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코로나19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욕구가 세분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생활 및 휴식 외에 복합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주거 상품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미래 트렌드와 주거의식 변화에 따른 주거복지 대응전략’에서 주거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현재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 기능은 ‘주거·업무 등 복합적 기능의 공간’(60.8%)으로 나타났다. 대상자들은 이다음으로 ‘교육·문화·교육 등 서비스의 소비 공간’(36.6%)을 꼽았다. 미래에도 역시 ‘주거·업무 등 복합적 기능의 공간’(55.8%)을 중요한 기능으로 선택했으며,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친환경적 공간’(41.0%)이 뒤를 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주거상품 ‘더플러스하우스’를 공개했다. ‘더플러스하우스’는 가변형 주거 형태를 통해 가족 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목적의 공간으로 변형할 수 있게 한 다목적 세대 분리형 평면이다.
더플러스하우스 평면을 적용하면 별도 세대를 복층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주세대와 플러스세대는 다른 층에서 각 세대로 진입할 수 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시에만 내부에서 계단을 연결해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수익형’, △출가 자녀 세대와 함께 사는 ‘자녀 분리형’, △한 세대가 복층을 모두 사용하는 ‘멀티형’ 구성을 각 거주민 니즈에 따라 제공한다.
LG전자는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 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5도 2촌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였다.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기술, 가전을 적용한 세컨드 하우스 형태의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시제품은 복층 원룸 구조로 31.4㎡ 크기다.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에 있고, 화장실과 파우더룸을 별도로 갖췄다. 2층은 침실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 특화를 앞세운 주거 공간도 늘고 있다. 다양한 펫 전용 시설 및 특화 설계를 갖춘 ‘펫앤스테이’가 대표적이다. 한화건설이 공급한 아파트 한화 포레나 수원 장안에는 반려동물 놀이터인 ‘포레나 펫 파크’와 특화 설계 ‘펫 프렌즈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일대에 자리할 ‘VL르웨스트’는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반려동물 동반 입주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강좌 클래스 등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산업화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0년대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이용자 1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희망하는 주거 공간 형태는 ‘단독, 다가구, 전원주택, 타운하우스’가 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파트’(35.4%), ‘한옥 등 전통가옥’(10.8%)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60대 이상은 10명 중 약 5명이 ‘아파트(44.8)’를 선택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엘리베이터와 같은 이동에 편리한 시설이 있고, 관리 부담이 적은 주거형태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잘 알려진 아파트나 전원주택 외에도 주목할 만한 주거 형태가 몇몇 있다. 실버타운, 시니어타운은 식사ㆍ가사ㆍ의료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일상에 필요한 생활 및 여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노후를 보낼 대비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리적 위치와 생활 환경에 따라 도심형, 도시근교형, 전원형 등으로 나뉘며 가격과 보증금, 입주 조건도 시설별로 상이하다. 최근 서울시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내에 들어설 ‘VL르웨스트’는 좋지 않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도 지난 3월 진행한 청약에서 최고 2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공유주택, 집합주택, 컬렉티브 하우스로도 불리는 코리빙 하우스는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한 코하우징(co-housing)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일본과 영국, 독일, 북유럽에서는 이미 주거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집의 모든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침실과 같이 개인 공간은 보장받으며 거실, 주방 등을 나눠 쓰는 식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시니어 공동체 주택 여백은 각자의 취향에 맞춘 주거 공간을 갖고 있으며, 공동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입주자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관람한다. 여백에 거주하고 있는 김수동 터무늬제작소 소장은 공동체 주택이 이웃 있는 삶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어 노후 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을 단위의 ‘은퇴촌’도 속속 형성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는 ‘천년 건축 시범마을 조성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에 맞춰 주거, 문화, 사업, 교육 인프라를 마을 단위에 밀집할 계획이다. 시는 10만여㎡ 면적에 100가구 규모 주거시설과 의료, 휴양, 복지시설 등 인근 배후지역의 노인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복합용도 고령친화 시설을 겸비한 휴양형 은퇴촌을 조성한다. 부지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 마이너스 제로 에너지 주택 △장수의학 클리닉 및 건강검진서비스 등의 고령 친화 시설 △다목적광장 및 스포츠시설을 비롯한 커뮤니티센터 등이 들어선다.
전라북도 순창군도 전북개발공사와 ‘순창형 전원마을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농촌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도시민과 귀농·귀촌인, 은퇴자 등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전북개발공사는 사업대상 후보지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대상지를 확정하고,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00세 시대에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의 문제가 불거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0여 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이 바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노인 연령 기준·정년 재검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는 지난 3월 28일 회의를 갖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정부는 “고령화 심화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제도를 지속 운영해 재정건전성·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며 “노인의 사회 참여 욕구, 건강·소득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연령 기준을 재점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65세가 된 지도 40년이 넘었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 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지면서다. 그러나 그간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목소리가 높다. 노인법지법 제정 당시에는 기대수명이 66.7세였다. 2020년의 기대 수명은 83.5세까지 늘어났고, 2070년에는 기대수명이 91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스스로도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평균 72.6세로 나타났다.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나 많다.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빠른 고령화와 반대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950만 명에서 2030년 1306만 명, 2040년엔 172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637만 명에서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6.1에서 2030년 38.6으로 높아진다. 2040년에는 현재의 두 배가 넘는 60.5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100.6까지 치솟을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100세 시대인 만큼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고령층이 많은 까닭에 정부는 정년 연장도 논의한다. 현재 법적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제도’를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사회 공헌의 욕구가 크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까지 고려해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다.
노인 연령, 70대까지 오를까?
노인 연령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주요 노인 복지 제도가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49개 주요 복지 제도 중 49%인 24개 사업이 65세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대표적인 노인 복지 제도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 경로우대제, 공공형 노인 일자리, 독감·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 이동통신비 감면, 행복주택 공급 등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노인 복지 제도는 지하철 무임승차다.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증가해 지자체는 적자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적자 9644억 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9%인 2784억 원에 이른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구시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민 연금 수급 시기이다. 정년이 연장되고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어진다. 국민연금은 제5차 재정 추계 시산 결과 2055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연금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에 맞춰 수급 개시 연령은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지도록 사회적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지난 1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과 노인 노동 시장의 활성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5년 후인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 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김원식 교수는 수급 연령 상향과 함께 현재의 정년 기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수명이 70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60세로 돼있는 법정 정년은 상향보다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년이 상향되면 강성 노조의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는 단계적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도입할 경우 2100년에는 노인 연령 기준이 73세가 되고, 노인부양률은 60%가 된다. 이는 65세 기준 노인부양률보다 36% 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노동 시장과 교육 시장 등 전반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없이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노인 빈곤율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이며, 정년은 기업이 정년 폐지, 정년 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앴다. 독일은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역시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대가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구분하는 세대 기준을 살펴보면, 청년층은 만 35세 미만, 노년층은 만 65세 이상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오랜 기간 화두로 떠오르며 취업, 창업과 관련한 청년 일자리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또 백세시대를 맞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 복지책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편 4050세대는 이쪽도(청년세대) 저쪽도(노년세대) 속하지 못한 채 정책적인 면에서 배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조사 참여자의 88.6%가 타 세대 대비 정책적으로 소외를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일자리(취·창업) 분야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77.2%, 이하 복수응답). 이어 사회복지 분야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도 과반수를 차지했다(60.2%). 주택 및 부동산(36.2%), 의료복지(29.4%)가 필요하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점점 취업, 결혼 등 사회적 진출 및 자립 연령이 늦어지면서 생애주기별로 일자리, 주택마련 등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 연령대 역시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신체적 노화나 체력 저하 등을 느끼는 연령대인 만큼(특히, 40~59세에서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체력 저하 및 기능 저하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남) 의료, 복지 또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나이가 들어 건강을 잃은 상태에서 의료 등 관련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보다 4050세대처럼 어느 정도 건강할 때 이를 유지하고 활성화하도록 하는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고령자를 위한 혜택 뿐만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혜택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돌봐야 한다. 그것이 잘 이뤄진다면 이들 세대가 고령자가 됐을 때 역으로 의료, 복지 비용이 절감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최근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실버타운 ‘분양’ 시장도 뜨겁다. 23일 청약 마감한 롯데건설의 ‘VL르웨스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대 1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가장 인기가 높았던 ‘4군’(전용 103㎡)은 20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버타운에 흥미가 생긴 당신은 더 많은 정보를 찾아 나선다. 듣자 하니 실버타운이 ‘현대판 고려장’ 취급 받던 것은 옛말이란다. 입주하면 직접 챙기지 않아도 전문가가 짜주는 식단을 삼시세끼 식사가 가능하고, 입주자 전용 시설에서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거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미래의 내가, 혹은 나이 드신 부모님이 이런 곳에서 지내면 좋겠다’. 실버타운에 대한 정보를 접할수록 생각이 커져만 간다.
그런데 잠깐, 빠르게 정보를 훑어 내리던 당신에게 의문이 생긴다.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실버타운은 폐지됐다’는 대목에 이르렀을 즈음일 것이다. 과장 광고와 부실 운영 등의 이유로 피해 입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폐지됐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봤던 ‘실버타운 분양’에 대한 언급은 다 무엇인가? 분양형이 폐지됐다면, 앞으로 실버타운 한 세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영영 사라진 것일까? 실버타운 초심자가 품었을지도 모르는 질문 몇 가지를,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 ‘공빠TV’의 문성택 씨에게 물어봤다.
Q 실버타운 ‘분양’과 ‘분양형 실버타운’의 개념이 헷갈린다.
A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의 사례를 떠올리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분양’의 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여러 부분으로 갈라서 여럿에게 나누어 줌’이다. 전세나 공공임대에서도 분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법적으로는 맞다는 뜻이다. 다만 여럿에게 나눠주는 실버타운이 ‘입주자 소유’이냐, ‘임대’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Q 그렇다면 분양형 실버타운이 무엇인가?
A 분양형 실버타운은 일반 주택처럼 주택 소유권을 갖되, 제공되는 실버타운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매월 운영사에 지급한다. 일반 주택과는 만 60세 이상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90세대 이상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실버타운 중 30~40%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분양형이다.
Q 분양형 실버타운은 이미 폐지된 게 아닌가?
A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폐지된 것이 맞다. 그러나 분양형 실버타운이 폐지되기 전 허가를 받았던 실버타운은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해당하는 실버타운은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용인 고기동 실버타운 등이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실버타운 총 6곳 중에서는 서울시니어스 서울타워 한 곳만 100% 임대형이고, 나머지는 분양형과 임대형이 섞여 있다. 스프링카운티자이의 경우 대단지 아파트형이라 매물이 많고 거래도 활발한 편에 속한다. 용인 고기동 실버타운은 아직 사업이 진행 단계에 있는데,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새 매물을 자기 명의로 분양받을 수 있는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이 될 것이다.
Q 분양형vs임대형, 어떻게 다른가?
A 소유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임대형 실버타운은 실버타운 운영 업체에게 소유권이 있다. 운영사에서 거주자에게 전세 및 월세 등 임대를 내주는 방식이다. 실버타운에 따라 의무 거주기간이 정해진 곳이 있어, 이 기간을 채우기 전 퇴소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되므로 계약 전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청약이 끝난 마곡 VL르웨스트, 부산 VL라우어도 임대형(전세 분양)이며, 최소 의무 거주기간을 2년으로 두고 있다. 또한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은 대부분 임대형 실버타운이라고 보면 된다.
분양형 실버타운은 입주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매매 거래가 가능하다. 몇몇 실버타운에 한해서는 외국에 나가야 하는 등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 전세, 월세 등 임대를 주는 것이 허용된다. 확인한 바로는 스프링카운티자이와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Q 분양형과 임대형 중 무엇을 선택할지 참고할만한 기준이 있다면?
A 거주는 실버타운에서 하되, 본인 명의의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를 갖고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임대형이 적합하다. 반대로 '내 집'이어야 하고, 더 이상 거주지를 옮길 생각이 없거나 주택연금을 들어 연금 수령하며 평생 살겠다고 생각한다면 분양형을 추천한다.
Q 분양받은 실버타운을 주택연금 들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일반 주택에 비해서는 연금 수령액이 약 85% 정도로 적다는 페널티가 있다. 만 60세 이상만 거래 및 입주가 가능하다는 조건 등으로 거래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Q 아직 남아있는 분양형 실버타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A 공인중개사를 통하기도 하고, 실버타운 운영사에서 직접 거래를 중개하는 사례도 있다. 스프링카운티자이처럼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통해서 매물을 구할 수도 있다.
Q 임대형 실버타운의 보증금에 대한 안전 장치는 있는가?
A 있다. 다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으면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전세형의 경우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거나, 보증금 보증 보험을 들면 된다. 단, 이러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계약 전 확인해야 한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건강하게 잘 늙어가며 살고자 하는 ‘웰 에이징’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노후의 삶에 대한 지향점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화되어 가고 있는 ‘실버 타운’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거의 실버 타운은 간단한 일상 케어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요즘의 실버 타운은 기본적인 보살핌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에도 오롯이 내 일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실버 타운은 주거의 개념을 넘어 식사, 건강, 여가, 문화, 사회활동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타운에서는 여생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바로 ‘웰 에이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지인 셈이다.
국내의 한 논문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 내에서 65세 이상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주거지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인복지주택의 거주 노인들의 생활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도 실버타운에서의 주거만족도는 꽤 높다. 국내의 한 실버타운 입주민은 “실버타운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잘 짜여진 식단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으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집안 일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정도로 고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인 케어를 받고 있어 실버 타운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맞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3월 중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시선을 끈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실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시니어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갖출 예정으로 시니어 입주민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한 건강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 먼저,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한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지원한다. 개인별 맞춤 건강도 체크, 질환별 특별관리 등과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노인복지주택 최초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긴급SOS 알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해당 병원 이용 시에는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한 의료 케어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단지는 ‘강서 미라클메디특구’에 해당돼 고품격 의료 인프라도 함께 누린다. 이 특구에는 서울 시내 2위에 달하는 병원급 이상 전문 의료 시설이 집적되어 있고 척추 및 불임에 특화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내 지하 보행 통로를 통해 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철 역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세권 이상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도심 속에서도 대규모 자연 환경을 이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통해 마음껏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과 약 50만㎡ 규모의 생태공원 ‘서울 보타닉 공원’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으로 다양한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쇼핑, 생활 인프라도 눈에 띈다. 롯데몰, 롯데시네마, 대규모 공연장 LG아트센터 서울 등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도 누릴 수 있다.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도 보낼 수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브랜드 ‘VL’을 통해 예약대행, 비즈니스 업무지원, 우편물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각종 청소가 가능(주 2회 60분)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가 담긴 ‘호텔 셰프 관리 식단’, 각종 문의 및 요청을 하나의 창구에서 운영하는 ‘원스탑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설계도 선보인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시니어 주택 평면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의 독립성을 반영한 ‘원룸 원배쓰(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의 평면, 신체 및 안전을 고려한 전 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계획,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입주자별 취향을 고려한 ‘비스포크 발코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 입주민들은 불필요한 동선과 이동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대 내에 비상콜 시스템, 동작 감시 센서, 냉방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스마트한일상을 위한 ‘IOT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르웨스트가 갖춘 입지, 규모, 시설 등은 국내 실버타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며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함께 공을 들여 선보이는 만큼, 시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견본을 보고 싶다면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청약 접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단순히 요양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요양보호사, 수급자 모두가 존중받는 선순환을 만든다. 더 많은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살며, 결국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시니어 케어 요양 기업 ‘케어링’의 목표다.
케어링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 가족을 돌보고 정부 지원을 받는 가족요양,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및 방문목욕, 건강관리·치매 예방 등 간호를 지원하는 방문간호, 욕창 매트리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복지용구 커머스, 케어링 고객이라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커머스,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무료로 돕는 등급신청 대행, 주야간보호센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설립 후 2020년 매출 20억 원을 달성, 복지용구 및 방문간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1년에는 매출 110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브랜드대상의 ‘방문요양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부터
케어링의 성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케어링 직원과 돌봄 종사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급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믿는 점이 케어링의 성장 포인트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가 말하는 ‘존중의 선순환’이라는 가치다.
케어링의 돌봄 서비스는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혹은 간호사의 1:1 매칭에 공을 들인다. 방문요양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케어링이 매칭하면 가정에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성향이 맞는지 살핀다. 일종의 면접인 셈. 2023년 1월 기준 케어링 이용자는 8358명, 요양보호사는 약 2만 7000명이다.
케어링은 가족요양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직계 가족을 요양하고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모르고 있었다. 또한 방문요양 시급 1만 3750원, 방문목욕 시급 2만 200원으로 최고 수준의 시급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도 운영하며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한다. 올해 3월에는 요양보호사 감사 축제로 ‘제1회 케어링 요양보호 사랑해 축제’를 연다.
케어링이 요양보호사의 처우에 신경 쓰는 만큼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남춘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가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매달 확인해주고, 센터와 교류가 잘되는 게 좋다”고 전했다. 김은숙 요양보호사는 “현실적으로 가족요양 시급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케어링의 요양보호사 대기인력으로 등록하려면 홈페이지나 전화 상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 근처에서 일자리가 생길 경우 문자로 알림을 보내준다. 매칭이 완료되면 센터에 고용되어 시간제로 일하게 된다.
조용욱 케어링 운영총괄 이사는 “요양은 수급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어 다양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맞는 요양보호사가 함께하는 것이 방문요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요양보호사를 위한 멤버십 제도나 커뮤니티 등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가 모여 사는 마을
최근 케어링이 집중하는 분야는 공동구매와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일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기저귀, 건강식, 물티슈 등 고정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생긴다. 거동이 불편하면 직접 구매하러 나가기도 어렵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 그래서 케어링은 공동구매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필요 물품을 판매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주야간보호센터를 말한다. ‘어르신 유치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르신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식사도 함께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 센터를 구심점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서로가 돌볼 수 있는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다. 현재 부산에 4개의 지점을 오픈했으며, 4년 안에 전국에 100개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케어링은 고령자의 생활 주기에 맞게 거주지를 리모델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 후 시니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일본과 미국에는 시니어 배리어프리 주택 단지가 있다. 김 대표는 15만 명이 모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시니어타운을 직접 다녀왔다. 그는 “몸이 아프기 전에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레저나 친목 활동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케어링이 이런 비즈니스까지 확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향후 목표를 설명했다.
케어링은 방문요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종합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2022년 8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케어링은 데이케어센터를 늘리고, IT를 통한 돌봄 서비스 향상, 시니어 구인·구직 앱 서비스, 요양보호사 교육원 확장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주택 축소는 노후 생활비 절감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공과금 아끼듯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은 아니다.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숙고와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 노후 경제 측면
올해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연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3.25%→3.50%). 14년 만의 최고 수치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10년으로 증가 등 세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주택 축소는 노후 경제에 여전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생애주기에 따라 노후에 경제적 측면에서 권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가능하면 집을 포함한 모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주거비 절감 차원에서 주택 다운사이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이 크면 재산세, 집 담보 대출금, 유지비 등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주한 후 차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면 좋다.
그렇다면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해도 무리 없을까?
아무래도 집값이 높을 때 매도하는 게 이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처럼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손해 보기 싫어서 더 가격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고 계속 미루다간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그 가격 이상은 받아야지’라는 소유효과(대상을 소유한 뒤 그 가치를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로 인한 것이다. 시세 환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눈을 질끈 감고 결단해야 한다. 그게 다운사이징을 실행에 옮기는 좋은 방법이고, 부동산 중심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운사이징 없이 큰 집에 살 때 장단점은?
현재 소유한 큰 집에 그대로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거 환경이 바뀜으로써 겪는 거부감이나 불편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노부부만 거주하는 경우 주거 관리 비용이나 세금 등 지출이 많아져 경제적으로는 단점이 더 크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재정 상태라면 활용할 노후 자금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존 주택 처분 및 새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집을 매도한 후에는 가족 수에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전세가 아니라) 구입해서 거주하는 게 좋다. 다운사이징한 주택도 주택연금 등으로 활용하면 노후 경제에 보탬이 된다. 증여, 양도 등을 할 때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잘 확인해서 절세 방안을 꼭 찾아본다. 어렵다면 비용을 좀 내더라도 세무사나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살던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세법 측면에서 본다면 부모의 큰 집을 매도해 (만일 1가구 1주택이라면 양도세 감면을 받고) 그 대금으로 자녀에게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구입해 증여해주는 편이 경제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증여세도 그만큼 절약되기 때문이다. 굳이 집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일시에 넘기기보단 장기간에 걸쳐 일부분씩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
◇ 노후 웰빙 측면
주택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뿐 아니라 심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큰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자녀 출가나 사별 등으로 생긴 빈 공간은 상실감이나 공허함을 유발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비 때문에 생활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이 주는 구체적인 효과를 김동철 심리학 박사에게 물어봤다.
심리학적으로 알맞은 노후의 집 크기는?
나이가 들수록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지며, 오래 살던 집인데도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공황장애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도 있지만, 지나치게 협소해도 좋지 않다. 절약을 위해 너무 작은 집이나 원룸을 찾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웬만큼 동선이 생기는 구조가 낫다. 환경이 너무 단순하고 움직임이 덜하면 신체 및 인지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부 기준 방 2개가 있는 15~20평 정도면 알맞다.
다운사이징 때 가격이나 규모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물리적·사회적 접근성을 염두에 둔다. 가령 지방으로 가면 집값은 저렴해지지만 규모가 커지고 편의시설은 멀어진다. 공허함은 늘지만, 결핍을 채울 요소는 적어지는 셈이다. 사고나 위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녀의 집 또는 의료·복지시설 등과 너무 멀지 않은 게 좋다. 1인 가구라 할지라도 집은 부부의 경우와 비슷하게 맞춘다. 동선 확보와 더불어 지인을 초대하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큰 집에 살면 많이 움직여 활동성에 좋지 않을까?
한겨울과 한여름에 냉·난방비 아끼려다 건강을 해치는 분이 적지 않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시니어들은 큰 집에 있더라도 냉·난방을 모두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 정도만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켠다. 그러면 특정 공간만 가게 돼 오히려 활동성이 줄어든다. 작은 규모라면 곳곳에 냉·난방을 가동하기에 집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나이 들면 큰 집을 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정리정돈을 소홀히 하면 자칫 위생상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고, 결국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을 고수하는데, 괜찮을까?
자녀의 방문이 잦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1년에 서너 번 찾아오는 자녀를 위해 방을 비워두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그 공간으로 인해 외로움·허전함 등을 느껴 자칫 빈둥지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큰 집에 자녀의 방이 남아 있다면, 부부의 공간으로 새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도움말=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