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 한다. 과연 100세를 산다는 것은 모든 이에게 축복일까. 저출산과 맞물린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여러 면에서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라이프사이클이 바뀌면서 시니어들에게 집은 더 크고 빈 공간이 된다. ‘노후에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많은 시니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답을 한다. 살고 있는 집에 정이 든 이유도 있고 지역을 잘 알고 있어 편리한 면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지역에서 살면서 형성한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아파트는 좀 예외이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오랜 세월 살아온 분들은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많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정적이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은 좀 불편한 점이 있으나 집의 구조나 가구 등은 시니어에게 맞게 고쳐나가면 된다.
요즘에는 주택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족구성원이 줄어들어 혼자 남게 되었을 때가 문제다. 집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된다. 외부와 단절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독사를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는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집 안의 각종 전자기기가 다 조작되는 스마트홈으로의 진화는 어쩌면 인간을 더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서울 지자체마다 ‘한지붕 세대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의 남는 방을 대학생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은 빈방을 지속적인 수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 수리비로 100만 원까지 지원도 해준다. 학생들에겐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들이 대학생들과 같이 살면서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기 자식과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이런 관계가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계속 살고 싶은 시니어를 위한 주거 유형으로 셰어하우스가 있다. 셰어하우스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개인 공간과 넓은 공유 공간을 마련해 입주자가 서로 교류하고 나누는 주거 개념이다. 개인 공간으로는 작은 방이 하나씩 있고 거실, 욕실, 세탁실 등을 공유한다.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식사는 함께 모여서 한다. 일본에는 이러한 시니어용 셰어하우스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제 모색 단계에 있다. 순번을 정해서 식사를 준비하니 시간 여유도 생긴다.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한다. 뜻이 맞는 이웃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는 셰어하우스는 타인과 같이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보다 함께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많은 주거 유형이다. 서울의 대학가 주변에 학생들이나 직장 여성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최근에 많이 생겼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니어용 셰어하우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셰어하우스 공급자들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원인은 시니어들에게 있는 것 같다. 필자가 그동안 많은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해본 경험으로 보면 시니어들이 모여 살기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것, 자기주장이 강한 것, 과거의 자랑을 반복하는 것 등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행위다. 최근에 시니어가 셰어하우스에 입주한다면 어떤 에티켓을 지녀야 할지 지인들과 논의해본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1 사생활, 사적 공간을 침해하지 않을 것, 너무 늦게 다니지 말기.
2 남의 물품 허락 없이 사용 금지, 컴퓨터, 책도 마찬가지.
3 외부인 들여 재우기 금지, 가족, 친구도 숙박 금지.
4 집 안에서 흡연 절대 금지, 술·담배·마약·도박 금지.
5 자기 집 주변과 주방, 욕실 등 공유 공간 사용 후 청소하기.
6 반려동물 자제, 관리 철저.
7 나이·과거의 지위·경력을 잊을 것, 자식자랑도 정도껏 하기.
8 정치와 종교에 대한 논쟁 금지.
9 어느 정도 복장에 신경 쓸 것, 내의·등산복 차림 곤란.
10 서로 의논해 만든 규약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킬 것.
열 가지 내용 모두 그리 어렵지 않은 에티켓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시니어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복잡한 도시를 떠나 노후에는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도시를 떠나려 하면 두려워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토지를 구입하는 일도 어렵지만 설계하고 집짓는 일도 복잡하다. 토지 사기꾼도 많고 엉터리 시공회사도 많다.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땅을 교묘하게 포장해서 팔기도 하고 남의 땅을 조작해서 팔기도 한다. 엉터리 공사로 지은 지 몇 년 만에 하자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실수하는 날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어렵사리 전원생활을 시작하고도 원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기면 전원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도시로 유턴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시니어를 위한 전원마을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 도시의 편리를 일부 공유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특히 의료시설은 시니어에게 필수 시설이다. 규모는 최소 300호 이상으로 입주자들의 집은 작게 하고 공동 시설인 커뮤니티 시설을 크게 하는 개념이다.
이는 셰어하우스에서 개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유 공간을 크게 하는 개념과 똑같다. 집의 유형은 단독이거나 빌라,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게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 시설에 모여서 함께할 수도 있다.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하고 재능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식재료는 대부분 주민들이 재배해서 사용한다. 이러한 코하우징 모델이 지속가능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야 한다. 젊은 층을 유치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방문객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일자리도 가능해진다. 집과 마을이 아름다워서 꼭 방문해보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마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적인 마을이라 해도 서로 관계 형성이 제대로 안 된다면 같이 살기 어렵다. 결국 함께 사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나 내 마음에 맞는 타인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손웅익 동년기자
(주)서울오션아쿠아리움 부사장, (주)아쿠아건축사무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니어주거아카데미 앙코르스쿨 ‘주거분야’ 전문강사,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 실버산업전문가포럼 부회장, 미술심리 상담사 등으로 활발한 인생 2막을 설계 중인 건축가이자 수필가.
미국은 세계에서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족문화 때문일 것이다.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시니어들의 의식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실버타운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규모 은퇴 단지만 3000여 곳, 이 중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해안도시에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한인들에게는 꿈의 은퇴촌으로 불린다. 365일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입맛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클럽활동,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년 친구들, 무엇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서로를 ‘아름다운 동행자’라 부르는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한인들을 만나봤다.
미스터&미세스 손
“입구를 잘못 들어왔네요. 거기서 기다려요. 미스터 손한테 나가보라고 할게요~”
은퇴촌이라고 만만히 봤다간 낭패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총면적은 2100ac(약 250만 평). 라구나우즈 시(市)의 90%를 차지한다. 여의도 전체보다도 크다.
알려준 9번 출입구를 못 찾아 8번 출입구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9’에서 ‘8’이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냐 했지만 결국 길을 잃었고 기어이 80세의 주인장을 마중 나오게 만들고 말았다. 나무 그늘 밑에 자동차를 대놓고 5분 정도 기다리자 언덕 위에서 골프카트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흐트러진 흰머리를 단정히 하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노신사. 미스터 손이었다. GPS를 손에 들고도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여기가 원래 넓어서 찾기가 좀 힘들어요. 하하하.”
손기용(80), 손종숙(75) 부부. 빌리지에서 이들은 미스터&미세스 손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와 정반대 쪽에 있는 오하이오에서 40년 넘게 소아과 의사, 병리과 의사로 각각 일하다 은퇴를 했고 6년 전 캘리포니아로 이주,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주민이 됐다.
“오래 살았던 오하이오가 익숙하긴 했지만 겨울이 추웠어요. 따뜻한 플로리다로 갈까, 아들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집이 덜컥 팔려버린 거예요. 어디로든 떠나야 했죠. 일단 아들 집과 가까운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에서 월세로 살면서 천천히 결정해보자 했는데, 두 달 만에 집을 샀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찾던 파라다이스였어요!”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2300ft2(약 65평)의 크기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예쁜 단층집이다. 2011년 당시 80만 달러에 구입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손씨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외에도 콘도와 아파트가 있는데 한인들이 선호하는 어바인이나 플러턴에 비해 주택 가격은 다소 낮은 편이라고.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는 부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름엔 더워도 습도가 낮아 상쾌했고 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운전하기가 좋았다. 10분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라구나 해변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가 있었다. 인근 플러턴과 어바인에는 한국 식당과 상점이 넘쳐나니 한국 음식이 그리울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유 넘치는 빌리지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골프, 수영은 물론이고 젊은 시절부터 취미였던 사교댄스도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죠. 빌리지에는 200개가 넘는 클럽(동호회)이 있어요. 원하면 어떤 클럽이든 가입할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어요. 여기서는 심심할 일이 없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서로 얼굴도 못 보는걸요. 젊은 시절보다 더 바쁘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독서와 골프를 즐기고 아내는 하이킹과 합창을 좋아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부부는 각자 활동하는 클럽이 다르지만 이것만큼은 꼭 같이하자고 정해놓은 세 가지가 있다. 손을 잡고 거니는 저녁 산책, 같은 침대 쓰기, 그리고 벌써 20년을 함께해온 볼륨댄스가 그것이다.
빌리지 안에서 손씨 부부는 춤꾼으로 유명하다. 경력 20년의 수준급 솜씨다. 특히 아내 손종숙씨는 전국 경연에도 참가할 만큼 프로급 댄서다. 어느 해 연말파티에서 백인들도 울고 갈 정도로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이웃에 사는 한인 부부들이 배움을 자청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스 손의 댄스교실은 현재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늦은 춤바람으로 열공 중이다.
부부는 라구나우즈에 들어오기를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 여긴다. 아내에 비해 조금은 소극적인 성격인 손기용씨는 이곳에서 동년 친구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사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평생 쓰고 싶어도 못 썼던 모국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저녁은 주로 아내가, 아침은 내가 준비합니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둘이 있어서 좋고 친구가 많아서 즐겁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즐거움이지요. 아내와 나는 이곳이 마지막 종착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지요. 스트레스가 건강에 제일 안 좋다는데 여긴 그럴 일이 없어요. 이곳에 살고 있는 최고령 한인은 90이 넘은 분이에요. 10년은 문제없겠지요? 하하하.”
라우나우즈의 이장님, 한인회 김일홍 회장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한인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회원은 30명 정도였다. 타향살이 이민자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님 동생이 되었고 주말이면 다 같이 한집에 모여 바비큐를 먹고 친목을 다졌다. 이후 7명의 한인 회장이 배출되었고 그동안 빌리지의 한인은 700여 가구 1200여 명으로 늘었다. 옛날처럼 오손도손한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한인의 위상은 커졌다.
현재 8대 한인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일홍(79)씨는 초기 한인회가 한인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커뮤니티 내 타 인종과의 화합과 클럽활동을 통한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년간 이곳에 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이대로 가면 빌리지의 한인 비율이 전체의 10%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만큼 커뮤니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매년 빌리지 내에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식과 만찬을 열고 있는데 참으로 뿌듯합니다. 4년 전 만든 한국어 클래스도 아주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에는 아리랑 코리안 문화축제를 열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대규모 연회장인 클럽하우스가 10여 개 있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크고 작은 미팅룸은 예약만 하면 10~20달러(1만~2만원) 선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한인들이 주축이 된 클럽도 20여 개나 된다. 김일홍 회장은 클럽활동을 단순한 여가생활에서 더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보자는 거죠. 그 예로 글사랑모임 클럽에서는 2014년부터 라는 수필집을 발간하고 있어요. 회원들의 필력뿐 아니라 편집이나 사진 실력이 매년 발전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일홍 회장은 라구나우즈에서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한인회 관련 일은 물론이고 동호회 활동, 관리사무소나 빌리지 내 시설 사용 등 민원 업무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서 만난 손기용씨는 김 회장을 알뜰살뜰한 마을 이장님 같다고 했다. 빌리지 안에서 운전하며 가다가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짬을 내어 아프거나 홀로된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살펴야 맘이 편하다. 때로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가이드가 되어 투어 서비스도 한다.
미국 전역에서 톱 10에 속하는 명성에, 한인이 많이 살다 보니 은퇴자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입주 문의는 늘 이어진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주택 종류에 따라 3만6000달러(약 3600만원)에서 4만2000달러(약 4200만원)가량의 연수입이 있어야 한다. 일정 금액의 자산도 증명되어야 한다. 월 관리비는 650달러로 골프장, 수영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 빌리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시설관리, 조경, 가스, 수도, 케이블TV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김 회장은 빌리지 입주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미리미리 은퇴 계획을 세운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재력이 은퇴생활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100세 시대에 은퇴하고 20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인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경향이 있죠. 지나친 헌신으로 은퇴 후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솔직히 우리 나이가 되면 자식보다 배우자, 친구가 더 소중합니다.”
김 회장은 건강과 재력 외에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난감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해요. 라구나우즈가 최고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바빠요(웃음).”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많은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박성원 작가, 성악가의 꿈을 라구나우즈에서 이루고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소피아 최 회장, 춤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을 모아 7년째 고전무용 춤방을 열고 있는 김영옥씨,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리 좋더냐’ 훈남 이수일로 변신한 연극반 채한경씨,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에서 이제는 라구나우즈 미술선생님이 된 이상락씨, 그리고 여전히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미스터&미세스 손까지….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꿈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막힌 골프코스와 수영장, 럭셔리한 클럽하우스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아름다운 이유다.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라구나우즈 시 안에 있는 은퇴 마을이다. 현재 1만2736세대, 3만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빌리지 안에는 5개의 수영장과 36홀의 골프코스, 테니스코트, 도서관, 극장, 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조합(HOA – Home Owner’s Association)에 가입해야 하는데 크게 협동조합(Co-Op)과 상호조합(Mutual)으로 나눠져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조합이 소유주로서 입주자는 집이 아닌 조합회원권(Stock Certificate)을 구입하면 된다. 상호조합의 경우는 콘도 내부 수리와 관리를 소유주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상호조합과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구입한 집을 임대해줄 때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1년 동안 6개월 이상 임대를 줄 수 없다. 상호조합은 임대에 대한 제약이 없다. 따라서 투자를 위한 임대 목적으로 은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상호조합 콘도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반드시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집값은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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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나우즈 빌리지 웹 사이트 lagunawoodsvillage.com
한인회 웹사이트 lagunawoodskac.com
투박하지만 솔직한 화법. 박동현(朴東炫·60) ‘더 클래식 500’ 대표의 말투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순박한 인상 속에는 맡은 지 2년여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수완 좋은 경영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을 거치며 호텔업계의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만년을 맞이하여 시니어타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몸담은 박 대표는 최근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한 그의 행보에는 시니어 주거공간의 필요성과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꿈꾸는 의지마저 담겨 있었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는 “시니어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사업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 어울릴 법한 야심이라면 야심이다. 하지만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도심형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의 성공적인 런칭과 운영을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즐겁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시니어타운의 적절한 입소 시기를 물었다. 나이가 많아 건강이 나빠진 후에 들어가려면 건강 문제로 입주가 허락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데 골프연습장, 당구장, 헬스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라는 신세계
1990년대 시니어타운 초창기에는 전원 속 '나홀로 단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요즘은 도심형이 대세다. 도심형의 특징은 1차원적 주거공간이 아닌 호텔, 종합병원, 백화점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복합형’이다.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도심형 노인주거복지시설인 더 클래식 500은 실버타운이 아닌 ‘시니어타운’으로 명칭지어져 있다. 실버라는 말보다는 시니어라는 말이 더 듣기가 좋더라는 박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실버타운으로 각광받는 게 도시형입니다. 처음에 실버타운 개념이 나왔을 때 삼성도 뛰어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아는 것, 깨닫는 것,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죠. 아는 것만으로 실행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함께 지낸다’는 게 시니어타운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 입장에서, 사회로부터 은둔된 실버타운으로 가면 고립된 느낌을 받게 되고 생활 면에서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박 대표는 과거 실버타운들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더 클래식 500을 ‘액티브 시니어들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광진구에 위치함으로써 가지게 된 교통, 쇼핑, 문화시설 등 주변의 인프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시 생활과의 연계점들을 마련하여 사회와 동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고려했다. “외국은 시니어타운이 대학교 주변에 많아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게 시니어들의 멘탈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합니다. 우리도 그런 시도를 해서 다행스럽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요.”
그 무엇보다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더 클래식 500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우스키핑,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여가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여가 지원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거 단지 내 시니어들을 위한 모든 생활 편의 환경이 갖춰져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서비스가 이뤄져서 여성층의 만족도가 높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시니어는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된 전문 메디컬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했다. 또한 29개의 동호회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소통하며 배움의 열의를 갖게끔 설정했다. “그런 것들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여타 실버타운과 다를 게 없죠.”라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90세가 넘으셨는데도 건강한 분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우리 직원들의 친절성과 정직도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핵심가치가 네 가지인데 합쳐서 ‘HEAD’라고 불러요. Honesty(정직), Excellence(탁월함), Accuracy(정확), Differences(차이)가 그것입니다. 병원도 호텔도 우리보다 나은 데들이 있는데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니어 사업, 연륜의 힘이 필요하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호텔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 사업의 CEO로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깨닫는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제가 올해로 60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옛날에 불효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니어 사업의 CEO는 인생을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남자가 출산의 고통을 안다고 말해도 실은 몰라요. 여자가 아니고 겪어보질 못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연세 드신 분들과 함께하려면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젊은 경영자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의 운영에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설립된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는 약 50여 회원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클래식 500 취임 후 2년 여만에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야말로 그가 회장으로 뽑힌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완전한 고령화 추세입니다. 우리 협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제도를 바꾸는 일 말이죠.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중인데 현실을 너무 몰라요. 정책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복지법에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주거복지시설과 복지주택의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그렇게 분류되어 있는 이유는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시설은 요양보호사 등의 필요 법적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시설은 그런 필요 법적인원을 요구하는 반면 복지주택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거복지시설로 신청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택복지로 바꿔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실상 둘은 같은 것인데, 법제가 이원화되어 불필요한 행정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에 답답함 느껴
박 대표는 요우커(遊客) 유입에 따른 대기업들의 호텔 건축도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호텔은 포화 상태예요. 재앙이 될 겁니다.” 흔히 관광업에서는 요우커의 증가 추세를 객실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그러나 그것만 따지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요우커들은 하이 클래스에는 안 들어가요. 십만 원 안쪽 비즈니스 호텔에 주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들은 일단 도착한 다음에는 쇼핑하느라 바빠요.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호텔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으나 요즘은 50% 안팎밖에 안 됩니다. 많아야 60% 내외예요. 그런데 또 짓는다고 하니….”
박 대표는 직접 통계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2014년에 내한한 요우커는 약 613만 명이고 2015년에는 598만 명으로 20여만 명가량이 줄었다. 그런데 서울만 봤을 때 2012년도의 호텔 수는 151개에 객실 수가 2만 5710개였는데 2015년에는 295개 호텔에 4만 2444개의 객실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군다나 이 통계에는 일반 숙박업인 모텔이나 여관, 게스트하우스 등의 시설들은 빠져 있다. 소비 대비 공급 과잉의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수치는 올라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 위기감 느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의 사업 수행 계획을 보면 호텔 184개를 추가함으로써 객실 수는 2만 8926개가 늘어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2019년에 서울에는 479개 호텔에 7만 1370개의 객실이 생기게 된다. 가히 ‘호텔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막대한 숫자다. “그러다 보니 가격 인하 정책을 남발하게 되고, 당일 ‘땡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되는 거죠.”
지나친 호텔 포화 상태에 대한 대안으로 박 대표는 호텔 건축에 있어 객실을 150실 정도로 줄이고 시니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여도 되고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정치인들은 싸우고만 있어서…. 사람이 없으면 소비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가 다 연결되는 문제인데, 답답합니다.”
박 대표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으로서 3년 임기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4가지 일을 강조했다.
“첫째, 시니어 세대가 검증된 노인 주거복지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둘째,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비효율적, 비현실적인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겠습니다. 셋째,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접목한 노인 주거관리시스템 및 고령친화 IOT 개발에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넷째, 국내 노인 주거복지시설들의 해외 시장 교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시니어 세대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 전문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고자 주력하겠다고 한다. 또한 입주 100%·만족도 200%·재입주 94%를 달성한 더 클래식 500 시니어 타운에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시니어 라이프 트렌드’를 리드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라이프 케어를 넘어 체계적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로
이처럼 고령화사회로 인한 문제 발생, 그리고 수요 발생에 대비하여 더 클래식 500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희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벨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수평적으로는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대전 등등 일곱 군데 정도에 수평적 벨트를 구축하는 겁니다. 수직적으로는 여기 계신 분들이 몸이 더 안 좋아지시면 갈 수 있는 다음 장소를 마련하여 그야말로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노년의 삶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의 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서비스는 항상 어제보다 나아지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계속적으로 나아지는 서비스를 위해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요.”
인생 후반전의 삶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심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살 공간, 의식주(衣食住) 중에 주거 문제이다.
하지만 저마다 사는 취향이 각기 다르고, 형편이나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상태, 재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공간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늘어난 노후를 멋지게 그릴 수 있을것이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의 생활 안전사고의 61.5%가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며, 문턱이나 장판 등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문턱 하나 넘기도 버겁고,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는 데에도 숨이 차오르게 되는 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 60대에 노년에 생활하기 적합한 집 안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집 안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문턱이나 계단의 높낮이 차이를 줄이고, 화장실 센서기능, 바닥재는 코르크와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것이 좋다.
현재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타운 하우스에서 살거나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시니어타운에 입소하거나 개인별 주거의 공간을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은퇴=전원생활’이란 공식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접고 여유롭고 공기 좋은 곳에서의 전원생활을 택하는 은퇴자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전원생활은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은퇴자 가운데 상당수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도시로 유턴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전원생활에 익숙하지 않으면서 현지 적응력이 낮은 고령자, 신체조건이 뒷받침되더라도 도심 기반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경우라면 전원생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도시 외곽에 전원형 주택을 지어 거주하거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해 빌려주거나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임차하는 이른바 ‘도심형 전원주택’생활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위 5% 은퇴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주거공간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타운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오래 전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이나 호주, 독일, 중국,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실버타운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며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은퇴자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은퇴자들 15%이상이 제2의 인생을 찾아 날씨 좋은 곳, 여가 활동이 자유로운 곳 등 상당히 활발한 이동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독립적이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층이 증가하면서 실버타운 및 유료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편의,여가, 문화시설 등이 많고 그들만의 ‘주거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상위 5% 시니어들은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에 따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이동하고 싶어한다.이들의 이동 변수는 건강하냐, 안하냐에 따라 다양한 주거시설의 삶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거공간을 찾는다. 앞으로 10~30년이상 살아야 할 주거시설을 안전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다.
실버산업 관련 모 대학 교수는 “앞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강한 독립심을 가진 자산가들이 늘어나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서 살려는 은퇴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고, 문화예술욕구가 강한 베이비부머들이 그러한 1세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아직 그림의 떡이라 보는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은 고령화에 얼마나 대처하고 있는가? 극소수만이 누리는 실버타운은 여전히 높은 보증금과 매달 지불해야 할 사용료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품이다. 월 200만원에서부터 400만원 이상 지출해야하는 실버타운은 어쩌면 더 안정적인 성장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분양형과 임대형 사이에 노인복지법을 교묘히 빠져 나가는 무책임한 논란으로 본다면 이번 기회에 실버타운사업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재점검을 하지 않게 되면 자칫 한계에 부딪칠 위험성이 있다. 고령화로가는 성장통이냐 한계냐에 기로에 서 있는 한국적 실버타운이 황혼마을로 가기 위해 숨고르기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민간 자본에 의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실버타운(구체적 표현으로는 유료 노인복지주택)은 초창기에는 도심의 복잡함을 벗어난 전원형 실버타운이 다수를 차지했다. 시간이 흐르며 교통, 의료, 문화 시설 같은 도시 인프라를 누리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전원형 실버타운보다는 도심형 실버타운이 트렌드다. 그러나 전국 노인복지주택 25개와 노인공동생활 125개를 포함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은 20년이 되어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실버타운은 사실상 시니어가 머무는 마지막 집이다. 실버타운에서 일반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버타운은 꼼꼼히 따져서 입소해야 한다.
실버타운에는 임대형과 분양형이 있다.
분양이나 임대계약서에는 반드시 입소조건, 입소비용(월 사용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행해졌던 분양형 실버타운에는 안전장치 없이 산 넘어 산인 격으로 총체적 문제 투성이가 되었던 것이다.
실버타운은 상당수가 고급형 실버타운임을 어필하려고 한다. 시니어 입장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을 보다 풍요롭게 보내고 싶어서 자신의 재산 상당분을 실버타운에 투자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을 테니, 실버타운 쪽에선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콘셉트를 지향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채 양산된 실버타운의 문제점들이 무수히 보고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버타운은 사회복지사업법 내 노인복지법 제31조, 시행규칙 14조에 따라 구분된 노인주거복지시설 중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에 속해 있지만 별도의 규정은 없다.
실버타운을 1980년대 요양원 수준의 제1세대 노인복지주택,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제2세대 닭장식 노인 전용 아파트에 이어 제3세대형은 최첨단의 주거·의료·문화·휴식·레저 복합형 타운하우스로 구분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실버타운이 일반화된 것도 아니고, 입주비용이나 생활비가 일반거주에 비해 효율적이거나 비용 절감적이라는 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선진 고령화 국가의 성공적인 모델들이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은 면도 있지만,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이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예상해 보면,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입주가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을까?
사이버대학의 실버산업 전공 교수는 “시니어는 여가, 건강관리, 안전 등이 주요 관심사인데 실버타운이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추세다. 2026년경 노인 인구가 20%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도 실버타운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버타운 운영주체는 누구냐?
실버타운은 일단 노인복지시설이다. 노인복지시설이라 함은 당연히 운영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실버타운은 흔히 입주자에게 ‘분양되는’ 개념으로 운영된다. 아파트처럼 분양이 이뤄짐으로써 실버타운은 개별 소유권을 인정하는 공간이 되고, 그렇게 되면 시설주체가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건설회사는 실버타운을 짓고 입주자에게 분양을 한 다음 돈을 챙겨 운영에서는 손을 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법적인 차원의 문제가 계속되자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요청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실버타운은 이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2010년에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107조가 개정되면서 분양과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실버타운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2010년 이후에 지어지는 실버타운에는 건설사들이 그 전까지 누렸던 전기세 감면, 취·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들이 사라졌으며 이로 인해 지난 3년여 동안 신규로 실버타운을 짓겠다는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기업이나 개인들도 실버타운에 주목하고 진입했다가 시기상조라 판단하고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죄송하지만, 여기에 실버타운도 함께 있는 게 맞나요?”
분명 ‘THE CLASSIC 500’이라는 글자를 똑똑히 확인하고 들어갔음에도, 이곳이 실버타운이 맞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국대학교를 비롯한 백화점, 영화관, 먹자골목 등 젊은이들의 천국인 곳에 우뚝 솟은 실버타운, 그리고 럭셔리한 호텔식 로비까지. ‘여기가 실버타운이다’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이 호텔은 고객층 연령대 높은 편이네’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호텔이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더 클래식 500은 A동 5~20층은 호텔객실로, 20~50층과 B동 5~40층은 시니어들의 주거공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론트 데스크 서비스, 도어·발렛 서비스, 퍼스널 컨시어즈 서비스(쇼핑·여행 예약 대행) 등 기존 호텔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집 안 청소와 세탁 등을 해주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24시 콜센터, 우편·택배 서비스를 365일 내내 제공하는 등 6성급 호텔 수준의 생활 서비스도 함께 이뤄진다.
시니어들이 거주하는 주거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른 실버타운에 비해 더 클래식 500의 독특한 점은 400여 개의 가구 모두 단일 평수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구조와 인테리어에 따라서는 A 타입과 B 타입으로 나뉘지만 183.76㎡로 동일하다.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인근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캠퍼스와 건국대병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현관의 문턱을 제거하고, 거실과 주방을 구분 없이 통합해 동선을 최소화 한 점은 거동이 불편할 수 있는 시니어들에겐 편리할 것으로 보였다. 24시간 내내 긴급 사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동작감지센서와 응급콜 장치가 집안 곳곳 눈에 띄었다. 24시간 메디컬 센터와 단지 내 영상통화가 가능한 화상전화기, 출입문 개폐와 일괄 점등 및 소등이 가능한 스마트 태그 장치, 단지 내 시설 예약이 가능한 디지털 TV 등 편리하고 스마트한 시스템이 접목돼 있다.
더 클래식 500은 호텔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입주민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위트룸·주니어 스위트룸·스탠다드 룸 등 구성원에 알맞게 선택해 자녀, 손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입주민과 자녀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다. 이뿐만 아니라 고품격 호텔식 레스토랑 ‘라구뜨’(la goutte, 저지방·저염·저당 한식 뷔페)와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 정통 유러피언 요리와 280여 종의 와인 판매), 세계적인 명품 영화·오페라·클래식 등의 공연을 원음으로 현장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AV룸 ‘엔포에버’, 최신가요 및 팝송 등을 최신음향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는 노래방 ‘안단테’ 등도 입주민과 방문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를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에 알맞게 녹여낸 것이 이곳의 메리트다. 호텔리어 출신인 더 클래식 500 박동현 대표는 “더 클래식 500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보통 실버타운에 간다라고 하면 부모 입장에선 뒷방 늙은이 신세 같고, 자식 입장에서도 고려장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여기 와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긴 화려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곳을 선택하게 된다”며, 자녀들 입장에서도 노인들만 사는 쾌쾌한 곳이란 느낌이 안 들어 좋아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자식·손자들이랑 근사하게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 잠도 자고 갈 수 있는 호텔도 있고 해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류하면서 안 좋았던 부모·자식 사이도 좋아지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고 전했다.
6성급 호텔서비스를 자랑한다는 더 클래식 500. 럭셔리하고 근사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좋은 점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8억8000만원을 웃도는 높은 보증금과 생활비로 실버타운계의 타워팰리스로 알려졌을 정도다. 그럼에도 입주율 100%를 달성하며, 시니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 통계 조사에서 51.8%의 시니어들이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원형보다는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형 시니어 타운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액티브시니어들은 도심에서 최고 의료서비스와 여가 지원 서비스를 받으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펼치고 오히려 더 활발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점에서 더 클래식 500의 개방성과 접근성이 입주율 100%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 들어오려면 8억~12억 정도에 생활비도 350~400만원 정도는 내야 하는데, 사실 금액이 만만치 않죠. 주거공간도 굉장히 호화스럽고요. 실제로도 상위 1%의 분들이 거주하고 계십니다. 여긴 거의 400가구 정도 있는데, 한 150~200 가구 정도에 보증금도 한 3억~5억원 정도 해서 이 정도로 화려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200만원 정도면 생활할 정도인 시니어타운이 있으면 좋죠. 그런 규모의 시설이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좋고. 시니어들도 만족할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때론 너무 럭셔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 서비스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거나 하면 불평불만을 피할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 클래식 500은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 외에도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스파, 실내 골프 연습장, 도서관 등 일반적인 실버타운 내 시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메디컬 전문의와 전담 건강 관리팀(의사·간호사·운동 처방사·물리 치료사·영양사 등)이 개인별 맞춤 건강·운동·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실버타운 가운데 더 클래식 500만이 유일하게 대학병원이 300m 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위급 상황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더 클래식 500의 입주민들은 다양한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전담 간호사의 케어 서비스에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전담 간호사는 입주와 동시에 배정되는데, 입주자의 생활 질환부터 식사, 운동 등 전반적인 케어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예약, 진료 상담을 연계해주며, 이후 투약 방법 교육 및 체크도 진행한다. 이처럼 노인 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품격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더 클래식 500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편리한 교통, 백화점·마트·영화관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편의 시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역시 입주자들이 더 클래식 500을 만족해하는 이유다.
더 클래식 500의 탐방을 마친 후, ‘기회가 되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과연 그런 기회가 생길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 일까.
대한민국 1% 시니어라는 그곳의 입주민들은 8억이 넘는 보증금과 매달 400만원에 육박하는 생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99%의 시니어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곳 입주민들의 말처럼 진정 호화스러운 서비스 속에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림의 떡을 바라보는 이들의 삶의 질은 어디서 찾아야만 하는 지 안타까움이 남는다.
“둘러보면 알겠지만 여긴 뭐든지 다 좋아. 직접 살아보면 더 좋고.” 더헤리티지에서 만난 입주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기자 은퇴 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여기 이사장님은 경영철학이 뛰어나고 사고방식이 남다르다”며 “이곳에서의 생활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만족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헤리티지는 미국, 일본 등 선진사회에서 보편화된 ‘지속적 은퇴관리 커뮤니티(CCRC: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인근 보바스병원과 연계해 입주자의 연령 및 질병 정도에 맞춰 헬스 케어 서비스, 메디컬 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입주민은 보바스병원에서 수시로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는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신속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더헤리티지 김지연 차장은 “보바스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3차 협력 병원인 분당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의료원과 원활한 연계 서비스가 이뤄져 입주민의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에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할머니께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당시 직원들이 재빠르게 환자를 이송하고 응급처치했다. 요즘도 할머니께서는 그 덕에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며 고마워하신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커뮤니티동 탐방에 나서고 난뒤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건물 1층에서 꼭대기 층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 분당의 보전녹지를 깎아 조성됐기 때문에 건물 내부가 경사져 일직선으로 연결된 이동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건물이 높지 않고 에스컬레이터와 널찍한 계단이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입주민에게는 다소 불편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에 대해 더 헤리티지측은 “건물이 낮고 윗층 현관으로 나가면 바로 외부와 연결되기 때문에 그쪽을 통해서 이동도 가능해 크게 문제삼는 분들은 안 계시다”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동 내 취미·문화센터는 도서관ㆍ영화 관람실ㆍ노래방ㆍ당구장ㆍ바둑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영화 관람실 앞 ‘2시의 영화데이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에 예약제로 운영되며 어르신들이 원하는 영화를 직접 골라 삼삼오오 모여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관계자는 “영화 관람실을 이용하는 어르신도 많지만, 특히 당구장과 바둑실이 인기가 좋다. 바둑실은 이미 공간을 넓혀 운영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스포츠 센터에는 수영장ㆍ피트니스 센터ㆍ실내 골프연습장ㆍ그룹 운동실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영장에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뛰어놀고 있었고, 피트니스 센터에는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도 보였다. 순간 ‘이곳이 실버타운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김 차장은 “엄밀히 말해 더헤리티지는 실버주택이 아니다. 2011년 정부가 이미 지어진 실버주택에 한해 나이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60세 이하 계층도 입주가 가능해졌다. 보다시피 실버세대 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이 만족할만한 주거환경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 입주자도 있는편”이라고 설명했다.
스파, 사우나는 물론 다양한 에스테틱과 테라피를 즐길 수 있는 스파 센터를 둘러보고 500여석 규모의 헤리티지 홀을 방문했다. 헤리티지 홀은 이미자, 남진, 주현미 등 가수들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입주민들의 송년 자선 음악회도 열리는 공간이다. 입주민들은 이 자선 음악회를 통해 매년 2000만~2500만원 정도의 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조식 뷔페ㆍ한식당ㆍ중식당 등이 있는 레스토랑들을 둘러봤다.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에 띈 것은 가격. 식사시간이 아닌 관계로 음식의 질과 가격을 비교하긴 어려웠으나 단적인 예로 한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가 1병에 66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높은 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김 차장은 “가격대가 비싼 것은 맞지만, 회원의 경우 40%할인된 가격으로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가격과 비슷하게 즐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동 탐방을 마치고 단지 내 164.56㎡ 주거공간을 살펴봤다. 노인이 아닌 누구라도 들어와 살아도 될 만큼 냉장고ㆍ세탁기ㆍ식기세척기 등이 빌트인 돼 있다. 거실 베란다 문을 열자 단지를 둘러싼 진재산 자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가 시원했다. 그곳에서 다른 입주민들의 베란다를 살펴보니 화단을 가꾸어 놓은 집부터, 장독을 들여놓은 집, 흔들의자와 탁자를 놓아둔 집 등 꾸밈새가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꼭대기 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의 베란다는 야외 정원을 축소시켜놓은 듯 꽃과 나무가 무성했다. 김 차장은 “펜트하우스의 경우 규모가 가장 커 가격대가 높지만 인기가 좋아 모두 입주가 끝난 상태”라며 “펜트하우스를 제외하면 52.24~84.81㎡의 인기가 가장 많다. 이에 반해 139.08~164.56㎡ 가구를 더 많이 지은 점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편안하고 좋은 집’에 대한 열정으로 장인들이 만들어낸 더헤리티지는 아파트와 같이 단지로 구성돼 편의성이 뛰어나면서도 전원 속 단독주택의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타운하우스 개념의 실버타운이다. 더헤리티지 입주민은 1인당 보증금 3500만원을 내면 문화센터ㆍ스포츠센터ㆍ에스테틱ㆍ레스토랑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40% 할인 된 금액으로 즐길 수 있다. 짜인 프로그램에 맞춰 생활해야하는 일반 실버타운과는 달리 입주자 개인의 경제 상황과 생활 패턴에 맞춰 이용여부를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이 더헤리티지만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