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며 노화를 겪는 몸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노인의 나라에서 돌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OECD는 2040년 우리나라가 2040년에 세계에서 요양 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벌어진 일인데, OECD는 2040년까지 노인돌봄인력을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게다가 노인 스스로가 대표적인 노인돌봄시설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장기요양기관 입소를 원치 않는다. 노인 스스로가 지역 사회를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다양한 통계자료로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그간 맺어 온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주목한다. 서울연구원의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들은 책 ‘노인을 위한 동네-고령친화 지역사회 만들기’에서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령친화사회’의 열쇠가 노인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동네에 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노인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저자들이 책에서 짚었듯, “하나의 정책만으로 오랜 시간 고성장 산업화에 맞춰 형성되어 온 우리 도시와 동네가 금세 노인도 행복한 삶터로 바뀔 수 없다.” 노인이 집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삶의 직접적 공간이 되는 지역사회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동네’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
이에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위해 어떤 지역사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차례는 미국이다.
WHO 기준 맞춰 운용, 뉴욕‧포틀랜드 참고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표한 바 있다. WHO는 2006년부터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를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교통, 주거, 사회참여 등 8개 영역, 84개 세부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지역에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부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1개국, 1445개 도시가 가입해 상호 교류 중이며, 국내에는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마포구, 전라북도 완주군 등 40개 지자체가 가입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07년 ‘고령친화 뉴욕’ 정책을 발표한 뉴욕시는 201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이에 걸맞게 뉴욕은 고령자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고령친화 안전도로조성사업을 통해 버스정류장의 휴식시설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택시 바우처를 개발하는 식이다. 또한 고령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통해,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고령친화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편의나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한다.
포틀랜드의 사례도 눈여겨 봄직하다. 2006년 미국에서 최초로 WHO 글로벌 고령친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도시로, 현재까지도 주택, 교통, 디자인 등 물리적 환경에 중점을 두고 보다 고령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사회 내 50세 이상 중장년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튜터링 자원봉사 프로그램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중장년 튜터 97%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중 57%가 읽기 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주택 수리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 정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2 가을호에 실린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도 WHO의 기준에 근거해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 안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주택의 안전 및 기능을 향상함과 동시에 주택을 소유한 저소득층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연 3천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다. 프로그램은 화장실의 미끄럼을 방지하고 단차를 제거하거나, 안전바‧손잡이를 설치하고, 보조의자나 가정용 리프트를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집을 수리할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있다. 농무부는 △거주지 중위소득 50% 미만이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실거주자이고 △62세 이상 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는 최대 1만 달러, 대출 받을 자격이 인정된 노인은 대출금 4만 달러를 합쳐 최대 5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노인 대상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s Act)에 기초한다. 고령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의한 노인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의 비영리기관에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은 교통수단의 유지‧보수, 휠체어 관련 장비 구매, 대중교통 운행 시간표와 같은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분야에 쓰인다.
이러한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요양인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노인법의 ‘가족 요양인지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외에도 가족 요양인에게 상담이나 자조모임, 요양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돌보는 18세 이상의 가족 요양인 혹은 55세 이상의 친척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당연해진 사회, 인터넷 요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대면 사회 교류를 돕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1년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노인에게 매달 최대 50달러의 인터넷 요금 할인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용자들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최대 100달러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국이지만 한계는 있다.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의 저자는 “동‧서부의 큰 도시에만 정책이 몰려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작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지원 프로그램이나 혜택에서 빗겨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를 대비해야 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마켓발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유럽의 빈티지 숍을 방문한 듯한 착각을 안긴다. 빈티지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매장 안에 빼곡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상품들은 사실 누군가가 기부한 리사이클 제품이다. 새로운 주인에게 다시 쓰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리사이클(재활용품) 스토어는 ‘마켓발견’의 일부에 해당한다. 마켓발견은 물건과 사람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주는 새로운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향점은 업사이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여기서 업사이클이란 리사이클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은 친환경 용어다. 그러나 마켓발견은 비단 환경만을 생각하는 곳은 아니다. 물건과 사람의 가치를 발견해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꾼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잃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 마켓발견은 사람도 물건처럼 업사이클이 가능하고, 다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 실현된 꿈
누구나 마음속에 꿈 하나씩은 품고 있다. 워킹맘 조소연 대표에게는 오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바로 덴마크 시민학교에 가는 것. 마음은 언제든 덴마크에 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어린 두 딸을 두고 해외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교육을 전공해 육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소연 대표에게 육아에서 벗어나는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이 1년간 외국에 나가게 된 것. 조소연 대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7년간 잘 다니던 회사에 바로 사표를 내고 덴마크로 떠났다.
“덴마크 시민학교에서는 사람들이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라고 꿈에 관해 물어봐요. 제 꿈은 제가 추천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죠. 제 꿈에 대해 한 천 번쯤 말한 것 같아요. 전에는 너무 방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말하다 보니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덴마크에서 돌아온 후 약 7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조소연 대표는 2018년 마켓발견을 창업했다. 평소 재활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리사이클 스토어를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조소연 대표는 ‘점프업5060’에 참여했으며, 마켓발견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저는 원래부터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꿈꾸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점프업5060’을 하면서 컨설팅도 받고 배워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서 서로 협력한 점도 좋았고요.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추천합니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성장하면서 마켓발견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마켓발견에서는 업사이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강사 양성 과정까지 다양하다. 업사이클 디자인 전문가 자격증 발급 클래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간 대여도 가능해 문화 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다.
“리사이클 매장을 운영하면서 판매 안 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업사이클 원데이 클래스를 하게 됐죠. 주방용품으로 조명 만들기부터 시작해 매월 한 번씩 원데이 클래스를 하다 보니 어느덧 300개가 넘더라고요. 그러면서 강사 양성 교육도 하게 됐고, 강사 파견도 하게 된 거죠.”
다시, 시작
마켓발견은 사람도 업사이클되는 공간이다. 조소연 대표는 “물건이 리사이클되고 업사이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켓발견에서 취향에 맞는 클래스를 발견해 지속하다 보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업사이클 강사, 제품 판매자, 디자이너, 제품 제작자가 될 기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하면서 변화해가는 것. 그것이 마켓발견에서 말하는 리사이클, 업사이클이에요. 그러니까 마켓발견은 엄청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해서 자신의 우울감을 해결해가는 곳이죠. 저희는 리사이클, 업사이클 회사가 아니에요. 리사이클, 업사이클은 저희 마켓발견 속의 ‘생활’입니다. 마켓발견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죠.”
조소연 대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에 마켓발견은 성장세에 있었다. 마켓발견의 주 수입원은 매장인데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매장)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클래스도 다양해지던 시점이었다.
이제 빛을 보는가 싶었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조소연 대표는 무기력해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힘들어서 폐업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마켓발견과 함께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공모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 폐업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저희 직원들은 물론이고, 마켓발견을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거죠. 무엇보다 마켓발견을 통해 자기 삶을 찾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습니다.”
조소연 대표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났다. 지난 11월 마켓발견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했다. 3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자리 잡은 마켓발견은 건물 전체의 공간기획을 맡았다. ‘점프업5060’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였고, 공간의 감성이 업그레이드됐다. 조소연 대표는 새로운 공간에서 꿈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지역사업, 좋은 일, 비즈니스를 섞어서 운영해왔어요. 이사를 하면서 그 부분을 정돈해가고 있습니다. 마켓발견의 미션은 업사이클링을 매개로 신뢰 가능한 상품, 서비스를 가치 있게 제공하는 것이에요. 전에는 제 꿈이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 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해 새 인생을 펼치고 있는 중장년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디지털이 아닌 것들이 남아 있었으면 했다. 캘리그래피 손글씨 카드를 만드는 이유다. 주변에서는 “요즘 누가 손편지를 쓰느냐”고 했지만, 6년째 캘리엠 카드를 찾는 이들은 줄지 않았다. 박서영 대표는 ‘진심’이 담긴 감성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믿는다.
오랫동안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한 박서영 대표는 2016년 ‘캘리엠’을 창업했다. ‘캘리그래피 모놀로그’라는 이름으로 운영한 개인 블로그에서 이름을 따왔다. 박 대표는 캘리그래피 작가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문구가 적힌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 사업이 들이는 품에 비해 수익은 크지 않아요. 재고 관리도 어렵고요. 처음 창업했을 때 주변에서 조금 하다 말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요즘 누가 종이를 쓰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이 아닌 것들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카드 한 장으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거잖아요. 읽고 버릴 순 있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진심을 읽는 거니까요. 그래서 취미생활처럼 묵묵히 꾸준히 했어요. 신기하게도 수요는 늘면 늘었지 줄지 않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늘어나자 오히려 카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디지털이 아닌 것들의 가치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 박 대표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물론 어떤 메시지를 카드로 전할까 매번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토끼해, 호랑이해처럼 시기에 맞는 문구를 매년 새로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버이날 문구다.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우리 엄마여서 고마워요’, ‘우리 아빠여서 고마워요’로 나누었는데 정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여전히 캘리엠의 베스트셀러 카드이기도 하다.
공공디자인에 눈을 뜨다
박 대표는 2018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여름편 캘리그래피’ 작가로 선정돼 처음 공공 글판 작업을 했고, 이를 계기로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저 도시에 문구 하나가 걸렸을 뿐인데 지나가던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그 글을 보러 일부러 누군가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고 느꼈다.
“무언가를 고친 게 아니라 늘 지나가던 길에 문구 하나 더 있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도시에 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더라고요. 오래됐다는 이유로 뭐든지 갈아엎는 건 재건축에 가깝겠죠? 제가 하고 싶은 도시재생은 오래된 것에 감성을 입혀서 활성화하는 일이에요. 약간은 손봐야 하겠지만, 사람이 모이도록 해서 그 지역 안에서 자부심을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일이랄까요? 도시재생의 중심이 ‘사람’이 되는 거죠.”
공공디자인이 갖는 힘을 경험한 박 대표는 2019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실시하는 ‘점프업5060’ 프로젝트에 신청했다. 항상 지나다니던 일산시장에 글판처럼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간판에 가게 이름만 적는 게 아니라, 가게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메시지로 전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순댓국 한 그릇으로 오늘 하루가 따뜻하기를’이라는 문구로 감성도 의미도 전달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간판 사업은 지자체, 협의체, 상인, 주민 등 다양한 사람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했다. 또 도시계획이라는 프로젝트 안에서 움직여야 할 일이라 개인이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박 대표는 간판이 아니라 제품 패키징에 그 가치를 담아보기로 했다. 지역에서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가게의 상품에 브랜드 가치를 녹여 예쁜 패키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강원도 고성군의 로컬 상품들을 패키징하는 일을 했다. 앞으로도 로컬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패키징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 목표다.
감성 우체국 ‘엽서가게’
박 대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사람을 중심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러오는 일이다. 예를 들면 동네 책방이지만 그곳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뜨개질도 하고 대화도 하는, 책을 판매하는 서점 역할뿐 아니라 사랑방 역할도 하는 것. 그래서 ‘점프업5060 재도약 과정’을 통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엽서가게’를 열었다.
“감성 우체국이에요. 저희 캘리엠 문구 카드가 있고요. 지역 작가님들이 그린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었어요. 지역에 판로가 없는 디자이너들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동네에 그림 잘 그리시는 분이 오시면 저희가 엽서로 만들어드리고 판매 수수료를 드릴 수 있겠죠. 엽서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이곳에서 엽서를 사서 편지를 쓸 수 있고요. 카드를 우체통에 넣으면 저희가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하려고 해요. 또 해외 작가의 카드들도 가져와서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엽서들을 판매할 예정이에요.”
이제 막 문을 열었기에 어떻게 소문을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무엇이라도 되리라 생각한다. 동네 책방과의 협업도 생각하고 있다.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디딤돌 만들어 올라서기
점프업5060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 좋은 점은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를 때 기초를 닦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더 좋은 점은 같은 프로그램에 지원한 대표들과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 도시재생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소통이 중요한 만큼,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대표들과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무척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은퇴 이후의 삶은 무능력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현재 트렌드도 잘 못 따라갈 것 같죠. 어쩌면 그간의 경험이 현재 바뀌는 시류를 따라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낼 수 있어요. 그럼 더 애착이 가요. 저는 은퇴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제 친구들에게도 늘 말해요. ‘그냥 창업해!’라고요.(웃음)”
박 대표는 2016년 캘리엠 창업, 2019년 주식회사 캘리엠 법인 전환, 2021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등을 밟으며 성과를 냈다. 그 배경에는 정부 지원사업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초를 닦았다면 이제 스스로 디딤돌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원사업에 신청하고 선정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지원을 받았으니 결과보고서를 내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느 순간 숙제하듯 일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어느 정도 기초를 닦았다면, 지원사업을 벗어나 자신의 것을 해보는 용기를 꼭 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키오스크의 시대다. 은행의 ATM 기계, 공공기관의 무인 발급기, 영화관의 무인 발권기, 주차장 사전정산 키오스크, 쇼핑몰 내 공간 안내 키오스크 등 코로나19는 일상 곳곳에 사람 대신 기계를 놓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정보를 얻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생긴다는 점이다. 유니버설 키오스크가 등장한 배경이다.
2021년 통계청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100% 기준)의 75.4%였다. 고령층은 69.1%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반국민과의 디지털 격차가 30%나 벌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205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되는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선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의 노년층 : 포용 혹은 소외’ 보고서에서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변화에서 소외된 노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은 온라인 기반의 각종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에서도 제외되어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면서 “나이와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ICT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노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요구와 능력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CT 유니버설 앞당긴 비대면 시대
빠른 고령화와 비대면 시대로 인한 디지털 가속화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앞당겼다. 최근 강남구청, 강남구보건소, 동대문구청, 금천구청 등 행정기관과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문화재단 등 문화시설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다. 비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고령자, 아이, 휠체어 이용자, 외국인 등 말 그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키오스크다.
이 제품은 점자를 이용한 ‘닷 워치’와 ‘닷 패드’로 시각장애인들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소셜 벤처 ‘닷’(dot)이 개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주문용 키오스크, 길 안내용 키오스크, 박물관용 촉각 전시 키오스크 등으로 나뉜다. 고미숙 닷 커뮤니티 매니저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정보 격차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많다는 걸 느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다가오면서 유니버설 키오스크는 빛을 발했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는 디지털 점자·촉각 패드가 있다. 음성 안내 버튼을 누르면 시각장애인도 스마트 키패드와 패드를 활용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 서비스가 있으며,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를 지원한다.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한눈에 잘 보이는 UI를 설계했고, 고령자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돋보기 기능이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키가 작은 아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 높이 조절 기능이 있다.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올려다보았을 때 빛 반사로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경우를 고려해 각도까지 반영했다.
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위치까지 가는 길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화면과 함께 음성 내비게이션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부산교통공사의 의뢰를 받아 50개가 넘는 부산 역사 내에 설치할 키오스크를 설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꼭 필요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들은 이 디자인을 통해 편리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들은 고령자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의 30%가 고령자인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고미숙 매니저는 “키오스크 이용법을 몰라 헤매다가 뒤에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눈치가 보여 물러나는 디지털 약자가 많다”면서 “고령자를 위해서는 음성 안내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음성 안내 버튼을 눌렀을 때 ‘오른쪽 위 OO 버튼을 누르세요’ 등 음성으로 이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음성 안내 기능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친절한 키오스크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 매니저는 “요즘에는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종교 권유 활동이라고 생각해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면서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는데, ‘두 번 눌러주세요’, ‘메뉴 카테고리를 골라주세요’ 등의 안내 음성이 나오거나 누를 수 있는 키보드가 달린 터치패드 같은 형태라면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버설 디자인 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화장실·보행길을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 때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인 구유리 홍익대학교 서비스 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총체적인 과정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 디자인의 주요 대상이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면,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구 교수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디자인 철학을 새롭게 깨우쳤다. 디자인이란 미적·상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구 교수의 디자인 철학은 자연스럽게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연결됐다.
“저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학문이 아닌 철학으로 접근했어요. 그리고 그 철학에 접근하는 저의 스킬이 서비스 디자인이란 거죠.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그냥 학문으로 접근했다면 형식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지키는 정답의 디자인, 전형적인 타입의 디자인을 했겠죠. 그런데 저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니즈에 맞게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제가 관심을 갖고 많이 만난 사용자가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메이저 대상으로 바라보는 장애인과 노약자였던 거죠.”
유니버설 디자인을 말하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하나 보여줬다. 담장 너머의 축구 경기를 보려고 하는데, 키가 작은 사람은 경기를 보기 힘든 상황.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담장을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더 나아가 아예 담을 없애고 펜스를 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형평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누군가는 노인에게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노인이 겪는 불편함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다. 노인 입장에서 볼 때 형평성과 평등은 배려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에 편견을 갖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구 교수는 “굉장히 좁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도 있고, 정보 습득이 느린 사람도 있죠. 노인이 되면 그런 요소가 많아지고 눈에 두드러지는 거고요. 그래서 노인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다 보면 모두가 편리하고 포용성 넓은 디자인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요즘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고, 정의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시설뿐만 아니라 작은 변화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교수가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본상을 수상한 ‘스트레스프리 지하철을 위한 서비스 경험 디자인’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시민들이 겪는 지하철 스트레스를 조사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솔루션을 적용했다. 2·4·5호선이 모여 있어 복잡한 역사 내에 환승 구간 천장, 바닥, 벽면에 각 노선별 컬러로 화살표를 그렸다. 또한 혼잡 구간임을 알리는 스크린 도어 그림, 개찰구 근처의 ‘카드를 준비하라’는 메시지 등을 직관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실제로 디자인 적용 이후 시민들이 헤매는 시간이 6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구유리 교수는 최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두경부암 환자를 위한 도움 책을 만들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구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들과 의사들을 직접 만나 통증, 수술 과정, 재활 과정까지 파악한 후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활용하고 글을 줄였다. 또한 다양한 색으로 각 파트를 분리하고 집중도를 높였다.
“두경부암 환자는 노인이 많은데, 수술을 하면 말을 하기 힘들어지니까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와 환자가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을 시각화해서 만들었죠.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 중에서도 노인분들에게는 직관적인 이해, 정보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마트 도시를 꿈꾸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비용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건물이나 시설을 만들려면 복잡한 계획 수립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사 기간은 두 배로 길어진다. 구유리 교수는 “처음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무장애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유리 교수는 완성형 도시의 형태인 ‘스마트 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시대가 열리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형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중요해진다고 짚었다. 구 교수는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설계할 것이냐가 제2의 과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분들은 보통 이동성의 제약이 많죠. 그런데 단순히 턱이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안전한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만남의 장소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하죠. 이렇게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에 접근하는 시도가 늘어날 거예요. 건축, 환경, 인프라,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유리 교수는 지난해 국립재활원의 의뢰를 받아 미래 도시의 노인과 장애인의 삶을 설계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노인 4명의 캐릭터를 만들어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 디자인했다. 많은 대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니즈를 반영했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스마트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죠. 스마트 글라스는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것인데, 길 안내도 해주고 위험한 상황도 감지해 알려주죠. 혼자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도 알려주고요. 기술자분들이 보기에는 이미 기술이 나와 있으니 대단한 얘기가 아닐 거예요. 그런데 사용자는 뭐가 있는지,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구유리 교수는 디자이너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는 기술과 정책을 이어주는 동시에 그것들이 실현되고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한다. 구 교수는 “완성도가 낮지 않고 설득이 가능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콘셉트만 존재한 채 정책화되지 않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디자인은 사용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서 “사회 서비스 정책과 사용자의 삶의 경험이 최대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정책적인 지원도 확산되고 있죠. 이 기회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히 무장애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와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그 개념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하나예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매우 포용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자리한 DDP의 디자인랩 3층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UDP)이 있다. 최근 재단장 후 전시를 재개한 이곳에서는 ‘모두를 위한 기회’를 주제로 미래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전시 중이다. 이제 삶을 바꿔줄 디자인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볼 차례다.
이곳은 ‘디자인 쇼룸, UD 홈’과 ‘디자인 쇼룸, UD 시티’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각각의 섹션에서는 개인의 집 안, 모두가 공유하는 도시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다.
UD 홈 섹션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디올연구소, 다이슨코리아 등의 기업이 참여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영된 패션이나 가전제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의상들과 큼직한 전신 거울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전시를 찾은 이들이 하티스트의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을 지향하는 하티스트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융합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보인다. 재킷과 셔츠 등의 상의 어깨 부분, 등판 전체에 신축성 있는 원단을 덧댄 ‘액션밴드’로 활동성을 높였다. 또한 앉았을 때의 착용감을 고려한 하의 디자인은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도 편하게 입을 수 있어 활동 가능성을 보장한다. 하티스트의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디올연구소는 글자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고령자, 장애인 등 시력 약자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디올연구소는 뭉침을 해결하는 잉크트랩과 속공간 확보, 균일한 좁은 폭 설계, 자간 행간 최적화 등의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을 개발해 국내 폰트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에서도 잘 보이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체를 만들어냈다. 디올연구소의 폰트는 행정양식지, 식품의약품 성분표시, 제품 패키지나 설명서, 각종 안전시설과 공공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시력 약자들에 대한 위험과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있다.
UD 시티 섹션에서는 SK텔레콤과 코액터스, 닷, 이케아 등의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소셜 벤처 기업 코액터스는 ‘고요한 M’ 서비스를 제공하는 ‘UT’ 애플리케이션(구 T맵택시)과 택시 모형을 선보인다. 고요한 M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택시 차량 운전을 지원하기 위해 코액터스가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청각이 약한 기사가 택시 호출 신호를 인지할 수 있도록 UT 앱에 ‘깜빡이 알림 기능’을 추가했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고요한 M 서비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닷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과 더 연결될 때까지 장애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기업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기기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닷 워치’(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출시했다. 작년에는 시각장애인이 그림, 지도 등의 그래픽을 만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시장에 내놨다.
이케아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품질과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모크래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 철학을 반영한 제품을 전시한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5가지 요소인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을 갖춘 프뢰세트(FRÖSET) 이지체어, 부르비크(BURVIK) 보조테이블, 페파르코른(PEPPARKORN) 꽃병, 크닉스훌트(KNIXHULT) 테이블램프, 솔헤타(SOLHETTA) LED 전구 등 이케아의 대표 제품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복순도가, 디스에이블드, 엠틱스코리아, 서울시설공단, 재단장 후 새로 추가된 연지, 호호히 등 다양한 기업 및 기관에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스마트 로봇 체어가 UDP 전시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관람을 돕는다. KT가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주로 사용할 목적으로 출시한 이 의자는 UDP에서 11월 11일까지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추후 지방의 다른 전시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이용 시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이용을 원할 경우 전시장에서 직접 문의하면 된다.
UDP의 전시는 상설 전시로 휴무일이 없고, 관람료는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다. K-커피로 불리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믹스커피가 그 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믹스커피를 흘리지 않고 뜯으려면 가위가 필요했다. 이제는 이지컷(Easy Cut) 선을 따라 뜯기만 하면 된다. 손가락 힘이 없어도, 가위가 없어도 누구든 쉽게 뜯을 수 있다. 그저 뜯기만해도 하루가 달달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신체 조건, 장애 유무 등의 차이가 상관없도록 설계한 디자인이다. 다른 사람의 배려나 도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의 체력, 이동 능력, 인지 능력 등을 고려해 반영한다. 다양성을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접근성 높이는 유니버설 디자인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다문화가정으로 육아 주체가 다양해진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는 육아편의공간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남자화장실 내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불편하다거나 수유실에 남자가 들어갈 수 없어 아빠가 주 양육자인 경우 이용이 어렵고, 엄마도 필요할 때 아빠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불편하다는 등의 민원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인구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 혹은 건장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디자인한 것들이 많다. 경제성장 시대에 빠르게 많이 공급하기 위한 표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수명 연장으로 고령 인구가 늘었고, 다문화가정도 많아졌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사람’을 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령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장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목표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우리는 ‘약자’라는 개념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 때문에 ‘약자‘도’ 편리하게’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양성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최 센터장은 “우리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면서 “결국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도입은 필연적이다. 공공기관은 모든 국민의 접근성을 높일 의무가 있다. 공공시설이나 서비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앞장서서 적용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모든 웹사이트에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담고 있는 웹접근성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2018년 ‘유니버설 사회 실현을 위한 시책의 종합적 일체적인 추진법’을 제정했다. 모든 국민이 장애 유무나 나이에 관계없이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념을 법에 담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1월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 법안이 처음 발의되었고,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행정안전부에서는 공공청사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로널드 메이스 교수가 처음 만든 개념을 기반으로 한 ‘유니버설 디자인 7가지 원칙’을 안내하고 있다.
△누구든지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접근과 사용이 가능한 크기와 공간을 확보한다 △적은 신체 활동으로도 사용 가능하도록 한다 △오작동에 대한 대응을 통해 안전한 사용을 유도한다 △사용자의 환경에 맞는 유연성을 확보한다 △쉽고 이해 가능한 간결한 사용법을 마련한다 △사용자의 상황에 관계없이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한다는 원칙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적용할 수 있다.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필요한 디자인
이 디자인을 통해 불편함을 가장 많이 해소할 수 있는 이들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인구의 20%가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자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고, 이동성을 높인다. 이동이 편리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활동하게 되니 건강해지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정서적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살던 동네에서 친구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살아온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이들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계단 난간에 설치된 안전바가 스테인리스일 경우 한여름에는 뜨거워 손을 델 수도 있다. 한겨울 영하 1℃ 이하 날씨에 얼어붙은 안전바를 급하게 잡으면 위험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바 겉부분을 목재나 플라스틱으로 마감하도록 권장한다.
노화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는 고령자들은 샤워실과 세면실이 투명 유리로 분리된 화장실에서 유리벽을 구분하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잦은 부딪힘으로 멍이 생기고 낙상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경우 거울과 유리벽 테두리를 액자처럼 표현하거나, 바닥과 벽면의 색을 다르게 구분하거나, 세면대와 변기 같은 위생기기 색상을 다르게 하는 등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CUD)을 적용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인도와 도로 사이의 턱 높이도 안전과 직결된다.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 이용자, 보행보조기 이용자 등 바퀴 달린 이동수단을 사용하는 이들의 사고 원인이 되곤 한다. 자동차의 출입을 편리하게 하려고 인도와 도로의 높낮이 차이를 줄인 기울어진 인도 역시 보행자가 쉽게 넘어질 수 있는 구조다. 도로의 횡단보도를 높인 고원식 횡단보도는 이런 안전 문제를 고려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및 이동수단이 장애물 없이 지나갈 수 있고, 도로에서는 방지턱 역할을 해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속도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서도 공간과 공간 사이 바닥의 턱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향후 무인 로봇이 돌아다닐 미래를 생각할 때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20년 정도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이 늦다”며 “어떤 식으로 디자인해야 할지 방법도 필요성도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 사회에서 가장 많은 유니버설 디자인 수혜자는 고령자분들이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직접 느낀 불편함을 창의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니어 전문가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생명이 차별화된 디지털 역량으로 뉴노멀 시대 리딩컴퍼니로 부상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이용자가 늘고,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환경으로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경영 전반에 디지털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제판분리로 디지털 혁신, 상품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이 가능한 만큼 빅테크 보험업 진출에 대비해 비대면 채널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모바일 통합 앱 구축으로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을 한 서비스 확장, 비대면 비즈니스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 또, ‘변액보험 리딩컴퍼니’의 강점을 살려 독보적 변액보험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김남영 미래에셋생명 디지털혁신부문대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금융플랫폼과 마이데이터 산업 등에서 경쟁사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요소를 고민하고 있다”라며 “2020년 10월 고객경험 개선을 위해 기존에 홈페이지, 사이버창구, 온라인보험 등 회사의 업무 구분에 따라 각각 운영되던 기존 사이트들을 하나의 도메인으로 통합하고 미래에셋생명만의 UX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여 일관된 사용자환경과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사이트를 구축했으며 2022년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포함한 모바일 통합 앱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회사 최초 문서 편철 100% 폐지
미래에셋생명은 2020년 12월, 고객프라자 등 고객이 내방해 업무를 보는 창구에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보험과 대출 등 업무 문서를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전자증명서 및 전자위임장을 통해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는 등 미래에셋생명은 종이 없는 보험회사로 탈바꿈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대부분 업무는 고객이 직접 모바일에서 어플리케이션이나 웹 창구를 활용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더불어 카카오 챗봇이나 채팅상담 등 디지털 상담 서비스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모바일 기반의 안정적 업무 환경을 갖춘 상황에서 페이퍼리스 시스템까지 구축되면서 창구를 찾는 고객의 편의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내방 전 구비서류부터 상담에 필요한 제반 서류까지 완벽히 디지털화하며 미래에셋생명 고객은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어떠한 종이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홈페이지+온라인보험+사이버창구 한데 모은 통합사이트 운영
미래에셋생명은 2020년 12월, 통합사이트(https://life.miraeasset.com)를 오픈했다. 뉴노멀 환경에 대응해 고객의 모든 언택트(비대면)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기존 홈페이지 기능에 온라인보험, 사이버창구를 물리적으로 결합했다. PC와 모바일은 물론 사이버창구 어플리케이션 어디를 접속해도 동일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통합사이트는 금융고객의 새로운 언택트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본적 업무 처리는 물론 자산배분 전략과 보장 솔루션까지 얻을 수 있도록 심플하고 명확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이를 위해 고객의 접근단계를 최소화한 메뉴 구성과 모바일에 최적화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또, ‘변액보험 리딩컴퍼니’의 위상에 맞춰 변액보험자산관리센터와 연금자산관리센터 메뉴를 통해 진일보한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 변액보험자산관리센터는 자사 변액보험 고객의 수익률 조회와 펀드변경 등 필수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변액보험의 이해를 돕는 동영상 매뉴얼과 투자정보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는 곧바로 개인 SNS에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 연금자산관리센터에 접속하면 금감원 통합연금포털 예상연금조회서비스와 연계해 미래에셋생명은 물론 타 금융사의 연금자산까지 조회할 수 있어 한곳에서 손쉽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변액보험 고객의 고민을 미리 알고 덜어주는 솔루션도 제공한다. ▲ ‘원클릭 펀드변경’ 메뉴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이 제안하는 추천 포트폴리오로 한 번에 변액보험 펀드 구성을 바꿀 수 있다. ▲ ‘펀드랭킹’과 ‘관심펀드’ 등 온라인 쇼핑몰처럼 간편하게 구현한 툴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즉석에서 포트폴리오도 조정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자산관리센터와 연금자산관리센터 등을 중심으로 통합사이트를 최적의 경험을 전달하는 진화형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언택트 거점으로 삼아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고, ‘보험은 어렵지 않은 친근한 필수품’이란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준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생명, 보험사 최초 모든 보험업무 화상상담 가능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고객이 화상으로 모든 보험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화상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2021년 12월 자사 강남과 대전 고객프라자에 화상 부스를 설치한 것에 이어 2022년 1월 ‘모바일 화상창구’도 연이어 오픈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 고객은 누구나 화상 창구에서 계약 관리와 보험금 지급, 전자서명 등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ATM이나 키오스크 같은 복잡한 기기를 조작하지 않고, 화면의 상담연결 버튼만 누르면 직원과 연결된다. 고령자나 휴대폰 인증이 불편한 해외 거주자도 고객프라자에 내방한 것과 동일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휴대전화를 통해 모바일 화상 창구에 접속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직원과 직접 마주앉은 것처럼 상담할 수 있다. 확인서나 증명서 등 필수 서류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고받는다. 이러한 디지털 상담이 활성화되면 고객이 직접 방문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보이스피싱 방지 등 금융거래의 안정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생명의 화상 상담은 보험사 최초로 모든 업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단순확인 업무에 국한된 1세대 화상 상담과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페이퍼리스(Paperless, 전자서식) 시스템을 접목하여 창구에 내방한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했다. 화상 상담을 통해 계약자 변경처럼 서명이 꼭 필요한 업무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
“내 손안의 고객창구” 사이버창구 확대 개편
미래에셋생명은 1월 24일, 자사 보험 가입자의 업무처리 플랫폼인 ‘미래에셋생명 사이버창구’ 앱을 확대 개편했다. 이번 개편으로 전체 업무의 98%까지 모바일 처리비율을 높여 거의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은 법인고객 서비스 확대이다. 종전 펀드 변경만 가능했던 업무 범위를 대폭 늘려 지급, 가상계좌 신청, 증명서 발급 등의 제반 업무도 사이버창구에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일반 고객 업무도 개선해 비대면 처리가 불가능했던 계약자 변경, 우량체 신청 등의 업무도 사이버창구에서 고객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태아 등재, 가상계좌 신청과 같은 기존 서비스도 개선해 활용성을 높이는 등 고객 편의를 극대화했다.
이외에도 사이버창구 전반에 인슈어테크를 도입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간편비밀번호, 바이오인증 방식에 더해 네이버, 패스(PASS), 앱카드 인증 등을 추가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증과 로그인이 가능하다. 더불어 메인 화면에서 고객의 모든 계약 현황을 대시보드로 한눈에 보여주고, 스마트 안내장의 UI/UX(사용자 경험) 및 디자인도 고객 친화적으로 개편하며 가독성을 높였다.
이 외에도 지속적인 디지털 경영을 통해 빅데이터, AI, 챗봇 등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강화하고, 요소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반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변액자산 관리, 헬스케어 연계, 개인화 콘텐츠 제공 등 고객 경험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또한,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매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과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참가 학생들이 실제 금융 업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관련 금융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실제 업무 적용점을 검토하여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올 예정이다.
“스토어에서 앱 깔고 들어가서 로그인하면 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은 너무나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한 문장은 마치 외국어와 같다. 조금 더 쉽게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고령층은 스토어가 뭔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어디에 설치하라는 것인지, 로그인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 아날로그가 익숙한 이들에게 디지털은 마치 새로운 언어와도 같다. 그럼에도 고령화 시대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에, 이들의 디지털 편의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대신 고령자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디자인을 반영한 고령층 전용 모바일 뱅킹 앱을 내놓는 이유다. UX 디자인은 ‘감성 중심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산업디자인 영역에서 강조되다가, 스마트폰이 급성장하면서 IT 업계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년층의 육체적·심리적 상태에 대한 연구는 공간을 넘어 모바일로 연결되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는 김현지 UX 콘텐츠 매니저와 ‘고령층을 위한 UX 디자인’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UX 디자인을 적용해 고령층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주거 공간을 만든다면,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고령층이 생활하기 적합한 주거 공간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입니다. 공간을 통해 세대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 베리어프리 디자인을 적용할 때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장애물이 없도록 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사회적 약자를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그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실제 고령층은 ‘고령자를 위해’ 고안된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별 대접을 받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요. 베리어프리 디자인은 이를 보완해 계속 진화했고, 이제는 ‘유니버설’(Universal) 디자인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이면서, 고령층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요.
주거 공간은 어린이나 성인도 부주의하면 다칠 수 있는 곳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고령층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요. 아이를 위해 집 안 모서리마다 스펀지로 감싸두는 것처럼 사소한 장애물을 없애는 거죠. 문턱을 없애거나, 욕실과 거실의 단차를 없애거나, 욕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재질 타일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첨단 기술은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작은 제품만으로도 고령자의 삶의 패턴이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은 고령자 주거 공간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젠다카디언’(XandarKardian)은 레이더 기술로 사람을 99.9%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제품을 만들어요.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박스형과 테이블에 둘 수 있는 스탠드형이 있는데요. 카메라나 마이크 없이 레이더만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도 가능합니다. 고령 1인 가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느릴 수 있는데요. 고령자가 거주하는 공간에 센서를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데이터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집 전체를 바꿀 수 없을 때는 이런 제품이 도움이 됩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집 안 곳곳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데요. 이 기술들이 이용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설치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Q 키오스크나 모바일 앱이 늘어나면서,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을 위한 ‘단순한’ UX·UI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위한 모바일 UX 디자인을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요?
‘어포던스’(Affordance) 디자인으로 새로운 제품·기능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고령층이 새로운 기기나 모바일을 사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을 잘못 눌러 갖고 있던 정보나 자료가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휴대폰을 바꿔도 아는 기능만 사용하게 됩니다. 기능이나 화면이 단순하다고 사용이 쉬운 건 아닙니다. 단순함보다는 ‘명확’해야 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디자인으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죠.
‘어포던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이에요. 서비스나 시스템을 만들 때 사용자가 보기만 해도 직관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대략 짐작해 사용하게끔 하는 디자인입니다. 어포던스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면 처음 보는 제품·서비스여도 이전의 경험으로 추론해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은 볼록 튀어나와 있는 버튼을 누르고 싶은 심리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컴퓨터 자판이 그 심리를 이용해 디자인된 제품이죠.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터치스크린보다 버튼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디지털에서 그 기능을 강조해야 할 때는, 누를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햅틱 기능’을 강화해 버튼 누르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노화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고령층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넣거나, 폰트 사이즈를 키우는 등의 고려이지요. 다만 상품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예요. 고령층을 고려해 만든 앱이어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단순한 기능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거든요.
Q 사용자 경험이 잘 반영된 UX 디자인 예시가 있을까요?
최근 2~3년 동안 사용한 앱 서비스 중에서 사용자 경험이 가장 좋았던 건 영국 핀테크 회사인 ‘리볼트’(Revolut)의 ‘리볼트 온라인 뱅킹’이에요. 한국의 토스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모바일 뱅크 앱은 다른 어떤 앱보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3년 전 처음 이 계좌를 개설할 때 ‘한 페이지에 한 가지’(One Thing Per Page)로 디자인된 페이지가 최소 10개 이상은 되었던 것 같아요. 과정이 매우 명확했고, 매 페이지마다 제가 은행 계좌 개설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다고 안심시켜주었습니다.
한 화면에 한 가지 행동만 집중하게 하는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요소라는 걸 느꼈는데요. 노년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한 원칙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수용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뇌에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줄어들고, 신경세포에서는 이런 화학적 메시지에 대한 수용체 일부가 손실되기 때문인데요. 신경세포가 줄어들면 다소 느린 반응을 하거나, 어떤 작업을 마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 단어를 상기하는 능력과 같은 정신 기능의 쇠퇴는 만 70세 이후 기억 용량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한 페이지에 한 가지’ 원칙을 모바일 앱 디자인에 적용하는 건 노화를 경험하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죠.
물론 이로 인해 전체 과정이 길어질 수 있어요. 두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단계를 하나씩 보여주면 열 페이지가 되니까요. 이런 문제는 UX 디자인 설계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진행 바(Precessing Bar)를 통해 현재 내가 전체 단계 중 어느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지 보여주거나, 질문이 몇 개 더 남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혹은 각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화면을 이탈하려는 사용자를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 애플 같은 빅테크 회사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문적으로 쓰는 ‘UX 라이터’(UX Writer)의 역할이 무척 커지고 있어요.
김현지 디자이너가 전하는 시니어를 위한 모바일 UX 디자인 Tip
1. 시력을 고려한다
시력의 변화는 만 40세부터 시작된다. 나이 들수록 색채 시력이 떨어져 비슷한 색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파란색 음영은 희미하게 보인다. 고령층이 쨍한 컬러를 좋아하는 이유다. 색상 대비 비유 검사가 필요하다. 중요한 아이콘의 색상은 푸른 계열을 피하고,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고 싶다면 색상보다 폰트의 크기와 굵기를 사용하자.
2. 인지 변화를 반영한다
인지적 변화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지만 자연스럽게 퇴화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기억, 주의력, 의사결정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기억력·주의력이 약해지면 멀티태스킹이 어렵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한 화면에 여러 기능을 넣지 않아야 한다. 고령층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익숙한 디자인, 레이아웃, 색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필요한 서비스라면 전문가 의견을 노출해보자.
3. 운동 제어 능력
나이 들면 ‘노인성 진전’으로 인해 손떨림 현상을 겪는다. 따라서 화면 아이콘이 너무 작거나 복잡하면 안 된다. 손가락 태핑이 다른 운동 능력보다 늦게 감소해 스마트폰 터치 인터페이스가 고령층에게 더 적합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텍스트 보내기와 같은 수준의 과도한 손가락 태핑을 해야 하는 디자인은 금물이다.
김현지 UX 콘텐츠 매니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 요소와 공간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실리콘밸리 테크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도 일했다. 저서로는 ‘아이와 함께 런던’, ‘한 번쯤은 아일랜드’, ‘아일랜드 홀리데이’가 있다.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왔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 귀농·귀촌 인구 증진에 힘쓰고 있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귀농, 귀산촌, 귀어로 세분화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정부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인구가 농가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귀농·영농 교육 100시간 이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농지와 농가주택 마련 방법, 작물 재배 방법, 판매와 홍보 방법 등을 배운다. 귀농·귀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귀농과 귀촌, 뭐가 달라?
귀농 농어촌으로 이주해 농·어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것.
귀촌 농·어업을 직업으로 삼지 않고 전원생활 등을 이유로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것.
귀농·영농 교육 100시간 채우기
농림축산식품부(농정원 포함), 농촌진흥청, 산림청 및 지자체가 주관 또는 위탁하는 귀농·영농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하면 된다. 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주관하는 농업교육포털(www.agriedu.net)에 등록된 교육 이수와 수료증만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귀농·귀촌을 희망한다면 농업교육포털 가입과 이용은 필수다. 온·오프라인 교육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온라인 교육은 참여 시간의 50% 범위만 인정해주며, 최대 40시간만 인정된다는 점이다.
즉 온라인 교육으로 최대 40시간을 인정받으려면 80시간 이상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교육을 60시간 이상 들어야 100시간을 채울 수 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은?
각 지자체에서는 10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했는지, 농지원부·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주 경작자인지, 생산물에 대한 증빙자료를 갖췄는지, 경작 규모가 기준 이상인지 등의 조건을 충족한 경우 자금을 지급한다.
대표적인 혜택은 농업 창업자금과 주택 구입자금 지원이다. 농업 창업자금은 대출 한도 3억 원 이내에서, 주택 구입자금은 7500만 원 이내에서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연 2% 고정 또는 변동금리이며, 대출 기간은 15년 만기다.
농업 창업자금은 농지 구입, 온실·하우스·저장 시설 설치 및 구입, 농기계 구입, 농식품 가공시설 설치, 축사 구입 등을 지원한다. 주택 구입자금은 주거 전용면적 150㎡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지자체마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아카데미 등이 있을 정도로 귀농과 관련된 교육 과정은 많고 다양하다. 그중에서 시니어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교육 과정을 꼽아봤다.
귀농·귀촌 맞춤형 교육
전직 창업농 교육은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농업인으로서 삶과 변화 관리, 농산물 유통 전략, 농촌에서의 가족 생활 등에 대해 배운다. 은퇴 창업농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농촌에서의 보건의료, 자산관리와 재테크 등을 배울 수 있다.
농업 일자리 체험 교육
농업·농촌 이론 교육 5일, 농작업 실습 교육 5일로 구성되며, 총 80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자체마다 교육이 진행 중이다. 교육비는 국비 100%로 무료다.
지자체 귀농학교
봉화비나리귀농학교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학교다. 봉화의 주요 농산물인 사과, 고추, 수박 등에 대한 농사 기술과 현장실습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 5박 6일 과정이며, 60시간 인정된다. 현재 8월, 9월, 10월 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창녕생태귀농학교 매년 200명의 수강생이 거쳐가는 곳이다. 8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9주 동안 100시간의 교육이 진행된다. 귀농 선배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농장 견학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임업(林業) 관련 일을 하는 귀산촌은 귀농 안에 속하고, 농업교육포털에도 교육 과정이 등록돼 있다. 다만 귀농은 농업진흥청이, 귀산촌은 산림청이 주무 관청이자 지원기관이다.
귀산촌은 행정적으로 산림기본법상 산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산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산림 관련 커뮤니티 활동이나 생활·생업을 위해 산촌으로 이주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전원생활, 나무·열매·버섯류·산나물류·약초류 등의 임산물 재배, 산촌 유학, 체험농장 운영, 농·임산물 유통 등의 일을 한다.
임업후계자 교육
임업후계자 교육은 예비 귀산촌인을 위한 대표적인 교육이다. 임업후계자란 임업의 계승·발전을 위해 임업을 영위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산림청 소속 기관인 산림교육원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청과 함께 귀산촌 교육을 기획·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귀산촌 아카데미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무료 공개 강좌로 귀산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 더불어 산양삼과 산나물 재배기술 과정도 진행한다.
경남귀산촌학교 퇴직 후 제2의 삶을 찾는 사람,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귀산촌 정착에 관련한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농장디자인 과정, 산림경영 과정 비대면 교육도 있으며, 6월에는 야생화 소득증대 과정 교육이 열린다.
귀어업인은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어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어촌어항공단이 귀어귀촌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지자체마다 귀어귀촌지원센터가 있다.
어촌에서 어업, 양식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3단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먼저 이론 교육을 받고, 이어 단기 기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업, 양식업 분야 현장견학 및 체험 위주의 단기 기술 교육으로 창업 업종을 선택하기 전 다양한 어업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그 다음에는 장기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촌에 임시로 거주하며 어업, 양식업 기술 등을 배우는 교육이다. 귀어학교를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귀어학교
이론부터 실습, 어업 소득 기반 실현을 위한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 실습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귀어학교는 경상남도 귀어학교로, 2018년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천시에서 8번째 귀어학교가 개교한다.
인천시 귀어학교 2023년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으로, 연간 80여 명의 수산 전문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어업과 양식업을 포함해 어촌 관광·서비스업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어촌체험휴양마을
본격적으로 귀어업인이 되고자 마음먹기 전,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는다면 어촌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어업 체험을 중심으로 어촌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등을 연계해 관광 기반시설을 조성한 곳이다. 현재 전국 121곳의 어촌마을이 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 우럭조개잡이, 쏙잡이, 개막이 체험, 자연산 돌굴까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직접 잡은 해산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재미를 더한다.
울산 주전어촌체험마을 육지에서 유일하게 30년 이상의 베테랑 해녀 선생님들로부터 물질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해녀 밥상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스킨스쿠버, 투명카누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