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운영사인 이투데이피엔씨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고령친화산업 발전 및 디지털 전환 시대 대응을 위한 상호 협력을 골자로 한 이 업무협약식은 이투데이빌딩 본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협약식에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의 심우정 회장과 최춘희 기획팀장, 이투데이피엔씨의 김덕헌 본부장, 이준호 편집장이 각각 참석했다.
주요 협력 내용은 양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 행사 기획 및 운영, 관련 연구개발 사업, 관련 인력 양성 사업, 행사의 공동주관 후원 협찬 등이다.
이와함께 본지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개최하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에 공동후원으로 참여한다. 2003년 설립된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한국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오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을 주제로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를 개최한다.
이번 협약으로 본지는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의 미디어 주관사로 행사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심우정 회장은 “국내 유일의 온ㆍ오프라인 시니어 매거진과 파트너가 되어 기쁘다”며, “국내 실버산업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피엔씨 김덕헌 본부장은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제론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역할도 중요해 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실버산업전문가포럼과 함께 고령화를 대비한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론테크놀로지(노인학+기술)는 1980년대 말 유럽에서 도입된 분야로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편리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 디자인을 포괄한다.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돌봄, 스마트 홈, 스마트 도시,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여가문화 등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번 대회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회장인 힐리안티 콜트(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수미 헤랄(영국 랑캐스터대) 교수, AI 전문가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 고령친화도시 전문가 알래나 오피서 세계보건기구 인구변동 및 건강노화 담당 부서장 등이 강연에 나선다.
서울 서초구 ‘서초 안심마을 속 안심하우스’(약칭 서초치매안심하우스)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2 치매안심마을 우수사례 확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서초구는 공모 사업 추진을 위한 국·시비 총 4867만 원을 연말까지 지원받는다.
서초치매안심하우스는 치매환자의 안전과 인지기능 향상을 고려한 70여 가지 주거환경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하우스로, 2017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현재 내곡동 서초구치매안심센터 내 자리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모사업에서 치매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식 개선 및 치매마을 개선 분야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우수 지자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초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활동 시간이 많은 치매 가족들을 위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돕는 서초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치매 환자를 둔 가정에 접목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 가장 많은 양재1동을 안심마을로 선정, 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활용한 가정을 연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에서는 치매중증도가 높은 치매환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안심하우스 모델이 적용된 물품을 보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물품은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잡아 균형 유지를 돕는 ‘이동형 기립보조 바닥안전손잡이’ △치매환자들이 외출 시 알람이 울리는 ‘매트형 배회감지기’ △변기와 대비되는 색상의 ‘변기커버’ 등이다.
그밖에 구에서는 치매 친화적 공도체 실현을 위해 양재1동 안심마을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치매 조기 발견을 비롯해 어르신 우울척도 검사 등 치매환자들을 예방 관리하는 ‘치매안심 주치의’ △문화·여가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기억키움학교’ △치매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위원회 및 동아리 구성 등을 통합 지원한다.
아울러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만 60세 이상 구민들을 대상으로 간이뇌파검사를 접목한 인지선별검사를 서초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뇌파 파형과 뇌 부위별 활성화 정도, 스트레스·우울·불안 지수 등을 무료로 측정해준다. 뇌 건강 약화 징후가 관찰되는 대상자에게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 제공, 전문의 상담 연계 등 치매예방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사업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정 내 안전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고,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치매안심마을 공동체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치매안심도시 서초’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큰맘 먹고 시작한 한달살기. 정해진 시간에 정신없이 유명한 장소를 훑는 관광이 아닌, 느리고 여유로운 휴식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부지런히 살아온 이들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하루를 빈둥빈둥 보내는 게 영 익숙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주 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울까? 급할 건 없다. 우리에게는 30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한달살기는 단순한 여행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한달살기를 앞둔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한 달 동안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동네 산책을 하다 말을 트게 된 아주머니에게 사는 이야기를 듣거나, 비를 피하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메뉴에 없는 음료를 대접받는 등의 상황 말이다.
그러나 막상 제주 땅에 발을 딛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지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 할 수 없는 일을 깨알같이 모두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각종 정보를 샅샅이 뒤지게 되고, 고민과 갈등의 연속에 하루하루가 숙제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상과는 다른 제주살이에 문득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한달살기가 아니라 그저 한 달간의 패키지 여행이 되는 셈이다. 한달살기에 대한 보상 심리를 바라기보다, ‘여행 테마’를 설정하고 제주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자유 선물하는 ‘책방 투어’
전자기기와 영상매체가 발달한 후로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버거운 사람들이 늘었다. 독서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달살기를 명목으로 멀리했던 책을 다시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에는 소규모 독립 서점, 독특한 색깔을 가진 서점이 많다. 제주만의 지역 감성과 책방지기의 취향이 버무려져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방 특유의 기분 좋은 종이 냄새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주는 아늑함은 덤이다.
바라나시 책골목_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횟집 거리 사이, 빈티지한 간판이 눈에 띈다. 내부로 들어서면 이국적인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인도 서적과 세계문학 및 인문학 책이 즐비하다. 이곳은 제주 속 인도, ‘바라나시 책골목’이다. 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도시다. 갠지스강 중류에 있는 바라나강과 아시강을 합쳐 붙인 지명으로, ‘신성한 물을 차지한다’는 뜻이 있다. 생애 한 번은 가봐야 할 도시로 꼽히며, 일부 여행객은 인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소개하기도 한다.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은 한국에서 인도의 정취를 느끼기 충분한 장소다. 책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나 요구르트 ‘라씨’도 맛볼 수 있다.
만춘서점_야자수를 배경으로 한 아담한 흰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삼각형 구조의 내부로 매력을 더했다.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책들과 LP, 제주의 감성이 흐르는 소품이 가득하다. ‘만춘서점’ 책방지기는 출판·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했다. 그래서인지 육지 사람이 그리는 제주의 장면을 더욱 잘 옮겨놓은 듯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1인용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어 가기도 좋다.
소심한 책방_오름 다섯 개가 감싸고 있어 유독 고요한 제주의 동쪽 끝 마을, 종달리다. 좁은 골목 안쪽, 돌담 너머에 ‘소심한 책방’이 있다. 이곳은 각각 제주와 서울에 사는 두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소설, 에세이, 여행 등 단행본부터 독립 출판물, 제주 특산품, 문구까지 다채롭게 구비했다. 낮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와 책방에 온도를 더해주고, 밤에는 노란 불빛이 다정하게 채워진다. 때로 소소한 전시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주변에 들를 곳이 많은 관광 지역이 아닌데도 굳이 찾아가게 되는 이유는 하나만 꼽기 어렵다.
책약방_‘책약방’은 초록 잎과 나무, 낮고 작은 집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사람 대신 책이 지키고, 마을이 지킨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현관 옆에 걸린 작은 의자 위에는 운영자가 추천하는 ‘오늘의 그림책’이 놓여 있다. 비치된 그림 일기장과 100자짜리 작은 원고지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다. 릴레이처럼 이어진 글들을 읽다 보면, 책약방의 진짜 ‘약’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걸어서 제주 한 바퀴
올레길은 제주도의 마을길, 해안도로, 숲속 오솔길 등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해 개발한 코스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 제주해녀박물관~종달바당을 잇는 21코스가 개장하면서 올레길 코스는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두르게 됐다. 현재는 제주도 내에 총 23개 코스가 있으며 우도, 가파도, 최근 확장된 추자도 코스를 포함하면 총 27개다. 각 코스는 길이가 대체로 15km이내이며, 평균 소요 시간은 5~6시간 정도다.
제주도 올레길을 한 코스씩 돌다 보면 도내의 모든 코스를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코스도 있어 차를 갖고 있지 않다면 동선과 숙소 계획을 맞춰 짜야 한다. 식사도 매번 사 먹을 수 없으니 간단하게 준비한다. 또한 올레길은 리본을 매달아 길을 안내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혼자 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 날이 저무는 시간인 오후 6시 이후로는 드문드문 표시한 리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길을 잃기 쉽다.
이런 사소한 단점을 보강한 ‘알파캠프’는 트레킹과 관련해 가이드, 교통, 식사, 숙소, 세탁 서비스 등을 모두 제공한다. 더불어 관광객이 한 달 동안 제주의 모든 올레길과 새로 생긴 하영올레길까지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토끼반과 거북이반 중 하나를 골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보통 중장년층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68세 이선이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그 대신 올레길을 걸어볼 생각으로 알파캠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레길 코스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숙소 예약도 번거로워 고민하던 차였다. 이 씨는 “차로 여행할 때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가까이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제주는 그저 우리나라의 섬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정겨운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캠프에는 제주 올레길 코스를 완주하는 ‘제주올레캠프’ 프로그램 외에도 오름이나 한라산, 4대 휴양림, 숲길 등을 다양하게 걷는 ‘제주여행캠프’,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는 ‘다이어트 캠프’, 오름 전문 캠프인 ‘제주계절캠프’ 등이 있다.
의미 있게, 친환경 한달살기
‘제주도’ 하면 많은 이들이 청정 자연을 떠올린다. 그러나 막상 해변에는 폐그물, 밧줄, 스티로폼, 플라스틱, 페트병, 장대 등 폐어구와 나무토막이 가득하다. 게다가 언제 번식했는지 모를 파래가 수면에 떠 있거나 바위나 모래사장에 널려 있어 볼썽사납다.
제주도는 수용력을 넘어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도는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을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관광객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전체 발생량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관광객은 제주를 지키기 위해 ‘쓰레기 없는 제주’를 여행 혹은 한달살기 테마로 설정한다. 제주에 있는 동안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플로깅을 하는 식이다. 플로깅은 간단한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혼자서 가고 싶은 장소를 지정해 환경 정화를 하거나, 제주 내 여러 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캠페인과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나에게 맞는 여행 테마는?
후회 없을 제주도 한달살기를 위해서는 장소 위주로 계획을 짜기보다 나만의 큰 주제나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우선 ‘왜 제주도에 가려고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1 건강하게 한달살기 ‘하루 한 군데 오름 오르기’, ‘서핑·승마·스쿠버다이빙 등 레포츠 한 종목 배우기’, ‘한 달간 인스턴트식품 끊기’ 등으로 몸을 상쾌하게 만들 수 있다.
2 휴식하며 한달살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면 ‘매일 한 시간씩 바닷가에서 멍때리기’, ‘동네 반경 5km 안에서 생활해보기’, ‘7시간 이상 수면하기’ 등의 방법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3 습관 개선 한달살기 한 달 동안 ‘전자기기 없이 살기’, ‘부정적인 말 하지 않기’,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기’ 등을 시도해 나를 괴롭히는 습관을 개선해보는 건 어떨까.
1 바라나시 책골목 2 만춘서점 3 소심한 책방 4 책약방
2021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640만 명이다. 이 중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는 절반이 넘는다. 보통 후기고령자는 당뇨, 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상당수 갖고 있다. 의사의 대면 진료가 꼭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의사의 처방으로 약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 진료의 보편화에 속도가 붙었다. 특히, 일본 내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LINE)을 통해 원격 진료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온라인 원격 진료를 위해 본격적으로 정책 등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고령자 서비스 접목하는 라인
우리나라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에는 라인이 있다. 라인의 일본 내 월간 이용자 수는 2021년 6월 기준 8900만 명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에는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없었다. 같은 해 6월 온라인 메신저 라인이 출시됐을 때 뜨거운 인기를 얻은 이유다. 그렇게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은 고령자 서비스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가족의 안부를 묻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라인을 이용해 혼자 있는 고령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일본의 노인복지관이나 노인 관련 시설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라인 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라인을 사용하자 고령자 관련 기관들도 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기관에서 카카오톡에 ‘채널’로 등록해 친구를 맺고 정보를 전하는 것처럼, 일본의 기관들도 라인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헤키난시(碧南市)에서는 치매 환자가 행방불명 됐을 때 헤키난시 공식 계정과 친구를 맺은 이용자에게 사람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를 통해 조금 더 빠르게 치매 고령자를 찾는 것.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은 헤키난시 공식 계정과 친구를 맺고, 양식에 맞춰 누구를 찾고 있는지를 보내면, 헤키난시 공식 채널에서 메시지를 보내준다.
라인은 라인페이 서비스와 연결해 후기고령자 의료보험료 납부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 등을 방문해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고령자, 은행과 같은 기관이 먼 지역에 사는 고령자에게는 무척 편리한 기능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라인닥터’를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진찰부터 약 처방,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라인의 온라인 진료 서비스 ‘라인닥터’
‘라인닥터’는 라인과 종합의료서비스 플랫폼 M3가 공동출자해 만든 ‘라인헬스케어’의 온라인 진료 서비스다. 라인 앱을 통해 진료 예약, 무료 영상 통화 진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라인헬스케어에는 의사 29만여 명, 약사 19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
2019년 12월에는 문자 채팅 상담을 통해 의사에게 온라인 건강 상담 서비스를 받거나, 라인 영상 통화로 진찰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적 상담 수는 30만 건을 넘는다.
이후 2020년 12월에는 ‘라인닥터’를 통해 도쿄 수도권에서부터 온라인 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은 앱을 이용할 의료기관들이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 설계를 단순화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앱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도록 ‘스타터 키트’도 제공한다.
라인헬스케어에 따르면 지난 2월 월간 진료 건수는 지난해 2월 대비 20배 늘었다. 또 비대면 진료로 초진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용자는 30대 36%, 40대 31%, 50대 13%로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다.
초진 환자가 늘어난 건 일본 정부가 올해부터 ‘초진 환자의 온라인 원격 진료’를 전면 허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라인닥터’는 2021 굿디자인어워드에서 ▲오진 및 증상 놓치는 경우에 대한 우려 경감 ▲의사와 환자의 시스템 도입 및 이용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한 서비스 디자인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온라인 진료 결과와 필요에 따라 대면 진료로 전환할 수 있고, 라인 앱을 통해 예약부터 진찰, 처방전 발행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자처방전으로 의약 일원화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가 자리를 잡아가자 일본 정부는 본격적으로 온라인 진료 규제를 풀고 있다. 2020년 4월 비상조치를 발표하면서 거의 모든 병에 관해 온라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고, 한시적으로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보험수가도 적용했다. 또 처방 약도 우편을 통해 최대 7일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이 조치로 인해 온라인 진료 수요가 꽤 많다는 걸 경험한 일본 정부는 올해 ‘온라인 진료의 항구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진료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초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가하기로 한 것.
온라인 진료 규제 완화와 더불어 전자처방전을 통한 의약 일원화도 추진한다. 일본은 2019년 기준 99.9%의 처방전이 전자화되어 있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진료·처방 건수가 많아지자 정부는 전자처방전의 범용화 정책을 추진한다.
전자처방전 범용화 정책이란, 의료기관이 전자처방전 관리 서비스 운영 주체의 서버에 처방 정보를 등록하면, 약국은 같은 서버를 이용해 처방 정보를 확인하고 약을 지은 뒤 조제 정보를 다시 같은 서버에 등록한다. 이렇게 하면 약력 관리를 일원화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23년 여름까지 만들 계획인데, 서버 운영 주체는 사회보험 진료보수 지불기금이나 국민건강보험중앙회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전자처방전에는 공적 전자서명인 보건의료분야 공개열쇠 기반의 전자서명을 권장하고 있다. 전자화된 의료 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온라인 진료를 전면 허가하자 온라인 약국 서비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라인으로 약사와 상담할 수 있는 온라인 약국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YOJO’ 가입자 수는 코로나 발생 이후 20배 늘었다. 회원은 16만 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일반의약품 제1류(진통제 등)의 경우 온라인에서 약사의 지도를 받으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성별, 나이, 증상, 부작용 이력 등을 웹사이트에 적으면, 약사가 이메일이나 전화로 약의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이후 스마트 락커에서 의약품을 픽업하거나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드러그스토어(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 가능한 의약품 중심으로 판매하는 매장)와 지하철이 협업해 의약품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락커’ 서비스도 나왔다.
스마트 락커는 24시간 무인 보관함이다. 제품을 주문한 후 QR코드를 받아 보관함에 대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오사카 메트로는 올해 3월 1일부터 드러그스토어 체인점인 코코카라파인(cocokarafine) 그룹과 협업해 해당 매장에서 조제된 의약품을 역사에 설치된 스마트 락커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향후 의약품 수령 거점으로 지하철 역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반의약품의 온라인 판매나 스마트 락커 시스템은 아직은 규모가 작은 시장이지만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고령 인구는 늘고 총인구는 줄어드는 시대다. 일본 인구의 70%가 사용하는 라인과 의료 관련 서비스, 개호 서비스, 의약 서비스 등이 체인처럼 연결된다면, 일본의 고령자들은 조금 더 편리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본격 온라인 진료를 허가하기 시작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라인의 의료 관련 서비스가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나리(가명) 씨는 평소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수를 주문했다. 월 사용료를 내고 무료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생필품이 필요하면 늘 같은 곳에서 사고 있다. 그런데 다음 달 카드 명세서를 보니 월 사용료가 더 비싸게 결제돼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근 쿠팡이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리면서 ‘다크 패턴’(Dark Commercial Pattern, 소비유도상술)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월 2900원을 내면 모든 주문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월 멤버십 비용을 4990원으로 올리면서 논란이 발생했는데, 사실 평균 택배 비용을 생각한다면 한 달에 두 건 이상 주문하는 이용자에게는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비용 인상에서 논란이 발생한 걸까?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가 물건을 결제할 때 확인하는 결제 조건 안내 문구 바로 아래에 ‘와우 멤버십 월회비 변경 동의’라는 문구를 붙였다. 그 아래에는 ‘동의하고 구매하기’라는 파란 버튼이 있다. 물건을 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멤버십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물건을 사는 것에 동의한다고 착각하게 하는 구성이다.
다크 패턴은 마케팅일까?
‘다크 패턴’은 소비자를 속여 상품 구매나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디자인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일컫는다. UI란 사용자가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환경이다. 예를 들면 매장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 은행 ATM 기계, 모바일 뱅킹 앱 등의 화면 구성이 UI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온라인 세계에서는 화면 구성이 얼마나 편리한가가 관건이다. 연령대에 맞춰 화면 글자 크기를 키우고 복잡한 버튼을 간결하게 만드는 이유다.
반대로 다크 패턴은 화면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어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이는 UI인데, 알게 모르게 이미 일상에도 녹아 있다. 유튜브에서 멤버십 가입을 권하거나, ‘오늘까지만 50% 할인’과 같이 구매를 유도하거나, 최저가라더니 막상 결제 직전 추가 금액이 붙는 것들이다. 또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첫 화면을 OO로’라거나 ‘OO쇼핑몰 설치’라는 식으로 원하지 않는 것을 자동 설정하게 하는 것도 다크 패턴의 일종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방법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여러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구매를 유도하거나, 당장 어떤 불이익이 생길 것 같은 안내 문구로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다. 다크 패턴을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빅데이터 시대, 규제 마련해야
다크 패턴은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손해 보도록 하지만 불법은 아닌 데다 소비자도 속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규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자결제 등이 일상화되고 온라인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이기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화면 구성이 복잡할수록 소비자를 속이기 쉬운 환경이 되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사용자 소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다크 패턴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최근 유럽연합은 다크 패턴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도입하기로 했다. 특정 선택을 더 두드러지게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다크 패턴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다크 패턴 규제 움직임이 없어 규제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크 패턴 주요 사례
1 소비자 동의 없이 추가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직접 제외하지 않는 한 구매되도록 유도
2 최저가로 유도한 뒤 배송비·수수료·옵션비 등의 추가 비용을 결제 직전에 부과
3 ‘한 달 무료 체험’이라며 클릭을 유도한 뒤 반복적으로 수수료 청구
4 ‘마감 임박’, ‘한 개 남았어요’ 등의 문구로 소비하도록 유도
5 ‘유용한 정보를 받기 싫어요’와 같은 표현으로 소비자가 마치 손해 보는 것처럼 표현
6 ‘회원 탈퇴’ 등의 버튼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 계약하기는 쉽지만 해지하기는 어렵게 함
7 거짓 후기나 체험기로 광고가 아닌 것처럼 속여 소비자가 후기를 믿게 함
국토교통부는 경북 경주시, 경북 의성군, 전북 장수군 총 3곳을 ‘고령자복지주택’의 2022년 제1차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주시 120호, 의성군 60호, 장수군 80호로 총 260호가 생긴다.
고령자복지주택이란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자체와 협의해 지정한 65세 이상 노인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고령자 주거 안정을 위해 무장애 설계(Barrier-Free Design)가 적용된 임대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을 함께 조성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업 대상지 선정은 임대주택 규모, 사업비 분담방안, 사회복지시설 설치·운영계획 등에 대한 지자체 제안, 현장조사 및 평가위원회를 통한 입지 적정성, 수요 타당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이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정된 3곳인 경주시, 의성군, 장수군은 3곳 모두 고령화율(24~43%)이 전국 평균(17%)보다 훨씬 높은 곳이다. 즉 고령자 주거 수요가 높은 곳으로 고령자복지주택은 고령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설계됐다.
무장애 설계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불리기도 한다. ‘누구나 사용하기 편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목적으로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도구나 시설, 설비를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우리나라는 ‘주거약자지원법’을 두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주거약자지원법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등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이 주거약자지원법에 따라 주택과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규정에 따르면 출입문은 너비 85cm 이상이 되어야 하고, 출입문 옆에는 60cm 이상의 여유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출입문 손잡이는 레버형 손잡이 등 잡기 쉽고 조작이 쉬운 것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어르신들의 낙상 방지를 위해 미끄럼 방지 마감재를 써야 하고, 높이조절이 가능한 세면대를 설치해야 한다. 거실, 욕실, 침실에 경비실이나 관리실과 연결할 수 있는 비상연락장치 설치도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시니어 카페, 옥상 텃밭, 건강관리실 등 고령자 특화 복지시설을 계획했다. 특히, 고령화율 전국 1위인 의성군은 인접 공립요양병원, 고령친화복지교육센터, 종합복지관, 재가복지시설 등과 고령자복지주택을 연계할 예정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국토교통부 김홍목 주거복지정책관은 “고령자복지주택은 저렴한 임대주택과 함께 요양・돌봄・일자리 등 고령자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27년까지 매년 1천호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새롭게 조성될 경북 경주시, 경북 의성군, 전북 장수군의 고령자복지주택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기관과의 협업 등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 지역 내 고령자 주거복지의 실질적인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청각을 비롯한 오감의 쇠퇴, 기억력 감퇴나 근력 감소, 민첩성 저하 등. 노화로 인해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곤 한다. 계단 오르기, 작은 글씨로 된 안내문 읽기 등 나이 들기 전과는 달리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이 있다.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 문화적 배경 등에 구애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생활 속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로는 벽과 바닥, 위생기기의 색을 다르게 적용한 화장실이 있다. 노화로 인해 시야가 흐린 노인의 경우 색상이 구분되지 않으면 변기에 부딪힐 위험이 있지만, 색상으로 벽과 바닥을 구분하면 시야가 흐린 노인들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고령자 인구는 총 153만 4957명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령자 인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건축계획단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물을 신축‧증개축 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했다. 이에 서울시 내 경로당이나 치매전담시설 등 최근 지어진 노인 복지시설에는 노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개발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그 중 하나다. 치매 노인의 신체‧정신‧사회적 특성을 맞춤형으로 고려한 이 디자인은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 개발에는 노인요양센터 종사자와 보호자, 치매 관련 의료계‧학계 전문가와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기존 요양시설보다 더 넓은 1인 생활공간과 공동거실, 전문 요양인력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공용공간(공동거실 등), 개인공간(생활실), 옥외공간 등 치매전담실 내 모든 공간을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한 것이다. 병원이나 시설 같은 느낌은 최소화하되, 거주하는 어르신들끼리 즐겁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분리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2곳에 적용됐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이를 적용하고, 디자인 가이드북을 공개해 민간 영역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는 노인복지시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시설 개선에 나섰다. 지역내 구립경로당 23곳 중 노후 정도와 이용 인원 등을 고려해, 가장 시급한 곳부터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로당 이용자 워크숍, 주민설명회 등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유니버설디자인 설계를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장충경로당, 12월에는 필동경로당과 다산동 충현경로당이 새단장을 마쳤다.
필동경로당과 충현경로당의 경우,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후화된 내외부 시설을 손봤다. 우선 입구에는 경사로와 안전손잡이를 설치해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타고도 경로당을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악천후를 대비해 현관에 캐노피(덮개)를 설치하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복도와 계단에는 픽토그램을 활용한 안내판을 부착했다. 또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계단에는 안전손잡이와 미끄럼방지패드가 붙었다. 가장 노후화된 공간이던 화장실은 출입문부터 세면대, 변기 등 내부시설을 모두 교체하고, 위급상황 발생을 대비해 비상벨을 설치했다.
삼화페인트는 한국컬러유니버셜디자인협회와 함께 2015년 국내 도료업계 최초로 노인복지시설을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를 완성했다. 복지시설의 공간을 복도, 침실, 휴게실, 식당 등 목적에 따라 10개로 분류하고, 시각이 약한 고령층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으로 활용할 수 있는 652가지 색과 사인물 사용기준을 담았다. 제품, 건축,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나 색각을 가진 사람을 배려해 시설이나 건설 현장에서 활용해 노인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까지 챙기기 위함이다.
가이드는 홍성군의 여러 노인복지시설에 적용됐다. 고령층 시력, 색상 인지 능력에 맞춰 홍성노인복지관, 홍성유일노인요양원, 사회복지재단 청로회의 복지차량이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고령자들이 선호하며 눈에 잘 띄는 분홍색을 차량에 적용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식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다양한 생애주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모두가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필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단편적인 디자인이 아닌, 공존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이 더 많이, 더 널리 쓰여야 하는 이유다.
2040년 65세 이상 인구 35%, 3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가 머지않았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늘어나면서 도시에서의 요양 시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내가 살던 동네 주변에서 생활 케어를 받으며, 언제든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아픈 노인이 가는 병원 같은 시설로만 인식되던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각종 규제로 묶여 있던 요양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삶의 질 높이는 ‘도심형’ 요양원
요양원에서 생활하더라도 언제든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걸까?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낸 이들이 고령 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도심형 요양 시설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운영하는 도심형 요양원 위례 빌리지와 서초 빌리지에 들어가고자 하는 대기자는 1500명이 넘어간다. 각 정원이 132명, 80명인 것을 감안하면 무척 높은 수요다. 2023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3호점 은평 빌리지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상욱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도심형 요양원의 특징은 자식들이 퇴근하면서 들렀다 갈 수 있을 정도의 생활권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이용자가 내 집처럼 지내면서 원할 때 언제든 친구도 만날 수 있는 도심형 요양원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KB 빌리지는 병원이 아니라 내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환경 설계를 했다. 외관부터 주택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고, 어떤 방이든 창문을 열면 맞바람 치는 구조로 만들었다. 온도에 민감한 고령자에 맞춰 자동온도조절 시스템을 도입했고, 천장과 바닥 모두 난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장 큰 특징은 ‘유닛케어’다. 설립 초기부터 한국 맞춤형인 ‘K-유닛’을 개발한 전문가와 함께했다. 기존 요양원처럼 복도형으로 만들지 않고, 아파트처럼 거실을 중심으로 주변에 방을 배치해 한 층을 하나의 유닛으로 지정한 것. 병원처럼 침대에서 식사하는 게 아니라 거실에 모여 이용자들이 함께 밥을 먹는다. 입주자들의 이동을 도우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구조지만, 운영자의 효율성보다는 사용자의 편리성을 생각했다.
이 본부장은 “서울시의 요양 시설 공급은 수요 대비 50% 수준이고, 저소득층을 위해 구청이 운영하는 복지 개념의 요양원이 많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시작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많아지면 중산층의 장기 요양 수요도 더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두세 군데를 후보로 두고 나에게 맞는 시설을 찾아갈 수 있도록 요양 시설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요양 산업
KB손해보험은 국내 보험사로서는 유일하게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요양 서비스 산업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신한라이프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현실적인 제약이 커서 보험사와 같은 민영기관이 요양 산업에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현행법으로는 10인 이상의 요양 시설은 소유자와 경영자가 같아야 한다. 땅도 건물도 운영자가 소유해야 하는 것. 임대 방식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으니 도심에 요양 시설 하나 지으려면 200억~3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대도시는 이미 개발이 이뤄진 곳이 많아 요양 시설 지을 토지를 찾기도 쉽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욱 본부장은 “도심에 요양원을 지으려면 너무 많은 돈이 드는데, 그로 인해 이용료가 높아지면 이용자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SH나 LH와 같은 주택공사에서 지자체와 함께 재개발이나 신도시 계획 설계를 할 때, 요양 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땅을 공급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멀리 보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한다. 일본은 노인 주거 형태라면 어떤 시설이든 사회보장제도가 적용되어, 요양 시설뿐 아니라 고령친화주택, 아파트 등 노인을 위한 주거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 고령자의 주거 선택 폭이 넓다. 특히 보험사들이 요양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면서 요양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은 곳만 가능하다. 또 보험수가도 4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요양 시설이 4인실로 이루어져 있다. 노년기에 부부끼리 혹은 혼자 생활하는 고령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면 요양원도 1~2인실이어야 집과 같은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지만, 그렇게 되면 개인 부담금이 높아지는 상황. 따라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사회보험제도의 수가가 1~2인에 맞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관심사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를 반영한 요양 시설이 많아지려면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 참여해야 하지만, 운영과 평판 리스크가 큰 산업의 특성상 기업의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제약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요양원 설치 소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요양 서비스 관련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며 요양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동물 사진가 박찬원이 젖소로 돌아왔다. 박찬원의 포토 에세이 ‘사진, 울림 떨림-젖소에게 길을 묻다’가 5월 2일 발행된다.
박찬원 작가의 다른 이름은 ‘동물 사진가’이다. 그는 동물에서 ‘생명의 의미, 삶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살이, 나비, 돼지, 말, 젖소 등을 주제로 해서 11회의 사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 울림 떨림-젖소에게 길을 묻다’는 박찬원 작가가 올 8월로 예정된 12번째 개인전 ‘젖소에게 길을 묻다’를 준비하면서 느낀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사진하는 마음가짐, 기획, 촬영, 작품화, 생각 키우기, 리뷰, 전시, 홍보, 책 쓰기 등 작품의 모든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낸 것도 흥미롭다.
박찬원 작가는 사진을 통해 동물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역설적으로 소란스럽고 복잡한 인간의 세계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철학과 사유의 세계를 만난다. 그가 처음 젖소 목장에 간 날, 목장주는 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 바로 십우도(十牛圖)다. 불교에서는 도를 찾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는데 이를 10단계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한 작가는 줄곧 소를 찾기 위해 애써왔는지도 모른다.
젖소 작업을 하면서 저자는 사진이 도를 찾는 작업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저자가 만학도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겪은 사진 공부 이야기를 담은 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동물 사진가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저자가 사진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그가 고민한 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온 그는 사진에 대한 접근 역시 남다르다. 그는 관객의 시선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진은 죽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의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는 사진의 콘셉트가 무엇이며 어떻게 차별화해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조근조근 설명한다.
또한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사진 전시와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진은 찍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되는 순간 완성된다. 어떤 장소, 어떤 장치 하에 사진을 전시하느냐에 따라 감동은 배가될 수도 있고 반감될 수도 있다. 또한 도록, 포토 에세이, 이벤트, 아티스트 토크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사진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나 전문 사진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찬원은 사진가이자 수채화가, 수필가다. 사진, 수채화, 수필 모두 동물이 주제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 성균관대 재단 상임이사(삼성그룹 부사장),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을 지냈다. 예순이 넘어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사랑한다 루비아나’, ‘말은 말이 없다’, ‘어떤 여행’, ‘꿀 젖 잠’,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요새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나 블로그를 보면 소위 힙한 ‘인싸’들 사이에서 내추럴 와인에 대한 해시태그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의 다양한 취향과 철학을 바탕으로 감성을 드러내고 즐기는 마니아들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추럴 와인이 짠!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다. 산업 발전의 격동기인 1980~90년대에 이어 2000년대부터는 웰빙(Well-being), 로하스(LOHAS) 등의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올랐다. 자연주의를 내세우는 내추럴 와인은 친환경주의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와인 문화를 형성하는 하나의 움직임으로서 유기농·친환경 등의 자연주의 방법으로 생산한 순수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매력물로 등장했다.
해외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확산되는 추세다. 2016년 10월 ‘뉴욕 타임스’에서는 ‘The Next Generation of French Wine Makers’라는 헤드라인과 ‘Bring on Natural Wine’이라는 제목으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는 젊은 와인메이커와 내추럴 와인 트렌드에 대해 조명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내추럴 와인을 소비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과 파리를 중심으로 최근 4~5년 사이에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내추럴 와인이 이젠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이런 현장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 문명의 도움으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내추럴 와인 가이드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Raisin’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파리, 도쿄,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좌표가 포도송이처럼 오밀조밀하게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추럴 와인 관련 시음회나 행사도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파리 와인 위크엔드(Paris Wine Weekend), 로 와인 페어(Raw Wine Fair), 루트 스톡 시드니(Root Stock SYDNEY)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Vinofeel)에서 주최한 살롱 오(Salon O)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내추럴 와인 시장이 점점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렇듯 높아진 관심만큼 국내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주의 와인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의 갑작스러운 인지도 상승이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거품처럼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게 현실이다. 아직 유럽에서조차 내추럴 와인에 대한 정의가 없다.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 영국 유학 시절 우연히 들른 와인 상점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생은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너무 짧다’라는 강렬한 문구에, 나쁜 와인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나쁜 와인보다는 다양한 와인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봤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다.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생산지의 테루아, 양조가의 철학, 와인이 유통되는 이동 마일리지와 컨디션에 따라서도 최종 소비자가 경험하는 와인은 다채롭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내추럴 와인이 최근 뜨겁게 재조명받고 있는데, 내추럴 와인, 오가닉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과 내추럴 와인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연배우를 위해 필요한 연출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어쨌든 포도와 효모가 주인공이다.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약간의 다른 점이 각각의 와인 명칭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품질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와인을 편의상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해서 품질의 고저(高低)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널리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와인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테루아, 혹은 포도의 재배와 와인 생산 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내추럴 와인과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내추럴 와인의 포도 재배와 양조 방법의 기본은 일단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유기농 와인은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유전자 변형물(GMO), 곰팡이 제거제 등의 사용을 지양해서 포도를 재배한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유기농 재배를 기본으로 달의 움직임(음력)에 따라 포도를 재배하고, 규정(바이오다이내믹 농업 규정 ; BD 500~508 등 9개의 특별퇴비와 소뿔점토 등을 사용)에서 정하는 퇴비만 사용한다. 포도 수확도 기계 수확이 아닌 손으로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유기농 와인의 포도밭은 생물의 다양성과 조화를 존중한다. 100% 자연 부산물 퇴비만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며, 유기농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1920년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Dr.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에 의해 시작되었다. 혹자들은 유기농 와인보다 상위 단계라고 하는데, 포도밭을 자체적인 자연 순환이 가능한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이란 무엇인가? 내추럴 와인은 언제나 존재해온 와인이며, 전혀 새로운 존재는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족한 식량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농업 분야에서 신품종 개량과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통해 식량 생산이 증가했다.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 재배에도 화학약품 등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만든 와인은 설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내추럴 와인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이는 이자벨 르게롱(Isabelle Legeron)이다. 아버지와 삼촌 등 친척들이 화학물질 노출 등에 기인한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걸 목격한 그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내추럴 와인이 필요하며, 땅의 정화 작업과 함께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내믹 방법으로 포도를 재배, 생산하는 것을 기반으로 최소한의 조정만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개인의 와인 생산자가 적은 포도 수확량으로 정제된 효모가 아닌 야생 효모를 사용하고, 대부분 청징(Fining)과 정제(Filtering) 과정을 최소화하거나 시행하지 않고 이산화황의 첨가도 배제한 상태로 와인을 생산한다. 매년 생산량과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지만, 환경 사랑과 장인정신에 가치를 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만점이다.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레이블 디자인도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지만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천연 이산화황의 존재로, 각 와인 스타일별 SO2 허용량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아쉽게도 현재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와 법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건강과 자연, 환경 등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내추럴 와인은 테루아라는 작곡가가 만든 클래식 음악을, 연주자인 와인메이커가 품종이라는 악기를 이용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내추럴 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와인 정보에 대한 목마름과 신비주의가 와인을 더욱 멋있어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이기도 하다. 유기농 와인, 내추럴 와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러저러하게 와인 라벨 판독은 끝났지만, 정말 내추럴 와인인지, 유기농법이 확실한지, 관련한 인증이 있는지, 최소한의 규정은 지켰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 정식 인증을 거친 와인에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인증은 있을까? 프랑스에는 AVN((L'Association des Vins Naturels, www.lesvinsnaturels.org)이라는 단체에서 발행하는 내추럴 와인 인증 마크가 있긴 하지만 모든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이 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생산자의 와인 생산에 대한 풀 스토리를 들어야만 비로소 내추럴 와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아직 프랑스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하니 하루 빨리 관계 법령이나 최소한의 정의가 내려졌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내추럴 와인의 정체성이 단 몇 마디 말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니, 지금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모순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인증과 등급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셀프 어필(?)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이름표’가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런 ‘이름표’가 있는 와인이 등장했다.
내추럴 와인만 수입하는 국내의 한 수입사는, 회사명 이니셜을 딴 동그란 스티커를 와인병에 붙여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나라 정부기관에서 공식 인증하는 마크도 아니고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스티커도 아니다. 해당 수입사는 수입할 내추럴 와인을 선정한 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수입 과정과 셀러링 조건 등을 만족하는 와인에만 스티커를 붙인다고 하는데, 엄선해서 수입하는 와인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녹아 있는 듯하다. 이렇게 내추럴 와인 소비자와 애호가들을 위해 이름표를 붙여주는 생산자나 수입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구수한 트로트 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