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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낀 세대’ 중년에 찾아오는 마음의 병 “핵심은 ‘부적응’”
- 청년과 노년 사이 ‘낀 세대’로 불리는 중년. 신체적·사회적 변화로 ‘제2의 사춘기’를 보내는 이들 대부분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두려움과 부담감으로 인해 정신의학과 병원 또는 센터 찾기를 두려워한다. 그런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만 아픈 것이 아니고, 치유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부부 사이인 50대 남성 A씨와 40대 여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수급생활비로 월 120만 원가량 받아온 부부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20세 시대에 젊은 나이에 속하는 중년 부부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울증, 마음의 병을 앓는 중년의 증가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 4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중장년은 불안장애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2017년에는 50대 환자가 전체의 20.7%(13만 5525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5%(15만 9845명)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기는 생애주기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로, 생물학적·사회심리적 변화로 인해 우울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내포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갱년기를 포함한 건강 문제, 사회적 역할의 한계 등 이전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하면서 많은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된다. 중년기 마음의 병에 관해 권순재 당신의건강의학과 원장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중년의 심리적 고민 중년기의 아픔을 설명하기에 앞서 권순재 원장은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언급했다. 에릭슨은 ‘인간은 평생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8단계의 발달 단계를 거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권 원장은 이 가운데 40대 이후 중년은 ‘Middle-age Adult’에 속한다고 봤다. 이 단계의 인간은 ‘생산성 vs 침체성’의 과정을 겪는다. “보통 20~30대에는 취업·결혼 등 비슷한 목표로 열심히 달리는데, 40대가 되면 ‘생산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분배됩니다. 사회에서 출세하겠다는 목표로 계속해서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사람도 생긴다는 거죠. 또 육아를 담당하며 살아온 여성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을 수도 있겠고요. 반면에 ‘침체성’은 그냥 늙고 쇠약해져가는 과정이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40대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시기입니다.” 중년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심리적 고민은 무엇일까. 권순재 원장은 ‘부적응’을 꼽았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권위주의적 성향, 20·30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그 사이에 ‘낀 세대’인 중년은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다음으로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지방이나 시골에 거주하는 중장년은 알코올 중독 문제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 심리상담 및 치료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순재 원장은 “정신 건강을 정상과 정신병자로 나누는 것은 예전의 잘못된 이분법적 생각”이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보는 현대인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도시로 갈수록,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고학력일수록, 화이트칼라일수록 건강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요. 요즘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이란 병이 없는 게 아니죠. 정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화됐는데, 체중이나 피부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서울 사람들은 마흔이 됐다고 해서 도전이 끝나지 않아요. 20대만큼 계속해서 도전을 강요받고, 발전하려고 하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정신상담, 두려움 없애야 정신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 구조상 현대인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권순재 원장 역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생존이 중요한 원시인은 포식자가 숨어 있다는 예감이 들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 시간이 10초도 안 걸리죠. 그런데 현대인은 내 인생에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그게 실제로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인간이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거죠. 이는 건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혈압이 올라가고 감염에 취약해지고, 심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도 발생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인식이 좋아진 것과 같이 약물치료에 대한 대중의 저항감도 매우 줄었다고 한다. 권순재 원장은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정신질환 약은 항우울제다. 많은 연구가 지속되면서 항우울제 장기 복용에 대한 결점이 없어졌다”면서 “오히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그대로 놔뒀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우리의 생각이란 좌뇌와 우뇌의 정보 교환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특히 고민이 생기면 뇌에서는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조절합니다. 첫 번째, 자기중심적인 추상적 생각을 반복 하지 않게 만들어요. 두 번째, 눈앞에 있는 감각적인 경험에 집중하게 합니다. 세 번째, 내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나를 설득합니다. 이걸 긍정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망가진 것이 우울증입니다. 약물치료가 좋은 이유는 뇌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부위의 작용을 낮추는 거예요. 우울증 약을 먹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죠.” 약물치료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치료 방법이 있다.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다. 병원이 심리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부담스럽다면,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순재 원장은 “우울한 생각이나 고민을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그게 주로 좌뇌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좌뇌에는 언어중추가 있다. 쉽게 얘기하면 자기 안의 고민을 말로 엮어서 눈앞에 있는 사람한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정신 건강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치료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존재 이유를 얘기했다. “현대에 와서 정신 건강은 매우 중요해졌어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서 삶의 질이 행복한지 아닌지로 건강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내과에서는 신체에 문제가 없으면 정상이라고 하죠.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신체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행복하지 않으면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걸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함께 얘기 나눠봐요.” 정신질환 정확히 알기 우울증 : 우울장애가 정식 명칭.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 TIP |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PHQ-9’(Patient Health Questionnaire-9)을 검색하면 우울증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특히 1번(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과 2번(평소 하던 일에 흥미가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이 중요한 문항이다. 불안장애 :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킨다. 불안한 느낌이 지나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공황장애 :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 즉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다. 공황발작은 신체 증상이 동반되며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 증상을 말한다. 부적응 : 개인이 주위 환경이나 사회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이나 불안의 상태를 말한다.
- 2023-07-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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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이여, 마음껏 울어라”… 눈물 치유 공간 ‘T.T존’
-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우세요.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입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울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을 흘린다는 게 부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독자층인 중년은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는 부서를 이끄는 팀장이며, 가장인 경우가 많은 그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눈물을 삼킬 때가 많을 터다. 그런 그들이 반가워할 공간이 있다. 바로 ‘T.T존’이라는 곳이다. 특이한 이름의 T.T존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예상이 어렵다면,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TT’를 떠올리면 되겠다. ‘TT’는 눈물을 의미하며, T.T존은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T.T존은 전국에 딱 하나 있다. 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안에 위치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이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할까? T.T존이 선택한 방법은 ‘영상 시청’이다. 방문자에게 맞춤형 동영상을 제공해 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말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까? 눈물이 부끄러운 이 시대에 그곳에서는 왜 마음껏 울라고 말할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T.T존을 방문했다. 50분간 영상 시청…나도 모르게 눈물 T.T존 이용 방법은 이렇다. 사전에 방문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면 된다. T.T존을 찾아간 날, 취재를 위해서지만 기자도 체험을 신청한 터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이곳을 찾을 경우, ‘너무 우울해 보이지는 않을까?’, ‘용기 낸 것이 잘한 일일까?’ 등의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걱정과 두려움은 금세 가라앉는다. T.T존이 있는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을 활짝 열면, 상담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T.T존 내부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상담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다. 내담자가 어떤 고민 또는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지, T.T존에서 무엇을 치유 받고 싶은지 등을 상담사가 듣는 시간이다. 이와 함께 T.T존 사전 질문지도 작성한다. 질문지는 쉽고 간단하다. T.T존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눈물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떤지 등에 관해 묻는다. 사전 과정을 마친 후, 마침내 T.T존에 입성했다. 입장과 동시에 슬리퍼로 갈아 신으니 진짜 방(룸)에 들어온 듯이 편안하다. 조금 전까지 사무실 공간에 있었는데,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제일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텔레비전과 그 앞에 놓인 소파다. 누워도 될 정도의 크기이며, 그 위에 놓인 곰돌이 인형도 시선을 붙잡는다. 담요, 쿠션과 함께 필수품인 티슈도 준비되어 있다. 곳곳을 둘러보니 세심한 손길이 눈길을 끈다. 방음벽으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 감정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주는 세면대도 한편에 마련돼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심리적 동요가 커질 상황을 대비해 깨지지 않는 거울을 걸어 놨다는 점이다. 전원 케이블 또한 최대한 보이지 않게 했으며, 응급 상황이 생기면 구급차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비상벨도 설치해 놓았다. 시청 영상은 내담자의 상황과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생, 신혼부부, 중년 남성 또는 여성, 노인 등으로 구분돼 있고, 맞춤형 영상을 제공한다. 러닝 타임은 50분 정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자로 T.T존을 방문한 기자는 ‘중년 남성을 위한 영상’을 시청했다.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러닝 타임은 10분 정도였다. 실제로는 기자가 시청한 10분 정도의 영상을 4~5편 보는 방식이라고 했다. 모든 영상은 저작권 허락을 거쳐 사용되고 있다. T.T존 담당자가 안내를 마치고 나가자, 불이 꺼졌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평소 눈물이 많은 기자는 ‘일부러 울지는 말자. 정말 슬프면 울자’고 다짐하며 영상 시청에 몰두했다. 그래서 영상을 다 본 후에는 눈물이 나왔냐고? 결과부터 말하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감정이 많이 벅차올랐다. 아무래도 풀 영상이 아닌 짧은 영상을 시청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맞춤형 영상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30대의 미혼으로, 중년 남성의 이야기에 100% 공감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중년 남성을 위한 영상을 시청한 후 신혼부부를 위한 영상도 시청했는데, 동년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맞는 연령대의 영상을 쭉 본다면 눈물이 충분히 흐를 수 있겠다. 눈물 치료에 대해 아시나요? T.T존에서 영상 시청을 마친 후에는 다시 상담사와 이야기를 한다. 영상 치료로 해소된 부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기적으로 T.T존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후 설문지도 작성한다. T.T존 이용 후기, 눈물 치료의 효과 등에 관해 묻는다. 또한 T.T존 이용자에게는 심신을 평온하게 도와주는 온열 안대, 도라지차 티백 등을 제공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일명 ‘눈물 리트머스지’다. 평상시 하품을 해서 나오는 눈물, 양파·마늘 등 자극을 받았을 때 반응하는 눈물, 정서적인 이유로 인한 눈물 등, 감정에 따라 리트머스지에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더욱이 맛도 다르다고 하는데,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은 산성 성분이 많은 신맛, 분노로 인한 눈물은 염류가 많은 짠맛이 난다고 한다. T.T존은 이처럼 ‘눈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눈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웃음 치료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눈물 치료는 들어본 적이 없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알고 보면 눈물의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며, 의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도 많다. 외과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눈물이 병든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임상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T.T존은 2019년 문을 열었다. 시민정책제안사업 당시 한 시민이 “중년 남성도 마음껏 울고 싶다”면서 울음방을 제안한 것이 채택됐다.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임하나 팀장은 “나이가 들수록 우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곳을 찾는 중장년분들도 처음에는 그런 경향을 보인다”면서 “어린 애들이 혼나면 울지 않나. 그러고 나면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이 감정적으로 올라왔던 것들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눈물이 가진 힘이다. 그래서 T.T존은 ‘울고 싶을 땐 울어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T.T존은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해외 선진 사례를 견학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워하우스(OUR HOUSE)’라는 곳을 방문했다. 스스로를 슬픔지원센터(Grief Support Center)라고 소개하는 곳이며, 사람들이 슬픔을 나누면서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에는 루이카츠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단체의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 또한 일본 도쿄의 미쓰이 가든 요쓰야 호텔(Mitsui Garden Yotsuya hotel)에는 20~40대 여성이 마음껏 울 수 있는 ‘울음방’이 있다. 최루성 영화와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특별한 호텔 룸이다. 이 호텔의 축소판이 T.T존이라고 할 수 있다. T.T존 이용자는 월 20명~30명 정도다. 중년 남성이 원했던 곳인 만큼, 실제로도 40대~50대의 이용률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이용자 추이를 보면, 성별은 여성 69%, 남성 31%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24%, 50대가 12%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 즉, T.T존 이용자 1순위는 중년의 여성이라는 사실도 도출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중년 남성은 직장과 경제적 문제 등의 스트레스를, 중년 여성은 갱년기와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졌다. 임하나 팀장은 “여기 동탄 신도시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이 많은 동네다.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집값으로 인해서 여기까지 내려오신 분들이 많다”면서 “더욱이 중년 남성분들은 투자로 인한 손실, 퇴직 압박 등의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팀장은 “자살율이 제일 높은 연령층도 40·50대의 남성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년 남성의 이용률이 가장 낮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 T.T존이 운영되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을 받는 것이다.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중년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종합해 보면, T.T존이 만들어진 이유도 중년 남성 때문이고, 가장 필요해 보이는 세대도 중년 남성이다. 마음껏 울고 싶은 중년 남성이 있다면, 하루 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T.T존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마음에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T.T존 맞은편에는 ‘메모리존’이라는 곳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애도의 공간인 이곳은 향초의 향기로 가득하다. 하늘에 있는 그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너무 큰 슬픔에 갖고 있을 수는 없지만 버릴 수는 없는 소중한 유품도 보관 가능하다. 매달 한 번씩 자살 유가족 모임도 갖는다. 이용 방법 : 예약 및 문의→시설 이용→사후 관리→평가 대상 : 화성시민 누구나(중학생 이상) 주소 : 경기도 화성시 동탄대로 8길 36 운영 시간 : 평일 09:00~18:00
- 2023-06-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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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시니어, “반려동물 혼자 남으면 어떡하나” 돌봄 고민 커
- 반려동물이 고령자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고 간병비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 일본 고령자의 비율은 매년 줄고 있다. 끝까지 돌보지 못하고 남겨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령자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함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연구 조사를 들여다봤다. 반려동물 있어 좋지만 ‘돌봄 고민’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좋은 점으로 “부부 사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 “지병이 있지만 열심히 살도록 바뀐다” 등을 꼽았다. 반려동물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가족 간 대화가 이어지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 등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함으로써 간병 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령자의 간병 비용이 키우지 않는 고령자에 비해 절반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반려동물이 질병 예방 효과와 간병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역할 부여, 규칙적이고 활발한 생활 유지 등이 간병 비용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따른 고민도 있다. 주로 자신의 노화로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반려동물이 노화함에 따라 필요한 돌봄을 주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했다. 또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의 상실감을 우려하기도 한다. 펫푸드협회의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꼽은 것 중 △여행·장기외출이 어려워서 △이별이 괴로워서 △돈이 들어서 △공동주택에 살기 때문에 반려동물 금지라서 △죽으면 가엾어서 등이 1~5순위를 차지했다. 고령자의 반려동물 사육 의향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동물병원 비교 사이트,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요양시설, 반려동물 신탁 서비스, 묘 서비스, 공양(供養) 서비스,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펫 돌봄 서비스, 펫로봇 관심 높아져 동물과의 접촉이 인지 기능과 운동기능 유지 및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정서 안정으로 이어지며, 재활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지자체ㆍ시설 등의 기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현 고가시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지원이 필요한 노인의 집을 방문해 도움을 주는 케어매니저 정책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 갑자기 사망해 반려동물만 남았다’거나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입원할 수 없다’는 독거노인의 상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르던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하거나, 시설에서 기르는 동물과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요양시설도 늘고 있다. 노인홈 검색 사이트 ‘모두의 개호’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노인홈은 2022년 8월 기준 전국에 409개로, 전년 대비 146개가 늘었다.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4개가 증가한 것에 비해 2년 새 많이 늘어난 셈. 요양시설에 전문 펫시터가 상주해 돌봄을 제공하고, 반려동물 전용 활동 공간도 있다. 반려동물 냄새를 없애는 탈취 효과가 있는 커튼이나 산책 가방을 사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지는 시설도 있다고.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경제적·심리적 문제를 걱정하는 시니어들은 펫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우메즈 유키에 하루메쿠 시니어 생활방식 연구소 소장은 “비사육자의 펫로봇 이용 의향 비율이 31.2%라는 결코 적지 않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서 “펫로봇이 정서적 생활을 돕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반려동물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고 하루메쿠(ハルメク) ‘시니어 여성의 애완동물 사육에 관한 의식과 실태조사’, 리서치 회사 크로스마케팅 ‘반려동물에 관한 조사’(2022년), 펫푸드협회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 취미인클럽×하쿠호도 2022 ‘반려동물과 생활의 질 조사’
- 2023-06-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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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사회서 맞은 중년의 위기, ‘우울해방일지’로 풀어내세요
- 누구나 마음속 응어리를 갖고 있다. 그 응어리들이 뭉쳐 불안, 우울,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이 ‘의지가 약해서’ 혹은 ‘마음이 여려서’ 찾아온다고 여긴다. 이명수 원장은 우울증·공황장애·ADHD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증상을 겪는 이들을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감싼다. 신간 ‘우울해방일지’에는 가려진 내면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도록, 증상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명수 원장은 24년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관점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해왔다. 보건복지부, 서울시, 경기도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보건이사 및 기획홍보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경기도 자살예방센터장, 사단법인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대표, 연세라이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의대에 진학해보니 문득 ‘나는 문과 체질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인문학적 요소가 있는 정신과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은 매우 강력하게 우리를 압도하는데, 무심코 한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 공황장애라는 개념을 도입하신, 존경하는 선생님을 따라 레지던트도 하게 됐죠. 지역사회의 정신 보건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했지만, 늘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환자를 입원시켜놓고 회진을 가지 않으면서 마음 불편해하는 꿈을 지속적으로 꿀 정도로요. 지금은 임상 의사로서의 일도 병행하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이 원장은 삶의 여러 가지 상황에 지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이들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의사와의 사이에 내려놓는 것, 더 나아가 의사에게 던져버리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원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환자들에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있지만, 사실 우리는 같은 방향에 나란히 앉아 당신의 문제를 앞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라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도록 유도한다. “찔리면 아프고 눌리면 답답한 기분은 누구나 느낍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흘러가지 못한 채 억눌리거나 고이면 분노, 공포, 우울 등 과도한 반응을 유발하게 돼요. 대부분 증상을 겪고 있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죠. 병원에 간다 해도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라는 허상을 붙들고 부정적인 생각을 고착시킨다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니까요. 부정적인 감정, 비관적인 생각도 물론 다뤄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불편한 감각을 안정화해 자신의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우울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각자 성장 배경과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중장년이 되면 보통 ‘중간 항로’의 시기를 겪는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개념이다. 중간 항로를 거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네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부모가 나에게 어떤 태도이든 그들이 주는 심리적 울타리로부터 벗어나는 것, 배우자가 나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녀 역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 스스로 일터에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네 개의 산을 모두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과도하게 벗어나려다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한다. 벌어진 상황과 갖고 있는 기질이 부딪혔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저마다 다르고, 다양한 증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결과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건강한 일반인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는 ‘얼마나 건강한지’를 평가하기보다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에요. 나와 주변의 상태를 미리 들여다보고 인지할 수 있다면 좋겠죠. 책 ‘우울해방일지’는 심리적 불균형을 겪는 사람들이 관점의 지평을 넓히고 실천의 동력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부터 속지 디자인, 내용 하나하나까지 이 원장의 의견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딱딱한 이론보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문장과 단어를 골라내 적절한 조언을 담았다. 고유의 행동 패턴이나 습관이 아닌 증상일 수 있음에도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에, 최대한 세심하게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각자의 가치를 실천하며 사는 게 가장 평화롭게,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가령 내가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껏 중요하다고 여겼던 일 중에 제칠 만한 항목과, 새롭게 부각되는 항목이 무엇일까요? 후자가 진정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겠죠. 저도 여전히 리스트를 작성하지 못했어요. 그걸 보물찾기 하듯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모호하지만 하나씩 찾아나가는 작업을 하고, 방향을 설정해보면 어떨까요. 부디 여러분도 목표가 아닌, 가치를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 2023-06-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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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에 도전하는 디지털 치료, “병원 대기 없이 혼자 집에서”
- 사람의 뇌에는 학습과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세포들이 얽혀 있다. 뇌는 기억이 사는 집인 셈이다. 기억이 오래도록 뇌라는 집에 머물도록 지켜주고 싶은 의사와 과학자가 있다.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든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오른쪽)와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이하 대표, 왼쪽)의 이야기다. 가슴 뛰는 삶, 이모코그의 시작 ‘내가 병원에서 의사로 사는 이유가 뭘까?’ 문득 이준영 교수는 생각했다.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기관지 천식은 그를 잠 못 들게 했다. 거의 매일 자지 못하고 외래 진료를 보면서도 그가 놓지 않았던 건 뇌에 관한 연구였다. 치매와 기억력 연구다. 이 교수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치매 발병률을 연구해 데이터를 구축했다. 문맹 노인의 치매 검사 도구도 처음으로 만들었고, 그들을 위한 훈련 도구도 만들었다. 컴퓨터로 치매 평가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2004년에는 윤정혜 차의과대학 상담심리학 교수와 함께 치매를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메타 기억 교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치매 센터를 중심으로 보급한 프로그램은 꽤 결과가 좋았다. 뇌의 기억력 주변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기억력이 좋아졌다. 특히 문맹 노인들은 머리에 기억을 띄우는 ‘작업 기억’ 기능이 떨어지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는 걸 확인했다. 이렇게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 교수는 여전히 대학병원 의사로 산다는 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바닥으로 끝없이 내려가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이 시기에 이 교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 남산을 올랐다. 보통은 20분이면 갈 곳을 천식때문에 1시간씩 오르면서. 그러자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이 보였다. “어떻게 되더라도, 누가 뭐래도, 뇌를 고치는 의사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노인 정신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잠자리에 누워 다음 날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늙은 거다’라는 거예요. 저에게는 뇌를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이 가슴 뛰게 하더라고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쑥스러웠지만 ‘뇌를 고치는 의사로 살겠다’고 선언하기 위해 명함을 만들고 주변에 나눠주었다. 그때부터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SKT에서 스마트 스피커 몇백만 대를 보급했대요. 여기에 윤 교수님과 만든 ‘메타 기억 교실’, 그러니까 기억 훈련 프로그램을 넣고 싶다는 거예요. 처음으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스마트 스피커만으로 시도한 것이었죠.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걸로 논문을 썼는데, 학교에서 창업을 권유하더라고요. 노유헌 대표에게 바로 함께하자고 했죠.” 진짜 환자를 위하는 삶 노유헌 대표는 중앙대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였다. 이 교수로부터 창업하자는 전화를 받은 날, 노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이 교수를 향한 굳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표는 ‘과연 내가 하는 연구가 정말 환자들을 위해 쓰이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역시 당시를 “바닥을 찍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이 출산을 하다가 암을 발견했다.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만난 교수들이 동생의 치료를 도왔지만, 모든 예후가 좋지 않았다. 자신의 연구가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에 아픈 여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자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노 대표는 “모든 것이 다 끊어지는 시기였죠. 아마 다른 분이 제안했다면 거절했을 거예요. 이 교수님의 제안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라면 믿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교수님은 지금까지 제가 도와달라고 할 때 한 번도 거절하신 적이 없거든요.”라고 회상했다. 노 대표와 이 교수의 인연은 2008~2009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원생이자 과학자를 꿈꾸었던 노유헌 대표는 러닝 메모리를 연구하고 싶었다. 학습과 기억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자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분야로, 뇌세포의 구조나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자적으로, 구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공학부터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전공자까지 모아서 ‘브레인’이라는 소모임 활동도 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그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박학다식했던 노 대표는 해부학, 줄기세포,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임상 연구를 할 때마다 그는 늘 이준영 교수를 떠올렸다. “마치 어제 통화한 것처럼 반갑고 다정하게 늘 받아주셨어요. 교수님만큼 안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임상 시험 설계를 잘 해주시는 분이 없었어요. 덕분에 연구 성과들이 계속 잘 나올 수 있었죠. 교수님이 가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족에 대해 말할 때 그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뇌를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교수님의 소명과 목표가 저를 이끌어가는 느낌이에요. 교수님이 ‘이 방향으로 가자’고 하면 그 방향이 정말 진심으로 환자와 가족을 위한 방향이라고 믿어요. 그 신뢰가 저의 소명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노 대표는 2007년부터 10년 넘게 야학에서 노인들을 가르쳤다. 국비 지원으로 석·박사까지 마칠 수 있었던 그는 공짜로 배웠으니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야학 불빛을 보게 된 날 바로 찾아갔다. 노 대표는 그때의 경험이 이모코그를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야학에 오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결국 자신이 도움을 받은 셈이라 했다. 이준영 교수를 향한 노유헌 대표의 무한한 신뢰는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두 사람의 우정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이 교수를 향한 믿음으로 창업에 뛰어든 것이지만, 노 대표도 이모코그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있다. 기억력 높이는 디지털 치료제 2021년 1월 19일 이준영 교수, 노유헌 대표, 윤정혜 교수는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 ‘이모코그’를 공동 창업했다. 연구 결과가 좋아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어르신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억을 검사하거나 훈련받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창업이었다. 이 교수는 “저의 인지 훈련, 윤 교수의 심리, 노 대표의 생화학이 콤비를 이루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모코그’(Emocog)는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의 영어 앞 세 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감정과 인지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임을 보여주는 사명이다. 두 사람이 목표하는 바는 치매 진단과 인지 훈련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준영 교수는 현재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내가 치매인지 아닌지 고민된다고 생각해볼까요. 먼저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야 하는데, 기다리면서 몇 개월이 지납니다. 병원을 가면 의사를 만나고 기억력 테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검사를 합니다. 피 검사를 해서 나쁜 단백질이 쌓였는지도 보고요. 검사를 하면서 몇 개월이 또 흐릅니다. 만약 치매라는 결과가 나오면 약을 처방받는데요. 기억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본인은 기억력이 점차 나빠지니까 뭐라도 하고 싶죠. 그런데 훈련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치매 센터를 가야 하는데, 가도 프로그램이 없는 곳도 있고요. 혹은 6개월이고 1년이고 대기하기도 합니다. 치매가 있다면 생활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는 가족이 짊어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물어볼 곳도 없어요. 병원에 물어보려면 또 몇 개월을 기다려 예약을 해야 하죠. 그래서 병원에 가서 물어보지 않고도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디지털로 구현하고 싶습니다. 치매 선별부터 진단, 훈련, 도움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모코그’는 치매 검사 도구, 디지털 치료제, 기억력·인지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치매 조기 선별 도구인 ‘코그스크린’(Cogscreen)은 3~5분 내로 셀프 검사가 가능하다. 집에서 스스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코그노시스’(Cognosis)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감별진단 도구다. 약 40분에 걸쳐 검사가 진행된다. 노유헌 대표가 코그노시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검사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1시간 반 정도 하던 검사를 40분으로 줄였어요. 병원에서는 검사 후 보고서를 받기까지 한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요. 코그노시스는 디지털을 적용해 보고서도 자동으로 나옵니다. 병원에서 종이로 하는 검사를 직접 해본 적이 있는데요. 한 시간 넘게 집중해야 하고, 검사 방법도 어렵더라고요. 내가 치매일까 무서운 마당에 시험 보는 기분까지 들어요. 코그노시스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직관적으로 하라는 걸 하다 보면 40분이 금방 흘러갑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치매 검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도구인 만큼 자동으로 검사 후 치매를 종류별로 원인에 따라 분류하는 기술도 특허화했습니다.” 이모코그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화’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문자로 링크를 받아 웹으로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도인지장애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인 ‘코그테라’(Cogthera)는 말로 하는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면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처음 코그테라를 만들었을 때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중 이 훈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혼자 살면서 인지 저하가 있는 상태의 노인이어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아야 기억력 개선도 이어지는 것. 목소리 속도, 색깔, 글씨 크기 등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나온 코그테라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95%가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준영 교수는 앞으로 기억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말쯤이면 치매 항체 치료제가 나올 거예요. 치매 항체 치료를 하면 치매의 진행이 아주 느려질 겁니다. 경도인지장애인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엄청 길어지는 거죠. 이때 기억 훈련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코그스크린, 코그노시스, 코그테라는 개발을 마치고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기술력과 해외 상용화를 기대하며 초기 투자부터 시리즈A 투자까지 모두 참여했다. 코그테라는 임상 시험 승인 자체가 최초인 치매 디지털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해외에서는 2026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모코그는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인 주관적인지저하가 있는 사람들도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는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정혜 교수와 함께 개발했던 ‘메타 기억 훈련’ 프로그램이다. 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지 중지 치료와 동일 기술임을 확인받았으며, 병원에서 치료 기술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은퇴한 무용수들이 프로그램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준영 교수가 발레 줄거리에 단어와 문장 수를 정해 외우도록 하는 특허를 낸 기억 훈련법이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백조의 호수’ 무용 작품 하나를 기억하게 된다. 이 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치매 안심 지역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인지와 기억에 관한 콘텐츠를 종합해 지역의 치매 발병률이 줄어드는 ‘치매 안심 구역’을 만드는 것. 이렇게 이준영 교수와 노유헌 대표는 이모코그를 통해 뇌를 고치는 의사와 과학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저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꿈을 좇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꿈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 2023-06-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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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를 다시 사는 기분, “여기 오길 참 잘했다!”
- 고령사회 속 중장년 인구가 늘어나며 이들 세대를 위한 전유 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이하 행복캠퍼스)는 인생 후반전 일·취미·사회공헌 등을 아우르는 생애전환 플랫폼으로 발돋움 중이다. 특히 ‘캠퍼스’라는 명칭처럼 강남대학교 내에 위치해, 대학생과 교류하며 풋풋했던 시절을 다시 만끽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행복캠퍼스는 1955~1974년생 경기도 주민을 대상으로, 이들 세대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동년배가 함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지역공동체로 거듭나게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행복캠퍼스 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발견한 이들이 함께 동아리를 만들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가는 식이다. 그 예로 이곳 캘리그래피 수강생들은 뜻을 모아 용인세브란스병원 어린이 환우들을 위한 ‘캘리그래피 선물 행사’를 열었고, 치매예방지도사 자격증 취득자 동아리에서는 지역 주간보호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을 위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근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센터장은 “불안한 노후를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갈 전우(戰友) 같은 동년배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압축성장 시대를 정신없이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에게 성공적인 나이 듦을 준비할 ‘인생 에너지 충전소’를 제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취미·사회공헌 세 마리 토끼를 잡다 행복캠퍼스 참여가 망설여진다면 일단 현장부터 찾아가 보자. 캠퍼스로 향하는 동안 교정을 거닐며 얻는 활력과 낭만에 매료될 것이다. 도착하면 도심 속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전용공간이 눈에 띈다. 용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커피 한잔하며 책 한 권 읽어봄 직하다. 캠퍼스 생활을 더 알아가고 싶다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행복캠퍼스는 학기제로 종합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1학기 3~6월, 2학기 9~11월). 개별상담과 집단상담으로 이뤄지는데, 동년배 상담사를 통해 캠퍼스 활동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필요시 전문 상담기관 연계). 행복캠퍼스를 다니면 인생 재설계 및 생애전환 교육(정규 교육) 참여가 가능하다. 일·취미·교양·예술·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반영한 인생 재설계 교육이 이뤄진다. 이 또한 학기제로 운영되고, 1학기 5개 이상 교육과정이 열려 1인당 2개 강좌까지 수강 신청할 수 있다. 모든 수업은 무료이며, 과정별 재료비 및 자격증발급비, 교재비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 수업은 커리큘럼의 70% 이상 수료시 행복캠퍼스 센터장 명의 수료증을 발급하는데, 이후 사회공헌이나 일자리 참여, 동아리 등 사회적 활동으로의 연계도 꾀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에 관심 있는 중장년에게는 취·창업 프로그램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모티콘 작가, 스마트스토어 및 디지털 마케터 양성과정 등 교육을 통해 수익 창출 역량을 강화해볼 수 있다. 이케아, 한국야쿠르트, GS편의점 등 기업과 함께하는 취업설명회나 자기소개서쪾이력서 작성 특강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발굴 중이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창업설명회나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공유사무실(인큐베이팅)을 통해 사무공간 및 컴퓨터, 프린터 등 각종 집기 사용이 가능하다. 커뮤니티나 사회공헌 활동이 목적인 이들을 위해 그에 따른 서비스도 마련됐다. 현재 운영 중인 동아리는 총 7개(행복캘리, 책사랑, 청춘서당, 채티, 보드라미, 행캠SNS, 하모니 등)로 교육 이수 후 인원을 구성하면 한 학기에 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캠퍼스에서는 동아리 회원들이 당사자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성교육을 통해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중장년 스카우트’를 운영한다. 그밖에 원데이 힐링특강이나 동아리 체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공간을 활용하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캠퍼스에서 얻은 활력, 갱년기 우울도 떨쳐내 -최혜정(56) 씨 “여자라면 누구나 갱년기를 겪죠. 저도 한 3년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보냈어요. 다시 활력을 찾고 싶었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주변에 이런저런 기관들을 가봤지만 맞춤한 교육을 찾긴 어려웠죠. 마침 온라인을 통해 행복캠퍼스를 발견했어요. 브이로그, 스마트스토어, 드론 등 제가 원했던 분야의 교육을 강남대학교에서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기뻤죠. 처음 캠퍼스에 왔을 때 우리 세대를 많이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설 면에서도 그렇고, 강사나 관리자분들도 중장년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저는 스스로 ‘도저너’(도전+er)라고 말하는데요. 이제 인생의 정오를 갓 넘긴 나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진정으로 내 삶을 사는 건 오십 이후라고 봐요. 많은 동년배가 저와 함께 이곳에서 멋지게 나를 위한 도전을 해나가며, 행복한 후반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N잡러를 꿈꾸며 두 번째 스무 살을 보내다 -최병준(50) 씨 “아버지 병간호를 한 5년 했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지금처럼 살다 은퇴하면 어떻게 되겠냐. 아버지처럼 남겨줄 게 없는 사람 되지 마라. 예전에 너 하고 싶어 했던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들어봐라’ 하셨는데, 순간 확 깨달았어요. 그 후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다니며 블로그도 운영했죠. 꾸준히 하다 보니 책도 냈고, 북클럽을 운영하거나 강의할 기회도 생겼어요. 그러다 행복캠퍼스도 알게 됐죠.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이 마음에 들더군요. 저는 아직 퇴직 전인데, 인생 2막 ‘N잡러’라는 꿈을 위해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며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외형적인 것들 말고 내면을 채워줄 무언가도 필요하잖아요. 그걸 캠퍼스 활동을 통해 얻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느끼는 젊음, 활기, 즐거움으로 마치 ‘두 번째 스무 살’을 사는 것 같아요.” 캠퍼스의 활기 속, 젊은 세대와 교류도 활발 행복캠퍼스의 일부 수업은 강남대학교 강의실을 이용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20대 학생들을 만나며, 캠퍼스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생들 또한 행복캠퍼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전공 관련 실습(사회복지학과, 실버산업학과, 평생교육학과 전공)을 통해 이곳 중장년과 교류한다. 지난봄 강남대학교 축제가 열리던 날, 행복캠퍼스에서도 세대통합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바로 ‘2356 세대통합 행캠 페스티벌’이다. 7개 동아리가 운영하는 체험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중장년과 대학생은 너나 할 거 없이 나이를 잊은 채 함께 어울리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세대 어울림이 가능하다는 게 행복캠퍼스의 최대 장점일 테다. 김정근 센터장은 “세대통합 페스티벌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실현해나갈 방침”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고령화 이슈는 단지 특정 세대만의 이슈가 아닌, 온 세대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때문에 다양한 세대가 만나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세대단절을 해소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행복캠퍼스 1학기는 막바지 단계다(6월까지). 방학 중에는 ‘동년배 특강’이 열린다. 9월부터 시작될 2학기 참여를 희망한다면 캠퍼스를 방문해 상담 신청을 권한다. 위치 경기도 용인시 강남로 40 강남대학교 심전2관 9~11층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가 문을 연 지도 3년이 지났다. 20년 넘게 행복한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김정근 센터장, 그가 그려나가는 행복캠퍼스에 대해 물어봤다. Q. 중장년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캠퍼스를 운영하시나요? A. 행복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내에서 20대 학생들과 어울리며 연령 친화적 생애전환 교육, 동아리 및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점인데요. 나이가 들어도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 참여자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존감과 존재감을 얻길 바랍니다. 아울러 중장년이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을 모으는 중추적 전문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Q. 이곳에서 중장년과 대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나요? A. 어찌 보면 부모와 자녀 세대죠. 아직 한국에서는 두 세대가 공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고 낯선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어색함을 조금씩 해소해보려 합니다. 가령 중장년은 요즘 젊은이가 관심 있어 하는 스마트스토어나 SNS 활용 사진찍기 등을 배워나가고, 대학생들은 부모 세대가 갖는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공유해나갑니다. 특히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러한 교류를 통해 중·노년층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Q. 행복캠퍼스를 운영하며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앞서 얘기한 세대교류를 더 강화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아 발돋움 단계지만, 지역 내 비영리기업, 영리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퇴직을 앞둔 중장년이 지역사회 재취업 및 사회공헌, 취미 활동 등을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노후 준비 리빙 랩(Living Lab)’ 역할을 수행하려 합니다. Q. 캠퍼스를 찾는 중장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이곳에 오면 노후에 대해 막연히 갖던 고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해결해갈 수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노후 준비는 물론, 공감대를 느낄 동년배를 만나는 즐거움도 얻게 되죠.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행복캠퍼스에 발을 내딛기까지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나이 듦의 불안’을 ‘나이 듦의 기쁨’으로 변화시켜줄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단 한번 와보세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 2023-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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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 위험군 152만 명 시대, 정부의 예방 계획은?
-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을 말하는 고독사.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고독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독사 위험군이 152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고독사 위험에 가장 노출된 세대는 중장년층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는 지난 18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0% 감소를 목표로 하며,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했다. 1인 가구 5명 중 1명 위험군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위험군을 152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 1인 가구의 21.3%에 해당한다. 연령별로는 50대 중장년층이 가장 우려감이 높았다. 고령자일수록 사망률이 높지만, 고독사 위험은 중장년이 더 컸다. 지난해 11~12월 무작위로 추출한 1인 가구 9472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사회적 교류 횟수 1회 이하’, ‘하루 평균 식사 횟수 1회’, ‘몸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없음’ 등의 질문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선별했다. 그 결과 대상자 21.3%인 2023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국 1인 가구 수 717만 명에 적용하면 전국 고독사 위험군이 약 152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고독사 위험은 50대가 가장 컸고, 중장년층이 노년층보다 위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중 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가 33.9%(37만 3000명)였다. 노년인 70대 이상(16.2%·21만 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60대(30.2%·35만 5000명)와 40대(25.8%·24만 5000명)도 70대보다 높았다. 19~29세는 9.7%(13만 8000명), 30대는 16.6%(20만 4000명)로 파악됐다.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는 1인 가구 중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 문제(39.1%)를, 청년층(19세~30대)은 정서 불안(42.8%)을, 노인층(70대 이상)은 건강 문제(30.4%)를 많이 꼽았다. 복지부는 “중장년층이 건강 관리와 가사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처음 한 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고독사 건수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40% 늘어났다. 최근 5년 동안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1만 5066명이다. 남성(84.2%)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고, 중장년층인 50~60대가 절반 이상(58.6%)을 차지했다. 2027년까지 고독사 20% 줄이기 위한 정부 계획 복지부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고독사 예방 최초의 기본 계획으로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를 4년 뒤인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일 계획이다. 첫 번째 추진 전략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 정도 판단’이다. 이장‧통장‧반장 등 지역주민 및 부동산 중개업소, 식당, 지역 노인회 등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 키퍼’로 양성한다. 더불어 고독사 취약 지역·대상 발굴 조사를 강화한다. 두 번째 추진 전략은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이다. 고독사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공간 조성을 통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서관·생활문화센터 등 문화기반시설을 통해 인문 상담 및 예술·체육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함으로써 응급 상황을 감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세 번째로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을 추진한다. 특히 가장 위험군으로 꼽히는 중장년층은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 건강 관리를 통해 중장년 위험군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일상생활 부담 경감을 위한 생활 지원 서비스를 신설한다. 뿐만 아니라 조기 퇴직한 중장년 위험군에게는 재취업 프로그램과 함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을 추진한다. 현재 고독사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법제특별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또한 정부는 고독사 생산 주기를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중앙·지역별 전문 기관 지정, 인력 확충,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실태 파악을 강화한다. 현재 3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추가로 확대하며, ‘고독사 예방의 날’(가칭) 지정 계획도 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구조 변화와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고독사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번 계획을 통해 우리 사회에 외로운 죽음인 고독사가 없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023-06-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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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년학회, 초고령사회 노인 삶의 질 향상 위한 대응 방안 마련
- 한국노년학회가 오는 5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자대학교 ECC 및 포스코관에서 ‘2023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건강, 경제, 돌봄서비스, 여가, 주거, 관계, ICT 기술 등의 다면적 차원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으로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 노화의 과제와 전망” 에 대해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도 2019년 기준 10.2년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을 다룬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8.4%,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4.2%에 그치고 있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사람 중심 일차 의료 제공체계 모형”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이용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이윤신 보건복지부 과장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이번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국민연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 취약노인지원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중앙사회서비스원·건강보험연구원·건축공간연구원·국 노인인력개발원·한국교통연구원 등의 기관 세션, 실천현장전문가 세션의 기획 발표가 이어진다. 보건정책, 예술치료, 사회복지, 노인 심리, 신진 연구, 뉴 라이프 스타일 등 자유 발표 세션도 있을 예정이며, “이야기 치료를 적용한 노인 상담”의 주제로 특별세션(내러티브 노인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노년학회는 1978년 창립된 개인의 노화와 사회적 고령화에 관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고령화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다학제적 학술단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세대 진입과 젊은 노인층의 등장으로 소득, 건강, 재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023-05-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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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알아야 '내 일'이 보인다, 중장년 일자리 자가진단 도구들
- 인생 후반전은 어떤 일자리가 좋을까? 취업을 할까? 창업을 할까? 어떤 분야가 내게 맞을까? 퇴직을 앞둔 이들이라면 이러한 고민에 휩싸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의 일자리 탐색은 곧 자신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역량, 여생 동안 지속할 수 있는 흥미와 소질 등 개인이 지니고 있는 특성과 성향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어려움을 온라인 자가진단 도구를 통해 해결해볼 수 있다. ◇ 중장년 워크넷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과 ‘전직준비도 검사’(NJRT) 취업 관련 서비스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진단도구들을 보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아 중장년의 상황과는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있다. 40세 이후 맞춤형 자가진단을 원한다면 ‘중장년 워크넷’이 적합하다. PC나 모바일을 통해 무료로 테스트 가능한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과 ‘전직준비도 검사’(NJRT) 두 가지 툴이 마련돼 있다. 중장년 워크넷 홈페이지(포털에서 ‘중장년 워크넷’ 검색 또는 ‘워크넷’ 홈페이지 내 우측 상단 ‘중장년’ 메뉴)에 접속해 상단 카테고리에 있는 ‘진단검사’ 항목을 누르면 된다. 먼저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은 고용노동부가 중장년의 고용불안, 노후 걱정 등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하는 ‘생애경력설계 서비스’의 일환이다. 단 5분이면 이뤄지는 테스트를 통해 중장년 스스로 자신의 생애경력설계 준비 상황을 점검해보고, 그에 맞는 경력 준비 가이드라인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구직태도, 구직기술, 직무능력 등에 따라 총 8개 유형으로 구분되며(△경력개발 우수형 △눈높이조절 필요형 △경력개발 조급형 △경력개발 안주형 △경력개발무 관심형 △구직기술 필요형 △자기개발 필요형 △ 능력개발 필요형), 결과에 따라 경력유형별 특성과 행동 전략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직준비도 검사’(NJRT)의 경우 구직자의 심리상태, 신념, 태도, 기술 등 네 영역을 기준으로, 전직 및 이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알아볼 수 있다. 심리상태 영역에서는 △현실수용성 △정서 안정성 △미래 낙관성을, 신념 영역에서는 △구직유능감 △자기관리 △변화 유연성을, 태도 영역에서는 △개방성 △적극성 △독립성 △강인성을, 기술 영역에서는 △자기이해 △목표설정 △네트워크 활용 △디지털정보 수집 및 활용 △서류작성 및 면접 등을 하위요소로 하여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해당 결과를 통해 중장년들은 스스로 재취업을 위해 필요한 현재 수준을 파악해보고, 개발해야 할 요소와 그 방법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서부중장년내일센터 최성희 책임 컨설턴트는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의 경우 40대 이상 중장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도구다. 진단 결과의 경우 절대 값이 아닌, 다른 응답자와 비교한 상대적인 지표다. 때문에 가령 스스로 구직 활동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여기는 경우라도, 다른 중장년에 비해서는 소극적인 편으로 나오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며 “구직 활동을 하며 중장년내일센터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연히 찾아가기보다는 사전에 이러한 자가진단을 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컨설팅을 받으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구체적이고도 심도 있는 진단을 원한다면 전직준비도 검사를 권한다. 해당 검사 또한 40대 이상의 전직 또는 이직을 앞둔 이들의 데이터를 통해 진단하는 도구인데, 심리 상태를 포함한 세부 지표를 살펴볼 수 있다. 상세 결과 도출을 위해 99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테스트에 임해보시길 바란다”며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진단 결과가 나와, 일반 중장년이 스스로 내용을 해석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정확한 점검과 계획 및 실천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면, 테스트 후 컨설턴트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사람인 ‘인·적성 검사’ 과거 중장년의 청년 시절과 다른 취업 문화가 있다면, 구직 과정에서 인·적성 검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중장년들의 경우 이러한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직무에 대한 적합성이나 소질 등을 파악해볼 겸 이러한 테스트를 한 번쯤 해본다면 감을 잡기 수월할 것이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인·적성 검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령 어떤 작업을 해내기에 알맞은 능력을 갖췄는지, 적응력을 겸비했는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점검해보는 데 도움이 된다. ◇ 소상공인마당 ‘창업자가진단’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이 적성과 능력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창업은 개인의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제대로 된 점검 없이 시작했다가 실패했을 때 노후에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창업의 경우 잘 될수록 같은 사업을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소질이나 능력, 적성과의 적합성이 더 잘 맞아야 한다. 자영업자를 위한 플랫폼 ‘소상공인마당’에서는 이러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자가진단 도구를 제공한다. 소상공인마당 홈페이지 로그인(회원가입) 후 ‘창업지원’ 메뉴 내 ‘상권정보시스템’에 접속하면 ‘창업자가진단’ 툴을 확인할 수 있다. 업소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심리적, 기술적, 환경적 요인에 대한 수준을 점검해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창업전문가들과 학계 연구자들이 참여해 개발된 진단도구다. 총 17개 요인에 따른 60문항의 질문으로 이뤄져 있으며, 10분 정도면 진단부터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다. 대상자들은 응답 결과를 통해 미리 입력한 관심 업종에 대해 창업 요인 중 부족한 점을 진단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법 또는 권고 사항 등을 받아보게 된다. 아울러 상권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보완 콘텐츠를 비롯해 전문 컨설팅 또는 관련 교육 수강 등 창업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진단 결과 화면에서는 예비 창업자의 심리특성(△도전정신 △ 성실성 △외향성 △적성 △준비성 △지구력), 창업 준비(△경쟁력 △고객분석 △기술력 △상품차별성 △위험감수 △창업역량 △창의력), 배경 분석(△거시적 △미시적 △사업안정성 △시장탄력성)에 따른 상세 수치를 보여준다. 각 항목에 대한 수치는 개인적인 수치와 더불어 설문 응답자의 평균 수치와 그래프를 함께 제공해 다른 창업자들과의 비교 분석도 해볼 수 있다. +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소상공인 자가진단’ 서울시의 상권분석서비스 홈페이지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는 창업자들을 위한 ‘소상공인 자가진단’이 마련돼 있다. 총 두 가지 테스트로 ‘경영 환경 진단’과 ‘경영 센스 진단’으로 나뉜다. 각각 대상자의 응답에 따른 빅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한 진단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테스트 항목에서, 창업 점포 위치나 업종 등 구체적인 내용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창업 전이라면 계획 중인 또는 가상으로 살펴보고 싶은 정보를 기준으로 진단해보면 된다.
- 2023-05-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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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노후 평생 살 집의 조건은?
-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 2023-05-02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