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童顔)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18-02-06 11:11 기사수정 2018-02-06 11:11

몇 해 전, 세계태권도연맹(ITF) 부총재를 비즈니스차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인데 처음엔 필자보다 몇 살 연하로 봤다. 얼굴이 맑고 귀티가 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살이나 연상이었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술, 담배는 물론 고기와 우유도 안 먹고 생선, 조개류 등 해산물까지 전혀 안 먹는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살면서 식도락이 얼마나 중요한데 동안을 위해 그걸 다 포기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자로 살려면 애로 사항이 많다. 까탈스럽다고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단체로 모이는 회식자리는 고기 종류와 술이 빠지질 수 없다. 그러면 뭘 먹는다는 것인가.

주변에서 고지혈증, 뇌경색 등 지병으로 술은 물론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빈대떡도 기름으로 튀겼다며 못 먹는다. 메뉴를 한참 고르더니 결국 두부 김치 주문해놓고 두부만 먹고 필자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먹는다.

대학로의 한 술집 사장도 동안이었다. 피부가 여자 같았다. 나이를 물어 보니 필자보다 한 살 어렸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바르는 화장품을 같이 써온 게 비결이라고 했다. 지금도 여자 화장품을 열심히 바른단다. 남자 화장품은 종류가 몇 개 안 되어 미흡하다는 것이다.

MBC 탤런트들의 연극 시연회에 간 적이 있다, 연극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다. 여자 탤런트들은 나이가 들어도 분장을 하면 어느 정도 먹히는데 남자 탤런트들은 그게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남자같이 보여야 좋다. 무엇을 위한 동안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제 나이로 안 보이면 대우를 못 받는다. 대학로 술집 사장도 올해부터 지공선사인데 동안이라서 전철 경로석에 앉았다가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필자는 경로석에 앉아도 그만큼 나이 들어 보이니 느긋하다.

10년 전만 해도 동안인 후배들이 많았지만 환갑이 가까워 오니 탈모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제 나이가 보인다. 역시 탈모가 가장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여자들도 나이 들면 어느 정도는 나이가 들어 보여야 한다.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 보이면 징그럽다. TV에서 한창 젊을 때 우리 세대와 나이가 비슷한 가수들이 나왔는데 성형수술로 너무 젊어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나오면 무섭다.

반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동창생들을 만나면 그런 사람이 간혹 있다. 같이 다니면 상대적으로 젊어 보여 그 친구에게 미안할 정도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외모를 가꿔야 한다. 탈모가 심하면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경제적인 능력이 된다면 가발도 용기 내어 써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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