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호스피스재단 수원기독호스피스회가 암 환우를 돌보는 호스피스전문 자원봉사자 교육생을 모집한다.
이번 교육은 3월 12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오후 3시 30분까지 6시간씩, 총 10주간 60시간 이론교육과 심화교육(14시간), 임상교육(30시간)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수원기독호스피스센터에서 진행되며, 매 강의마다 호스피스 현장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선다. 전 교육 과정 이수 후에는 임상에서 죽음 앞에 고통받는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전문 봉사자로 활약할 수 있다.
하나호스피스재단 수원기독호스피스회는 설립 후 25년간 제56회까지 총 2334명의 호스피스전문 자원봉사자를 배출했다. 현재 약 200여 명은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호스피스 현장에서 신체적 돌봄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심리적, 영적 돌봄으로 봉사하고 있다.
하나호스피스재단 수원기독호스피스회 김환근 회장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워봉사자는 단순히 신체 보조를 하는 것을 넘어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을 영적으로 지지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며 “이번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인적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전문 자원봉사자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호스피스재단 수원기독호스피스회 자원봉사자 교육(제58기)은 3월 5일까지 신청가능하며, 만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편 하나호스피스재단 수원기독의원은 2015년, 2017년 보건복지부 선정 최우수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 2018년 가정형 호스피스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년에도 보건복지부 평가 최우수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등급을 받았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의 고부가가치 신산업 진출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을 집중 지원한다.
여성가족부는 산업별, 지역별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전국 158개 새일센터에서 676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한다. 올해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 유망분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직업교육훈련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과정 55개 △기업맞춤형(취업연계) 과정 126개 △지식재산 등 전문기술 과정 96개 △창업 과정 61개 △일반훈련 과정 338개 등 총 676개 과정을 운영한다.
고부가가치 과정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개발자(프로그래밍), 3차원 모션그래픽디자이너(디자인개발), 제약바이오 품질보증(QA)․품질관리(QC) 전문가(화학제품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무료로 운영되는 직업교육훈련에는 경력단절여성 등 1만 2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3월부터는 신기술 및 지역별 핵심산업 관련 고부가가치 직종프로그램을 추가 선정하여 새일센터 훈련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제고한다.
지난해 8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산업현장과의 연계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 협업으로 시범운영했던 신기술 관련 6개 훈련과정(△챗 지피티(GPT(AI)) 활용 마케팅 실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자 △생성형인공지능(AI)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노코드 로우코드 앱/웹 개발자 △시스템 반도체 기초 설계 △디지털 트윈 3차원(3D) 모델링 전문가)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17개 시․도별 새일센터와 지자체, 지역내 일자리 연구기관이 협업하여 지역 핵심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고부가가치 직업교육훈련을 개발· 운영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협업을 통해 디자인, 마케팅 분야의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한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필요한 기초지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용부 등 8개 부처의 전문분야 직업훈련 사업에 참여한 여성구직자를새일센터의 취업지원 서비스 등과 연계하는 ‘다부처 협업 취업지원’ 사업(2300명 규모)도 추진한다.
새일센터 직업교육훈련은 평균 취업률 75%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선발된 훈련생에게 직업교육훈련과 취업상담, 일경험(인턴십), 취업연계 및 사후관리 등 통합(원스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운영과정은 여성가족부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훈련참여를 원한다면 전국 새일센터 대표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면, 3월 중순 이후부터는 새일센터 누리집을 이용하면 된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새일센터가 미래 유망분야 일자리에 도전하는 경력단절여성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전문성을 높이고, 실제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산업계,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연매출 3000만 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장용 전기요금 지원에 나섰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서다. 이에 약 126만 명의 소상공인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접수가 시작된 21일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신청 건수는 약 15만 건에 달했다. 사업 지원 대상자는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공고일 현재 사업 활동 중이면서, 연 매출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사업장용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개인·법인 사업자다.
중복수급 방지를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한 곳만 신청 가능하다.
1차 접수는 한국전력과 직접 전기 사용 계약을 맺은 계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지원 대상자 해당 여부 검증 뒤 한국전력이 고지서상 전기요금을 최대 20만 원까지 차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최초 발행되는 고지서부터 자동으로 차감 혜택이 적용된다. 만약 10만 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했다면, 신청 후 첫째 달과 둘째 달에 자동으로 0원이 적용된다.
한국전력과 직접 계약한 소상공인이라면 오는 4월 20일까지 1차 접수를 할 수 있다.
3월 4일부터 5월 3일까지는 한국전력과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소상공인의 2차 신청 접수를 받는다.
비계약자는 지난해부터 신청 이전까지 사용한 전기요금을 환급 방식으로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받는다.
한국전력 고지서 사본, 관리비 고지서 사본, 전기요금 납부 확인서 등 사업장용 전기사용 여부나 요금 납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위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는 ‘소상공인전기요금특별지원.kr’을 통해 온라인 신청을 하면 된다. 오프라인 접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77개 지역 센터로 방문하면 된다.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이 8개 투자사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케어링의 누적 투자금은 750억 원으로, 국내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 누적액이다.
이번 시리즈B 투자는 SV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유진자산운용이 신규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 현대투자파트너스, 퀀텀벤처스코리아, 아크임팩트자산운용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케어링은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통합재가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합재가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주·야간 보호, 방문 요양, 목욕, 간호, 단기 보호 등을 수급자가 살던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2024년 1월 기준 케어링 소속 요양보호사는 4만2000명, 서비스 이용자는 누적 약 1만2000명을 기록,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케어링이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은 총 34개로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지역에 방문요양⋅주간보호 센터 각각 14개, 요양보호사 교육원 4개, 복지용구센터 2개 등이 있다. 이를 향후 100개 이상으로 늘려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지난달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 커머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더불어 노인주거와 너싱홈을 결합한 전거(轉居) 기반의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시니어하우징 구축을 본격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V인베스트먼트 정주완 이사, 이성민 팀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장 규모는 13조 원대로, 5년 뒤 20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케어링은 디지털 기반의 운영 최적화,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 기업이 됐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전국에 탄탄한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초격차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어링 김태성 대표는 “전국에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어르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을 혁신 해 나갈 것”이라며 “요양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다년간 쌓아온 시니어케어 경험을 바탕으로 이동, 식사, 의료, 거주, 커머스를 아우르는 토털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 장기 요양 시설은 매년 600개씩 늘어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 어딘지 궁금할 테고,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이용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운영을 하고 싶을 테다. ‘헬씨누리’는 보호자와 운영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헬씨누리는 CJ프레시웨이의 케어푸드 브랜드다. 요양원, 요양병원, 데이케어센터, 복지관 등의 급식과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시설에서 어떤 밥이 나오는지 관심이 많이 없으세요.” 헬씨누리가 ‘급식 운영’ 전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묻자, 장기 요양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정지영 헬씨누리 케어솔루션팀 팀장이 말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급식비는 평균 8000원으로 정부에서 전액 보조해준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시설 급식비는 평균 3500~4000원. 정부 지원이 없어 모두 보호자 부담이다. 그렇다 보니 100원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는 게 현실이란다. 애호박 한 개에 2000원이 넘어가는데 급식비 평균을 맞추려니 운영자 입장에서도 식단을 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저희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급식 운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돕습니다.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건강에 취약하다 보니 획일화된 식단이 아니라 개인의 기저질환을 고려한 맞춤형 식단과 서비스가 필요하거든요.” 실버사업 총괄 신승윤 헬씨누리사업부 사업부장이 어르신 이용 시설의 급식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에 있는 3800여 개의 요양원 중 75%는 식수 5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이다. 문제는 각 시설에 급식을 담당할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식단 단가가 낮다 보니 부실한 급식이 제공되는 곳도 많다. 이에 헬씨누리는 시설 급식 운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설 종사자 복지, 어르신 건강으로 연결돼
노동력의 고령화는 요양 시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 대부분이 베이비붐 세대다. 요양 시설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1년 365일 제공해야 해 연차나 휴가를 쓰기가 어렵고 하루 업무 시간도 길다. 업무 강도를 이기지 못해 많은 조리사들이 근무를 포기한다. 요양 시설의 인력난이 이어지는 이유다.
헬씨누리는 급식 운영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먼저 조리가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반적인 시설 환경, 운영 등 컨설팅과 함께 손질된 식자재 납품부터 전문 영양사의 식단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시설의 요청이 있다면 헬씨누리 전담 영양사가 시설 내 어르신의 건강에 맞춘 식단을 별도로 구성해준다. 조리 과정도 더 편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일본의 요양 시설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벤치마킹을 해보니 조리 후 냉동한 음식을 납품받는 곳이 많았다. 냉동식품이 아니라 영양을 갖춰 조리한 음식을 잠시 냉동해 유통하는 식이다. 헬씨누리는 일본처럼 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식단에서 두 가지 반찬 정도는 조리하지 않고 간편하게 데워서 낼 수 있는 식단을 제안한다.
정지영 팀장은 “식자재 전처리 등의 과정을 간편하게 해 조리사 편의를 높이는 식단을 기획해드리고, 영양도 풍부하면서 맛도 좋은 식사를 지향한다”며 “한두 가지 반찬의 조리 부담이 줄어든 만큼 다른 요리를 집중해 개발할 수 있다. 이로써 종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만약 시설에서 일할 조리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각 지역별 제휴 업체를 통해 인력 구인을 돕는다. 또 시설에서 특별한 날 급식 이벤트가 필요할 때 헬씨누리 소속 셰프나 조리장을 파견한다.
더불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시설 종사자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프레시 마켓’이라는 폐쇄몰을 운영한다. 시설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일까, 식사를 제공하는 복지관 중 30% 정도는 헬씨누리와 함께하고 있다. 또한 삼성이 운영하는 실버타운 ‘노블카운티’, 대교에서 운영하는 인지개선 전문 ‘FC데이케어’, 종근당에서 운영하는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 국내에서 가장 병상이 많은 ‘호세요양원’도 헬씨누리의 급식 솔루션을 선택했다.
신승윤 사업부장은 “안타깝게도 급식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요양 시설은 드문 편”이라면서 “헬씨누리 급식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질 좋은 식사와 투명한 급식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어르신 급식이 운영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개인 건강 맞춤형인 고품질 식사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헬씨누리의 목표다. 정지영 팀장은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맛있고 양양가 높은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꾸준히 급식 운영 환경을 개선해나가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그건 좀 미친 짓 아닌가?” 김화자(59, ‘꽃피는 산골농원’ 대표)는 이런 핀잔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귀에 담지 않았다. 시골살이의 고독과 농사의 고난을 헤쳐나가느라 몸은 물론 마음마저 상할 수 있으니 충분히 숙고하라는 충고쯤으로 여기고 시골행에 시동을 걸었다. 시골살이는 김화자 부부에게 오래 묵은 로망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부부 단둘이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꿈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김화자에게 귀농은 자연스러운 이행(移行)이었던 같다. 상류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과도 같은 순행. 올해로 그는 귀농 11년 차를 맞이했다. 애초 귀농을 만류했던 이들의 말이 이젠 사뭇 달라졌단다. “어라, 이 사람들 성공했네!”
김화자의 집은 무주군의 명산 적상산 아래에 있다. 한갓진 외딴집이다. 집 앞엔 개활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상적인 건 이 집에서 바라보이는 산 풍경이다. 뒤편으로는 적상산이 떡 버티어 집을 보듬었고, 앞쪽에선 대호산이 뭔가 서기를 풍겨 생동감을 부여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덕유산도 보인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그 산의 정상부는 아예 설산인데,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편집해 붙인 듯 신비감이 감돈다. 여기나 저기나,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산들의 동향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산경(山景)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 적격인 삶터다. 김화자는 마땅한 시골을 물색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매물로 나온 이곳을 둘러보고 곧바로 부지를 사들였단다. 첫눈에 호감이 가서.
“이왕이면 산세 좋은 곳에 터를 마련하고 싶어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 곳곳을 답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곳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강원도의 산세를 닮은 분위기에 보자마자 반했으니까. 깊은 맛을 풍기는 산세에다 탁 트인 경관까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즉시 매입했다. 철탑이나 축사가 인근에 없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갖가지 꼼꼼한 점검부터 하는 게 매입 수칙이라지만 그런 걸 다 생략하고 샀다. 한참 뒤에 알고 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싼 땅값을 치렀더라.(웃음) 하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취향에 맞는 터를 구입했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까. 터를 정하고 나자 지인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또 끄집어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주에서 무슨 재주로 살 거냐면서.(웃음)”
초기 5년은 혹한기
터 일대의 자연환경 하나에 꽂혀 일을 저지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날 이때까지 대체로 순탄한 시골살이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터에 서린 무슨 지령(地靈)의 선한 감독을 받았을 리 없겠지만, 첫눈에 반한 땅이 주는 만족감을 정서적 기반으로 삼아 순항을 해왔으니 김화자에겐 영락없는 명당이다. 귀농 전에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문구점을 18년간 운영하다가 접고 시골로 들어온 것.
“자영업이 대부분 그렇듯 자유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도 많고 갑갑증이 난다. 더구나 우리는 휴일 없이 일에 매달려 살았다. 덕분에 문구점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일찍부터 아이들을 다 키운 뒤엔 시골에 가서 마음 편하게 살 작정을 했는데, 마침내 적당한 시점에 이르러 가게를 청산하고 2013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도시에도 장점과 매력 요소가 많다. 시골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돈을 벌기엔 도시가 한결 유리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좋은 삶을 꾸리는 데엔 시골이 더 낫다고 봤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이란 시골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는 식의 여유로운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 오랫동안 시골을 꿈꾸었던 거다. 어휴, 도시는 참 싫다. 스트레스와 부자유는 물론 교통체증과 매연에 질렸다.”
농사는 어떤 작물을 하나?
“농원의 전체 부지 1800평 중 1500평에다 사과와 블루베리 농사를 한다. 처음엔 사과 농사만 하다 나중에 블루베리를 추가했다. 애초 우리는 귀촌 형태의 시골살이를 구상했다. 호미자루 한 번 손에 쥐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냥 한가하게 살고자 했다. 인근에 구천동 관광지구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나중에 민박집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오고 나서는 귀농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겠지?
“원래 이 터 일부에 사과 과수원이 있었던 데다 마을 주민들이 사과 농사를 하라 권유를 해 입문했다. 무주는 사과 특산지구다.”
농사 초심자가 과수원에 뛰어들었다. 막막한 게 많지 않았을까?
“처음 1년은 너무도 힘들었다. 호미로 풀을 메다가 집어던지고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문제는 농사에 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덤벼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무주농업대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열심히 배웠다. 여러 해에 걸쳐 농업교육을 이수하면서 농촌체험학습지도사, 농식품가공기능사, 팜파티플래너 1급 지도사, 다육아트지도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땄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도 받았고.”
당초 귀농에 뜻을 두지 않고 내려왔지만 어차피 본격 농사에 승차했으니 제대로 한번 달려보자! 아마도 그런 결기가 작동했던 게 아닐까? 김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걸로 귀농 생활을 개척해나갔다. 그러자 매사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농사일이 즐거워졌다. 비록 고달픈 노동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도시에서와 달리 마음은 편하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농사로 얻는 수익은 쉬 오르지 않더란다. 초기 5년은 혹한기였다는 것.
“월 300만 원, 즉 연간 3500만 원 정도의 순소득을 목표로 삼았다. 그쯤이면 부부 둘이 먹고살기에 충분할 거라 봤다. 하지만 손에 쥘 게 거의 없었던 초기 5년간은 많은 고심을 하며 지냈다. 다시 말하자면 자리 잡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다.”
그마저 괜찮은 성적이지 않나? 10여 년이 지나서야 궤도에 오르는 귀농인도 많다.
“우리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와 블루베리를 생산한다. 따라서 품질이 좋다.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 자체는 쉽지 않다. 특히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이다. 농부가 최선을 다해도 물과 햇빛이 도와주지 않으면 망칠 수 있다.”
일찍이 현자가 말했더라. 하늘은 때로 사람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논다고. 어떤 식의 자연재해를 경험했나?
“태풍이 몰아쳐 사과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낙과 발생이 극심해 팔 만한 게 없었다. 밤낮없이 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며 울었다.(웃음) 봄철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우박, 긴 장마, 겨울 가뭄 등 수시로 악재와 부닥친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며 산다. 그러나 행복감을 맛보는 때가 아주 많다.”
어떤 때에?
“창밖이 밝아오는 아침에 눈을 뜰 때, 가만히 피어나는 들꽃을 바라볼 때 참 좋다. 밭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는 자각을 할 때도 행복하다. 이건 도시에서 가게를 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다.”
괜히 시골에 들어왔다는 후회는 없었는지?
“한번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를 돌보다가 떨어져 발목뼈 세 군데가 부러졌다. 게다가 수술마저 잘못돼 무려 2년간 심한 고생을 했다. 그때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아이고, 내가 왜 시골에 와서 이 고생을 하지?’(웃음) 하지만 잠깐 스쳐가는 후회에 불과했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
그의 농원은 정갈하고 쾌적하다. 2층으로 지은 살림집과 정원 공간, 체험장과 가공공장, 사과와 블루베리 밭, 또는 이리저리 이어지는 통로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조화로운 한편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부부가 쏟아부은 비지땀과 능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농장의 핵심 공간은 체험장이다. 이곳은 급조한 비닐하우스지만 내부 치장이 꽤 흥미롭다. 벽면에 걸린 수예품과 그림들, 선반에 올라앉은 공예품들, 너른 자리를 차지하고서 재잘거리는 수백 점의 다육식물들. 이것들은 모두 김화자가 손수 만들거나 가꾼 것이라는 점에서 가히 독창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농원은 무주군 1호 치유농장이다. 과수 농사만 하다가 치유체험농장으로 전환한 이후 나름의 성장을 해왔다. 체험장에 있는 모든 사물이 치유 프로그램 소재로 쓰인다. 이건 실로 만족스런 대목이다. 나의 취미와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을 프로그램화해 남들과 공유하고 소득까지 올리고 있으니까.”
일과 취미를 접목한 셈인가?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게 기본 목표였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처음엔 농사만 했지만 노동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취미 역시 제대로 즐겨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흔히 원주민이나 귀농인이나 농사에 매몰돼 취미 내지는 문화 활동과 무관한 일상을 산다. 당신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내가 경험한 시골 인심은 정겹고 순박하다. 그러나 평생 호미를 쥐고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안타깝다. 때로 그들을 농원에 모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러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생기가 돌더라. 귀농인들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난 읍내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를 즐기기도 하는데, 문화 동아리도 많고 싼값에 볼 수 있는 공연이나 이벤트도 풍성한 게 요즘의 지방이다.”
성공한 귀농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지? 이제 농원에 무엇을 더 보탤 계획인가?
“2023년 매출이 약 9000만 원이다. 이쯤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차후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지을까 생각 중이지만 사실 얻을 건 이미 다 얻었다. 부부가 노후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자식들이 놀러 와 맘껏 놀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니까. 무엇보다 그토록 바랐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어 기쁘다.”
원했던 곳에서 원했던 삶을 발굴해 지속한다는 건 아마도 인생의 최고봉이다. 섣부른 귀농으로 인생이 외려 꼬이는 수도 있지만 과욕 없는 열렬한 행보라면? 김화자의 방식엔 은근히 개성과 패기가 박혀 있다.
김화자가 주는 귀농 Tip
•마음을 비우고 귀농하자. 꽉 채워진 마음엔 새로운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성향이나 기질이 농촌 생활과 어울릴지 면밀히 점검하고 귀농 여부를 결정하자.
•귀농 초기의 고생은 통과의례로 여기고 귀농하자. 5년 차까진 수련기로 작정하는 게 현명하다.
•처음엔 집을 빌려 쓰라고들 하지만 아예 내 소유 집부터 짓는 게 좋을 수 있다. 초기의 어려움에 질려 너무 쉽게 역귀농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집을 지어놨을 경우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인내하며 활로를 찾아가기도 한다.
•작목은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선택하자. 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생산물 유통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남자만의 귀농은 금물이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자.
“틀에 박힌 예술에는 관심이 없다. 내 관심은 온 세상에 있다”던 비디오아트의 아버지 백남준(1932~2006).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그의 예견은 미디어아트의 등장으로 현실이 되었고, 여전히 전 세계 예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백남준을 기억하는 중장년 세대와 오랜 팬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현시점에서 그는 어떤 소식으로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있을까?
“왜 조국을 놔두고 외국에서만 활동합니까?”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 수출이 필요해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을 떠도는 문화 상인입니다.”
“백 선생님은 왜 예술을 하십니까?”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백남준이 한국전쟁 발발 후 일본으로 출국해 독일, 미국 등 세계 곳곳을 떠돌다 34년 만인 1984년에 다시 고국을 찾았을 때 어느 기자와 나눈 대화다. 1980년대에는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이 지금보다 크게 부족했고, 문화 분야에서는 내세울 인물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극소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백남준은 특유의 파격적인 예술관으로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Topic 1 생애 최대작 ‘다다익선’, 보존·복원 사업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개관하면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Site-specific Art)으로 제작됐다. 1986년 제작에 돌입해 1988년 완성됐고, 매일 8시간가량 영상이 상영됐다. 2002년에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모니터 및 각종 부품의 노후화로 고장과 수리를 반복하다 결국 2018년 2월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보존·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모니터의 외형은 유지하되 새로운 평면 디스플레이로 제작·교체했으며, 후대 전승을 위해 전원·냉각설비를 교체하고 영상작품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등 이 과정을 기록한 약 600쪽의 백서를 지난해 12월 발간했다.
Topic 2 백남준기념관의 존폐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과 동묘앞역 사이에 있는 백남준기념관은 한때 폐관 위기에 놓였다. 백남준기념관은 서울시가 백남준이 18세까지 살던 집터에 남아 있는 1960년대 한옥을 사들여 문화 전시 목적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창신동 집은 백남준에게도 남다른 의미였던 듯하다. 훗날 그가 철학자 도올 김용옥과의 대담에서 “인생을 결정지은 사상이나 예술의 바탕은 한국을 떠나기 전 모두 흡수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말로 미루어보아 예술적 원천은 바로 창신동이었을 테다. 백남준은 2004년 마지막 작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치며 “어려서 자란 창신동에 가고 싶다”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립미술관은 열악한 전시 환경과 관람객 저조 등의 이유로 백남준기념관의 문을 닫기로 했다. 또한 백남준기념관이 그의 생가가 아닌 유년기 시절 거주지로 추정되는 일부 집터에 건립된 한옥을 개조한 것이라 건물 자체의 역사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후 한겨레신문의 ‘[단독] 오세훈 시장 재개발 바람 속…백남준 옛 집터 기념관 문 닫는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념관 폐쇄를 규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 요청 사항이 아닌 자체 추진 사업이고, 기념관이 위치한 구역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후 “공간이 협소하고 항온·항습이 되지 않는 등 전시에 불리한 환경을 점차 개선할 예정”이라며 “백남준 관련 작품 전시 및 연구·교육을 더욱 심화해나가겠다”고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Topic 3 최초 다큐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백남준에 관한 최초의 영화가 그의 사후 17년을 맞은 2023년 개봉했다. 준비부터 제작까지 5년이 걸린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어맨다 킴이 해결되지 못한 저작권 문제를 다방면의 조사와 지난한 설득을 거쳐 탄생시켰다. 배우 스티븐 연이 총괄 프로듀서 및 내레이션을 맡았고,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테마곡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백남준의 다양한 면면을 담아냈다. 백남준은 1974년 ‘전자 초고속도로’라는 단어를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될 세상을 내다보았고, 1984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통한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해 모든 예술가가 곧 채널이 되는 미래를 감지했다. 인터넷, 유튜브, SNS 그리고 크리에이터까지 현시대를 꿰뚫어본 백남준의 천재적인 모습은 동시대를 함께 산 예술가들, 그에게 깊이 영향을 받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우연히 찾은 산에서 병마를 씻어냈다. 그렇게 산과 사랑에 빠졌다. 오세옥 씨의 이야기다. 한동안 힐링을 준 산에서 노년의 꿈까지 만났다. 안전산행지원단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4개월 넘게 구애한 오 씨. 그는 이제 산으로 출근한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한 해의 끝자락. 투박한 등산화가 무거워 보일 정도로 가녀린 여성이 씩씩하게 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를 향해 걸어 내려왔다. 작은 체구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안전산행지원단 내 ‘끈질긴 집념’으로 유명한 오세옥 씨다. 수혜자로 도움을 받다 참여자가 된 그를 두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추가 합격 없냐는 전화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몰라요. 저를 참 곤란하게 한 분이죠!”
예비 4번의 무한도전
전업주부로 오랜 시간 살림을 도맡아온 오세옥 씨는 한때 2개월가량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심신이 피폐해진 그에게 위로가 된 건 다름 아닌 산. 등산만 하면 생기가 돌았고, 자연스럽게 병원을 드나드는 횟수도 줄었다. 그 후로 오 씨는 산에 매료됐다. “아프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활기가 넘치더라고요. 기분이 좋으니까 가족들한테도 잘하게 되고요. 좋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산이 인생을 치유해주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어요.”
오세옥 씨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을 매일같이 다녔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여로 도봉산 환경을 보호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안전산행지원단을 만난 것도 도봉산에서다. 환경보호 활동, 안전설비 점검 등을 주로 해오던 안전산행지원단은 2023년부터 탐방객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오 씨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여성, 노인, 외국인 등 초보 탐방객에게 하는 탐방로 안내 등 여러 지원이 인상적이었어요. 스틱 사용법, 등산화 매듭법도 배우고 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다 제 맘대로였거든요. 제대로 알고 나니 필요성을 더 느꼈어요.”
팀으로 움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안전산행지원단을 접할 기회가 늘면서 오 씨 마음에는 새로운 꿈이 자리 잡았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에서 도움을 주는 참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안전산행지원단 이미지가 좋았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수교육, 전체회의 등 관리와 활동도 마음에 들어서 지원하게 됐죠. 결과는… 예비 4번이었어요.”
활동하지 못하는 동안 오세옥 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틈만 나면 담당자에게 연락해 추가로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장장 4개월여 동안 그렇게 집념을 보였다.
산 애호가에서 산 전도사로
“예비 4번이면 기회가 안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기가 높은 편이라서요. 그런데 마침 자리가 난 거예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의 말이다. 오세옥 씨는 활동을 시작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9월 15일부터예요. 4개월을 기다린 끝에 추가 합격했어요. 활동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낯설지만 팀원들 모두 좋아서 재밌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전산행지원단은 북한산국립공원 6개 분소(산성, 구기, 정릉, 수유, 우이, 도봉)에 40명이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오 씨는 집 인근 도봉, 우이분소에서 다소 먼 수유분소에 배정됐지만 마냥 즐겁다고 했다.
참여자로 활동하는 사이 재밌는 경험도 했다. “한 탐방객이 산행 도중 빈병을 길에 버리고는 발로 차 숲속에 숨기는 걸 보고 제가 얼른 주웠어요. 그랬더니 ‘왜 주우세요?’하고 묻더라고요. 안전산행지원단 참여자인 걸 알리고 주의를 주니까 그제야 무안해하며 빈 병을 배낭 속에 넣더군요. 이제 그분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참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오세옥 씨는 산 전도사로 거듭나고 있다. 규칙적인 안전산행지원단 활동으로 힐링을 얻을수록 더욱더 강력하게 산을 권한다고 했다. “봉사하러 왔는데 사실 얻어 가는 게 더 많아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오 씨의 안전산행지원단 사랑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 한 번의 지원을 예고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제 예비 번호는 받고 싶지 않아요. 바로 합격하겠습니다!”
일본 최대 생명보험 기업인 닛폰생명(日本生命)이 간병 사업으로 유명한 니치이 홀딩스를 약 2100억 엔(약 1조 8900억 원)에 매수하면서 장기요양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로서 일본에서 요양산업에 진출한 보험사는 6개(삼포홀딩스, 동경해상일동, 미쓰이스미토모, 아이오이닛세이도, 소니보험그룹, 메이지야스다생명)가 됐다.
최근 일본의 보험사들이 인구가 줄면서 보험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자 향후 미래 사업으로 요양업 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폰생명의 니치이 홀딩스 인수에 이어 제일생명홀딩스도 요양산업에 관심을 두고 복리후생사업을 다루는 ‘베네핏 원’ 인수에 뛰어들었다.
일본 경제 매체 동양경제에 따르면 니치이의 영업이익은 200억 엔 정도로 닛폰생명의 전체 영업이익인 6000억 엔에 비하면 매우 미비한 수준이지만, 향후 일본 내 요양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돼 이를 대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해외 보험사나 자산운용사를 직접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에 집중했던 닛폰생명이 국내에서 비금융 회사를 인수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치이 홀딩스는 일본 최대 간병 기업인 니치이 학관과 양로원 사업을 운영하는 니치이 케어 팰리스의 지주회사다. 니치이는 간병뿐 아니라 육아나 의료 관련 사무도 진행해왔다.
닛폰생명과 니치이는 1999년부터 업무제휴를 맺어 2001년 간병, 건강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프 케어 파트너즈를 설립한 바 있다.
닛폰생명은 그동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에 초점을 두었다면, 직접 인수를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를 돌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폰생명 시미즈 히로시 사장은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간병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는데, 그 수요에 따르는 공급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회 문제화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핵심은 생명 보험 사업이지만, 일종의 ‘안심 다면체’로 보윤, 육아, 간병 등 평생에 걸쳐 고객에게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룹이 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보험사들의 요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대표 보험사로는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뿐이다. (2016년 KB손해보험이 KB골든라이프케어 설립, 지난해 KB라이프생명이 인수) 최근에는 삼성생명, NH농협생명, 신한라이프 등이 요양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은 서울시 내 공공시설 및 학교의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 일을 한다. 다양한 경험과 사연을 가진 이들이 에너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열정 넘치는 이경구(59) 씨는 눈길을 끄는 존재다.
지난해 은퇴한 이경구 씨는 정보통신 대기업에 무려 34년간 몸담았다. 정보통신 연구 일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및 지자체 B2B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열심히 살아온 그는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인생 2막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터. 그는 한국형 전직지원 전문 업체 이음길HR을 찾았다.
전직을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이경구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보람일자리를 알게 됐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나온 강사들은 다양한 보람일자리를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남부캠퍼스의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이 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귀에 딱 꽂혔다”라고 말하는 이경구 씨.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경력을 살려 에너지 컨설턴트 업무와 연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통신업에서 에너지 컨설턴트로
에너지 컨설턴트는 무슨 일을 할까. 서울시에서는 ‘2050 탄소 중립’의 일환으로 노후 건물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 중이다.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은 그 과정에서 꾸려졌다. 사업단은 서울시 내 공공시설 및 학교 건물의 리모델링 전후 에너지 사용량과 손실량을 실측하고, 에너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다.
“5명이 한 팀을 이뤄서 활동하고 있어요. 학교 같은 경우에는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8명이 투입됩니다. 팀으로 움직이면서 협력하다 보니 장점이 많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배우는 부분도 많죠. 우리는 벽·지붕·창문 등이 단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이 잘 작동하는지, 환기 시설 장치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산출하는 역할을 하지요.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하긴 하지만 수학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이경구 씨는 주로 경로당과 학교를 방문했다. 방문 전에 미리 연락을 드리고 사업을 설명하는데, 경로당의 경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거냐”, “우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방문하면 어르신들이 매우 환영해주고, 에너지 점검을 하는 모습을 멋있게 봐주신다. 이경구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경로당에 갔을 때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어르신들이 몰라서 못 쓰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설명해드리면 정말 좋아하시죠. 성북구 종암동 제2경로당을 찾았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머님들이 햇빛·빗물 가리개 처마, 완만한 경사로 등을 만들어달라고 하신 거예요. 그런데 제 영역이 아니어서 도움을 드릴 수 없었어요. 어르신들께서 불편해하는 상황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다
세계적으로 폭염·열대야·홍수 등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경구 씨는 앞으로 에너지 절감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에너지 컨설턴트가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고, 경유 자동차를 타다 2년 전에 수소 자동차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사소하지만 환경에 관심이 높은 편이었는데, 그런 관심이 모여 지금의 에너지 컨설턴트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활동 기간이 끝난 후에는 에너지 컨설턴트 전문가로 성장해 중장년 세대와 함께하는 지도자(강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전국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해 8월 31일은 이경구 씨가 퇴직한 지 꼭 1년 된 날이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 그는 “제가 하는 일이 작은 일이겠지만 모여서 큰 일이 될 수도 있고, 미래 지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 먹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보람일자리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옵니다.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살고 싶다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만 있지 말고 더 열심히 배우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정보 공유가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