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에게만 허용된 초호화 공간부터 소박한 맛집까지,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사랑하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 bravo@etoday.co.kr
◇ 쿠알라룸푸르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명문 골프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은 상위 1% 슈퍼리치를 위한 멤버십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격한 선별 과정을 통해 500명 미만의 소수정예 회원만을 수용한단다. 덕분에 방문객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황제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의 63개 홀 중 18개 홀은 한국 골프 여왕 박세리가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 코스 중심에는 60만 ㎡가 넘는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마인즈 리조트 쇼핑몰과 연결돼 유람선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마치 바다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코스의 그린피(green fee)는 4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더 클럽’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는 회원은 물론 자식과 손주 세대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더 클럽’이 있다. 6만9000㎡의 너른 부지에 들어서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 최고급 레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한마디로 상류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피트니스, 사우나, 골프 연습장, 풋살, 테니스,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운동시설은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클럽을 구현하고 있다. 회원 전용 시설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을 배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모래사장과 키즈풀이 있고, 사우나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 데이’를 진행한다. 키즈 클럽은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피트니스의 종목별 주니어 레슨은 시즌에 따라 새로운 주제로 운영된다.
◇ 빌리어네어숍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1300억 원짜리 요트를 살 수 있을까? 슈퍼리치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빌리어네어숍’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 사이트 카테고리는 요트를 비롯해 전용기, 헬리콥터, 자동차, 모터사이클, 시계, 레지던스 등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3억1950만 유로(약 4161억 원)에 달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투어 오데온 스카이 펜트하우스가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가 하면 2억6079만3700유로(약 3356억 원)짜리 보잉 B787-8 항공기도 구매할 수 있다. 사이트 내에서 가장 가격이 싼 상품은 명품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의 디아벨크로모. 하지만 이조차도 1만6500유로(약 2124만 원)로 만만찮은 가격이다.
◇ 네커 아일랜드
카리브해의 이국적 풍경을 품은 지상낙원. 하지만 1인당 하루 숙박료가 1000만 원에 육박하고 기본 3박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으니 일반인들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곳. 영국 기업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네커 아일랜드’는 타인의 시선과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럭셔리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초호화 섬 리조트다. 또한 전 세계 부호들의 단골 휴양지로도 유명한데,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비롯해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 자넷 잭슨 등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은 산호초와 터키색의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네커 아일랜드에서 고급스러운 숙박, 워터 스포츠, 최고 수준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용요금은 인원수에 따라 달라진다.
◇ 프레지던트 윌슨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의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는 하루 숙박비만 약 9000만 원에 달한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마이클 잭슨 등 국빈급 명사와 셀럽이라야 예약 가능하다고. 국가 원수나 슈퍼리치가 주 고객인 만큼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서비스가 눈에 띈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금고는 물론 객실 창을 모두 방탄유리로 설치했고, 보안팀이 항시 대기한다. 초호화 객실에서 희귀 고서와 예술품을 비롯해, 큰 창으로 몽블랑 호수와 알프스 산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 요리사와 집사 등이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 거슨 클리닉
1920년대 미국의 맥스 거슨 박사가 창안한 거슨 요법을 중심으로 심신 안정과 건강 개선에 필요한 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거슨의 웹사이트(gerson.org)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Health Institute de Tijuana)와 헝가리 부다페스트(Gerson Health Center)의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항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 개선을 위해 설립됐으며 유기농 식단을 기반으로 생식 주스, 자연 보조제, 커피 관장 등을 통해 몸의 기능을 돕는 곳이다. 거슨 요법을 선호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두 곳 모두 입소하면 최소 2주 동안 머무르면서 거슨 요법에 기반을 둔 힐링 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멕시코 시설 이용비는 2주에 1만2000달러(약 1390만 원), 헝가리는 8100유로(약 1043만 원) 선이다.
슈퍼리치가 찾는 맛집은?
55도 와인앤다인 와인의 풍미와 어울리는 요리를 제공하는 ‘55도 와인앤다인’은 주식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단골집이다. 이곳 메뉴인 디너 코스 어드밴티지의 가격은 7만5000원으로 샐러드, 수프, 게살크림파스타, 푸아그라파테, 생선요리, 한우등심스테이크, 커피가 나온다.
시로’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는 미국 시애틀의 초밥집 ‘시로’s’를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코스 메뉴인 시로’s 테이스팅 디너 가격은 65달러(약 7만6000원)로 수프, 애피타이저, 회, 초밥 등이 제공된다. 1130억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의 식사 치곤 소박해 보인다.
루스티코 미국 전 뉴욕 시장이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의 단골 식당으로 버뮤다에 있다.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피자가 유명하며, 샌드위치와 샐러드 햄버거 등은 점심시간 한정 메뉴로 판매한다. 지역 해산물로 만든 요리 또한 유명하다. 식사는 전화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레스토랑 오늘 ‘레스토랑 오늘’은 한식을 주제로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SK그룹이 설립한 식문화 전문 사회공헌재단인 행복에프앤씨재단이 운영한다. SK그룹 총수는 물론 임원진, 인기 연예인 방문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콘셉트에 맞춘 메뉴로 연회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는 코스 요리다.
스미스&월렌스키 20년 넘게 열리고 있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 지난해는 약 54억7000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귀한 식사 자리는 워런 버핏의 단골 식당으로도 알려진 뉴욕의 스테이크 맛집 ‘스미스&월렌스키’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잡어와 묵은지 서울 서초구 소재의 이곳은 만화 ‘식객’ 광어 편에 등장한 맛집이다. 단연 허영만 화백을 비롯해 LG, GS 계열 기업 총수들이 찾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태안 신진도에서 매일 공수한 생선으로 뜬 회를 2년 숙성한 묵은지에 싸먹는데 그게 아주 별미란다.
지난해 내리막길을 걷다 올 초 바닥을 찍은 롯데케미칼 주가에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지난 8일 20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이후 20일까지 1만8500원(9.11%) 오른 22만1500원으로 반등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저평가된 롯데케미칼의 성장전략 방향성이 상향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운 성장전략 구상단계
롯데케미칼의 주가 변화를 분석하려면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2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4% 증가가 예상되나 전 분기보다 60.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원재료값 급등에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공장 정기보수와 울산 고순도테레프탈산(PTA)설비의 고순도이소프탈산(PIA)설비 전환 등으로 발생한 약 400억 원의 기회손실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1분기에 기회손실이 소멸되고 PE·PP와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 재고 재축적에 따라 스프레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72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41.7% 줄겠지만 전 분기보다 38.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하향 안정화와 중국 수요의 점진적 개선, 정기보수 규모 축소 등으로 인한 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금융투자는 롯데케미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60% 증익된 1995억 원으로 전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춘절을 전후해 시황의 반등이 나타나면서 마진 개선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시황은 이미 완만한 반등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이제 몸집불리기보다 다운 스트림 확장과 스페셜티 제품 확장, 사업다각화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롯데첨단소재 합병과 폴리카보네이트(PC)·메타자일렌(MeX)·계면활성제(EOA) 증설, GS에너지와의 JV설립 등은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450만 톤(NCC 310만 톤+ECC 140만 톤)으로 글로벌 12~13위권이다.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 75만 톤과 말레이시아·미국 ECC 추가를 감안하면 2022~2024년 롯데케미칼의 생산능력은 600만~700만 톤으로 글로벌 6~7위권이다.
한편 하나금융투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8만 원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29만 원을 내놨다. 지난 20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종가기준 22만1500원으로 장중 최고가는 22만3500원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지만 증권가에선 건설업종 투자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해 건설사들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것. 오히려 낮아진 기대치를 활용하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건설주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영향과 부진한 해외 수주 등으로 지난 7월 초부터 가라앉았다. 하지만 한국 설계조달시공(EPC)기업의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입찰 파이프라인은 수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해외 수주는 통상 하반기에 집중되는 ‘상저하고’의 흐름일 보이지만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수주 확정 여부가 이연된 프로젝트도 여럿 존재한다”며 내년 해외 수주 측면에서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기대되는 내년 해외 수주 ‘청신호’
현대건설은 내년 별도기준 7조8000억 원의 해외수주를 달성하면서 수주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강점을 지닌 업스트림(상류부) 분야의 입찰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미 다수의 프로젝트 입찰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제한경쟁이 일반화된 이라크 시장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카타르 North Field LNG PKG 1&2(회사분 80억 달러) 입찰이 마무리되는 만큼 내년에도 양호한 수주성과가 점쳐진다.
올해 다소 주춤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도 내년에 6조8000억 원으로 늘어 다시 수주잔고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Methanol(10억 달러), 미국 PTTGC ECC(12억 달러), 멕시코 PEMEX 정유(35억 달러), 우즈벡 비료공장(8억 달러) 등 EPC 선행작업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다수 존재한다. 또 이집트 EPPC Portsaid PDH/PP(8억 달러), 이집트 Sidpec PDH/PP(15억 달러), 이라크 Zubair DGS(5억 달러) 등이 입찰을 이미 완료한 상태인 만큼 내년에는 큰 폭의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당분간 삼성엔지니어링의 차별적인 주가 퍼포먼스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12월 현재 중동 내 입찰안건은 현재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순으로 많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중동지역까지 고려하면 입찰규모는 더 확대되겠지만 업체별 순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를 기반으로 내년 해외 수주 가이던스가 올해 실적 대비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KB증권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추천하고 각각 5만9000원, 2만3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KTB투자증권도 투자의견 ‘매수’와 각각 6만2000원, 2만4000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16일 각각 4만3150원, 1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12월 15일 저녁 9시 30분, SBS에서 2018년 AFF 스즈키 컵 결승 2차전을 중계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간의 경기였는데 시청률이 인기 드라마 수준을 넘어 무려 20%대를 기록했다. 결과는 베트남이 1대0으로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했다. 열광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환희가 그대로 떠올랐다.
이 경기를 주목한 이유는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3개월 만에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으로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시켰다.
그의 나이 올해 60세,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배운 리더십과 테크닉을 베트남에 가서 꽃피운 것이다. 국내 프로팀 감독을 맡았던 시절에는 좋지 않은 성적으로 외면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보기 좋게 활약하며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했다. 그의 미담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부상 선수를 마사지해준 일, 비즈니스석을 선수에게 양보한 일 등 그의 배려 넘치는 행동 하나하나가 베트남 국민을 더욱 열광시켰다. 외교관 수백 명이 해도 못 할 일을 해내고 있는 그가 자랑스럽다.
영화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등에서 브루스 리(Bruse Lee, 이소룡)가 선보인 절권도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를 제압하는 절권도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김종학(50) 관장이다. 올해로 40여 년째, 인생의 반 이상을 무술과 함께했지만, 그는 아직 배우고 싶은 무술이 너무나도 많단다.
푹푹 찌는 한여름날 김종학 관장을 만나기 위해 양재동에 위치한 이소룡절권도 한국총본관을 찾아 나섰다. 몇 개의 골목길을 지나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래도 ‘도장은 시원하겠지’ 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큰 기대였을까, 도착한 도장에는 작은 선풍기 한 대만 탈탈거리며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에어컨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도장에선 한 번도 에어컨을 틀어본 적이 없다는 김종학 관장. 전기세가 무서워서도 아니고 더위를 못 느껴서도 아니다. 운동하는 공간에선 마음껏 땀을 흘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도 하고 복싱도 할 만큼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한창 무술영화가 유행이었는데 우연히 영화 ‘취권’을 보게 됐죠. 공중을 날아다니고 상대를 한 방에 제압하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렇게 무술에 빠져서 시작한 게 우슈였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적을 무찌르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우슈 수련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돌연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진 거라곤 비행기 표와 한 장의 명함뿐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그는 “대만으로 떠난 건 힘든 시절의 나에게는 한 줄기의 빛이자 유일한 돌파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꼈어요.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와중에 힘들어하던 몇몇 친구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보면서 제 정신줄을 잡아줄 무엇인가가 절실히 필요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뭘까, 뭘 하면 행복할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운동이더라고요. 때마침 지인이 대만에 있는 분이라며 찾아가 보라고 명함을 한 장 주셨죠. 그길로 바로 대만으로 떠났어요.”
그의 마음을 끈 건 다름 아닌 절권도였다. 브루스 리가 창시한 무술인 절권도는 그가 실제로 배웠던 무술 중에서 실용적이라고 생각한 동작만 따로 모아 발전시킨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절권도는 미완성의 무술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브루스 리가 죽기 전 그가 보여줬던 동작만 절권도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정의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요. 그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는 더 많은 무술을 배워서 절권도의 기술을 확장했을 거예요. 때문에 브루스 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절권도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절권도가 맞다, 아니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거죠.”
김종학 관장은 우슈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전통 무예인 실랏(Silat), 필리핀의 전통 무술인 칼리(Kali) 등 다양한 무술을 훈련 중이다. 브루스 리가 배웠던 무술을 할 줄 알아야 그가 절권도를 만들고자 했던 진정한 뜻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술의 매력을 묻는 말에 그는 무술을 음식에 비유했다.
“음식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잖아요. 무술도 마찬가지예요. 태권도, 우슈, 합기도 등 아주 많죠. 우리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김치찌개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저에게 한 가지 무술만 하고 살아라? 그렇게는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음식 맛이 다 다르듯이 무술에도 각기 다른 멋이 있고, 그 나라의 문화가 깃들어 있어요. 이런 걸 이해하면서 배우는 게 큰 재미죠.”
절권도를 향한 열정
“테드 웡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그의 도장으로 찾아왔어요.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는데 전 운 좋은 놈이었죠. 그의 눈에 띄었으니까요.”
대만에서 돌아온 그는 브루스 리의 마지막 제자로 알려진 테드 웡(Ted Wong)을 찾아 홍콩으로 떠났다. 무작정 비행기 표를 사서 떠난 그의 모습에서 일찍 눈치 챘어야 했다. 그는 독한 남자였다. 테드 웡의 수업 첫날, 허리 디스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수업에 임했다. 테드 웡도 그 절실함을 알아봤는지 김 관장을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사부가 개인적으로 누굴 초대한다는 게 매우 드문 일인데 절 데려오라고 하니 다른 제자가 질투가 났나봐요. 씩씩거리면서 ‘웡 사부가 너 오래’ 이러더니 따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엄청난 영광이었죠.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테드 웡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때 처음 한 질문이 “두유 노우 김치?”였어요.(웃음)”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질문이 ‘두유 노우 김치?, 두유 노우 지성팍?, 두유 노우 강남스타일?’이거늘…. 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질문은 효과가 있었다. 테드 웡은 김치를 잘 안다고, 이웃이 한국인이라 먹어본 적도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분위기가 좋은 틈을 타 김 관장이 테드 웡을 한국으로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테드 웡 사부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OK!’ 하더라고요. 덕분에 2008년에 그를 모시고 한국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죠.”
이후에도 김 관장은 테드 웡의 집에서 개인수련을 하는 등 인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지난 2010년, 테드 웡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불과 며칠 전 김 관장과 통화할 때만 해도 ‘새로운 세미나를 준비 중이라 바쁘다’던 그였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김 관장에게 뜻하지 않은 이별이었다.
“수련도 수련이지만 이상하게 그의 오래된 차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엄청 가파른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웡 사부는 항상 그 언덕을 올라가기 전에 차에게 ‘준비됐나?’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마치 나이 든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듯이요. 그 질문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금은 그의 오래된 차도, 웡 사부도 볼 수 없게 되었네요.”
테드 웡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김 관장의 맨땅에 헤딩하기는 계속됐다. 그는 브루스 리가 생전에 절권도를 가르칠 수 있는 사범 자격을 준 3인 중 한 명인 댄 이노산토(Dan Inosanto)를 찾아 LA로 향했다. 댄이 스톡턴으로 가면 스톡턴으로, 댈라스로 가면 댈라스로 그야말로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가서 수업을 들었다. 문득 이렇게까지 하면서 절권도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솔직히 말해서 절권도가 궁금하면 유튜브나 비디오를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유튜브가 나의 사부가 될 순 없잖아요. 저에겐 절권도 ‘동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브루스 리에게 절권도를 배운 사람들의 생각과 철학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전 직접 사람을 만나서 배우는 데에 의미를 둔 거죠.”
내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갑자기 김 관장이 모형 칼을 손에 쥐더니 피해보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칼에 맞았다. 실제 상황이라면 죽었거나 응급실에 실려 갔을 것이다. 이번엔 반대로 칼을 쥐어주더니 자신을 찔러보라고 했다. 칼을 휘두르는 동시에 칼을 뺏겼다.
“사람들이 스스로 방어할 생각도 안 하면서 약자라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자기를 보호할 방법은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 관장은 스스로 보호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공격을 당했을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엔 호신술 수업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무술 하는 김종학”이라고 답했다.
“마치 등산 같은 거죠. 한 산에 오르면 거기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산도 가보는 것처럼, 이 무술, 저 무술 다 해보고 싶어요.”
지난 6월 26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에서 주관하는 아셈인권정책센터 개소기념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발표자는 노인 인권 동향과 대응에 관하여 유럽과 말레이시아의 정부정책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노인 인권 증진정책, NGO 역할 등의 방안을 가지고 각 나라 대표들과 패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이제 고령화 사회 문제는 글로벌이슈가 되었다. 상호협력과 정보교류를 통하여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셈노인인정책권센터가 서울에 개소되었다. 그 목표는 노인 인권을 증진해 노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데 있다.
노화는 신체적 기능이 쇠약해지고 인지 및 정신기능의 쇠퇴, 사회적 역할 및 지위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2000년부터 한국은 고령화 사회 → 고령사회 →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노인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외국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 박탈, 학대, 독거노인, 치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21세기 산업 정보화 사회의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노인 문제가 대두하였다. 연령주의, 연령차별, 사회적 배제, 폭력, 학대, 치매 등으로 노인은 별 볼 일 없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 내에 팽대해 있다.
유럽연합은 2017년 리스본 장관급 선언에서 채택된 3가지(활동성, 건강, 존엄성)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는데 첫째 노인의 잠재력을 인식 둘째 능력을 인정, 장기간 일하도록 장려하고, 셋째 노인의 존엄성을 보장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정책연구, 교류협력, 교육 홍보 등의 방향설정만이 아니라 한국 노인이 직면한 문제를 정책수립보다 법제화하여 실행함으로써 노인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세상은 늘 변한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변화는 꾸준히 이어진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쓴다. 근래엔 어느 시대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름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제와 오늘이 급변함을 피부로 느낀다. 다가올 미래엔 더 심해지지 싶다. ‘리쇼어링(reshoring)’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리쇼어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한다. 즉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대표적 사례로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를 들 수 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1993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던 아디다스는 23년이 지난 2016년,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도리(Speed Factory)’ 공장을 설립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신발을 만들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몇 주의 시간이 걸렸으나 하루면 가능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로봇과 3차원 프린터로 무장한 완전 자동화 공장인 ‘스피드 팩토리’ 덕분이다. 일본의 소형 오토바이 ‘슈퍼커브’의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값싼 인건비에 기초를 둔 해외 공장 운영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 후발국이었던 아시아의 나라들은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선진국의 공장을 유치하여 선진기술을 익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경공업 분야를 넘어 제조업의 무게 중심을 정교한 제품 생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일본의 기술을 이전받으며 일본이 떠난 경공업을 맡아 수출 활동에 나섰다. 그 뒤 한국도 일본처럼 경공업을 졸업하고 정교한 제조업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자 대만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의 경제개발 모델인 셈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값싼 인건비가 제조업 발전에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과 다르게 되어 해외에 공장을 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값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루어 왔던 아시아 성장 모델은 옛이야기로 사라져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인공지능 로봇과 3D 프린터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큰 현지에서의 생산은 나름으로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건비에 기초한 해외 제조업 공장 설립과 운영은 의미를 잃게 되었다. 최근에 큰 쟁점이 되었던 한국GM 군산공장의 문제도 리쇼어링 현상의 하나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 이전을 한 많은 우리 기업들과 정부에서도 깊이 고뇌해보아야 할 변화다. 세계 선진국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간 제조업 공장의 본국 회귀를 종용하고 있음과 극심한 금융위기에서도 피해를 적게 본 나라들은 제조업 기반이 튼튼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몇 해 전, 세계태권도연맹(ITF) 부총재를 비즈니스차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인데 처음엔 필자보다 몇 살 연하로 봤다. 얼굴이 맑고 귀티가 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살이나 연상이었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술, 담배는 물론 고기와 우유도 안 먹고 생선, 조개류 등 해산물까지 전혀 안 먹는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살면서 식도락이 얼마나 중요한데 동안을 위해 그걸 다 포기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자로 살려면 애로 사항이 많다. 까탈스럽다고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단체로 모이는 회식자리는 고기 종류와 술이 빠지질 수 없다. 그러면 뭘 먹는다는 것인가.
주변에서 고지혈증, 뇌경색 등 지병으로 술은 물론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빈대떡도 기름으로 튀겼다며 못 먹는다. 메뉴를 한참 고르더니 결국 두부 김치 주문해놓고 두부만 먹고 필자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먹는다.
대학로의 한 술집 사장도 동안이었다. 피부가 여자 같았다. 나이를 물어 보니 필자보다 한 살 어렸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바르는 화장품을 같이 써온 게 비결이라고 했다. 지금도 여자 화장품을 열심히 바른단다. 남자 화장품은 종류가 몇 개 안 되어 미흡하다는 것이다.
MBC 탤런트들의 연극 시연회에 간 적이 있다, 연극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다. 여자 탤런트들은 나이가 들어도 분장을 하면 어느 정도 먹히는데 남자 탤런트들은 그게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남자같이 보여야 좋다. 무엇을 위한 동안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제 나이로 안 보이면 대우를 못 받는다. 대학로 술집 사장도 올해부터 지공선사인데 동안이라서 전철 경로석에 앉았다가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필자는 경로석에 앉아도 그만큼 나이 들어 보이니 느긋하다.
10년 전만 해도 동안인 후배들이 많았지만 환갑이 가까워 오니 탈모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제 나이가 보인다. 역시 탈모가 가장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여자들도 나이 들면 어느 정도는 나이가 들어 보여야 한다.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 보이면 징그럽다. TV에서 한창 젊을 때 우리 세대와 나이가 비슷한 가수들이 나왔는데 성형수술로 너무 젊어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나오면 무섭다.
반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동창생들을 만나면 그런 사람이 간혹 있다. 같이 다니면 상대적으로 젊어 보여 그 친구에게 미안할 정도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외모를 가꿔야 한다. 탈모가 심하면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경제적인 능력이 된다면 가발도 용기 내어 써보면 좋을 듯하다.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A 씨의 사례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금속, ‘로보트 태권V’ 같은 추억 속의 만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이 최근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서비스 로봇’은 청소에서 간병까지 일상에서 쉽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셜 로봇’
특히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셜 로봇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대화도 나누고 교감하는 감성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이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데다 모습이나 체형도 사람 또는 동물과 비슷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소셜 로봇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을 융합한 음성 인식과 감정 표현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봇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령화사회는 소셜 로봇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혼자 사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다양한 케어 로봇을 개발해왔다. ‘케어 로봇’은 쉽게 설명하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봇이다.
중소기업청의 로봇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케어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체 지원 로봇’이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목욕할 때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생활 지원 로봇’이 있다. 생활 패턴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정서 지원 로봇’이 있다.
로봇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치매 예방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와 간병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간호 인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38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소셜 로봇으로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소셜 로봇인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했다. 키가 120cm로 작지만,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며 감정도 공유한다. 또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페퍼는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로봇도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퍼는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거뜬하게 수행한다. 또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소프트는 페퍼의 대항마로 40cm짜리 케어 로봇 ‘팔로(Parlo)’를 출시했다. 팔로에 내장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요양시설 등에서 혼자 30분간 체조를 진행할 정도로 실무형 로봇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어 로봇으로 ‘파로(Paro)’가 있다. 파로는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이다. 귀여운 모습의 파로는 인조 항균 섬유로 덮인 피부에 센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고, 간단한 단어도 이해한다. 연구 결과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기도 했다.
장·단점 꼼꼼히 파악해야
일본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로봇 구입 자금을 보조해왔다. 20만 엔(약 190만 원) 이상의 로봇을 구입하면 전액을 지원하고, 1개 시설당 총 300만 엔(약 2890만 원)까지 한도를 두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간병 로봇에 개호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호보험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을 말한다. 간병 로봇에 보험이 적용되면, 이용료의 80~90%를 보조받을 수 있어 간병 로봇 시장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간병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16%나 성장한 34억 엔(약 328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유럽,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한 대표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현재 노인복지관,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인 느낌 때문에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도 많다. 로봇이 간병 업무를 보조하면 간병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로봇은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서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기 쉽다.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현재 케어 로봇은 보행을 보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배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등 세분화된 실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를 교체할 다음 패러다임이 ‘로봇’이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상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로봇이 간호를 한다는 비판에 “기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 중 어느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닦아야만 했으니까. 희망이 보이는가 싶더니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망연자실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초석이 다져졌고 단단한 징검다리가 놓였다. 노력은, 꿈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한 달여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삼수(三修) 만에 이뤄낸 쾌거’라고 말한다. 세 번의 도전 동안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노력,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올림픽 또한 없을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노장을 기억해냈다. 前 강원도국제스포츠지원단장이자 現 아라웰다잉연구회 회장인 박종흔(朴鍾昕·69) 씨. 꿈이 이뤄진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창동계올림픽의 백전노장을 만나다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박종흔 씨를 만났다. 이미 10년도 더 된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해드릴 대단한 얘기가 없다며 멋쩍게 웃는다. 박종흔 씨는 올림픽 관련 업적 외에도 공직자로서 명망 높고 존경받던 인물. 지금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09년 강원도청 지방부이사관으로 공직을 내려놓기 전까지 지방과 중앙정부 요직을 비롯해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업무까지 두루 섭렵한 박종흔 씨는 나랏일(?) 전문가였다. 현역 시절 인생을 걸고 몰두했던 일은 단연 ‘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재수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머릿속에는 오로지 올림픽 유치 생각밖에 없었다.
“2004년도에 국무총리실에서 재난관리과장을 하고 있다가 강원도로 내려와서 받은 첫 보직이 ‘강원도 국제 스포츠위원회 홍보부장’이었어요. 첫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고 난 뒤에도 강원도가 재도전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유치에 관한 업무를 하는 조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국제스포츠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를 틈틈이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올림픽 유치 신청 뒤 후보 도시가 되기까지 각 도시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치열하다. 홍보 담당자로서 어깨가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경쟁 도시와 비교해 최대한 좋은 인상과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행동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밝힌 ‘드림프로그램’
국제스포츠위원회 홍보부장을 하면서 단연 보람되고 뿌듯했던 것이 드림프로그램이었다. 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는 중 가장 정열적으로 힘을 다하고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였다.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고, 성과가 이번 올림픽에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드림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오기 전부터 기획된 것이었어요. 눈이 내리지 않고 얼음이 얼지 않는 나라의 청소년을 강원도로 초정해 동계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죠. 스노보드도 타고 스키도 가르쳐주고 스케이팅도 가르쳐줬습니다.”
한편으로는 IOC 위원에게 한 표를 호소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은 동계올림픽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왔던 참가자들을 통해 우리의 뜻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드림프로그램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열매를 거두었다. 2009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말레이시아 피겨스케이트 선수 줄리안 지 지에 이(21)는 말레이시아 동계스포츠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었다. 박종흔 씨가 한창 활동하던 2005년 참가했던 남아프리가공화국의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타마라 제이콥스는 2월 초 성화 봉송 주자로 뛸 예정이다. 동계스포츠를 널리 알리고 올림픽정신을 실현한 소중한 프로그램이 시간이 지나 빛을 발하고 있다.
“그땐 정말 용평스키장에서 살았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요. 인솔해온 지도자들에게는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면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도록 IOC 위원들에게 말해 달라고 막후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돌아다니면서 다 한 거죠. 지금 생각해도 드림프로그램은 정말 잘된 프로그램입니다.”
겨울 스포츠의 장, 평창으로 오세요!
강원도청에서 홍보부장 업무를 보다가 국제부장직을 맡아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번에는 평창이 동계스포츠 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주는 일이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서 스노보드 세계 챔피언십 대회를 한다고 하면, 다음 대회를 우리가 유치해오는 것이었어요. 프레젠테이션도 많이 했고 또 큰 대회도 여러 번 강원도에서 유치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는 국제스키연맹, 스케이팅연맹, 바이애슬론 등이 쭉 있잖아요. 산하 연맹들이요. 거기서 다 호응을 또 해줘야 합니다. 대회를 유치하려고 많이 다녔고 유치도 꽤 했어요.”
국제부장에 이어 올림픽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스포츠지원단장이 되면서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렸다. 홍보부장 때 용평스키장이 집이었다면 이후에는 전 세계가 올림픽 유치를 위한 영업장이었다. 세계를 돌며 평창에 한 표를 호소했고 열정을 쏟았다. 유리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뛰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러시아의 소치와 대한민국의 평창이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개최지 결정은 남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전세기 한 대로 날아갔는데 러시아는 초대형 화물기 7대를 가지고 날아왔어요. 시내 곳곳에다가 공연장 만들고 엄청난 오일 머니를 갖다 부은 거죠.”
뭔가 전세가 밀리는 기운이었지만 우리 측도 표결이 있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발로 뛰고 평창을 알렸다.
“권양숙 여사님이 마침 저희를 도와주셨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과테말라의 어린이들을 만나서 미팅도 하고 애써주셨죠.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습니다만 소치를 감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4표 차이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러시아 소치에 내주고 말았다. 2007년 7월 3일. 뼈아픈 그날이었다.
“평창은 벌써 2차 도전이었고 유치를 확신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더 이상 올림픽 업무를 보기가 싫어지더라고요.(웃음)”
쏟았던 정열에 비해서 얻은 게 없었다. 박탈감이 없었다면 세 번째 도전 때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었다.
“만약 있었으면 조직위원회에서 활동을 했겠죠. 그런데 한 3년 그렇게 하고 나니까 올림픽은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년을 2년 남긴 상황이었거든요. 좀 더 유능하고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유치 업무를 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올림픽 유치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뒤 박종흔 씨는 올림픽 업무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강원도지사였던 김진선 전 지사에게 학교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이후 주문진에 있는 강원도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9년 정년퇴직했다. 못다 이룬 평창의 꿈은 후배들에게 넘겨주었고, 올해 마침내 결실의 그날을 맞게된 것이다. 후배들이 선배님으로서 박종흔 씨를 좀 챙기고 있는지 물었다.
“안 그래도 후배한테 우스갯소리로 나를 잊은 게 아니냐며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나를 기억하라고 했더니 알았다 하더라고요.(웃음)”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들이 동계올림픽의 꿈을 실현시켰기에 자신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 과정 속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것에 새삼 보람을 느낍니다. 이게 끝내 무산됐더라면 우리의 노력도 물밑으로 가라앉았을 거예요. 우리가 못 이룬 일을 후배들이 이뤄낸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제 나름대로 훗날 기여할 일이 있다면 물론 당연히 해야겠죠.”
박종흔 씨는 지금도 눈이 내리면 ‘이 눈은 설상경기에 좋을 눈이구나, 아니구나’를 생각한다. 오랜 시간 올림픽과 함께했던 삶이 여전히 몸에도 생각에도 배어 있다.
나랏일 전문가, 웰다잉 전문가 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일궈낸 백전노장은 지금 그럼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의 제2인생도 궁금했다. 최근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웰다잉’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마침 기자와 마주한 곳은 현재 회장으로 활동 중인 아라웰다잉연구회의 공간이었다. 은퇴 뒤 인생에 대해 고민하다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 즉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과거에는 퇴직 공무원이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산불 감시, 교통질서 캠페인 같은 단순노동으로 봉사를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죠. 저는 30~40년 공직에 있었던 노하우를 접목해서 전문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생각했습니다. 퇴직 무렵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조심스럽게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박종흔 씨는 2013년 웰다잉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때 당시 *각당복지재단이 강원도의 동해가정법률상담소를 포함, 다섯 군데를 선정해 웰다잉교육전문지도강사양성교육을 실시했다. 이때 16주 교육을 이수한 뒤 웰다잉 지도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아라웰다잉연구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웰다잉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경로당과 노인복지원을 찾아다니면서 무료로 강의도 하고 봉사도 한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에 관해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 물었다. 또 봉사 이야기를 꺼낸다. 평생 공직생활에 국민들 염원을 담아 발에 땀나도록 뛰어온 사람이 지치지도 않나보다.
“퇴직 전부터 악기로 봉사하고 싶어서 한 10년 색소폰을 배워뒀습니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어르신들을 위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지금껏 헌신하며 살아온 자신과 더불어 가족과 행복한 인생을 많이 즐기시길 바란다. 2월, 평창 밤하늘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면 손자에게 꼭 말하시라.
“저게 다 할아버지 덕분이었다”고 말이다.
*각당복지재단 1986년 설립된 각당복지재단은 인류애 정신에 입각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죽음준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말기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