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녹지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 겨울이 깊어지면 그야말로 잿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나마 눈이라도 내리면 잠시 낭만에 빠져보지만, 촘촘히 늘어선 시멘트 빌딩과 앙상한 겨울나무는 이내 삶의 활기를 앗아가기 일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제주는 보석 같은 섬입니다. 한겨울에도 상록의 싱그러움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정상이 흰 눈으로 덮여 있는 1, 2월에도 중산간 아래 숲과 들에는 동백나무와 종가시나무, 자금우, 백량금과 같은 늘 푸른 나무들이 푸름을 잃지 않고 있고, 동백나무는 물론 매실나무, 수선화는 ‘모든 생장 활동이 멎는 계절’ 겨울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붉고 희고 노란 꽃들을 앞다퉈 피워댑니다. 그중에서도 제주만의 특이한 지형인 곶자왈에서 피는 순백의 백서향(白瑞香)은 ‘제주의 겨울꽃’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연 돋보입니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이란 노랫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백서향 꽃은 키 1m 안팎의 늘 푸른 활엽 관목 가지 끝에 다닥다닥 달리는데, 그 향기는 온 숲을 뒤덮을 만큼 강렬합니다. 맑은 듯하면서도 강하고, 은은한 듯싶으면서도 깊고 그윽하고, 달콤한 듯하면서도 시원한 백서향 향기를 잊지 못해 매년 제주 숲을 찾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당초 자주색 꽃이 피고 상서로운 향기가 난다는 중국 원산의 서향(瑞香)에 비해 흰색 꽃이 핀다고 해서 백서향이라고 불렸는데, 둘 다 그 향이 천 리를 간다고 해서 ‘천리향’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백서향은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 그리고 일본에도 자생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자라는 백서향은 ‘제주백서향’(Daphne jejudoensis M. Kim)이라는 별도의 종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 논문이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제주백서향은 꽃받침통과 열편(꽃잎이 펼쳐진 부분)에 털이 없고 잎이 긴 타원형이며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에서 자생하는 반면, 백서향은 꽃받침 통과 열편에 털이 있고 도피침형 잎을 가지며 남해 해안에서 자란다는 점에서 두 종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요. 2013년 우리나라 식물분류학회지에 실린 이 논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제주백서향은 우리나라의 고유 식물,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가지 끝에 수십 송이씩 달리는 제주백서향은 1월 중순 한두 송이 피기 시작해 만개하기까지 한 달 넘게 소요됩니다. 백서향이 자생하는 제주 곶자왈은 2월 내내, 아마 늦은 3월까지 긴 기간 찾는 이의 오감을 행복하게 만드는 힐링의 숲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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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향은 거제도 등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도 백서향이 자생하는 지역은 특별하다. 숲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 ‘곶’과 자갈을 의미하는 ‘자왈’을 합친 곶자왈이란 독특한 지형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이다. 이른바 용암 숲이 자생지인 셈인데, 제주백서향이 고유종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경우 곶자왈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식물이 된다. 동쪽으로는 동백동산으로 유명한 선흥곶자왈과 김녕곶자왈 일대, 서쪽에서는 저지곶자왈과 안덕곶자왈 일대가 대표적인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4년 제주시 조사에서도 88개 구역에서 145개체가 확인된 선흥곶자왈은 옛날 백서향의 천국이나 다름없었는데, 최근 무단 도채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자생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어 강력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물이 갖고 있는 색은 크게 잎의 색인 초록색과 줄기의 색인 갈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록색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와 격한 감정을 차분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갈색은 감정에 대한 억압이나 두려움을 완화시켜준다.
따라서 식물이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감정의 힐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원을 조성하기 전 단계에 해야 하는 것을 말했었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정원조성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정원디자인 - 주의점과 전문가의 도움
정원부지에 대하여 충분히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리하고, 내가 원하는 정원에 대한 상상이 끝났으면 이를 바탕으로 설계를 진행하여야 한다. 물론 설계를 하지 않고 바로 정원조성을 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다. 초등학교때 방학이 시작되면 스케치북에 시간표를 작성해서 어머니와 씨름하던 기억이 있다. 항상 그렇듯 시간표는 안 지켜지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방학의 기분을 내기에 그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정원설계도 마찬가지이다. 설계를 안하고 조성을 하여도 무방하다. 다만 자신의 구상을 실제의 설계도로 그리면, 정원이 더 정돈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작업도 용이하고 사후관리도 편하기 때문이다.
정원설계가 막연하다고 생각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정원설계전문가는 의뢰인이 생각하는 정원이미지를 도면에 실체화할 수 있으며, 더 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시공비용을 계산하고, 시공할 때 의뢰인을 대신하여 설계대로 시공이 되는지 체크하고, 변경된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즉시 시공에 반영할 수 있도록 대처할 수 있다. 설계비용은 디자이너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다르지만 이 계획에 대하여 노력한 시간과 일수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팁을 주자면 큰 조직일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정원설계시 유의사항은 무수히 많으나 몇 가지로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① 식물을 심는 정원은 배수가 매우 중요하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도 있지만 뿌리가 있는 곳이 지하수위보다 낮으면 고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문제는 후에 땅고르기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② 꽃보다 잎이 더 오래가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나무는 잎과 꽃 뿐만 아니라 줄기도 미적인 요소일 수 있으며, 이쁜 수형을 갖고 있는 나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③ 햇볕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설(텃밭, 잔디밭, 연못, 비닐하우스 등)은 반드시 해가 잘 드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잘 안 지켜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④ 정원을 한번에 못 만드는 경우에는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채워가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는 곳부터 조성한다.
⑤ 부지가 작으면 단순하고 과감하게 설계하여야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거나 오밀조밀한 진열은 산만하게 만든다.
⑥ 어떠한 장식물을 설치하다라도 장식물의 배경은 식물이 되어야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위의 사항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점이며,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흔히 실수하는 내용이니 유념해야 한다.
① 10년후를 생각하고 정원을 설계하여야 한다. 식물들이 생장하는 속도나 높이는 제각각이다. 그래서 훗일을 생각하지 않고 식재를 하면 화단의 모양이 어수선해지기 때문에 다 자랐을 때의 키를 짐작해서 키가 작은 것은 앞에 심고 큰 것은 뒤에 심어야 한다. 특히 나무는 성목이 되어 키가 훌쩍 크면 창문이나 거실, 잔디밭에 큰 그늘을 드리우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치선정에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② 너무 많은 종류를 심지는 않는다. 너무 많은 종류의 꽃을 심으면, 정원 전체의 리듬감과 조화로움이 깨지므로 욕심을 버리고, 포인트가 되는 곳을 선정하여 집중한다.
③ 땅의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를 심지 않는다. 식물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이 다르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극양수(極陽樹)이기 때문에 그늘에 심으면 안되며, 메타세콰이어나 버드나무는 호습성(好濕性) 수목으로서 습지나 지하수위가 높은 곳에 심으면 좋다. 또한 주목이나 동백나무는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브식물인 라벤더는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며, 단오의 상징인 창포나 붓꽃은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고려해 정원을 설계하며, 설계는 즉시 시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도록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그려야 시공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7월은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지속되는 시기이다. 지루한 장마는 아직 계속되고 기온은 연일 30℃를 오르내린다. 이맘때가 되면 공원이나 집안 뜰에 심겨진 자귀나무(Albizia julibrissin)의 꽃이 한창 피어난다. 자귀나무의 무성한 잎 위로 화려한 핑크색 깃털을 펼친 새들이 앉아있는 양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에서 풍기는 연한 향기는 무더운 여름철 정취를 더욱 높여준다.
자귀나무는 꽃의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모양의 잎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깃꼴 모양의 겹잎(羽狀複葉)은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듯이 마주하는 잎끼리 포개진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붙어버린 겹잎은 아침까지 지속된다. 이런 모양은 찰떡궁합 부부가 꼭 껴안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많이 비유된다. 자귀나무의 또 다른 이름인 합환수(合歡樹),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등도 이런 모양에서 유래하였다. 식물학적으로는 잎에까지 이어진 도관을 통한 수분의 공급 여부에 따라 잎 세포의 팽압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예로부터 자귀나무는 금슬 좋은 남녀의 상징으로 수많은 시나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민간에서는 자귀나무의 껍질이나 꽃을 말려 부부의 베게 속에 넣고 사이좋은 금슬을 기원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나무이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답게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또한 남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시기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남쪽나라에서 유입되어 우리나라에 정착한 식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들에서 야생상태로 자생하는 자귀나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심지 공원을 비롯하여 개인정원이나 가로수 등으로 식재하는 대표적인 조경수이다. 콩과 자귀나무속에 속하는 자귀나무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50 종이 분포하며 대부분이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서 자란다. 성질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원산지에서는 가로수나 조림용으로 널리 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는 자귀나무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잎이 상대적으로 크며 꽃 색깔은 흐리고 수술이 많은 왕자귀나무(A. coreana)가 전남지방의 해안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명 자귀나무는 “자귀”라는 목공용 도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귀는 “까귀”라고도 하며 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다듬는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자귀나무의 단단한 가지나 줄기를 이용하여 목공구의 자루를 제작한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한다. 자귀나무의 줄기는 다른 교목과 달리 굵게 자라지 않으므로 건축재와 같은 목재로서 가치가 높지 않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가구재나 생활용구를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했던 나무이다. 실제로 자귀나무 목재의 기건 비중은 0.53으로 꽤 무거운 편에 속하고 강도가 아주 높아 자귀와 같은 도구의 자루뿐만 아니라 단단한 용구의 제작에 많이 사용했던 나무이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자귀나무에 대해 논하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떠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50년 사이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과거에 비해 무려 13.6배 증가했다고 하였다. 또한 그 비율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유교적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지 않는다. 가치관의 변화도 있겠지만 매사에 참고 인내하던 과거와는 달리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부족도 이혼율 증가의 한 요인일지 모른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가정의 행복이 곧 국가의 평안을 좌우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제도가 성립되었다. 가정의 최소 단위는 부부이며 원만한 결혼생활의 영위가 곧 행복일 것이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 아래 끝없이 시달렸던 자귀나무의 잎은 언제나 밤이 되면 마주하는 잎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는다. 우리네 부부들도 이런 자귀나무 이파리의 인내와 사랑을 닮았으면 한다. 올 여름 활짝 핀 자귀나무 꽃을 보았던 모든 가정의 부부가 금슬이 좋아져 행복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비자나무는 겉씨식물인 주목과(朱木科 Tax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주목과에 속한다.
이 나무는 목재로 쓰거나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일본 남쪽 섬이 원산지이다. 비자나무속(榧子─屬 Torreya) 식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키도 10~25m에 이르지만 온대지역보다 추운 곳에서는 관목처럼 자란다. 줄기가 편평하게 옆으로 퍼지거나 약간 위를 향해 자라기 때문에 식물의 전체 모양이 짤막한 달걀 모양 또는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꽃은 단성화이며 4월에 핀다. 수꽃은 10개 내외의 포가 있는데 갈색이며 길이 10mm 정도로 10여 개의 꽃이 한 꽃자루에 달린다. 암꽃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달걀 모양으로서 한군데에 2∼3개씩 달리고 5∼6개의 녹색 포로 싸인다. 열매는 다음해 9∼10월에 익고 길이 25∼28mm, 지름 20mm, 두께 3mm 정도로 타원형이다.
수피(樹皮)는 부드럽고 붉은색을 띠지만 오래된 나무에서는 갈색으로 변하고 조각조각 떨어져나간다. 잎은 굽은 창 모양이지만 끝이 단단하고 가시처럼 뾰족하며 앞면은 진한 초록색이고 광택이 난다. 잎을 비비면 톡 쏘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난다. 씨는 크기가 2~2.5㎝이고, 일본에서는 씨의 기름을 요리에 쓰고 있다. 다육질의 종의(種衣)는 밝은 초록색이나 때때로 연한 자줏빛을 띠기도 한다. 노란색의 목재는 부식되지 않아 가구·상자·조각 및 선반의 재료로 쓰인다.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산으로 남쪽에서 자라는 늘푸른 바늘잎나무이지만 어릴 때 월동 보호만 잘하면 중부 지방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다. 제주도에 2300여 그루의 대군락을 이루는 비자림이 있다. 늘푸른 잎과 웅장하고 품위 있는 수형은 장엄미를 느끼게 한다. 큰 비자림에는 풍란, 콩짜개란, 비자란 등 난과식물이 함께 자라기도 한다.
잎에서는 비자나무 특유의 향기가 나며 잎 끝이 손을 찌를 정도로 날카롭고 딱딱한데, 이런 점에서 잎이 부드럽고 잘 휘어져서 살을 찌르지 않는 개비자나무와 구별된다.
대추처럼 생긴 열매는 붉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그 안에 아먼드 또는 땅콩처럼 생긴 씨가 들어 있는데 이 씨를 비자라 부른다. 비자는 맛이 떫어서 날것으로 먹기에는 거북하다.
목재는 안쪽과 바깥쪽의 구별이 불명확하고 노란빛을 띠며 나이테가 촘촘히 있어 마치 나이테가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것으로 성장이 무척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딘 만큼 재질이 치밀하면서도 연하고 탄력성도 좋아 바둑판으로 많이 쓰였다.
습기에도 잘 견디고 배나 관을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했으며 무늬가 고와 '문목(文木)' 또는 '나무의 황제'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다. 열매는 독성이 강하며 예전에는 촌충 구제약으로 유일한 특효약 대우를 받아 인공조림식재도 많이 했다.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사용하거나, 불을 밝히는 등유로도 이용 되었다.
민간에서는 잎과 가지를 태워 그 연기로 모기를 쫓는 데에 사용했으며, 씨는 건조함을 매우 싫어해서 약간만 건조해도 휴면하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등지에서 자라고 있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제39호인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비자나무, 제111호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의 비자나무, 제153호인 전남 장성군 북하면의 비자나무, 제239호인 전남 고흥군 포두면의 비자나무숲, 제241호인 전남 해안군 해안읍의 비자나무숲, 제287호인 경남 사천시 곤양면의 비자나무 등이다.
낮에도 밤나무, 죄없이 비자나무 하면서 어린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나무이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전남북지방에서 주로 자라고 있다. 제주도의 비자나무숲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백양산과 내장산의 비자나무도 유명하다. 일본에도 비자나무는 있는데 주로 난대림과 온대림에 난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의 것은 난대림지역으로 볼 수있고 내장산의 것은 온대 남쪽 숲으로 볼 수 있다. 비자 나무종류는 중국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비자나무열매가 곧 비자인데 전에는 이것이 뱃속의 기생충, 가령 촌충, 회충, 십이지장충 등을 구제하는 약으로 많이 쓰여져서 이 나무를 본 일은 없어도 비자나무란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
그래서 비자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까운 자리에 있으면서 그동안 약으로서 고마운 일을 많이 해 왔다.
비자나무에 대해서 개비자나무가 있는데 개비자나무는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우리나라 경기도지방에까지 올라와서 자란다. 비자나무는 잎끝이 바늘처럼 날카롭고 단단해서 만지면
손을 찌르고 통증을 느끼게 하나 개비자나무의 잎은 부드럽고 잎끝이 유연해서 만져도 살을 찌르는 일이 없어 잘 구별이 된다.
비자나무는 큰 나무로 자라지만 우리나라의 개비자나무는 관목으로서 키가 낮고 줄기도 가늘다. 나무 높이가 2~3m를 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개비자나무도 10m 높이로 자란다고 하는데 기후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개비자나무는 많이 모여 나는 일이 드물고 드문드문 나타나며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제주도와 내장산 등의 비자나무는 모여서 나지만 이것이 자연상태로 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심은 것인지 알수 없다. 비자나무 열매는 무거워서 그대로 땅에 떨어지고 또 이 나무는 어릴 때 그늘을 좋아하므로 어미나무의 그늘에서 살아가기에 적당하고 다른 나무를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그곳에 만들어지므로 비자나무는 어미나무아래서 무더기로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에끼 교수는 기록하기를 [조선에 있어서 비자나무가 진정 야생에의 것인지 알 수 없다. 큰 비자나무는 제주도와 전남에만 나고 그 수가 극히 적고 큰 나무는 줄기 직경 약 2m. 수고 약 11m , 수고 11m,수령 약 400 년으로 추정되는 것이 강진에 있다. 한라산 동북쪽 산록지대에는 면적 약 38 핵터에 약 5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만들고 있다. 조선조때 열매를 따서 궁중에 바쳤고 제주목사가 이것을 관리했으나 지금은 숲이 많이 황폐해 있다. 그러나 줄기의 평균직경 85cm, 수고 11m 에 이르는 수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라고 했다.
전남 고흥군 금탑사, 장흥군 보림사, 전북 고창군 선운사, 그리고 백양사, 내장사 등에 비자나무 숲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나무는 무언가 사원과 관계가 있었던 양 생각되기도 한다. 전남 진도 임준면의 비자나무는 높이가 약 9m, 줄기의 가슴높이 둘레가 약 5.6m 로서 웅장한 수형을 가지고 있는데 열매는 약용으로 되고 정자나무로서 이용되고 있다.
[동구여지승람 [세종지리지(世宗地理志)]를 보면 옛날에는 비자나무가 더 넓게 분포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즉 비자의 산지로서 전남의 나주, 장성, 무안, 장흥, 진도, 강진, 해남,보성, 영암, 고흥, 함평, 영광, 경상도의 남해, 고령, 단성(丹城) 그리고 제주도가 기재되고 있다. 경북 고령이라 하면 상당히 북쪽이고 내륙지방이다. 대체로 비자나무의 산지는 제주도와 본토의 서남쪽 해안에 따른 각처였다.
특히 제주도의 비자는 일찍부터 유명하였고[고려사]를 보면 문종 7년에 탐라국 왕자 수운나(殊雲那)는 비자, 해조, 구갑, 우황 등을 바쳤고 왕은 왕자에게 중호장군의 벼슬을 주었다는 대목이 있고[경국대전]에는 [제주 삼읍]에는 감귤나무 종류를 해마다 접붙여 심고 비자나무, 산유자나무 등은 부근 주민을 지정해서 이것을 관리시키고 해마다 그 수를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한다]는 대목이 있어서 제주도 비자나무 제배에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을 알수 있다.
영조실록 39년조에[제주에 명을 내려 비자나무 널빤지 10장을 세공으로 바쳐라]했는데 비자나무의 아름다운 목재도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날 제주도민은 공물에 관련되어 비자나무나 감귤나무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대체로 이러한 것은 보상이 없는 무리한 징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다산 선생이 쓰신 [목민심서]공전 산림의 대목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려조 때부터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비자나무의 열매와 그 목재는 별공 즉 특산물로서 바쳐졌고 그밖에 오배자, 모과, 후박, 두충, 녹나무, 조록나무 등의 약재가 과세물로 지정되고 있다. 서기 1763년 영조 39년에는 호남지방에 큰 흉년이 들어 기민의 수가 48만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해부터 5년간 제주의 비자나무 널빤지 상납이 중단되기도 했다. 비판(榧板) 열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마다 상납된 것으로 생각되고, 그만큼 그 목재는 귀중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주도의 비자림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6km 떨어진 구좌면 평대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1980년 현재 크고 작은 비자나무가 약 2500그루 정도 자라고 있는데 평균 수고는 11m, 가슴 높이 줄기의 평균 직경은 73cm 이다. 비자나무림 주변에은 곰의말채, 아왜나무, 비목, 팽나무, 무환자나무, 자귀나무, 해송, 천선과나무, 예덕나무, 때죽나무, 덧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 비자나무숲의 성립에 관하여서는 무속, 즉 무제 때 비자나무 열매를 제상에 차려놓고 의식이 끝난 뒤 이것이 크게 먹을 것이 못 되므로 버려져서 숲으로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비자나무는 한자로 등 榧子木, 枇子木 등으로 쓰고 피자로도 말하며 또 옥비, 적과, 옥산과로도 나타낸다. 비자나무비는 榧또는 棐로도 쓰는데, 非는 비자나무에 잎이 붙어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이에 나무목(木)자를 붙여서 비자나무를 형용하는 글자가 생겨났다고 본다. 사실 비자나무의 잎은 가지의 양쪽에 나란히 두줄로 붙어서 머리빗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그 배열이 정연하다.
비자 나무는 자웅이주(雌雄異朱)로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는데 책에 보면[숫나무는 가지가 위로 서서 꽃이 피고 암나무는 가지가 처지며 대추와 비슷한 열매가 달린다. 비자나무는 삼나무와 닯았으며 그 목재가 매우 아름다워서 문목이라고도 말하며 이 나무는 깊은 산중에 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야삼이라 말한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삼으로 나타낸 나무와는 물론 다른 것이다.
비자나무 열매는 비화라고도 하고 하루에 7알씩 7일간 복용하면 뱃속 기생충이 물로 되어서 배출된다는 기록이 있고 또 비자 3개, 호도 2개 그리고 측백나무잎 1냥을 함께 찧어서 눈녹은 물에 담가서 이 물로 머리를 빗으면 탈모가 방지되고 머리에 윤기가난다고 했다.
비자는 길이가 약 2cm,폭이 약 1cm가량 되는 타원형의 종자인데 맛이 좋으며 50%가량의 지방유를 함유한다. 회충 구제를 위한 처방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즉 한 번에 7~10알을 하루 3번 식전에 먹고 7~10일간 계속 복용하는데 지방성이므로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 어린애들이 밤오줌을 눌 때에는 5,6알을 구워서 하루의 복용량으로 한다. 종자에서 얻어지는 기름은 식용유로서 좋고 또 예전에는 등불기금으로 썼고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다.
일본사람들은 비자나무를 가야(kaya)로 말하는데 가야를 한문자로는 문견으로 표현하고[모기를 쫓아버리는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자나무의 가지나 생잎을 태워 연기를 내면 모기가 접근하지를 못한다. 일본이름은 이 나무의 쓰임새에서 근거를 찾았고 비자나무의 비는 가지에 붙는 잎의 모습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자나무의 목재는 목리가 곧고 담황색을 띠고 있으며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거의 없고 광택이 나는데 바둑판으로서 크게 숭상된다.
개비자나무를 한자로는 조비로 나타내는데 그 용도가 비자나무와 유사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는 3종의 비자나무가 있다 하는데 그종[본초강목]에 기재된 비수는 우리나라의 비자나무와 매우 닯아 있고 향비, 야삼, 옥비 등으로 말하기도 하며 영명은 Chinese Torreya이다. 종자를 덮고 있는 가종피와 잎에서 향유를 짜내며 이것은 상품화되고 있다 한다.
미국에는 캘리포니아지방에 비자나무가 나는데 미국 인디언들은 이 나무로 활을 만들기도 했으며[캘리포니아 너트멕]으로 부른다. 또 플로리다 지방에도 일종의 비자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비자나무나 미국 비자나무의 생잎은 부비면 나쁜 냄새가 나지만 중국산의 비자나무잎에서는 냄새가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비자나무는 나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스팅킹 시이더 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가을에 종자를 뿌리면 이듬해 늦봄에는 거의 싹이 트고 자람도 빠르다. 오염된 공기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병충해도 적다.목재가 단단하고 탄력성이 있어서 소의 코뚜레 재료로도 이용되었다.
정원을 꾸미고 가꾸는 일을 가드닝(gardening)이라 하는데, 이 가드닝은 매우 즐겁고 보람된 일이다. 그 즐거움과 만족감은 결과물을 통하여 얻을 수 있지만 조성과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정원조성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소재에 대한 고민과 통찰력, 그리고 숨겨진 예술적인 혹은 심미적인 감각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과 동일하다. 조성하는 부지의 현황과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한 다음 그 것을 부지에 구현하는 것이다.
정원조성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어렵다고 생각되면 화분에 물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식물에 대한 이해, 이것도 가드닝의 일종이며 정원조성의 첫걸음이다.
정원조성의 시작은 정원설계이다. 설계를 멋들어지게 그려내고 좋은 재료들을 사용해 화려한 연출을 해내는 사람만이 훌륭한 정원설계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공부만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정원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자세다. 연필과 스케치북, 이 두가지는 정원설계를 하기 위한 첫 번째 준비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찰하기
“정원설계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은 관찰이다.”
필자는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의 기초를 배워나가던 시절, 설계의 시작은 항상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던 교수님이 계셨다. 따가운 햇살, 주변에 많이 보이는 꽃과 나무들,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닭살 돋게 하는 서늘한 기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거친 흙, 대문앞을 지나가는 이웃들의 말소리, 저 멀리 쌩쌩 달리는 자동차 등 이 모든 것들이 정원설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한국인의 핏속에서 이어지는 전통정원관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축소지향적인 디자인과는 다르며, 중국의 자연을 확대해석하여 도입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는 변형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의 순리대로 조화로운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한국의 전통정원관을 이해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현장, 즉 정원을 조성하는 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관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관찰은 다음과 같은 것(토질, 토양수분, 방위, 계절 및 시간의 변화에 따른 주변 모습, 대상지 주변여건, 사람들의 습성 등)을 중점으로 기록하여 분석한다. 그런 다음 각 요소들이 갖는 매력과 부지에 미치는 영향력들을 고려하여 다음단계인 상상하기에서 강조해야 할 것이 있으면 더욱 끌어당겨서 강조하고, 보기 싫거나 보호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적절히 가려주어야 한다. 이 것을 알지 못하고서는 정원설계의 개념을 제대로 잡아나가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면 방위에 따른 태양의 움직임은 정원식물의 배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태양의 위치와 변화에 따라 정원에 유난히 뜨거운 지점이 생길 수 있으며, 하루종일 그늘이 생기는 곳도 생길 수 있다. 그늘이 지는 곳은 습한 것이 특징이나, 바람이 잘 통하면 때로는 건조해 질 수도 있다. 이러한 태양의 흐름은 식물 뿐 아니라 사람의 행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토양은 식물체를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수분과 양분의 공급처이기 때문에 토양조사도 꼭 실시를 해야 한다. 토양의 좋고 나쁨은 식물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양조사항목으로는 토양의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토성(土性)과 토양을 구성한는 입자들의 배열상태를 보는 토양구조, 토양의 산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성질등이다. 식물성장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토양은 양토이고, 입단구조이며, 산도는 pH5.8에서 6.5사이의 약산성 혹은 중성이고, 잡초종자나 병충해의 원인요소를 불포함하는 토양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건물이나 큰 나무사이의 좁은 공간에는 어김없이 바람이 지나가는 길(바람골)이 생기는데 이 곳은 바람이 세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식물생장을 어렵게 하며, 토양을 건조하게 하고, 겨울에는 동해를 일으키기 쉽다. 이러한 곳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울타리나 기타장치들을 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동선’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입은 어디이며, 건물들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장소의 사용빈도나 움직임에 따른 시선의 흐름등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상하좌우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머무는 곳의 위치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정원설계시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에 초점식재나 점경물 혹은 장식품을 두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현명하다.
차폐는 보기 싫은 부분이나 혐오시설들을 가려주거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상지나 목적물을 물리적 혹은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처리장이나, 공장의 굴뚝등은 식재등으로 가려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소음 등을 차단하기 위한 식물의 배식이나 기타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큰 의미의 차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시설물(정원내에 설치된 전등, 장식물, 기존에 있던 나무, 건물 등)이 있으면 점검하고, 기록하여 둔다.
현장 관찰은 다음단계인 상상하기로 진행할때 필요한 기본개념을 잡기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설계에 있어 ‘기본개념’이란 전략과 전술중에 전략인데 기본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아무리 세련되고 아름다운 재료들과 새롭고 신기한 기술들을 이용해 화사한 전술을 구사한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디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2013, 계사년(癸巳年)의 1월 추위가 매섭다. 연일 영하 10℃를 밑도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뱀의 해이다. 뱀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므로 기온이 낮은 겨울 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동면을 해야만 한다. 뱀의 동면은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역의 가혹한 겨울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는 동물의 생리적인 주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 멀리 깊은 산 어딘가에 뱀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긋불긋 단풍이 든 잎을 달고 있던 나무들도 겨울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나무의 겨울잠은 동면(冬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흔히 휴면이라고 나타낸다. 한자 사전을 찾아보면, 휴면(休眠)의 휴(休)는 ‘쉴 휴’, 면(眠)은 ‘잠잘 면’이라는 뜻이므로 한자 그대로의 뜻은 ‘잠을 자고 쉰다’는 의미일 것이다. 식물을 전공하는 나는 이 용어에 꽤 불만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움직임이 없고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식물의 특성상 겨울철의 나무는 쉬고 있는 듯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겨울철의 나무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적극적인 생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여름 더운 계절에 열심히 광합성을 했던 나무가 겨울 동안 편히 쉬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4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의 나무들은 가을철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생리적인 리듬이 바뀌게 된다. 동물의 호로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체내 물질이 식물의 겨울준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잎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식물체 내부는 추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한다. 우선 식물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을 적극적으로 탈수시켜 식물 세포의 수분함량을 최대한 줄인다. 이것은 영하의 낮은 기온에 세포가 얼어 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생존대책이다. 또한 여름철 동안 활발한 광합성에 의해 생성된 탄수화물을 전분의 형태로 세포 속에 잔뜩 저장해두는 것이다. 이 전분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에 의해 다시 잘게 분해되어 겨울철 동안 나무의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것이다. 만일 나무가 병에 걸렸거나 자연적인 재해가 닥쳐 생장기에 제대로 광합성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저장양분이 부족하여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된다. 또한 혹독한 환경 조건의 세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항산화효소의 활성도 생장기에 비해 더욱 높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겨울나무의 처절한 노력을 알게 되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나무의 부지런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식물의 휴면은 겨울철 추위에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기도 하지만, 봄에 새로운 생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식물의 휴면을 깨워 생장을 유도할 수 있는 외부 자극으로 반드시 추운 겨울이 필요하다. 이것을 온대식물의 저온요구도라 한다. 휴면을 타파하기 위한 저온감응기간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긴 경우도 있고, 짧은 경우도 있다. 대개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진달래, 개나리 등은 저온요구도가 낮은 식물에 해당되고 늦은 봄에 꽃이 피는 벚나무나 사과나무 등은 저온요구도가 높은 식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겨울철의 이상기온으로 인해 며칠 동안 온화한 날씨가 지속되면 개나리가 활짝 피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겨울철 기온이 너무 따뜻하면 사과나무의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고 열매의 품질이 나빠지고 수량도 떨어진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온대성 식물에 있어, 겨울철의 혹독한 추위는 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가혹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봄에 새싹이 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도 어렵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어제 TV 뉴스 속에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입영장정들의 금년도 첫 입영행사가 열리는 장면이 비춰졌다. 차가운 날씨의 입소식에서 훈련병들이 거수경례하는 늠름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병역의 의무를 위해 그 자리에 모인 젊은이들이 대견스러웠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들에게 부여된 20여 개월의 군복무 기간이 힘들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씩씩한 남아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