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MZ세대(Millennial Z)는 1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세대를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요즘 MZ세대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작가 김영기는 저서 ‘MZ세대와 꼰대 리더’에서 MZ세대의 특성을 6가지로 요약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수평적 소통, 빠른 보상(을 원하고), IT 원주민(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모바일(에) 연결(돼 있다)”이라고 했다. MZ세대는 ‘공정’을 중시하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삶을 독립적으로 설계한다. 일터는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는 곳’으로 본다. 남녀 간 차이도 공정의 틀 안에서 해석한다.
MZ세대의 이런 가치관은 정부 정책과 기업 문화, 정치 문화의 변화를 몰고 왔다. 기업은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 새로운 리더십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주자의 덕목 중 하나로 ‘MZ세대 인기’를 꼽았을 정도다. 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점에서 이런 대응은 당연해 보인다.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요즘 어른’들은 어떤가. “라떼는(나 때는)~” 하면 바로 ‘꼰대’라는 낙인이 찍힌다. 권위주의에 똘똘 뭉친 어른으로 몰린다. 빈곤, 무능의 평가도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 노화로 인해 상대적 무능력자가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의 저자 김용섭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우리는 요즘 애들뿐만 아니라 요즘 어른들도 잘 모른다”며 “4060세대 역시 변화와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0년대 출생)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거대한 인구 집단으로 경제사회적 영향력도 여전하다”며 “MZ세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식스티’로 거듭났다. 현재 시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트렌드 연구 집단 ‘샌드박스네트워크 데이터랩’은 최근 펴낸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 1964년생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전쟁 종식 11년 후에 태어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17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했고, 25세에 서울올림픽을 지켜봤다. 30대에 무선호출기를 사용했고, 35세에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45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다.” 정리하면 ‘60세 어른’은 전후 세대에 태어나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개최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 그 과정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냈다.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뤄낸 주역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교를 탄탄하게 놓은 세대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다. 이를 보면 국내 가계 평균치는 자산 5.47억 원, 부채 0.92억 원, 소득(이하 2021년 기준) 0.64억 원이다. 누가 돈을 많이 버는지, 부자인지 살펴보니 50대가 자산 6.42억 원, 소득 0.81억 원으로 최고였다. 60세 이상은 자산 규모에서 4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43억 원이다. 소득은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지만, 연간 4000만 원 이상(0.46억 원) 벌었다. 50대가 가장 부자 세대이고, 60+ 세대도 살 만한 세대라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늘 그래왔다.
50+ 세대의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연구 자료는 더 있다.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통계청). 순자산 상위 1%의 평균 연령을 살펴봤더니 63.5세다. 60대 비중도 35%나 된다(NH투자증권).
자산만 많은 게 아니다. 50+ 세대는 생각보다 젊다.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의 내용을 인용하면, 20대 여성들이 사용하는 패션 앱 광고 모델로 등장한 대한민국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씨의 나이는 76세다. 개그맨 유재석, 배우 장동건, 문소리, 오나라, 신하균, 곽도원, 가수 서태지, 박진영 씨 모두 50대다. 생각보다 젊기만 한 것도 아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를 보면, 2023년 50세 이상 인구는 2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달한다. 5060세대로 좁혀도 31%나 된다.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듦을 거부하며 과거의 삶을 다시 가꾸고, 아이처럼 놀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해를 주도할 세대는 MZ세대가 아닌 시니어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경제가 나빠지면서 MZ세대는 지갑을 닫고 있다. 50+ 세대는 자산도 많고, 소득도 괜찮고, 여전히 젊고 더 젊어지려 한다. 노동(勞動)이 아닌 노동(老動)의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경험과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일자리 시장의 주요 공급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구매력과 노동력을 갖추고 소비력이 왕성한 50+ 세대는 한국 사회의 주류 세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 기업은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청년 정책과 더불어 젊어진 50+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말이다. 당장 시작하기 바란다.
환경과 패션을 결합한 신개념 패션쇼에 시니어 모델들이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신당동 르돔에서 진행된 ‘FASHION for ECO with EMA’가 성료했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라는 주제로 (주)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와 K-패션의 리더 와이쏘씨리얼즈(Whysocerealz), 트리플루트(TRIPLEROOT)가 함께 기획했다. 패션쇼뿐만 아니라 MUD의 댄스 퍼포먼스, 나무 심기, 바자회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시선을 끌었다.
패션쇼의 또 다른 특이점은 무대에 오른 모델들이 모두 시니어모델이라는 점이다. 엘리트모델에이전시는 시니어모델 전문 에이전시이자 아카데미다. 시니어모델들은 패션쇼의 의미가 좋아 적극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패션쇼의 의상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책임졌다. 즉, 환경보호를 주제로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의미를 더했다.
와이쏘씨리얼즈 이성빈 디자이너는 ‘FASHION for ECO with EMA’를 연 배경에 대해 “트리플루트와 EMA와 함께 행사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콘셉트에 대한 논의 중 ‘ECO’,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의 콘셉트로 하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모두 동의해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쇼를 두개의 파트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 vs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로 나눴고, 반전되는 무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서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다. 제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쇼에서는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에 대해 일회용 컵으로 커피 마시기, 텀블러·물티슈·치약 과다 사용, 유튜브 과다 시청 등을 언급했다. 반대로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에 대해서는 전기 절약, 계단 사용, 헌 옷 기부, 손수건 사용 등 일상에서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이번에 쇼를 준비하면서 배운 게 많다. 당장 평소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부터 친환경 소재로 바꾸게 됐다. 포크·나이프, 포장재, 완충재, 봉투 등도 마음만 먹으면 모두 친환경 소재로 바꿀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트리플루트 이지선 디자이너는 “환경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작은 행동들을 실천해 변화를 희망했다. 모든 실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신 100분께 감사드린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 우리의 취지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알렉스 강 EMA 대표는 “단순히 즐기는 패션쇼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의미 있는 패션쇼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패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지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될 때 더 많은 의미와 멋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도 시니어모델들과 함께 친환경적,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패션쇼를 기획하려고 한다”면서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세계 5대 패션위크 중 하나로 꼽히는 밴쿠버 패션위크. 지난 10월 ‘2023 S/S(Spring/Summer) 패션위크’가 성대하게 열린 가운데, 무대 위에 오른 한국인 시니어 모델 두 명이 이목을 사로잡았다. 시니어 모델이 입은 의상을 만들고 쇼를 기획한 사람은 젊은 디자이너 이성빈(29)이다. 신구 조화를 이룬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남성 의류 브랜드 와이쏘씨리얼즈(Why socerealz!)를 운영하는 이성빈 디자이너는 지난 7월 시니어 모델 오디션 ‘올드 보이’(Old Boy) 모집 공고를 냈다. 올드 보이는 밴쿠버 패션위크 무대에 설 최후의 2인, TOP 2를 선발하는 오디션이다. ‘나이 많은’(Old)과 ‘소년’(Boy)이 합쳐진 오디션 이름처럼, 이 디자이너는 순수함을 지닌 시니어 모델을 원했다.
1차 오디션에서는 8명이 뽑혔다. 이들은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간 합숙하며 서바이벌 경쟁을 펼쳤다. 뜨거운 경쟁 속에 살아남은 최후의 2인은 김진환과 이충희다. 두 사람은 밴쿠버에서 시니어 모델로 정식 데뷔하며 꿈의 나래를 펼쳤다.
“사실 최후의 2인 김진환 님, 이충희 님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우승자는 아니었어요. 시니어 모델로서의 헌신과 열정, 노력이 빛났기 때문에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탈락할 줄 알았던 분들이 점점 성장하며 최후의 2인까지 되는 과정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모든 참가자분이 오디션에 진심으로 임해주시니까 저도 어느 순간 엄청나게 몰입한 거죠. 또 두 분이 밴쿠버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셔서 감사했어요.”
시니어 모델 오디션 탄생기
“사실 저도 시니어 모델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니 제가 만드는 옷이 괜히 올드한 이미지를 얻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시니어 모델들 덕분에 더욱 많은 도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자신의 무대에 젊고 멋있는 모델이 서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디자이너나 똑같을 터. 젊은 디자이너인 이성빈도 시니어 모델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있었다. 시니어 모델과 작업을 해본 뒤 그는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해 12월, 이성빈 디자이너는 올 4월 밴쿠버 패션위크 무대를 준비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시니어 모델 전문 아카데미 ‘EMA’(엘리트 모델 에이전시)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디자이너는 “밴쿠버 무대는 와이쏘씨리얼즈의 첫 번째 패션쇼로 매우 중요했다. 그 전에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EMA 패션쇼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시니어 모델들은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가진 분들이지 않나.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셨다”면서 “시니어 모델들과 함께하면서 시야도 넓어졌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그냥 무엇이든 해도 되는구나’를 경험을 통해 배웠다. 정식 패션쇼를 앞두고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쇼에 앞서 시니어 모델들의 사진을 보고 착장을 정했죠. 그런데 피팅할 때 뭔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델들께 입고 싶은 옷을 골라서 입으라고 했어요.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으니 모델들의 포즈도 자연스러워지고 자신감도 넘치시더라고요. 시니어 모델들과 함께하면서 배운 게 많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밴쿠버에서 좀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이성빈 디자이너는 첫 번째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독특한 무대를 펼친 그는 ‘이런 패션쇼는 처음’이라는 해외 언론의 호평도 받았다. 출발선을 잘 끊었으니 본격적인 다음 무대를 제대로 보여줘야 했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10월 밴쿠버 패션위크에 초청받아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 이때 EMA의 알렉스 강 대표가 밴쿠버 무대에 설 시니어 모델을 뽑는 선발대회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이성빈 디자이너는 고민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득이라고 생각해 도전을 강행했다. 4월 패션위크 당시 현지 모델만 기용한 이성빈 디자이너는 소통의 한계를 느껴, 자신이 원하는 연기력과 에너지를 완벽하게 채우지 못했다. 한국인이면서 열정 넘치는 시니어 모델이라면 당시의 아쉬움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이왕 할 거면 선발대회를 재밌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올드 보이’ 오디션을 생각해냈다. 그는 “‘선발대회’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재미없는 느낌이 든다. ‘슈퍼스타K’를 즐겨 본 터라 서바이벌 오디션을 기획하게 됐다. 영상도 찍어서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TOP 2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시니어 모델 참가자들과 함께 심사위원인 이성빈 디자이너와 알렉스 강 EMA 대표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두 사람의 심사가 인상적이다.
“키 크고 잘생긴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심사 기준은 얼마나 미션을 잘 이해하고 수행하느냐, 얼마나 담대하고 재밌게 연기를 펼치느냐가 중요했죠. 김진환 님, 이충희 님이 뽑히신 이유예요.”
이성빈 디자이너가 시니어 모델을 이번 패션쇼에 기용한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와이쏘씨리얼즈의 2023 S/S 콘셉트와 시니어 모델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와이쏘씨리얼즈는 영화 ‘다크 나이트’ 속 조커의 명대사 ‘Why So Serious?’(왜 이렇게 심각해?)라는 물음에 위트 있게 대답하는 브랜드다. 재치 있고 독특한 옷을 통해 심각하고 완벽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2023 S/S 콘셉트는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장 3~5절)라는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우리는 고통을 인내하면서 성품이 생기고, 그 성품이 생겨서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시니어분들이 연단의 대명사잖아요. 시니어 모델이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한계가 없는 인생과 패션
밴쿠버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 두 사람은 외국인 모델들이 지나간 뒤 마지막에 등장했다. 이충희는 조커를 연상케 하는 분장을 하고 범상치 않게 나타났다. 소리를 지르며 모델을 끌고 나와 공포감을 형성했다. 이어 등장한 김진환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비둘기 분장을 한 것도 모자라 손에 비둘기 모형을 들고 있었다.
“이충희 모델님은 고통을, 김진환 모델님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충희 님은 소리도 지르고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고요. 김진환 님의 의상은 희망을 상징하는 비둘기를 콘셉트로 잡은 거죠. 마지막에 두 사람이 줄다리기하는 것은 고통과 희망 중 누가 더 센가를 표현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희망이 이겼죠. 관객분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마지막에는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김진환 님, 이충희 님이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시고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가 나왔습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성빈 디자이너.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옷 역시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의 컬렉션을 보면 천사와 악마, 조커 등에서 영감을 받은 옷이 많다. 2021 S/S 콘셉트는 ‘Fruits & Veggies’(과일과 야채)였는데, 이 디자이너는 상추·가지·키위 등을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와이쏘씨리얼즈는 당시 ‘프로젝트 라스베이거스 국제 패션박람회’에 참가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든 옷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한계가 없다. 스무 살까지만 해도 그는 부모님이 정해준 삶을 산 착실한 아들이었다. 그렇게 미국의 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진짜 자신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계속 다닐 이유가 없었다. 이후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2년간 해외를 돌아다녔다.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자유로웠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행복했다. 그때의 여행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여행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의 아들’, ‘어디 사는 누구’, ‘무슨 일을 하는 누구’가 아닌, 그냥 온전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죠. 여행을 하면서 제가 옷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느 나라를 가든 옷 쇼핑이 가장 즐거웠죠. 이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생각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이성빈 디자이너는 패션 디자인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패션 디자인 학원과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를 함께 다녔다. 열정 넘치는 학생이었던 그는 선생님들에게 개인 레슨도 따로 받으며 실력을 연마했다. 동시에 이성빈 디자이너는 이태원에서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 직수입 편집숍을 운영했다. 디자이너로서 실력을 갖춘 후에는 편집숍에서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 브랜드가 바로 와이쏘씨리얼즈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옷에 자신이 투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이 고통 뒤에 좀 더 강해진 내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고통과 희망이 주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디자이너는 앞으로도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옷을 통해 성경의 좋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시니어 모델과의 작업 또한 지속하고 싶단다. 시니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갓 서른 살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제가 시니어 모델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고통받으면서도 인내하고 지금까지 살아오신 시니어분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제가 상상하지 못할 강함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특유의 시원한 어투로 말을 던진다. 2030 여성 쇼핑 광고에 시니어 모델인 윤여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꽃무늬 카디건을 즐겨 입고, 고소한 흑임자 디저트를 즐긴다. 가방에는 고운 색의 전통 매듭 키링이 달려 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할머니집 장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개 봉황이 반짝인다. ‘할메니얼’이라 불리는 2030이다.
할머니 취향 즐기는 ‘할메니얼’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1982년부터 2000년생을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흑임자·인절미·쑥 등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고, 펑퍼짐한 꽃무늬 스커트나 엉덩이를 덮는 카디건을 즐겨 입는 등 할머니의 취향을 즐기는 밀레니얼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멋과 우아함을 뜻하는 ‘시크’(Chic)를 결합한 ‘그래니 시크’,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옛것을 세련되게 즐기는 밀레니얼의 부상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이었다. 70만 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였다. ‘발효 보리건빵’, ‘달콤바삭 누룽지 과자’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오란다, 연근부각, 두부스낵, 꿀약과 등이 순위에 들었다.
밀레니얼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대는 단백질이 들어갔거나 칼로리가 낮은 과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운동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질 정도로 밀레니얼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팥, 인절미, 흑임자, 쑥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식재료다. 밀레니얼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맛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할머니가 즐겨 먹던 간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에게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 패션’도 유행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으로 B급 감성을 표방한다. SNS에는 ‘그래니룩’(Granny Look), ‘할미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인기다.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3개월간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라인과 주름치마 등 과거 유행하던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매듭 공예품, 전통 무늬 스마트폰 케이스 등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화려한 플라워 패턴 벽지 등이 유행하는 등 할메니얼 열풍은 음식,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 인기
배우 윤여정은 지그재그 광고 티저에서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13초짜리 이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본편 광고인 ‘니들 맘대로 사세요’ 편의 조회수는 47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이번 지그재그 광고 모델 인지도는 93%로 매우 높았으며,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 비율은 41%에 달했다. ‘매우 구입 의향이 생김’이라는 답변도 33%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2021년 4월에 선보였는데, 이달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상승했으며, 론칭 이래 최고 일간 사용자 수와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0대 시니어 모델이 2030 쇼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패션이든 인생이든 왔다 갔다 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할메니얼 열풍에 힘입어 2030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첵스 팥맛’을 신 메뉴로 출시하면서 64년 차 배우 김영옥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배민 오더’ 광고에는 배우 문숙이 등장하고, 리더스코스메틱의 바이럴 영상에는 배우 강부자가 나온다.
밀레니얼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들의 멋을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멘토로 삼기도 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세련된’ 할머니가 트렌드로 거듭나는 이유다.
경로의 날 일본 시니어세대가 올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여행의 인기가 높아졌다.
오는 9월 19일은 일본 공휴일의 하나인 경로의 날(敬老の日)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바란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집안의 친척뿐 아니라 알고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 뵙고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한다.
꽃배달 서비스 회사 ‘하나큐피트’(花キューピット)는 55세 이상의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경로의 날에 받고 싶은 선물’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로의 날 받아 기뻤던 선물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3%)이었다. 2위는 꽃(18%), 3위는 여행(17%), 4위는 전화 혹은 편지(11%), 5위는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10%),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4%)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받고 싶은 선물을 물었을 때는 순위가 조금 달랐다. 1위는 과자 등의 식품(31%)으로 같았지만 2위는 여행(23%)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으나, 최근 그 영향이 줄자 여행을 원하는 시니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스크 등의 위생 상품을 원한다(8%)는 응답이 5위로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3%, 6위)을 웃돌았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 시 마스크 등을 자주 사용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꽃 선물의 경우에는 꽃바구니(25%)나 꽃다발(20%)보다 화분(2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중에서는 보기에 예쁘면서 달지 않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화과자가 가장 인기 있으며, 평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나 영양가 높은 음식 선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프트몰’ 매출 데이터로 본 ‘경로의 날 받고 기쁜 선물 인기 순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어르신 문화예술 축제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이 10월 20일(목)부터 22일(토)까지 개최된다. 아마추어 예술가로 활동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문화를 매개로 나이 불문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실버문화페스티벌 최초로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된다. ‘우리가 꿈꾸는 실버 유니버스’를 주제로 꿈꾸는 시니어들의 실버 스테이지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경연 대회, 어르신 중심 온·오프라인 문화 콘텐츠 ‘문화나눔한마당’이 열린다.
‘2022 샤이니스타를 찾아라’는 숨은 아마추어 어르신 문화예술가를 발굴하는 경연 대회다. 전국 16개 권역에서 진행된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16개 팀의 경연 무대가 10월 2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유튜브와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을 통해 온라인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생중계에는 사전에 촬영한 본선 경연 영상과 당일 ‘버추얼 스테이지’(Virtual Stage)가 활용된다.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 문자투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줌으로 진행하는 ‘세대 공감 퀴즈쇼’, 본선 출연 팀을 비대면으로 응원하는 ‘방구석 응원전’ 등 행사를 관람할 방구석 관객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한다. 무대 이후 트로트 가수 박군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홈페이지 사전 투표 10%, 실시간 문자투표 10%, 심사위원 투표 80%를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어르신의, 어르신에 의한, 어르신을 위한 ‘문화나눔한마당’
‘문화나눔한마당’은 △에듀버스(교육) △헬씨버스(건강) △컬쳐버스(체험) △콜럼버스(공모) △투게더스(세대 공감) 5개의 테마에 따라 어르신 중심의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공개한다. 8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실버문화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 매주 금요일 업로드되고 있다.
에듀버스의 ‘제1회 실버문화포럼’과 ‘인문학 특강-나이듦 수업’은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의 유일한 오프라인 프로그램이다. 실버문화포럼에서는 실버 세대와 실버 문화에 대한 강연과 좌담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포럼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실버문화페스티벌에서 실버 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인문학 특강은 책 ‘나이듦 수업’의 저자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강연으로, 어른으로 늙을 용기를 알고 일과 삶을 재구성해 노인으로서 가치를 확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실버문화포럼은 10월 12일 오후 2시, 인문학 특강 ‘고미숙의 나이듦 수업’은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인사동 코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실버 세대 문화와 축제에 관심이 있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참여 가능하다. 행사들은 추후 영상으로 제작돼 10월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된다.
헬씨버스에서는 △젊은 세대가 즐기는 댄스를 배우며 성장하고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조명한 ‘시니어 스우파’(스스로 챙기는 우리들의 파워) △전현나 시니어 모델의 일상을 따라가며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꿔가는 모습을 담은 일상 다큐 ‘뷰티인사이드’ 등 건강한 시니어를 위한 건강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컬쳐버스에서는 △일상 속 문화 공간을 탐방하며 쓰레기도 줍고 건강도 챙기는 어르신 크루의 현장 밀착 취재 ‘일석삼조 플로깅 프로젝트-쓰담 달리기’ △삶의 ‘단짠’ 경험을 연극으로 풀어내는 어르신 인형극단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아낸 휴먼 다큐 ‘우리들의 두 번째 블루스’ 등 활기찬 시니어를 위한 문화예술 기반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콜럼버스에서는 △메이크오버를 통한 아빠들의 숨겨왔던 매력 발굴 프로젝트 ‘숨은 아빠 찾기’ △시니어 인플루언서 ‘아저씨즈’와 함께하는 ‘릴레이 실버 댄스 챌린지’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헌옷을 수선해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쓰임과 가치를 부여하는 시니어 업사이클링 프로그램 ‘너와 나의 공유 옷장’ 등 도전하는 시니어를 위한 공모 및 캠페인을 진행한다.
투게더스에서는 같은 직업을 가진 주니어(젊은 세대)와 시니어(선배 세대)가 삶과 직업에 대해 대화하며 세대 공감을 이루는 토크멘터리(토크와 다큐멘터리를 합친 형식) ‘세대 간 잡(job) 수다-코-리어’를 9편으로 나눠 공개한다.
우영우 댄스 챌린지 함께한 더뉴그레이 ‘아저씨즈’는 누구?
THE NEW GREY(더뉴그레이)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로, 시니어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를 발견하고 관리하며 양성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를 포함한 기업과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벌여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 협업을 진행했다. 주로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주요 SNS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으며, 팔로어 300만 명, 최근 6개월 동안 누적 조회수 5억 회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더뉴그레이 소속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가 함께한 ‘우영우 댄스 챌린지’는 9월 21일까지 참여 가능하다.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이 많이 늘어나면서 중장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코로나 이후 온라인 플랫폼 유입이 많이 늘어난 데다, 홈쇼핑에 익숙한 이들이 라이브커머스로 넘어가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구매력 있고 취향이 확고한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잡기 위해 이커머스 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떠오른 ‘블루오션’
오프라인 소비를 주로 했던 중장년층이 코로나 이후 온라인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신한카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이었던 2019년보다 2021년 한 해 동안 50대와 60대의 온라인 업종 이용은 각각 110%, 142% 증가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중장년층 유입도 크게 늘었다. 11번가의 2022년 1월 기준 전년 대비 회원 증가율을 보면 50대 28%, 60대 44%, 70대 51%에 달했다.
그러자 이커머스 업계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보고 다양한 중장년 맞춤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특히 패션 플랫폼들도 중장년 맞춤 시장에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던 무신사는 지난 6월 X세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레이지나잇’을 공식 오픈했다.
또다른 MZ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어덜트·시니어 브랜드를 모은 ‘포스티’(가칭)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하반기에 론칭할 예정이다.
중장년 전용 플랫폼인 ‘푸미’는 알토스벤처스와 스트롱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4050 여성을 위한 플랫폼 ‘퀸잇’도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퀸잇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380만 건을 넘어섰다.
홈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로
중장년 맞춤 라이브커머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 업체들은 자사 고객들을 라이브커머스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는 라이브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다. 실시간으로 쇼 호스트가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지만,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할 수 있다는 점은 라이브커머스만의 특징이다.
NS홈쇼핑은 2021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규 고객 중 60대 이상 비율이 36.13%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라이브커머스에 중장년층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NS홈쇼핑의 TV 주 고객층인 시니어를 모바일로 유입하기 위해 ‘조아맘’, ‘코코블랙’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5060 여성 패션 상품에 주력하는 ‘퀸즈라운지’를 론칭했다. 시니어 소비가 늘어나자 ‘액티브시니어 연구 테스크포스(TF)’를 별도로 운영하며 소비자 분석에 나섰다. 예를 들면 5060 여성세대는 오전 6시~8시에 패션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되자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 시간대에 맞춰 편성하는 식이다.
11번가는 ‘할렉스’(할아버지·할머니 플렉스)라는 중장년 라이브 방송을 처음 시작했다. 누적 시청수가 39만 회를 넘어갈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할렉스는 자신을 꾸미거나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중장년에게 화장품, 건강식품, 여행상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채널이다. 중장년 대상인만큼 60대 이상의 쇼 호스트가 출연한다.
5060도 실시간 쇼핑 즐긴다
임팩트피플스가 실시한 ‘5060세대 온라인 쇼핑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87%는 새로운 온라인 쇼핑인 라이브커머스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5%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실제 제품 구매를 한 경험도 있었다. 응답자 중 74%는 이후에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제품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제품 구매에 호의적인 연령대는 50~55세(81.3%)가 가장 높았다. 이어 56~60세가 74.8%, 61~65세가 49.5%, 66세 이상이 50.5% 순이었다.
대표적인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의 ‘네이버 쇼핑라이브’, 티몬의 ‘티비온’, 인터파크의 ‘인터파크 TV’, 롯데백화점 ‘100LIVE’(빽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이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GS25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을 이용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가 늘어나는 데는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구매력이 한몫했다. 이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또 취향이 확고한 나이인 만큼, 하나의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충성 고객으로 잡으려는 것.
하지만 ‘시니어 전용’, ‘실버관’ 등의 단어는 사라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도 별도로 운영하던 시니어 코너를 없앴다. 소비에 적극적인 액티브시니어가 자신을 실버세대라고 구분 짓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4050의 온라인 쇼핑 수요에 맞춰 앞으로도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갈등, 직장 내 갈등 등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세대 간의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다. 앞으로도 크고 작게, 어떤 현상으로든 갈등은 항상 일어날 터. 영화를 통해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나리
영화 ‘미나리’는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이민자 가족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은 “저 또한 이민 가정에서 자라 1세대와 2세대의 미묘한 갈등,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영화 미나리에 참여하며 알게 됐고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할머니 순자(윤여정)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손자 데이빗 사이의 일상 속 갈등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할머니에 대한 손자의 단호하고 반복적인 거부 표현은 문화와 세대의 격차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극 중반부 아픈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서툴지만 진정성 있는 소통의 노력은 결국 관계의 전환을 가져온다. “Strong, Strong boy!” 문맹이었던 할머니는 손자와 소통하기 위해 낯선 언어를 배워 그를 격려하고 위로한다.
인턴
영화 ‘인턴(The Intern)’은 잘나가는 패션 쇼핑몰 CEO인 줄스(앤 헤서웨이)의 회사에 70세 벤(로버트 드니로)이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되면서 시작된다. 줄스는 나이 든 사람을 인턴으로 뽑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벤은 오랜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와 친화력으로 전 직원에게 사랑받는 인턴이 됐다. 또한 벤은 시련을 겪고 CEO 자리를 내려놓으려는 줄스에게 “깊게 심호흡을 해봐”라며 의무와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둘은 어느새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이 영화는 세대 간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룸 쉐어링
6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룸 쉐어링’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나문희)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의 한집살이를 그린 영화다. 룸 쉐어링은 어르신의 여유 주거 공간을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대학생은 소정의 임대료와 생활 서비스(말벗 등)를 제공하는 주거 공유 사업이다. 월세를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룸쉐어링을 신청한 지웅과 다른 색의 테이프로 서로의 구역을 명확히 나누고 곁을 내주지 않으려는 금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두 주인공은 영화 중반까지 룸 쉐어링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인 불협화음을 보이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들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원숙미 넘치는 이들의 워킹은 패션 신진들이 세상에 내놓은 참신한 의상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크래프트72에서 열린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2022년 졸업패션쇼에선 행사 도중 조금 색다른 모델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박지영, 진태리, 김보민, 신비, 권수희, 박영애, 이에스더, 김도진 등 8명의 시니어 모델들이다.
동덕여대 패션쇼는 4년제 대학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졸업 패션쇼로 유명하다. 과거 제이에스티나나 메트로시티와 같은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갖췄다. 이 행사에 시니어 모델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학교 측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패션업계의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고려한 의상 디자인을 교육 과정에 반영 중”이라고 말하고, “중장년 체형을 고려한 시니어 모델의 기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설명했다.
이번 쇼를 위해 학교 측은 지난 3월 시니어 모델 선발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경쟁에 참여한 지원자는 300여 명에 달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은 약 40여 명의 전문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에 버금가는 몸 관리와 태도, 연기 등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끌어냈다.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진행된 오프라인 패션쇼라는 점.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 명의 관람 인파가 몰려, 행사의 주목도를 실감케 했다.
행사를 기획‧연출한 아시아시니어모델협회 주윤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오랜만에 현장이 줄 수 있는 패션쇼의 감동을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시니어모델들이 프로와의 실력차를 줄이기 위해 워킹의 보폭이나 속도 등 많은 부분에서 맹연습을 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해외 브랜드들도 컬렉션에서 시니어 모델을 꼭 참가 시킬만큼 패션 업계에서 시니어 파워는 성장하고 있고, 패션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세대의 장벽을 허물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