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자 2명 중 1명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령자는 폐렴구균감염증과 합병증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가 될 위험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국가예방접종사업 미도입 및 고위험군 성인 백신의 접종률 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대학교 산학연구단 이석구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올해 5월 14일까지 만 65세 이상 1150명(남자 498명·여자 652명)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폐렴구균 1차 예방 접종률은 56.2%, 2차(총 2회 접종자만 응답) 예방 접종률은 20.2%로 나타났다. 따라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령별로는 1·2차 접종 모두 75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접종률이 가장 낮았다. 1차 접종률의 경우 65∼69세가 가장 높았으며, 70∼74세, 75세 이상 순이었다. 2차의 경우 70∼74세가 가장 높았다. 이어 65∼69세, 75세 이상 순이었다.
고령층의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저조한 것은 정보가 부족하고 국가 지원이 미비한 탓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폐렴구균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본 결과 ‘접종의 필요성을 몰라서’라고 답한 사람이 50.6%로 가장 많았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20.6%), ‘필요하지만 접종 비용이 많이 들어서’(10.2%)가 그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폐렴구균으로 발병하는 폐렴은 발열, 오한, 객담을 동반한 기침,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폐렴을 포함한 폐렴구균 침습성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특히 폐렴구균감염증의 합병증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될 수 있는 만큼 65세 고령층은 예방접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이러스로 가득하다. 어쩔 수 없이 공생해야 할 운명(?)이라면 바이러스를 잘 활용하고 다스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 아닐까?
도움말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 하석훈 전 ㈜GC녹십자 종합연구소장
CHAPTER 1. 바이러스로 살아남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현대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바이러스’도 적지 않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숙주세포에 전달하는 게 특징인데, 이에 착안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은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한 유전자치료제는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간 것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르고, 10여 개는 이미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라며 “미국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을 선언했고, 다른 나라에서도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치료용 바이러스, 그 효과는?
유전자치료가 성공하려면 인체에 치료유전자가 효율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다양한 전달 방법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고 널리 사용되는 도구는 바로 ‘바이러스’다. 이는 바이러스가 자기 유전자를 세포 내로 잘 전달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유전자치료제는 일반 치료제와 경쟁하는 의약품이 아니다”라며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질병(선천성 면역결핍증, 선천성 시각장애 등)이나 치료제가 있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져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질병(암, 중증 통증 등)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투여해도 안전한 바이러스는 어떻게 만들까? 바이러스에 따라 2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전자가 있는데, 먼저 이들 중 바이러스 게놈 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한다. 복제 유전자가 없는 바이러스는 사람 몸에 들어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지 못하고 치료유전자 전달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CHAPTER 2. 바이러스에서 살아남기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부부는 2000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의 목표는 질병과 빈곤을 없애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백신 개발에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백신은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리고 비용 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9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에 대한 맹신, 문제는 없을까?
질병을 막기 위한 최선책으로 여겨지는 백신. 그러나 백신에 대한 맹신이 불러오는 문제는 없을까? 하석훈 전 ㈜GC녹십자 종합연구소장은 “백신의 효능은 종류마다 다르다. 유도된 면역력은 백신 접종 후 평생 유지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재접종해야 할 경우도 있다”며 “한 번 접종한 백신이 해당 질병에 대한 방어력을 평생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혹시 여러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맞거나 단기간에 투여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 염려할 것 없다. 백신의 상품화 과정과 시판 후 조사 과정을 통해 여러 백신을 동시에 투여해도 면역체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번에 백신을 투여함으로써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한편 면역력을 키우겠다며 다소 비위생적인 환경에 어느 정도는 노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득보다 실이 큰 행위다. 하 전 소장은 “자연감염으로 인해 다양한 면역력이 유도될 수 있지만, 일부 감염체는 쉽게 자연치유되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거나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남기기도 한다”며 “감염을 막기 위해 위생에 신경 쓰면서 적절한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라고 당부했다.
위생이 좋지 않았던 1970~80년대에 유년기를 지낸 중장년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부분 감염돼 항체를 가진 경우가 많다. A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유·소아기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된 후 감염되면 급성 A형 간염을 앓거나 심하면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요즘은 위생관리 수준이 높아져 A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병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항체를 지닌 사람이 10%도 안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A형 간염 백신이 잘 개발돼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접종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예방접종주간’이다. 최근 신종바이러스 등 다양한 감염병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특히 시니어 세대와 기저질환을 가진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을 받길 권고한다.
노년층과 만성질환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는 ‘폐렴’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5세 노년층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지난해 1분기 18.2%에서 올 1분기 6.2%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폐렴구균으로 발병하는 폐렴은 발열, 오한, 객담을 동반한 기침,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폐렴을 포함한 폐렴구균 침습성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만 65세 이상 25-30%, 75세 이상 40%가 사망에 이르는 만큼 노년층은 특히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폐렴구균성 폐렴은 만성질환자에게 발병할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난다. 18세 이상 만성질환자와 건강한 성인의 폐렴구균 폐렴에 걸릴 확률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질환 환자에서 폐렴 발병률은 7.7~9.8배, 당뇨병 환자는 2.8~3.1배, 만성심질환 환자는 3.8~5.1배 높게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폐렴구균성 폐렴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각 학회에서는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만성질환자에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KSID)는 지난해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폐렴구균성 질환 고위험군에서 접종을 권했다. 이 외에도 대한골다공증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장연구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에 맞춰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필자의 아버지는 건강한 편이었는데 72세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운동 중독이라 혹한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러 나가셨다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노인이라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감기가 악화 되어 결국 폐렴으로 번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보름 만에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폐렴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보니 죽을 때는 폐렴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 철마다 무슨 병으로 많이 죽는지 나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당시 계절이 혹한기이면서 그 달에는 폐렴이 가장 높은 사인이라고 했다.
폐렴은 10세 이하 아동이 잘 걸린다. 감기가 악화 되어 폐렴으로 번지는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되기 전 까지는 오랫동안 잊게 되는 병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면역력이 약화 되면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폐에 들어 와 염증이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아이들 폐렴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데 4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고 기침과 가래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성 폐렴은 고열과 기침도 없다는 것이다. 무기력증과 식욕부진, 근육통 정도라서 흔히 노인성 무기력증이나 몸살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그런 상태라면 당연히 식욕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렴 발병을 모르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노인의 폐렴 사망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질환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보면 예방 접종률이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설마 폐렴에 걸리겠느냐며 태평한 것이다. 병원 기피증이 있어 병원에 되도록 안 가려는 풍조도 한 몫 한다. 병원에 가보면 이것저것 영양제나 피로 회복 주사 등을 권유하는데 그 부류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는 매년 가을철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다. 올해부터 경로대상이라 3가 백신은 무료로 맞을 수 있지만, 올해도 제대로 돈을 내고 병원에서 4가 독감백신을 맞았다. 겸해서 폐렴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에 20만원이라 비싸기는 하지만, 한번 맞으면 평생 유효하다니 비싼 게 아니다. 적어도 폐렴으로 죽을 확률은 떨어지니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좀 싼 폐렴 백신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백신 약효 유효기간이나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백신 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폐렴 백신의 경우도 65%~85%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예방 백신을 맞았는데도 걸라는 경우가 있는데 백신 덕분에 경미하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상 포진 예방 백신이다. 병원에 갔다가 통증이 가장 심한 병을 지표로 보여주는 포스터를 보고 대상 포진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높게 나타나 있었다. 이것도 역시 20만원으로 비싼 편인데 평생 유효하다는 것이다. 막상 대상 포진에 걸려 고생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정작 예방 백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은 독감, 폐렴이나 대상 포진에 걸리면 많이 고생한다.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아 잘 안 낫는다고 한다. 이런 병을 앓고 나면 팍삭 늙는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돈 한 두 푼 아낄 일이 아니다. 병원 기피증이 있는 사람들도 적어도 독감, 폐렴,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맞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