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노후의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 윤 씨는 연금과 금융자산 중심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해왔다. 올해 정년퇴직을 하면서 받을 퇴직금도 연금으로 수령할 계획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연금 등 금융자산으로 인한 소득이 많으면 국민건강보험료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 후 현금흐름이 국민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 방식
국민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계산 방식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보험료가 기본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외소득이 있으면 소득월액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즉 당해 연도에 받은 보수 총액을 근무 월수로 나눈 금액인 보수월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있다. 전년도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 상한액은 782만 2560원, 하한액은 1만 9780원이었다.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는 사업주와 가입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소득월액보험료는 보수월액에 포함된 보수를 제외한 소득(보수외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에게 보수외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월액보험료를 부과한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상한액은 있지만 하한액은 없다. 소득월액보험료의 상한액은 전전년도 직장 평균 보수월액보험료의 15배(2023년 기준 391만 1280원)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 각각에 대해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세대가 보유한 부과요소(소득, 재산, 자동차)별로 합산한 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2023년의 경우 208.4원)을 곱하여 산정하되, 연소득 336만 원을 기준으로 달리 적용한다.
위의 계산식에 따라 2023년도 지역가입자의 하한액은 1만 9780원이며, 상한액은 391만 1280원이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당 부과되며,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국민건강보험료에 반영되는 소득의 종류와 범위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소득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에게 발생한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 6가지 소득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하여 ‘금융소득’이라고 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일 때는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예를 들어 연간 금융소득이 1001만 원이 될 경우 1001만 원 전액 100%를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한다.
연금소득은 공적 연금소득과 사적 연금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적 연금은 다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으로 나뉜다. 직역연금은 특정 자격 요건에 의해 연금의 수급권이 발생하는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을 합하여 직역연금이라 한다. 사적 연금소득은 납입 기간에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IRP와 연금저축계좌 같은 연금계좌에서 55세 이후 연금수령 한도 내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의 소득이다. 현재는 공적 연금소득만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고 사적 연금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공적 연금소득 반영률은 50%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2000만 원이고 연금저축계좌에서 수령하는 연간 연금액이 1500만 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연금소득은 1000만 원(국민연금 소득 2000만 원 × 0.5 + 연금저축계좌 수령액 1500만 원 × 0)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을 제외한 소득 중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은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100% 반영되고, 근로소득은 50%만 반영된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소득요건은 개인 연간소득 2000만 원 이하다. 피보험자 자격을 판단할 때 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모두 100% 반영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즉 피보험자는 보험료 계산 시 공적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을 50%만 반영하는 가입자와는 다르다.
건보료 절감에 도움 되는 금융상품 활용
첫째, 연금계좌 상품인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와 연금저축계좌가 도움이 된다. 연금계좌 전체에 납입하는 금액 중 연간 900만 원까지는 소득에 따라 납입한 금액의 100%에 대해 16.5% 혹은 13.2%를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원금의 이자 혹은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납입을 완료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수령자의 연령에 따라 5.5~3.3%의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는 1800만 원이다. 만약 연금계좌에 연간 1800만 원을 납입하고 세액공제를 900만 원 받았다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900만 원에 대해서는 향후 연금으로 수령 시 연금소득세 등 어떤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간 납입한 1800만 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이자 및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둘째,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이 도움이 된다. 금융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으로는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종합저축, 만 19세 이상 거주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 ISA(개인형 종합자산관리계좌),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되는 비과세저축보험, 조합출자금 등이 있다.
셋째, 금융소득 발생 시기를 조절한다. 금융자산이 많다면 분산 가입하여 금융소득의 만기나 이자 및 배당소득의 수령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가치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모습. 허송세월의 정의다. 새해를 허송세월로 지내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보다는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들로 꽉 찬 한 해를 바랄 테다. 윤정구(64)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를 위해선 체험하는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기회의 신’으로도 불린다. 인생의 기회는 경험의 시간을 사는 가운데 맞이하는 선물과도 같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을 갖고 기계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크로노스(Kronos)라 한다. 윤정구 교수가 언급한 카이로스(Kairos)는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특별한 시간이다. 가령 똑같은 10년이라도 허송세월로 보내는 이에게는 마치 100년처럼 길게 느껴지겠지만,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바삐 사는 이에게는 1년처럼 짧게 여겨질 수 있다. 절대적인 시간(크로노스)은 10년이더라도, 상대적 시간(카이로스)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즉 크로노스는 양적인 시간, 카이로스는 질적인 시간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인사조직 전략, 조직경영 개발 등을 연구해온 윤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때, 현재 노동 현장에서 적용하는 시간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이 바뀌는데, 여전히 시간 개념은 산업화 시대 생산 노동자에게 적용했던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를 벗어나지 못한 거죠. 아직은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인데요. 가령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회사에 약속한 일을 끝내는 데 4일이 걸렸다고 쳐요. 주 5일이라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채우지 않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는 목표를 달성한 거잖아요. 그런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어요. 시간으로 산정한 임금이 책정되는데, 근로자가 애써 생산성을 늘리는 혁신을 감행할 이유가 있나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재택근무 등 일터에서의 논쟁 대부분이 본질을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죠.”
기술의 민주화 시대,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일자리 이슈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윤 교수는 카이로스의 개념에서 볼 때 은퇴 기준점을 ‘나이’로 책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지적했다.
“양적인 시간으로 책정된 나이만 고려한 거예요. 개인의 경험이나 노력 등 질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카이로스 개념에서의 나이는 다를 수 있죠. 결국 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자신의 인적 자원을 통해 누가 더 많이 창출하느냐가 관건이잖아요. 한때는 젊은 직원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생성형 AI나 로봇 등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누구나 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코딩, 알고리즘 등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 자격증이 없어도 챗GPT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요. 이러한 기술의 민주화, 전문성의 민주화로 나이와 같은 태생적 요인이 인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어요.”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거나 대체되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일자리가 더욱 위협을 받으리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이러한 시대 변화가 고령자에겐 기회라고 역설했다. 카이로스의 또 다른 이름(기회)처럼 말이다.
“그동안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왔다면, 이제는 조직의 공유된 목적을 위해 기술과 인간이 협업하는 관계로 설정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이와 무관하게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대안적 방법들이 마련될 수 있죠. 이때의 기술은 고령자에게 오히려 득이 됩니다. 고령 인력이 지닌 체력이나 모빌리티(기동성·유동성)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해주니까요. 즉 정년을 따질 것 없이 기술과 잘 협력하면 장기간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가능하리라 예상해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 달렸다
지난해 말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부양비(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날로 증가하며, 2075년에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주요국을 웃도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 부양비를 감당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윤 교수는 고령 인력 활용이 단초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진단했다.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그 아이들이 경제활동 인구로 성장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해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고령자 중 아직 활용되지 않은 인력을 동원하는 겁니다. 최근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정년퇴임을 했는데 일을 안 하거나, 정년퇴임을 준비하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GDP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예측했어요.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14.7%가 성장한다고 나와요. 비교된 20여 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을 만큼(일본 8.6%, 미국 7.2%, 영국 4.8% 등) 월등히 높은 수치죠. 우리가 매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이잖아요. 고령 인력의 활용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게 당분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서 찾아야 합니다.”
고령 인력은 조직원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놓인 이가 상당수다. 저서 ‘진성 리더십’을 펴내고 대한리더십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윤 교수는 중장년·고령 리더들이 거버넌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버넌스가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고 있어요. 가령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조직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해요. 회사는 일종의 플랫폼이고, 리더는 그런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이것들을 이용해서 네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증명해보라는 식이죠. 즉 회사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말해도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들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 그건 진정성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속으로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우선하면서 겉으로만 그 직원을 위하는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이죠. 말뿐인 독려라는 걸 직원들도 느낄 텐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밖에요.”
리더 입장에서 진정성을 갖기 힘든 건 직원에 대한 신뢰가 영글지 않은 탓도 있겠다. 신뢰라는 건 상호의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윤 교수는 서로 간의 ‘신뢰 자본’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A라는 사람이 내게 100만 원을 빌려달라 했을 때 그 돈을 못 받을 걸 전제로 손해를 감수하고 빌려준다면, 신뢰 자본 100만 원이 생긴 셈이에요. 반대로 A도 나에게 그렇게 해준다면 둘 사이의 신뢰 자본은 200만 원이 되죠. 그렇게 신뢰라는 건 서로가 상처받을 개연성에 대해 인정하는 거예요. 그러니 손해를 전혀 안 보겠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는 신뢰가 생길 방법이 없어요. 그런 신뢰의 결여 때문에 요즘 젊은 조직원 중에는 공정성 같은 덕목을 따지는 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서로가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는 거죠. 결국 그런 상황에서는 건강한 조직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럴 때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긍휼감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긍휼감은 공감이나 연민을 넘어서는 행동 지향의 도덕적 정서인데요. 긍휼감을 가진 리더는 조직원의 고통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 함께 풀어가려 하죠. 이런 태도를 보였을 때 조직원들도 리더에게 진정성과 신뢰를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사회 빙산의 밑동을 복원하는 시간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 앞에 윤 교수의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건강한 조직과 리더십,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특히 기업의 근간이 되는 조직원들의 고통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조직에서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결과예요. 돌봄을 받지 못한 고통이 문제로 터져 나왔을 때, 많은 리더가 원인인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결과’만 봉합하려 하죠. 일단 그렇게 문제를 덮고 시작하기 때문에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고, 반복되는 거예요. 조직과 경영을 연구한 학자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빙산의 형상에 비유해 설명을 이어갔다. 기업의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 즉 핵심 사업이나 수익을 키우는 데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빙산의 윗동이 잘 성장하려면 이를 잘 지탱하는 수면 아래 밑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밑동에 비유할 수 있는 게 바로 조직원이다.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밑동을 이루는 조직원들의 고충이나 아픔에 대해 인정하고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치•종교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런 밑동을 간과한다고 생각해요. 정년퇴임 후에는 잃어버린 밑동을 어떻게 복원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며 카이로스의 시간을 채워가려 합니다.”
연공형 임금 체계, 기업별 노조, 노동 시장 이중구조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법정 정년 60세’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을 들여다봤다.
“공무원을 제외하고, 정년을 채운 분이 주변에 있나요?”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하 연구원)에게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제가 있지 않나’ 묻자 돌아온 답이다.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제도’(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를 통과했고 201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60세 정년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도입된 후에도 실제 은퇴 연령은 49.3세로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년 연장은 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까.
일본의 정년 연장, 어떻게 다를까?
일본의 3대 재벌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스미토모그룹의 자회사 스미토모전설은 2021년 4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70세까지 재고용하도록 사내 규정을 개편했다. 정부가 70세 계속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한 데다 60세 이상 직원의 100%가 65세까지 근무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 직무에서의 정년은 60세이고 부장급 이상 직원에 한해 같은 직무에서 64세까지 일할 수 있다. 또한 60세 이상 근로자에게는 ‘현장 경험을 살린 관리 퍼포먼스로 베테랑 사원을 육성한다’는 미션을 준다.
기업들은 60세 정년 의무화가 법으로 제정되기 전부터 90% 이상이 도입하고,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했다. 사내 정년 연령이 60세더라도 실질적으로는 65세까지 일하는 곳이 많아, 일본의 정년 연령은 65세나 다름없다고 평가된다. 일본의 정년 연장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논의 기간이 있었다. 둘째, 기업에 선택지를 주고 기업별 노사에 자율성을 줬다. 셋째, 소득 공백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법적으로 ‘60세 이상’을 정년으로 정의한다. 또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노사정이 1:1:1로 10명씩 구성된 심의회에서 삼자 합의 후에 국회가 이를 토대로 논의했다.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라는 선택지를 주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했다. 임금에 대해서도 중앙에서 결정한 지침은 있지만,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이나 처우를 결정하도록 했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가 없음에도 60세 정년 이후 고용 방법을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임금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스미토모전설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직무가 바뀌더라도 임금은 상승할 수 있도록 60세 이후에도 승진·승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65세 이후 70세까지 재고용할 때는 근무 평가에 따라 대상자를 제한하고, 기존 임금의 55~80% 수준으로 급여를 조정한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고령자가 임금 조정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두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자 고용계속급부 제도는 60세 이후 75% 이하로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조해준다. 재직노령연금은 후생연금과 임금을 동시에 받는 고령자에 한해 연금액 전부 혹은 일부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제도(2025년까지 실시)다.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제는 법적 의무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라 실제 이를 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300명 미만 사업장 중 정년제를 도입한 곳은 21.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60세 정년을 ‘법적 의무’로 정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고령자 주된 일자리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고용을 선택할 것이고, 일자리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일본 기업 역시 80% 이상이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
정혜윤 연구원은 “일본 기업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재고용을 선호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정년제 효과나 후속 대책에 관한 논의가 없었고, 노사정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이어질 추세이며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양국 공통 사항이기에, 정부는 노사가 함께 답을 찾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고 국회미래연구원 ‘정년 제도의 정책 과정 : 한국과 일본의 비교사례 분석’,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제123회 노동정책 포럼 : 고령자의 고용·취업에 대해 생각한다’ 도움말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부터 고령견 펫보험 가입 문턱은 낮아지고 소형견 보험료는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 역시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앞으로 펫보험 상품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개발원의 참조 요율이 올해 새로 개정됐다. 참조 요율은 각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출할 때 반영하는 기준이다. 이전에는 12살까지만 요율이 나왔지만, 고령의 반려동물이 늘어남에 따라 20살까지 요율을 늘렸다.
따라서 이를 반영한 고령 견 펫보험이 늘어나, 고령 견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소형견 보험료는 더 저렴해진다. 보험개발원은 새 참조 요율에 ‘소형견 할인 요율’을 추가했다. 치와와, 닥스훈트 등 소형견 38종에 대해 나이별 기본 요율을 제시했다.
요율 세분화는 앞으로 반려동물 보험 가입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이 25%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21’)가 있지만, 펫보험 가입자는 반려 인구수 대비 1%에 불과하다.
다만 펫보험 가입이 저조한 이유가 4~6만 원대인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와 금액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펫보험 가입률이 1%대인 이유로도 꼽힌다. 합리적인 펫보험 상품이 없다는 것.
보험사들은 펫보험 전담팀을 만들거나 자회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펫보험 사업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자기부담금을 내지 않는 ‘KB금쪽같은 펫보험’을 선보이며 펫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펫보험 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 역시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문 보험사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또한 수의사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모든 동물병원은 진료비용을 사전에 볼 수 있도록 게시해야 한다.
펫보험 시장은 지난해 정부 규제 완화로 크게 성장했다.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10개 손해보험사 기준 지난해 말 새로운 계약과 보유 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각 37%, 40%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원수 보험료(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는 약 3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시장 활성화에 앞서 동물등록제도 정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료를 받은 동물이 실제 보험에 가입한 동물과 같은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펫보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줄 다양한 펫보험 상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은 취업 과정의 걸림돌로 느껴질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청년층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청년들 역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3.9%)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말 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다양한 보고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세대 갈등의 진실을 알아봤다.
Point 1 노동총량설의 모순
‘노동총량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차지할 때 남는 일자리가 줄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고령자가 계속 일하면서 기업의 소득을 확대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령자를 몇 년 더 고용한다고 해서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를 들어 정년 연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OECD 기준 청년층은 15세에서 24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19세가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고, 남성은 병역의무로 취업 나이가 더 늦기 때문에 분석 대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Point 2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다른 특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청년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의 대체 관계’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대와 60대가 원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다를 뿐 아니라, 실제로 배치되는 직종과 업무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교육 전문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서,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 및 운송 관리직,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등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두 계층이 겹치는 직종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정도다. 사업장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중·고령층 일자리를 줄여도 이 자리를 청년층이 메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는 한국의 정년 연장 법안이 주로 고령층 근로자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Point 3 취업 시장 속 줄어드는 청년 수
정년 연장을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수많은 난제 탓에 실제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8년경으로 추측한다. 2020년대 후반 정년 연장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은 2000년 이후 출생아이다. 이들은 1990년대 출생 청년층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가 청년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년 연장의 적기’라 말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노동 시장에서 두 세대 간 대체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사업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아직 노사정의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정책이 유의미하려면 ‘고령자의 임금을 낮춰 근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 부담은 줄이고, 청년의 채용에 피해가 없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연구에서 “장년층의 임금을 낮춰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두 연령대가 부딪힐 이유도 없다”며 “임금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늘지 않는데 장년층을 계속 고용해야 하므로 청년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업주부였던 김금자(가명, 56세)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2년 전 30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의 수입이 끊기자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더 늦춘단다. 눈앞이 캄캄했다.
많은 중장년이 김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남았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고,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김 씨는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늦춰지고 있다. 퇴직 후부터 연금을 받기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가 길어지는 이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 위기에 있다. 맞물려 굴러가야 할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이라는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과 맞물린 국민연금
연금 수급자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인구학적으로도 정해져 있다. 697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202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줄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수도 감소세다. 반면 지역가입자 중 연금 수급 연령에 가까운 50대 이상 가입자는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다.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평균 5년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이에 따른 연금 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의 몇 %를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은 현행 42.5%(2028년 40%)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더 많이 내고 많이 받거나, 더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다.
자문위원회는 보험료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장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 혹은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함께 순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 연장법(60세 이상 정년제)을 시행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는 정년 60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65세로 연장하자는 한국노총의 입장과 계속고용 형태로 이어가자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지만,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년 연장에 밀려나는 중장년
정년이 연장됨으로써 고령층 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실제로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퇴직 의사결정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에서는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1~2년 늦추면, 예상 퇴직 시점을 3.6~10.8개월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도 법정 퇴직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점이 ‘청년층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이어진 많은 연구는 청년층의 고용은 늘고 오히려 중장년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를 보면 60세 정년 연장 이후 45~54세 연령대 고용은 감소했다. 고령층과 중장년층이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의미다. 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자 중장년의 조기 퇴직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도 중장년층 근로자 고용이 감소해 총 고용 규모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고용 형태로는 정규직이 줄었고, 사내 직급으로는 차장급 및 부장 이상 직급의 고용이 줄었다. 정년 연장은 소득 공백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장년 인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려면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년 관련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터에서 밀려나는 중장년의 노동 시장 복귀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희진 한국은행 조사역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중장년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 정년 연장 입법 이후 중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 격차가 교육 수준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줄이려면 중장년 중에서도 특히 저숙련 중장년층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방안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참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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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세에 이미 ‘천자문’을 떼고 6세부터 본때 있는 글을 썼다. 딱히 스승이 없는 채로 독학을 해 유학의 최고봉으로 부상했다. 평지돌출한 인걸이다. 뉘신가. 이른바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 조선 말기 유학자들이 개화에 반대하면서 내세운 사상)으로 당대의 격변에 대응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1792~1868)다. 산 많은 양평군에서도 외진 서종면 노문리에 그의 생가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외진 곳일수록 반색한다. 산수경관이 살아 있어서다. 화서의 생가 마을 일대에도 중구난방으로 들어앉은 전원주택이 흔해 어수선하다. 그러나 시야에서 집들을 거둬내고 풍경을 바라보면 상황이 다르다. 높거나 낮은 산들은 조율한 듯 조화롭고, 산 사이론 벽계천이 흘러 오롯이 수려하다. 산자수명을 본연으로 지닌 곳이다. 낮엔 초목이 초록을 토하고 밤하늘엔 별들이 모여 소곤거린다. 박순, 김창흠, 남언경 등 조선 중후기 거유들이 이곳에서 살았던 이유를 알 만하다. 자연 풍경에 관한 관조를 최고의 공부이자 최상의 낙으로 삼은 게 선비들이지 않던가. 화서가 영위한 웅장한 삶의 원천적 비결은 이곳 산수를 젖으로 삼아 성장한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
생가를 볼까? 물소리 들려올 듯 벽계천 가까이에 있는 남향집이다. 집의 전체적인 모습은 좌우로 긴 ‘ㅁ’자를 닮았다. 대문을 통해 들어서자 공간을 확연하게 양분한 담장이 보인다. 담장 왼편에 안채가, 오른편에 사랑채가 있다. 담장에 난 중문을 통해 안채와 사랑채를 오갈 수 있다. 흔히 앞쪽에 사랑채를, 뒤쪽에 안채를 두지만, 이 덩실한 고택은 특이하게도 안채와 사랑채를 병렬로 배치했다. 전형에서 벗어난 구성이다. 야산 자락 경사지를 깎아 확보한 대지의 면적이 협소해 사랑채를 앞쪽으로 끌어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범례보다 합리와 실용성을 중시한 건축이다. 사랑채엔 방이 유난히 많다. 묵어가는 이들이 많았던 걸 알 만한데 ‘청화정사’(靑華精舍)라 쓴 현판이 걸린 이 집에서 화서의 강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부가 많아 유학의 산정에 올랐으니 흠모하여 따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론이 다반사였으리라.
화서는 소가 닭 보듯 벼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거의 한평생 이곳 향촌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화서에게 자연과 사교하는 일은 일상의 루틴이었다. 퇴계가 ‘도산구곡’을, 우암이 ‘화양구곡’을 경영하며 만족을 구가했듯이, 화서 역시 이곳의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다. ‘노산8경’이 바로 화서가 애호한 경승이다. 풍경에 시를 헌정하고 이름을 부여해 자연을 찬탄했다. 그렇다면 화서는 은자로 살았나? 세사엔 식상해 차라리 눈을 감았나? 정반대다. 그의 DNA에 초야의 생리가 박혀 있었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오감의 플러그를 빼놓고 살 성격은 아니었다. 고종 임금에 따르면 화서는 ‘밝고 슬기로우며, 강직하고 과감하여 뭇 사람을 초월한 인물’이다. 비록 산림에 묻혀 자족했지만 시국과 정세에 관한 지론이 깊어 주창과 직언도 많았다. 모름지기 사대부의 말년이란 산수간으로 물러나 세상일 따위는 흘러가는 뜬구름에 맡기는 게 상책이라고 보는 유가의 전통도 있었지만, 화서의 계보는 다른 쪽에 속해 있었다. 현실참여형 지식인의 본이었다.
산골에 칩거한 재야 지식인이더라도 학식과 덕망이 높으면 바람에 실린 송홧가루가 천리만리를 날아가듯, 결국은 그 이름이 멀리까지 알려진다. 제자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튼튼한 세력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세력으로 힘을 쓴다. 이렇게 되면 조정이 그를 부른다. 화서 역시 임금의 부름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화서는 벼슬에 초연했다. 별별 임명장이 수시로 내려왔지만 곧바로 사직했다.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한 사건) 때는 동부승지에 임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에 화서는 75세 노구를 이끌고 상경, 조정에 사직서와 함께 상소문을 제출했다. 상소문의 요점은 이렇다. 서양과 화친하지 말고 적극 싸우라는 것. 서양과 손잡는 건 짐승의 삶을 자청하는 꼴이라는 것. 백성을 수탈하지 않으면 백성이 스스로 고무돼 적을 몰아낸다는 것. 간명하고도 격렬한 상소문이었다. ‘위정척사’의 필요성과 실천적 대안을 역설한 글이었다. 매천 황현은 이 상소문을 ‘100년 이래 가장 유명한 상소문’이라 평가했다지.
당대의 격변과 풍랑을 잠재우는 길은 오직 나라의 문을 닫고 저항하는 데에 있다는 게 화서의 솔루션이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 조짐을 통찰하는 한편, 일본의 조선 침탈을 예언했던 그의 광활한 현실 인식은 이른바 ‘화서학파’의 학통으로 전수돼 항일 독립운동의 밑불로 타올랐다. 화서의 사상적 상속자인 최익현, 유인석, 양헌수 등이 한말 국권사수의 전위에 서지 않았던가. 박은식과 김구도 화서의 계보에 든다. 그동안 화서는 반근대적인 골수 보수주의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외세의 불량한 본질을 간파하고 국권의 자주성 강화를 역설했다. 이런 주장에 박힌 줏대와 혜안을 외면하는 건 불공정하다. 한쪽 날개만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봤다는 허풍처럼 초라하다.
용문사 명물, 1000년을 산 은행나무
이제 발길은 용문사에 닿는다. 용문면 용문산 아래에 있는 천년 고찰이다. 화서 생가가 양평의 정신적 유적이라면 용문사는 불교 문화유산의 대표다. 일주문을 지나 냇가로 난 소로를 따라 30분쯤 오르면 용문사 경내가 환히 드러난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관음전, 삼성각, 종각 등이 펼쳐진 품새의 위용으로 보면 큰 절이다. 유서도 깊다. 신라 신덕왕 재위 때인 913년에 창건됐다. 일설에 따르면 원효가 초창하고 도선이 중창했다. 내력이야 어쨌든 첫 산문은 초막이나 토굴로 시작됐을 법하다. 그러던 게 천년 세월을 거치면서 대찰의 외양을 갖추어 번듯하다. 용문사에서 득도한 이도 한둘에 그치지 않을 텐데, 이를테면 고려 말의 선승 정지국사가 이곳에서 정진했다. 그는 중국 연경으로 건너가 만행을 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에 들어가 있던 무학대사와 나옹화상을 만나 교유도 했고. 이후 무학과 나옹이 명성을 얻은 반면 정지국사는 자취를 감추고 수도하길 거듭하다 72세에 홀연히 입적했다. 용문사엔 정지국사를 기리는 부도와 비가 있다. 빼어난 조각 기법으로 아름다운 금동관음보살좌상도 이 절의 성보(聖寶)다.
용문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은행나무 노거수다. 수령 1000년 이상으로 국내 은행나무 중 최고령이다. 나무의 건강을 위해 가지치기를 대대적으로 해 현재 높이는 40m 정도지만, 이전엔 60여 m에 달해 유실수로서는 동양권 최대 거목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 알의 씨앗에서 출발한 나무가 천년을 살다니. 단지 물과 햇빛을 취하는 광합성으로 기적적인 생육을 하다니. 그 도도한 생명력에 인간은 그저 압도될 수밖에 없다. 뭐랄까, 바위라거나 강물이라거나 거목이라거나, 묵연히 유장한 것들은 길을 일러주는 선생에 가깝다. 인간을 감싸주는 고요한 포용력으로 보면 부처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겠지, 오늘도 은행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인다. 저 노거수를 보고 무너진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돌아간 이가 한둘이랴.
최영식 양평문화원 원장
“분원(分院)까지 네 곳 만들어”
경기도 양평군은 자연경관이 생동하는 곳이다. 특히 강 풍경이 수려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에 몰리는 인파를 보라. 사시사철 쉴 만한 물가다. ‘굴뚝 없는 청정지구’ 양평으로 아예 이주한 이들도 많다. 그래 인구가 늘어났다. 곳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문화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가령 지하에 묻힌 옛 유물을 발굴하기가 어렵다. 최영식 양평문화원 원장의 얘기는 이렇다.
“전통문화의 전승엔 다소 취약점이 있다. 반면 현대 문화가 확장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채워준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도드라진 인구 증가를 배경으로 한 긍정적인 현상이다. 양평문화원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토대로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근래에 있었던 문화원 사업 가운데 큰 성과를 거둔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추억의 영화 상영’으로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300여 편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무려 1만여 명의 주민이 영화를 감상했다. 우리 문화원은 모든 문화 혜택이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상영은 매우 주효한 프로그램이다.”
2024년에 펼칠 새 사업을 소개해달라.
“지방문화원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한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대부분 2024년엔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양평군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양평문화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신년에 새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기존 프로그램들을 점검하며 유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열정은 많지만 예산 문제로 늘 고민하는 게 지방문화원의 현실이다. 양평문화원은 학예사 같은 인적 자원을 갖추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벽에 부닥치는 일이 잦다.”
주민의 문화원 프로그램 참여도는 어떤가?
“양평문화원엔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인구 대비 타 지방 문화원보다 많은 인원이다. 관내 4개 지역에 분원(分院)도 설립했다. 이는 사례가 드문 방식이라 판단한다. 문화원에 조경을 해 쾌적한 환경도 갖추었고.”
양평 하면 용문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양평을 불교 문화 융성지로 봐도 될까?
“그렇다. 천년 고찰 용문사 외에 상원사나 사나사 등 유서 깊은 고찰이 더 있다. 용문사에서 유명한 건 1000여 년의 수령을 가진 은행나무다. 양평문화원은 매년 10월, 이 나무의 장생과 군민의 안녕을 비는 ‘영목제’를 거행한다.”
양평엔 여느 군에 드문 군립미술관이 있어 돋보인다.
“양평엔 65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한다. 이런 배경으로 군립미술관이 설립됐다. 문화원 원사(院舍)에도 회화와 지역 유물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문화원 현관엔 직접 발간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주민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이다. 진취적인 서비스 기법이다.
연령주의와 근로계약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나면 정년 문제는 퍽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과 속사정은 다르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봐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이 다른 것은 물론, 노동자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돈다.
정년 연장 논의는 거대한 미로 같다. 사회복지교육협의회장, 노년학회장, 사회복지학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사회복지 분야의 원로 학자’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도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사안이 복잡다단하다. 단, 희소식이 있다. 미로에 입구와 출구가 있는 것처럼 정년 논의도 큰 틀에서 시작점과 끝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출산ㆍ고령화의 나비효과
문제의식은 저출산ㆍ고령화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이미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 > 출생자)에 진입했다. 총인구 5000만 명 선은 머지않아 붕괴된다. 통계청은 앞으로 50년간 총인구가 1550만 명가량 급감하면서 3600만 명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노동 시장은 이 위기에 공감하고 있다. 경영계는 ‘고령 인력 활용 활성화로 초고령사회를 대비한다’는 정년 관련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계도 통감한다. 정년 연장 법제화를 촉구하는 한국노총이 가장 먼저 든 청원 이유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인구구조 변화 대비’다. 인구구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우리 사회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ISSUE 1
임금 체계 개편 / 부담인가, 부당한가
문제의식이 같다고 대응책까지 같을 수 없다. 정년 연장 논의도 그렇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경영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계속고용’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 체계가 비용 부담을 크게 가중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우리나라의 근속 30년 이상 장기 근속 근로자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보다 3배가량 높다”며 일의 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 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은 고령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고용불안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의 말이다. “우리나라 임금 체계는 생애 주기를 반영해 설계됐습니다. 직무쪾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가 ‘일의 가치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담보도 할 수 없습니다. 기업 비용 부담을 줄여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질 낮은 일자리와 낮은 임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팽팽한 주장을 듣고 있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는 통계의 맹점을 지적한다. “근속 30년 이상 장기 근속 근로자 임금과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의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를 바꿔 말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비교 국가군에 비해 젊어서 아주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간과한 채 30년 이상 장기 근속한 근로자 임금이 많다고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노동자들이 아주 많은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직무쪾성과급제로 개편된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년 연장 논의 첫걸음부터 다른 길로 들어선 기업과 노동자. 둘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여력이 없다.”
ISSUE 2
노동 시장의 이중화 / 누구를 위한 정년 연장인가
법정 정년 연장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누구를 위한 정년 연장인가, 정년 연장은 과연 정의인가’ 하는 물음이다. 시쳇말로 요즘 세상에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이 크게 괴리되어 있다. 법정 정년에 한참 못 미쳐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년 60세 법제화가 이뤄진 2013년 이후 정년퇴직자 증가율보다 조기 퇴직자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돼 오히려 노동 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년 연장과 관련된 상당수 연구 결과를 들어 ‘고학력, 남성, 300명 이상 기업,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정규직’에 가까울수록 정년 연장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정년 연장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다.
정년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문제일까. 김기덕 변호사는 “정년은 모두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리라는 전망이 없다 해도 결국엔 어느 사업장에 가서든 일을 해야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장을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옮긴 회사에서 정년이 또 문제가 됩니다. 자영업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정년은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는 당장 혜택을 받을 이들이 정년 연장을 외치는 것을 귀족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보지 않는다. 한꺼번에 정년 연장이 가능하지 않다면, 가능한 노동자부터 정년 연장을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은주 부본부장도 동의했다. “정년 법제화 혜택을 중소기업 노동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년 연장을 통해 혜택을 받는 이들은 현재 소수일지 모르겠으나 제도는 어느 집단만의 것이 아닙니다. 도입 후 많은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ISSUE 3
일자리와 세대 갈등 / 각자도생해야 하는가
정년 연장의 불똥은 여기저기로 튄다.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세대 갈등이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질수록 체감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청년층의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총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근거로 든다.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평균 8.7% 수준이다. 정년 60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된 2016~2017년에는 2000년 이후 최고치(9.8%)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 역시 심각하게 보고 있는 노동계는 세대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임은주 부본부장의 말이다. “정년 연장을 선택한 많은 나라에서 세대 간 일자리가 대체된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기업은 좋은 일자리라는 낙수효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후 삭감한 임금만큼 청년 고용을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청년 일자리로 순환되는 구조가 아닌 것입니다. 세대 갈등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도 고령자도 모두 약자입니다. 약자와 약자 사이에 경쟁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경총은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반론한다. 2022년에도 ‘최근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 과제’를 통해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채용되는 정규직 근로자가 거의 1명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 인원이 거의 2명 줄어든다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최성재 교수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국가와 제도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개인이 그에 맞춰 대응하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정년 논의의 기본 전제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개인 능력 위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봅니다. 연령주의는 뿌리 깊은 의식 속 문제이기 때문에 없애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인구가 많고 출산율이 높으면 크게 걱정할 것 없겠지만 출산율 문제는 해결하기 더 어렵습니다. 결국 답은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뿐입니다.”
‘각자도생’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에 한국노총은 의문을 던졌다. 반문은 계속됐다.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인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없나요? 국가는 왜 쏙 빠지나요? 고령자들이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임금만 깎는 것이 과연 대안으로 적절한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해서 지속 가능한가요?”
갈 수밖에 없는 길
세상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다. 저출생ㆍ고령화는 사회쪾경제는 물론 노동 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메가트렌드’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돌고 돌겠지만, 그 끝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중위연령이 계속해서 치솟는 상황 속에서 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성재 교수는 현실적으로 폐지 수준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붙은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25년쯤 후면 인구의 절반 정도가 물리적으로 정말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옵니다. 현실적으로도 정년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기덕 변호사도 동의했다. “정년 연장은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구조상 정년 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세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폐지하겠습니까? 국가 예산을 들여서 운영해야 하는데 고령화로 그럴 수 없으니 연장을 택한 것입니다. 정년 연장은 노동자에게 혜택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더 늦기 전에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구구조 변화의 ‘초위기’ 속에서 한국식 정년 연장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이전에 정년을 맞는 것입니다. 소득 공백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합니다. 60~64세는 사회보장이나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로 볼 수 있습니다.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계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노동계 안에서 논의도 필요합니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왜 우리나라 노동자는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더 일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인지 말입니다.”
도움말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
참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밝힌 2024년 달라지는 주요 정책은 청년과 취약계층, 기업, 지역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그 가운데 중장년층과 관련된 문체부의 정책으로는 고령자의 문화 활동 확대와 지역발전을 꼽을 수 있다.
고령자 문화 활동 지원 확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문화예술패스’ 시범 운영, 청년 창업 지원 등이 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달라지는 점은 여행 편의를 높이는 정책을 확대·시행한다는 점이다.
고령자는 거동이 불편하므로 장애인과 함께 관광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문체부는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 신규 권역 1곳을 선정하고 법주사(보은군)와 삼악산 케이블카(춘천시) 등 ‘열린관광지’ 30개소를 추가 조성(현재 162개소)한다”고 밝혔다.
열린관광지 사업은 관광지의 보행로, 경사로 정비 등 이동 불편을 해소하고 장애 유형별로 즐길 수 있는 체험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편리하고 즐거운 여행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특화 여행 코스로 유명한 곳으로 연곡 해변 캠핑장 유니버설디자인 카라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춘천 의암호 킹카누, 산 정상까지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대구 비슬산 군립공원, 타포니 지형을 촉각과 해설로 경험할 수 있는 진안 마이산 도립공원(마이산 탑사) 등이 거론된다. 이와 같은 곳이 추가 조성되는 것으로 고령자의 관광이 훨씬 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문체부는 ‘이야기할머니’ 사업도 확대한다. 이야기할머니는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 기관을 직접 방문해 삶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이다. K-전통문화 콘텐츠 육성을 목표로 2009년 시작했다. 2023년 기준, 전국에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8700여 개 유아교육 기관에서 약 52만 명의 유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체부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 과정인 ‘늘봄학교’에서도 시행한다. 2023년 하반기에 32개교에서 시범 운영했으며, 2024년에는 100개교로 대폭 확대한다. 어르신에게는 문화예술인으로서의 활동 기회, 초등학생에게는 인성 함양의 기회를 각각 제공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여행 지원으로 지역 발전 꾀해
우리나라의 지방 지역은 지속되는 저출산 추세에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지며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체부는 정부의 ‘지방시대’ 선포에 발맞춰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
먼저 매년 6월, 1회 진행했던 ‘여행가는 달’을 2회로 확대해 지역으로 여행하는 국민에게 각종 할인 혜택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걷기 여행과 자전거 관광 등 관광과 웰빙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전거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코리아 둘레길 안내 체계를 완비한다. 걷기 여행 온라인 플랫폼인 ‘두루누비’를 통해 국·영문 안내 서비스도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호응이 높았던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지역도 추가해 대표적인 지역 관광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15개 지역에서 올해 강원 평창, 충북 옥천 등 최대 40개 지역으로 확대한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 인구 감소 지역의 생활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도 확대한다. 농어촌·혁신도시·문화지구 등 지역에 ‘구석구석 문화 배달’ 사업(61억 5천만 원)을 신설해 지역 수요·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과 지역 대표 브랜드 공연·축제 활성화 등을 지원한다.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연계해 문화 취약 지역 등에서도 연중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보장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문화를 누리는 국민의 부담은 낮추고, 문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며, 문화로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2024년 문체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며 “올해 달라지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온 국민이 문화로 풍성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가 산하 시니어 정보화사업단과 함께 8일 경기 용인 지역 9곳에서 대한노인회 권고 표준모델이 담긴 스마트 경로당의 문을 열었다. 대한노인회의 주도 아래, 6만8000개 경로당을 하나의 표준모델로 통합·공유하는 ESG 플랫폼 구축사업인 ‘시니어 정보화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경로당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노인들을 플랫폼 중심으로 연결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단은 2021년부터 정부와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구축된 스마트 경로당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사업단은 실사용자인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시범 시설을 마련했다.
이날 문을 연 스마트 경로당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3곳(수지 복지센터,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아파트, 신봉마을 LG자이1차아파트) △기흥구 3곳(기흥 노인복지관, 신동백 롯데캐슬에코1단지, 탑실마을 대주피오레아파트1단지) △처인구 3곳(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5단지, 사암리 경로당, 포곡읍 두계로)로 총 9곳이다.
경로당에는 전국의 경로당들을 하나로 묶을 전국 네트워크 기반의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전국 경로당뿐 아니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 1층에도 운영된다. 키오스크에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화상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어르신을 위한 뉴스, 맞춤형 건강정보,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정책 등도 실시간 공급한다. 3D 뎁스 카메라를 활용한 동작인식 기술로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인지 능력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도 탑재됐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강희성 부총장은 “코로나를 겪으며 노인 세대가 타인과 교류할 기회가 더욱 줄어든 만큼 해당 사업을 통해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 핵심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스마트 경로당 사업이 기관별 각개전투식 추진이 이루어지면서 공공예산 중복지출, 콘텐츠 격차, 불량서비스 납품, 연계 불가 등의 문제점들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존 문제들을 보완해 점차 사업을 안정화 하겠다”고 전했다.
최운 스마트경로당 정책위원장은 “대한노인회가 직접·운영 관리하는 시니어 정보화 사업이 순차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어르신들이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등 폭넓은 분야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확대될 것”이라며 “노인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여 노후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단은 올해 27개 지자체를 시작으로 대한노인회가 권고한 표준안 중심의 스마트 경로당 권고모델을 전국 7만여 경로당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표준안이 담긴 모바일 플랫폼도 상반기 중 구축, 300만 회원들에게 배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