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쉽게 다가가는 정원조성 (1)

기사입력 2014-05-23 09:43 기사수정 2014-05-23 09:58

▲가드닝의 시작

▲계획하기-1

▲계획하기-2

정원을 꾸미고 가꾸는 일을 가드닝(gardening)이라 하는데, 이 가드닝은 매우 즐겁고 보람된 일이다. 그 즐거움과 만족감은 결과물을 통하여 얻을 수 있지만 조성과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정원조성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소재에 대한 고민과 통찰력, 그리고 숨겨진 예술적인 혹은 심미적인 감각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과 동일하다. 조성하는 부지의 현황과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한 다음 그 것을 부지에 구현하는 것이다.

정원조성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어렵다고 생각되면 화분에 물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식물에 대한 이해, 이것도 가드닝의 일종이며 정원조성의 첫걸음이다.

정원조성의 시작은 정원설계이다. 설계를 멋들어지게 그려내고 좋은 재료들을 사용해 화려한 연출을 해내는 사람만이 훌륭한 정원설계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공부만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정원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자세다. 연필과 스케치북, 이 두가지는 정원설계를 하기 위한 첫 번째 준비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찰하기

“정원설계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은 관찰이다.”

필자는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의 기초를 배워나가던 시절, 설계의 시작은 항상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던 교수님이 계셨다. 따가운 햇살, 주변에 많이 보이는 꽃과 나무들,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닭살 돋게 하는 서늘한 기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거친 흙, 대문앞을 지나가는 이웃들의 말소리, 저 멀리 쌩쌩 달리는 자동차 등 이 모든 것들이 정원설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한국인의 핏속에서 이어지는 전통정원관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축소지향적인 디자인과는 다르며, 중국의 자연을 확대해석하여 도입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는 변형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의 순리대로 조화로운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한국의 전통정원관을 이해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현장, 즉 정원을 조성하는 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관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관찰은 다음과 같은 것(토질, 토양수분, 방위, 계절 및 시간의 변화에 따른 주변 모습, 대상지 주변여건, 사람들의 습성 등)을 중점으로 기록하여 분석한다. 그런 다음 각 요소들이 갖는 매력과 부지에 미치는 영향력들을 고려하여 다음단계인 상상하기에서 강조해야 할 것이 있으면 더욱 끌어당겨서 강조하고, 보기 싫거나 보호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적절히 가려주어야 한다. 이 것을 알지 못하고서는 정원설계의 개념을 제대로 잡아나가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면 방위에 따른 태양의 움직임은 정원식물의 배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태양의 위치와 변화에 따라 정원에 유난히 뜨거운 지점이 생길 수 있으며, 하루종일 그늘이 생기는 곳도 생길 수 있다. 그늘이 지는 곳은 습한 것이 특징이나, 바람이 잘 통하면 때로는 건조해 질 수도 있다. 이러한 태양의 흐름은 식물 뿐 아니라 사람의 행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토양은 식물체를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수분과 양분의 공급처이기 때문에 토양조사도 꼭 실시를 해야 한다. 토양의 좋고 나쁨은 식물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양조사항목으로는 토양의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토성(土性)과 토양을 구성한는 입자들의 배열상태를 보는 토양구조, 토양의 산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성질등이다. 식물성장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토양은 양토이고, 입단구조이며, 산도는 pH5.8에서 6.5사이의 약산성 혹은 중성이고, 잡초종자나 병충해의 원인요소를 불포함하는 토양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건물이나 큰 나무사이의 좁은 공간에는 어김없이 바람이 지나가는 길(바람골)이 생기는데 이 곳은 바람이 세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식물생장을 어렵게 하며, 토양을 건조하게 하고, 겨울에는 동해를 일으키기 쉽다. 이러한 곳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울타리나 기타장치들을 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동선’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입은 어디이며, 건물들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장소의 사용빈도나 움직임에 따른 시선의 흐름등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상하좌우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머무는 곳의 위치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정원설계시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에 초점식재나 점경물 혹은 장식품을 두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현명하다.

차폐는 보기 싫은 부분이나 혐오시설들을 가려주거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상지나 목적물을 물리적 혹은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처리장이나, 공장의 굴뚝등은 식재등으로 가려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소음 등을 차단하기 위한 식물의 배식이나 기타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큰 의미의 차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시설물(정원내에 설치된 전등, 장식물, 기존에 있던 나무, 건물 등)이 있으면 점검하고, 기록하여 둔다.

현장 관찰은 다음단계인 상상하기로 진행할때 필요한 기본개념을 잡기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설계에 있어 ‘기본개념’이란 전략과 전술중에 전략인데 기본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아무리 세련되고 아름다운 재료들과 새롭고 신기한 기술들을 이용해 화사한 전술을 구사한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디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김대환 조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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