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대한 생태텃밭 (샐리 진 커닝햄 저ㆍ들녘)
들녘의 59번째 귀농총서. 유기농 텃밭 농부이자 원예 전문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샐리 진 커닝햄이 수십 년간 경험한 텃밭 가꾸기 노하우를 담았다. 방대한 이론을 섭렵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저자는 “텃밭 농부가 할 일은 자연이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화학물질 제로’를 달성해낸 ‘생태텃밭 농법’을 소개한다. 책에는 자연과 함께 텃밭을 가꾸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와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동반식물 재배법’과 같이, 함께 심으면 더 잘 자라는 이웃 식물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텃밭 대표 작물 32종의 가족 식물, 이웃 식물 목록을 정리하고, 자세한 재배법과 흔히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책까지 다뤘다. 텃밭에 도움이 되는 익충 31종의 생김새와 생활주기, 발견 장소, 유익성, 소환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조심해야 할 해충 12종도 방제법과 함께 보여준다. 초보 농부에게 도움이 되는 단계별, 시기별 텃밭 농사 비법도 전수한다. 가장 기초적인 흙 돌보기 단계부터 수확 방법, 다음 농사 준비 단계까지 자세히 담았다. 저자가 직접 자신의 텃밭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그림 자료를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저ㆍ양철북)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중 151편을 골라 엮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농가의 사계절과 저자의 일상이 정겹게 그려진다. 30년 넘게 현재까지 이어오는 일기 속 평범하고도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유홍준 저ㆍ창비)
올해 6월 우리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실렸던 남한의 산사 20여 곳과 북한의 산사 2곳을 꼽아 소개한다. 가을을 맞아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우리 산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노년에 대하여 (윌 듀런트 저ㆍ민음사)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가 윌 듀런트의 마지막 원고다.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신과 도덕, 전쟁과 정치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20여 가지 문제를 다룬다.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동시에 정제된 저자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실용치즈전서 (배인휴 저ㆍ유한문화사)
배인휴 국립순천대학교 명예교수가 1982년부터 유가공학연구실을 운영하며 모은 치즈 관련 자료와 치즈 산업 현장 경험이 640여 페이지 분량의 책 한 권에 담겼다. 다양한 치즈 제조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해 낙농가 농민들과 치즈 입문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 잠시 땀을 식히며 읽기 좋은 신간을 소개한다.
본과 폰, 두 사람의 생활 (본, 폰 저ㆍ미래의창)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의 워너비로 떠오른 한 60대 부부가 있다. 바로 본(bon)과 폰(pon)이다. 일본의 평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됐다. 백발의 머리로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 본과 활발하고 다혈질인 아내 폰. 상반된 성격 탓에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남편이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두 사람이다. 결혼한 지 어언 37년 차,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콩달콩한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감각적인 커플 패션.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비슷한 무늬와 소재의 옷을 적절하게 매치해 같은 듯 다른 시밀러룩을 선보인다. 책에는 평소 부부가 자주 착용하는 커플룩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법, 쇼핑 노하우 등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아울러 그동안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실었다. 커플룩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덕주 저ㆍ초록비책공방)
장수시대를 맞이해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신노년 세대’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담았다. 아울러 은퇴 후의 시간을 ‘인생의 골든타임’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김석중 저ㆍ지택코리아)
유품 정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는 유품의 의미와 한·일 노년의 삶. 유품 정리뿐만 아니라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 문화생활 등에 대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프랑수아 아르마네 저ㆍ문학수첩)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유명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196명이 내놓은 답변을 모았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문체처럼 다양한 도서들과 더불어 책을 선정한 이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칵테일 도감(칵테일 15번지 외 공저ㆍ한뼘책방)
도쿄 긴자의 유명 바텐더들이 엄선한 228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았다. 마티니, 모히토 등 역사가 깊고 잘 알려진 칵테일은 물론, 레인보우, 사케티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칵테일도 소개한다. 생생한 사진과 아이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쉽게 구성했다.
기존 출판의 문제점인 비용과 재고부담을 극복하고자 ‘개인출판’이 등장했다. 자신만의 책을 갖고 싶은 독자라면 교보문고의 개인출판 시스템 ‘퍼플’을 이용해보자.
지금은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의 대부분이 사장되고 있다. 자가 출판은 글을 쓴 저자가 직접 사비를 들여서 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자비 출판이라고도 부른다. 이 경우 출판사는 저자에게서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먼저 받고 일을 진행한다. 비용도 문제지만 지명도 없는 저자는 ‘재고처리’ 때문에 고생이 많다.
기획 출판은 일반적인 출판 방법으로 원고를 받고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하는 대신, 정가의 약 10% 정도를 인세로 저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출판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마케팅과 물류 관리까지 모두 알아서 해주기에 저자로서는 비즈니스 면에서 출판사에 일임하고 저작에만 집중하면 된다.
개인출판은 기존의 출판과 달리 비용부담이 전혀 없다. 먼저 주문을 받은 후 제작과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의 출판문화의 대혁신이다. 원고작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책임이다. 누가 교정을 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 충분한 원고가 먼저 작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 100페이지, 산문 200페이지 이상이 보통이다. 물론 전문사적은 제한이 없으나 소책자인 경우에도 30페이지 이상을 보통 요구하고 있다.
원고가 완성되면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다. 다음에 ‘작가등록’을 한다. 등록승인은 곧 나온다. 홈페이지 '북 만들기 START'에 들어가 안내서에 따라 PDF 양식으로 작품을 올린다. 제목을 정하고 차례, 저자소개, 책 소개가 중요하다. 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앞표지, 뒤표지, 등지, 앞날개, 뒷날개 모두 디자인하여야 한다.
판매자 계정을 만든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판매신청을 하면 관리자의 승인이 날 때까지 며칠이 소요된다.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요구가 들어온다. 정도에 따라 여러 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승인이 완료되면 홈페이지 ‘신간 서적’에 제목, 차례, 저자, 책 소개가 등재된다.
POD 도서는 주문형 출판으로 파일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주문이 있을 때 제작되어 고객에게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즉 편집이 완료된 파일만 있다면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고, 오히려 판매 수익을 받는다. 도서 정가에 제작비용과 저자 인세가 포함되는 것으로 작가가 지급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제작 사양을 모두 포함한 판매 정가가 정해지고 정가의 20%가 인세로 지급된다. 출간된 책은 교보문고의 유통망을 통해 웹사이트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교보 eBook 애플리케이션, 제휴 채널 등에서 판매된다.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1·2 (신정일 저ㆍ박하)
‘길 위의 시인’, ‘현대판 김정호’ 등으로 불리는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답사기다. 시리즈의 제1권 ‘서울’ 편에는 한반도 5000년 역사 속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해온 서울의 역사를 살펴보고 해설사와 함께 곳곳을 답사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5대 궁궐과 종묘, 한양도성 성곽길, 한강 등을 따라 걸으며 도심 속 근대 유적을 면밀히 둘러본다. 특히 마지막 8장에서 서울의 지명 속에 숨겨진 역사에 대해 소개한 점이 흥미롭다. 동시에 출간된 제2권 ‘경기도’ 편에서는 1981년 경기도에서 분리된 인천을 포함해 경기 각 지역을 위치와 성격에 따라 8개의 장으로 나눠 설명한다. 지역마다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이곳을 살다간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아울러 경기도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지역민들의 사연을 담아 그동안 몰랐던 경기도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과 길의 철학자 신정일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정말 걷고 싶었다”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우리 땅에 깃든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는 우리 시대 또 하나의 희망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소심 소심 소심 (인민아 저ㆍ북산)
미술, 서예, 수필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인민아 작가가 삶을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과 인생의 단면들을 풀어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문장으로 채운 글과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문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왜 자꾸 죽고 싶다고 하세요, 할아버지 (하다 게이스케 저ㆍ문학사상사)
할아버지의 존엄사를 위해 간병을 시작한 손주의 이야기. 제15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NHK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세대 간 갈등과 고령화 사회, 청년 실업, 웰다잉 등의 문제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나이 든 반려견을 돌보는 중입니다 (권혁필 저ㆍ팜파스)
노령견의 일상 돌봄과 더불어 죽음 준비까지 다뤘다. 각 장의 끝에 실린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 반려견을 돌보는 즐거움과 사랑하는 마음, 이별의 과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문화교실에서 만난 반려견과 보호자의 사연도 함께 담았다.
죽음을 이기는 독서 (클라이브 제임스 저ㆍ민음사)
문화비평가로 잘 알려진 클라이브 제임스가 2010년 백혈병 확진을 받은 후 써낸 다양한 문화비평 중 일부를 엄선해 엮었다. 저자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과 맞서며 책을 읽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신랄하고 생명력 넘치는 문장을 탄생시켰다.
가정의 달 5월, 이달에 읽기 좋은 신간들을 소개한다.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이성낙 저ㆍ눌와
피부과 전문의 이성낙 박사가 조선시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그들의 피부질환에 대해 진단한다. 백반, 다모증을 비롯한 희귀 피부 질환과 얼굴의 흠결까지 가감 없이 그린 조선시대 초상화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 일본, 서양 초상화와의 비교를 통해 조선시대 초상화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피부 상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선비정신 덕분”이라 언급하며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은 조선을 이끈 이들의 정직함, 올곧음의 증거”라 설명한다. 519점의 초상화를 토대로 피부를 진단했는데, 전체 중 268점에서 20종에 달하는 다양한 피부병변을 발견했다. 검버섯 85점, 돌출 검버섯 37점, 천연두 흉터 73점, 흑색황달 9점 등 일반적인 피부병부터 희귀질환까지 다양하게 드러났다. 이 중 피부병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초상화 18폭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 책에 대해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이성낙 박사의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에 대한 연구는 의학적 소견과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라며 “미술사와 의학이 만나는 학제 간 통섭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웅변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 조재면 저ㆍ해냄
70대 할아버지 조정래 작가와 고등학교 2학년인 손자 조재면 군이 1년여 동안 글로 써내려간 논술 대화를 모은 책이다. 할아버지의 글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경험한 이의 생생한 관점이, 손자의 글에는 10대 눈높이에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엄마와 딸 사이 곽소현 저ㆍ소울메이트
엄마와 딸의 갈등 원인과 해결 방법을 담은 심리서. 심리치료 전문가로서 20여 년간 상담 현장에서 많은 딸을 만나온 저자는 20~30대 여성들이 호소하는 엄마와의 갈등과 불편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이에 대한 솔루션을 영화, 시, 그림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빌 게이츠의 화장실 이순희 저ㆍ빈빈책방
야외 배변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을 돕고자 나선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야외 배변 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 방안을 짚고, 우리가 사용하는 쾌적한 수세식 화장실이 결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 사카이 준코 저ㆍ살림
중년 이후 겪는 ‘첫’ 경험들로 가득한 일상의 기록. 모든 일에 능수능란하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서툰 나날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렸다. 저자는 몇 살이든 생일을 맞는 나이는 “태어나 처음”이라 말하며 현재의 삶이 주는 새로움에 주목한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4월, 이달에 읽기 좋은 신간들을 소개한다.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오경아 저ㆍ궁리
10여 년 동안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저자가 정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펴낸 가드닝 안내서다. 정원 가꾸기에 노하우가 없는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한 쉽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저자의 스테디셀러인 ‘정원의 발견’(2013)의 실천편이라 할 수 있다. ‘정원의 발견’이 정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원론적으로 알리는 책이라면,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은 본격적으로 정원을 만들고 관리하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어려움과 고민을 풀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펴낸 책이다. 목차를 보면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로 나뉘어 있다. 달마다 정원을 빛나게 할 식물들을 비롯해 그달의 정원노트와 동서양 정원사들에게 전해오는 오래된 정원의 지혜 등을 담았다.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준비물부터 식물별 가드닝 노하우, 나무 심기와 옮기기, 잡초 없애기, 가지치기, 씨앗 거두기, 뿌리 나누기 등 다양한 정보를 삽화와 함께 보여준다.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식물과 정원 그림들은 정원 일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것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더불어 정원이 없는 도시인들도 실내정원을 손쉽게 꾸밀 수 있도록 ‘손바닥 가드닝 노트’도 마련했다.
신들이 노는 정원 미야시타 나츠 저ㆍ책세상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아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곳 ‘도무라우시’에 가족을 이끌고 산촌유학을 떠난다. 아름다운 대자연과 더불어 살며 꿈만 같았던 1년간의 기록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들려준다.
문성희의 밥과 숨 문성희 저ㆍ김영사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해온 자연요리 연구가 문성희의 첫 번째 에세이. 치열했던 과거를 지나 현재에 이른 저자는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 ‘밥 먹는 것’과 ‘숨 쉬는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요리 철학 탄생 배경을 이야기한다.
박치기 사랑 양귀자 저ㆍ지성사
노년의 책 읽기 권리를 찾기 위해 기획된 ‘어르신 이야기책’ 시리즈의 신간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상윤 박사의 자문을 받아 선정된 글을 노안으로도 읽을 수 있는 활자 크기로 보여준다. 양귀자의 1993년 발표작 ‘박치기 사랑’이 그림치료 활동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재탄생했다.
스마트 워라밸 가재산, 장동익 저ㆍ당신의서재
1주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시대를 맞아, 기업을 위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단지 복지후생뿐만이 아닌 따뜻함과 엄격함이 동시에 존재해야 개인과 회사가 동반 성장하는 지속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간들을 소개한다.
◇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
아이라 바이오크 저ㆍ위즈덤하우스
40년간 응급의학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종사해온 웰다잉 전문가 아이라 바이오크 교수의 에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온전히 치유하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령 오랜 독설, 외면, 실망으로 얼룩진 사이라 해도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소중한 네 마디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네 마디 말은 “사랑해”, “고마워”, “용서할게”, “용서해줘”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했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수많은 사람을 경험하며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할 말을 하자’라는 자세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깊은 정을 나누길 희망한다.
아이라 바이오크는 꼭 죽음을 목전에 둔 이가 아닐지라도 평상시 다양한 상황에서 이 네 마디 말을 잘 활용해 건강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녕을 누릴 것을 조언한다. 누구든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용서, 감사, 사랑을 틈틈이 표현해야 한다는 것. 그는 책에서 네 마디 말을 서로에게 건넨 환자와 가족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한다. 가족의 불화, 개인의 비극, 이혼 등 어긋난 관계를 치유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는 단순하지만 귀중한 네 마디 말이었음을 되새긴다. 이해인 수녀는 “매일의 인생 여정에서 이 네 마디를 꾸준히 말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바로 곁에 있음을 새롭게 깨우쳐준다”며 “당장 사랑을 시작하자고 우리를 재촉하는 이 책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다”고 했다.
◇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김형석 저ㆍ김영사
100세를 앞둔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저서 중에서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추렸다. 1부 ‘잃어감에 관하여’, 2부 ‘살아간다는 것’, 3부 ‘영원을 꿈꾸는 자의 사색’, 4부 ‘조금, 오래된 이야기’ 등으로 나눠 삶의 의미에 대해 폭넓게 아우른다.
◇ 죽을 때 추억하는 것 코리 테일러 저ㆍ스토리유
소설가 코일 테일러가 뇌종양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쓴 회고록이다. 유년 시절과 가족에 대한 추억,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 등을 문학적 사색을 담아 표현했다. 아울러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추억하게 될지 물으며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ㆍ청미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대표작이다. 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죽음의 5단계’를 정의하며 죽음에 대한 태도와 반응, 시한부 환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소개하며 죽음과 죽어감의 의미를 이해하게 만든다.
◇ 인간가족 에드워드 스타이컨 저ㆍ알에이치코리아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대규모 전시 ‘인간가족’ 전에 소개된 68개국 273명 사진작가의 흑백사진 작품 503점을 수록했다. 냉전시대에 지구촌 인간가족의 일상과 희로애락이 담긴 사진들 속에서 과거 6·25전쟁 당시 우리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신청 추첨에서 당첨되면 무료로 받아 볼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떨어졌다. 그런데 송파 북 페스티벌에 갔다가 신간 서적 판매 부스에서 낯익은 제목에 손이 갔다.
저자 오현석은 20여년 특급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로서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 책에서 여러 가지 보고 들은 사례를 소개했다.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다.
유니폼 입은 사람 중에 가장 호감도가 높다는 사람들이 호텔리어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본 호텔 VIP라면 최고의 품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은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물론 돈 좀 있다고 갑질하는 VIP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있어서 더 여유가 있고 넓게 세상을 보는 눈이 있을 것이다.
먼저 호텔리어들이 좋게 보이는 이유를 소개했다. 옷차림에서부터 걸음걸이까지 훈련을 받는 다고 했다. 기성복이 아닌 몸에 맞는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했으나 원래 정장이란 불편해서 행동을 절제하게 만든 옷이라는 설명이다. 좀 큰 옷은 허수룩해 보이고 바지 길이가 길면 지저분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목이나 소매 부분의 때는 특히 조심해야할 점이란다. 걸음걸이도 신발을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좌우로 기우뚱하게 걷는 사람 등, 자기 자신은 잘 모르지만, 걸음걸이에서 품격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VIP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골프 댄스 등 고급 예절을 익혀야 한단다.
호텔 VIP들의 특별한 행동은 익히 알려진 것들이 많다. 책을 많이 본다든지, 메모를 열심히 한다든지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과 일치한다. 호텔 종업원들에게도 매너를 지킨다든지 예약, 입구에서 안내 받아 들어가기 등 레스토랑 매너 등도 잘 알려진 내용들이다. 예약도 안하고 들이 닥치거나, 예약을 해 놓고 늦게 나타나거나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나는 예는 매너가 아니라는 것이다. VIP들은 예약을 해 놓고도 먼저 예약을 확인하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의 의상도 중요하다고 했다. 추리닝 바람으로 레스토랑에 가면 다른 손님들의 품격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새로 배운 것은 착석 매너인데 앉을 의자를 약간 빼내서 앉게 하는 배려이다. 테이블 가까이 들어가 있어 의자를 약간 빼 내야 하는 불편함을 알고 그런 수고를 덜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냅킨 사용 법 등도 참고할 만하다. 댄스파티에서 자주 테이블을 떠나야 하는데 그때마다 냅킨 처리가 궁금했었다. 테이블 위에 놔두고 춤추러 나가는 사람, 의자 등받이에 걸쳐 놓고 나가는 사람 등 분분하다. 정답은 의자 위에 잘 접어놓고 가는 것이란다. 입 주변을 닦아 지저분해진 면은 다른 사람들이 안 보게 안으로 하라는 것도 중요하다.
와인 매너는 원래 서양식과 우리나라 식이 있는데 서양식을 그대로 하자니 불손하게 보일 수도 있어 절충된 방식이 우리나라 식으로 보면 된다. 서양식은 와인을 누가 따라 줄 때 잔을 그대로 둔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은 밑 부분을 테이블에 눌러주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물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누구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모른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애기할 수 있는 것도 용기이다.
장석주(張錫周·62) 시인의 트위터 자기 소개란에는 ‘산책자 겸 문장노동자’라고 쓰여 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두 단어라고 이야기한다. 장 시인의 하루는 매일 걷고, 읽고, 쓰고,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사색으로 채워진다. 산문집 은 그런 그의 일상에 온유한 자극을 준 책이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매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신간을 살펴본다는 그는 1년에 주문하는 책만 1000권에 달하는 독서광이다.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으로 된 책을 검색하면 100여 권이 나올 정도로 집필 작업도 충실히 하고 있다. ‘문장노동자’라는 별명이 꼭 들어맞는다. 그런 그가 추천한 도서 에는 영미 작가들의 아름다운 산문 32편이 담겨 있다.
“최근 읽은 산문집인데 자연이나 인생에 대한 성찰이 잘 녹아 있어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의 글들인데, 훨씬 여유가 느껴지고 글맛이 깊더라고요. 이런 책이 두루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천하게 됐죠. 저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읽고 있어요.”
길어진 중년,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여러 주제의 산문 중에서도 그는 알도 레오폴드의 ‘산처럼 생각하기’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나무의 죽음’ 등 자연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 인상 깊다고 했다. 평소 자연을 바라보는 풍부한 시선을 따뜻하고 지적인 언어로 표현해온 장 시인다웠다.
“인간의 평안과 안위 때문에 자연이 훼손되고 있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생태계 불균형이 결국 고스란히 우리에게 오게 될 텐데, 인간은 너무나 무관심하죠. 글에도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제가 1960년대 서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늑대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돼버렸잖아요. 책을 읽고 그런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중년 이후 꽃, 나무 등 자연에 관심을 두는 이가 많다. 그는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며 “생존 경쟁에서 물러나 삶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소 느슨해지는 중년의 삶을 묘사한 ‘오버롤스 작업복’이라는 글이 나온다. 소작농들이 입는 작업복인 오버롤스 세 벌을 각각 초기 중년, 중년, 후기 중년 단계로 설명했는데, 장 시인은 비유가 아주 탁월하다며 감탄했다.
“예전에는 30대 후반만 돼도 중년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마흔이 훌쩍 넘어도 중년이라는 생각을 잘 안 해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장년기가 상대적으로 더 길어졌죠. 그런 중년의 삶을 세 단계로 나눠 옷에 빗대 설명했는데 정말 참신하더라고요. 새 옷은 솔기도 살아있고 옷감도 견고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단추도 헐거워지고 천도 닳아서 얇아지죠. 처음에는 깨끗하지만 빳빳해서 불편했던 작업복이 삶의 흔적대로 때가 묻기도 하고 해지기도 하면서 내 몸에 점점 익숙하고 편안해져요. 그런 은유가 중년의 삶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인생도 세월이 더해질수록 오버롤스처럼 부드럽고 느슨해지니까요.”
저자 제임스 에이지는 후기 중년 오버롤스를 ‘여전히 제구실을 완전히 해내며 최고로 편안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장 시인은 나이가 들며 누리는 편안함은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삶이 여유로워졌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태롭고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죠. 꿈이나 생의 약동에서 멀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아무렇게나 막 살아버릴 수 있거든요. 그러면 삶의 질이나 자기존중감도 떨어지죠. 중년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가장 활동적으로 살아야 할 시기이거든요.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나이에 느슨해지고 희미해지면 안 되죠.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고 삶을 탄력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길어진 중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책 읽기는 뇌의 유산소 운동
그는 삶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자기성찰을 하라는 말인데, 이를 실천하고 도울 방법으로 ‘책 읽기’와 ‘미니멀라이프’를 제시했다.
“책 읽기는 뇌의 유산소 운동과 같아요. 뇌에도 근육이 있는데, 책을 읽지 않으면 뇌의 유연성이 떨어지죠. 시집과 철학책은 뇌에 좋은 자극을 주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요.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억이 있어요. 절차기억, 학습기억, 신념기억. 절차기억은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것과 같은 선천적인 기억이고, 학습기억은 책 읽기나 경험을 통해 얻는 것, 신념기억은 정치나 종교적인 기억을 뜻해요. 그런데 책을 읽지 않으면 학습기억이 줄고 그 자리를 신념기억이 차지하거든요. 그러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융통성이 없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책을 읽고 학습기억을 키워 균형을 맞춰야 해요. 그래야 다른 세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습니다.”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삶에 이롭지만, 그 외의 것들은 최대한 적게, 단순하게 하는 것이 현상의 본질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는 그는 적게 소유할수록 크게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쌓여 있으면 그 물건의 진가가 잘 안 보여요. 겉으로는 풍족해 보일지라도 그 하나하나의 가치는 희석돼버리고 말죠.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을 때,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요.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욕심이나 사심을 비워냈을 때 본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죠.”
비울수록 충만해지는 행복을 경험하고 싶지만, 막상 물건이든 마음이든 비워내려고 하면 쉽지 않다. 수긍이 가는 말들이지만 결국은 실천이 문제다.
“버리는 삶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안심하고, 움켜쥐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옷장을 열면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하죠. 몇 년째 입지 않은 옷들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러면 버리거나 누구에게 주거나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입을 거야’라는 생각에 그대로 걸어두죠.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특히 나이 들어서 갖는 그런 욕망을 노욕이라고 하는데 남들이 볼 때 굉장히 추합니다. 불편하고 쉽지 않겠지만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죠. 우리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요.”
삶의 단순화에 대한 장 시인의 시각은 그의 산문집 에 잘 나타나 있다. 모든 군더더기를 없애고 최소화하려 하지만, 독서와 산책만큼은 충분히 즐긴다. 글을 쓰는 게 그의 일이기에 육체보다는 정신적 노동에 과부하가 걸리곤 한다. 그럴 때 산책을 하면 어지럽혀져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비울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를 푸는 데는 효과만점이라고.
“걷다 보면 사유가 깊어지고 자기성찰에 몰입할 수 있어요. 잡념은 사라지고 내면의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죠.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무엇보다 걷는 동안 내가 살아 있다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면. 누구든 한 번쯤 꿈꿔 본 일이 아닐까. 더군다나 그 책들이 서점에 비치되고, 사람들이 책에 나온 내 얼굴을 알아 본다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되었든, 전문분야의 저서가 되었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출간이 가능하다. 그 방법을 알아 보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책을 출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업계에서는 ‘기획 출판’이라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팔릴 만한’ 원고나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전국 서점 등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그 수익을 출판사와 저자가 나눠 갖는 형태다. 흔히 ‘인세’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서 나온다. 문제는 전제조건이다. 팔릴 만한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를 생각하면 더더욱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골치 아픈 경우도 많다. “분명 관심 갖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책을 내어 달라는 사람들이 적잖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자서전 ‘자비 출판’ 형태가 대부분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자비 출판’이다. 즉 출판사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저자가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형태다. 요즘 유행하는 회고록이나 자서전은 대부분 이 형태로 제작된다. 전 국민이 알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서전을 내어 주겠다고 뛰어드는 출판사는 없기 때문이다. 자비 출판이라고 해서 서점 유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약 서점에서 내 책이 팔리길 원한다면 많은 수량을 제작하면 된다. 보통 200권 이상 제작하면 전국 유통은 가능하다고 한다.
자비 출판과 기획 출판의 중간 형태도 있다. 비용을 저자와 출판사가 분담하고, 대신 책이 팔렸을 때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다. 보통은 건강 관련 의학서적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기술서적들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회고록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많을까? 자비 출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밥북’(www.bobbook.co.kr)의 주계수 대표는 “물론”이라고 단언한다.
“시니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후대에 교훈이 된다며 판매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지인들에 대한 홍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저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간혹 원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책의 형태로 편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차피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롭게 해야 하는 부분이라 그럴 필요 없습니다.”
출간비용 얼마나 될까?
출간비용은 사실 천차만별이다. 출간을 위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전체 비용에서 ‘수량’이 차지하는 부분이다. 물론 많이 제작할수록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어느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비용을 살펴보면 200페이지 정도의 평범한 책을 50부 만드는 데 90만원이 들지만, 100부를 만드는 데는 100만원이 필요하다. 200부는 125만원, 300부는 150만원이다. 1000부를 제작하는 데 290만원이 소요된다.
이런 견적이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책을 제작할 때 들어가는 디자인, 교열 비용이 제작비에 포함되어 있고, 인쇄소에서 한 번 기계를 돌리는 데 기본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출판사에 따라 교열은 별도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전자책만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하게 제작할 수도 있다. 보통 100만원 이하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이렇게 책이 만들어져 서점에 유통되면 저자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종이책은 정가의 40~50% 정도, 전자책은 50% 정도가 저자의 몫이 된다.
과거에는 자서전이나 회고록 이외에 시니어들이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시나 수필을 엮어 문집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을 책으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은퇴 이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시니어들이 많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 자서전 출간 A to Z “이것만 알면 쉽다” ]
** 원고와 기획안 준비 **
원고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하고 기획안은 책의 의도나 목차, 줄거리, 저자의 약력과 집필 배경, 타깃 독자 등을 표기한다. 기획 출판이나 시중 판매를 고려한다면 기획안은 필수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출판을 원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책 쓰기 코칭 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 책의 규격과 디자인 **
서점에 나가 책의 크기나 용지, 표지의 형태, 디자인, 인쇄나 제본 방식 등을 유심히 살펴본다. 마음에 드는 형태의 책이 있다면 샘플로 지니고 있는 것이 좋다. 내지가 컬러냐 흑백이냐에 따라, 종이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제작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 출판사 상담과 선정 **
준비된 원고와 기획안을 바탕으로 출판사 측과 상담한다. 몇 군데 출판사와 비교 상담하는 것이 좋고, 원고가 넘어간다고 유출되거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많지는 않으니 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꿈꿨던 출간과 현실에서의 출판은 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세세한 부분까지 상담하는 것이 좋다.
** 출판과정 **
출판사에서 조언이나 지적 없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되레 의심해 봐야 한다. 아마추어가 준비한 원고가 문제없을 리가 없다. 특히 책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은 책의 수준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므로 출판사 쪽의 의견을 듣도록 한다.
** 발행 후 유통 **
책의 홍보, 마케팅 실력은 출판사의 역량이 나타나는 척도 중 하나다. 신문의 신간소개나 단신 등에 책이 등장하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없다면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도 지인 등을 통해 책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