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디지털 뉴딜’ 시행으로 IT, 인공지능, IoT 등을 접목한 다양한 신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며 ‘그린 뉴딜’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중장년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숙련된 경험을 살린다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자리 시장 대전망’을 주제로 펼친 ‘50+일자리 특별포럼’의 두 번째 세션 토론 내용을 Q&A로 정리해봤다.
토론자
김태은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 서기관(이하 ‘김’)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이하 ‘남’)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이하 ‘박’)
Q1. 디지털·탈탄소 사회, 중장년 일자리의 미래는?
(남)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도 틈새나 사각지대를 찾으면 중장년의 일자리는 충분하다. 지난 10년은 노동절약형을 강조한 기술혁신하에 일자리를 줄여왔다. 그러나 대전환 시대에는 그 반대여야 한다. 더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이 절감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주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로컬 뉴딜’과 병행돼야 한다. 최근 로컬 모빌리티의 한 사례로 전국 지자체의 공유 자전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령 서울시의 ‘따릉이’ 누적 회원은 171만 명이 넘고, 대여도 300만 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유 자전거 수리공이나 거치대 설치·관리자, 마을 단위 자전거 교육 강사나 수송 인력도 확대될 것이다. 이렇듯 공공의료 분야나 마을 돌봄, 그린 리모델링, 재생에너지 설치·관리, 건강한 먹거리 산업 등의 영역에서 50+세대의 일자리가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박)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이 사라진다. 일찍이 육체노동은 자동화 로봇이 대체했고, 최근에는 인지 업무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를 일자리의 위협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새로운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큰 오해는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일하려면 데이터 분석가나 코딩 전문가 등이 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해오던 일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MIT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우리가 꺼리고 불편했던 일들을 신기술이 대체하고, 인간은 그 기술을 활용해 더 창의적이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자리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들어 있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는 자신의 현업에서 출발하되, 그에 대해 중장년이 창의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Q2. 한국판 뉴딜, 정부 및 기관의 50+ 일자리 계획은?
(김) 고용 관련 한국판 뉴딜의 주요 안은 ‘고용안전망의 확대’와 ‘사람 투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지원대상 확대 및 미래적응형 직업훈련 개편, 재취업지원서비스 내실화, 전국민고용보험·국민취업제도 시행 등 고용안전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50+세대 지원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해소, 돌봄 능력 강화, 기본 소득 도입 및 중장년 연금 확대, 공동체 일자리 제안 등을 계획 중이다. 사람 투자 측면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숙련된 신중년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디지털 역량을 학습해 이를 활용하도록 교육과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도 그린 뉴딜이 본격화되면 도시재생이나 그린스마트 분야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라 예견하고, 이에 발맞춰나갈 계획이다. 2020년에는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파일럿 사업을 진행했다. 40명의 참여자를 17개의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에 파견했고, 공공 스마트시티의 기획과 운영, 에너지 절감 컨설팅 영역 등에 50+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그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또 플랫폼 일자리와 관련해 ‘중소기업 공유고용 모델’을 실험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막상 채용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에 같은 고민을 가진 중소기업이 모여 전문가 1인의 인건비를 나누는 방식을 시도해봤다. 50+세대 20명과 협력 기업 5곳이 참여했고, 이후 약 70%가 실제 고용으로 연결됐다. 이를 체계적으로 보완해 질 높은 새로운 노동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유휴지를 활용하는 ‘세대 융합 귀촌 모델’이나, 산업안전·돌봄 분야의 ‘50+건설안전감시단’, 취약계층 노인 대상의 ‘HF행복돌보미’ 등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Q3. 50+의 활약이 기대되는 일자리 분야는?
(남) 최근 지표들을 보면, 50+세대는 디지털 시대 전환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 중이다. 지난해 시니어 1인 미디어 생태계 창출을 위해 ‘50+ 유튜버 스쿨’을 열었다. 10팀을 선발해 집중적인 실습과 교육을 해보니 그중 40%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두 달간 구독자가 4배 증가했고, 수익은 10배를 창출했다. 이는 관련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표할 만큼, 50+세대의 디지털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다. 아울러 청년과 노년을 잇는 세대로서 노노케어, 멘토링 등의 분야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퇴직 후 5~10년 정도 지역에 내려가 ‘세대융합 귀촌모델’을 만들거나 지방 정부와 연계한 ‘귀촌 인턴십’ 참여도 가능하다. 나아가 국제무대에도 중장년이 활동할 기회는 충분하다. 가령 코이카(KOICA)가 가진 개도국 경제성장을 위한 조달기금은 연간 약 1조8000억 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누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50+세대가 진입할 통로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박) 디지털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생태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색해볼 수 있다. 먼저 저출산·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 변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로 질 높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을 업종별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개발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겸비한 50+세대의 조율자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세대 간 융합을 도모하는 사회·문화적 포용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저탄소·친환경 사회로의 변화 속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팜 구축, 신재생 관련 제품 서비스 개발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바처럼 1980~90년대의 경제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과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 가능한 국제무대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꾀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2060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이외의 개인연금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대안적인 개인연금상품 중 하나인 ‘연금저축’이 주목받고 있다.
보험사 직원이나 주변 사람의 권유로, 또는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막상 이에 대한 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재무상담사 경력 도합 38년에 달하는 엄진성, 나철균, 조용준 세 전문가가 ‘연금저축’ 활용 비법을 모아 ‘연금저축은 어떻게 노후의 무기가 되는가’(원앤원북스)에 담았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1장 ‘잠자고 있는 당신의 연금저축을 깨워라’에서는 연금저축 상품을 추천하는 이유와 더불어 연금저축보험 외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등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안한다. 이어 2장 ‘연금저축을 아는 것이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에서는 개인연금저축과 연금저축계좌의 차이점을 소개하고, 연금저축의 3단계 개정 등을 이야기한다.
3장 ‘연금저축으로 절세하고 노후 자금을 키워라’에서는 연금저축 규모를 계획하기 막막한 근로소득자, 자영업자를 위해 상황별 가입 전략을 수록했다.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계산절차를 이해하고, 손해는 줄이고 혜택을 늘리는 방법을 알 수 있다.
4장 ‘노후 무기가 되는 연금저축 Q&A’와 5장 ‘연금저축 투자 노하우 따라하기’에서는 자주 묻는 질문 21가지의 해답을 비롯해 가입 이후 관리에 대해 조언한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한 경우, 책 뒷부분에 실린 ‘펀드 리모델링 가이드’를 따라 조정하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전진혁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연금저축에 대해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해부한 진정한 바이블”이라고 언급하며 “연금저축을 이해하고 잘 사용하고자 하는 가입자, 연금저축 영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투자권유 대행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권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발표한 노인 관련 공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지난 4월 발표된 ‘어르신을 위한 문재인의 9가지 약속’이라는 공약을 보면 기초연금 매월 30만원으로 인상, 치매 환자 국가 관리, 틀니 임플란트 본인 부담금 절반으로 절감,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보청기 비용 보험 확대, 경로당을 생활복지관으로 리모델링, 농산어촌에 100원 택시 도입,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및 수당 인상, 독거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9가지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초연금은 하위 소득 70%여야 하는데 거기에 못 낀다. 치매는 아직 염려할 나이가 아니다. 틀니보다는 임플란트가 더 효과적이니 틀니는 아예 해당 없고 임플란트는 아직 대상 치아가 없다.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는 스스로 정기검진을 받고 있고 온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을 비울 때가 대부분이라 역시 해당 사항이 없다. 보청기도 아직 해당이 안 된다. 경로당에 갈 나이도 아니다. 농산어촌 100원 택시는 도시민이므로 해당되지 않는다.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및 수당 인상은 해당이 되지만 아직 변화가 없고 두고 볼 일이다. 독거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제공도 아직은 이르다. 그러므로 필자에게는 대부분 해당이 안 되는 정책들이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실제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다 돈이 들어가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숙제다. 이렇게 노인복지를 확대하자는 데 한편으로는 지하철 노선이 적자라고 애꿎게 노인 무임승차가 그 원인이라며 경로우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선,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호스피스 재택 방문 서비스, 독거노인 피부양자 제도 등의 개선이다. 빠르게 진전되는 것 같다. 노인일자리는 현재 지킴이, 도우미, 돌봄이 범주에서 벗어나 직무 중심의 민간 일자리 확보가 바람직하다. 방향도 복지와 함께 직무 중심의 시장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발표로 작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67.7%가 공익활동인데 보수가 12년째 월 20만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간 분야 일거리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포털 사이트 회사에서 노인들을 고용해서 운영하는 하는 인터넷 회사는 매출이 급증했다는 등의 좋은 사례를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 임금제의 역습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파트 경비원 감원 등도 문제로 보인다.
새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인생 3모작’을 들고 나온 것은 귀 기울일 만하다. 인생 2모작은 이미 광범위하게 퇴직 후의 인생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인생 3모작은 새로 나온 용어로 65세 이상의 노인도 생산 가능 인구의 범주로 보고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50~60대를 ‘신중년’으로 보고 취업성공 패키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위소득 초과 ‘신중년’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를 내년부터 신설한다고 한다. 노인도 실업수당의 대상이 되며 노인을 고용할 경우 장려금도 지급한다고 한다.
사회공헌에서 재능기부도 자원봉사의 영역으로 포함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정부로부터 받는 소액의 활동수당도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 수당은 올해 22만원에서 2020년 최대 40만원까지 높인다고 한다.
과거 족보나 문헌들을 조사해보면 고려시대(918~1392년) 임금 34명의 평균수명은 42.3세, 조선시대(1392~1910년)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로 나타난다. 왕들의 수명은 40세 전후에 불과했던 셈이다.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장수했던 임금은 21대 영조로,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뛰어넘는 8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의 장수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시골에서 홀로 생활하시던 외조모가 몇 년 전 향년 92세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며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100세 시대란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 즉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략 2020년경이면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의료기술 발달 속도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5070세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5070세대는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안에도 자산 축적에 관심이 많았다. 즉 은퇴설계를 할 때도 수익률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는 축적된 재산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모아온 자산 등이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순간에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위험과 우발적으로 생기는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앞으로 5070세대가 부딪칠 수 있는 대표적 위험 3가지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자.
의료비 리스크
보장자산을 사망에서 노후 의료비로 재편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몇 명 정도 될까? 2015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3159명으로 여성이 2731명, 남성이 428명으로 여성이 6배 정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를 17만562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1만4000명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말소 여부로 판단하는 반면 통계청은 인구센서스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겼다. 과연 차이가 나는 1만4000여 명의 100세 어르신들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은 거동의 불편과 질병 등을 이유로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 즉 전체 평균수명(82.4세)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76.4세라고 발표한 바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수명을 73.2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정도 병치레를 하다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후에는 질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후 질병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오래 살수록 그 위험의 정도가 급증하며, 질병의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후에 발생하는 질병은 자연스런 현상이란 점에서 건강관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예방이 쉽지 않고 한 번 발병하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노후에 발생되는 치료비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공단(2015)의 조사에서처럼 연령이 증가할수록 1인당 연간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생애 총의료비가 65세 이후에 절반 이상 발생하는 것은 노후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5070 은퇴재무설계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먼저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5070세대가 은퇴 후 의료비가 1000만원 발생했다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요양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63.4%(약 63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36.6%(약 370만원)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개인부담분을 분해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료비의 20.1%와 비급여 의료비 16.5%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구조를 감안할 때 5070세대의 노후의료비 부담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5070세대가 2040 시절에는 가장의 유고에 대비한 사망보장 중심의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었다면, 50대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의 위험관리로 보장 자산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2040 시절에 가입해두었던 보험을 노후의료비 보장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행여 중복보장으로 인해 과도한 보험료 지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해 웰스(wealth)가 아닌 헬스(health) 시대에 맞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
자녀부양 리스크
현명한 노후준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대한민국의 5070세대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5070세대는 은퇴 후에도 성인이 된 자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다. 혹자는 자식뒷바라지가 100세 시대에 무슨 위험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낳았으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연금 외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성인자녀가 사회학적 성인자녀로 탈바꿈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심리적 고충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에다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더해져 부모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성인자녀가 늘고 있다. 동거를 하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성인자녀도 꽤 많다. 이는 선배 세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고민이란 점에서 5070세대에겐 새로운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를 ‘낀 세대’라는 의미의 ‘트윅스터(Twixter)’라 부른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에서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이탈리아에서는 모친이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의미의 맘모네(Mammone)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젊은 층을 캥거루족, 취업을 했어도 경제적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5070세대가 은퇴 이후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들의 노후준비 자산은 급속하게 줄어들게 된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노후준비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부양 리스크에 대한 통일된 대처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생각하면 실천할 수 있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자녀와 함께 정하는 것이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2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언제까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나?”라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0.9%는 적어도 취업 전까지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1%였던 점을 감안할 때 성인자녀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미독립이 게으름 등 개인적 소양 탓보다는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지원 범위와 기간을 자녀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정하고, 독립을 이루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둘째 소규모 청년창업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소규모 청년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창업의 경우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능력이 된다면 한없이 지원하고 싶지만, 5070세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수년 전 은행에서 퇴직한 박씨(60)의 경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땅과 아파트, 그리고 퇴직금이 전 재산이다. 그런데 명문대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던 자녀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창업자금을 요청하더란다. 지원을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많은 고민 끝에 박씨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자녀에게 사업계획서를 요청하고,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아버지가 아닌 채권자로서 계약서까지 썼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혀를 찰 수도 있으나, 이런 일일수록 냉정하게 대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차선책인 것 같다.
금융사기 위험
내 돈 지키는 5가지 행동지침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은퇴자들이 어이없게 금융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의 소재거리로 활용될 정도로 은퇴자들이 쉽게 금융사기 표적이 되는 이유는 뭘까?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은 비록 고정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해도 퇴직금과 모아둔 유동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여기에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상황에서 줄어든 고정수입을 보충하고픈 조급한 마음에 고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금융사기범의 미끼를 덥석 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자교육재단에서는 금융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50대 후반의 기혼자, ② 자신의 판단과 금융 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 ③새로운 생각이나 판매 선전에 귀가 솔깃한 사람, ④ 최근에 건강 또는 금융상 어려움을 겪은 사람 등. 이 중에서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금융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금융사기를 당하게 되면 힘들게 모아온 자산을 다 잃을 수 있다. 아래에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5가지 행동지침을 소개한다.
첫째, ‘아는 사람인데 잘해주겠지, 전문가이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버려라!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들은 오히려 고객의 이익보다 금융기관이나 종사자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둘째, 금융업에 종사하는 개인이 제공하는 보고서가 아닌 금융기관의 보고서를 받아라! 가끔 개인이 작성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속 뒤에는 대부분 고객의 자금을 유용할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고수익을 미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호시탐탐 돈을 노리는 금융사기꾼이 주변에 널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배우자의 사망, 이혼소송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불현듯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조심하자! 사람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돈과 연관된 도움의 손길은 주변 사람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채근하는 사람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삶의 전환기나 시련기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장점만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그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높은 수익률에 쉽게 흔들리는 고객의 마음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고수익을 확정 보장하거나 마감임박이라면서 투자 권유를 종용하는 경우 금융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지인 자식들이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는 것으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금을 내야해서)물려받은 빌딩 3개 가운데 1개를 울며겨자먹기로 '급매처분'하더라구요. 집안 전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날리는 셈이지요. '아. 이건 아니다' 싶어 급히 (증여ㆍ상속)준비하고 있어요."
금융자산만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 김충재(가명ㆍ60)씨. 그는 최근 서울 강남에 80억원짜리 상가를 사들였다. 강남에서 돈냄새 잘 맡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김씨가 이번에 정작 노리는 것은 뜻밖에도 시세차익이나 월세 임대수익이 아니다. 상속세를 줄여 자식 등 가족들의 부담을 미리 덜어주려는 속셈이다.
◇"투자도 귀찮아!원금 까먹지않게 세금이라도 줄였으면!"
사연은 이랬다. 김씨에 따르면 시세가 100억원에 이르는 빌딩을 매입하더라도 상속이나 증여세를 내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80억원 이하다. 정기예금 등 현금(100억원)으로 승계할 때와 달리 기준금액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그만큼 절세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공시가격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어 과거보다 승계 세금 부담액의 증가액이 적어지고 있다. 서둘러 부동산을 매입해 증여나 상속할수록 유리하다는 의미다. 그는 "부동산 불황기에 싸게 급매로 사서 물려 줘야 나중에 값이 오르더라도 (절세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들었다"라면서 "강남쪽 빌딩을 더 찾아보고 있다. 주식(개인회사)도 조만간 쪼개서 증여할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김씨는 최근 슈퍼리치의 전형적인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복수의 강남권 PB(프라이빗 뱅커)에 따르면 대개 500억원대 이상 강남 슈퍼리치들은 사실상 더 이상 투자가 필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하기를 귀찮게 생각한다. 이미 자산 포트폴리오상 노후 대비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놨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원금손실이라도 나면 골치만 썪을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40~50대 젊은 부자들보다 60대 이상 시니어 세대로 갈수록 강해진다. 단, 그들도 상가나 빌딩 등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지금껏 부를 축척한 수단이 대개 부동산이기도 하고 잘 알고 있는 분야 또한 부동산인 까닭이다. 최근 아파트만 제외하고.
이 때문일까.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은 요즘도 강남 빌딩이나 상가에 눈독을 들인다. 특히 공실이 없고 입지가 좋은 강남 알짜 빌딩의 경우 수익률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예금의 3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셈이다. 아예 강북권으로까지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 역시 수익률 때문. 실제 명동이나 홍대 등 대규모 상권의 일부 상가는 수익률이 10%대를 훌쩍 넘기도 한다. 다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없다보니 당장 현찰을 들고 있어도 알짜 물건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포트폴리오 리모델링 성행…수십억원 그림 사기도
강남 슈퍼리치들의 최대 고민은 역시 '세금'. 특히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 소득세율 구간에 따라 초과분(2000만원)의 최고 41.8%(누진과세)의 세금을 낼 수 있다. 예컨데, 2억5000만원 금융소득이라면 1억원에 육박하는 돈(약 8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뿐만 아니다. 국세청이 이자소득을 통해 자산원금을 역추적하기 때문에 원금(세원)노출 우려도 커져 의료보험, 건강보험 등 준조세 폭탄도 무섭다. 더욱이 최근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선 "과세기준액이 1000만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면서 강남지역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산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수성가해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강남부자 강팔문(가명ㆍ65)씨도 그런 케이스다. 그는 최근 30억원짜리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 5000만원씩 60개월간 보험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비과세 상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정기예금 주가연계증권(ELS) 등 과세가 되는 자산을 처분해 물가연동국채, 장기채권, 산박펀드 등 비과세ㆍ분리과세가 가능한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강씨는 "앞으로 정부 과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절세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림에 따라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상속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해선 이보다 좋은 방법도 드물다. 강남 일부 지역에선 미술품 관련 강좌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PB는 "취미생활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부자들이) 세금을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점도 반영되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 등을 연결해드리는 일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건희, 남일 아니다"…병원 옆 집짓기 유행
돈은 있을 만큼 있다. 이제 건강이 우선이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대학병원 등 큰 병원 인근 아파트나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남권 PB에 따르면 강남 자산가들을 대부분 따로 선호하는 병원이 있다. 그 선호하는 병원 옆에 살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50년 이상 중소기업체를 경영하고 80세를 넘긴 시니어 남편과 사는 황명숙(가명ㆍ68)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30억원을 들여 서울 시내 모 병원 인근에 부지를 사서 넓직한 주택을 짓고 있다. 남편 몸에 급작스런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분초를 아껴 병원 특실이나 응급실로 옮기기 위함이다. 그녀는 특히 집안 공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도 샤워가 가능하도록 욕실을 짓는가 하면 마당에 정원을 꾸며 답답함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도 높여준다. 그녀는 "회장님(남편) 나이가 있다보니 편안한 노후를 위해 거처를 옮겨드리려 한 것이다. 이사하고 나면 병원과 가까워 조금은 안심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