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10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8개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백신 개발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라고 한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5~10년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6~18개월로 짧게 잡고 있다.
현재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일부 효능이 인정돼 긴급 사용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도 렘데시비르의 긴급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던 항바이러스제다. 에볼라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해 2년간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치사율이 90%에 가까워 바이러스가 퍼진 지역에 큰 공포를 일으켰다. 1979년 아프리카 콩고의 에볼라 강 유역에서 처음 발견된 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더뎠다.
김승섭 교수가 쓴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보면 전 세계가 에볼라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이윤은, 어떤 약을 개발할지와 그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생산할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어떤 지식은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윤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백신 개발에 미온적이었던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전염병이 돌아야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한다는 얘기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WHO가 주최한 세계보건 총회 화상회의에서 치료제와 백신은 인류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자국의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좇는 나라들 때문에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한 나라에서 비싼 값을 요구할 수도 있고, 백신을 무기화해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백신 개발 전쟁에 뛰어든 전 세계 제약회사들은, 질병을 이길 힘은 백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연대와 협력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따지지 않고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치료제 개발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한미약품이 올해 ‘로수젯 매출 1000억 원’ 도전에 나선다. 로수젯은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으로 2015년 발매 이후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약물이다.
특히 출시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773억원을 기록,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 1위에 올랐고, 원외처방의약품 중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하는 이상지질혈증 전체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LDL-C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의견이 의료계의 대세로 자리 잡고, 에제티미브의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되면서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는 두 성분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복합제 로수젯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이 높아진 점에 크게 기인한다.
한미약품은 “자체 연구개발(R&D) 기술로 로수젯을 단독 개발해 출시한 뒤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꾸준히 의료진에게 선보인 ‘근거중심 마케팅’과 ‘소통’ 덕에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로수젯의 성분 중 하나인 에제티미브는 오랜 기간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쓰인 스타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매우 우수한 효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두 성분의 조합은 매우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에제티미브의 임상적 유용성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로수젯의 잠재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올해 1000억 원 매출 달성이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로수젯을 한미약품의 강력하고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은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이 한국 제약산업 복합신약 개발 역사에서 대기록을 썼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의 2019년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30일 밝혔다. 아모잘탄패밀리는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과, 아모잘탄에 각각 한가지씩 성분을 더한 3제 복합신약 ‘아모잘탄큐’, ‘아모잘탄플러스’ 3종을 뜻한다.
보험약가 기준 도매업체 및 약국 출하 매출액으로 1021억원을 달성한 아모잘탄패밀리는 맏형격인 아모잘탄이 751억원, 아모잘탄플러스 197억원, 아모잘탄큐 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처방매출 기준인 유비스트로도 아모잘탄패밀리는 980억원의 매출달성이 예상된다.
2009년 출시돼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칼슘채널차단제(CCB)계열의 암로디핀과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계열의 로잘탄을 복합한 세계 최초 복합신약으로 정부로부터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은 국내 최초 복합신약이다.
2009년 출시 첫해 116억원 매출을 기록한 아모잘탄은 10년간 약 7334억원의 누적 매출(아모잘탄·아모잘탄플러스·아모잘탄큐)을 달성했다. 10년간 처방된 아모잘탄패밀리 브랜드의 알약수는 8억5101만정에 이르며 누적 복용환자수는 110만명에 육박한다.
아모잘탄은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공헌하고 있다. 아모잘탄이 수입약을 대체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한 누적 액수만 해도 1624억원(2018년 기준 누적처방 6억9709만정 기준, 정당 절감액 356원)에 달한다. 특히 아모잘탄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전문의약품 상위 10개 제품에 한미약품의 로수젯과 함께 한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출시 이후 보다 더 혈압 조절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와 많은 고혈압 환자가 동반질환으로 갖고 있는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 한 알에 치료할 수 있는 3제 복합신약 ‘아모잘탄큐’ 2종을 더해 아모잘탄패밀리로서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며 근거중심 마케팅을 전방위로 펼쳐나가고 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올해는 아모잘탄 출시 10주년을 맞으며 지속적으로 축적한 기술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해”라며 “한미약품만의 자체기술로 후속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아모잘탄패밀리가 10년, 20년을 넘어 한미약품의 대표제품으로 의료진의 사랑을 받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제약·바이오업계는 어려운 한 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2041.59였던 코스피 200 헬스케어지수는 지난 8월 6일 1412.55로 30.8% 하락했다. 기대감이 높았던 굵직한 기업들의 임상 실패나 기술계약 반환 등 잇단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변화된 흐름이 감지된다. 바닥을 찍은 헬스케어지수는 4개월여 기간이 흐른 17일 현재 1789.67로 올라왔다. 완전히 회복하진 않았지만 이를 두고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폭풍이 지나가면 맑은 하늘이 뒤따르는 법. 2020년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거나 호재를 품은 기업들이 보이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세에 올라 탄 ‘동아에스티’와 ‘유한양행’에 주목한다.
◇동아에스티: 52주 신고가 경신··· 체질 개선 주목
동아에스티의 내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6272억 원이 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1.5% 줄어든 543억 원이 예상되지만 올해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10% 수준의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라니티딘 대체약(스타틴, 가스터 등) 수혜 △공동 판매를 통한 매출 확대 △전문의약품(ETC) 안정적 성장 △수출 규모 증가 △시벡스트로 처방 확대에 따른 로열티 증가 등의 요인으로 동아에스티의 내년 실적을 추산했다.
특히 지난 9월 라니티딘 제제 판매 중지로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 알비스 제네릭 더블원 등을 팔 수 없게 되면서 동아에스티 제품이 공백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병·의원 채널망을 보유한 타 제약사와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점도 눈길을 끈다. CJ헬스케어와 당뇨치료제 슈가논, 슈가메트 공동 판매를 시작했고 소화기치료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일동제약과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에 이어 소화성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정의 공동 판매를 개시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는 전년 동기 일회성 수익으로 기저가 높지만 본업에서의 체질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자회사 뉴로보의 나스닥 상장이 예정됐고 애브비의 MerTK 저해제 전임상 도입,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개발 등 관련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동아에스티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14만9000원으로 2.1%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 ‘매수’와 13만 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유안타증권은 ‘매수’와 목표주가 12만 원을 제시했다. 동아에스티 주가는 지난 17일 11만4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쓰며 거래를 마쳤다.
◇유한양행: 잘 파는 기업에서 잘 만드는 기업으로
유한양행의 내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1% 증가한 1조6717억 원, 영업이익은 442.3% 늘어난 835억 원이 될 전망이다. SK증권은 올해 역성장세를 시현한 ETC부문이 내년에는 영업력 강화로 9.2%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유한양행의 실적을 예측했다. 임상 진전에 따라 내년에 900억 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세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한양행은 지난 12일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제 임상3상 시험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레이저티닙의 다국가 임상개발 착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시판 허가와 국내 임상3상을 동시에 준비해 연내 1차 치료제 임상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임상3상은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임상과 매우 유사하다.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티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1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레이저티닙도 티그리소와 마찬가지로 기존 1차 치료제인 이레사 대비 비교 우위의 임상결과를 획득하면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된다. 2024년 5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타그리소시장에서 차지할 레이저티닙의 점유율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3건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했다”며 “연구개발(R&D) 모멘텀이 발생할 때마다 유한양행의 주가 업사이드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유한양행의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35만 원을 제시했다. SK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0만 원을 유지했다. 신영증권도 ‘매수’와 30만 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기준 23만6000원이다.
지리산 근처 산골이다. 높은 산봉우리들이 사방에 첩첩하다. 그렇지만 궁벽할 게 없다. 좌청룡 우백호로 어우러진 전면의 산세가 빼어나서다. 우람하면서도 부드럽다. 운무 한자락 눈썹처럼 걸려 그윽하다. 한유창(60) 씨가 이곳으로 귀촌한 건 산야초 때문이다. 지리산 권역에 자생하는 야생초에, 그는 깊은 신뢰를 품고 산다. 한때 그는 죽음과 맞닥뜨렸다. 말기 암 환자였으니까. 단 한 번 주어진 목숨. 그는 그 희귀하고도 소중한 걸 야생초로 살려냈다.
“이봐! 그대는 도적이야! 절이 들어설 자리를 훔친 게 아닌가!”
집터를 둘러본 해인사 노스님의 얘기가 그랬더란다. 명당을 선점했다는 뜻이다. 정작 한유창 씨는 굳이 명당을 찾은 바가 없었다. 풍수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 같다. 정붙이면 그게 좋은 자리려니, 그뿐이었다. 그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사들인 집터였다. 집이야 어떻든, 그는 겹겹이 늘어선 산야에 사는 자체로 귀촌의 목적을 이룬 걸로 친다. 지리산의 입김을 마시고 자라는 산야초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 남원시 인월면에 둥지를 튼 건 2015년. 그 이전엔 함양 산골에서 두 해를 살았다. 지리산 천왕봉 곁 산중턱에서였다. 산야에 삶을 두기로 작정하며 과욕은 이미 눌러놓았을 테지. 그래 그 첫 산중살림도 두루두루 원만했단다. 딱 하나, 겨울철 눈 내려 미끄러운 비탈길이 문제였다. 그래 이곳으로 옮겼다.
귀촌 이전엔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뜻한 길로, 혹은 뜻밖의 길로 좌충우돌, 서울이라는 생존의 들판을 격렬하게 뛰었던 모양이다. 암 진단을 받은 건 마흔다섯 살 때였다지. 설마 중증이랴, 대수롭지 않은 복통이라 여기고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삶이란 예상보다 더 잔인한 것. 예고 없이 방문한 불행의 전령이 사람을 폭풍 속으로 내던진다.
“왜 이제야 왔냐, 이미 늦었다, 의사의 말이 그랬어요. 절망적인 진단이었죠. 이미 전이가 심해 수술도 의미 없다는 거예요. 남은 생존기간은 3개월 정도라며. 실감나지 않았어요. 마치 남의 일처럼. 병원을 나온 뒤에야 혼란이 엄습하더라고요. 이제 죽을 일만 남았구나, 죽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고통스러운 생각들이 밀려들었죠.”
죽음이 돌연 현관을 노크할 걸 예감이나 했겠는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라는 이주 통고. 그 황당한 쓰나미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의 고독이 극한에 달했겠지. 그러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엔 생존본능이 있다. 어떻게든 살길을 찾게 마련이다. 살기 위해 해볼 건 다 해보는 게 본성이다. 그는 자연요법으로 자신의 몸을 구조하기로 했다.
“약초로 살길을 찾기로 했지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죽을 작정을 하고 산에 들어가 풀만 뜯어먹었더니 기적처럼 암이 사라졌다는 식의 소문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싶었지만, 절박한 상황에 몰리자 기대를 갖게 되더군요.”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게 마련이죠. 제 주변에도 병원에서 포기한 중병을 산골에 들어가 고친 사람들이 있어요. 야생초 섭취 외에 자연에서 얻은 마음의 안정도 효과적이었던 같아요.”
“한 줄기 희망, 거기에서 나오는 안간힘. 그마저 상실하면 이젠 죽음이겠죠. 산야초로 고칠 수도 있겠다는, 아니 반드시 좋은 끝을 보겠다는 신념을 품었어요.”
결국 산야초가 그를 살렸다. 약초 요법을 극진히 실천한 지 7개월 만에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했다는 병원 판정을 받은 게 아닌가. 의사가 두 손 든 말기 암을 기어이 물리쳤으니 놀랍다. 삶을 견딜 수 있는 건 이런 기적적 이변이 일어나기도 해서다.
몸소 거듭한 산야초 실험
뭐든 하나에 간절히 전념하면 통달한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도약한다. 암이라는 사나운 놈을 밀쳐내느라 온갖 약초를 다루는 사이 그의 안목과 요령에 힘이 붙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유명 약초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풀들조차 약리 작용을 합니다. 제가 실로 많은 무명초에게 신세를 졌어요. 자연스레 산야초의 고귀함에 외경을 갖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이로울 약초를 찾아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도래했다!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암을 완치한 그는 또 하나의 허준이 되겠다는 양 남모를 야심을 품고 약재 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산야초의 치유력에 관한 확신. 그간의 공부와 체험을 살리면 충분히 독보적인 약재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이 양자가 그를 추동했던 것 같다. 처음엔 고혈압, 당뇨, 탈모증 등에 탁월한 약초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아토피를 정복할 산야초 발굴에 전념했다.
이후 결과물로 나온 게 ‘야초(野草)’다. ‘야초’를 사용해본 환자들은 열광한다. 치유 효과가 명백해서다. 중증 아토피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환자마저 있다. 너무도 슬픈 질환이다. 그럼에도 특별한 약이 없다. 그 와중에 ‘야초’가 위력을 과시하며 등장한 것. 이 기발한 약재는 단숨에 얻어진 게 아니다. 자그마치 7년을 진력해 얻은 성과물이라는 게 아닌가. 그의 거처는 서울이었으나 산야초를 찾아 7년간 전국 오지 산야를 누볐던 거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고.
“피부질환의 고통은 일단 가려움증에서 옵니다. 가려움증을 잡아줄 풀부터 찾는 게 급선무였죠. 피부병에 좋다고 이미 알려진 산야초부터 갖가지 잡초까지, 하나하나 차례로 효험을 테스트했어요.”
“어떤 방식으로?”
“일테면, 제가 모기 소굴에 들어가 온몸을 모기에 뜯긴 뒤 채집한 산야초 즙을 발라보는 겁니다. 어느 풀이 가장 탁월한가, 그걸 찾아내기 위해 장기간 연속 실험을 해 드디어 한 가지 약초를 정립하게 되는 거죠. 그다음으로는 피부 염증을 해결할 풀을, 또 그다음엔 피부 재생에 뛰어난 풀을 찾았고요. 7년간의 이런 과정을 거쳐 다섯 가지 산야초를 최종 정선했어요. 그 다섯을 조합한 게 ‘야초’예요.”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약재를 파는 장사꾼이 수두룩해요. 당신의 ‘야초’도 의심을 사지 않았을까?”
“처음엔 코웃음들을 쳤어요. 이미 속아본 환자가 많으니까. 그러나 서서히 인정을 받게 되었지요. 무료로 ‘야초’를 공급받은 중증 환자들이 완치에 이르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던 겁니다. 환자와 만나기 위해 현재 두 곳의 한의원 한의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치유 사례들은 투명하게 공개되고요.”
‘야초’를 개발하기까지 7년여 동안 그는 굶주렸다. 풀을 뜯어먹으며 배를 채웠단다. 생업이 없는 채로 미치광이처럼 야생초에 빠져 살았던 것. 이 우직하거나 용맹한 사내의 삶은 이제 완연히 변했다. ‘야초’의 성공이 물심양면의 안정을 가져온 거다. 산야를 연구실 삼아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에 응분의 관심도 쇄도했다. 국내 유수의 모 제약사로부터 모종의 제안을 받았으며, 유럽이나 중국의 신약 기업들도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그는 거대 자본과 제휴할 생각이 없다. 언젠가는 악어 같은 자본력에 먹히기 십상이니까. 현재 강진군과 손잡고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외국인 아토피 환자들을 유치할 세계적 수준의 아토피 치료 센터를 건립할 목적으로.
숙원은 아토피 치유센터 건립
한유창 씨의 집은 해발 470m 산기슭에 있다. 사람이 거주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해발고도다. 모기가 없으며 열대야도 비켜간다. 그가 귀촌한 건 양질의 ‘야초’ 재료를 조달하고, 실험도 계속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암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요양 차원의 귀촌이기도 하니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일찍부터 자연 속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선망이 웃자랐다는 게 아닌가. 정적인 성향의 아내 역시 산골을 동경했다지. 마침내 부부가 오순도순 살 수 있는 기반을 잡은 셈이다.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인상은 야무지지만 알고 보면 순진남인가? 그는 맹지를 속아 사는 식의 땅 사기를 세 번이나 당했다.
“군청에 가서 서류 몇 장 확인하면 속을 일이 없다는 걸 몰랐어요. 중개인 말만 믿었던 거죠. 이 집의 터 역시 문제가 많았어요. 묵혀둔 논을 산 건데, 집을 짓기 위해서는 복토 작업이 필요하더라고요. 엄청난 양의 흙을 사다 퍼붓고 성형 작업을 했지요. 땅값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들어갔어요.(웃음)”
너른 마당엔 뽐낸 게 없다. 울타리를 두르고 나무를 좀 심었을 뿐이다. 뒤뜰엔 연못을 파 잉어를 넣었다. 그러나 멋부린 태없이 농수용 웅덩이처럼 수수하다. 자연스레 뭐든 내버려두는 게 구미에 맞아서겠지. 그래도 집짓기엔 공을 들였다.
“단순하나 견고한 구조, 그게 좋아 노출 콘크리트 집을 지었습니다. 회색 외벽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릴 거라 봤고요. 설계부터 제 취향을 반영했지요. 계획한 건축 형태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도 직영했어요.”
“산중의 외딴집이에요. 일부러 외진 곳을 찾았어요?”
“산야초와 동행하는 사람이니 산속에 살아야죠. 그 이유가 아니라도 외딴집의 장점이 많지요. 우선 원주민과의 갈등 소지가 적다는 게 이점입니다.”
“대부분의 귀촌인들이 원주민과의 관계 문제를 최대 이슈로 꼽죠.”
“불화를 야기하면 배겨날 수 없으니까요. 외딴집에 살 경우엔 주민 접촉 기회가 적어 홀가분한 편입니다. 물론 적당한 교류마저 회피할 일은 아니에요. 시골 사람들은 단순합니다. 쉽게 토라지기도 하지만 금방 정들 수도 있어요. 어쩌다 농사일을 잠깐만 거들어줘도 진심으로 고마워들 해요. 그 역시 귀촌생활의 재미로 삼아야죠.”
“자연을 벗삼아 재미와 평온을 맛보고 싶다는 것. 이는 귀촌인들이 공통으로 밝히는 귀촌 동기예요. 자연과의 만남을, 무심히 방치했던 자아를 돌볼 기회로 삼는 거죠.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기도 하고요.”
“도시에서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기변화를 꾀하기 어렵죠. 눈에 보이는 풍경들조차 늘 변화 없는 잿빛이고요. 그에 비해 귀촌생활은 신선합니다. 사계절 따라 확연하게 변모하는 자연이 긍정적 자극을 주니까요. 어딜 가거나 어딜 보거나 항상 변화하는 풍경들.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면 일상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죠. 그러면서 너그러워지고요.”
그는 성경 전체 필사를 세 번이나 했다. 좋은 삶에 대한 간절한 기구(祈求)를 담은 필사였겠지. 나긋하고 싹싹한 언사. 곧잘 번지는 미소.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여유가 서려 있다. 서울에 살 땐 달랐다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때로 통제가 어려웠다. 술 체질이 아니라 들입다 마셔 풀 수도 없었다. 대신에 울화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여과 없이 터뜨렸다. 그러나 암으로 고난을 경험한 데다 귀촌까지 한 뒤엔 변화가 왔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생각에도 따뜻한 기운이 채워졌다.
그는 아홉 마리의 개를 기른다. 두 마리는 데려온 유기견이다. 개가 많아 즐거움이 많지만 불편도 많다. 일테면 부부 여행조차 엄두내기 힘들다. 아내는 그게 억울하다. 제발 더 이상은 늘리지 마옵소서! 그렇게 자주 호소하는 것 같다. 아내의 환심을 사려면 오나가나 진돗개처럼 충성해야 한다. 하지만 개 문제에 관한 한 그는 양보할 생각이 거의 없다. 개 역시 사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고귀한 생명체라는 인식에서다.
“원래 개를 무척 좋아했어요. 요즘은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암 투병으로 생사 갈림길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느낄 겁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커지는 기분을. 제 경우엔 피부질환자들의 처절한 고통마저 일상으로 접하며 살지요. 연민의 감정이 커질 수밖에요. 과거엔 모든 걸 ‘나’ 중심으로 바라봤다면, 이젠 남을 중심에 둡니다.”
그의 숙원은 아토피 치유센터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데에 있다. 머잖아 유기견들을 위한 대규모 치유 시설도 만들 계획이고.
◇ 한유창 씨가 주는 귀촌 Tip ◇
•맘에 드는 땅이라도, 자금력이 넘치더라도, 시세를 너무 상회하는 매물 구입을 자제하자. 두고두고 욕먹을 수 있어서다. 마을 땅값을 올려놓을 경우, 원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농부가 농지를 매입하고 싶어도 비싸져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집 지을 대지 크기는 300평 미만이 적당하다. 그 이상 되면 관리가 어렵다. 특히 풀이 문제다. 비 온 뒤에는 밀림처럼 풀밭이 우거진다.
•이왕 시골에 사는 김에 산야초에 관심을 가지라. 이름난 약초만을 찾을 거 없다. 그저 흔한 들풀들의 약성도 탁월하니까.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세계 최초로 죽염 산업화를 이룬 ‘인산家’는 죽염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인산죽염의 창시자는 신의(神醫)라 불렸던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 그리고 현재 인산家의 수장으로서 인산죽염을 이끌고 있는 이는 그의 아들 김윤세(金侖世·63) 회장이다. 1987년 정부로부터 죽염 제조 허가를 받아 30여 년간 사업을 이어왔다. 현재 29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연매출 3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인산家를 찾아 소금장수의 진심과 사명감을 들어봤다.
김윤세 인산죽염 회장이 선친 김일훈 선생이 구축한 인산의학의 내용을 보건의료 법령에 반영하여 국민 건강을 이롭게 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1977년이었다. 그러나 그 시도에서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 인산죽염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무려 10년 뒤인 1987년이었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계속해서 인산家의 의학 비법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김 회장은 당연하게도 세상의 어리석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요즘 그가 걱정하는 것은 식문화다.
요즘 음식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
“요즘 음식이 탈만 안 나면 다행이죠. 음식의 99%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지요. 방부제, 화학 첨가물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고…. 술에는 인공감미료를 왜 넣을까요? 그것은 도수를 낮게 하기 위해서인데, 저도수의 술은 부패가 쉽게 돼요. 알콜도수가 25도만 넘으면 그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김윤세 회장은 요즘 음식들이 너무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려는 경향 때문에 위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단맛 같은 자극적인 맛을 즐기려고만 하고, 그 입맛에 맞추느라 음식이 불량해진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만 추구하면 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 균형이 깨져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만 추구하면 눈이 머는 것과 같아요. 진정한 아름다움을 파악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본래 자연의 아름다움을 봐야 합니다.”
마치 평상시에 색안경을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 우울하면 꽃이 회색빛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태라는 그의 말은 허상을 경계하라는 말로 이어졌다. 사람은 자기 주관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허상을 보게 되는 게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허상으로 가득한 현대를 향한 독한 일침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세상의 허상만 좇으며 사니까요.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 짐승과 수준이 비슷해집니다.”
인류 구원을 부탁받은 인산 선생
인산家를 언급할 때 인산 김일훈 선생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선친인 인산 선생으로부터 전수받은 죽염 제조 이론과 제조 기술을 암·난치병 치유법과 함께 ‘신약(神藥)’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공개했다.
죽염이라는 혁신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어떤 인물일까.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업을 이어온 김윤세 회장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봤다.
“아버지는 인류가 절멸의 위기로 가고 있는 걸 막기 위해 하늘이 내린 인물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버지는 전 세계 의학이 상상도 못한 치료법을 제시한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일으킨 그런 기적이 수북하니까 사람들이 병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닌가보다, 병을 잘 고치는 분이라고만 기억해요. 하지만 그런 분이 아니라 지구와 우주, 시간과 공간을 꿰뚫은 분이셨어요.”
인산 김일훈 선생의 실체에 대해선 평생 같이 사는 어머니도, 자녀들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석가모니와 부처였다고 한다. 그들은 생멸이 없는 이들이니까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김일훈 선생은 실제로 그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서 인류를 절멸에서 구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사람이시죠. 이런 얘기를 책이나 방송에서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니까요. 혹세무민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그는 만약 휘발유가 아니라 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하면 잘 팔리겠냐고 물었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 산업이 휘발유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차가 개발됐다고 해도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세상에 이미 알려지고 99.9%가 사실이라 해도 진실이 아닌 게 있어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자연적 힘이 진정한 치료
김윤세 회장은 지혜롭고 뿌리 깊은 전통의학의 우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의학이 이 시대에도 첨단의학보다 더 훌륭하다는 설명이었다.
“서양의학이나 현대의학으로 치료하면 낫는 병이 없어요. 나은 것처럼 보일 뿐이죠. 그런데 전통의학은 암 같은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는 자연의 이치와 섭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4기는 의학적으로 치료된 적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암 말기 중의 말기인 사람들이 인산 선생에게 와서 낫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요. 인산 선생은 그냥 고치면 되지 하며 치료를 했거든요. 수준이 높을수록 간단한 법이에요. 의학이 복잡한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죠. 아직 경지에 도달 못했으니 말만 그렇게 하고 복잡하기만 하고 치료가 안 되는 거예요.”
김 회장이 설명하는 인산 선생의 치료법은 간단명료했다. 중병인 환자가 와서 “어떻게 하면 살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인산 선생은 “음, 죽염 배 터지게 퍼먹어라” 하는 말만 했다고 한다. 현대의학에서 들으면 기겁할 일이다. 나트륨은 무조건 줄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런 말에 반대한다.
“소금이 무슨 독극물입니까? 소금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식품이에요.”
그는 최고의 의학은 우주 자연의 법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치에 근거하지 않으면서 무슨 의료가 나오겠냐는 비판이었다.
소금은 체온을 흩어지지 않게 만든다
소금에 대한 김윤세 회장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사람은 온기가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소금은 사람의 체온을 흩어지지 않게 붙잡는 역할을 하죠. 죽염은 그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소금은 바다에서 나와 기본적으로 찬 성질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아홉 번 굽는 과정을 통해 소금에 불을 집어넣죠. 그게 바로 죽염이에요. 철학적으로 정의한다면 소금 속에 빛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체온이 1℃ 떨어지면 암은 열 배, 백 배, 천 배 커진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체온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암세포가 생겨나는데 죽이고 없애면 무슨 소용인가요. 그런데 체온을 유지시키려면 소금 아니면 방법이 없어요. 체온이 1℃ 높아지면 면역력은 다섯 배 높아져요. 그런데도 현대의학에서는 체온은 보지도 않으니 이게 말이 안 되죠.”
김 회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해안 천일염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가 거의 다 들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다른 나라 바닷물에는 없는 원소들,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소들, 80여 종의 미네랄 등등. 인산 선생은 이 모든 걸 꿰뚫어 봤다고 한다.
그런데 천일염 안에는 독사의 독보다 월등히 무서운 맹독들도 있는데, 다행히 그 양이 많지 않아서 섭취해도 금방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부분을 처리하지 않고 먹으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금을 직접 섭취해 먹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일염이 가진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인산家에서 소금을 대나무로 구워서 죽염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염을 만드는 과정이 거듭되는 동안 소금의 분자구조가 바뀌고 소금 속의 원소들이 우리 몸에 사용되기 쉬운 미네랄, 즉 생리활성 능력이 뛰어난 물질로 재탄생하게 된다. 김 회장이 죽염처럼 질 좋은 소금은 ‘짜게 마음껏’ 먹어야 몸에 이롭다고 역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유되기 어렵다는 병도, 본인의 고치겠다는 의지, 반드시 낫는다는 희망이 전제되면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어요. 자가 치유력을 높여 자기 병을 자기 스스로 고치게 하는 인산家의 출발점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겁니다.”
민족 전통의학의 우월성 전 세계에 알려
김윤세 회장이 하고 싶은 일은 대체의학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는 것이다. 그는 죽염이 인정받으면 우리나라가 의약 대국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모든 소금은 산화력이 있어요. 녹슬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죽염은 환원력이 있어요. 녹에다 죽염을 쓰면 녹이 없어지거든요. 이건 물리화학적으로 금방 파악되는 거예요. 전 세계 어디에도 환원력을 띠는 소금은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먹어 병을 고치는 소금이 있다면 전 세계가 경악할 거예요. 이보다 더 좋은 전략 상품이 어딨나요? 전 세계가 한국만 쳐다보게 될 겁니다.”
그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기 지식 속에 매몰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해야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분야의 고수를 만나 꼭대기에 올라가서 얘기하면 서로 보여요. 바둑으로 일등을 한 사람이나 테니스로 일등한 사람이나 서로 소통이 가능한 법이죠. 그러나 사람들이 못 알아들어요.”
그는 독일은 기술을 배워서 명장이 되면 국가가 장관급 예우를 해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숙달된 기술자를 그렇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등 명문대 위주로 만들어진 학벌 중심 사회가 기술자를 멸시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그의 비판은 아직 좁은 우물에 갇혀 있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 대한 경종이기도 했다.
“그건 결국 자기 혼자만 잘났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무한 국제 경쟁이 시작되는 글로벌 세상에 나가면 바로 깨져버려요. 그래도 요즘 사회가 기술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다행이긴 해요.”
인산의학의 전파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택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심부름을 도맡아서 했죠. 지금 일도 아버지의 심부름이라 생각해요. 이 일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에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리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명이기도 하고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인산의학을 본격적으로 알려야겠다고 결정한 그 판단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김윤세 회장. 그러나 그 선택 이후 사업을 정착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소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1993년에 건강관리법 보도, 2002년에는 다이옥신 파동으로 시끄러웠고 그리고 요즘도 건강을 망치는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한 사정을 돌파하기 위해 인산家는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 ISO의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를 취득하고 무슬림 먹거리 할랄 인증도 받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정작 과거의 소금은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였다.
“옛날에는 집이 가난해서 짭짤하게 못 먹었어요. 소금이 귀했으니까요. 그래서 남의 집 음식 맛있다는 걸 ‘그 집 음식 짭짤하다’고 표현했죠. 그리고 돈을 많이 벌면 ‘수입이 짭짤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아시죠? 이처럼 ‘짭짤하다’는 말은 긍정적인 표현이었어요.”
김윤세 회장은 음식이 싱거운데 맛있다는 사람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어떤 음식이든 싱거우면 맛이 없는 게 당연하고, 따라서 짭짤하다는 표현이 전제되어야 맛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음식이 싱거운데 맛있다는 말은 ‘엄청나게 돈이 많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세상의 죽염이 되고파
현재 인산家의 회원은 29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이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 확고히 다져 올해 3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죽염 회사는 인산家 말고도 50여 개가 있다. 인산家가 사업을 그만둔다 해도 죽염 기술은 다 공개되어 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찾게 될 터이다. 소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도 죽염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파스퇴르 연구소처럼 국제연구기관으로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세우고, 자연물의 약성을 활용하는 의료를 교육하는 기관을 함께 설립해 대한민국이 의료 대국이 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어봤다.
“죽염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라는 말에 ‘온기’가 더해진 것입니다. 저는 세상의 죽염처럼 역할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2050년경이 되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정열적이고 건강한 삶을 사는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가 60부터라면, 앞으로는 100세 액티브 시니어 그룹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제는 단지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에게 노년 건강의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정신과 의사로서 노인정신건강 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우울증과 불면증, 그리고 치매로 고생하고 계신 분을 자주 상담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없앨 수 있을까, 불안증을 해결할까, 기억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며 새로 개발된 신약도 써보고, 상담도 하며 같이 고민하지만 큰 도움을 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행히 한두 번 방문 후 증상이 호전되어 원래의 편안했던 생활로 되돌아간 분도 계시지만, 벌써 몇 년째 고생하며 이 약, 저 약 바꿔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분도 많습니다. 온몸으로 버텨보지만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야금야금 무너져 내리는 바닷가 모래성 같다고나 할까요?
청력 상실 후 환자에 대한 마음가짐 달라져
제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이나 증상을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 2년 전, 돌발성 난청으로 양쪽 귀의 청력을 갑자기 잃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로 조금 회복되기는 했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수술로 청력이 완전히 돌아올 줄 알았는데 실제로 기계를 켜보니 사람 말소리가 고장 난 스피커에서 나는 잡음처럼 들려 몹시 실망했습니다. 기껏 들리는 소리가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청력 재활 훈련을 열심히 했습니다. 조금씩 나아졌고 1년쯤 지나자 일반 대화는 문제없이 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도 시끄러운 식당이나 차 안에서의 대화, 음악감상 등은 아직 어렵습니다. 이제 예전의 상태로는 못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만일 내 청력이 완벽하게 되돌아온다면 뭘 어쩔건데?” 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청력이 완전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자전거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독서를 하고, 모임에 나가고… 소리에 의존해야 하는 몇 가지 일을 빼면 거의 대부분 가능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 남들처럼 완벽하게 듣지 못한다고 그게 뭔 대수랴? 청력 완벽해지기를 천년만년 기다리기만 하면 뭐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제 클리닉에 찾아와 상담하는 환자들, 어르신들께도 적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건강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라
누구나 건강을 원합니다. 그런데 ‘왜 건강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답이 궁합니다. “그거야 뭐… 몸 아프면 괴로우니까…”라는 정도의 대답들을 하십니다. 갈 곳이 정해져야 기차표를 끊듯이, 건강도 목적지가 있어야 관리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건강 자체가 목적지는 아닙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생전에 전국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든가, 시골에서 멋진 과수원을 가꿔보고 싶다든가, 딸과 함께 옷가게를 운영해보고 싶다든가, 2년 뒤 소박한 수필집을 한 권 내보고 싶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적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한 도구로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듯, 건강한 몸도 필요한 겁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 갈 일이 있다고 칩시다.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을 수도 있고, 부산 사는 딸이 주말에 놀러오라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차를 타도 되고 시외버스를 타도 됩니다. 목적지가 분명하면 찾아가는 방법이야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맞추면 됩니다. 목적(부산의 볼 일)이 분명하므로 방법(기차, 버스)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목적지(내 인생의 꿈, 희망사항, 볼일)가 명확하지 않으면, 방법(신체건강, 돈, 시간 등)에 대한 관심이 시들합니다. 딱히 갈 곳이 없는 사람이 기차시간이나 도로상황 등에 관심이 있겠습니까? 갈 곳이 있어야 합니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불타는 욕망이 있어야 합니다. 젊은 사람만 꿈꾸란 법 없습니다. 노년에도 “꿈★은 이루어진다”입니다. 꿈 없으면 건강은 꿈도 못 꿉니다. 청력 회복보다는 꿈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울증, 불면증, 기억력 감퇴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회복된 몸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고 싶은 겁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목적지가 명확한 사람만 그 지긋지긋한 증상과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목적지를 정할 때 한 가지 요령이 있습니다. 부정 목적지가 아닌 긍정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 이루고 싶다는 것, 남기고 싶다는 것들이 긍정 목표, 긍정 목적지입니다.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 “이렇게는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부정 목적지입니다. “암은 걸려선 안 되지…”, “치매는 무서워”, “뇌경색만은 피하고 싶어…” 등이 부정 목적지의 사례입니다. 부정 목적지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긍정 목표만이 사람을, 나를 움직이게 합니다. “뒷산에 올라가지 마라” 하면 사람들은 뭘 해야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합니다. “앞산에 올라가라” 해야 앞산을 향해 비로소 움직입니다. 더구나 묘하게도 부정 목표는 꼭 그대로 되는 수가 많습니다. 걱정하는 일도 생각하는 대로 됩니다. 그러니 두려움, 불길한 예상, 꺼리는 마음은 아예 갖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하기 위해 두뇌가 만들어졌다고? 천만의 말씀!
식물은 신경기관이 없습니다. 동물에만 있습니다. 사람보다 더 큰 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도 있고, “아니, 이게 뇌야?” 싶을 정도로 작고 변변치 않은 신경기관을 가지고 있는 동물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동물은 뇌가 있습니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동) 생물(물)’입니다.
어떤 이유로 동물에 뇌가 만들어졌을까요?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에너지를 섭취하고 싶어 하고, 또 섭취한 에너지는 조금이라도 아껴서 효율적으로 쓰고자 합니다. 먹이는 항상 부족하고 모든 생물은 배가 고프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수십억 년 역사를 통틀어 음식이 풍족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조금 풍족해진 요즘도 지구 전체로 보면 굶는 사람투성이입니다. 그러니 ‘머리’를 잘 써서 가능한 한 에너지 사용을 요령 있게 하려고 두뇌가 생겨난 겁니다. 생각하려고 두뇌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잘 움직이려고’ 만들어진 겁니다.
바로 여기에 정신건강의 힌트가 있습니다. 몸이 편해지면 뇌가 쉽니다. 먹이를 구하려고 고생고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쉬는 뇌는 쪼그라듭니다. 안 쓰기 때문입니다. 팔목이 부러져 깁스를 한 다음 한 달 뒤에 풀어보면 팔이 가느다랗게 약해져 있습니다. 그동안 안 썼으니까요. 뇌도 똑같습니다. 반대로 몸을 계속 움직이면 뇌가 활동을 합니다. 배고픈 채로 몸을 움직이면 뇌는 더 많이 활발해집니다. 활동하는 뇌는 사이즈가 커집니다. 이는 동물실험에서도 입증되었습니다. 먹이를 적게 준 쥐가 더 똑똑하고, 더 뇌가 크고, 더 오래 삽니다. 배부르고 편하면 안 됩니다. 장수의 비결, 정신건강과 행복은 어이없게도 ‘배고프고 몸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에 그 비결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할까 말까 하는 일은 하는 게 정답이고, 살까 말까 하는 것은 안 사는 게 정답”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고, 꿈이 가득한 멋진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힘차고 건강한 노년을 기원합니다.
>>김성윤(金晟倫) 서울아산병원 교수
1979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1994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재직 중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피험자보호센터 소장과 울산의대 교무 부학장을 맡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간식도 많이 먹지 않는다. 요샌 과일도 잘 입에 대질 않는다. 음식이라곤 하루 세 끼 챙겨 먹는 식사가 전부다. 모임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술자리가 많지도 않다. 매일 걸으려 노력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가까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이놈의 뱃살은 변하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년들이 하는 이런 흔한 고민에 전문의들은 당연하다 말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이 당연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비만전문의로 잘 알려진 365mc 신촌점의 김정은 원장과 의사·한의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예풍의원 백태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중년에 접어들어 살찌는 것은 당연하다. 속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두 원장 모두 입을 모은다. 김정은 원장은 평소같이 생활하면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갱년기를 겪으면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져요.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줄면 복부지방이 증가하게 되죠. 이와 함께 근육량도 줄어드는데 이런 변화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해요. 생활습관이 변하지 않는데, 소비하는 칼로리는 줄어든다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은 당연해요. 덕분에 살이 빠지는 속도도 젊은 사람에 비해 느리고요. 따라서 젊은 사람에 비해 감량 목표도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빼야하는 살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혹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외신을 통해 나오기도 하잖아요. 정말 비만이 건강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흔히 4종 세트라고 표현하는 고협압, 당뇨병, 고지혈, 통풍과 같은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관련이 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에요. 미국에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가 골다공증과 골절인데, 이 역시 체중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죠. 무릎 관절질환도 당연히 체중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니 결국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체중 조절은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기 위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달리기? 굶기? 여러 가지 답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예방이다. 김정은 원장은 안 찌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중년이 되면 살빼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해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공부나 교양을 쌓는 자기 관리처럼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꾸준하게 체중이 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물론 이런저런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약물치료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겠지요.”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다이어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년에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의외로 힘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요요를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에요. 물론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도 되고요. 또 무조건 굶는 등 전문적인 정보 없이 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까지 헤쳐요.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자책할 가능성도 크고. 어느 정도 노력했는데 큰 성과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원장 역시 트레이너나 영양사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이어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문제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해서 중년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김정은 원장은 스스로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년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에요. 보통 채소와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즐겨드시죠. 하지만 과당이 많은 과일은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들어요. 또 하나는 바로 밥이에요. 보통 하루 세 끼 밥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하시잖아요? 밥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노후에 집에 두 식구만 살게되면 간단한 반찬 몇 가지와 밥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문제예요. 그 몇 안되는 반찬이 젓갈같이 짠 반찬이라면 최악이죠. 다른 영양소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만 늘어나는 불균형이 일어나요. 건강하고 체중관리에 도움되는 식사를 하려면 반찬량을 늘리고 밥의 양을 줄이세요.”
실제로 김 원장은 병원에서 환자의 생활습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식사습관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식사 메뉴와 식사량을 점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식단을 지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백 원장은 고기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단백질 섭취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대부분 서구 기준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섭취량을 따져 보면 결국 한국 사람 식생활 기준으로는 고기 섭취가 부족한 셈이에요. 서양인들과 고기 섭취량이 다르니까. 고기는 걱정말고 드세요.(웃음)”
중년에게 다이어트는 숙명적인 ‘장기전’
병원에서 환자들의 다이어트를 도울 때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약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지만, 그것은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들이 의견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 원장은 “체중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같이 부작용을 이용해 처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공복감을 줄여 식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어요.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은 기초대사량을 증가하거나 지방세포를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어차피 약물치료만으로 체중 조절을 완전히 해결할 순 없겠지만,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백태선 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증을 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 몸에 딱 붙는 옷들이 흔해진다던가, 마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정상 체중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의사와 환자가 생각하는 기준이 완전 다르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기준이 있어요. 또 그 기준까지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도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접근하세요”라고 말했다.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한 가지 낯선 현상이 있다. 바로 아토피란 질병인데, 심하면 온몸을 뒤덮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하는 이 질병을 40대 이상의 세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제인가부터 이 질병이 떡하니 풍토병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자들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 衛生假說)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미생물 공생체 결핍 이론’ 또는 ‘잃어버린 친구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놀면서 각종 감염성 세균과 기생충 같은 기생체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이들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만들어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릴 적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에 면역계도 특별히 외부 물질과 싸울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피아구분을 잘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남아돌면서 오히려 민감해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인체에 유리한 것 같은데, 왜 면역력이 과도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을 가져오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중에 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세포가 외부 이물질에 대해 직접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공격하는 작용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T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도 같이 분비하는데,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이다. 이 자가면역질환 중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것이 있다.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하는데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복통, 체중 감소, 설사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한 번 발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면서 장관 협착, 천공(장관에 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합병증도 일으킨다. 그동안 이 질환은 서구에서만 흔한 것이라고 알아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싱어송 라이터이자 방송인인 윤종신이 이 병으로 인해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의 치료법은 염증이 일단 발생하면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물 부작용도 심하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감염증에 대해 취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결국 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이 자가면역질환들은 인류가 자연 그대로를 멀리하면서 생겨난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크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 바로 돼지 편충이다. 돼지 편충은 돼지 장내에만 특정적으로 기생하는 기생충인데, 돼지의 맹장이나 대장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서 3년 정도 머물다가 죽는다. 이 돼지 편충의 알을 한 번에 2500알 정도씩 2주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편충 알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위장에서 부화해 껍질을 깨고 나온 성충이 대장이나 맹장에 머문다. 약간 피를 빨기도 하지만, 결국 전혀 낯선 숙주의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대장 내에서 파괴되어 배설 된다.
그 2주 동안 돼지 편충은 계속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계를 긴장시키면서 면역계와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침입자를 몰아낼 때까지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론병의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방법이지만, 24주 동안 투여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있었고, 73%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돼지 편충은 사람 장속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면서 별다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어서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편충의 알이 부화되고 자라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조달하기 어려운 관계로 2주에 한 번 먹는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치료법으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니랄 수 없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희소식이 크론병 환자들에게 찾아 들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애기뿔 소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이 크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코프리신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코프리신이 장질환으로 손상된 대장 점막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대장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세포를 증가시키면서 장점막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검증을 거쳐 미국의 유명 학술저널에도 게재되었다.
물론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지난한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들은 비교적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도 특정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대장 안에서 면역세포가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항생제 등이 오히려 장내에서 사람과 공생하고 있는 좋은 균들을 죽이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체와 잘 조화되는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이런 위험도 줄여주어 다시 장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과 동화되는 방법을 점점 잃어가고, 그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가면역질환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연들이 다시 인간에게 손짓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어느 사회에서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기본적인 의식주의 고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웰빙(Well-being)과 안전(Safety)의 고민이 새로 시작된다.
음식이나 가구, 가전제품, 운송수단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 약도 마찬가지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여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약의 기본적인 역할 외에 별도의 기대가 우리 사회에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기 위해서 개발된 약들을 통칭해서 ‘라이프스타일 드럭(Life Style Drug, 이하 LSD)’이라고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약이라는 의미를 적절히 담아낸 명칭이다. 웰빙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약이라는 것인데, 이 LSD에 어떤 약들이 있는가 보면,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의 흡수를 저해하는 ‘비만치료제’, 남성호르몬의 분비 저하로 인해 동반되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성기능 개선제’, 노령인구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점 많은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한 ‘탈모방지제’, 여성뿐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에게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주름제거제’, 면역력을 높여줄 것에 대한 기대로 복용하게 되는 ‘태반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약회사 잇속에 성장한 건강식품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기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한 약이므로 철저히 개인 부담으로 구매해야 하는 약이지만,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비용 외에도 추가적인 지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일 수 있는 구매 유인력 또한 충분하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면 일정 기간마다 약값에 대해서 적정성 여부를 재평가 받고 의료보험 등재 대상에서의 탈락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무리하게 높은 가격만 책정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견제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향후 성장동력으로 제약회사들의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이 결국 향후 국내외 제약산업의 성장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라고 경제 전문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제약회사가 발기부전 치료제 한 가지를 개발하는 데 200억 원이나 쏟아 부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웰빙의 트렌드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오랫동안 범람해왔던 건강식품의 과대광고와 불량제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시작되었다.
불법적인 영업활동에 속지 말아야
법 통과 이후부터 건강식품은 ‘일반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나누어졌다. 특정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식품은 무조건 일반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포장이나 광고에서 전혀 효능, 효과를 표시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했고, 건강기능성 식품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알로에, 콜라겐, 키토산, 홍삼, 비타민 등 원료에 대하여 이미 규격이 공포되어 있는 제품은 ‘고시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고, 독창적인 활성물질을 개발하여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신약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이 아니며, 특정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만 확인하는 간이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을 통과해서 효능을 입증 받은 것은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여 효능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단속하고 있음에도 건강식품을 둘러싼 불법 제조와 판매의 위협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떴다방’은 현재 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동 중개업자들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본래의 의미는 사은품을 주겠다고 선전하여 손님을 끌어 모은 뒤, 마지막에 출처가 불분명한 건강식품을 높은 가격으로 강매하는 업자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특히 이들의 영업수법을 보면, 주택가나 건물 지하실 등에 홍보관을 차려놓고, 각종 공연과 사은품을 제공하며 일정기간 회원들을 모집하는 데 주력한다. 전업주부나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하여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한 다음,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판단되면 고가의 건강식품을 꺼내어 강매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건강기능식품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중풍을 예방하고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니,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발 깔창이니 하면서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제품을 팔거나, 저가의 화장품을 화상과 튼살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품으로 속이는 등 정도가 지나친 광고를 통해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떴다방 영업자들은 홍보관 운영, 모집책, 운반책, 안내책, 채권추심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철저히 각자의 실적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는 형식을 견지한다. 심지어 억지로 물건을 노인들에게 떠넘긴 후에, 채권추심을 하여 추심대금의 10%를 담당자에게 지급하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도 많다. 검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생계수단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막는 데는 한계가 많다.
결국 이들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방법만이 최선인 것이다. 노인교실이나 경로당 시설에서의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 등의 지속적 실시를 통해 불법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계몽해나가는 일이 사회안전망의 구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령인구의 생활기반을 흔드는 일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웰빙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안전하게 먹는 고민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