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100여 일 만에 야외로 차를 몰았다. 긴 낮을 거의 칩거하다시피 했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TV에 비치는 세계의 유명 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잿빛 도시처럼 싸늘하게 식은 것은 지구촌이 처음 겪는 일이다.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흑사병으로 신음하던 중세 시대의 모습과 같다. 첨단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풍경이다. 뭔가 뻥 뚫리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마침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고 있어 결행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모처럼 먼 길을 달렸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으로 차가 붐볐다. 마스크를 쓴 채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걷기 좋은 길이라서 꼭 가봐야지 하던 곳이다. 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걷기 좋은 길 10선’에 들기도 한 명소다. 괴산댐이 건설되기 전 봇짐장수들이 넘나들던 옛길을 살려 놓았다. 왕복 20여 리나 되는 길을 강물을 따라 걷게 된다. 물과 숲이 어우러져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해외 유명한 트레킹 코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입구에 들어서니 주변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여 있다. 산막이 길이라는 명칭은 이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괴산호 주변에 울창한 노송과 굴참나무 길로 자연 생태공원이다. 푸른 강을 옆에 끼고 숲이 해를 가려 걷기에 금상첨화다. 가는 길마다 스토리가 있어 지루하지도 않다. 연화협, 여우비 굴바위, 남매 바위, 매 바위, 앉은뱅이 약수, 삼신 할매바위, 꾀꼬리 전망대, 신랑·각시 바위, 괴산 바위 등이 있다. 산굽이를 돌면 옛날 호랑이가 살았을 듯한 호랑이 굴을 만날 수 있다.
트레킹 코스로는 주차장에서 등잔봉까지 약 1.2Km를 올라 유람선 선착장까지 걸어 내려오는 길도 있다.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등산이 아니면 강 물줄기를 따라 왕복 두 시간 정도 코스로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연장자나 아이들은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지 선착장에서 모두 만나 도토리묵이나 맷돌로 손수 빚은 순두부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강줄기를 따라 걷는 길에 앉은뱅이 약수를 만났다. 전설에 의하면 앉은뱅이가 이 약수를 먹고 일어나 걸었다 한다. 흘러나오는 약수를 한 바가지 들이키니 더위가 확 가시는 듯 가슴이 썰렁하다. 이때 약수터 옆에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몰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다람쥐가 모델이었다. 처음이 아니라는 듯 다람쥐는 여유 있게 자세를 바꾸며 포즈를 취한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바로 코앞에서 이루어지는 광경이었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먹이를 입에 물고 양 볼이 볼록한 귀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약수터를 지나 긴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군 복무 시 유격 훈련할 때 타봤던 생각이 난다. 양쪽 밧줄을 잡고 출렁이는 다리를 걷는다. 가다가 심술 많은 사람이 일부러 흔들 때는 더욱더 심하게 요동친다. 연인들과 초보자들의 괴성이 숲에 메아리친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공중곡예하듯 걷는 기분이 여간 설레지 않는다.
깎아지른 40m 절벽 위에 세워진 꾀꼬리 전망대에서는 짜릿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괴산호를 가슴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물레방앗간에 이르니 흐르는 물에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한결 정겹다. 소가 이끄는 디딜방아에서는 곡식으로 빚은 따끈한 떡이 나올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손수 만든 손두부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도토리묵에 파전을 추가하여 배를 채우고 왕복 두 시간 거리를 걸으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괴산 산막이옛길은 이래서 충전이 필요한 도시 사람들에게 한 번쯤 가볼 만한 필수 코스다. 해외 어떤 여행지 못지않게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부터 사운리 산막이 마을까지(입장료 무료, 주차료 2000원)
디지털 실버,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이 자주 귀에 들려오는 요즘이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시니어들의 삶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가 청파 윤도균 님을 만난 건 순수문학 수필작가회에서다. 팔순을 코앞에 둔 나이에 아직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인천 N방송 시민기자로도 활동한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그 열정은 디지털 실버, 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인생 선배로서 닮고 싶은 분. 요즘은 주 3회 근처 초등학교에 나가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단다.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에게 시니어의 삶이란 뭘까.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은퇴 전에는 어떤 일을 하였는지?
처음에는 종로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 판매사업을 했다. 그런데 일할 때 양심을 속일 때가 있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했다. 판매사업 일에 회의가 들던 차에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일이 연결되어 학원 사업으로 전환을 하게 됐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교육과 관련된 일이 싫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학원 사업을 하며 20여 년간 독서실 운영도 했다. 하루에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을 통솔하며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를 했다. 그 일도 판매 사업 못지않게 힘들었다. 하지만 해맑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조언도 해주고 예뻐하니까 아이들도 나를 따랐다.
교육 사업은 7년 전에 접었다. 시대의 큰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정성들여 운영해오던 사업을 접을 때는 마음에 다소 서운한 감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퇴 결정 과정은 어떠했는지?
20여 년간 일궈온 사업을 접을 때의 감정은 누구나 다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고 욕심 같아서는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업자는 전망 흐름을 보고 빨리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마음을 내려놨고 한편으로는 편했다. 제2의 인생, 은퇴 후의 꿈을 설계하며 접었다.
이모작 인생은 계획한 대로 잘 이루어졌는지?
하던 일(직업)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처음엔 헛헛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내가 만약 어느 날 갑자기 퇴직했을 때’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마음속에 써두고 적응 훈련을 했다. 대안도 미리 생각해놔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사업할 때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내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살았다. 퇴직과 함께 잡념을 없애기 위해 먼저 운동(등산, 헬스)을 시작했다. 사실, 직장에서의 퇴직이 아니라 내 일을 하다가 일을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일반 은퇴자들보다 나는 나이가 많았다. 어느새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강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평소 내 성격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있으나 마나 한 인간’으로 취급되는 걸 가장 싫어한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지만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 땀 흘려 운동했다. 그러자 사업할 때와 비교해 건강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스스로 느낄 정도였고 마치 회춘하는 것 같았다. 자랑이 아니다. 몸이 달라지는 걸 실질적으로 체험했다. 건강하니까 매사가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도 긍정적이고 의욕적이었다.
은퇴 전과 후의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나?
금전적인 면에서 보면 은퇴 후의 생활이 많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퇴직 후 줄어든 수입으로 인해 생활이 척박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란 한도 끝도 없는 것,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세월 따라 사람이든 자연이든 영원하지 못할 것이기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깨달으려고 했다. 작은 욕심조차 내려놓으면 편했다. 그렇게 즐거운 나의 ‘인생 이모작’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퇴직 전에는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꿈, 소망’ 같은 것을 생각하다가도 돈 생각으로 이어지면 애써 잊으며 살게 되더라. 그런데 이제 은퇴자가 되니 청년 시절 꿈꿔왔던 글쓰기, 사진, 컴퓨터, 운동, 여행, 친목모임, 봉사활동, 취재, 기타 등을 마음껏 하고 배울 수 있어 좋다.
우연한 기회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선발되어 13년에 걸쳐 약 300여 편의 기사도 썼다. 인천 N방송 시민기자로 영상뉴스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또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글쓰기를 통해 수필작가로 정식 등단도 했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내 나이 일흔일곱이다.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그래도 십몇 년째 계속해온 새벽운동은 빼먹지 않는다. 아침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동네 단골 헬스장으로 향한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한 시간에 걸친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으로 2시간을 보내고 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렇게 하루를 열고 집으로 돌아와 개인 블로그 ‘청파의 사람 사는 이야기’에 새 글을 쓰고 댓글도 읽고 답장을 쓴다(그는 블로그 운영을 17년째 하고 있다. 요즘도 하루에 800~1000여 명이 다녀간다. 블로그 활동은 손자인 도영이를 돌보면서 시작했는데, 도영이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은퇴를 앞둔 시니어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지?
조언이랄 것은 못 되고, 은퇴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사람마다 환경, 조건이 다르지만 인생 이모작 시대를 새로 개척해 살아야 하는 은퇴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첫째 : 자신의 현실에 맞는 소박한 은퇴 설계를 하라.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은퇴 설계에 포함하라.
둘째 : 가족과 시간을 많이 가져라. 지금까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삶을 살아라(가사분담 등).
셋째 : 꾸준히 운동하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라(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은퇴는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으로만 간직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여운이 남았다. 아울러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떠올랐다.
그는 칠순 때, 북한산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고 그 후 2년에 한 번씩 암벽등반을 꾸준히 하고 있다. 팔순에는 북한 암벽등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니어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우리나라는 정부 당국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대처를 잘했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의 모범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확진자 및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최근 1주일간 확진자가 20명 이하를 기록했다.
거리에 나서보아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렵고 수시로 손을 씻는 국민 위생개념도 놀라보게 달라졌다. 불편한 점으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문을 닫거나 이러저러한 제약이 달렸다. 건강한 사람이 즐겨 찾는 종합운동장의 공공체육시설까지 문을 닫는 초강수가 뒤를 이었다.
갈 곳이 없어진 건강한 시민들이 ‘방콕’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둘레길이나 인근 공원을 찾기도 하고 등산을 했다. 도심의 인근 산들은 넘쳐나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건강한 사람에게 계속 ‘방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종합운동장의 실외 공공체육시설을 오픈해 달라고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감기 또는 고열증상이 있는 사람은 출입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아 허락이 되었다. 구체적 행동요령으로 입장 시에 발열 체크를 하고 회원들끼리 반갑다고 손으로 악수하지 말도록 했다. 다음 차례를 위해 대기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먹는 단체 뒤풀이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했다.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행동강령이다. 이제 건강한 사람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종합운동장의 축구, 족구, 인라인, 테니스, 육상 경기장 등이 문을 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26일 발표에 의하면 당일 신규 확진자 10명 중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가 9명이었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례는 1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이제 코로나19는 별일이 없는 한 서서히 소멸할 것으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 오픈하지 못한 학원이나 학교도 장소별로 적절한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준수토록 하여 단계적으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기다리던 공공체육시설이 일부 개방 되어 내가 즐기는 테니스코트에 들어서서 동호인들을 만나니 감개무량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는 소확행(小確幸)이 떠올랐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을 때,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했다. 테니스장에서 건강한 몸으로 함께 운동할 동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확행의 행복이 될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다.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공기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혼자 하는 걷기가 아니라 상대가 있는 시합이라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지나친 승부욕으로 싸움까지 해서야 곤란하지만 어느 정도 승부욕이 있어야 운동경기는 재미있다. 이기려고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 찾아내야 하고 나의 허점은 숨겨야한다. 파트너를 믿고 작전을 세우는 것도 묘미가 있다. 다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달리고 몸을 돌려 틀고 점프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운동해야 한다는 소확행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겼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글쓰기 동호회에서 내 나이 또래의 하유수 선생(이하 하 선생)을 만났다. 첫인상이 웃는 얼굴상이어서 그런지 까다롭지 않고 마음씨 좋겠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시니어라는 나이가 되면 직관력이 발달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척 보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아차리는데 3초면 충분하다. 한발 더 나가서 내가 피해야 할 사람인지 다가가야 할 사람인지도 몇마다 말을 섞으면 느낌이 있다. 경륜이라는 시간 덕분이지만 신통하게도 대부분 적중한다.
하 선생은 전직이 고위소방공무원이었다. 문무를 겸비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격인 ‘소방관리사’자격증을 갖고 있다. 소방관리사는 소방시설물을 점검하는 업체에서는 법적으로 의무고용을 해야 한다. 시험이 어려워 배출된 소방관리사가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아 현재로서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자격증이다. 평소 배우기를 좋아해서 자식들이 해외여행이나 다니시라고 권해도 공부가 좋다며 요즘도 다양한 교육장소를 찾아다닌다.
하 선생을 몇 번 만나다보니 이분이 한문에 관심이 많고 박식 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 번도 못 가본 서당을 두 번이나 다녔을 정도로 한문 기초가탄탄하다. 한시(漢詩)를 여러 편 줄줄 외운다. 이옥봉, 허난설헌의 작품을 줄줄 외운다. 특히 ‘황진이’를 좋아해서 황진이 관련 여러 자료들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황진이 평전 같은 책을 써보겠다고 야심만만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 선생이 과거 폐암에 걸렸는데 치료를 위해 명예퇴직을 했다는 아픈 과거사 최근에야 알았다. 등산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 선생은 산행 중에 꼭 쓰레기를 줍는다. 처음에는 선행으로 쓰레기를 줍는지 알았는데 직업인처럼 산행 시 마다 쓰레기를 줍는다. 길거리에서도 쓰레기를 줍기는 귀찮은데 위험한 산비탈에서 곡예 하듯이 쓰레기 줍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무슨 사연이 있거나 굉장한 결심을 한 사람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기로 작심하고 기회를 기다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방콕’시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봄의 꽃과 새싹들을 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뒷산으로 잘 알려진 관악산에 하 선생과 등산을 가기로 했다. 역시 이번 산행에서도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다 줍는다. 전에는 쓰레기를 손으로 주어 등산 가방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손 집게를 준비했다. ‘쓰레기 줍겠다고 집에서부터 작정하고 나왔군요.’ 하고 내가 말하자. 코로나 사태로 쓰레기를 직접 줍거나 가방에 그냥 넣기도 비위생적인 것 같아 집게로 집고 검은 비닐에 담아 집으로 갖고 가서 쓰레기봉투에 버린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 위생 개념을 크게 발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쓰레기를 줍는 하 선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느냐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내가 계속 조르자 그는 슬픈 듯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자신이 한때 폐암에 걸려 항암주사를 맞았는데 4번째 항암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너무 두렵고 아픕니다. 저를 고쳐주시면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습니다.’하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성경 이사야 10장 10절의 말씀인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하는 성경 구절이 불현듯 생각나더란다. ‘아 나는 나을 수가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갑자기 솟구치고 스스로 감동의 전율이 몰려오더란다. 간절한 기도의 보람인지 항암주사의 효과인지 잘 모르지만 김 선생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암의 사슬에서 벗어나자 하나님에게 약속한 데로 무슨 봉사활동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찾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쓰레기를 줍자는 생각이 들더란다. 쓰레기는 더럽기 때문에 자기가 버린 쓰레기도 자기가 줍기를 싫어한다. 혐오 물질인 쓰레기를 치우면 더럽던 곳이 깨끗해지고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보시(普施)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 이 일을 내가 해보자 하고 결심을 굳혔다.
행복이나 즐거움은 내 마음속에 있다. 내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면 아무리 더러운 일을 해도 기쁜 마음이 우러난다. 내가 주운 쓰레기 덕택에 주위가 깨끗해지면 쓰레기 버리는 사람도 줄어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더 즐겁다고 한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행복 해한다. 스스로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하니 만나는 사람에게도 좋은 말을 하게 된다. 덕택에, 덕분으로는 말을 자주 했더니 진짜로 자식들이 진급도 하고 아파트도 당첨되고 하는 일마다 술술 잘 풀린다. 손자 손녀들도 공부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웃는다. 하 선생의 웃음은 웃음 바이러스로 보는 사람에게도 전파되어 우리를 웃게 만든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가 음산한 안개처럼 온몸을 감싸고돈다. 주말이면 즐겨하던 테니스운동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테니스장이 폐쇄되는 통에 통하지 못했다. 테니스장뿐만 아니라 사람이 모여 운동하는 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예방의 한축인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운동은 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딱히 운동할 곳이 없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운동을 못한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고 달포가 지나다 보니 몸도 근질근질하고 쌓이는 뱃살에다. 뭔가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고 맑은 공기와 햇볕을 마음껏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생각해보니 등산과 걷기가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걷기보다는 두 세 명이 함께 하면 무엇을 해도 좋다. 서로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혹 모를 사고가 발생해도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좋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친구 두 명에게 ‘서울둘레길’157km을 함께 완주 해보자고 의사타진을 했더니 쌍수를 들어 답을 한다. 매주 토요일 10시에 출발지에서 만나서 10km정도 걷는 것으로 대략적인 얼개를 짰고 이미 몇 개 코스는 실천을 했다.
제4코스 양재시민의 숲에서 출발하여 소가 잠을 자는 형상의 산이라는 우면산을 돌아서 사당역까지의 도보길 7.6km 3시간 20분 코스다. 만나기로한 양재시민의 숲 5번 출구에서 일행 3명은 단1분도 지각하는 사람이 없이 만났다. 작은 약속도 약속이다. 우리는 철칙처럼 시간 약속은 지킨다고 다짐을 한 사람들이다.
일행 세 사람은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주제가 공유되어 좋다. 지난주에 쓴 글이나 읽은 책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한다. 오늘 대화 중 한 토막은 법륜스님이 71세의 어느 할아버지에게 잘 늙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주제가 되었다. 봄꽃은 예쁘지만 떨어지면 지저분해서 비로 쓸어버리지만 잘 물든 단풍은 떨어져도 사람이 주워가서 책갈피에 꼽기도 한다. 즉 잘 늙으면 청춘보다 낫다는 말에 여유로운 ‘시간부자’ 시니어는 공감했다. 잘 늙는 방법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과로하지 말고 잔소리를 줄이고 재산관리를 잘 하라는 말이다. 세 사람 걷기 친구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아님에도 실천이 어렵다는 생각을 함께 하며 계속 걸었다.
산행 중에 말을 하면 숨이 가빠온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과욕을 하지 않는 시니어의 산행 기본이다. 빠른 걸음으로 잽싸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이에게는 길을 비켜준다. ‘산악마라톤’하는 20대의 청년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달려간다. 나도 한때는 산악마라톤을 했지만 지금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게 멈출 때 멈추는 것도 용기다.
도보 중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원들을 만났다. 보이지 않는 유권자들을 찾아 산에까지 올라오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손뼉을 쳐주며 이런 초심을 잃지 말고 당선되면 끝까지 국민을 생각해달라는 내 반응에 운동원들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무리 소리쳐도 무덤덤한 유권자들만 보다가 파이팅을 해주며 반응하는 내 모습에서 힘을 얻는 눈치다. 내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얻게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종착지인 사당역까지 왔다. 유명하다는 냉면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4월의 햇볕과 봄바람에 진달래꽃의 향기가 더해져 면역력이 강화되었을 것이라고 믿으니 졸음이 올 정도의 피곤함에도 기분은 좋다.
모든 병을 고치는 영역이 의사의 몫이라면 예방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직접적 예방법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은 우리의 일상사가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불안하다. 조심한다고 해도 사람을 매개체로 전파되는 병원균은 언제어디서 누구로부터 전염될지를 모른다. 오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문자가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월19일까지 2주 연장되었으니 한번 더 동참해달라는 호소문자다. 남들과 2m이상 떨어져 혼자 하는 면역력 강화 운동을 생활에서 찾아 계속해야겠다.
국악인 김영임이 남편인 개그맨 이상해가 과거 위암 선고를 받았던 사실을 언급했다.
27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김영임-이상해 부부는 ‘아내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 생긴다?’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방송에서 김영임은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친해져야 하는데 우리 남편은 병원을 안 간다”며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지 않나. 예약을 해놓고 금식을 하라고 하면 화를 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는 ‘내가 저런 남자랑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며 “그런데 건강검진을 받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위암이라고 하더라. 그때 검사를 안 받았으면 지금 이 자리에 못 있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말하며 울컥했다.
현재 이상해는 치료를 마치고 회복한 상태다. 김영임은 “치료하고 6~7년이 지났다. 수술하고 나면 하루 식사를 조금씩 8번 해야 한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고 검사를 받으러 가니 남편이 ‘술은 언제 먹어도 되나요?’라고 묻더라”며 웃었다.
이날 김영임은 이상해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김영임은 “결혼하고 나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 등산을 간다거나 집에서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걷기 운동을 한다거나. 이런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이라며 “지금도 윗저고리를 벗으면 괜찮을 거다”라고 남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다.” 중장년을 위한 자기계발서 ‘비바 그레이’의 저자 홍동수(64) 씨가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공통점이다. 패러글라이딩, 암벽등반, 스쿠버다이빙, 승마, 요트 등 거의 모든 레포츠를 섭렵한 그에게 ‘젊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 “나이를 느껴본 적이 없다. 고로 나는 매 순간이 젊다.”
도움말 홍동수 ‘비바 그레이’ 저자
홍동수 씨와 같은 중장년을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라 부른다. 본래 이 말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이 처음 사용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패턴이 가족 중심에서 여가, 자기계발 등 자기 중심으로 변화한 것에 착안한 용어다. 한국에서도 여가와 취미, 소비를 즐기며 사회생활에도 적극적인 50~60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줄곧 쓰인다. 액티브 시니어의 경우 과거 노인층과는 확실히 구분되며, 육체뿐 아니라 경제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혈기왕성한 성향을 띤다.
‘액티브’(활동적인)라는 의미처럼, 이들은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청년 시절보다 더 활발한 여가와 취미를 즐기고 있다. 홍동수 씨는 “레포츠 동호회에서도 직장생활로 바쁜 젊은 세대보다 시간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이 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일까? 첫째, 삶의 행복과 심리적 안정을 준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사회적 혜택을 얻는다. 셋째, 신체적 여가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뭐래도 즐거워한다.
액티브 어덜트, 더할 나위 없이 놀자!
국내 최초 설악산 대청봉 패러글라이딩 및 샌드 요트 제작, 에베레스트 원정, 초경량 항공기 면허, 스쿠버다이빙 자격 취득, 그룹사운드 INDKY의 베이시스트 등등. 액티브 시니어 홍동수 씨의 활동 이력이다. 젊은이조차 엄두를 못 내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는 “오히려 나이가 들면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 덕분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나 신체가 아닌 마음가짐. 물론 취향의 차이는 있다. 시니어 레포츠 전문가인 그에게 사람들은 ‘어떤 액티비티를 즐겨야 좋을지’ 자주 묻는다. 이에 그는 ‘에니어그램’(Enneagram, 성격유형검사)을 기반으로 추천 종목을 정리해뒀다.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에니어그램’을 검색하면 손쉽게 자신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 궁금증, 바로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것. 장비의 경우 대부분 대여가 가능하고, 동호회 등을 통해 중고로도 구매할 수 있다. 활동보다는 고가의 장비 수집이 취미인 이들도 있어, 그야말로 자기 나름이다. 홍동수 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마련한 공식(?)을 내놓았다. ‘장비 구입비는 한 달 생활비 정도, 활동비(이용료, 입장료 등 하루 경비)는 하루 생활비 정도’로 계산하라는 것. 그의 경우 장비 구입비는 300만 원 선, 활동비는 하루 10만 원 선으로 보고 있다. 금액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지는 않는가? 홍동수 씨는 말한다. “레포츠는 돈보다는 열정과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각종 레포츠 모임이 주춤한 상태다. 그는 이때를 틈타 준비해둘 것이 있다고 조언한다.
“나이를 떠나 레포츠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 근력이 필요합니다. 집에서라도 조금씩 운동하며 기초 체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능력 있는 우리 시니어가 ‘잘 노는 사람’까지 된다면, 드디어 완벽한 인생을 누리는 첫 세대가 아닐까요?”
홍동수 씨가 권하는 상황별 레포츠
◇ 은퇴 후 부부가 함께하려면 ‘산악자전거’
산악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보다 더 위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외로 안전하다. 우리나라는 산마다 임도(산간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이 길은 등산로와 다르다. 사륜구동차도 다닐 수 있다. 아내도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건강해졌다. 산악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전국일주도 가능하다.
◇ 럭셔리한 취미생활을 원한다면 ‘승마’
승마는 귀족 스포츠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말을 구입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부유한 이들도 말을 소유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다양한 승마 체험의 재미가 있는데, 말을 사면 자기 말밖에 탈 수 없고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정적이고 우아한 활동으로 여기기 쉬운데 의외로 격렬하고 체력소모도 심하니, 이 점 고려하자.
◇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땐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중장년이 꽤 많다. 하늘에 떠서 고요히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기 좋기 때문이다. 조절하기 나름이지만, 길게는 4~5시간도 공중에 떠 있다.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며 성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적인 레포츠다. 잠깐 교육만 받으면 스스로 바람을 살피면서 안전하게 제어가 가능해 누구든 쉽게 배울 수 있다.
카톡은 국민의 생필품적 통신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연말연시엔 수첩과 명함을 정리하곤 했는데, 지금은 카톡을 정리하는 게 큰일입니다. 불필요한 동영상이나 사진, 의미가 없어진 사람의 이름을 삭제하고 중요한 걸 따로 갈무리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 작업을 하는 동안, 모든 사람이 느꼈을 법한 불편과 불쾌함을 덜기 위해 일정한 지침이 필요하다 싶어 카톡 10계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주로 단톡(단체카톡)방에 관한 것들입니다.
1. 시도 때도 없는 “카톡!”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카톡을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카톡, 카톡!” 소리가 싫어 묵음으로 해놓거나 아예 문자메시지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 때나 카톡을 보내는 건 실례입니다. 특히 시차가 있는 외국에서 제 흥에 겨워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면 역효과만 나게 됩니다. 낮에는 전혀 카톡을 읽거나 답하지 않다가 남들 자는 밤 12시, 1시 넘어 답장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2. 정치·종교 이야기 금지
얼마전 모 사회단체의 단톡방에, 어떤 사람이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당 헌법 개정 초안이 나왔다는 글을 띄웠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정치 이야기하는 곳 아니다, 거짓 뉴스 띄우지 마라, 대체 누구냐, 나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그 사람은 나가지는 않은 채 숨만 쉬고 있습니다. 친목과 사교, 공지사항 전달이 주목적인 단톡방에서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서로 불편해지고 편이 갈려 싸움이 납니다.
3. 삼가야 할 중복·반복
용량이 큰 동영상 또는 사진을 다량 전송하거나 동일 내용을 반복 홍보하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실황 중계를 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대부분 그 사진이 그 사진이어서 받자마자 삭제하기 바쁩니다. 잘 선별해 의미 있는 것만 최소한으로 보내든지 ‘사진 묶어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면 남들이 편해집니다.
4. 기성품 안부·격려 지양
월초나 주초, 또는 명절이나 연말연시가 되면 “힘내세요”, “웃고 사세요”, “오늘도 으라차차!” 따위의 응원 인사가 폭주합니다. 내용이 빤한데 본인이 쓰거나 만든 것도 아닙니다. 같은 걸 하루에 다섯 번 받은 날도 있습니다. 이런 거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배우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고 “어디 가져오는 데가 있어” 하면서 알려주지 않고 뻐기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5. 좋은 글·미담 공해
1960년대에 코미디언 살살이 서영춘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 이런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글과 사진을 마구마구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이도 자기보다 한참 적은 사람이 인생철학을 거론하며 착하게, 바르게 살라는 글을 보내오면 누가 좋아할까요? 이런 글 중 감동적인 미담에는 출처와 근거가 없는 가짜나 사실이 잘못 알려진 게 부지기수입니다.
6. 억지 초대 자제
서로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모아 단톡방을 개설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삼가야 합니다. 초대된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이야기만 하거나 자칫 말이 엉켜 불쾌해지게 됩니다. 100명 넘는 사람을 초대해 운영하다가 “잠시 잠적한다”며 없어지더니 몇 달 후 다시 나타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이게 뭐야, 장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OB 내지 않기
골프에서는 공이 규정된 지역 외로 나가면 OB(Out of Bounds)라고 합니다. 단톡방에도 OB꾼들이 많습니다. 아내에게 보내는 카톡을 엉뚱한 모임에 날리거나 임대료 빨리 보내라는 카톡을 대학 동창 단톡방에 올려 웃음거리가 되곤 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간판도 못 다는 사람이 많지만 단톡방 간판을 잘 보세요. 뒤늦게 삭제해도 ‘때는 늦으리’입니다.
8. 댓글 달기 신중하게
수신자가 지켜야 할 것도 많습니다. 행사나 모임에 초대하는 카톡에 눈치 없이 제일 먼저 못 간다고 댓글을 다는 건 한마디로 흥행을 방해해 김이 새게 만드는 짓입니다. 카톡을 빨리 읽는 건 좋지만 불참 통보는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또 어떤 일에 대해 회원들의 반응이나 논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른 걸 올리는 건 실례입니다. 이런 중간 낙서는 먼저 글 올린 사람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호응도 얻지 못합니다. 하루 정도 지나 그 일이 정리된 뒤 새 글을 올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9. 딴전·딴청 부리지 말기
여럿이 의견을 주고받는 단톡방에서 그 주제 내의 특정 사항에 대해 둘이서 설왕설래, 지지고 볶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떠들다 보면 본인들은 신날지 몰라도 꼴불견이 되기 십상입니다. 개인 카톡으로 1대 1 대화를 하는 게 좋습니다.
10. 반응·답장 잘 하기
카톡을 받으면 반응을 보이고 답을 하는 게 소통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묵묵부답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내용이 지겨워 오는 족족 카톡을 지우고 일절 답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자 보낸 사람이 삐쳐서 전화도 안 받더랍니다. 겨우겨우 기분을 풀어주었는데, 영영 안 볼 사람이 아니면 적절히 알은척을 해주십시오. 데이터가 꽉 찬 경우 카톡방에서 나가버려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휴대폰 우측 상단의 석 삼자를 누르고 그 아래 기능 버튼에서 ‘대화 내용 모두 삭제’를 눌러 몸을 가볍게 하십시오.
겨우내 기다려 딱 하룻밤 품에 안겼던 하얀 세상, 그 하얀 산에서 내려오자 그리워지기 시작해 지난 열흘간 몸살을 앓았다.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하나?’
겨울이 멀어져 갈수록 크고 따스하게 밀려드는 그리움, 마음의 고향 설산이 그려내는 ‘산 그리메’였다. 기어코 다시 배낭을 꾸려 흥얼거리며 그곳으로 갔다.
열흘 만에 가는 길은 변함 없는데 눈은 다 없어졌다. 녀석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땅속으로 숨었나? 아무리 살펴도 차창 밖 산 속엔 눈이 없다.
도성고개(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와 일동면 사직리에서 가평군 북면 적목리로 이어지는 고개)를 올라 강씨봉(가평군 북면 적목리)을 거쳐 청계산까지로 그려두었던 당초의 산행계획을 포기했다. 눈이 없다면··· 아쉬움이나 달래고자 회목현을 생각하며 광덕고개를 찾았으나 새벽까지 내린 비가 이곳엔 진눈깨비였는지 도로 차단기가 길을 가로막는다.
눈 산행을 포기하기로 하고 방향을 돌려 사창리를 거쳐 도마치 고개로 올라, 그야말로 눈요기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지나가는 몇 개의 사이클 라이딩 팀을 만났다. 오늘도 젊은이들이 광덕고개, 그리고 사창리에서 도마치 넘어 가평으로 이어지는 대단히 힘든 코스를 라이딩한다. “파이팅!” 응원을 보낸다.
도마치 도로 정상에 오르니 엄청난 광경이 선물처럼 펼쳐졌다. 남쪽을 바라보는 내게 등(북면)을 내어주는 산.
너무 멋지다. 아, 하얀 산! 열흘 동안 생각하던 하얀 산이 거기 있었다. 왼쪽 화악산(1468m), 가운데 명지산(1267m), 오른쪽 국망봉(1168m)이 하얀 이불을 걷지 않고 누워있다. “야호!” 눈이 그친 능선에는 순백의 영혼이 춤춘다. 소담스럽게 내린 눈을 이고 불그레 석양이 물드는 산길을 걷는 마음이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설화가 가득 핀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기분은 삭막한 잿빛 겨울 산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용소폭포에서 무주채폭포를 거쳐 러셀은 커녕 길 흔적도 없는 국망봉 오름길엔 낡은 표지 리본만이 길을 겨우 이어준다. 비록 이정표는 2.7㎞이었으나 걸으면서 다음 발 디딤이 손에 닿을 만큼의 급경사와 무릎을 덮는 눈 사면을 두 시간이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거리를 세 시간을 올라 정상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정상의 조망은 지난번 도마봉보다 더 좋다.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화악산과 독립 능선 명지산 줄기를 제외하면 한북정맥 최고봉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힘이 없다. 대기가 좀 더 깨끗했더라면 지난번 일몰만큼 멋진 연출이 있었을 텐데···.
텐트를 펼치고 360도 지형, 특히 휴전선 너머 평강고원 그리고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젊음을 사르던 철원평야를 바라보며 기억의 파편들을 불러 모으는 여유를 즐기는데 또 한 사람 백패커(주로 백팩에 등산 장비나 식량을 넣고 다니며 자유롭게 산야를 거니는 사람)가 올라온다.
그가 “조용히 쉬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지나온 봉우리로 다시 갈게요.” 하면서 주춤한다. 고운 마음씨를 가진 40대 후반의 사나이다. “젊은이와 함께하면 나로선 더 좋을 것 같네요. 괜찮다면 옆에 자리를 잡으세요!” 오히려 내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그렇게 우리는 술잔을 곁들여 산을 이야기하며 함께 밤을 건넜다.
일출을 안개 속에서 만나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드는 특별한 아침을 맞았다. 한결 따뜻해진 3월의 첫날 행복 가득한 여유를 즐기며 패킹과 뒷정리를 한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 다른 내림 길을 밟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니 조심하라고 그는 주의를 줬지만, 눈이 많아 오히려 쉽게 거리가 줄어들었다. 겨울을 풀어내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들린다.
“정령님 또 올게요! 어쩜 여름이 오기 전에 찾아뵐게요!“
산의 맑은 영혼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사진이 잘 나오는 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도 기술 개발의 핵심을 카메라 부문에 두는 듯하다.
“은퇴 후 여가 설계” 프로그램 강의에서 만난 수강생 중 사진 취미를 검토하는 분들도 대부분 카메라 고르는 일부터 신경 쓴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많은 사람이 취미활동을 위한 장비 면에서도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카메라 종류에 신경을 쓰는 것같다. 하긴 등산, 자전거, 골프, 스키, 서예, 음악 활동 등에서도 많은 사람이 장비 경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 교실의 경우 소형 카메라를 가진 수강생들은 주눅 들기에 십상이고 그런 이유로 배우기를 중단한 사람도 꽤 있다. 실제로 고급 카메라는 해상도와 용량 등에서 탁월한 성능과 기능으로 악조건의 환경에서도 무난한 촬영을 할 수 있다. 대형 작품사진, 정밀한 상업사진, 순간포착의 사건 촬영에는 그런 카메라가 더 유용하다. 그렇다고 취미활동에 그런 카메라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고가의 카메라는 비용, 무게나 부피 등으로 인해 휴대하기 쉽지 않은 점, 다소 복잡한 사용법 등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그들이 촬영한 사진의 주요 쓰임새도 블로그나 카페 등 SNS에서의 활용이 대부분이기에 꼭 고가의 질 좋은 카메라를 갖출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놀랍게 발전해서 그런 용도의 사진과 전시회 출품 크기의 인화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아울러 늘 휴대할 수 있는 가벼운 생활용품이어서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고, 그 기기에서 바로 편집과 공유가 됨으로써 편리성도 뛰어나다.
근래에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는 기종은 화소 수가 1억 800만이고 고급 카메라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렌즈까지 장착하고 있다. 며칠 전 수천만 원을 하는 고급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작가 한 분을 만났는데 출시 예정인 그 스마트폰 카메라를 기다린다고 했다. 편리성과 유용성 그리고 카메라 기술의 집약체인 새로운 기기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손안의 가장 좋은 카메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DSLR로 지칭되는 고급 카메라는 분명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화질이 좋은 사진을 만들지만, 사진의 용도에 적합한 좋은 사진은 촬영자의 마음과 손에 달렸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교훈도 있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세계적 사진작가가 명쾌하게 답변했다. “현재 당신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입니다.”
바로 촬영할 수 있는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것이 고급 카메라든, 대중적 카메라든, 스마트폰 카메라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