환자들을 보면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화상 등으로 병을 악화시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훈증기를 통해 수증기를 쐬는 방식의 민간요법은 오히려 점막에 화상을 입힐 수도 있고 혈액순환에 필요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지 못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하고, “간혹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이 외국에서 유통되던 약제를 이용해 치핵을 딱딱하게 굳게 해 치료한다고 했다가, 항문 협착 등 부작용까지 함께 얻어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항문은 예민한 부분이므로 꼭 병원에서 치료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는 수술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원형자동봉합기를 이용한 PPH 수술이나 하모닉 초음파 수술기를 사용하는 방식 등 기존 수술법보다 간편한 방식의 수술법들이 등장해 수술시간이나 회복기간이 짧아졌다. PPH 수술은 수술시간이 짧고, 항문통증과 재발이 적은 장점이 있고, 하모닉 초음파 수술기는 수술시 출혈이 적고, 통증이 감소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백정흠 교수는 설명한다.
“현재 치질 수술에는 다양한 이론과 여러 가지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된다는 것은 즉 재고의 여지가 없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환자에 맞춰 올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비데 너무 세게 사용하지 마세요
최근 각 가정에서 전동식 비데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비데 역시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써야 좋다고 백 교수는 충고한다.
“항문이 가려워지는 항문소양증 환자의 경우 가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비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습니다. 잠시 시원할 수 있지만, 비데 사용이 끝나고 나면 더 지독한 가려움을 느끼게 되죠. 치핵 환자의 경우에는 배변 후 ‘세정’보다는 ‘비데’기능의 수압을 낮춰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비데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물티슈로 가볍게 닦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 밖에 숙변 제거나 관장도 배변과 관련해 환자들이 갖는 흔한 오해라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대장의 조직은 파이프의 금속재질과 달리 세포의 생성과 교체가 늘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숙변이라는 것이 붙어있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의 찌꺼기가 대장에 오래 붙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오해라고 한다. 다만 변이 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해결된다고 했다.
커피 등을 이용한 관장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상식 중 하나. 대장 안에는 나쁜 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하는 좋은 균들도 함께 있는데, 이를 모두 쓸어내려 버리면 되레 몸의 불균형만 초래하는 꼴이라고.
가장 위험한 것은 ‘속단’
항문질환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상태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라고 백 교수는 조언한다.
“치핵의 대표적인 증상은 출혈이지만, 배변 시 출혈은 치핵만의 증상은 아닙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질환은 대장암이에요. 이 두 질환은 외과의사가 손가락으로 항문과 직장을 촉진만 해봐도 바로 구분할 수 있어요. 5분도 안 걸리는 과정이죠. 그런데 이런 진단 없이 스스로가 치핵으로 속단해 버리고 치료를 미룬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본 적도 있어요. 출혈이 생기면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확진을 꼭 받으시길 권합니다.”
치핵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이다. 여러 가지 운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민 병원장이 권하는 운동은 바로 걷기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등산이라든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고요. 정기적으로 평지에서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무리한 활동을 하기보단 안전사고에 유의해 가급적 가벼운 걷기운동을 많이 하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백 교수는 그 외에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생활습관으로는 무엇을 먹는가보다는 언제, 어떻게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비로 고통받는 젊은 여성이 많아지는 이유도 대부분 다이어트 때문이거든요. 아침은 굶지 않고 삼시 세 끼를 제때에 제대로 챙겨 먹으면 변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침에 일어나 찬물 한 잔 마시고, 그 자극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간혹 변을 보시고 나서 자신의 변을 확인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 확인을 통해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피가 나진 않는지, 색깔은 정상인 황금색인지, 형태는 어떤지, 다른 점액이 있는지 등 확인했다가, 정상이 아니다 싶으면 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죠.”
또 최근 유행하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소화에 영향을 주고, 장운동이나 장점막 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추천한다. 다만 고혈압약이나 당뇨약, 고지혈증약을 복용 중이라면 4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