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계의 개그맨’ 박민수(50) 씨는 순수한 광기를 지닌 유쾌한 인물로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게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이 땅의 아버지다. 쌍둥이 아들을 위해 은퇴도 미뤘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절실하게 하는 중이다.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 24년 차 직장인이자 주식투자 1타 강사. 샌드타이거샤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구독자 225만 명을 자랑하는 이말년 작가의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인지도까지 쌓아 올린 사나이. 박민수 씨와 마주하기 전에는 능력 있는 직장인의 흔한 성공 스토리로 보였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린 뒤 실타래 풀리듯 각종 섭외 대상이 되는, 우리네에겐 무척 어렵지만 그 동네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래서 50대에도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보면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평소에 저는 굉장히 침착해요.”
차분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 의외였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운이라고 여겼던 영역마다 박민수 씨의 의도와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서, 쓸모를 찾아서
직장인은 사표를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박민수 씨도 그렇다. ‘쓸모’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그에게 나이 들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건 실체적 불안 그 이상이었다. “쉰 살이 되기 6~7년 전부터 회사에서의 내 쓸모가 줄어들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회사 밖에서의 쓸모가 비자발적으로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요. 쉽게 말해 나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죠. 언젠가 생길 일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을 어떻게 먹여살릴까’ 생각하면 엄청나게 절실해지는 거죠. 굶기면 안 되잖아요?”
박민수 씨는 고3처럼 살아가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주식투자 뉴스를 정리해서 네이버 카페에 올리고, 직장으로 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업무를 본다. 운동 삼아 가급적 목동 집까지 1시간 30여 분 걸어서 퇴근하고, 오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글쓰기 등 자기계발을 한다. 라디오나 유튜브 촬영이 있을 때면 꼬박 며칠을 준비에 매달리기도 한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루틴에 변함은 없다. “절실함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가족이 있잖아요. 책임감인지 의무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에너지를 올려줘요.”
40대 초반까지 그는 쓸모를 회사 안에서만 찾았다. 밤샘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술은 마시지도 못하면서 회식 자리는 꼭 참석했다. 그렇게 ‘에이스’라 불리며 승진이 동기보다 2년 이상 빨랐지만, 몸은 정직했다.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2018년에 협심증으로 쓰러졌어요. 그때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큰일 난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습니다. 당시 쌍둥이가 초등학생이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서 본 두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내가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해야 할 게 있더라고요.”
박민수 씨는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른여섯에 “넌 뭘 잘하니?”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불현듯 ‘주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점심도 굶어가며 주식 공부에 매달려 7년 만에 종잣돈 3000만 원을 8억 원으로 불렸다. 그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물려받을 텐데, 아직 어리잖아요. 쓸데없는 짓 해서 다 까먹을까 봐 걱정되는 거죠. 아빠만의 투자 방법과 원칙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루에 3시간 자면서 3주 동안 쓰니 책 한 권 분량이 됐어요.”
2018년 9월 출간돼 현재까지 10만 부 이상 팔린 ‘주식 공부 5일 완성’은 이렇게 완성됐다. “인쇄소 가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했는데, 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내용이 좋으니까 책을 내보라’고요. 그래서 진짜 투고를 해봤어요. 당연히 안 되죠. 그런데 임프린트(한 출판사에 속한 별도의 하위 브랜드)에 원고가 흘러갔나 봐요. 마침 대표가 증권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 가치를 알아봤고 출간이 이뤄졌어요.”
책은 2020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대형 재테크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그 계기는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됐다. “제가 먼저 출연 요청을 했습니다. 답변은 2개월 후에 받았어요. 촬영 후 업로드까지 다시 2개월이 걸렸고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 소위 말해 빵 터졌죠. 인생 역전이었습니다.” 또 다른 유명 재테크 유튜브 채널 ‘김작가TV’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문의했고, 정중히 고사하자 재차 어필해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 6개월 사이 책 7만여 권이 팔렸다.
최고민수, 침착맨을 만나다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은 의외의 보상을 줬다. ‘침착맨’ 이말년 작가와의 인연이다. 박민수 씨는 2021년 초 MBC 웹예능 전문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기획 시리즈 ‘말년을 행복하게’에 일일 주식투자 강사로 출연하며 ‘침착맨’과 안면을 텄다. ‘최고민수’라는 애칭도 그때 생겼다. ‘주식계 박찬호’라는 설명이 붙을 만큼 지치지 않는 열강에 ‘침착맨’이 “최고네요, 선생님. 닉네임도 바꾸세요, 최고민수”라고 하면서다.
인연은 ‘침착맨’ 채널까지 이어졌다. 7번 정도 출연했고, 그중 한 콘텐츠는 100만 뷰가 넘었다. “본인 채널에 와서 주식 강의를 1~2시간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수를 했어요. 주식 강사로 섭외된 자리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만 한 거예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등등 걷잡을 수 없이 말이 새버렸어요. 6시간 방송을 했는데 정작 주식 강의는 20~30분에 불과했죠. 집에 가면서 무지 걱정했어요. 욕먹을 각오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신선하게 봐주셨어요.”
콘텐츠에 대한 열의와 쉬지 않는 입은 이제 박민수 씨의 캐릭터가 됐다. 경제사 특강, 주식 종목 고르는 10단계 특강, 주식 ETF 투자법 7단계 특강 등 평균 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방송은 그 이미지를 굳혔다. 10시간 42분짜리 일본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는 그 정수로 꼽힌다. 박민수 씨는 한시도 말을 쉬지 않았고, 구독자는 그 모습을 오롯이 즐겼다. 영상은 9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로 인지도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 가는 사람이에요. 말했잖아요, 저는 ‘쓸모’가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출연 전 일주일 정도 준비에 매달려요. 기타큐슈 여행도 정말 많이 준비했어요. 실은 항일 투어로 계획한 거라 일본 역사까지 속속들이 공부했죠. 내 밥값을 다하기 위해, 내 쓸모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앞으로 3년, 은퇴 후는 내 마음대로
박민수 씨는 3년 뒤 은퇴를 꿈꾸고 있다. 그때가 되면 가장의 부담을 다소 내려놓아도 괜찮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3년 뒤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직장인 신분을 유지할 생각이에요. 아빠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이면 아이들이 움츠러들지 않을까 해서요. 지금은 월급이 소중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은퇴하면 2년 정도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 다른 일을 할 텐데 그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준비를 잘 해야죠.”
앞으로 3년, 그는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 내성적이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는 개인 성향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예 스스로를 ‘주식계 개그맨’으로 포지셔닝할 정도다. “다들 그래요. 얼굴 내놓고는 못 하겠다고요. 그런데 가장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거예요.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저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웃고 떠드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절실하면 부끄러운 거 없습니다. 일단 하는 거예요. 은퇴를 꿈꾼다면 더욱더요.”
은퇴 후 박민수 씨는 ‘침착맨’ 같은 삶을 꿈꾼다. 예능 PD를 꿈꾸며 방송국 최종 면접까지 본 경험이 있는 그다. 제2의 인생은 보다 즐겁고 자유로운 나날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다. 그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최고민수의 중2병’. 박민수 씨는 3년 뒤 유쾌한 방황을 예고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여행 유튜버예요. 지난해 빠니보틀(구독자 190만 명의 여행 유튜버)님도 만났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그때는 진짜 내 맘대로 막 삐뚤어져보고 싶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동산, 즉 아파트를 주거뿐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왕 살 집, 자산으로서 교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선택하고 싶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여생을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과 시세 변동성이 적은 '알짜' 아파트 고르는 방법을 알아봤다.
Q.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언제부터 주요 자산으로 기능했나요?
A.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도시 주변으로 인프라가 형성됐고,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아파트가 도입됐어요. 새로운 주거 형태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품화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파트 가격의 상승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고, 남다른 애착이 있죠. 여전히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삶의 공간이자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Q. 하지만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즉각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A. 보통 은퇴 전후로 자녀가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분가하게 됩니다. 더 이상 자녀와 함께 살던 큰 규모의 주택이 필요 없어지게 돼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중소형 주택을 마련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고려해볼 법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은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Q. 노후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한다면,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A.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소위 ‘한방’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을 시도했다가는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이미 3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퇴자가 큰 폭의 매각차익만을 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모할 수 있죠.
Q.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는 게 경제적인가요?
A. 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면서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몸테크’족도 있고요. 하지만 50대, 60대 은퇴자들이 동파 사고 등 낡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견디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재건축에 돌입해도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래도 구축에 투자한다면 땅값이 비싼 곳일수록, 재건축 사업 기간은 짧을수록, 대지 지분은 클수록, 현재 용적률 혹은 개발 가능한 용적률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앞서 반드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Q.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주거와 투자 가치가 높은 아파트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A. 입지 및 교통 요건, 지형, 방향, 층, 조망권, 학군은 물론이고 최소 500세대 이상의 단지 규모에 브랜드 파워가 강한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아울렛이 근접해 있으면 좋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과거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더불어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로 나뉘어 가구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소형 평수지만 수영장, 헬스장,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갖춰진 아파트가 주목받을 거라 예상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옷을 구매하려고 할 때 용어 때문에 당황스런 경우가 있다. 특히 옷의 명칭 앞에 붙는 여러 ‘핏’의 종류를 헷갈리기 쉽다. 핏은 사전적 정의로 몸에 맞는 정도를 말한다. 핏이 좋다는 것은 ‘옷발이 산다’는 의미다. 상의와 하의로 나누어 핏을 설명하고, 더불어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룩도 알아봤다.
상·하의로 보는 핏 종류
핏의 종류는 브랜드별 제품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제품을 찾기 전에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자. 또 체형에 따라서 어울리는 핏이 있는데, 사람마다 각각 세세한 특징이 달라서 정답은 아니다. 상·하의별로 다양한 핏을 시도해보며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상의는 주로 ‘슬림 핏’, ‘레귤러 핏’, ‘오버 핏’으로 나뉜다. ‘레귤러 핏’은 옷이 몸에 너무 달라붙지 않고 많이 헐렁하지도 않은 정도를 뜻한다. 정사이즈에 쓰이는 용어로,‘스탠다드 핏’이라고도 불린다. 적당한 품을 선호한다면 레귤러 핏을 입으면 된다. 예를 들어 레귤러 핏 셔츠를 입으면 일자형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슬림 핏’은 몸에 딱 맞는 스타일로 체형이 도드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골프 의류로 예를 들면 폴로셔츠 중에 슬림 핏 디자인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머슬 핏’을 입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데, 머슬 핏은 슬림 핏보다 더 딱 붙는 스타일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핏이다. 근육에 자신 있다면 머슬 핏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버 핏’은 ‘레귤러 핏’에서 한 치수를 올린 스타일이다. 크게 입는 티셔츠를 ‘박시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오버 핏에 해당한다. 오버 핏 옷을 입으면 체형 보완도 되고 우아해 보일 수 있다.
바지의 핏에는 주로 ‘스트레이트 핏’, ‘와이드 핏’, ‘루스 핏’, ‘테이퍼드 핏’이 있다 . ‘스트레이트 핏’은 허벅지부터 밑이 일자로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스키니 진’보다 통이 여유 있는 스타일이다. 스키니 진은 몸에 꼭 맞게 입는 바지로, 종아리와 발목 부분 폭이 좁고 상의로 치면 슬림 핏에 속한다. ‘와이드 핏’은 바지의 폭이 넓은 스타일이다. 발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와이드 핏 바지는 개성있고, 힙한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다. ‘루스 핏’은 와이드 핏처럼 널널한 형태를 말한다. 미세한 차이를 꼽자면 와이드 핏이 루스 핏보다 가로가 더 넓다는 특징이 있다. ‘테이퍼드 핏’은 허벅지 너비가 넓고 무릎 밑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자신의 치수보다 한두 치수 크게 고르면 편하게 입을 수 있다.
귀족 스타일부터 MZ가 점령한 등산복까지
이번에는 유행하는 스타일 중에서 중년이 시도해볼 만한 코디를 소개한다. ‘올드머니 룩’은 고전적이면서도 ‘금수저’들의 옷장에 있을 법한 스타일이다. 브랜드가 들어간 로고는 지양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추구한다. 색상은 블랙, 화이트, 브라운 톤을 많이 사용한다. 조끼 형태나 칼라 티셔츠, 셔츠류로 올드머니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와이드 핏 바지와 벨트를 조합하면 올드머니 룩에 가까워진다. 와이드 핏으로만 하의를 입어야 하는 건 아니다. 상의든 하의든 자신이 선호하는 핏으로 올드머니 룩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면 된다. 코트나 재킷에 쓰이는 트위드 소재나 실크 소재를 입으면 우아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 중에는 폴로랄프로렌이나 자라, 헤지스 등에서 올드머니 룩에 어울리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중장년뿐 아니라 MZ세대도 기능성 의류를 즐겨입으면서 ‘고프코어 룩’이 유행하고 있다. 고프코어 룩은 등산할 때 먹는 작은 크기의 간식인 ‘고프’와 평범함을 추구한다는 뜻을 지닌 ‘놈코어’의 합성어로, 기능성 의류를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등산이나 캠핑같이 아웃도어 활동에 입는 옷을 떠올리면 된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코디일 수 있다. 요즘 MZ세대는 카고 팬츠나 일반 바지 혹은 스커트 위에 바람막이를 걸쳐 입으며 고프코어 룩을 완성한다. 일상에서 아웃도어 스타일을 자주 입는다면 고프코어 룩에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다. 아크테릭스, K2 등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고프코어 룩과 관련된 재킷이나 팬츠를 찾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각 사 홈페이지 내 정보를 참고하거나 매장을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
옷을 고르는 센스가 부족하다 생각해 쇼핑이 망설여지는 중년 남성이라면 주목하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야 하는데, 쇼핑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여러 브랜드에서 지향하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코디해보는 방법이 있다. 중년 남성의 고급스러움을 높여줄 브랜드 3곳의 특징과 가을 신상품을 소개한다.
도시 느낌의 스타일링, 마시모뚜띠
마시모뚜띠는 1985년에 설립된 스페인 스파(SPA) 브랜드로 75개국에 79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일상에서 입는 캐주얼한 옷을 도시적인 분위기로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멋을 내고 싶거나 잘 보이고 싶을 때 꺼내 입을 만한 옷이 많다. 마시모뚜띠가 설립되던 초기에는 남성복에 초점을 둔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남성복을 포함해 여성복과 액세서리, 향수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년이 되면 옷을 고를 때 디자인 못지않게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시모뚜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리넨, 레더, 데님과 같이 소재별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어 원하는 소재의 옷을 찾기 용이하다.
▶ 마시모뚜띠는 가죽 소재 의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23 F/W 컬렉션 ‘나파 레더 오버 셔츠’도 가죽 의류다. 나파는 양이나 염소가죽을 사용한 소재다. 옷은 양가죽 소재로 만들어졌고 무광으로 마감했다. 오버 핏 느낌이 나서 여유롭게 입기 좋은 아우터다. 두 개의 바깥 주머니 이외에도 안주머니가 여러 개 있어 실용성을 더한다. 함께 신상으로 나온 ‘릴랙스 핏 쇼트 슬리브 코튼 티셔츠’는 100% 면 소재로 착용감이 좋다. ‘스트레이트 핏 진’도 100% 면 소재이고 일자로 떨어지는 청바지다. 다섯 개의 주머니로 편리성을 더했고, 허릿단에 벨트 고리로 디테일을 살렸다.
음악과 스포츠의 역사, 프레드페리
프레드페리를 만든 프레드릭 존 페리는 윔블던을 비롯한 세계 테니스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테니스 스타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던 그는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에서 활약해 주목받았다. 세련된 스타일로도 관심을 모은 그의 인기에 힘입어 프레드페리는 스포츠 의류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노동자 계급 출신의 많은 펑크 밴드가 프레드페리 옷을 착용하면서 뮤지션들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의류도 나오는 추세다.
프레드페리는 테니스에 기반을 둔 브랜드여서 스포츠 활동을 할 때 입기 좋은 피케셔츠의 비중이 높다. 피케셔츠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견례, 예식장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보다는 편한 인상을 심어주는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다.
▶ 프레디페리는 2023 F/W에도 폴로셔츠에 집중했다. 신상품으로 나온 ‘마이크로 체커보드 롱 슬리브 폴로셔츠’는 면 소재의 긴소매 폴로셔츠다. 자카드 원단으로 제작되어 격자무늬가 돋보이고, 신축성이 있다. 또한 테이퍼드 핏(허리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핏) 면바지도 나왔다. 트렌치코트에 주로 쓰이는 소재가 사용돼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여가 즐기고픈 현대인의 소망, 헨리코튼
헨리코튼은 영국의 프로 골퍼이자 건축가, 작가인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남성복 브랜드다. 헨리코튼의 브랜드 상징인 ‘피셔맨 로고’는 바쁜 일상에도 평온한 여가를 즐기고자 노력하는 현대인의 소망을 담았다.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이 즐기던 플라이 낚시를 모티브로 ‘플라이 피싱 클럽’ 낚시웨어를 출시해 이번 S/S 시즌에 인기를 끌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조화가 깃든 헨리코튼은 정교한 디테일, 자연스러운 색감, 편안한 착용감과 소재를 추구한다.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지향하기 때문에 중년 남성이 멋을 내고 싶을 때 입으면 좋은 옷이 많다.
홈페이지 내 ‘시즌 베스트 리뷰’에 들어가면 니트, 팬츠, 티셔츠 중 고객의 리뷰가 좋은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참고해 옷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023 F/W 신상으로 나온 ‘가을 코튼 재킷’은 부드러운 면 스판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단추에는 자체 제작한 시그니처 로고를 각인했고, 내외부에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가을 코튼 팬츠’는 면 스판 소재로 신축성 있는 착장감이 특징이다.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일자형으로 떨어지는 바지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옷을 입고 산다. 때맞춰 음식을 먹고 잠을 자듯 입어야만 하는 일상이다. 다만 선택의 폭은 직업·나이·수입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어려 보여야만 하는’ 패션을 선호할까? 판에 박힌 기준에 맞추기보다 나만의 매무새를 만들어보자. 돈과 시간을 들여 입는 옷, 기왕이면 남들과 다르게 나를 돋보이게 하는 구실을 톡톡히 해내면 좋지 않은가.
무심한 듯 툭 넓게 떨어지는 넉넉한 모양의 새하얀 셔츠, 통은 넓지만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까만 바지, 정갈한 가르마와 호피 무늬 안경테, 꼼꼼히 바른 레드 립까지. 정원경 대표는 누구나 알 법한 로고가 떡하니 박힌 명품 옷이나 화려한 보석이 박힌 액세서리 없이도 확실하게 자신을 전한다. 정체성을 드러내고 고유한 매력을 배로 발산하는 것. 31년 차 의류 사업가인 정원경 대표와 그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단꽃이 피었습니다’가 추구하는 패션의 가치다.
패션, 꾸준한 연습만이 살 길
옷과 정 대표의 인연은 오래전부터다. 고등학생 시절, 학원 선생님이 옷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옮긴 것이 시작이었다. 눈도장이나 찍을 요량이었지만, 막상 찾은 가게는 그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옹이가 자연스러운 나무 바닥, 우물만큼 큰 항아리 위에 유리를 얹어 만든 테이블, 토기 화분의 로즈메리들.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선생님, 저 돈 안 주셔도 되니까 청소도 하고 옷도 개고 손님인 척 놀러 오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매일 그곳을 찾았다.
“봄이었던가. 그날따라 하루 종일 가게가 북적였어요. 일하는 언니들이 손님을 응대하느라 정신없는데도 일손이 모자랐죠. 마침 한 아주머니가 옷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고민하고 계신 걸 봤어요. 그 뒤로는 그냥 홀린 듯이 거울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고 옷을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직원이 됐죠.”
‘명색이 의류업 종사자인데 그래도 옷에 신경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월급을 번번이 쇼핑에 쏟아부었다. 유명하다는 패션 잡지를 뒤적이거나 같은 종류의 티셔츠를 크기별로 사보며 수십만 원의 수업료를 치렀다. 수없이 입어보며 깨달은 것은 좁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굵은 종아리가 드러나지 않아야 원하는 모습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빈약한 상체가 여실히 드러나는 쫄티보다 여유 있는 면 티셔츠가 어울렸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날은 괜히 어깨에 힘이 실렸다. 그는 옷을 넘어 자존감을 입었다.
모든 기준은 ‘나’
다양한 실패와 성공 경험은 ‘목단꽃이 피었습니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육아와 가사 노동에 지친 또래들이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로 삶의 활력을 얻는 기분을 느꼈으면 했다. 그러나 매장을 찾은 많은 고객이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뚱뚱해 보이지 않아요?”라고 말이다. 사는 지역이 제각각이고 직업, 개성도 다른데 하나같이 팔뚝의 살집과 늘어진 허벅지를 감추려 했다. ‘키가 작아서 무릎 위로 오는 길이의 치마를 입어야 한다’, ‘짧은 목에는 브이넥이 시원해 보인다더라’ 등의 공식도 외우고 있었다. 정 대표는 그런 고정관념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세상에 못 입을 옷은 없기 때문이다.
“패션에 정답은 없습니다. 옷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에요. 단순히 체형을 가리고 젊어 보이도록 가꾸는 걸 넘어서 내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너무 어렵다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부터 분석해보면 좋겠습니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롤모델이 될 수도 있거든요.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도 모르는 새 자꾸만 기분 좋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날이 올 거예요. 어쩌면 젊은 시절보다 앞으로 더 빛나게 될지도 몰라요. 꾸준히 차림새를 가다듬어 보세요. 전달하는 이미지와 살아온 삶의 결이 일치할 때 우리만의 ‘태’가 살아날거예요.”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는 패션 스타일링이 어려운 시기다. 무슨 옷을 언제 어떻게 입을지 고민이거나, 외출 전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상황별 코디 세 가지를 참고해보자.
STYLE 1. 편안한 직장 상사이고 싶을 때
열심히 살아온 당신. 직장 내에서 팀장, 부서장 등의 직급에 있을 것이다. 매일 가는 회사지만 하루쯤 달라 보이고 싶다면, 이 코디를 추천한다. ‘화이트 앤드 블랙’의 클래식 룩에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간절기 맞춤 패션이다. 특히 얇고 긴 트윌리(Twilly) 스카프 활용을 추천한다. 이렇게 입고 회사에 가는 순간, 카리스마와 편안함을 모두 갖춘 상사가 될 수 있다.
STYLE 2. 캠핑, 골프 등 야외 활동 즐기고 싶을 때
산책부터 등산, 캠핑, 골프까지, 건강관리가 중요한 중년은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이제 트레이닝복, 등산복 등을 입는 시대는 지났다. 정유정 반포드레스 대표는 “편안해 보이면서도 중년의 우아함과 클래식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STYLE 3. 센스 있는 학부모가 되고 싶을 때
결혼과 출산이 늦어짐에 따라 50대 학부모도 늘어난 상황이다. ‘학교도 방문해야 하고 학부모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는데,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다. 그 고민을 해결해줄 특효약은 바로 화려한 옷이다. 스타일링에 힘을 주면 저절로 자신감이 높아진다.
의상 반포드레스
‘소중한 나’를 슬로건으로 하는 중년 여성 패션 쇼핑몰. 30대부터 70대까지 고객의 연령대 폭이 넓다. 반포드레스 대표 정유정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6만여 명에 이른다.
모델 정윤선, 박지영
시니어 모델 정윤선, 박지영은 시니어 모델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엘리트모델에이전시 소속이다. 정윤선과 박지영은 모두 ‘트리플루트’(여성 패션 브랜드) 서포터스로 활동 중이다.
젊은 시절 모델 경력이 있는 정윤선은 지난해 10월 시니어 모델로 활동을 재기했으며, 한복 패션쇼에 주로 참여했다. 박지영은 ‘한식 레스토랑 서리재’ 홍보영상 CF 출연, ‘어바웃엠브로’ 룩북 모델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
시니어 모델, 중년 전용 패션 플랫폼 등장. 중장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저씨, 아줌마 패션을 지양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 ‘옷 잘 입는 시니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옷 잘 입는 시니어를 응원하며, F/W 패션 트렌드와 함께 스타일링 꿀팁을 알아봤다.
“MZ 패션, 비켜줄래?” 배우 김희선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묻는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퀸잇은 13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540만을 달성했다.
더불어 ‘지그재그’의 성공 이후 카카오스타일이 내놓은 ‘포스티’, ‘모라니크’, ‘푸미’ 등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는 ‘애슬러’와 ‘댄블’이 있다.
2030세대, MZ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도 중년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X세대(1965~1979년생)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레이지 나잇’을 론칭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패션 업계에서 중장년층 소비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쇼핑 가기 어려워지자 중장년층도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들은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드러난 사실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옷 잘 입고 싶다는 열의가 높다는 점이다. 시니어의 패션에 대해 임승희 인덕대학교 방송뷰티학과 교수(스타일 매니지먼트 서비스 라뽐므 대표), 조정윤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패션학 전공 교수, 이윤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자세히 얘기를 나눠봤다.
중장년 패션, 왜 젊어졌나?
중년기는 신체적·생리적·심리적 변화 등의 내적 환경과 가족·직업·사회생활 등의 외적 환경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다. 특히 노화로 인해 체중이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를 겪게 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가능하면서 큰 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패션 스타일링’이다. 중년층에 접어들면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승희 교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년기의 ‘가꿈’은 더욱 중요해졌고, 시니어 패션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노년층을 60대라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인 현재는 노년층을 70·80대로 본다. 현재의 50대는 나이 든 세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티에이징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일명 아줌마, 아저씨 패션이 안 어울리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 옷이 어울리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옷을 같이 입는 가정이 많아졌다.”
젊어진 시니어의 패션 경향은 ‘에이지리스’(Ageless)라고 할 수 있다. 에이지리스는 어떠한 선택에서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패션에서 연령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을 표현한다. 임 교수는 “많은 의류 브랜드가 타깃을 시니어층으로 높였다. 50·60대 시니어는 소재 중심의 퀄리티 좋고 가격대 높은 의상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소비자층이다”라면서 “보통 브랜드에서 40·50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주 고객층은 50·60대다. MZ세대 의류 브랜드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30·40대 고객층이 패션 업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30·40대 옷까지 입는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패션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해외 브랜드 유입도 에이지리스 현상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는 “외국 시니어들은 ‘나는 그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리면서 살겠다’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는 시니어가 선호하는 의상을 잘 안다. 그런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자, 국내의 중장년층은 많이 놀랐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컬러, 디자인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지갑이 열렸고, 패션도 점점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모델의 등장 또한 중장년 패션을 짊어지게 했다. 시니어 모델은 말 그대로 모델 활동을 하는 시니어를 말한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60대에 시니어 모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는 40대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다. SNS의 발달로 옷 잘 입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전문적인 교육과 대회 등을 통해 시니어 모델이 많이 양성되는 추세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모델은 젊고 늘씬한 사람만 모델을 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고,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시니어 모델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중장년층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본다”고 짚었다.
올드머니 룩에 주목하라
임승희 교수와 조정윤 교수는 중장년이 주목해야 할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올드머니(Old Money) 룩’을 꼽았다. ‘금수저 룩’으로도 불린다. 미국·유럽 등 서구 상류층이 승마·요트 등을 즐길 때 입었던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지향한다.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디자인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의상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패션이라고 하면 여성은 꽃무늬 패턴, 남성은 체크무늬 옷이나 등산복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올드머니 룩은 색이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패션 트렌드는 미니멀과 자연스러움 추구다. 컬러는 흰색과 검은색이 기본이고, 갈색, 회색 톤 의상도 많다. 또한 로고 플레이를 최소화하고, 좋은 소재와 짜임새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명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옷 자체가 아닌 자신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드머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여유 있는 핏’이다. 일상에서도 활동하기 편한 패션이기 때문에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핏을 선호한다. 올봄까지만 해도 Y2K(2000년대) 패션의 유행으로 크롭트 기장의 타이트한 상의와 와이드 핏 바지가 유행이었다. 이제 상의는 여유 있고 하의는 타이트해졌다. 임승희 교수는 “일자바지가 유행인데 올드머니 룩을 표현하려면 여유 있는 핏이라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신발 또한 기존의 스니커즈가 아닌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윤여정은 올드머니 룩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보여준 블랙 드레스 패션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임승희 교수는 “윤여정 선생님은 체구가 작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모노톤의 미니멀 의상을 선호한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을 찾아본 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진 교수는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시즌리스’(Seasonless)를 넘어 ‘타임리스’(Timeless)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시즌리스는 계절 구분 없이 의복을 착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의 지속 가능한 패션까지 넓혀진 것이 타임리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유행과 관계없이 오래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친환경 공정무역의 윤리를 담은 패션 제품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타임리스 패션에는 조건이 있다. 니트, 티셔츠, 데님 등 기본 아이템들을 한 번 구매해서 다양한 용도로 오랫동안 활용하려면 디자인이나 디테일보다는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타임리스 패션을 소화하면 환경도 살리고 스스로 의식 있는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도 들 수 있다. 중장년층의 패션이 더욱 유연해지고 멋짐의 아우라가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승희 교수는 ‘옷 잘 입는 시니어’가 되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보라’고 조언했다. 20년 넘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임 교수가 실제로 느낀 옷 잘 입는 연예인들의 비결이다. “연예인이라고 처음부터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옷을 많이 입어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스타일리시한 시니어가 되고 싶다면, 먼저 백화점을 방문해 각 브랜드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주목해 보세요. 올해 그 브랜드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눈으로 본 뒤에는 직접 입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품관, 스파 브랜드 매장 등을 찾아서 옷을 피팅해보세요. 많이 입어봐야 옷의 차이를 알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패션의 세계를 많이 경험해보고 자신한테 맞는 스타일을 꼭 찾길 바랍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 프로젝트가 이태원에서 시작을 알렸다. 소상공인들을 1조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유니콘 기업형으로 육성하고, 지역의 상권이 글로컬(글로벌+로컬)로 거듭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지난 1일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이자 이태원 상권 회복 프로젝트로 진행된 팝업스토어 ‘헤리티지 맨션’이 문을 열었다.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은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의 협업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하고, 상권관리 모델 도입과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골목상권을 브랜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어반플레이), 인천 개항로(개항마을), 공주(제민천), 군산 영화타운((주)지방)을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2일 이태원에서 간담회를 열어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시작을 알리고, ‘헤리티지 맨션’을 둘러보며 이태원 소상공인을 응원했다.
이영 장관은 “퇴근하고 대중교통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어떨까? 동네가 바뀌면 온 동네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생활 속 창업에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이태원의 독특한 문화, 역사, 가치들을 모아 상권을 개발하고자 했다”면서 이태원 상권 회복을 응원했다.
이태원에서 지역 소상공인들과 협업해 헤리티지 맨션을 기획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우리나라 로컬크리에이터의 시작은 이태원”이라면서 “이태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 700여 명의 감사의 뜻을 담아 제작한 감사패를 이영 장관에게 깜짝 전달하기도 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참사 이후)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중기부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희망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키우는 지원 사업들을 연계할 계획이다. 지역의 상인들을 ‘라이콘’(라이프스타일 유니콘)으로 성장시키고, 지역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글로컬 상권으로 재도약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번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에 선정된 지역 중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시작으로 공주 제민천 창업실험실, 마계인천 유니버스, 군산 술익는 마을 순으로 팝업스토어, 축제, 네트워킹 데이가 연속 개최된다.
이태원의 낮과 밤 담은 “헤리티지 맨션”
헤리티지 맨션은 도시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가 이태원의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과 협업해 만든 팝업스토어다. 독특한 지역성을 가진 이태원의 문화와,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를 제안해온 이태원 구성원들의 유산을 담은 공간이다.
이날 헤리티지 맨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오후 4시가 되자 DJ의 디제잉이 이어지며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느낌도 주었다. 헤리티지 맨션 자체가 곧 이태원이었다.
최은지 어반플레이 PD는 “9월 한 달 동안 앵커스토어인 헤리티지 맨션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8군데의 지역 상인들의 공간에서 동시다발적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맨션에 방문하면 누구나 웰컴키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안에는 이태원의 헤리티지(유산)를 보여주는 헤리티지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모을 수 있는 키링이 들어있다. 봉투 안의 키링을 가지고 쿠폰에 적혀있는 공간을 방문해 1만 원 이상의 소비를 하면 각 카테고리별 색깔의 열쇠 모양 키링을 받을 수 있다.
맨션 1층에는 웰컴레코즈(WELCOME RECORDS), 웝트(WARPED)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한 편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위스키 브랜드 짐빔의 하이볼을 맛볼 수 있는 부스가 있고, 옆에서는 매주 금, 토, 일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DJ들의 릴레이 공연이 이어진다.
2층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믹스미디어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윤일 작가가 이태원에서 7일 동안 실제로 살면서 담은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태원의 색깔을 담은 F&B 부스가 운영된다.
3층에서는 비슬라(VISLA) 매거진의 ‘이태원의 낮과 밤’을 주제로 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전시에 담겨있지 않은 이태원 사진들은 포스터로 구매할 수 있다. 한편에는 관광특구도시인 이태원의 특징을 담은 굿즈가 판매된다. 보이롱페이스 작가와 협업해 그래피티를 넣은 티셔츠와 이태원 도시 명칭과 함께 헤리티지 맨션의 위도와 경도가 그려진 수건 등이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댄스 등의 공연이 열리며 매주 일요일에는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오는 9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단연 DJ 문화일 것이다. 웰컴레코즈는 DJ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헤리티지 프로젝트에서도 DJ를 지원하기 위해 헤리티지 맨션과 컬래버레이션 한 LP를 선보이며, 볼레로(BOLERO)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웝트는 서브컬쳐나 발굴되지 않은 문화를 옷으로 표현한다. 홍콩, 뉴욕 등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는 팀이다. 헤리티지 맨션에서 선보인 옷들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것들로 국내에는 없는 수입 제품들이다.
전윤일 작가는 7일간의 이태원에서의 생활을 기록했다. 실제 이곳에서 소비한 영수증, 필름, 가게의 소품으로 만든 오브제 등을 선보인다. 또한 이태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태원의 헤리티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태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담은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이태원 곳곳에 그래피티 작업을 한 작가의 그래피티도 감상할 수 있으며 매주 달라지는 F&B도 즐길 수 있다.
종이 잡지로 시작해 글로벌 에이전시로 활동하고 있는 비슬라 매거진은 서브컬쳐를 주류로 끌어오는 힘이 있다. 이태원 출신의 사진작가들을 섭외해 ‘이태원의 낮과 밤’을 담았다. 낮에는 조용하고 비어있는 듯한 이태원이 밤이 되면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는 이중적인 모습이 이태원의 매력이라는 점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바야흐로 ‘밀키트 전성시대’다. 지난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 1000명 중 89.5%는 밀키트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대한민국 10명 중 9명이 밀키트를 사 먹었다는 의미다. 특히 50대에서 구매 경향이 가장 높았는데, 그 이유는 ‘식사 준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63%)로 나타났다. 정말 대중의 인식대로 밀키트는 간편하고 요리하기 쉬울까. 요리에 일가견 있는 독자들과 밀키트 요리를 함께 해보고, 장단점과 주의점 등을 짚어봤다. 다만 여기서 나온 의견이 정답은 아니기에 참고 정도만 하길 바란다.
밀키트 요리 비교 체험은 7월 14일, 인천 부평구 ‘조리기능장 요리조리 쿠킹클래스’에서 진행됐다. 손미자 원장과 함께 전현진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박선의·강경희 씨가 중년을 대표해 요리에 나섰다. 메뉴는 총 4종으로 밀키트 대표 브랜드 제품으로 선정했으며, 한식, 중식, 양식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참가자 4명의 밀키트에 대한 인식이 궁금했다. ‘밀키트를 만들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4명 모두 ‘있다’고 답했다. 손미자 원장과 전현진 교수는 요리 연구 목적으로 밀키트를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년 여성인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자녀 양육과 살림을 맡아 밀키트를 사 먹는다고 밝혔다. 주기는 박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박선의 씨는 재료가 많이 필요한 짬뽕을 구입해 먹어봤을 때 만족감이 높았다고 말했다. 강경희 씨 역시 재료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월남쌈과 밀푀유나베를 주로 구입해 먹는 편으로, 밀키트에 대한 만족도가 4명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강 씨는 “전처리(요리하기 전 채소를 다듬고 자르는 일)가 되어 있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적어서 좋다”고 밀키트의 장점을 얘기했다.
또한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주변 지인들을 생각해 보면, 바쁜 워킹맘이 밀키트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요리하기 피곤하고 번거로운 상황에서 밀키트가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손미자 원장은 “지금은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씩 밀키트 이용에 도전해보는 것 같다. 식재료비가 너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도 절약되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따른다. 다만 밀키트를 고를 때 젊은 층은 끼니 해결이 주목적이고, 중년층은 맛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추잡채와 꽃빵’부터 ‘소고기두부전골’까지
이날 요리해본 밀키트 4종은 마이셰프의 ‘고추잡채와 꽃빵’, 프레시지의 ‘바질크림 빠네파스타’, 피코크의 ‘감바스 알 아히요’, CJ 쿡킷의 ‘소고기두부전골’이다. 각각의 레시피대로 조리한 후 시식하면서 그 과정에서 느낀 점, 밀키트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중식인 ‘고추잡채와 꽃빵’을 조리한 강경희 씨는 “재료 손질을 하나하나 다 해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직접 요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뿌듯했다”며 소감을 얘기했다. 손미자 원장은 “소스를 한 번에 넣지 말고 나눠서 넣으면 간이 더 잘 배고 향미가 풍부해진다”고 팁을 전했다. 맛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비슷했는데, 전현진 교수는 “일반 소비자는 기억 속 맛과 비슷하면 맛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지의 ‘바질크림 빠네파스타’(양식)는 ‘귀찮아서 대충 해 먹었다’는 온라인 후기가 입증하듯 재료 손질부터 마지막 플레이팅 작업까지 손이 많이 갔다. 더불어 조리를 담당한 박선의 씨는 ‘짠맛’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스타 양이 많은 것은 좋았지만, 동봉된 허브솔트를 2/3 정도밖에 안 썼는데도 짭짤하다. 보통은 허브솔트를 다 쓸 텐데, 그러면 너무 짤 것 같다”면서 좀 더 자세한 레시피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피코크의 ‘감바스 알 아히요’(양식)는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새우가 많이 들어 있어 좋은 평을 받았다. 박선의 씨는 “처음에 새우 손질할 때 물총 제거를 해야 하는데, 요리에 관심이 없거나 레시피를 꼼꼼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것 같다”며 느낀 점을 말했다. 그 외의 조리 과정은 양식답게 쉬운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식인 CJ 쿡킷의 ‘소고기두부전골’은 두부를 제외한 재료가 모두 잘라져 있다. 즉 두부만 자르면 재료 준비가 끝난다. 조리 과정 자체는 재료를 넣고 끓이면 되니까 어렵지 않았지만, 정성이 요구되는 음식이었다.
더불어 손미자 원장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냄비에 재료를 예쁘게 담는 방법을 알려줬다. 중심부에 고기를 담고 두부를 감싸듯 놓아 꽃을 만들고, 테두리에는 흰색과 초록색 채소를 번갈아 놓는 것이다. 손 원장은 “요즘은 SNS를 활용하는 분이 많아 음식 데커레이션이 중요해졌다. 귀찮아하지 않고 많이 따라 하신다”고 말했다.
표준 레시피 마련, 염분 주의해야
“‘기호에 따라’는 어느 정도인가요? 요리할 때 가장 어렵게 느껴졌어요!”
‘일일 밀키트 요리사’ 박선의 씨와 강경희 씨는 전반적인 조리 과정은 쉬웠으나 ‘기호에 따라’라는 표현은 난해했다고 토로했다. 꼭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밀키트는 레시피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기호에 따라’는 정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웠다는 의견이었다.
전현진 교수는 “초보자일수록 정확한 레시피가 없으면 어려워한다. 각 밀키트에 ‘표준 레시피’를 기재해줬으면 좋겠다. 표준 레시피란 이대로 요리하면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소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표준 레시피’, ‘짜게 먹고 싶은 경우’, ‘담백하게 먹고 싶은 경우’ 등이 적혀 있으면 소비자가 느끼기에 밀키트의 장점이 보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미자 원장은 밀키트에 염분 함량이 높은 것을 우려하며, ‘저염식’ 식사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손 원장은 “밀키트의 소스나 양념에는 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가 많은 편이다. 밀키트를 자주 먹어서 짜고 단 음식에 중독되면 살도 찌고 고혈압·당뇨병 등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밀키트의 염분 성분 문제는 공론화되어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4개 제품군(감바스 알 아히요 제품군 22개, 부대찌개 33개, 불고기전골 23개, 짬뽕 22개)의 총 100개 제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51개 제품에서 1인분 나트륨 함량이 세계보건기구(WTO) 1일 나트륨 섭취 기준치(2000㎎)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1일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소비자단체는 밀키트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체험을 통해 밀키트에서 소스 또는 양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맛을 좌우하기도 하고, 염분이 많아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밀키트를 조리할 때 자신의 입맛이나 건강을 생각하며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 기호에 따르라는 말인데, 그 기준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사회 전반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밀키트 업체는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친환경적인 밀키트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업체들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둔화됐는데도 그렇다. 긍정적 전망을 거둬들이는 이가 없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용품 시장.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파크골프가 채 하나,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해서 용품 시장까지 단출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생 업체가 탄생하고 있고,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공인한 브랜드만 2023년 7월 기준 46개다.
파크골프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 시장이 활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파크골프용품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2년 5월 1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1년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에 나타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파크골프 채와 파크골프 공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업계 반응도 뜨겁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인증 업체 부쿠로혼마의 서재홍 대표는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다”고 했다. “18년 넘게 골프 업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파크골프 이야기는 업계에 5, 6년 전부터 나왔는데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2, 3년 전부터입니다. 골프를 즐기는 60대 이상이 파크골프로 넘어간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정사실입니다. 파크골프 회원의 성장은 해마다 놀랄 정도입니다.”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골프채 전문 쇼핑몰 ‘1등골프’에서 지난 1~2월 파크골프 상품을 살펴본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무려 124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쿠로혼마 역시 지난해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하며 인기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 증가폭이 더뎌졌는데, 그 사정이 흥미롭다. 서재홍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지난해 같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기보다 시장성을 보고 업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이는 업계 선두 브랜드도 겪는 문제다. 한 파크골프 업체 관계자도 매출 추이를 설명하며 한마디 보탰다. “올해 신생 업체가 엄청나게 생겼습니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파크골프 채는 종류 및 제조사가 다양해 직접 보고 구매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한국파크골프(피닉스)가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최근 파크골프 업계는 국산 제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피닉스, 데이비드, 볼빅, 브라마골프가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산 선호도가 높다. 수입산이 더 좋다는 인식과 더불어 은연중에 과시욕도 녹아 있다. 인기 브랜드 중 상당수가 과거 영화를 누린 브랜드라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서재홍 부쿠로혼마 대표는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보면 골프 초창기 느낌”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마디로 거품이 심합니다. 수입산이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뜻이지요. 그런 탓에 보급품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의 품질에는 수입산이나, 국산이나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시장을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가 스포츠 산업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세대가 파크골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빅데이터 조사 결과, 60대 이상 검색량이 49%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인 50대(33%)와 40대(15%) 검색량도 총 48%로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파크골프 시장에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은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지금과 같이 참여 인구가 증가한다면 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데이터는 중장년층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골프 시장에 여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효과가 파크골프에도 나타나리라는 전망이다.
골프 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프와 파크골프를 겸하는 브랜드에서 파크골프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재홍 대표도 이 흐름에 동의했다. “3년 전만 해도 7대3 비중으로 골프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70%가 파크골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