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복(63) 씨는 지난 4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병원동행매니저 교육을 듣고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병원동행매니저로 일 한 지 8개월 정도 됐다는 그는 “일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밝게 웃었다.
현순복 씨는 유통 회사에 오래 다니다가 백화점 캐셔로 2019년 정년퇴직했다. 그는 쉼의 시간을 갖는 동시에 제2의 직업에 대해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지원 활동사, 요양보호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순복 씨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구직자에 이름을 등록해놓았다. 그러면서 병원동행매니저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원했다. 현순복 씨는 같이 수업을 들은 동기 중에 70대도 있었다면서 “몸만 건강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이후 현순복 씨는 비지팅엔젤스코리아 강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와 ‘1인가구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케어 전문 기업이다. 현순복 씨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교육받은 내용이 실제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물론 사람 대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현순복 씨는 “우리는 신청자 분과 현관문 앞에서 만나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또 식사 시간이 겹쳐서 식사를 해야 하는 때도 있는데, 규정상 각자의 돈으로 음식을 사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어른이 밥을 사준다는데’라면서 이해를 못하시고 화를 내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환자, 그 중에서도 어르신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을 터. 현순복 씨는 고정으로 맡고 있는 환자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투석을 하는 할머니가 계신데 남편인 할아버지가 회사 내에서도 유명한 잔소리꾼이라고. 이에 회사의 결정 하에 현순복 씨는 환자를 고정으로 담당하고 있다. 현순복 씨는 “고정으로 환자를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어르신께서 저한테 잘해주시고, 저도 잘 맞춰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며 이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전했다.
병원동행매니저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현순복 씨 역시 장점에 대해 “내 스케줄에 맞춰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점은 월급이 적은 점을 꼽았다. 그는 “저는 돈을 벌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병원에 다니기 힘든 어르신들을 도와드린다는 의미에서 봉사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저는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다니고 여가 활동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저는 되게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순복 씨는 “병원 진료를 다 받고 어르신들을 집에 모셔다 드릴 때, 어르신들께서 고맙다고 얘기하시면 제가 더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매일 매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동행매니저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면서 동년배의 시니어에게 이 직업을 추천했다.
“우리 나이대가 되면 ‘나이도 많은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직업은 찾아보면 정말 무한대로 많은 것 같아요. 거기서 자신한테 잘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 중에서 퇴직 이후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하면서 일의 보람을 느끼고 싶은 분이 있다면 병원동행매니저를 권장해주고 싶습니다!”
비영리 활동법인(NPO) 홋토플러스(ほっとプラ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藤田老典). 그가 2015년 발표한 ‘하류노인’(下流老人)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하류노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보이도록 ‘하류노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예산 부담이 커지자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판 이후 여론이 형성되었고, 저연금·저소득 고령자, 주민세 비과세 가구(주민세가 면제될 정도로 수입이 없는)인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이나 현금 급부 등의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물론 그는 여전히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꼬집은 후지타 다카노리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Q 작가님께 상담 온 많은 이들이 “내가 하류노인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요. 우리는 노후 형편을 걱정하면서도 왜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았고, 지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과 교류할 일이 많다 보니 ‘나 또한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고립화대책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각합니다. 가족이 없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고족’(孤族)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고령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가까이서 피부로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Q ‘하류노인’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밝힘과 동시에 정부 비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류노인’은 결국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요. ‘빈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생활보장은 권리’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국가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저는 ‘북유럽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정부’로 순차적으로 변경해가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급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을 모델로 삼았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금이 높은 대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론의 반대가 있겠지만, 세율 인상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 사회보장비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부양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난을 겪은 이들인데요. 이 자녀들을 부양하는 것은 가족인 부모 세대의 몫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권 옹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 선진국의 도달점입니다만, 그 가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도 일본처럼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가 많고,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고령자의 일자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 형태인 임노동(賃勞動), 특히 노인의 임노동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 연금, 주택, 간호 제도 등이 정비된 북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임노동이 강요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재미와 삶의 보람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금이어도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들이 사회공헌적인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호, 보육, 청소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업무는 저임금에 항상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 어려운 고령 인구를 뜻하는 ‘쇼핑 난민’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는 관리 인구가 없어 곰이나 멧돼지 수해가 심각해지고, 산림·논밭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 높은 일에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설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Q 노인 일자리는 한국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작가님도 책을 통해 ‘행복한 하류노인과 불행한 하류노인의 차이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지방에서는 고령자조합, 협동조합이 차례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입니다. 정부는 2022년 10월에 협동노동법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 자원의 관리나 보호, 수도설비의 보수 및 점검, 커뮤니티 버스 운행, 휴경지나 빈집 관리, 아이 식당(무료 혹은 저렴한 금액으로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 푸드뱅크(잉여 식품의 무료 배포), 지역 청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높은 일을 고령자가 맡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고령자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입니다.
Q 하류노인에게 주거는 무척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주택보조비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본도 한국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인구 감소 시대에 주택 사유재산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공영주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저렴한 주택, 임대보조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 부자들은 주택을 구입합니다만, 대부분은 주택에 대해 모두가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관리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죠.
고령자는 간호가 필요하면 원래 살았던 집의 단차나 설비를 고쳐야 합니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연령·신체 기능에 맞는 집에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필요한 세대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집은 늘어날 것이므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Q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때문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일본연금자조합의 고령자와 최저보장연금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기본 수입 같은 것입니다. 65세가 되면 월 8만 엔(도시부에서의 생활보호 생활부조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죠. 그러면 신청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생활 보조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원 논의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증과 일원화해 소득·건강 상태를 통합해 AI로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급부 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계좌에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 환급금, 급부금이 지급되니까요. 더 나아가 병원의 진료 비용, 간호 비용 등이 무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걸을 때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세금을 지불했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청주의를 없애기 위한 구조 도입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빈곤’을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가족처럼 조금이라도 돕는 사회, 시스템, 정책 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빈곤해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며 이웃으로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은 도시재생 지역이다. 그 일환으로 지역에서는 돌봄 경제 조직을 육성하고자 도배기능사 자격 취득 교육을 지원한다. 지역 공동체 및 돌봄 서비스를 통해 도시재생을 정착·지속시켜나갈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보숙(53) 씨는 동네에서 우연히 도배기능사 교육 공고를 접하고 지원했다. 공예 강사이자 협동조합 일원인 그는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증권회사를 오래 다녔는데요. 제2의 인생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뒀어요. 바느질을 워낙 좋아해서 공예 일이 적성에 맞다고 느꼈어요. 2018년부터는 공예 강사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죠. 공예가 너무 좋기 때문에 도배를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2의 활동 영역으로 보는 거죠.”
이보숙 씨는 3개월간 수업을 듣고, 9월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교육을 같이 들은 동기 10여 명이 합격했는데,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보숙 씨는 “교육받을 때 다들 정말 열심히 하더라.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연습하는 사람도 많았고, 집에서 연습한 사람도 있었다”면서 “60대 이상인 분들도 꽤 계셨다. 우리 지역에 노후화된 주택이 많아, 도배를 배워두면 나중에라도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보숙 씨도 도배기능사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실기시험 때와 연습할 때의 시트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현장은 또 다를 거라고 예상했다. 많이 부딪히고 경험해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현장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저는 자격증 취득 후 도시재생에 뜻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갔어요. 노인정 실습이나 물품 후원 전달을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거기서 도배 연습을 할 것 같아요. 기존에 공예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접목하고 싶어요.”
50대인 이보숙 씨는 “키도 작고,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면서 실기시험이 힘에 부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체력이 좋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도배기능사를 추천해주고 싶단다. 실기시험에서는 혼자 모든 과정을 소화하지만, 현장에서는 몇 명이 조를 이뤄서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이보숙 씨는 “도배에서도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이 떨어져서 부착은 잘 못해도 도배지 재단은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작업할 때 재단을 맡으면 된다”면서 “여성들도 얼마든지 도배 일을 본업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겁내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뭐든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금전적인 목표만 채우려고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뒷전으로 물러나잖아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내려놓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것을 찾았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로구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희유스님)는 오는 13일 화요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자원봉사자·후원자 송년모임 ‘좋은인연’을 개최한다.
‘좋은인연’은 서울노인복지센터 정례 행사로 자원봉사자·후원자를 위해 한 해 활동과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동기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송년 모임이다. 올해는 1부, 2부로 나누어 2022년 사업 경과 보고와 함께 우수 자원봉사자·후원자 시상식, 자현스님의 초청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1부에서는 축하 인사를 시작으로 후원자·자원봉사자의 활동과 감사 인사를 담은 영상을 통해 올해 사업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진다. 이후 내빈 축사와 관장 스님의 인사 말씀을 끝으로 시상식이 진행된다.
힘든 시기임에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노력했던 이들이 많았던 만큼 수상 부문도 다양하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상, 조계사 주지스님상, 종로구 국회의원상, 좋은인연상, 노인복지공헌상,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상 등 올해를 빛낸 자원봉사·후원 개인과 단체에 시상된다.
2부에서는 행사 참여자들을 위한 특별 강연이 마련된다. 자현스님의 ‘소통과 화합’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이는 자원봉사·후원에 대한 동기 부여와 함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자현스님은 월정사 교무국장이자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로서 불교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책으로 전하며 불교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관장 희유스님은 “올해는 계속되는 힘든 시기 속에서도 자원봉사자·후원자분들 덕분에 든든하고 즐거운 한 해였다”며 “그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번 송년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도 서울노인복지센터와의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노인복지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생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할머니… 삶의 대부분은 가족의 이름 뒤에 자신을 수식해왔다. 예순셋 나이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에야 ‘박영혜’라는 이름을 앞세우게 됐다. 홀로 우뚝 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한 뒤에야 깨달았다. 가족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아닌, 가족 안에 놓여 있어야 ‘완전한’ 내가 된다는 것을.
박영혜 감독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였다. 아들인 배우 이태성과 손주 한승 군이 출연하며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이다. 한동안 ‘이태성 엄마’, ‘한승이 할머니’로 불리던 그는 영화감독 데뷔 소식과 함께 프로그램 패널을 하차했다. 당시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놀라웠다. 첫 작품 ‘짜장면 고맙습니다’가 50여 개 국내외 영화제 초청작 선정에 이어 40여 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거머쥔 것. 개봉 후 영화의 성과를 공유한 박 감독의 SNS 프로필은 쉴 틈 없이 바뀌었고, 현재도 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데뷔작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는 박 감독이다.
“꿈만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어요. 내 얘기가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주변에서 영화감독 ‘데뷔’했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실감이 안 나요.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보이잖아요. 그저 ‘인생에서 또 하나의 경험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많이들 인정해주시고 호평해주셔서 조금씩 성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련히 피어오른 용기, 도전으로 불태우다
세간에는 박영혜 개인보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알려졌기에 그가 영화감독이 된 정황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신성훈 영화감독과의 공동 작업물이다. 신 감독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영화 관련 이력이 전무한, 그것도 어머니 연배인 박 감독에게 손을 내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실제 주인공인 최종만·정명숙 부부는 제가 오래전부터 봉사를 통해 인연을 이어왔는데요. 신 감독이 이분들의 사연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 제 역할이 필요하다더군요. 실화 소재 작품은 그 이야기에 관련된 사람이 스태프로 참여해야 진정성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서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데 마음속에 아련한 용기가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전까지 영화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꿈도 아니었어요.”
꿈꿔온 일은 아니라 했지만, 지나온 삶을 듣노라면 그리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무용을 전공한 박 감독은 결혼 후엔 육아에 전념했다. 그러다 다시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심각한 허리 통증 때문에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크리스천인 그는 기도로 심신을 치유해나갔다. 차츰 종교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박 감독은 ‘선교무용’을 접했다.
“단순히 찬양만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예술로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활동이에요. 전공도 살릴 겸 한동안 선교무용을 하다가 손주가 태어나고 다시 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죠. 한승이 키우면서 구연동화랑 마술을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마구마구’라는 매직아동극단을 만들었습니다. 마술 퍼포먼스에 동화 줄거리를 입혀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해나갔죠. 주로 장애아동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구마구의 대표였던 박 감독은 무대를 올리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극본을 위한 글쓰기부터 무대 연출, 음악 선정, 소품과 의상 준비 등을 직접 해내며 한땀 한땀 정성껏 공연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해온 극단 활동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잠재된 능력에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성향도 한몫했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모험과 도전을 즐긴다는 그다.
“예전에 카세트 같은 게 고장 나면 무작정 드라이버 갖다가 뜯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오면 꼭 직접 만들어보고, 뭐든 새롭게 해보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난타 자격증도 있답니다.(웃음) 그렇게 무모한 제게도 영화감독은 크나큰 도전이었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남편의 격려에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감독으로 인생 2막, 반쪽 가면이라도 즐거워
박 감독과의 인터뷰 중 현장 한쪽에 놓인 여러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면은 그리스어로 ‘페르소나’인데, 최근 여러 사회적 가면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상을 일컬어 ‘멀티페르소나’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가면을 얻게 된 그의 상황이 오버랩됐다. 박 감독 역시 공감했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가면을 소품 삼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고르라 주문하자, 반쪽짜리 가면이 그의 손에 들렸다.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내가 아내이고 엄마이고 할머니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평범한 주부로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정의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탈바꿈하는 건 쉽지 않죠. 저 말고도 인생 2막을 사는 많은 중년 여성이 그럴 거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아직은 온전히 변신할 수 없기에 반쪽 가면을 골랐어요. 그렇다고 서글픈 건 절대 아니에요. 박영혜 감독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태성이 엄마, 한승이 할머니라고 불리는 게 여전히 기분 좋고 행복하니까요. 또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완전한 ‘나’라고 볼 수 있고요.”
아직은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단다. 영화 촬영 초반만 해도 누군가 “박 감독님” 하고 부르면 자신인지 모르고 딴청을 피우곤 했다.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의 새 가면을 체감한 건 영화 편집 막바지쯤이었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할 때만 해도 내가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영상들이 하나둘 모이고 편집되면서 작품의 형체가 갖춰져가니 그나마 와 닿았죠. 나중에 최종본이 나왔을 때 집에서 가족끼리 첫 시사회를 했는데, 좀 더 실감 나더라고요. 그 후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작품을 마주하니, 아 내가 감독이 되긴 했구나 싶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마중물로 관객과 소통한다.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자 재능이라 하겠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장애인 인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로맨스 장르로 풀어냈다. 박 감독은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실화가 바탕이긴 했지만, 장애인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사랑을 어떤 기교나 과장 없이 진솔하게 담는 데 충실했다. 그의 노력과 진심은 다행히 관객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었다.
“부산가치봄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 등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감상하도록 자막과 화면 해설 등을 더해 제작한 영화)로 상영했는데, 그날 장애인 관객이 많았어요.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계시니 더 떨리더라고요. 유심히 살펴보니 상영하는 동안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동시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했죠. 상영을 마치고 한 관객께서 자신의 감상평을 시로 적어주셨는데 저 또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후회보다는 차라리 실패가 낫다
관객이 적어준 시의 제목은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다. 시에는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 후반전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한 박 감독에게도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시 시니어 소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눈을 반짝이며 화답하는 박 감독이다.
“왜 없겠어요. 우리 중장년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들 있잖아요.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자치기 등을 주제로 잡아 뭔가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당장 영화까지는 무리이고, 짤막한 글들을 써두었다가 나중에 옴니버스(여러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영화)나 시리즈로 연출해보면 어떨까 해요.”
첫 영화도 잘된 데다, 아이디어도 좋고 열정도 있다. 차기작 제안도 들어왔다. 모든 조건이 그를 감독의 삶으로 강하게 충동질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체력 고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줄곧 말해왔지만, 젊은 스태프도 힘들어하는 영화 작업을 수개월간 매진하다보니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단다. 당분간은 외적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내면의 허기도 달래볼 계획이다.
“지금의 감독 박영혜를 있게 한 건 마구마구 극단 활동이 컸다고 봐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볼 참입니다. 영화감독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작은 무대에서 봉사하며 느낀 기쁨과는 맛이 또 다르더라고요. 뭔가 내 안의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게 느껴지죠. 그렇게 내적 에너지가 충만해져야 영화든 글이든 다시 꽃피울 수 있다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박 감독. 그는 끝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연말이 오면 이런저런 후회가 들곤 하죠. 그런데 인생 말년에도 그런 후회가 들면 큰일이잖아요. 너무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 싶다’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중간에 있으면 결국 아무 것도 못 하거든요.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보세요. 안 하면 후회할 거고, 해서 안 돼봐야 실패인데, 후회보다는 실패가 낫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 됐든 경험이라는 산물이 인생을 충만하게 해줄 테니까요. 용기를 내서 내년에는 꼭 도전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시니어 타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시니어 타운은 입지적으로 도심과 떨어져 있어 물리적, 정서적으로 고립감이 강했지만 최근 시니어 타운은 주로 도심에 공급되면서 각종 접근성을 높여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어서다.
보통 자연친화적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근교형 시니어 타운, 전원형 시니어 타운 등은 도심 외곽이거나 지방에 위치한 만큼 쾌적하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불편한 교통, 부족한 생활 인프라, 대형 의료시설의 낮은 접근성 등이 단점으로 꼽히며 노인들에게 고독감과 우울증 등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도심 근교에 위치한 시니어 타운 이용자 중에는 전원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입소했다가 불편함을 느껴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현재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노후를 도시에서 보내길 원하는 노년 가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의료 서비스, 가족 및 지인과의 관계 지속성 등을 중요시해 건강 관리와 외로움에 대한 해소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 역시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시니어 타운을 선호해 입지가 중요한 고려사항인 것으로 분석된다.
위와 같은 전원형 시니어 타운의 한계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도심형 시니어 타운이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심형 시니어 타운은 도심 속 우수한 입지를 기반으로 각종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건설은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일대에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VL르웨스트’는 도심에 공급되는 만큼 접근성과 인프라 수준이 높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고 해당 역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도 인접해 있다. 차량 이용 시에는 서울 주요 도심 및 수도권으로 약 1시간 내로 소요돼 부담이 낮다.
롯데몰, 롯데시네마와 같은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인접해 있고 대규모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서울도 있어 도심의 다채로운 인프라로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도보권 내에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이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자연환경을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롯데호텔이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에서 특별한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컨시어지서비스·원스탑 콜센터·하우스키핑 서비스·여행 플래닝 등으로 보다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생활지원 서비스’를 비롯해, 기본식단·맞춤식까지 가능한 ‘F&B 서비스’가 제공되며 고품격 외식이 가능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위치할 예정이다. ‘보바스기념병원’ 위탁 운영 예정인 단지 내 건강관리센터에서는 신속하게 케어가 가능한 시니어 특화 ‘의료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한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병원내 입주민 전용창구가운영된다.
각종 스포츠시설·호텔 제공 문화프로그램과 특화/전문 프로그램· 기타 부대시설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여가 서비스’, 동호회 활동·다양한 기념 이벤트·의학 강좌, 봉사활동 및 재능기부 등을 할 수 있는 ‘기타 서비스’까지 있어 고품격 노후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시니어 레지던스에 걸맞게 침실과 욕실 등의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맞춤형 특화 평면으로 세심한 설계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일대는 롯데건설이 컨벤션 센터, 호텔, 업무·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서울 최대 규모 마이스 복합단지 ‘르웨스트’가 조성 중으로 대지면적은 약 8만 2,724㎡, 연면적 약 82만㎡에 달한다. 현재 첨단산업단지(롯데와 LG, 코오롱, 넥센 등) 개발은 마무리됐으며 생활숙박시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상업시설 ‘르웨스트 애비뉴 767’, 업무시설 ‘르웨스트 웍스’ 등도 자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입지 및 미래 가치가 검증된 만큼 향후 ‘VL 르웨스트’까지 모두 조성될 시 마곡을 대표할 비즈니스 복합공간이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년층은 ‘액티브 시니어’인 만큼 주체적이고 활발한 사회 교류를 원해 도시 거주에 대한 니즈가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라며 “앞으로 공급되는 도심형 시니어 타운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출처 수도권 실버타운의 공간적 분포와 이용자 인식 특성에 관한 연구
“나 27만 원 없으면 안 돼. 먹고살기 힘들어.” 정부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축소한다고 하자 노인들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27만 원 짜리 질 낮은 일자리’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직결되는 일자리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와 노인 빈곤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지난 8월 정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노인 일자리 수는 82만 2000개다.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 줄어든다. 대신 정부는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2020년 기준)은 40.4%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빈곤율 개선 효과가 적었던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년간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 규모가 두 배 급증했다. 노인 일자리가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의 공공형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고학력 은퇴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 수요에 부적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예산안에 노인 단체들은 반발했다.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노인 빈곤 심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결국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저소득층 어르신은 민간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 공공형 일자리는 올해 규모만큼은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공공형 vs 민간형·사회서비스형
정부는 고령화 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공공형,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사업이 있다.
참여 노인은 유형에 따라 나이와 학력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1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효과 분석 연구’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한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6세였다. 민간형은 71.8세, 사회서비스형은 71.6세로 비교적 젊었다.
학력을 보면 공공형 참여자는 초졸이 46.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학은 19.6%로 뒤를 이었고, 대졸은 2%에 그쳤다.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도 초졸이 각각 34.6%, 37%로 많았지만 공공형보다는 10%포인트 이상 적었다. 고졸은 각각 25.5%, 22.2%였고, 대졸은 각각 6.8%, 6.7%였다.
가구 소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형 참여자의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은 평균 41만 7299원이었다. 민간형은 64만 5791원, 사회서비스형은 57만 7214원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공공형 참여자는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저소득층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참여자는 정부가 대상자로 원하는 고학력의 은퇴 노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공공형 참여자에 비해 나이가 적고 고학력에 소득·자산의 여유가 있는 노인이다.
노동조합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총장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줄이고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저소득층 노인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현종 사무총장은 “노인 일자리가 2004년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정도였다. 20년이 지나면서 평균 연령이 10년 이상 높아졌다. 그분들한테 시장에 나가 민간 업체와 경쟁하고 이겨서 소득을 얻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사회서비스형은 민간 일자리가 아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와 성격이 똑같은데 돈은 두 배로 번다. 다만 일자리와 관련된 경력이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서비스형을 할 수 있는 노인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잘 살았고 노후 준비도 어느 정도 되어 있다”면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저소득층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노인 세대 안에서 빈부 격차 또한 커진다”고 덧붙였다.
공공형 일자리, 보충 연금으로 봐야
사회·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줄이려는 이유는 ‘세금을 축내는 질 낮은 일자리’로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복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도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노인이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및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해 참여하는 봉사활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국민연금을 못 받는 노인이 50%가 넘는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기초연금 하나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 매달 기초연금으로 30만 원을 받고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면 27만 원을 번다. 57만 원 정도의 소득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다”라면서 “노인 일자리를 소득 보충, 노동의 대가로 봐서는 안 된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보충 연금 성격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곤이 오고 있다’의 저자 신명호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신명호 소장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노후의 소득 보장 제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연금의 사각지대가 넓고 소득 대체율도 낮기 때문인데,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게 노인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예전부터 공공형 일자리는 예산 낭비고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사실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에 생계 지원 급여를 줘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줄 수는 없으니까 일을 하게 하는 형식을 취해서 돈을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명호 소장과 고현종 사무총장은 노인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 그중에서도 공공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노인 일자리는 사업별로 신청자를 받는다. 그러다 보면 일부 사업에 사람들이 몰려 진짜 일자리가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들이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통합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서 저소득층 노인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독일은 아이를 키우는 할머니, 임산부, 한부모가정 아이, 독거노인 등 마을 사람들을 위해 복합 공간 ‘마더센터’를 운영한다. 고립되기 쉬운 주민들을 위한 공용 공간을 마련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품앗이 육아를 실천한다. 국내에도 독일을 참고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 마더센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전반적인 시설 관리 및 운영, 각종 프로그램 진행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봉사로 이뤄진다. 봉사자들은 ‘누구나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센터에 기여하려 한다. 노인이 아이에게 옛 노래를 기타로 연주해주거나, 은퇴한 간호사가 의료 정보를 공유한다. 손주를 키우는 할아버지, 미혼모 등 센터를 찾은 다양한 양육자들은 공용 공간에 모여 서로 육아 정보를 나누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국내에도 독일 마더센터를 참고해 우리 사회에 맞게 변모한 ‘한국형 마더센터’들이 있다. 바로 서울 관악구 행복마을 마더센터,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다.
한국 사회에 발맞춘 마더센터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는 2013년 여성단체 춘천여성회에 의해 설립됐다. 육아에 대한 고민과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양육자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사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최근에는 ‘우리봄내동동’ 사업을 통해 마을의 아이와 어른이 한데 어울려 더욱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활 기반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이를 둔 엄마들로 시작된 모임이지만 아빠, 할머니, 주변 이웃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행복마을 마더센터는 2017년 개소했다. 박명희 행복마을마더센터협동조합 이사장에 따르면 과거 신림동은 서울 지역 중 비교적 집값이 저렴해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이 많이 거주했다. 높은 인구 밀집도에 비해 아이를 위한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비영리단체 회원들이 힘을 모았다.
카페 시설 운영을 중심으로, 시에서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공동육아지원 사업 등에 지원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카페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 트램펄린 시설, 주민들이 기부한 장난감과 놀이기구가 비치돼 있다. 요일별로 열리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기본, 양육자라면 대부분 1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다. 아이를 동반한 어른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아이 성장 발달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
마더센터는 일반 키즈카페나 실내 놀이터와는 다르다. 우선 민간 시설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더불어 센터를 찾은 양육자들이 단순히 공간과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한다. ‘내 아이’와 ‘우리 엄마’가 시설을 이용하는 형태가 아니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고, 손뼉 치며 등을 맞대는 등 체조를 한다. 구성원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자연스레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수업 이후에도 마더센터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다음 카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로 고충을 나누고 육아 물품을 무료로 나눈다. 실제로 마더센터는 아이와 양육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한국형 마더센터를 어떻게 모델화하고 자리 잡아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서 마더센터가 꾸준히 회자됐지만 그 이상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박명희 이사장은 “한국도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해 각 지자체가 저출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기관을 운영하고 있어, 독일이 훨씬 선진화돼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대신 한국은 서로 다른 기관이 각개전투하는 느낌이 있어 민·관의 협력 형태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가족관계 변화, 인식 개선도 필요해
우리나라는 나이에 맞춰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학교에 간다. 보육 시설과 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어도 부모의 경제 활동으로 인해 돌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은 6시지만, 엄마 아빠가 초과근무를 하느라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경우가 그 예다. 비용이 부담스러워 다른 민간 시설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보통 그 공백을 조부모가 메운다. 기관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내 아이는 우리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 부담이 가중된다면 조부모로 주 양육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게다가 현대 사회로 올수록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는 점점 옛말이 됐다. 입양 가정, 재혼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가정 등 기준이 모호해졌다.
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이사장은 “과거에는 여성에게 육아 책임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엄마들을 중심으로 단체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가족의 형태가 많이 다양해졌다”며 “독일과 같이 마더센터에 오는 사람들의 범위를 엄마로만 한정해놓고 있진 않으니 부담 없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마더센터에서 ‘내 가족’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제2의 가족’을 만나 지역사회의 화합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독일 청소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독일 어린이의 약 40%는 평균 4명 이상의 조부모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 이는 생물학적 조부모와 사회적 조부모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한국의 경우 ‘할머니가 아이를 돌본다’고 하면 혈연관계를 떠올린다. 당연시하는 이 관계가 현재 황혼육아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육아 돌봄 공백 시 가족 내, 특히 조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조가 만연해진 것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70년 유소년(0~14세) 인구는 7.5%, 고령인구(65세 이상)은 46.4%에 이른다.
아이가 1명일 때, 노인은 6명이 넘는 상황. 생물학적 조부모 최대 4명을 제외하고도 2명의 노인이 사회적 조부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적은 수의 아이를 많은 수의 노인이 돌본다면, 특정인에게 가중되던 황혼육아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현실화하기엔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지난달 본지는 독일과 영국 현지 조부모의 손주 돌봄 실태와 지원책을 보도했다. 한국과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황혼육아의 자율성’이었다. 의무가 아닌 선택에 의한 조부모 육아가 가능하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또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 황혼육아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외 정책 접목?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
먼저 독일의 ‘조부모 육아휴직’을 살펴보자. 대상자 조건은 부모가 미성년자거나 직업훈련 중인 경우, 동시에 조부모가 손주와 한집에 살면서 유급 노동을 하는 상황이다. 육아휴직 제도 내의 세부 항목으로, 독일 내에서도 기준이 까다롭고 현실적인 수요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사회 분위기나 직장 문화로 인해 육아휴직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독일 사례에 착안해, 일부 부모에게 유명무실한 육아휴직을 차라리 조부모가 이용하면 어떨까?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국무총리 산하) 기획조정본부장은 “부모에겐 유리하지만 조부모에겐 불리해 보인다”며 “대체로 황혼육아 당사자는 할머니다. 현실적으로 60대 전후 정규직 여성이 드물다. 곧 은퇴할 이에게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해주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부모(자녀) 입장에서는 정상 근무하며 급여도 모두 받고 자녀 돌봄도 해결할 수 있으니 확실히 혜택이다. 한편으로 육아휴직에 대해 선택권을 주는 차원에서는 괜찮다. 다만 여기서 조부모가 취할 이득이 없다. 자신의 급여도 줄고, 직장에서 눈치도 봐야 하고, 힘든 육아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선희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회장(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조부모의 육아휴직이 가능해진다면 자칫 황혼육아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기간이나 수당 등) 형식적으로는 잘 되어 있을지 몰라도 남성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일하는 여성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조부모 육아휴직이라는 선택권이 생긴다면 남성의 육아참여가 증가하지 못하고 여성(엄마)의 육아 부담이 다른 여성(할머니)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혼육아 기간을 연금 혜택으로 주는 영국의 정책에 대해 이 본부장은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손주 육아가 복병이 되지 않으려면 육아 정책과 노인 복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연금 혜택 등 탄탄한 복지로 경제적 기반이 안정된 노인이라면 황혼육아를 보람과 기쁨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빈곤하고 불안한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손주 돌보는 일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영국 노인의 황혼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복지 수준에 기인했다고 본다.”
수당은 임시방편, 공보육 신뢰가 근본
영국과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세금 혜택 등으로 조부모 육아를 지원하지만, 직접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 한국 역시 서울시(2023년 예정)와 서초구, 광주광역시 등 일부 시·구 단위에서만 조부모 수당 지급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조부모 육아의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당 정책 마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백 회장은 “조부모 수당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조부모를 위한 혜택으로 보이지만, 자칫 ‘수당도 주는데 할머니가 손주를 봐야지’라는 식으로 황혼육아에 당위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조부모 수당이 도입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 또한 “수당 지급은 가장 일차원적이고 손쉬운 해결 방법”이라며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아직 조부모 수당에 대해 완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서울시의 조부모 돌봄 수당 정책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를 사회가 인정하고,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미에서는 일시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조부모에게 육아가 전담되는 기재로 변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 전문가는 황혼육아는 ‘책임’이 아닌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기적으로 강도 높은 육아보다는 일시적이고 부담 없는 육아가 바람직하다고. 자발적이면서 즐거운 손주 돌봄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조부모 관련 정책은 필요성을 잃게 될 것이다. 개인이 선택적으로 어려움 없이 하는 일에 정부가 보상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구조를 만들려면 조부모의 육아 시간은 단축하고, 공보육 돌봄 시간이 늘어야 한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보육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백 회장은 “보육시설이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미흡하다. 아동학대 문제 등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부모들은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결국 자녀가 어릴수록 믿을 수 있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신뢰할 만한 우수한 보육시설이 주변에 있다면, 조부모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들을 위한 노인의 사회적 일자리 참여
영국의 경우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내니(유모) 또는 베이비시터를 통해 해결하는 양육자가 많았다. 독일에는 ‘랜드 그랜드’ 등 대안 조부모 찾기 플랫폼도 나타나는 추세다. 이 본부장은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에게 아이를 믿고 맡긴다는 점이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다. 보육기관과 더불어 지역민 간에 신뢰가 형성돼야 결국 사회적 돌봄이 가능하다”며 “누구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육아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고 힘들다. 사회 구성원의 여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육아 문화는 크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의 육아 문화는 여성의 육아 참여도가 높은 현실을 말한다. 엄마에게 주어지는 의무를 덜기 위해 할머니가 해결사로 나서는, 가족 내 또 다른 여성에게 육아가 전가되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된다. 두 전문가는 가족 내 돌봄 해결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즉 지역사회 또한 육아를 함께 책임져야 바람직하다는 것. 독일에서는 지역마다 마더센터를 두고 3대를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 돌봄 문제와 독거노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사회적 돌봄의 좋은 예로 떠오른다. 백 회장은 이러한 독일 사례에 착안해 육아를 접목한 노년기 사회적 일자리 참여와 자원봉사 활동을 제안했다.
“기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연동화를 한다거나, 전통놀이를 가르치는 등 지역사회 돌봄에 일조하면서 보람을 찾는 활동이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고학력자에 재능 있는 시니어도 많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활동을 개발해보면 좋겠다. 이미 영유아 돌봄과 관련된 노년기 사회적 일자리들도 개발돼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가족이 돌봄의 책임을 모두 지는 형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조부모 육아참여가 아닌 ‘사회적 돌봄’을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인천 지역 노인인력개발센터와 손잡고 시니어푸드 코디네이터 양성에 나섰다. 100여 명이 2급 자격 취득에 성공했다.
28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시니어푸드 코디네이터(이하 시니어푸드 코디) 2급 자격 과정’은 고령센터가 60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력개발 교육이다. 동·미추홀·부평·서구 노인인력개발센터가 함께 했다.
교육은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이 맡아 이달 8~25일 센터별 4회에 걸쳐 12시간 진행했다. 참가자는 동구 17명, 미추홀·부평·서구가 각 30명이다.
시니어푸드 코디는 식사 돌봄과 상담으로 노인들의 식생활을 진단해 개인별 상태와 식사특성에 맞는 맞춤형 식품 선택으로 바른 식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민간자격증으로 2급 자격증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대상 노인을 진단하고 정기적으로 추적·관리가 가능하다. 곡류, 물, 과일, 우유 섭취, 식품 알레르기 등 기본 18가지 문항을 진단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7가지 문항을 확인한다.
각 인력센터는 12월 중 시니어푸드 코디를 포함한 내년도 사회적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해 내년 초 현장에 나선다.
미추홀구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 시민이나 공공형 일자리 참여 노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식생활 상담을 계획 중이다. 서구는 연희노인복지관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에서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노인에게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부평구는 지역사회맞춤돌봄 사업의 하나로 활용할 예정이다.
30여 년간 공직에 있었다는 예승일(63) 씨는 “연령대별 신체 변화, 질병, 식생활 관리법, 식품 조리법, 고령자 대화법 등 노인 세대에 진입하는, 혹은 이미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으로 구성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를 했다”며 “자격증 취득으로 오랫동안 해온 자원봉사활동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교육은 자격증 취득 과정으로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본 소양, 심화, 전산 프로그램 등을 추가 교육한다. 강의는 ㈜복지유니온이 맡는다.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는 “치위생사로 일했던 한 참여자가 이 과정을 수강하며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그만큼 60세 이상 세대에게 새로운 일자리로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만 이 과정으로 300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노인들의 식생활에 도움을 주는 푸드코디네이터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윤형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센터장은 “이번 교육을 한 4곳 모두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그래서인지 참여자 모두 무사히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며 “우리 센터는 앞으로도 다양한 경력개발 교육으로 시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