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현가법, 가중평균자본비용, 복리계산과 실효금리…’.
칼바람이 부는 어느 이른 아침. 서울의 한 강의장에서 복잡한수식과 수치가 빼곡히 적힌 빔 프로젝트 화면(파워포인트)이 연신 돌아간다. 이는 대학교 경영학과 재무관리 전공강의가 아니라 IGM 세계경영연구원 창조클럽 조찬강의였다. ‘열공모드’에 돌입한 이들 가운데서도 맨 앞 헤드테이블에서 유독눈빛을 빛내며 필기 삼매경에 빠진 신중년이 눈에 띈다. 그가 바로 정해돈(丁海敦·64) 전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이자 성아테크 대표였다.
머리 맑은 아침 공부하기에 딱
정 대표는 자신이 미래지향적 사고방식이 강하다고 했다. 젊은 시절부터 봉급이 깎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나 더 보람 있는 일을 찾아다니곤 했다. 공부하는 습관도 훗날 더 풍요롭고 보람 있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대학(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을 졸업하고 다수의 대학원 과정을 밟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대 경영대학원(국가정책과정)을 비롯해 서울대 환경대학원(고위정책과정),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최고경영자과정), 한국체육대(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수료했다.
이런 그의 공부에대한 열정은 조찬회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조찬회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창조클럽 조찬모임은 물론 로타리 클럽에서도 조찬 스터디 모임에 참여한다. 게다가 짬나는 시간에는 세계경영연구원 야간강의도 챙겨서 듣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가 이렇듯 배움의 의지를불태우는 이유가 뭘까. 그는 꿈 실현과 업그레이드하는 삶에 답이 있다고 했다.
“사회 초년병 시절 봉급이 많은 회사를 다니다가도 ‘꿈을 이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직장을 옮기곤 했어요. 월급이 절반 이상 깎이더라도 말이지요. 고생이 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몇 년사이에 봉급이 세배 이상 오르더라고요. 삶이 업그레이드된 셈이지요. 이런 미래지향적인 삶을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길이 있을까요.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지요.”
그는 특히 아침이 공부하기에 그만이라고 강조한다.
“아침에는 머리가 맑아요.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어오지요. 게다가 오후에 공부하려면 시간을 빼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고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요. 성아테크 창업하고 나서 30여년 동안 오전 5시에 일어나 7시까지 출근하는 습관이 들어 조찬 강의가 더 익숙하고 편해요.”
“혼자 공부하기 미안”…전 직원 인터넷 강의 개설
그는 창조클럽 조찬 강의에 혼자만 다니지 않는다. 회사임원 4명도 함께 창조클럽 조찬에 등록해 참여하도록 했다. 본인이 회사를 이끌고 대표하는 CEO이긴 하나 혼자만 공부하러 다니는 것이 왠 마음에 걸렸다고. 더 나아가 전 직원에게 GM 인터넷 강의도 개설해놨다. 100여 명이 넘는 전 직원들이 창조클럽 조찬 모든 강의를 인터넷으로 챙겨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강의를 보고, 안 보고 판단은 본인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어요. 공부라는 것이 생산제품을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거든요. 지식은 머릿속에도, 마음속에도 쌓이는 것이지요. 좋은 강의가 있을 때는 회의 시작 직전에 동영상으로 같이 보기도 해요. 특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보니 갈등 관리나 조직 관계와 관련된 강의가 주류이지요.”
직원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에도 적극적이다. 야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줄여주기도 하고, 일부 등록금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 시절에는 협회에 장학금 제도를 운영해 회원사 직원들에게 직접 학자금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에 푹 빠져…고정관념 깬 사업 아이디어 번뜩번뜩
그는 공대 출신이지만 요즘 오히려 인문학 강의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답이 하나뿐인 공학 마인드와 달리 인문학은 뚜렷한 정답을 내놓지 않아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장선에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고, 생각을 바꿀 수 있어서 좋다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어떤 결정을 해도 망할 염려가 없어요.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업인은 다릅니다. 언제나 양날의 칼 위에 서 있지요. 순간 잘못 판단하면 기업은 바로 문을 닫아야 해요. 인문학은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알려줘요. 그렇게 되면 일방적인 지시에서 벗어나 ‘토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논제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하다보면 어느새 답이 도출되더라고요. 이럴 때 아이디어도 순간순간 튀어 나오지요. 바닥에서부터 열정이 올라와야 조직의 힘이 세지는 법입니다. 위에서 아무리 지시해봐야 소용없어요. 인문학은 그런 점 에서 큰 힘이 됩니다.”
인문학은 이미 그의 사업에 접목돼 있다.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인문학적 마인드를 크게 적용하고 있다.
“요새는 사업계획을 잘게 쪼개고 있어요. 한 덩어리로 생각하면 실행이 어렵기 때문에 하나씩 끄집어내서 조금씩 잘라서 하나씩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게 하나씩 실행하게 되면 완성도가 높아지고 사업 성공확률도 덩달아 올라가지요. 여러강의를 들으면서 지혜나 영감이 번뜩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사업 아이템에 녹여서 활용합니다.”
지식·정보 전도사 역할도
그는 지식·정보 나눔에도 인색함이 없다. ‘지식·정보 전도사’라 칭해도 될 만큼 지식 전파에 적극 나선다. 수년 전부터 회사 여직원을 붙들고 터득한스마트폰이 그의 지식 전달도구다. 네이버 밴드 게시판에 최신 뉴스 분석 정보나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글귀 등을 수시로 퍼 나른다. 창조클럽 조찬동호회 밴드는 물론 각 대학원 최고 경영자 원우회와 성아테크 임직원 밴드, 가족 밴드까지 만들어서지식과 정보를 나눠준다. 물론 지인들 단체 카톡방에도 그의 지식과 정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 기업을 이끄는 CEO로서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고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임에도 지식 관련 일에는 게으른 법이 없다.
IGM창조클럽은 CEO뿐만 아니라 직원전체가 다니는 세계 최초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표방한다. 실제 기업 임원진이나 팀장급 직원들도 함께 조찬 강의에 등록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창조클럽에 가입한 S기업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전 직원이 창조클럽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를 개설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교체수강제도다. 창조클럽은 조찬이나 저녁, 원하는 요일, 시간, 장소에 본인의 일정에 맞게 참석이 가능하다. 이는 바쁜 경영자들의 생활을 고려한 제도다. 또 다른 특징은 CEO나 임원이 들은 강의를 직원 등 전 조직원들이 온라인으로 동일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원과 부하 직원 전체가 지식과 경영 화두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강의가 끝난 후 토론으로 구성된 창조 프로세스를 통해 각 부서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창조적인 실천 아이디어들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창조 프로세스는 미국의 아이디오(IDEO)라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가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그 효능을 스탠퍼드 대학이 입증한 프로세스라는 것이 IGM측의 설명이다.
전성철 IGM 회장은 “많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그 프로세스를 채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 탓만 하는 것이 안타까워 각 기업에 창조 프로세스를 설치해 주는 IGM창조클럽을 만들게 됐다”며 “결국 창조프로세스를 구축해 끊임없이 창조를 이끌어내는 기업이 이 시대의 위대한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2009년까지 취업, 대학진학 등의 이유로 인구유출 현상이 심각했었다고. 그런데 2010년부터 인구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2010년에는 순유입자 수가 437명, 2011년 2342명, 2012년 4873명, 2013년 7824명 등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4년에도 역시 제주 유입 인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일례로 서귀포시에서 주최하는 귀농 귀촌 교육의 경우 단 2시간 만에 마감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서귀포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말반까지 만들었지만 수요에 비하면 부족한 반 편성이었다.
도대체 제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제주의 매력과 신비가 갑자기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벼락을 맞은 듯이 제주에 끌렸을까?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사연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제주도 안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 두 가지를 갖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이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제주도에 귀농 귀촌 바람이 부는 것은 제주도의 1차 산업 부흥을 의미한다. 농어촌 사회에서는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고 도시 이주자들이 몰고 오는 문화 이민의 바람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제주도에 뿌리를 못 내리면서 일어나는 갈등도 있고 은퇴자금을 앞세워서 부동산을 사는 바람에 제주도 땅 값이 들썩이는 역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올레길 벤치에서 터져 나온 아내의 소원, “여보, 부탁이 있어.”
‘달파란’(게스트하우스 & 카페)은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에 있다. '파란달’보다 ‘달파란’이 느낌이 있지 않은가? 달파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김태환(52)씨는 전직 국어 교사다. 지금은 교사직을 명예퇴직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달파란 게스트하우스는 2012년 12월에 오픈한 곳으로,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 과 별채 카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에게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특이한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 위미리에 위치한 세천포구 바다를 봤을 때 그 느낌이 파란 달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고 설명한다. 게스트하우스 이름도 시적이고 제주 정착기 역시 운명처럼 시적으로 시작된다.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면서 송악산 중턱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참 좋다는 느낌을 갖고 한참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여보, 내가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 줄래?
-뭔데?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될까? 제주에 살고 싶어
“그 순간 제 입에서 너무 쉽게 그래. 라는 대답이 나왔어요. 제가 살면서 몇 가지 잘한 일들이 있는데, 이 순간이 바로 그 잘한 일이에요.”
정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지 궁금했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궁금했고.
“처음엔 그저 먹고 사는 정도만 수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작했는데, 다행히 먹고 살면서 대학교 다니는 애들 등록금 댈 정도는 버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앞으로의 꿈이요? 시간이 지나면 규모를 줄여서 제 개성에 맞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만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게 제 꿈입니다.”
선량하게 웃는 주인 부부의 얼굴을 보면 ‘제주의 마법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제주에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심지어는 대학생 자녀들을 서울에 두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그 것. 우리는 이것을 ‘제주홀릭’이라 부른다.
“지금도 저처럼 중년 분들이 많이 여행하러 내려와요. 우리 숙소에서 머물다 가는 분들 중에 진지하게 제주살이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구요. 그분들에게 농담처럼 말해요. 올레길 자꾸 걷다 보면 저처럼 제주에 주저앉게 됩니다. 하구요.”
#가수 장필순이 추천한 그 곳의 그 남자, “대기업에 다닐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요리하는 남자’는 애월읍 하귀리에 위치한 작은 요리 주점이다. 멋진 미소의 이영태(52) 씨는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공이다. 생전 요리할 것처럼 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의외로 요리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잘 어울린다.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했다. 평촌에 살다가 제주에 온 것은 2011년 2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부장 직까지 하고 나면 그 이후엔 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숨막히는 일상생활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귀농을 꿈 꿨고 그렇게 귀농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단다.
“꼭 그렇게 깡촌으로 가야 해? 촌도 있고 도시 같은 분위기도 있는 제주는 어때?”
친구가 그냥 툭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제주에 집을 구해서 내려오게 되었다. 늦둥이 딸이 중학교 입학할 때, 서둘러 떠나왔고 시내권 중학교보다는 시골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보냈다. 딸은 제주 생활에 잘 적응했고 순박한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중학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딸은 올해 제주외고에 수석으로 입학했단다. 온 가족이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원래는 농사일을 해보려고 땅을 알아봤지만 희한하게도 지금의 가게 자리가 나왔을 때, 끌리듯이 그 날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피 속에 요리에 대한 애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시다시피 작은 가게잖아요? 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죠. 만약에 돈 벌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장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즐겁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 딱 지금이 좋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요.” 그러면서 그는 어떤 요리를 파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초임 직장 시절에 일본에 파견근무를 나가서 5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 먹었었던 일본요리들을 제 손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곤 해요. 제가 맛있게 먹은 음식들은 흉내 내려고 노력하면 비슷한 맛이 나오더라구요.”
메뉴판에 있는 ‘간장새우’도 얼마 전 강남에 갔다가 맛있게 먹은 메뉴인데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바
로 만들어 봤단다. 반응이 썩 괜찮다며 씩 웃는 모습이 참 해맑게 느껴졌다. 얼마 전, 모 잡지에서 가수 장필순씨가 자신이 자주 다니는 명소들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소개했는데 그곳에 요리하는 남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물었더니 장필순씨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는 장필순씨인지 몰랐다고 한다. 여러 명이 와서 음악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갔는데 얼마 뒤에 한사람이 찾아와서
-장필순씨, 안 왔어요? 하고 물었단다.
-장필순씨가 여길 왜 와요? 하자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난번에 같이 왔잖아요. 했다는 거다.
그때부터 장필순씨는 후배들과 자주 이곳을 찾았고 4,5개월 전부터는 이효리씨 부부도 데리고 왔단다. 아마도 행복한 주인장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술이 잘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닐까?
‘달파란’의 주인장 김태환씨,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장 이영태씨 모두 공통점은 예전 직장보다 지금 제주에서 하는 일이 훨씬 만족스럽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충고 또한 같다. 여행지에서 봤던 제주는 잊으라고. 바다를 감상하고 잔디를 다듬고 하는 로망은 일상생활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삶이 된다고. 조선시대 윤선도의 는 실제 어부들의 삶과 비교하면 얼마나 황당한가? 실제 어부의 삶은 관념 속 어부의 삶과는 다르다. 한없이 한가롭고 유유자적할 수는 없다. 제주의 삶도 그렇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슈가 대디(Sugar Daddy)’.
성관계를 대가로 젊은 여자에게 경제적인 후원을 하는 돈 많은 중년 남성을 이르는 말이다. 일종의 젊은 여성 스폰서인 셈이다.
최근 뉴욕에서는 이렇게 돈 많은 중년 남성과 미모의 젊은 여성을 연결해 주는 ‘슈가대디대학’이 문을 열어 화제다.
이곳에서는 매력적인 ‘슈가 베이비(Sugar Baby)’, ‘슈가 대디’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친다. 슈가 베이비란 슈가 대디와의 만남을 원하는 젊은 여성을 뜻한다. 보통 이 둘 사이에서는 돈과 섹스가 오고 간다.
슈가 대디이자 슈가대디포미닷컴의 운영자 그리고 슈가 대디 대학의 학과장인 앨런 슈나이더는 이렇게 말한다.
“단지 섹스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불타는 사랑을 발견하도록, 그리고 진정한 만남을 찾도록 돕습니다.”
그는 슈가 대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도 “성공적인 슈가 대디와 베이비가 될 수 있도록 섹슈얼리티, 이해심, 너그러움, 매력, 상호관계 등 다섯 가지 키포인트를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형외과 전문의, 관계 전문가, 재정 전문가를 초빙해 여성들은 보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남성들은 여성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생생한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슈나이더의 슈가 베이비 중 한 명인인 클라라 애보니아가 교수로서 강단에 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만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결부돼 진정성이 있는 만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슈나이더는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서로가 준비하는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그릇된 편견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슈가 베이비들은 매력적이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때문에 슈가 대디들이 이런 여성들을 도와주고자 할 뿐”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반박했다.
한편, 최근 미국은 슈가 대디가 사회 문제로 대두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교 등록금 인상에 따라 최근 슈가 베이비를 선택하는 여대생들이 늘고 있는 것. 슈가 베이비의 역할은 다양하다. 공식적인 모임이나 행사에 동행하는 역할부터 성적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여대생들은 보통 한 달에 1만∼2만 달러 혹은 한번 만날 때마다 100∼500달러씩을 받는다.
사례고객의 경우 취업컨설팅 회사를 운영중인 최태영(남,51세)씨와 음식점을 운영중인 배우자(여,49세)는 현재 맞벌이 활동을 통해 발생되는 지속적 수입(월800만원 가정)으로 월800만원(생활비 600만원, 보험료200만원) 소비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24세)과 2014년 대학에 입학한 딸(21세) 대학등록금은 보유 금융자산 8억4000만원 또는 보유 부동산으로부터 향후 3년간 약 5800만원(매년 교육비상승률 5%가정)의 현금유출을 발생시켜야 한다.(2015년 약 2200만원, 2016년 약 2300만원, 2017년 1280만원)
즉, 현재 시점에서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이후에 필요한 은퇴재원을 추가적으로 축적하는 것은 당분간 힘든 현실이다. 그렇다면 향후 자녀 대학 졸업 이후에는 가능할까? 이 또한 쉽지 않다. 바로 두 자녀의 결혼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태영 부부 사례처럼 정년 개념이 없고 은퇴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사례의 경우 더 정교한 은퇴준비가 필요하다.
이 경우 미래 예상되는 현금유출(자녀결혼 등)에 대한 지출규모와 시기에 대한 선제적 판단으로 자금성격을 구분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금목적이 노후를 위한 준비라면 최근 조세환경(비과세감면축소, 공제감면 등)을 고려해 장기적 안목에서(인출시점 등) 각종 세금의 최소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연금저축계좌와 저축성보험 투자상품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현재 포트폴리오에 운용중인 해외주식형 펀드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으로 고민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 펀드를 2013년 새롭게 재편된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연간 1800만원을 운용하는 경우 연말정산 세액공제뿐 아니라 향후 펀드에서 발생되는 배당소득 과세이연 효과, 연간 1200만원 이하 연금수령시 절세효과(연금소득세율 3.3%~5.5%)를 통해 실질 수익률을 제고 시킬 수 있다.
또한 저축성보험 5년납 10년이상 유지 투자방법을 활용하면 금액 한도 없이 비과세장점을 활용해 은행정기예금 플러스 알파 수익률로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를 종합해보면 금융자산의 55%(주식, 국내상장해외ETF, 해외펀드, WRAP ACCOUNT, ELS)를 투자상품으로 분산하고 있는 점은 저금리시대를 타파하기 위한 현명한 의사결정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포트폴리오는 일정 현금흐름 창출이 어렵고,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투자상품(주식/펀드/WRAP/해외ETF)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원금을 지키며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딩 전략이 필요하다.
ELS 투자의 경우 쿠폰(수익률)이 높은 종목연계형 ELS보다 다소 수익률은 낮더라도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60노낙인 85스타트 지수형ELS, 변동성을 낮추고 지속적 수익을 추구하는 ARI(Absolute Return Index)지수를 활용한 원금보장 사모ELB로 운영을 추천한다. 또한 변동성이 큰 개별주식보다는 국내ETF(KODEX 200등)를 활용한 분할매수형ETF랩 등에 대한 비중 확대전략을 추천한다.
더불어 정기예금과 RP의 경우 자금 운용기간(유동성)을 감안해 완전헷지가 이루어진 달러표시중국은행정기예금, 금융채(은행 후순위채)로 분산하는 것도 수익률(연3.0~3.4%)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자면 지출규모와 시기에 대한 현금흐름 추정과 기존에 축적해온 자산을 어떻게 지키며 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안목에 대한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딩과 향후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관리 부분이 추가된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장년층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4개 계열사에서 하루 4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해 올해 안으로 1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인원은 계열사 별로 현대차 300명, 기아차 200명, 부품계열사 100명, 건설부문 계열사 160명, 금융부문 계열사 115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을 통해 △판매·서비스(제품 상담·서비스 콜센터 등) △사무지원(일반사무·사서·어학강사) △개발지원(설계·CAD·도면관리) △특수직무(간호사·심리상담사·물리치료사) 부문의 인원을 모집한다.
현대차그룹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에는 자격 제한은 없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제도 도입 취지가 여성들이 가정생활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장년층의 안정적인 퇴직 준비를 도모하는 것인 만큼 채용 시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장년층을 우대해 선발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급여는 해당 직무 내용에 따라 책정된 급여 수준을 기초로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된다. 이외에 4대 보험뿐만 아니라 각사 별 제도 및 근무시간에 비례해 복리후생을 지원해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존의 근로 형태와 다른 새로운 고용 형태인 것을 고려해 일단 2년 계약직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시간선택제 직무로서의 적합성과 개인별 업무 평가 등을 고려해 이들의 지속적인 고용과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일자리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직원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3년 이상 근속자의 중·고교 및 대학교 자녀를 대상으로 입학금, 등록금 전액(1가족 3자녀 한)을, 미취학 아동에게는 분기당 15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차량 구입과 관련해서는 제네시스 이하 차종을 직원 명의로 구입할 때 근무 연한에 따라 8~30%를 할인해준다. 또 23개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수리시 수리비 30%를 깎아주고 자가 정비코너 이용시 연간 20만원 한도 내에서 부품 및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직원 명절 선물로는 설, 추석 연 2회 선물비(25만원 상당)를 복지포인트 또는 직원쇼핑몰 사이버머니로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직원의 주거 마련을 위해 최대 2000만원 한도로 2%의 저금리 대출과 휴양을 위한 전국 20여개 콘도·호텔 제공 등의 복지를 갖추고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달리보면, 자신의 부모님과 한없이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헌신과 노력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통해 성숙하게 익어가는 인생에 대한 하나의 증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은 그 얼마나 많은 희생과 배려로 위대하게 완성되어 있는가.
부르면 부를수록 사무치는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라는 그 이름을 기억하며 위안과 용기를 얻는 삶 속에서 소중한 존재를 다시 기억하자는 뜻으로 본지에서 만드는 「어머니」 코너는 그러한 위대한 어머니들의 삶과 의미를 돌아봄으로써 삶의 의미를 다시 묻고자 한다. 그 첫 시작은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의 어머니 정수생 씨(1994년 별세)다.
◆어머니의 깊은 혜안과 맑은 지혜로움으로 꽃핀 5남매
긴 진통을 앓던 포스코의 차기 회장에 권오준 기술부문장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권 차기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포스코에 입사해 연구개발 분야에서 정진했다. 또 포스코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최첨단 파이낵스 신공법과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등의 개발 주역을 맡았다. 한마디로 포스코에 뼈를 묻은 묵직한 기술전문가로서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구해내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할 수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당신들은 헐벗어도 자식만큼은 반듯하게 키우려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희생적인 자녀사랑과 교육열이야말로 디지털 강국 코리아를 이룬 저력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권 내정자가 국민에게 존경받는 포스코를 만들고 글로벌 초일류 철강회사로 발돋움시킬 최고의 리더자로 성공하기까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너희들은 굉장한 사람이 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될거야’가 아닌 ‘된다’라는 확신으로 마음속에 단단한 심지를 심어 주셨다.
재경 영주 향우회 관계자는 경북여고를 나온 어머니는 자녀의 기를 살려주고 재능을 키워주실 줄 아는 교육적 혜안을 가지신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자식들의 타고 난 재능을 키울려고 했던 맹모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셨던 것.
“유학 간 아들이나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을 위해 바리바리 싸서 보내는 것 좋아하셨습니다. 양계장 하실 때도 계란을 반듯한 걸로 골라 광주리에 담아 서울로 들고 가셨지요. 당신은 안먹고 안 입고 아껴서 쥐포, 오징어, 무말랭이, 백김치, 고추찜 등을 보내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아릿하고 따뜻한 넘치는 사랑을 주셨습니다” 어머니를 잘 알던 고향의 한 어르신은 이렇게 회고했다.
끝없는 자식 사랑과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어머님는 위대한 유산을 남기셨고,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5남매의 안타까운 효심에 고향 어르신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몰랐던 이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육개장, 콩가루 칼국수(안동국시),뼈다귀 곰국을 기억하는 권 내정자를 비롯 5남매들은 정작 어머니 정 씨가 좋아했던 음식이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에 관한 회고에서 5남매만을 위해서만 맛있는 것을 해줬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선 알려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정 씨는 그러면서도 아이들 공부에까지 신경 썼다. 매번 자식들 숙제를 점검하던 정 씨는 자식들이 숙제에 대해 잘 몰라 하면 자식들보다도 자신이 더 분해했다. 모르는 자식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고 책을 집어 던지기도 했고 아궁이로 가져가 책을 태우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자 자식들은 울면서 어머니에게 매달렸고 한 번 울고 난 다음에는 묘할 정도로 공부가 잘 되곤 했다. 자식들의 학습열과 집중력을 위해 정 씨가 선택해야 했던 일종의 ‘쇼크 요법’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우리 5남매에게 보내주신 가장 큰 선물은 기도였다. 매일 밤 주무시기 전에 엄마는 꼭 정화수를 그릇에 가득 떠 놓고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다. 엄마에게 뭘 기도하셨냐고 물었더니 웃으셨다. 너들 잘 되는 거 말고 뭐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기도가 희망이었던 분이었고 그 기도는 어머니가 준 가장 큰 축복이었다.”
어머니는 많은 일을 했지만 서울에 가 있는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기엔 돈은 항상 모자랐다. 등록금을 낼 때면 어김없이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정 씨는 때가 되면 남편을 닦달하여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하곤 했다.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남편은 자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학교를 다니는 줄 알 거라는 게 정 씨의 우려였다. 그리고 5남매들은 자신들의 학교 생활이 부모님의 노력과 헌신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었다.
◆자식들에게 보내주신 큰 선물 '기도'…경북 영주 출신 모두 서울사대부고 나와
권 차기 회장이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권 차기 회장의 가족이 화제가 됐다. 큰 누나 권원주 씨는 이화여대 약대를 나와 약국을 경영중이며, 큰형 권오성 씨는 외대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고 있다. 권 차기 회장의 첫째 동생 권오진 씨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을 운영중이며, 둘째 동생 권오용 씨는 고려대 정외과를 나와 전경련 홍보실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전무, KTB 경영기획실 상무, SK그룹 홍보담당 사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효성그룹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중이다. 권 차기 회장의 남매들은 모두 서울사대부고 16회, 18회, 20회, 24회, 26회 동문으로 서울대 연대 고대를 잇는 스카이대와 이대 외대 등의 명문대학을 나와 각계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2008년 부친상을 당했을 때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전무를 맡고 있던 권 차기 회장은 부고란에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으로 적도록 했다. 포스코 전무의 부친상 부고가 나갔을 경우, 협력사 등에서 조문을 와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해 배려한 것이다.
이처럼 권 차기 회장은 남들에게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동생 권오용 고문은 “형님은 꼼꼼한 성격에 기술인이기 때문에 기술로만 보여주면 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강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어머니 정수생 씨의 헌신
성공한 자식들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다. 권 차기 회장 5남매(4남 1녀)의 어머니 정수생 씨 또한 그런 위대한 어머니의 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였다.
선친 권영건 씨는 본래 양반가문으로 70년대 초반까지 고향인 영주에서 대규모 제재소를 경영해 상당한 재력을 쌓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몰려 사업이 기울었다. 그러나 가세가 어려워졌어도 자식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5남매 모두를 상경시키는 교육열을 보였다. 정 씨는 그러한 남편의 의지와 자식들의 미래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남다른 고생을 해야 했다.
5남매에게는 전형적인 엄친자모(嚴親慈母)형의 부모님이었다. ‘健全/道義/勤儉’이라는 가훈을 직접 지어주신 아버지는 무섭기는 해도 풍류를 아는 여유가 있었다. 어머니 역시 자애롭기는 하셔도 결코 원칙에 벗어나는 적은 없었다. 비록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부모는 당시 큰 도시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믿음이 강하신 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돈이 문제였다. 자식들 유학 비용을 위해 정 씨는 서울에서 스테인리스 식기를 구매하여 영주에 가서 팔았다. 집 마당 한 켠에는 300마리 정도 되는 닭을 키웠다. 그 옆에는 돼지도 길렀다. 밤에도 불을 켜고 사료를 줘야 했다. 돼지야 먹던 걸 그냥 갔다 던지면 그만이었지만 닭은 사료를 사와 으깨서 나눠줘야 했다. 또 다른 벌이였던 하숙과 전세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채를 하숙과 전세를 위해 내주고 정 씨를 비롯한 5남매 가족들은 사랑방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랑방에서는 꽃장사를 했다. 하굣길에 여학생들은 사랑방 창문을 통해 꽃을 사가곤 했다. 그 모든 것이 어머니 정 씨의 몫이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제야 알게 되서…”
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은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알게 돼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랑의 엽서 공모전 대상작 중에서
권 고문이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 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의 그리움과 후회가 넘쳐난다. 이 절절한 그리움에 대한 동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고생 끝에 하나씩 이뤄지던 자식들의 성공을 지켜 본 정 씨는 1994년에 71세의 나이로 운명하셨다.
5남매의 어머니 정 씨의 삶의 가치와 자식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 이 땅의 어머니들의 삶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바쳤고 그렇게 성공한 자식에게서 얻는 기쁨으로 모든 것을 감내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무제한적인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머니는 5남매를 존중했다. 어머니 스스로의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는 것을 5남매는 뒤늦게 안다.
오는 3월 18일이면 어머니 기일이라 다 같이 모여 형제간의 깊은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함께 하기에 벌써부터 권오준 차기회장 내정자의 취임식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축복 담긴 기도가 기다려진다. 권 차기회장 내정자는 3월 14일 정기주총 통과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