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부양비가 급진적으로 늘어나, 2075년 OECD 회원국 중 최고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 12월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한국 노인부양비(20~64세 100명 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27.8로, 20~64세 인구 3.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다. 노인부양비는 2025년 31.7, 2050년과 2075년 78.8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고령자 1명을 2025년엔 3.2명이, 2050년과 2075년엔 1.3명이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2075년에 이르렀을 때 노인부양비는 일본(75.3)을 넘어서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예측된다.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0년 29.7%에서 2015년 31.1%, 2022년 37.3%로 꾸준히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2010(40.9%)→2015년(42%)→2022년(48%), 여성이 2010년(21.9%)→2015년(23.2%)→2022년(29%)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OECD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 15.9%(남성 21.4%, 여성 11.5%)를 웃도는 수치다. 즉, 한국 고령자는 OECD 주요국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구직 의사가 높은 상황이다.
고용동향 브리프 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구직 경험이 있다는 고령자는 18.6%로, 2013년 11.7%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지난 10년간(2022년 제외)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는 대체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구직 경험자 중 여성의 비중(53.1%)이 더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여성 구직자 중 고학력 비중 또한 2013년 1.5%에서 2023년 5.3%로 약 4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같은 자료에서 2023년 고령자 중 55.7%가 계속 근로를 희망했는데, 이는 전년 54.8%보다 증가한 수치다. 해당 항목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계속 근로를 더 희망했고, 고학력보다는 저학력에서 계속 근로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학력이 낮을수록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돈이 필요해서’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고, 학력이 높을수록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우위를 차지했다.
한편 고령의 노후 준비 현황 및 방법을 살펴본 결과에서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는 고령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2017년 50.7%→2019년 51.4%→2021년 58.5%→2023년 61.6%). 특히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2017년 35.1%에서 2023년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지 않은 고령 중 자녀에게 의지하겠다는 비중은 2017년 30.5%에서 2023년 23.6%로 감소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강민정 전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달리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저조해 공적연금에만 의지해 노후를 준비하기엔 부족할 실정”이라며 “퇴직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에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공적 연금화 검토를 통해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노인 부양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저학력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에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득보전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며 “고령화 현실을 감안해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정책 참여자의 대상 나이(50~70세 미만)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 일자리에 대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노인 부양을 감소시킬 방안”이라고 시사했다.
서울시와 강원도가 초고령 사회와 지역소멸 현상을 동시해 해결하기 위해 ‘골드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골드시티는 주거·취업·여가가 가능한 신도시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방 상생형 주거정책의 일환이다. 강원개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지방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50·60세대가 주 대상이다. 이들이 골드시티로 이주할 때 소유한 서울 시내 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팔거나 신탁해 생활비(임대료)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탁한 서울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청년·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한다.
골드시티가 들어설 시범 사업지는 인구감소 및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 중 대도시 접근을 위한 교통 기반 시설과 지역거점 병원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선정한다. 첫 번째 골드시티는 삼척시에 조성되며, 약 3000가구 공급 계획이다.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달 15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서울에 사는 은퇴자나 젊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도록 돕는다면 서울(인구 과밀)과 지방(소멸 위기)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은퇴자가 서울 강남에 보유한 아파트를 SH공사에 팔거나 지분을 넘기면 지방에서 주택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골드시티 사업은 청사진 정도만 제시돼 있다. 이후 추진함에 있어서는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희정 더가능연구소 연구실장은 단순히 인구를 이주시키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고 정착할 수 있도록 유인 요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역 특색을 살린 일자리, 프로그램, 여가 활동 등 다방면의 개발이 필요한 셈이다. 개인과 지역의 정서적 관계가 쌓여야 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실장은 지방과 개인의 관계를 축적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관계안내소를 꼽았다. 빡빡하고 엄숙한 종친회가 아니라 밀양 박씨, 김해 김씨처럼 ‘전국의 ○○씨 모여라’ 하는 성씨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은 성씨가 등장한 최초의 지역에 모여 자신들의 시조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거리를 좁힌다.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기왕이면 지역에서 쓰라며 한 달 동안 지역에 체류하며 면허를 따고 지역을 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라이선스 스테이(License Stay)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 하다. 가상의 지역 유적지를 돌며 미션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포인트를 얻어 현실에서 사용하는 RPG 게임은 지역 자체가 거대한 놀이의 장으로서 매력을 발산하게 한다.
더불어 2주택자 세금 지원 등 경제적인 혜택도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시티를 세컨하우스로 활용하고자 하는 은퇴자도 있을 터. 두 개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에 대한 혜택이 이동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나 한 번만 들르는 뜨내기 인구 외에 다른 형태의 인구가 생태계에 스며들면서 지역의 팍팍한 구조에 숨구멍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선 지역 환경 자체가 좋아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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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 설화산 자락에 있는 옛날 마을이다. 일부러 꾸며 만든 눈요기용 민속 마을이 아니다. 단장이야 좀 했지만 겉치레에 흐르지 않았다. 이곳은 500년간 이어진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일부 후손들이 산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즐비해 이색적이며, 하나같이 묵은 시간의 잔영이 더께로 쌓여 고색창연한 마을이다.
마을 길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일 없이 거듭 휘어져 나직한 선율처럼 포근하다. 느린 걸음으로 걷기에 좋은 골목길이다. 발길이 느려지면 풍경이 한결 세밀해져 살갑게 다가온다. 첫눈에 정겨운 건 돌담길이다. 집과 집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마을 사이사이로 흘러가는 돌담길 길이는 자그마치 5.3km에 이른다. 외암마을의 시그니처 구조물이라 할 만하다. 예로부터 외암은 ‘삼다(三多) 마을’로 통했다. 양반이 많고, 양반들의 글 읽는 소리가 흔하며, 돌이 유독 많다는 건데, 땅을 파면 온통 돌투성이 지질이란다. 따라서 돌담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등장했다. 이는 어쩌면 주민들이 집단으로 창작한 환경미술에 가깝다. 그 이미지는 수더분하나 아름다우며, 기법은 소박하지만 능란한 것이니까. 돌담길은 미로처럼 얽혀 퍼져나간다. 길 끝이란 없다. 끊길 듯하다가도 다시 이어진다.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찾는 떠돌이 인생의 상징처럼.
신창댁에서 객을 싣고 시동을 건 돌담길은 온 마을을 감고 휘돌며 덩실한 양반 고택들과 조촐한 초가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주요 반가(班家)들은 대체로 마을 안길 북쪽에 있다. 이곳은 일반 민가들이 들어앉은 남쪽보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다. 그래 마을을 보듬은 설화산으로부터 내려오는 계류의 범람을 피할 수 있다. 즉 주거 여건이 좋은 심층부다. 종가, 사당, 송화댁, 참판댁 등 상류층 가옥들이 주로 여기에 산재한다. 개중 핵심은 건재(建齋) 이상익(1848~1897)이 1869년에 지은 건재고택이다.
건재고택은 우람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지닌 집이다. 떡 벌어진 행랑채 중앙에 자리한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마당과 사랑채가 있고, 그 뒤편에 정갈하고 수려한 구색으로 돋보이는 안채가 있다. 건재고택이 유명한 건 사랑채 앞마당에 조성한 정원 때문이다. 조선의 옛집들을 보면 크거나 작거나 사랑채 마당을 거의 여백으로 남겨둔 걸 알 수 있다. 조경이라야 그저 소나무나 배롱나무 두어 그루 심거나 자그만 화단을 만든 게 고작이다. 옛사람들은 마당에 굳이 나무를 잔뜩 심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집으로 들이치는 산야의 경관을 만끽하며 내면에 자연을 들여놓는 걸 즐겼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전통 미학을 차경(借景, ‘풍경을 빌려온다’는 뜻)이라 한다.
그런데 건재고택의 사랑채 마당엔 수목이 빼곡하다. 용트림처럼 절묘하게 비틀린 채 생동하는 노송을 비롯해 갖가지 정원수를 보라. 화려한 정원이다. 괴석과 석조 장식물에 정자까지 다양한 조경 요소를 조밀하게 배치하기도 했다. 당최 여백이 없어 답답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허공으로 펼쳐진 나무들의 가지로 인해 한낮에도 어둑하다. 전통 범례를 초월한 이 정원의 이질성은 오히려 묘한 미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미태의 레이스를 펼치는 나무들의 모습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뭔가 웅숭깊은 맛을 자아내는 이곳에서 신령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정원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식 조경 방법을 따른 것으로 본다. 조선식과 일본식이 혼합된 공간으로 보기도 한다. ‘조선집 마당 가운데 나무를 심은 것은 방에 나무를 심은 것과 같다’며 평가절하하는 견해도 있다. 사랑채와 대문이 일직선상에 놓인 바람에 집안의 기(氣)가 빠져나갈 수 있어 비보(裨補) 용도로 나무들을 심었다는 얘기도 있다.
건재고택에선 추사 김정희를 살짝 만날 수 있어 매력을 더한다. 추사체로 쓴 현판과 주련 다수가 걸려 있어 문기(文氣)가 풍긴다. 이 집은 추사의 두 번째 부인 예안 이씨의 친정이다. 이런 인연으로 추사가 글씨를 남겼다. 낙관이 박힌 추사의 친필은 5점 정도로 파악된다. 건재고택엔 오랫동안 빗장이 걸려 있었다. 개인 소유였던 데다 소유권 소송 문제 등이 겹쳐 문을 닫아뒀던 것. 그러다가 2019년 아산시가 인수한 이후 요즘은 하루 두 차례 일정한 시간에 개방한다.
맹사성 고택은 최고(最古) 민간 주택
건재고택 뒤편 저만치엔 참판댁이 있다. 건재고택과 함께 외암리를 대표하는 집이다. 현재 종손 일가가 산다. 여느 빈집과 달리 사람의 온기로 숨을 쉬는 집이다. 규모로나 구조로나 완연한 대갓집이다. 참판 벼슬을 지낸 퇴호 이정렬(1868~1950)의 고택으로 고종이 하사한 집이다. 고종이 왜? 이정렬은 똑 부러지는 기개로 할 말 다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일제의 침략 야욕 저지를 탄원하는 상소를 거듭 올렸다. 하나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이정렬은 말 등에 거꾸로 올라타고 대궐에 들어가는 진기한 시위를 했다. 조회를 주관하던 고종이 경악할 수밖에. 이 통렬한 장면에 대해 황성신문은 이렇게 썼다. ‘아침 햇살에 봉황이 울었다.’ 이정렬은 종단엔 ‘나라 망하는 꼴은 차마 못 보겠다’며 벼슬을 던지고 낙향했다. 이후의 생활은 매우 곤궁했다지. 그걸 안 고종이 먹고살 만한 재산을 보냈으나 세 차례나 사양하며 돌려보냈고, 이번엔 고종이 낙선재의 축소판쯤 되는 집을 지어줬는데 그게 지금의 참판댁이다. 이 집의 처마엔 금색으로 ‘퇴호거사’라 쓴 현판이 걸려 있다. 퇴호는 고종이 이정렬에게 내린 별호다. 현판은 고종의 아들 영왕이 9세 때 썼다. 이정렬의 못 말릴 결기와 고종의 대범한 풍모가 겹으로 환히 비치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발길은 이제 설화산 너머 배방읍 중리에 있는 맹씨행단(孟氏杏壇)에 닿는다. 조선의 명재상이자 청백리의 표상인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의 고택이 있는 곳이다. 이 집의 주인은 본래 고려 말의 무신 최영 장군이었다. 한편 맹사성은 최영의 손녀사위였다. 이런 연고로 최영이 맹사성에게 집을 물려줬다. 집의 형상은 그지없이 조촐하다. 물질에 무심한 청백리의 살림집답게 단출하다.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으스러진 게 많은 집이기도 하다. 덩달아 보수와 변형도 잦았다. 엄밀한 분석을 할 경우 종도리를 받치고 있는 복화반 정도가 이 옛집에 남은 원 구조물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고려 말에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엔 하자가 없다. 우리나라에 남은 최고(最古)의 민간 주택으로 간주되는 집이다.
맹사성은 황희와 함께 세종조의 황금기를 쌍두마차처럼 이끌었던 주역이다. 정치인다운 기량은 물론 청렴결백으로 당대의 사표가 된 인물이다. 그의 말년 생활은 소박해, 이를테면 집에서 기르던 소를 타고 돌아다니는 정도에서 자족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해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허름한 이가 방문할 때에도 반드시 예를 갖추어 맞이했다. 매사 목에 힘을 주는 법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처럼 고결한 인품이 흔하던가? 저마다 꿍꿍이와 내숭을 장착하고 각축을 일삼는 게 속세다. 맹사성의 성정은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고 한다. 그의 온유한 정신은 세상의 어둠을 감쌀 수 있는 치마폭 같은 것이었다.
정종호 온양문화원 원장
“락페스티벌 펼쳐 성황 이뤄”
아산시는 1995년 1월 아산군과 온양시가 통합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근래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지역사회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인구도 늘어났다. “문화원이 해야 할 역할이 많아졌다. 책임감도 느낀다.” 이는 정종호 온양문화원 원장의 얘기다.
“아산시 인구가 38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았다. 아산에서 출생한 2세대도 많은데, 그들은 아산의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 문화원은 아동이나 청소년은 물론 젊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반응은 매우 좋다. ‘전통놀이와 내 고장 알기’ 같은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문화의 위력에 눌려 퇴색하기 쉬운 게 전통문화다. 옛것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보나?
“현대적인 문화를 즐기는 경향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지역의 옛것에 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문화재 탐사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이 역시 참여도가 높다.”
아산은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요즘도 온천에 사람들이 몰려드나?
“아산시 온양지구의 온천은 백제 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실 온천 역할을 할 만큼 유명했다. 1980년대엔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이후 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한동안 온천의 인기가 저하됐지만 서울-아산 간 전철이 개통되면서 상황이 개선됐다. 전국의 어느 온천 지역보다 양질의 수질을 공급한다는 점도 이 지역 온천의 강점이다.”
요즘 아산시에서 부각된 문화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온천 문화의 보고인 ‘온양행궁’의 복원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아산 시민의 숙원이자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재원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온양문화원이 추진한 중점 사업과 성과엔 어떤 게 있나?
“신정호수공원을 신정호 아트밸리로 이름을 바꾸고 전국 최고의 명품 공원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문화예술과 생태가 어우러진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온양문화원은 ‘락페스티벌 달그락’을 주관하기도 한다. 지난 8월에 열린 행사엔 노브레인, 육중완밴드, 크라잉넛 등 21개 팀이 참가해 열띤 공연을 펼치며 성황을 이루었다. 전국 최고의 페스티벌로 키워나갈 참이다.”
요즘은 문화원마다 전통문화 보존 활동에서 나아가 한결 트렌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문화원이라 하면 흔히 옛날 문화를 축으로 삼아 활동하는 걸로 오해한다. 사실 문화원은 이미 변화했으며, 변신에 더욱 가속을 붙이고 있다. 현대 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온양문화원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다수 개발했다. 타 문화원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잦다.”
신중한 성격의 강 씨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회 초년생 때부터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고 유지율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은퇴 후 지출 경감을 위해 꼭 필요한 보험을 제외하고 나머지 보험은 정리할 계획이다. 강 씨가 가입 중인 보험 중에 가장 오랫동안 유지한 보험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이다. 강 씨는 두 보험의 유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종신보험 검토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인데, 보장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종신보험의 주계약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이라고 하는데, 사망의 원인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 강 씨가 종신보험에 가입한 목적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 강 씨가 사망할 경우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경제적 책임을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자녀가 성인이 된 지금도 강 씨가 종신보험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① ‘약관’을 확보하라.
보험 해약을 고민할 때는 보험 상품의 특징을 꼼꼼히 살펴보고 해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보험은 대체로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주요 설명만 듣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험 상품 해약 등을 결정하기 위해 상품을 검토할 때는 해당 상품의 ‘약관’이나 ‘사업방법서’를 꼭 살펴봐야 한다. 만약 ‘약관’과 ‘사업방법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해당 보험사의 홈페이지 공시실에 가면 다운받을 수 있다.
② 예정이율을 확인하자.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은 정기보험과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정기보험은 보장 기간이 정해진 사망보장 상품이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 원의 10년 만기 정기보험에 가입하면 가입 후 10년 이내에 사망했을 경우에만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한다. 정기보험의 보험료 구성은 위험보험료 중심이고, 해약환급금이나 만기환급금의 재원이 되는 저축보험료가 거의 없다. 정기보험은 짧은 보장 기간과 적은 저축보험료로 인해 동일한 보험 금액의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저렴하다.
반면 종신보험은 ‘평생보장’과 ‘장기저축’ 기능이 결합된 상품이다. 정기보험과 달리 종신보험은 적립금이 꾸준히 쌓인다. 종신보험의 보험료에는 꽤 높은 비중의 저축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다. 저축보험료는 예정이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적립금이 많아진다. 보험회사의 예정이율은 시중 금리의 흐름에 따른다. 참고로 2000년대 초반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예정이율은 대체로 6%대였고, 지금은 2% 전후다. 예정이율이 높은 종신보험은 해약에 신중해야 한다. 예정이율은 ‘약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③ 1급 장해 시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지 확인한다.
종신보험 중에는 사망이 아니라 1급 장해 시에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있다.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나와 있고, 장해 등급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약관에 나와 있다.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는 재해로 인한 것이든 질병으로 인한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재해가 아닌 치매 또는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항상 타인의 수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종신보험의 1급 장해보험금 지급 사유가 된다. 따라서 1급 장해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이라면 고도의 치매로 항상 간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대한 보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④ 사망 시 예상 상속세를 계산해본다.
상속 개시 시점은 사망 시점이다.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 시점도 사망 시점이다. 따라서 상속세 납부를 대비하여 보험을 준비한다면 언제 사망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이 적합하다. 상속세 납부를 일반 금융자산으로 준비한다면 이자 및 배당소득 같은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도 신경 써야 하지만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종신보험의 계약 구조를 미리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계약 구조(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르게 계약)로 해두었다면 종신보험에 대한 상속세도 과세되지 않는다.
연금보험 검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연금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적연금(국민연금 및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보전하는 ‘종신형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생명보험회사에서는 물가상승률까지 보전하지는 않지만 평생 정액을 지급하는 ‘종신연금형’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① 연금 수령 방법을 알자.
생명보험회사의 연금 수령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종신연금형이다. 종신연금형은 연금 개시 후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시점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종신은 연금 개시 후 다음 날 사망해도 종신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보통 보험회사의 종신연금형은 ‘보증 기간’(10년, 20년, 100세 등)이 설정되어 있다. ‘보증 기간’이 설정되어 있는 ‘종신연금형’의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보증 기간’ 내에 사망할 경우에는 최소 ‘보증 기간’까지는 상속인이나 사전에 지정된 수익자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둘째, ‘확정연금형’이다. 확정연금형은 연금 지급 기간을 연금 지급 개시 시점에 미리 확정해두는 것이다. ‘확정연금형’은 피보험자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확정된 기간에 연금이 지급된다.
셋째, ‘상속연금형’이다. 상속연금형은 연금 지급 개시 시점까지 적립된 총액에서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 등 일정액만 수령하다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원금을 상속인이나 미리 지정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② 연금보험 가입 당시 경험생명표를 확인하라.
연금보험의 ‘종신연금형’ 연금액은 연금보험 가입 당시의 ‘경험생명표’를 적용해서 금액을 결정한다. ‘경험생명’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기대수명이다. 즉 경험생명은 보험 상품을 개발할 당시 보험 가입자의 ‘종신이 언제인지’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1989년에 1회 경험생명표가 제정된 후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반영하여 경험생명표는 계속 개정되었으며, 현재는 9회 차 경험생명표가 사용되고 있다.
동일한 시점에 적립금이 같은 연금보험이라 하더라도 ‘종신연금형’ 방식으로 연금을 수령한다고 하면 연금 가입 시점, 즉 적용된 경험생명표에 따라 지급받는 연금액은 달라진다. 경험생명이 길수록, 즉 수명이 길다고 가정할수록 ‘종신연금형’의 매월 혹은 매년 지급하는 연금액은 적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래된 연금보험일수록 액면에 드러난 연금 적립금보다 실제 인출할 때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오래된 연금보험일수록 해약에 신중해야 한다.
재취업에 도전한다면 온라인 공고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의 채용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양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있지만, 대부분 청년층 대상이 많은 편. 중장년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정보를 찾는다면 아래 플랫폼들을 먼저 들러보자.
◇ 노인일자리 모집공고 한눈에 ‘노인일자리 여기’
지역별·유형별 노인일자리(60세 또는 65세 이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구 단위로 검색 해보면 각 채용정보마다 유형 및 계획인원과 참여인원을 표기해 구분하기 용이하다. 분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는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이 있다. 검색창을 통해 원하는 채용정보를 찾았다면, 관련 수행기관 또는 시·군·구에 방문해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상담 및 면접-선발 및 안내-세부 활동내용 확정-협약서(근로계약서) 작성-참여자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단 △생계급여수급자 △국민건강보험직장가입자 △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타 부처 사업에 2개 이상 참여자는 참여 선발 기준에서 제외된다(노인독신가구 또는 경제무능력자와 동거 중인 노인 우선선발). 타 플랫폼에 비해 폰트 크기가 크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 고령자우대·인생2모작 채용 전용 ‘워크넷’
워크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채용정보’→‘테마별 채용관’으로 들어가면 ‘고령자 우대 채용관’과 ‘인생2모작 중장년 일자리’ 메뉴가 보인다. 해당 메뉴를 누르면 전용 채용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원하는 키워드나, 직종, 지역 등을 입력·선택해 더 자세한 채용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밖에 직군별, 지역별, 경력별로도 검색 가능하고 ‘사회 기여형’, ‘공공·참여형’ 메뉴를 둘러봐도 좋다. 채용 정보 목록에 담당업무, 지원자격, 근무 조건 등을 간략하게 제시해 일일이 눌러보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채용정보를 살펴본 뒤 원하는 기업은 ‘관심기업등록’을 해두거나, 워크넷을 통해 온라인 입사지원을 해볼 수도 있다(기업별 입사지원 방법은 상이하며, 워크넷 입사지원이 불가한 곳도 있음). 사전에 워크넷을 통해 이력서 작성 등 구직신청을 해둔 경우라면 훨씬 간편하다. 현재 경력관리 AI 서비스 ‘잡케어’도 시범 운영 중이니, 이러한 툴을 이용해 한번쯤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 40세 이상 중소기업 채용정보 ‘올워크’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이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인력과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채용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왼쪽에는 채용정보 리스트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해당 채용정보의 상세란이 나와 비교하며 살펴보기 편리하다. 또, 해당 채용정보 하단에는 ‘유사채용정보’ 목록도 함께 제시해 비슷한 직무의 다른 채용정보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나 기관 및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 일정을 알리는 메뉴도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관련 교육을 찾는 이들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밖에 중장년 자영업자를 위해 무료 컨설팅, 재교육 및 재취업을 안내하는 ‘자영업자 컨설팅’ 메뉴 및 회원 간 소통 창구 역할의 ‘올워크 해우소’(커뮤니티)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 공공·민간 일자리부터 교육까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일자리’→‘구인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민간과 공공 일자리정보 및 서울일자리포털 구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민간 일자리정보’ 화면에서는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 업체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업체명·직종·근무지역·연령(제한) 등 간략한 채용 프로필 목록이 나온다. 해당 페이지의 구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상담사에게 전화(해당 페이지에 연락처 제시됨) 후 절차를 따르면 된다. ‘공공 일자리정보’ 화면 상단에는 ‘이주의 추천 일자리’가 나오고, 캘린더 형태로 공공일자리 스케줄을 정리해 보여준다. 캘린더에는 각각의 공공일자리 시작일과 마감일도 표시해놓았다. 그밖에 서울일자리포털을 연계해 관련 일자리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마땅한 채용정보가 없거나 재취업이 어렵다면 ‘구직신청’(서울 거주 만 55세 이상 취업희망 구직자)을 이용해보자. 1:1 구직상담 및 구직 알선, 훈련,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 온라인, AI, 앱 서비스까지 ‘벼룩시장’ 중장년 우대 일자리
중장년이라면 ‘벼룩시장’의 존재를 대부분 잘 알 것이다. 과거에는 종이신문 형태의 벼룩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다면, 요즘은 온라인과 앱을 통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벼룩시장 홈페이지 내에는 ‘중장년 우대 일자리’ 전문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및 온라인 지원을 비롯해, ‘문자지원’, ‘전화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이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다. 전문관 메뉴에서는 주부·여성 우대 일자리, 간호·요양일자리, 버스·택시·대리 일자리 등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일자리들을 유형별로 묶었다. 또, 브랜드별로 채용 정보를 찾거나, 아르바이트 공고만 따로 볼 수 있는 메뉴도 마련됐다. ‘취업가이드’ 메뉴도 꽤 유용하다. 취업연구소-추천직업을 살펴보거나, AI 추천일자리를 통해 재취업 방향을 모색 해봐도 좋다. 그밖에 각종 취업지원정책, 교육·행사 일정, 취업소식, 노동법령정보 등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해놨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근로계약서 및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등 다양한 양식도 다운로드 가능하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2.4%인 1227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으로 범죄까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첫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서, 입주민 약 1500명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의 이웃이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이 직접 아파트 시설을 설계·운영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고자 위스테이 별내를 찾아가 봤다.
입주민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 시설
202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2층의 7개 동, 총 491세대(60㎡, 74㎡, 84㎡ 3가지 주택형) 규모다. 약 1500명의 입주민은 모두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아파트는 크게 전유부(거주하는 집), 공유부, 부대·복리 시설(커뮤니티 시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위스테이는 부대·복리 시설을 입주민이 직접 설계했다. 위스테이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명칭 했으며, 입주 전부터 거의 1년간 논의의 시간을 거쳤다. 그 결과로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2777㎡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내실을 갖춰 조성됐다.
위스테이 단지 중앙에는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존재한다. 교류의 장인 동네카페를 비롯해 동네책방, 동네체육관이 있다. 작게는 빨래방, 공유주방도 형성됐다.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인 동네창작소와 통네텃밭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외곽에는 협동상회도 존재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입주민이다. 공동체 시설에 잘 어울리는 ‘동네’라는 이름 또한 투표로 결정됐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민들은 월세 10만 원을 내는데, 그중 5만 원은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다. 입주 초기에는 ‘나는 잘 이용하지 않을 것인데 왜 5만원이나 내야 하냐’면서 볼 멘 소리를 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각자의 사연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들 만족을 표한다. 위스테이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테이에 사는 사람들
위스테이 별내는 남양주 일대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아파트’로 소문이 났다. 전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며 교류할 수 있고,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어서다. 단지 내에는 산새꽃어린이집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 및 방과 후 학생을 위한 돌봄 센터가 있다. 외출 시 이웃에게 자녀를 맡기거나, 학부모끼리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없을까. 위스테이의 60세 이상 어르신은 30·40대 입주민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내에 있는 ‘60+센터’가 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로당이라고 하는 곳이다. 단순히 소통과 취미·여가를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힘쓴다.
“이웃은 나의 친구…여행보다 집이 좋아”
수요일 정오 무렵 ‘60+센터’에서는 맛있게 밥 익어가는 냄새가 났다. 오후 요가 수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함께 밥 먹는 날이라고 했다. 가족을 표현하는 ‘식구’란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가족 같은 끈끈함이 느껴진다.
‘60+센터’ 어르신 가운데 김연진(76), 김석순(70) 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김연진 씨는 ‘비공식 요가 강사’이다. 시니어들의 요가 수업은 온라인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40년 넘게 요가 운동을 해온 그는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석순 씨는 시니어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공동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로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김연진 씨는 “최근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힘들기만 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사람들이 많이 그리웠다”면서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공동체 삶의 장점을 묻자 김연진 씨는 “여기에서 요가도 하고, 라인댄스도 배우면서 사람들하고 정답게 살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웃들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러깅 활동을 한다는 김석순 씨 역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한 그는 “꽁날(공동체의 날)에 우리 시니어들이 공유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팔았다. 다들 너무 맛있다고 계속 먹고 싶다고 해서 뿌듯했다. 또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게 된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위스테이에는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있다. 김연진 씨는 언니인 그분이 마음에 쓰여 일부러 종종 찾아가 말도 걸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는 언니가 동생을 먼저 찾는가 하면, ‘60+센터’에도 자주 나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단다.
‘60+센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니어는 30명 정도다. 이제 그들은 돈독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김연진 씨와 김석순 씨는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돼. 오죽하면 나중에 우리끼리 같이 살까라는 말도 했다니깐.”
부동산 문제 해결하는 주거 모델
대규모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주거 안정을 꾀하는 대안적 주거 모델로 꼽힌다. 1호 별내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2호 지축은 경기도 고양시에 각각 있다. 위스테이 사업을 주관하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 되어간다. 초반에 정부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의구심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 된다”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더함의 창립 멤버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종빈 부대표는 아름다운가게․한솔교육희망재단 등 비영리 단체 출신이다. 양동수 대표는 공익 활동에 치중해 온 변호사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뭉친 이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고, 자연스럽게 주요 대상층은 30․40세대가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10분위로 나눠봤을 때, 우리는 중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집중했습니다. 그중 8, 9, 10분위는 집이 있고, 1, 2분위는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3분위부터 7분위 정도가 저희들의 타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결국 30․40세대인 거죠. ‘전세 난민’, ‘하우스 푸어’, ‘영끌족’ 등 모두 30․40세대에서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입주민을 모집할 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세대 중에서 공동체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자’로 아예 표적을 설정했어요.”
더함은 2016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사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모든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성을 보완하고자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공모 사업을 진행했고, 더함이 선정되면서 위스테이라는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의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건설사는 단순 도급 형태로만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제공하게 됐다. 별내는 보증금이 2억 5000만 원, 지축은 2억 9000만 원이다. 그중 4000만 원은 협동조합원으로 내는 출자금(임대차 계약 해지 시 환급)이다.
“위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무 임대 기간을 8년으로 정했고, 2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합니다. 별내는 이미 한 차례 재계약을 했는데, 보증금은 동결이었으며 임대료는 단 1% 상승했어요. 법의 기준은 1년에 5%씩 상승 가능해서 최대 10%까지 올릴 수 있죠. 그러니까 위스테이는 비용적인 측면만 봐도 좋은 부동산 주택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우리 사업 구조가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법 개정 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죠.”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중·저 소득자를 위한 저렴 주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 주택’이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어포더블 하우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 합리적 주택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 세 번째, 그 안에 좋은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그 세 가지의 기본 개념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 주거 늘어나야
위스테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모델을 그렸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평생학습 모델인 ‘100개 마을 학교’와 ‘100개 마을 일자리’를 목표로 세웠다.
“100개 마을 학교는 이미 다 채웠어요. 악기 연주, 스포츠, 목공 등의 만들기 등, 현재 동아리를 보면 마을 학교에서 이어진 경우가 많죠. 그러나 일자리 제공은 50여 개밖에 되지 않았어요. 세입이 창출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을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에요. 바리스타, 경비, 청소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정주부나 시니어가 하기 적합한 파트 타임 일자리가 많은 편이죠. 좀 더 양질의 일자리로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함의 직원 10여 명은 실제로 위스테이에 거주하는 입주민인데, 김종빈 부대표는 지축에 산다.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 참여도 하고 있다. 목공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아들과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에 참석한다. 직접 거주하며 느낀 공동체 생활의장점을 묻자 그는 객관적인 시선을 위해 아내의 얘기를 전했다.
“사실 제 아내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위스테이로 이사 올 때 썩 내켜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위스테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동네에서 좀 알려지게 될 것 같고, 민원도 받을 것 같고 조금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런데 이 공간이 주는 힘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해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둘째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부모들끼리 엄청 친해졌더라고요. 여행도 다녀올 정도로요. 또 단지 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더함은 이를 예상했고, 조합원들이 입주 전 갈등 조정 교육을 60 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위스테이는 갈등 조정 위원회도 두고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3대 분쟁은 주차·층간 소음·반려동물 문제를 들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늘고 있는데, 위스테이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별내에서는 입주 초기에 반려동물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과 함께 ‘별나개(별내에 나쁜 개는 없다)’ 워크숍을 했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을 상대로는 에티켓에 대해 얘기했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족에게는 예상되는 불편함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죠. 그리고 세 번째로 같이 모여서 약속했어요. ‘목줄 잘 채워줘’, ‘배변 잘 치워줘’ 등의 약속이 오갔죠. 별내에서는 2년 전 조사 결과지만, 30~40% 정도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1인 가구 거주율이 높은 지축은 50% 가까운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축에서는 목공 동아리에서 반려동물의 배변을 치울 수 있는 간이 부스를 만들었고, 운영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종빈 부대표는 물론 입주민은 위스테이와 같은 좋은 주거 모델이 지속해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꼭 위스테이 3호가 아니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 모델’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근혜, 문재인, 현재의 윤석열 정부까지.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기간이었는데, 정부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모는 딱 한 번 이뤄졌어요. 위스테이와 같은 주거 유형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100만 가구가 사는데, 딱 1000세대만 독특한 모델인 위스테이에 살고 있는 거죠. 앞으로 정부의 노력도 이뤄져서 그 숫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슈퍼 마리오,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스플래툰, 피크민. 들어보셨나요? 일본 유명 게임 기업 닌텐도의 유명 게임입니다. 국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많아 지난달 말 문을 연 ‘닌텐도 팝업 스토어 인 서울’은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닌텐도 게임을 고령자가 즐기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고령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각켄 홀딩스 그룹 회사인 각켄 코코팬와 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닌텐도는 각켄 코코팬이 운영하고 있는 고령자용 주택 200곳에 주력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와 소프트를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적당한 운동과 뇌 기능 활성화로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닌텐도 게임을 즐긴 고령자들은 “즐거웠다”, “더 하고 싶었다”, “향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큰 화면으로 가족과 하고 싶다”,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등 호평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번에 제공하는 게임은 ‘마리오 카트’,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뇌 트레이닝’ 총 세 가지입니다. 닌텐도 홍보팀은 “적당히 머리나 몸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게임 효과는 이마나카 유이치 교토대 교수가 검증할 예정입니다.
곧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UN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화 국가로 접어든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백세 시대를 모두가 평온하게 누리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0대 후반부터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고, 60대부터는 정년퇴임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의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인데, 평생 인생에서 진정한 은퇴가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은퇴 후의 삶은 아름다운가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노후연금이 입금되는 날이 대목이어서 이에 맞춘 연금 비즈니스가 활황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안정된 연금으로 평온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한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쉰다는 것은 일부 부유한 고령자에 한정된 이야기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고용조건은 고령자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젊고 쌩쌩한 사람보다 느리고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고용조건은 고령자를 정당하게 대우하기보다는 ‘집에서 노느니 이런 거라도 하셔야죠’라는 식으로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야말로 ‘어차피 돈 못 버는 은퇴 상황이니 적은 돈이라도 악조건에 벌어라’는 식이다.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도 서러운데 허허벌판에서 나 홀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두려움, 나보다 어린 사람과 근무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당혹스러움,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속편하게 공공근로를 하는 게 차라리 나을까, 그나마 일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까 하는 어수선한 마음도 모두 개인의 부담이다. 과연 이게 맞는가.
고령자 채용 생태계
일본 제일의 고령자 채용 기업 가토제작소(기후현)는 2000년 초부터 적극적으로 고령자를 채용해왔다. 주말 한정 채용이긴 했지만 단지 고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기업에도 채용 노하우를 공유하며 고령자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회사 대표가 마침 주말에도 가동하는 공장에 필요한 고령자들을 채용했다. 지원자는 100명이었고 그중에 15명을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가토제작소의 성공적인 고령자 고용 사례를 보고 지역의 기업들도 앞다퉈 고령자를 채용하고 있다. 연금으로 파친코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인구 대비 파친코 매장 수가 일본 최고 수준이었던 지역인데, 고령자 채용으로 의료비 지출까지 줄어든 지역으로 환골탈태했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 소개된 도쿠시마현 가미가쓰에서는 할머니들이 요리에 쓰이는 잎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연 수입 1억 원을 벌기도 한다. 단지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지역 성공 사례를 보고 이주도 증가했으며, 노인들이 일하다 보니 건강해져서 지역 공공의료원이 필요 없어질 정도의 놀라운 효과까지 나타났다.
슈퍼 에이지, 액티브 시니어
‘더 슈퍼 에이지’ 창립자이자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 브래들리 셔먼은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부정한다. 고령자가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되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고 주장한다. 은퇴는 서구의 연금제도 때문에 형성된 개념으로,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왔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서 셔먼이 말하는 슈퍼 에이지는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인도,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는 50~74세 인구가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취업률은 34.95%로 OECD 1위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령자 고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 수준과 일자리의 질을 보면 별로 행복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고령자를 사회의 짐으로 여기고 있고, 노인이라는 무기력한 말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연금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수혜자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울하고 가혹한 시나리오다.
이제는 은퇴,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능동적인 용어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통한 계속고용 안정화 및 복지 프레임을 벗어난 고령인구 정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 공유(Work Sharing), 손자양육 휴가 등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부양 대상이나 일방적으로 대접만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정당하게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2023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가 23일부터 SETEC(세텍)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노인회가 주최하는 첫 시니어 전문 박람회로, 생활 속 시니어 제품 및 서비스부터 실버산업 관련 정보들을 둘러볼 수 있다.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는 고령사회를 뒷받침하는 산업기반 조성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시니어 산업의 수요자와 공급자의 만남을 통해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행사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 전시장에는 약 150여 개 사 300여 개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주요 출품 품목은 실버용품과 실버재활용품, 메디컬, 금융·보험·재테크, 건강관리기, 장례문화 등 일상에서 필요한 서비스들이다. 또 지역홍보·스마트 경로당 특별관과 시니어 채용관, 실버 스포츠 체험관도 선보인다.
대한노인회는 이번 박람회에서 ‘스마트 경로당 표준화 모델’을 선보인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을 위해 특별 체험관이 마련된다. 체험관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스마트 경로당 표준안 특별 체험관에서는 미래 경로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키오스크 기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기기들을 통해 시니어 월간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날 수도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대한노인회, 대한노인회시니어정보화사업단과의 MOU를 통해 시니어 전문 콘텐츠를 공식 공급하고 있다.
행사 기간 중에는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열린다. ‘노인복지대상’과 ‘취업 우수사업체 시상’ 등으로 시니어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된다. 또한 ‘전국 경로당 예술제 프로그램 발표대회’와 ‘제1회 전국 시니어 트롯 가요제’도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