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어떤 과보다 가기 싫은 곳이 치과인데 그만 치과에 갈 일이 생겼다. 치아의 건강은 오복 중 하나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반 정도가 다양한 잇몸질환 초기에 있다고 한다. 노년층에 이르면 80~90%가 잇몸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하며 이는 이를 뽑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잇몸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플라크인데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이 되어 이 사이가 벌어지고 그 사이를 세균이 침투한다니 치석 제거를 잘해야 치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치아가 시린 듯한 스케일링(치석 제거) 후의 증상이 싫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치과 치료를 받을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엔 크라운으로 이미 치료를 받은 이가 말썽을 부려서 먹는 걸 즐기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이가 서로 닿는 부분이 너무 아파 그렇게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속이 상했지만 평소 하기 힘들었던 다이어트를 저절로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필자는 치과라면 어릴 때부터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대전에 살 때였는데 시내에 우리 가족이 다니던 ‘남욱 치과’가 있었다. 치과에 들어서면 ‘지이-잉’ 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환자의 비명소리도 들려 그야말로 공포스러웠다.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고 ‘위-잉’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듣는 건 정말 싫고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나 남욱 선생님은 어린 눈에도 훤칠하니 잘생기시고 친절한 분이셨다. 필자에게 다정한 말씀도 많이 해주시며 공포에 떨던 필자를 안심시키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부터 필자의 이가 안 좋았던 건지 엄마 손을 잡고 ‘남욱 치과’에 자주 다녔다. 아니, 이가 안 좋았다기보다는 앞니 두 개가 돌출되어 약간 뻐드렁니였다. 엄마는 필자의 앞니를 교정시켜주려고 치과에 데리고 다니신 것이다.
요즘 치아에 철사 같은 기구를 낀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구강 교정을 위한 도구다. 당시 필자는 앞니 두 개에 철로 된 줄을 채우고 옆의 이에 동그란 고리를 달아 연결한 틀을 끼고 있어야만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입안에서 열도 나고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안 볼 때는 몰래 빼놓곤 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필자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남욱 선생님은 “나중에 커서 미스코리아 나가려면 이걸 잘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의 윽박지름보다 나중에 미스코리아에 나가려면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 때문에 지금 이나마 필자의 이가 교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스코리아대회에는 서보지도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오랫동안 치과에 들락거렸는데도 여전히 치과는 무섭고 싫다. 젊은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정기적으로 플라크 제거를 잘 해서 치아 건강을 지켰으면 좋겠다. 오늘도 크라운을 벗기고 마취주사를 맞고 아픈 이를 갈아내는 치료를 받았다. 다음 주에 다시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좀 다르게 필자를 위로하기로 했다. 세월 따라 몸에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만큼 건강하게 살아온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이 나이까지 버텨준 어금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정성껏 치료해주면서 잘 지내볼 생각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승연은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결혼한 지 9년째인데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행복하다. 나이 50에 해탈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그녀와의 털털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봉규 시사평론가
이승연이 벌써 50세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보통 스타들이 나이를 먹어서 미모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자기합리화나 자기최면을 걸듯이 “지금이 좋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만 오늘 만난 이승연의 표정은 정말임을 딱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60이 기다려지고 늙어진 자신을 보는 날을 꿈꾼다니 의외였다. 잘 나이 들고 싶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본인의 얼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용감한 발언을 한다. 남들이 들으면 돌팔매를 맞고도 남을 망언이라고 오해받기 쉽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미녀 스타인데 그런 망언을 하다니? “피겨 스타 김연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얼굴”이라는 이승연의 평가를 듣고 난 후에 비로소 이해가 갔다. 분명 김연아와 이승연은 다른 스타일의 미모다. 눈이 크고 쌍꺼풀이 진한 서구적인 얼굴의 이승연은 자신과 반대의 이미지인 한국적 눈매를 지닌 김연아의 얼굴이 부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나와 다른 스타일의 미모에 대한 부러움일까? 여느 보통 여자들이 하는 그런 시샘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승연의 성격에는 아마 김연아 같은 얼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털털하고 쿨한 여자
실제 김연아는 성격을 묻는 질문에 “단순무식하고 쿨하다. 혈액형이 O형인데 전형적인 O형 성격에 딱 맞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승연도 O형이고 털털하기로는 김연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다. 그녀는 매니큐어도 안 칠하고 평소에는 귀찮아서 화장도 안 하고 거리를 활보할 정도로 털털하다. 남편이 선물을 사서 줄 때도 예쁜 포장지에 싸서 주는 것보다 흰 종이나 광목천으로 둘둘 말아서 주는 걸 더 좋아한다.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한량 이봉규의 난데없는 해석이지만 그녀가 김연아의 얼굴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성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승연의 가족사랑은 유별나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아이를 낳은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은 남편과 결혼한 것이란다. 그녀는 한 방송(TV조선 )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길러준 엄마가 사시사철 학교를 데려다줬다. 혼자 학교를 못 갔다”라며 “내가 세 살 때 언니가 선천성 탈구라는 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충격을 받은 부모님이 날씨가 안 좋으면 날 학교에 안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가지 말라고 선물을 많이 줬다. 그런데 친구들은 장난감만 받고 금방 가버렸다. 너무 외로웠다. 그 상태로 쭉 자라오다가 애늙은이처럼 컸다”라며 “그 보상심리가 있는 거 같다. 내 딸은 나처럼 자라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나한테 부족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이승연은 자녀교육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랑만 해주면 애는 저절로 알아서 크는 것”이라는 그녀의 철학이 멋지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저절로 큰다는 생각을 안 하고 억지로 아이들을 훈련시키면서 키워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녀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경험 때문일까? 나이 50에 해탈한 느낌이란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술자리 때문에 늦어도 잔소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룸살롱에 간다면 제일 예쁜 아가씨를 옆에 앉히라고 주문한다니 놀랍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있어서 더욱 쿨하게 이해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에도 불구하고 이승연을 믿어준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존 킴이라는 이름보다 ‘이승연의 남편’으로 불리며 사는 남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연애시절 자동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6~7시간 대화해도 시간가는 줄 몰랐을 정도로 코드가 잘 맞는다. 사귄 지 두 달이 넘어서야 첫 키스를 했을 정도로 그녀의 감정을 아껴준 남편에게 감사해한다. “B형 남자는 O형 여자에게 절대 못 이긴다”고 자랑하는 그녀의 속뜻은 아마 남편이 자기를 더 사랑한다는 진단일 것 같다. 그렇다면 남편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이승연과의 결혼일 것이다. 이승연은 두 번째로 잘한 일이지만. “행복을 찾아준 남편은 항상 고마운 존재”라며 “결혼할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입에 찬 소리 해서 행복이 날아갈까 겁이 난다”고 엄살까지 부린다. 그녀의 부모님이 이혼해서 그런지 어떤 시련이 올지라도 남편과 절대 이혼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족의 사랑이 절대적 힘
두 살 연하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남편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남편 존 킴(한국명 김문철)은 의류 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미국 시민권자다. 두 사람은 2005년에 다른 사람 결혼식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는데, 이승연이 남편에 대해서도 잘 아는 지인에게 툭 던진 말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맺게 해줬다. “저 사람, 여자 친구 많겠다. 혼자 놔두면 못 믿을 것 같은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근데 저런 사람이 진국일 거야.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일 거야!”라고 평가한 것을 나중에 남편에게 얘기했다는 것.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만난 남편은 이승연에게 “어떻게 나를 그렇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냐?”면서 감탄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사귀게 됐다.
결혼한 지 9년째인 두 사람은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결혼 잘했다.
수줍어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 싫어하고 방콕을 즐기는 이승연에게 남편과의 행복은 절대적 가치일 것이다.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데 어떻게 수영복 심사를 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친구 따라 미용실에 갔는데 원장이 대회에 나가면 미스코리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적극 권유했다. 그때 마침 승무원 생활을 3년쯤 하던 권태기여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술회한다.
인생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때부터 톱스타 이승연의 삶이 시작됐고 50세가 되기까지 숱한 화제도 예기치 않게 일어났다. 각종 뉴스에 오르내리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견뎌냈다.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긍정의 DNA를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해한다. “말 한마디의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몇 년 전에 비로소 깨달았다”면서 “이제 빚을 갚고 싶다. 긍정의 말 한마디를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전하면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든 각종 인연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에게든 누구에게라도 보답하겠다는 의지에 날이 서 있다. 분에 넘치는 팬들의 사랑도 받았고 그 관심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그만큼 패대기 처지면서 수렁으로 밀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이 50이 돼서야 해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해졌다. 남편의 사랑이 절대적인 힘이 돼주었고 가족들과 주변의 격려 덕분이지만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이겨낸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나 자신을 믿어준 스스로에게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달아오른다.
자기 삶의 가치가 중요해
보답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방송도 중요한 방법일 수 있겠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사람이기에 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로 영향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승연은 타고난 방송인 자질이 있기에 안성맞춤. 또한 패셔니스타의 자질을 잘 활용해서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승연은 패셔니스타의 원조다. 드라마마다 걸치고 나오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크게 유행시키기는 완판녀의 원조 격이다. 뛰어난 패션 감각 덕에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재능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어떻든 이승연의 삶이 남달랐던 만큼 앞으로는 더 의미 있는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간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내 방식의 가치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남의 평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승연에 대한 남들의 평가도 이제부터일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본인의 삶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주당 이봉규이기에 술 한 잔도 못하는 이승연과의 인터뷰는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 이상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이승연과의 데이트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학생 아들을 둔 김성경(45), 자신감 하나는 국가대표급이다. 이것이 오늘의 대체 불가능한 방송인 김성경을 만든 원천이 되었고 그녀는 현재 아나운서가 아닌 방송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남자가 리드해줄 때 성적 판타지가 충족될 것 같다는 그녀는 이제야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글 이봉규 시사평론가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김성경과는 TV조선의 이란 프로그램에서 3년 이상 같이 방송을 하다 보니 너무 친해져서 오누이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막말로 성경이가 홀딱 벗고 덤벼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을 것 같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곧바로 나에게 보고할 정도다. 지금은 특별한 사이의 남자친구는 없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보고 있는 중이란다.
에서 잡힌 강한 여자 캐릭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고 투덜댄다. 어찌하다 보니 강하고 드센 여자가 되어버렸고, 남자들이 자기를 어려워해서 잘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덩치가 큰데(173cm) 캐릭터까지 강하게 잡혀서 속상하다는 자기 진단이다. 실제로 그 이유로 인해 고민하다가 일시적으로 에서 하차했던 적도 있다(나중에 다시 복귀했지만).
본인은 강한 여자 캐릭터가 부담스럽겠지만 이봉규가 분석하기에는 김성경이 오히려 그 덕을 봤다. 그 덕에 아나운서가 아닌 방송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최근에는 영화 주인공까지 맡아 촬영에 들어갔다. 이 영화에서 김성경 역할은 드세고 강한 성격의 하숙집 주인으로, 최성국과 부부로 나온다. 만약 지금까지 김성경이 연약하고 고상한 여자처럼 억지로 꾸며왔으면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일도 없고(실제로 감독이 을 보고 김성경을 여자 주인공으로 점찍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인으로서 지금 같은 확고한 입지의 김성경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친언니인 김성령처럼 미스코리아(진) 출신의 엄청난 미인도 아니면서 복에 겨워 투덜댄다.
아마 남자들이 못나서 김성경을 잘 다루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봉규의 심야데이트’를 위해 인터뷰하는 날 김성경은 “내가 아무리 강한 척해도 그걸 좋게 귀엽게 봐주는 남자가 드물다”고 털어놓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를 무섭게 여긴다는 것이다. 또박또박 자기주장을 펼치면 강하고 드센 여자로 보고 부담스러워 도망간다는 푸념이다. “남자들의 자격지심이냐?”라고 나에게 쏘아붙인다. 그녀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한량 이봉규도 김성경을 가끔 무섭게 느낄 때가 있으니까 얌전하고 젠틀한 남자들은 김성경 앞에 서면 주눅이 들어 도망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돈 많은 남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고 김성경은 진단한다. 돈이 많으면 자격지심 같은 것은 없을 테고 뭔지 모르게 당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강한 여자에게 오히려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언니 두 명 다 돈 많은 남자들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적인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둘째 언니인 톱스타 김성령의 남편은 부산에서 알아주는 준재벌급의 사업가이고, 첫째 언니의 남편은 대형 종합병원 부원장이라 돈 걱정 안 하면서 아주 잘살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형부 둘 다 언니들에게 꼼짝 못하고 산다고 하니 김성경은 “돈 많은 남자들이 자격지심 같은 것은 없고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울 것 같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겠다.
‘성적 판타지(sexual fantasy)’를 물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남자가 자기를 벽에 강하게 밀치고 키스 세례를 퍼붓기를 원한다고 하니 어쩌면 강한 여자의 콤플렉스일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남자가 리드해주길 원하는 것일까? 고전 영화 에서 율 브린너가 데보라 카를 강하게 리드했듯 그런 판타지를 꿈꾼다고 말하는 김성경의 눈빛이 간절하다. 영화 에서 데보라 카는 정숙하고 우아한 영국 여인이다. 김성경도 데보라 카에 자신을 대입시키고 싶은 마음일까? 하여간 영화에서 데보라 카는 다소 거칠고 자기밖에 모르는 왕(율 브린너)과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그러는 사이 왕에게 묘한 애정을 느낀다.
참고로 이봉규가 보기에는 세 자매 중 첫째 언니가 영화의 여주인공 데보라 카와 가장 닮았다. 그리고 세 자매 중 첫째 언니가 가장 매력적으로 생겼다. 그다음이 성령이고 성경이 인물로는 제일 처진다. 물론 이봉규(나름 고수)의 판단이지만 김성경은 자기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미스코리아 대회에 안 나간 것은 언니가 진으로 뽑혔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서”라고 큰소리친다. 자신감 하나는 국가대표급이다. 이것이 오늘의 대체 불가능한 방송인 김성경을 만든 원천일 것이다.
김성경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으로 자신감 넘치게 살아왔다. 지금도 어머니는 성경이를 세 딸 중에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예쁜 언니들보다 자기 할 말 거침없이 다 해대면서 강한 여자로 방송하고 강연 다니는 막내딸이 자랑스럽다. 어머니는 종갓집의 둘째 며느리로서 내리 딸을 두 명 낳고 셋째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시집에서도 은근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마침 태몽도 좋아서 아들인 줄 확신했는데 또 딸이 태어나니까 아빠는 실망해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고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는 “열 아들 부럽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어머니의 기도가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대견스러움을 넘어 자랑스러워할 만도 하다. 어머니는 성경이 태어나고 세 번 놀랐다고 한다. 당연히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딸이 나와서 놀랐고, 진통도 없이 쑥 순산해서 놀랐고, 구정 날에 태어나서 놀랐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들을 놀라게 했으니 강한 캐릭터를 가진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강한 여자인 그녀의 인생이 늘 씩씩하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혼의 아픔도 겪었고 혼자 힘으로 아들 키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에서도 밝혔듯이 이혼 이유가 남편의 외도 때문이었으니 그 아픔이 남다를 수 있다. 짓궂은 멤버들의 이혼에 관한 질문 공세에 김성경은 쿨하게 대답했다. “10여 년도 더 된 이야기다”라며 “처음에는 성격 차이였다”면서 “하지만 주변에서 ‘여자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해줬고, 결국 확인했다”고 방송에서 털어놨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이상하게 크게 화가 나지 않았고 그냥 쿨하게 보내줬다”고 한다. 그녀는 한술 더 떠서 “내가 먹고살려고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싶어 방송 중에 울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강한 여자인 그녀도 이혼의 아픔과 혼자 아들을 키워온 자신의 인생 스토리에 눈물이 저절로 나올 법하다. 다행히 아들이 잘 자라주었다. 지금 뉴욕대(NYU)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아들이 대학을 가니까 홀가분해진 느낌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지성과 미모를 숨기고 살았는데 이제 아들도 잘 키웠으니까 스스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금방 분위기가 뜬다. 이게 김성경의 캐릭터이고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 포인트다.
그녀가 자랑할 만도 한 것이 아들은 남의 나라 말로 그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도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서 알바하려고 인터뷰 신청을 해두었단다(지금쯤이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미국 유학의 경험이 있지만 첫 학기 때는 학업 스케줄을 따라가기가 보통 어렵지 않다. 첫 학기부터 알바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효심이고 아들 또한 엄마를 닮아서 자신감이 넘친다고 봐야 한다.
아들은 그녀에게 “엄마 왜 결혼 안 해? 앞으로는 내 생각 말고 엄마 행복만 생각하고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라고 입버릇처럼 주문을 한다니 대견스럽다. 그녀 생일에 아들에게 온 카톡을 읽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글을 쓰는 데 참고만 하겠다고 내 카톡으로 전달해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받아냈다. 그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지면에 그대로 옮긴다. 나중에 분명 강한 여자 김성경에게 야단을 맞을 게 뻔하지만 절친 오빠인 이봉규만 보기 아까워서 소개한다.
엄마 생일축하해요! 너무나도 감사하고 지금까지 계속 나를 믿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다 엄마 덕분이에요. 엄마 때문에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하고… 저한테 그럴 수 있는 힘이랑 Motivation을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해요! 제가 힘들 때도 있고 엄마도 힘들 때도 있겠지만 둘 다 서로를 사랑하고 도와주는 우리 모자 사이, 전 이런 게 있는 게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해요. 이런 엄마를 가질 수 있게 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감사하고, 하늘에 계신 아빠도 너무 감사해요. 제가 지금 곁에 있지 못하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저의 마음과 생각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엄마가 저한테 힘을 주시는 것처럼 저도 엄마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
대학교 1학년의 아직 어린 나이인데 참 대견스럽다. 그 아들의 바람대로 앞으로 강한 여자 김성경을 벽에 화끈하게 밀치고 키스 세례를 퍼부을 멋진 남자가 나타나길 고대해본다. 그때는 이 오라비가 그놈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다디미 방망이로 후려칠 것 같다.
그녀 아들의 바람대로 앞으로 강한 여자 김성경을 벽에 화끈하게 밀치고 키스 세례를 퍼부을 멋진 남자가 나타나길 고대해본다. 그때는 이 오라비가 그놈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다디미 방망이로 후려칠 것 같다.
오늘은 골프 유머 몇 가지로 시작해 본다.
- 100 깰 때 필요한 3無 무욕(無慾), 무력(無力), 무념(無念)
- 90 깰 때 무서워하지 말아야 할 3가지 벙커, 미들아이언, 마누라
- 80 깰 때 있어야 할 4가지 돈, 시간, 건강, 친구
- 70 깰 때 버려야 할 3가지 직장, 가정, 돈
- 골프 폼도 좋고 스코어도 좋으면 금상첨화
- 폼은 좋은데 스코어가 나쁘면 유명무실
- 폼은 안 좋은데 스코어가 좋으면 천만다행
- 폼도 안 좋고 스코어도 안 좋으면 설상가상
골프 사자성어
- 일취월장(一取越長) 잘 친 퍼터 샷이 길게 친 드라이버 샷보다 낫다
- 이구동성(二球同成) 세컨 샷을 잘 치면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
- 삼고초려(三高初慮) 골프 라운딩 때 세 명의 고수와 함께 치게 되면 초반부터 심려가 많다.
- 사고무친(四高無親) 드라이버, 세컨 샷, 어프로치, 퍼터 네 가지를 모두 잘 치면 사장님 손님 떨어져요~친구가 없어요~
같은 뜻의 말이라고 해도 생생하게 말할수록 설득력이 있고 기억도 오래 간다.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의 귀에 쏙 들어온다. 재치 코드는 그래서 필요하다. 살아 있는 말은 사람의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구체적인 사례와 예증을 제시하면 더 흡인력이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나이가 들어도 여러 가지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그저 그렇다. 다 아는 이야기요,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다.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흘려들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사례와 실제 인물의 경우에 연결해서 말하면 뜻이 더 살아난다.
“러시아의 소설가인 파스테르나크는 68세에 노벨문학상을 탔다.”
“프랑스의 소설가 콜레트는 그녀의 유명한 소설 ‘지지’를 71세에 썼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는 86세에 정열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피카소는 87세에 걸작을 여러 점 그렸다.”
“두 살 때 시각과 청각을 잃은 헬렌 켈러는 88세에 사망할 때까지 글을 쓰고 강연을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훨씬 생생하고 귓속에 쏙쏙 들어온다.
언젠가 받은 어느 회사의 카드에는 1세부터 100세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따라서 한 살, 한 살 재미있게 설명해 놓았다. 1세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나고, 누구나 비슷하게 생긴 나이란다. 나이 3세에 정약용은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일세’라는 시를 지었단다. 그런데 보통 나이 3세는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나이다.
21세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를 설립했고, 보통 나이 21세는 사과 같은 얼굴을 갖기 위해 변장을 시작한다. 35세에 퀴리 부인은 남편과 노벨상을 받았고, 보통 나이 35세는 이제 혼자 아니라는 사실을 엄청 느끼게 된다. 36세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ET를 만들었지만, 보통 나이 36세는 절대로 ET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44세에 원효대사는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 도를 깨달았지만, 보통 나이 44세는 약수터의 약수물도 믿지 못하는 나이다. 47세에 이순신 장군은 옥포에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보통 나이 47세에는 싸울 일이 있으면 피하고 본다.
54세에 디즈니는 디즈니 왕국을 만들었지만, 보통은 꿈의 왕국을 꿈속에서나 보게 된다. 59세에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했는데, 보통 나이 59세는 성골, 진골이 아니면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68세에 갈릴레이는 천동설을 뒤집어서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보통 나이 68세에는 생각을 뒤집으면 민망해진다. 91세에 샤갈은 마지막 작품을 완성했지만, 보통 나이 91세는 나이 자체가 작품이 된다. 93세에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의 기둥을 세웠다지만, 보통은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해지는 나이가 된다.
나이에 관한 유머는 청중에 맞춰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언제 나이 드셨다는 걸 느끼십니까?”하고 묻는다. 여러 사람이 이런 저런 대답을 하고, 본인이 몇 가지를 덧붙인다.
- 종로, 신촌, 명동 거리에서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몇 번씩 지나다녀도 아는 사람 한 명을 만나지 못할 때
- 크리스마스 이브의 귀가 시간이 매년 빨라질 때
- 나도 모르는 사이 택시기사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 오랜만에 찾은 오락실에서 계속 두리번거리며 테트리스를 찾을 때
-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본 TV 이야기를 하던 중 “그전에는 잘 몰랐는데 ‘가요무대’도 꽤 재미있더라고”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때
-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이야기가 들리면 귀가 솔깃해질 때
- 대한민국 군인이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여자가 무척이나 어리게 느껴질 때
유머는 인상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초면의 어색함과 거리감을 없애는 데 유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또한 유머는 팽팽한 긴장을 풀어 주는 돌파구가 된다.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고 있을 때, 한마디 유머를 던지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긴장되고 숨 막히는 분위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유머로 반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실패할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라고 한다. 15분이 넘으면 잡념이 생기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유머 한마디는 집중력을 회복시켜 준다. 그런데 유머를 섞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머 전에 “지금부터 농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농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우스운 이야기예요”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이 말을 함으로써 뒤에 오는 농담의 김이 빠지고 만다.
유머의 매력은 놀라움에 있다. 미리 예고를 해서 김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들으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농담 하나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듣는 사람들을 썰렁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유머를 섞더라도 이야기의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유머가 좋다. 유머라고 해서 전혀 관계 없는 ‘무슨 무슨 시리즈’를 읊는 것은 컨텍스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강미은 교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전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석사.
1908년부터 이화여대 개교기념 축제인 ‘이화잔치’의 주요 행사였던 ‘메이퀸 선발대회’는 1960~1970년대 활기를 띠며 연세대, 한양대 등의 대학가와 일부 여자고등학교까지 퍼졌다. 5월 하면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캠퍼스의 추억, 메이퀸 선발대회를 돌아봤다.
자료 제공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역사관·이대학보사, 연세대학교 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요즘말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얼짱’, 거기에 학벌과 인성까지 겸비하면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라고도 부른다. 6070세대의 엄친딸이 바로 ‘메이퀸’라 할 수 있겠다. 얼굴 생김새뿐만 아니라 몸 맵시와 걸음걸이는 물론 성적과 품행, 유창한 스피치까지 겸해야 후보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메이퀸으로 선발되면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등 미스코리아 못지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고. 하지만 1970년대 중반으로 갈수록 여성 미모에만 치중하는 대회라는 시각과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며 찬반론이 거세졌고, 결국 1978년 막을 내리게 된다.
◇ 숙명여대 5월의 여왕 장미 - ‘찬미대회(찬미전)’
장동건, 현빈, 장근석, 송승헌, 이영애, 송혜교, 고현정, 전지현, 손예진, 이병헌 등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5000만~2억 원을 받는 스타들이다. 김태희, 수지, 유재석, 이승기 등은 광고 한 편 출연하는 데 모델료로 10억 원 안팎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김수현, 이민호는 중국 CF 한 편 출연료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 한류스타다. 송강호, 하정우 등은 영화 한 편 출연료로 6억~7억 원을 받는 스크린 스타다. 엑소는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고척돔 하루 공연으로 티켓 수입 등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스타화의 경로나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유형이 모두 다르다. 이병헌은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고 이영애는 연예기획사 백기획에 의해 발탁돼 스타가 됐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이 계기가 돼 방송사 연기자가 되면서 스타가 됐고 전지현은 정훈탁 싸이더스 대표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발굴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각각 다르다.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 개입한 스타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이병헌은 “나는 KBS 탤런트 공채가 없었으면 연예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KBS 공채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고, 이영애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백기획의 백남수 대표는 “잡지에 실린 이영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 재목감임을 직감하고 영입했다. 연기 훈련부터 드라마 데뷔까지, 그리고 스타가 된 뒤로도 기획사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제 재능과 끼, 외모,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변수에 의존해 우연히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체제로 움직이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는 탄생할 수 없는, 스타는 만들어지는 시대다. 수많은 스타 뒤에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교육, 치밀한 데뷔 전략,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형, 막대한 홍보 마케팅이 자리한다.
스타 시스템은 스타와 시스템의 합성어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일부를 발탁해 연기자나 가수로 키워 스타로 부상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스타의 생산, 거래, 활용, 관리, 소비의 전체적인 순환 메커니즘을 주관하는 체계를 스타 시스템이라고 한다. 저자 김호석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최단 시간에 최대한 인기를 얻는 스타로 부상시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 대중매체의 판도, 팬 층의 규모와 구성 분포 등에 따라 스타 시스템의 구조와 주체가 변해왔다.
KBS, MBC 등 방송사가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전속제를 실시하던 1960~1980년대까지는 방송사가 연기자를 발굴, 유통, 관리하며 스타 시스템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스타의 신변이나 스케줄 관리 등 부차적 업무를 수행했던 연예기획사와 매니저는 1990년대 방송사 연기자 공채가 사라지면서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고 스타의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가수 출신인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가 CAA(Creative Artist Agency) 등 미국 유명 스타 에이전시와 쟈니스(ジャニ-ズ )프로덕션을 비롯한 일본 프로덕션 등 스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를 하는 선진 스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면서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안착하게 됐다.
이수만 SM 대표는 “미국에 유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스타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체계화하고 전문화된 스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것이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SM 설립 배경을 말했다.
SM 설립 이후 DSP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가수와 아이돌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한편으로 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연기자 전문 연예기획사도 지속해서 생겨났다.
2000년대 들어 한 연예인이 연기, 음악, 예능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스타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연예기획사들도 가수와 연기자, 예능인 등 다양한 연예인을 양성하는 종합 연예기획사로 변모했다. 연예기획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SM, YG, FNC, JYP, 싸이더스, 키이스트, 나무엑터스, 웰메이드 예당, DSP미디어, BH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한국 대중문화 판도를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의 주역들이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신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예기획사가 전문적인 스타 양성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톱스타로 활동하는 전지현, 김태희, 비, 이민호, 김수현, 수지, 엑소, 빅뱅, 소녀시대 등이 모두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인 것만 봐도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스타화 경로 역시 근래 들어 전문화하고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미인대회, 오디션 프로그램,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뽑은 뒤 2~6년 동안 연기, 댄스, 노래, 예능 개인기 등을 교육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친 뒤 TV, 광고,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을 통해 신인으로 데뷔시켜 연예인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투여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방송무대를 통한 데뷔까지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보고서 ‘스타가 되기까지’를 발표한 흥국증권 최용재 연구원은 “5인 멤버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약 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5인이 2~3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 데 5억 원 정도 들어가고, 사전 마케팅부터 KBS, MBC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 활동까지 6주간의 데뷔 활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타들의 위기 관리도 담당한다. 대중의 비난을 불러왔던 스캔들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 등 수많은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중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 연예기획사를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2PM의 닉쿤, 미쓰에이의 지아·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 트와이스의 쯔위 등이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을 통해 교육받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다.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루한, 타오도 SM엔터테이먼트에서 육성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스타를 육성하는 체계화된 한국 스타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외국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는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스타 시스템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노예계약’으로 명명되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미성년자 연예인의 학습권 미보장,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에 대한 성폭행 등 일부 소속사 관계자의 범죄 등이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선진 스타 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