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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별로 추천하는 시니어 아지트② 學(배우다)
- 당신의 아지트는 어디인가? 물론 특정한 한 곳만을 아지트로 삼은 사람도 있겠지만 날씨, 기분, 개인 욕구에 따라 가고 싶은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시니어를 위해 생겨났으면 하는 아지트 유형은?’이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문화공간, 학습터, 쉼터를 꼽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즐기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쉬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공간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樂(즐기다), ② 學(배우다), ③ 休(쉬다) 學(배우다) 떠나자 북캉스! 서울책보고 최근 문을 연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1465㎡ 규모의 신천유수지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공공 헌책방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책벌레를 형상화한 비정형 나선 구조의 거대한 헌책 장서가 눈을 사로잡는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있던 25개의 헌책방을 모집해 10만여 권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북카페에서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창성과 희소성 있는 독립출판물 2000여 종과 명사의 기증 도서 1만여 권도 전시되어 있다. 독립출판물과 기증 도서는 구매가 불가하고 서울책보고 내에서 읽는 것만 가능하다. 또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절판된 서적도 구매할 수 있으니 추억의 헌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서울책보고로 GO! 위치 서울 송파구 오금로1 (잠실나루역 1번 출구 도보 3분) 운영시간 평일 10:30~20:30, 주말 10:00~21:00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무) 청운문학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은 자연 속에 위치한 한옥형 문학특화도서관이다. 시·소설·수필 위주의 문학 도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국내 문학 작품 및 작가 중심의 기획 전시와 인문학 강연, 시 창작 교실 등도 운영한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조망을 자랑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하다. 독서와 사색,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이 도서관의 또 다른 매력은 ‘문학둘레길’과의 연계다. 문학 둘레길은 인사동, 만해당(한용운 가옥), 보안여관(시인부락), 이상의 집, 윤동주 하숙집 터, 세종대왕 생가 터, 정철 생가 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문학과 자연의 향기에 취하고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경복궁역 3번 출구, 광화문역 2번 출구 → 버스 환승) 운영시간 매일 10:00~19:00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무) 아크앤북 책과 라이프스타일 숍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세련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복합문화공간답게 다양한 장르의 도서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 및 잡화도 판매하고 있으며 카페와 음식점도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 ‘태극당’도 입점해 있어 출출할 때 간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아크앤북에 방문했다면 ‘타센 아트북 스트리트’로 불리는 아치형 책 터널은 꼭 보고 가야 한다. 독일의 예술서적 전문출판사인 타센의 도서 8000권 속에 자석을 넣어 천장을 덮은 특별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 29 (을지로입구역 1-1번 출구 도보 1분) 운영시간 매일 10:00~22:00 (연중무휴)
- 2019-05-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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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별로 추천하는 시니어 아지트① 樂(즐기다)
- 당신의 아지트는 어디인가? 물론 특정한 한 곳만을 아지트로 삼은 사람도 있겠지만 날씨, 기분, 개인 욕구에 따라 가고 싶은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시니어를 위해 생겨났으면 하는 아지트 유형은?’이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문화공간, 학습터, 쉼터를 꼽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즐기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쉬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공간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樂(즐기다), ② 學(배우다), ③ 休(쉬다) 樂(즐기다) 색다른 체험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전통주갤러리 한국전통식품문화관 1층 전통주갤러리에선 ‘이달의 시음주’로 선정된 5개의 전통주를 매달 무료로 맛볼 수 있으며 구매도 가능하다. 무료 시음회는 약 30분간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 해설로 진행된다. 한국어·일본어 해설은 오후 1시, 3시, 5시, 7시(7시는 한국어 해설만 있고 주말엔 없다), 영어 해설은 오후 2시, 4시에 들을 수 있다. 조선 3대 명주를 포함한 프리미엄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특별 시음회도 열린다. 매일 오후 1시, 3시, 5시에 열려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참가비는 1인당 2만5000원. 4인 이상 10인 이하의 인원이어야 하며 늦어도 하루 전날 예약하는 게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강남역 11번 출구 도보 6분, 신논현역 5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월요일 휴무) 예약방법 네이버 예약, 전화(02-555-2283)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식품명인체험홍보관 한국전통식품문화관 2, 3층에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있다. 2층은 식품명인카페 ‘이음’과 판매점, 3층은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이음’에서는 식품명인의 잎차와 감식초, 식혜 등 전통식품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맛볼 수 있다. 평일 오후 5시 30분에는 차, 한과, 전통주를 무료로 시식·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평일에는 체험관에서 식품명인의 재료와 레시피를 활용한 한과, 전통주, 떡, 조청 만들기 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고, 토요일엔 매주 다른 분야의 명인을 만나 강연도 들을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시 예약 필수. 위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강남역 11번 출구 도보 6분, 신논현역 5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월요일 휴무) 예약방법 네이버 예약, 전화(02-6927-3005/3012) 추억의 영화 감상 청춘극장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시니어 전용 극장이다. 55세 이상 어르신 및 동반자는 2000원에 1950~90년대 추억의 영화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수요일엔 영화 상영이 없고 ‘시네마테라피’, ‘청춘! 싱어롱’, ‘청춘은 떼창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무료 음악 교실, 오후 1시와 3시에는 ‘청춘유랑극단쇼’가 열린다. 예매는 토요일 오후 3시 20분부터 그다음 주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간식도 마련되어 있는데 가래떡 한 개에 200원, 커피는 한 잔에 1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자세한 영화 상영, 공연 일정은 청춘극장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새문안로 22 (서대문역 5번 출구 도보 2분) 운영 시간 매일 9:30~18:00 (일요일 휴무) 참고 청춘극장 네이버 카페 시네마테크 KOFA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는 누구나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영상자료원 지하 1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 상업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립영화와 옛날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권이 빠르게 매진되는 경우도 있고, 영화에 따라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되기도 하니 홈페이지에서 관람 영화 정보도 얻고 입장권은 미리 예매할 것을 추천한다.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Korean Classic Film)’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수색역 1번 출구 도보 11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출구 도보 21분) 운영시간 시네마테크KOFA-매일, 영화 상영시간에 따라 유동적 / 한국영화박물관, 영상도서관- 10:00~19:00 (휴일엔 18:00까지)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1월 18일 창립기념일 휴무) 예매방법 시네마테크 KOFA 홈페이지, 현장 예매
- 2019-05-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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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진정일 교수, 손주들과 함께 읽고 싶은 과학서
- 손주들과 함께 읽고 싶은 과학서 by 진정일 교수 *진정일 교수는 특정 출판사와 저자(역자)를 추천하는 대신 무엇이든 아래 도서의 인물과 주제에 얽힌 책들을 읽길 바랐다. (이번만 넣어주세요) 찰스 다윈 평전 (김영사) 진화론은 창조되었는가, 만들어졌는가? 어떻게 다윈은 진화론의 경쟁에서 승리하였는가? 다윈이 쓴 수만 통의 편지와 일기, 수천 종의 논문과 연구서를 바탕으로 다윈과 진화론을 둘러싼 의문들의 진위를 밝힌다. 빛의 아버지 아인슈타인 (자음과모음) 상대성이론을 상시하며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의 삶을 소설처럼 쉽게 풀어쓴 평전이다. 성공적인 과학자의 삶 이면에 감춰진 고통과 아픔을 통해 인물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중나선 (궁리) DNA 나선구조를 발견하며 노벨상의 영예를 안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공학의 발전과 DNA 연구과정을 보여준다. 논문 작업과정은 물론 여러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갈등하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주기율표 (교유서가) 국제주기율표의 해를 맞아 읽어봄 직한 과학서다. 멘델레예프를 비롯해 주기율표의 발전에 기여했던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핵심적 과학 이론들을 짚어본다.
- 2019-05-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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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나누기 좋은 도서
- ◇ 지혜로운 조부모의 감성 육아법 맑은샘생명학교 저ㆍ맥스미디어 30만 명 이상의 임산부와 조부모에게 영유아 교육을 진행한 각 분야 전문가 8인이 모여 조부만을 위한 육아 대백과를 펴냈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늘며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맡는 일이 많아졌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할머니와 엄마의 육아 방식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마음놓고 일할 최선책이 조부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이겨내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육아를 바라보길 독려하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제시한다. 서두에는 ‘할머니·엄마·아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지혜’와 조부모 양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다. 전반적으로 출생 후 24개월까지 조부모가 알아야 할 육아 관련 지식 등을 그림을 곁들여 알기 쉽게 보여준다. 더불어 응급 처치법과 베이비 마사지를 비롯해 조부모를 위한 특별 마사지까지 소개한다. ◇ 쉬엄쉬엄 가도 괜찮아요 서정홍 저ㆍ단비 산골 농부가 일하며 나누는 소박한 일상, 산골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58편의 시에 담겼다. 청소년 세대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노년의 슬기를 엿볼 수 있어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읽어도 좋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유홍준 저ㆍ창비 우리 땅 곳곳을 누벼온 유홍준 명지대학교 교수가 중국 대륙으로 떠났다. 1권은 삼국지의 무대 서안에서부터 만리장성을 지나 명사산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2권은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 막고굴 곳곳과 돈황문서의 다난한 역사를 그렸다. ◇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데이비드 미치 저ㆍ불광출판사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반려동물이 바라는 진짜 행복, 노년기 반려동물을 평화로운 죽음으로 이끄는 방법 등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았다. ◇ 너의 꽃놀이 김미녀 저ㆍ책밥 꽃을 찾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꽃놀이 여행 가이드북이다.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꽃이 피는 전국 72개 꽃놀이 장소를 추천한다. 방문하기 좋은 계절, 주차 여부, 인근 카페 등의 정보와 함께 필름에 담은 꽃 사진을 수록했다.
- 2019-05-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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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젓한 도서관 한 채
-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노인에겐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삶의 지혜와 경륜이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대우를 받아야겠지만, 도서관이 너무 많아 희소가치가 떨어지거나 용도가 많지 않아서인지 대우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아는 것을 말이나 글로 조리 있게 표현할 줄 몰라서 사장되기도 한다. 자기 전문 분야를 강연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회도 잡기 어렵다. 고려청자의 비법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된 것처럼 대부분의 노인이 입을 다문 채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30년간 댄스스포츠에 몸을 담았다. 5000여 편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댄스 칼럼’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댄스는 몸으로 하는 것이므로 글로 표현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댄스의 본 고장인 영국에 유학 가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선생으로부터 열심히 댄스에 관한 글을 쓰라는 격려를 받았다. 유능한 댄스 교사는 몸뿐 아니라 글로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다행히 나는 영어에 능통해 외국 서적과 인터넷에서 얻은 댄스 정보를 번역해 소개했다. 세계 챔피언급 선수들과의 교류와 인터뷰로 궁금한 내용들도 물어봤다. 세계 댄스 기구, 각국 문화원에 문의해 정보를 얻어 칼럼도 썼고 책도 여러 권 냈다. TV에도 출연했다. 그럼에도 대학교수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교수가 되기에는 나이가 많기도 했지만 인맥이 없으면 대학 강단에 서기 어렵다. ‘ISTD’는 ‘Imperial Society of Teachers of Dancing’의 약자다. 영국에 본부를 둔, 100년 넘은 댄스 관련 민간기구인데 ‘영국 황실무도교사협회’로 번역되어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곳에서 주는 자격증을 딴 사람이 많다. 명함이나 그들이 출간한 책자에는 버젓이 ‘영국 황실무도교사협회’ 회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얼핏 보면 영국 황실 산하단체로서 대단히 권위 있는 기구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단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서 ISTD 본부와 영국문화원에 문의해 이 단체가 ‘영국 황실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답을 받아냈다. ‘Imperial’이라는 단어가 ‘황제의, 황후의, 황실의’라는 뜻도 있으나 ‘제국의, 대영제국의’라는 의미도 있는데 ‘영국 황실’을 갖다 붙인 것이다. 100년 전 영국은 ‘대영제국(The British Empire)’이었다. 거기서 나온 ‘제국’이라는 의미라 했다. 영국문화원에 이어 ISTD 본부에서도 같은 답을 보내왔다. 일본에서는 그냥 ‘ISTD’라고 부른다 했다. 이 일은 내가 댄스와 관련해서 한 일 중 가장 큰 업적이다.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ISTD’는 여전히 ‘영국 황실무도교사협회’로 오역되어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댄스계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영어가 가능했기에, 또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얻어낸 결과다. 댄스에 관한 한 나는 버젓한 도서관 한 채라고 자부한다.
- 2019-03-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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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가 읽어볼 만한 새 책
- 새로운 다짐과 희망으로 가득한 1월 한 해를 시작하며 읽을 만한 신간을 소개한다. ◇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저ㆍ지식여행) 30년 넘게 전 세계인에게 회자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자인 아동작가 가도노 에이코의 에세이다. 2018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녀는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책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인생을 살기 위한 에이코 할머니만의 비법들을 담았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빛나는 자신만의 멋과 철학, 나이가 들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패션, 오랜 세월 즐겨온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그릇들, 딸기색 벽을 가득 채운 수많은 책 등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마흔 이후 빨간색 옷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 한마디에 ‘딸기색’을 자신만의 색깔로 삼은 저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매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장 속을 살피고 싶다”며 아름다운 삶의 비결과 꾸미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 저ㆍ느티나무책방) 10대 여고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30년 넘게 맥을 이어온 ‘할머니 독서모임’, 귀촌자가 모여 만든 ‘남원북클럽’ 등 저자는 전국 독서공동체 24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했다. ◇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 (노신화 저ㆍ포레스트북스) 말기 암과 치매를 앓는 시한부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딸의 마지막 76일을 그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가족의 질병이 갈등과 붕괴가 아닌 치유와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저ㆍ다산책방) ‘뉴욕타임스’, ‘가디언’이 추천하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유럽 소설의 새로운 목소리’로 주목받는 톰 말름퀴스트의 소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평범한 일상이 파괴된 한 남자의 비극을 담담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 왕초보 책과 글쓰기 도전 (가재산 외 공저ㆍ노드미디어) 100세 시대를 맞아 시니어들이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책과 글쓰기 방법에 대해 정리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문서를 정리하는 등 글쓰기에 효율적인 스마트폰 활용 노하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 2019-01-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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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 말고 방법 찾으면 경력단절 넘을 수 있어”
- 경력이 끊긴 중장년 여성의 재취업은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는 표현보다 ‘서럽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대구에서 만난 서기덕(徐基㥁·51) 씨도 그랬다. 수백 장의 이력서 제출과 수십 번의 면접 그리고 계속된 실망스러운 결과. 그래도 서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런 마음가짐은 주변까지 조금씩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재취업을 위해 낸 입사지원서는 100장이 넘을 거예요. 겨우겨우 면접까지 간 것은 세어보니 17번이더라고요. 몇 번 떨어져 보면 면접 대기실에 앉아만 있어도 대강 감이 와요. 특히 나란히 앉아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이번엔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기도 하죠.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젊은이들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으니까요.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시어머니 뇌종양 수발 위해 퇴사 서 씨는 원래 대구의 한 지역 케이블방송사에서 12년 넘게 일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의 꾸준한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 기자, PD, 캐스터 등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방송국 부설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 관리도 했다. 그러다 사랑하는 직장을 떠나야 했다. 2015년 시어머니의 뇌종양 판정 때문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평생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온 시어머니를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병수발 기간이 한 달이 될지 수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곁에서 모시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전날 씻겨드리는데 ‘고맙니요’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마지막 감사인사였던 것 같아요. 어른을 제대로 모시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 같아요.” 하지만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을 때의 현실은 냉혹했다. 다행히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국민연금공단의 복지플래너로 일할 수 있었지만, 기간제 일자리라 업무기한이 금방 다가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수십 장의 이력서, 자기소개서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 “사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죠. 대부분의 일자리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기존 구성원들과 일해야 하는 곳들뿐이었으니까요.” 서 씨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노사발전재단의 응원이 있었다. 지난 6월 노사발전재단의 대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한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도약 프로그램 참여 전까지 계속 면접에서 미끄러져 기운이 빠진 상태였으니까요.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협소한지 깨닫게 됐어요.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상담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죠.” 서 씨가 구직 활동을 통해 얻은 새 직장에 출근한 것은 지난 7월 2일 이다. 그야말로 17전 18기였다. 새로운 일터는 대구 동구에 위치한 아양아트센터. 이전 직장에서 획득해놓은 평생교육사 자격이 도움이 됐다. 그녀는 센터 시설 중 하나인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전문 분야에서의 새 출발 기뻐” 아양아트센터는 대구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문화시설 중 하나다. 대구 동구청이 출연해 설립된 곳으로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 도서관, 전시장,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 시설이다. 스포츠센터 이용 인원은 월 3000명에 달하고, 문화센터 수강생도 1500명이 넘는다. 한 학기에 진행되는 강좌는 180개, 강사만 70명 정도 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 직장에서 문화센터 운영 팀장으로 일하다 안내데스크 근무를 시작한 것은 일종의 ‘백의종군’이라 볼 수도 있다. 혹시 체면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단언한다. “당연히 좋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낯선 일이 아니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고, 그만큼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요. 모르는 것이 많아 계속 물어가며 일을 배워야 한다면 부끄럽고 힘들었겠지요. 예전에 알고 지낸 강사님과의 재회도 즐거워요.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재도약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가 나를 내려놓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을 때의 성취감은 보람이 됩니다.”
- 2019-01-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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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에게 주는 동화, 뮤지컬 ‘마틸다’
-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반가운 얼굴의 소녀들이 소개됐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들이다. 이번 뮤지컬 ‘마틸다’는 쿼드 캐스팅(한 배역에 배우 4명을 캐스팅하는 것)으로 4명의 어린이가 같은 배역을 맡았다. 4명의 배우 중 내가 관람한 회차의 주인공 설가은 양의 체구가 가장 작아 보였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내내 어찌나 당찬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똑 부러지게 연기와 노래를 잘 해냈다. 어떤 평론가가 우스개로 말했듯이 아동학대가 아닐지 우려될 만큼 긴 대사와 노래를 한다. 다섯 살인 마틸다는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을 만큼 독서광이고 천재성을 가졌다. 반면 마틸다의 부모는 매우 천박하고 무식하다. 마틸다를 낳을 당시에도 엄마는 화려하고, 야한 옷차림으로 춤 경연대회에 가야겠다고 하는 등 딸에게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는다. 춤바람 난 엄마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업가 아빠는 마틸다를 학대하고 방임한다. 부모는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책을 보지 말고 게으른 오빠처럼 TV를 보라고 윽박지른다. 엄마 역할은 뮤지컬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최정원 배우가 연기했다. 부풀린 머리, 천박하게 느껴지는 말, 옷차림이 잘 어우러져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학교에 간 마틸다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담임인 ‘미스 허니’ 선생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힘이 없고, 겁이 많아 교장 선생에게 꼼짝을 못 한다. ‘미스 트런치불’이라 불리는 교장 선생은 아이들을 몹시 싫어하는 괴팍한 여자다. 아이들을 혐오해서 마틸다를 포함한 학생들을 괴롭힌다. 트런치불 교장 선생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학교운영으로 친구들과 미스 허니 선생은 공포에 떤다. 그러나 조그마한 여자 어린이인 마틸다는 용감하게 맞서 “옳지 않아!”라고 소리친다. 무대에서 미스 트런치불이 워낙 체구가 크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서 긴가민가했는데 그 역할을 남자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여장을 한 것이었다. 올백의 쪽진 머리를 하고 어깨를 부풀린 투피스, 긴 부츠를 신었는데 그 모습이 참 잘 어울려 재미를 더했다. 아이들이 여러 줄의 긴 그네를 타는 장면은 무대를 벗어나 관객석까지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펼쳐져 신선했다. 뮤지컬 ‘마틸다’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옳지 않은 세상을 향한 재기발랄한 일침이 돋보이는 이 뮤지컬은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커서 가히 어른 동화라 해도 될 만하다. 어른들도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사는데,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외치는 용감한 마틸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또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뮤지컬이다. 등장하는 어린이 배우들을 보니 우리나라 뮤지컬의 장래가 매우 밝겠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지금도 당찬 아이가 불의에 맞서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외치는 카랑카랑한 대사 “옳지 않아!”가 귀에 맴돌고 있다.
- 2018-12-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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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밭의 회수권
- 삼수의 고통 끝에 도도한 대학 문이 열렸다. 3월의 꽃샘추위도 매섭게 따라붙었지만 나에게는 달짝지근한 딸기바람일 뿐이었다. 개강 후 일주일이 지난 하굣길에도 추위는 여전했다. 발을 동동거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내 옆에 순한 인상의 남학생이 언뜻 보였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타는데 그 남학생도 같이 차에 오르는 게 아닌가. 붐비는 차 안에서 이내 자리가 나자 옆에 있던 남학생이 나에게 앉으라며 눈짓을 했다. 그러고는 가방을 받아주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신입생이냐, 전공이 뭐냐 등으로 이어졌는데 알고 보니 신기하게도 우리 과 4학년 선배였다. 그날 이후 선배는 하굣길 파트너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시로 내 강의실에 일 없이 찾아오는 유명인이 되었다. 현수 선배였다. 그 즈음 나는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이 힘에 부쳤지만, 삼수까지 한 마당에 또다시 시작할 기력은 없었다. 선배는 그런 고민으로 꽃청춘이 꺾여서야 되겠냐는 말로 한번 웃겨주고 마침 본인이 우리과 장학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그로부터 장학생 선배의 개인 과외가 시작되었다. 찬기 도는 빈 강의실에서 자신의 점퍼를 내 어깨에 덮어주고는 안 춥다 말하는 입술을 덜덜 떨었다. 오히려 내 손이 차다며 폭신폭신한 앙고라 장갑을 끼워줬다. 혼자만의 비밀 문건이라며 기출문제를 뽑아오고, 교수님별 족집게 예상문제도 추렸다. 내가 시험 보는 날 속이 탄다고 복도를 서성대더니 차라리 자신이 대신 봤으면 좋겠다고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선배의 활약 덕분으로 훈훈한 성적이 올라왔다. 그런데 2학기를 시작할 때쯤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든 옅은 허전감이 스멀스멀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생각해보니, 재수강의 험난한 길을 면하려고 하늘같은 선배의 비호 속에서 성적은 얻었는데 다른 게 없는 거였다. 캠퍼스는 모름지기, 미팅으로 부산하고, 지성인의 논쟁을 빙자한 야단스런 동동주 잔치에, 열정을 쏟는 동아리, 이런저런 상큼한 로맨스가 필수 예약된 풍경일 터였다. 그런데 바람과는 달리 어느 것 하나 담은 것 없이 덩그러니 빈 바구니만 흔들거렸다. 친구들과의 교류를 원천차단하는 하교 동행, 공부를 이유로 도서관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실려 윤기 없는 청춘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시도 때도 없이 강의실로 찾아오는 바람에 내가 원래부터 선배와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소문까지 무성했다. 그러니 그 흔한 미팅 제의 한 번 받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기웃거려보지도 못하는 이상하고 괴상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적이 보장되는 꿀팁이 필요했을 뿐, 다 따주겠다는 별과 달은 필요치 않았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는 공감 안 돼는 말에는 침묵했다. 맞닿는 곳이 다른, 정확히 뭐라 명명할 수 없는 어정쩡한 관계 속에 걸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4학년 중에 나이 꽉 찬 과대표 형이 있는데 솔로라는 것이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즉 소개팅을 주선하라는 것이었다. 경험도 없고 내 코가 석자인 형편이라 시큰둥해했지만 웃기기도 하면서, 마침 생각나는 언니가 있어 일을 벌여보기로 했다. 야무지기가 빈틈없고 콧소리가 매력적인 친구 언니다. 얼마 전 혼자라는 말도 들었다. 주말에 학교 앞 조명 어둑한 경양식집에서 만나기로 벼락같이 약속을 잡았다. 나와 선배가 먼저 가서 기다렸고 언니가 검은 롱코트로 점잖게 꾸미고 들어섰다. 조금 늦게 마른 몸매의 과대표 형이 수수한 청바지 차림으로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앉는데 약간 닳아 있는 코트 소매 끝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좋은 시간 가지라 인사하고 나오는네 알 수 없는 짠한 설렘이 엉겨붙었다. 다음 날 언니는 무슨 남자가 소개팅하는데 지각을 하느냐, 첫 만남인데 옷차림에 성의가 없다는 등 불만을 늘어놓았고 결국 소개팅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야릇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대표 형이 내 밤잠을 빼앗아간 것이다. 야윈 체격에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담담히 걸어오던 모습이 자꾸 마음을 건드렸다. 시간 따라 옅어지기는커녕 누를수록 생채기만 덧났다. 급기야 과대표 형을 보려고 4학년 강의실을 넘겨다보는 어처구니없는 짓까지 하고 말았다. 우연을 가장해 서성거리다 마주치면 인사 한번 나누는 게 뭐가 그리 좋던지. 그런데 그런 만남에도 위기가 닥쳤다.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방학이 되면 그 딱한 만남조차도 끊길 테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궁리 끝에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당시 학생들은 버스를 탈 때 회수권을 사용했다. 그 회수권은 정해진 요일에 학교에서 구입해야 했다. 생각이 회수권에 이르자 더 이상 방학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12월의 어느 날 과대표 형이 매일 도서관에 간다는 정보를 접수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망설임 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단번에 과대표 형을 찾았고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네… 부탁이 좀 있어서요. 회수권이 필요한데 내일 시간이 없어서요. 학교 매일 오시니까 10매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내일 사놓으시면 제가 모레 찾으러 올게요.” “그래, 알았어. 근데 왜 현수한테 말하지 않고?” 현수 선배 얘기는 예상 못한 질문이어서 순간 멈칫했다. 다행히 과대표 형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내가 주는 돈을 받아 넣었다. “고맙습니다. 모레 올게요.” 한파를 뚫고 온 보상은 넉넉했다. 오늘도 보고 필연적으로 모레도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을 꾸미고 나니 내가 너무 장해 보였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과대표 형 만날 때 입을 원피스를 정성스레 다렸다. 그리고 저녁에 영어학원을 가려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래, 내일도 눈이 하염없이 내려주기를. 그래주기만 한다면 과대표 형의 마음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겹겹이 설렘밖에 없었다. 현수 선배가 사준 앙고라 장갑을 살포시 꼈다. 함박눈을 맞으며 학원 가는 눈길이 반짝였다. 공부를 마치고 나오는데 학원 앞에 선배가 있었다. 점퍼에 딸린 모자를 올려 썼는데 녹지 않은 눈이 모자에도 어깨에도 소복했다. 얼른 달려가 어깨의 눈을 털어내려 할 때 선배가 먼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쑥 내밀었다. 앙고라 장갑 위에 올려놓은 것은 기다란 종이 다발. 회수권이었다. 순간 떨군 손에서 밀려난 회수권은 눈밭으로 파묻혔다. 회수권을 집어 묻은 눈을 조심스럽게 털어 다시 내 손에 쥐어주며 선배가 말했다. “낮에 학교 갔더니, 과대표 형이 주더라. 네가 부탁한 거라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어떻게 회수권이 선배에게서 내게로 오게 됐는지, 마음 따라 손도 같이 바들거렸다. 왜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았는지, 어떤 말도 선배는 덧붙이지 않았다. 양심이 희미해졌을까. 고단한 선배 얼굴이 측은해 아린데, 더 큰 원망이 마음 한구석에 떡하니 버텼다. 왜 마다하지 않고 그걸 가져왔냐고. 한 번쯤 그냥 두면 안 되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리던 함박눈은 폭설로 변해 얽히고설킨 감정을 덮어주었다. 현수 선배를 통해 답을 준 과대표 형도, 앙고라 장갑에 회수권을 올려놓던 안쓰러운 현수 선배도 눈난리가 난 그날 모두 내려놓았다. 설익은 청춘은 야위어가도 잇속을 챙기지 않았다. 다만 그득한 마음을 주는 데 서툴렀을 뿐. 아직 간직하고 있는 현수 선배의 편지를 꺼내들었다. 아무 말 없이 회수권을 전해주고 간 며칠 뒤, 현수 선배가 보내온 손편지에는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쓰라렸다”고.
- 2018-12-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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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즐기는 소소한 취미 ‘오늘부터 수채화&캘리그라피’
-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는 12월에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꼭 생일처럼 축하할 일이 없더라도 한 해 동안 즐거웠던 추억이나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카드 한 장 선물해보면 어떨까? 시중에서도 다양한 카드를 사서 쓸 수 있지만, 정성을 더해 직접 만들어준다면 더욱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수채화와 캘리그라피를 응용해 카드는 물론 다양한 소품 제작 방법까지 알려주는 ‘오늘부터 수채화&캘리그라피’를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오늘부터 수채화&캘리그라피’(고은정 저) 자료 제공 즐거운家 입문자도 쉽게 따라 하는 친절한 기초 가이드 수채화나 캘리그라피를 배워본 적 없더라도 책의 안내대로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이 책은 작업에 필요한 도구의 종류와 구입 요령, 그러데이션 등 기본적인 수채화 기법을 다양한 이미지와 더불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초 단계라 해서 무조건 단순한 기법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소금, 알코올, 마스킹액 등 일반적으로 쓰이는 물감과 붓 외의 소재로도 표현할 수 있는 쉽고 독특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빠짐없이 꼼꼼하게 보여주는 채색 순서도 레시피, 취미 안내서 등을 보고 순서대로 따라 하다 보면 간혹 중간 과정이 생략되거나 이미지 없이 글로만 묘사돼 있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수채화는 유화(또는 아크릴화)와 다르게 덧칠을 했을 때 본래의 색을 표현하기 어려워 수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물감을 칠할 때의 순서도 중요하다. 무작정 칠했다가는 원하는 그림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는 채색 순서를 최대한 촘촘하게 단계를 나눠 순서에 따른 이미지와 함께 설명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감성 소품 만들기 수채화와 캘리그라피를 응용해 다양한 일상 소품을 만드는 방법도 보여준다. 무늬가 없는 책갈피, 편지봉투, 연필꽂이, 머그잔 등에 자기만의 감성을 담은 그림과 글씨를 새겨넣는다. 조금 만족스럽지 않아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소품이라는 데 의미를 두자. 단, 여분이 없는 재료에 작업을 할 때는 아무래도 주의가 필요하다. 미리 스케치북 등에 도안을 그려보고 충분히 연습해보길 권한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 #plus 1 ‘글씨만 예쁘게 쓰면 되겠지’ 하기 쉽지만, 막상 캘리그라피에 도전해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붓이나 붓펜 등의 사용이 익숙지 않고, 글자 간 균형과 조화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초보자라면 전문가의 글자를 보고 똑같이 베껴 쓰는 연습이 도움된다. 책에 실린 한글과 영문 캘리그라피 연습장을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익힐 수 있다. #plus 2 수채화를 하다 보면 색칠보다 스케치가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채색은 눈에 보이는 물감을 칠하면 그대로 나타나지만, 밑그림은 보는 대로 형태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책에 나온 수채화들은 부록에 실린 도안을 이용해 그대로 스케치해볼 수 있다. 도안 뒷면에 먹지를 놓거나 연필로 전체를 칠한 후 수채화 종이를 위에 얹어 따라 그리면 된다. #plus 3 책에도 꼼꼼하게 설명이 돼 있지만 아무래도 붓놀림이나 물감의 농도 등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369star) 채널에 올라온 다양한 수채화, 캘리그라피 강좌를 보면 사진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활용법들도 있으니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방문해도 좋겠다.
- 2018-12-03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