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재발굴단’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반가운 얼굴의 소녀들이 소개됐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들이다.
이번 뮤지컬 ‘마틸다’는 쿼드 캐스팅(한 배역에 배우 4명을 캐스팅하는 것)으로 4명의 어린이가 같은 배역을 맡았다. 4명의 배우 중 내가 관람한 회차의 주인공 설가은 양의 체구가 가장 작아 보였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내내 어찌나 당찬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똑 부러지게 연기와 노래를 잘 해냈다. 어떤 평론가가 우스개로 말했듯이 아동학대가 아닐지 우려될 만큼 긴 대사와 노래를 한다.
다섯 살인 마틸다는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을 만큼 독서광이고 천재성을 가졌다. 반면 마틸다의 부모는 매우 천박하고 무식하다. 마틸다를 낳을 당시에도 엄마는 화려하고, 야한 옷차림으로 춤 경연대회에 가야겠다고 하는 등 딸에게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는다. 춤바람 난 엄마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업가 아빠는 마틸다를 학대하고 방임한다. 부모는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책을 보지 말고 게으른 오빠처럼 TV를 보라고 윽박지른다. 엄마 역할은 뮤지컬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최정원 배우가 연기했다. 부풀린 머리, 천박하게 느껴지는 말, 옷차림이 잘 어우러져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학교에 간 마틸다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담임인 ‘미스 허니’ 선생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힘이 없고, 겁이 많아 교장 선생에게 꼼짝을 못 한다. ‘미스 트런치불’이라 불리는 교장 선생은 아이들을 몹시 싫어하는 괴팍한 여자다. 아이들을 혐오해서 마틸다를 포함한 학생들을 괴롭힌다. 트런치불 교장 선생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학교운영으로 친구들과 미스 허니 선생은 공포에 떤다. 그러나 조그마한 여자 어린이인 마틸다는 용감하게 맞서 “옳지 않아!”라고 소리친다. 무대에서 미스 트런치불이 워낙 체구가 크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서 긴가민가했는데 그 역할을 남자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여장을 한 것이었다. 올백의 쪽진 머리를 하고 어깨를 부풀린 투피스, 긴 부츠를 신었는데 그 모습이 참 잘 어울려 재미를 더했다. 아이들이 여러 줄의 긴 그네를 타는 장면은 무대를 벗어나 관객석까지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펼쳐져 신선했다.
뮤지컬 ‘마틸다’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옳지 않은 세상을 향한 재기발랄한 일침이 돋보이는 이 뮤지컬은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커서 가히 어른 동화라 해도 될 만하다. 어른들도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사는데,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외치는 용감한 마틸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또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뮤지컬이다. 등장하는 어린이 배우들을 보니 우리나라 뮤지컬의 장래가 매우 밝겠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지금도 당찬 아이가 불의에 맞서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외치는 카랑카랑한 대사 “옳지 않아!”가 귀에 맴돌고 있다.
처음에는 “무슨 추모공연이냐” 반문하며 차갑게 돌아섰다. 공간예술을 하던 이를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추모한다는 말인가. 의미 없다며 외면하려던 찰나 불현듯 생각났다. “선배님이 이 연극에서 연기 참 잘했지.” 좋은 작품을 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 성격답게 세상과 쿨(?)하게 안녕하고 떠난 그녀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조명이 켜진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나긋하게 깔리던 닥터 리빙스턴 역의 윤소정, 아니 배우 오지혜(吳芝惠·50)가 빛을 따라 걸어간다.
“안녕, 무대에 계신 엄마.”
왜 우리 엄마를 추모하시려는 거죠?
10월 5일 동양예술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닥터 리빙스턴 역에 배우 오지혜가 낙점됐다. 작년 6월 향년 72세 나이로 작고한 윤소정 배우 추모 헌정공연의 의미가 있는 이번 공연에서 27년 차 중견배우인 오지혜가 윤소정의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또 다른 직업을 ‘엄마아빠 딸’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배우 오지혜. 우리나라 대표 배우 오현경과 윤소정의 딸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영화감독 윤봉춘의 외손녀, 1960~70년대 한국 영화 중흥기를 이끌었던 시나리오 작가 윤삼륙의 외조카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조금 의아했어요. 나야 엄마를 누군가가 기억해주는 것이 고맙기는 한데 왜죠? 하루 정도의 추모제는 이해하겠는데 추모공연이라잖아요. 좀 미적거렸더니 이번 ‘신의 아그네스’를 기획하신 신연욱 대표님이 제가 안 해도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 하더라고요.”
작년 6월 갑작스레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난 배우 윤소정. 오지혜의 말을 빌리면, 영화 필름 빨리 돌리기하듯 허망하게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생사라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예쁘고 멋진, 아름다운 모습만을 남기고 떠난 배우가 오지혜의 어머니 윤소정이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었다. ‘故 윤소정 선생 추모 헌정공연’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배우인 딸이 출연을 안 한다? 게다가 닥터 리빙스턴 역할을 하기에 그녀 나이가 적역이었다.
“머리에 그림을 좀 그려봤어요. 제가 공연 보러 갈 거 아니에요. ‘잘 봤어요, 수고하세요’ 하고 자리 뜨는 모습? 이건 좀 아니지? 딱히 바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하기로 했죠. 결론을 말하면 우리 연극인들이 윤소정 선배님을 그리워하며 ‘그 사람이 참 잘했었던 작품이지’라고 하면서 좋은 작품을 하나 올린다! 그게 이번 공연의 주제랄까요?(웃음)”
닥터 리빙스턴을 연기하면서 애써 윤소정을 소환해낼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현재 입장에서 닥터 리빙스턴을 읽어보니 너무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엄마가 리빙스턴 역할을 워낙 잘해서 그렇지 이미지는 제가 더 맞아요. 내가 더 박사스러워. 그리고 여기 캐릭터 딱 나예요. 옳은 거, 그른 거 엄청 막 따지고 드는 게 말이죠. 작품 연습을 하다가 연출가가 저한테 하는 말이 ‘딱히 연기하실 거 없이 무대에 오르시면 되겠네요’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문득 자신의 입을 통해 엄마 윤소정의 목소리가 언뜻 나온다고 했다.
“공연의 해석이 예전과 다르긴 해도 어떤 면에서는 조금씩 겹쳐지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제가 비극 연기할 때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는 얘기를 듣곤 했거든요. 실제로 연습할 때 엄마 연기했던 것이 생각나잖아요. 살짝 소름이 돋았어요.”
아그네스를 꿈꾸던 소녀, 성장통을 겪다
“‘신의 아그네스’를 처음 접한 게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1983년 ‘신의 아그네스’ 초연 당시 오지혜가 살던 아파트 지하 마을회관에서 공연 연습을 했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연습실로 가서 책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그네스를 연기하던 (윤)석화 언니가 그때 스물일곱 살이었어요. 아그네스가 최면에 걸려서 아이 낳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아그네스 역할이 내심 좋았어요.”
‘신의 아그네스’는 어린 오지혜에게 꿈의 무대였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당시 연기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내심 아그네스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데 대학 동기인 신애라가 아그네스 역을 맡았다. 마음속에 상처가 났다.
“안 예쁜 여배우 설움을 평생 받아서.(웃음) 제가 데뷔했을 때 엄마가 세상물정 모른다면서 여배우는 향후 100년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고 하셨어요. 병원에 갔더니 당시 턱 성형비가 400만 원이었어요. 엄마한테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대신 그 돈 주시면 유럽여행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지혜 씨 연기는 잘하는데, 좀…’ 이런 얘기를 제가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었겠어요? 한참 후 나이 좀 먹어서 고현정 씨 컴백 드라마였던 ‘봄날’(SBS)에서 재즈 가수로 나왔어요. 별로 연락도 없던 언니가 전화를 하더니 ‘텔레비전에 사람 얼굴이 나오니까 너무 좋더라(웃음)’ 하는 거예요. 나이 육십 된 여배우도 얼굴에 손대잖아요. 죽어라고 버텼더니 이제는 선생님 소리 들으면서 늙어가는 것 같아요.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오십이 넘었네. 아그네스는 아니지만 리빙스턴 역도 하고 말이죠.”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신의 아그네스’는 아기를 낳은 뒤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초반의 수녀 아그네스, 그녀의 정신분석을 위해 수녀원으로 온 닥터 리빙스턴과 원장 수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극이다. 1979년 미국의 존 피엘마이어가 쓴 이 작품은 종교적 관점의 기적과 구원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적이라는 주제를 현 사회와 좀 더 연결시켜 바라보고자 했다.
“제가 먼저 발제했지만 연출가도 공감했던 부분이에요. 이 시대의 기적은 학대받던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서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커가는 거라고 봐요. 국가와 사회, 가정과 학교가, 시스템이 상처받은 아이를 구원하는 게 기적인 거죠.”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 한 번 받지 못하고 해맑은 얼굴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결국 우리 시대가 낳은 아그네스라고 했다. 초기 연극이 양심과 신, 신앙, 기적에 관한 이야기라면 2018년에 보여주고자 하는 아그네스에는 아동학대와 기성 간의 부조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담았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연극배우로서도 회의가 왔고요. 시인인 제 친구는 몇날 며칠 고민해 시를 들고 광장에 나가 자신의 시를 시민들에게 읽어주더라고요. 위안을 주는 예술. 그런데 저는 몇날 며칠 대사를 외우고 무대에 서왔지만 사회적인 역할과 동떨어져 있었어요. 배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내 딸보다 한두 살 많았어요. 유가족이 거의 다 제 또래였기 때문에, 안 그래도 배우들은 남의 감정에 빨리 이입이 되는 편이잖아요. 죽을 것 같았어요. 언젠가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신의 아그네스’가 저한테 온 거죠.”
열심히 안 뛰면 내 것은 없다
‘신의 아그네스’ 연습으로 한창 바쁜 요즘. 오지혜만의 닥터 리빙스턴을 만들어가고 무르익은 연기자로서 도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다니는 것이 하나 있다. 소위 부모님의 후광을 받고 태어난 사람으로만 보는 날선 시선이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그만할 때쯤 됐는데 유독 오지혜에게만은 가혹해 보인다.
“엄마를 추모하기 위해서 이번 연극을 하는 거잖아요. 누군가 저에게 ‘역할을 유산으로 받았네?’ 하더군요. 데뷔하고 지금까지 들어온 얘기지만요. 아! 내가 정말 무지하게 열심히 안 하면 안 되겠구나. 인생을 몰라서 너무 아이 같다는 생각이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20대 때 배낭 메고 미친 듯이 여행 다녔어요. 큰 자산이었죠. 정말 최고의 선생은 여행이에요. 나중에 여행 책도 써볼까 해요.”
천생 배우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 때문에 받은 편견 외에 남들에게 모나게 보인 이유가 있다. 때때로 회자된 오지혜의 소신발언이 문제됐다. 그녀는 이 시대의 약자를 위해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사이다 발언에 미디어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 오현경은 앞에는 나서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 윤소정은 달랐다.
“어렸을 때도 아빠는 혹시 데모하면 저더러 뒤에 서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우리 아버지 故 윤봉춘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길 예술가로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동시대의 문제를 제시하고 슬픔을 공유시키지 않는 것은 예술가가 아니라고 했다. 지혜 이야기가 맞다’ 하셨어요. 외국은 연예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나서서 행동하면 지지하고 응원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지난 두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름이 올랐다. 꽤 오래 라디오 DJ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제가 말하는 게 불편하다고 개편도 아닌데 잘렸어요.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 심한데? 장난이 아닌데? 할 정도로요.”
10년을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으로 낙인 찍혀 있다 보니 덕분에 책에 파묻혀 사는 시간이 많았다. 매일이 여행이고 산책이었다. SNS에 글을 쓰고 일상을 정리하는 시간을 지속했다.
이 세상에 없는 엄마에게
“우리 엄마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제가 그렇게 묶여 있는 동안 저도 도와주셨어요. 여섯 살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끝까지 한 번도 쉰 적 없이 말이죠. 평생 소녀 가장으로 살았던 게 지겨웠나봐요. 뭐가 급한지 제 책 나오는 거도 못 보고 가버리셨네요. 엄마가 책을 정말 기다렸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5월에 나오는 거였는데 늦어졌어요.”
장례를 치르고 난 두 달 후 “딸? 책 언제 나와?” 하고 엄마가 그렇게 기다리던 에세이 ‘날씨맑음-오늘도 여행 같은 하루’가 출판됐다. 지금까지 SNS에 적었던 글들을 모아 만든 책. 책 표지를 열고 본문을 채 읽기도 전에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엄마에게’라는 문구 때문에 눈물부터 쏟아냈다. 어디 나가서 쥐어박히고 다니는 딸이었지만 엄마한테는 크나큰 자랑이었다.
“훗날 글 쓰고 살고 싶은데 어쩌다 수필집이 나왔어요. 다음에는 소설도 쓰고 싶고 아직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는데 단편소설도 쓰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엄마는 ‘이런 감정으로 대사를 쳤구나’ 혹은 ‘나랑 해석이 다르네’ 하는 부분도 있어요. 연기에 맞고 틀린 건 없잖아요. 보면서 엄마의 해석이 또는 제 해석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있는 거겠죠. 참 의미 있고 재미있어요. 특히 부모와 같은 직업인에 무대 위에 서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이런 자산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께 감사드립니다.”
한 해 동안 활동한 정책기자단에서 매우 흥미로운 팸투어가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박물관을 견학하는데 112 종합상황실과 종합교통 정보센터도 볼 수 있고 마지막 순서로 경찰박물관에서 38구경 권총을 시뮬레이션 사격해 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첩보영화나 CSI 시리즈물을 매우 좋아해서 총격장면은 이미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나도 총을 발사해 본다면 명사수처럼 과녁을 다 맞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보았다.
먼저 지역의 치안상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112종합상황실과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24시간 모니터링하여 원활한 흐름을 돕는 종합교통센터, 과학수사 CSI를 둘러보았다.
경찰청의 특성상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어 조심스럽게 취재를 해야 했다.
먼저 경찰청의 홍보관이라 할 수 있는 서경미디어 홀에 갔다.
이곳은 경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서울 경찰, 인권으로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서울 경찰의 발전사를 보니 1946년 9월에 수도관 경찰청이 창립되었고 1948년 12월에 서울특별시 경찰국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1991년 8월 1차장, 7부, 2담당관, 17관 6직할대, 27개 경찰서를 가진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으로 승격되었고 2014년 지방청 및 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이 과 단위 승격했고 2016년 5월 지방청 사이버 안전과가 신설되었으며 지하철 경찰대가 과 단위 승격했다고 한다.
전국 17개 경찰청 중 서울경찰청은 31개 경찰서, 88개 지구대, 152개 파출소로 수도 서울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안전한 서울, 시민과 함께’ 라는 비전으로 시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서울 경찰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예방과 소통, 공정, 활력을 실천 전략으로 하고 있으며 기본과 원칙, 학습과 실천, 존중과 배려를 추진기반으로 삼고 있다.
고귀한 희생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6.25전쟁 중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치열한 치안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봉직하다 전사, 순직한 분이 1380여 명이나 있어 그들을 기리고 있다.
경찰관이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선발 과정도 설명되어 있고 잘 몰랐던 경찰 계급장도 사진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이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치안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범죄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셉티드(CPTED)기반 범죄예방 환경조성을 하는데 셉티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라는 선진국형 범죄예방 기법의 하나로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여 범죄기회를 감소시키는 전략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으로 젠더 폭력 근절과 학대 실종 대응, 청소년 보호로 여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아동, 장애인, 노인이 소외되지 않게 하며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돕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가 함께 하는데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는 CSI 라스베이거스, 뉴욕, 마이애미 미드 수백 편을 통해 그 진가를 익히 알고 있다.
종합교통정보센터에는 서울에 3500대의 CCTV가 설치되어 도로의 흐름을 파악하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교통경찰과 일반 경찰의 차이점은 제복에 있는데 일반 경찰이 청록색 셔츠인 반면 교통경찰은 도로에서 눈에 띄기 쉽도록 흰색 옷을 착용한다고 한다.
밤낮으로 우리 서울시민을 위해 24시간 차량흐름을 분석하시는 경찰관들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이다.
서울 역사박물관의 경찰박물관에 가서 필자는 드디어 기대하던 총을 만져보게 되었다.
경찰박물관에는 경찰백차와 순찰 사이드카 등이 진열되어 있고 경찰청장 집무실도 꾸며져 있었으며 포돌이와 포순이도 매우 친근하고 귀엽게 다가왔다.
경찰박물관 시뮬레이션 사격장 사격술 교육에서 경찰관의 총기사용 목적과 총기사용 가능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사격요령을 들은 후 우리는 4명씩 사격장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잠시 배웠지만 그대로 따른 것 같은데 20발 중 단 한 발 그것도 과녁의 가운데를 벗어난 곳을 맞춰 1점을 받았다.
필자의 운동신경을 탓하며 몹시 실망했다.
잘 쏜 분의 경우 98점을 받기도 했다. 단 한 발만을 맞췄지만 총 쏘는 동안 스릴 있고 재미있어 드라마의 경찰 요원이라도 된 듯 즐거웠다.
경찰청에서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가까이 알게 되는 팸투어를 하게 되 큰 보람이 있었다.
건강한 가정이 모여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이런 공동체가 모여 국가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가정 해체가 심심찮게 일어나면서 아동학대, 노인 소외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허물어지는 가정 해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바로 효(孝)라고 말한다. 이번 호에서는 효를 실천하는 3인이 한자리에 모여 이 시대의 효의 진정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무크지 을 창간하는 권혁승 백교문학회장(이하 권혁승 회장)
△ 효경영의 리더 상훈유통 이현옥 회장(이하 이현옥 회장)
△ 교육을 통해 효 문화를 정착시키는 최종수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이하 최종수 이사장)
장소 이투데이 6층 회의실
Q.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적 가치 ‘효.’ 요즘 효를 얘기하려면 저마다 답답하다고 한탄합니다. 무엇 때문에 시니어들이 분노하는 걸까요?
△ 이현옥 회장: ‘효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이에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모든 행동의 근본이죠. 부모가 없었다면 자식들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섰더라도 이는 모두 부모의 은덕이죠. 부모 모시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바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찾아뵙는 것은 소홀히 하고 전화 한 번 하는 정도로 생색내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죽는 날까지 자식 잘 되기를 바라고 좋은 소식 있기를 고대하며 밤낮으로 자식 걱정을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죠.
△ 최종수 이사장: 자식들의 마음가짐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교육이 우선돼야 해요. 옛 서당에서는 과 을 기본으로 어려서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예절을 가르쳤어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각자 직분에 충실하게 하는 밑바탕에는 효가 자리 잡고 있었지요.
이런 이유로 초·중·고교에서 효와 예절, 질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학식을 갖추는 것보다 사람이 되는 게 우선이지요.
이러한 일들을 시작하게 된 게 주위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우리 매일 같은 것만 할 게 아니고, 인성과 효에 대한 공감을 통해 새로운 일을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 권혁승 회장: 우리나라 효 사상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고, 한국의 가족주의도 전부 없어져 가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가정 파괴’라는 말들을 씁니다. 이는 곧 가정의 예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가정의 예절이란 자식이 부모를 공경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요즘은 어버이날이나 부모 생신날이라 해서 선물하나 사서 주는데 그건 효가 아니죠. 효 사상이라는 것은 한국인의 정신문화라는 것이고, 물질의 교류나 거래는 아니죠. 부모자식 간에 아파트 사주고 비싼 선물 사주고, 물론 그것도 효도의 한 방법 일수 있지만, 한국의 기본 사상이자 문화 사상은 아니라고 봅니다.효의 출발점을 가정의 예절에 두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부터 아이들을 교육해야 해요. 요즘은 어린이 교육이 잘못돼 개인주의나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졌지만, 한국 효 사상이 무너져가는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니 씁쓸하죠. 그러한 문제로 우리(3인)가 모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Q. 지금 효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천되고 있나요?
△ 권혁승 회장: 요즘 대다수 부모는 자식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 자식들은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생각을 안 하고 있죠. 효를 바라지도, 하지도 않는 게 현 상황인거죠. 그래도 지금 우리가 하는 효 운동을 계속 꾸준히 전개해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각 시·구 문화원에서 부모에 대한 시 낭송회를 1년에 한 번씩 한다든지, 강의를 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렇게 효에 대한 교류를 해야 효심이 생기는 것이죠. 젊은이들에겐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날마다 반성을 해나가는 것이 효예요. 아이들이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다녀 왔습니다”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인데 휙 갔다가 말없이 돌아오죠. 젊은 엄마들도 다 어릴 적 해본 것으로 신경을 못 써서 그렇지 아이들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효심’. 그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어요.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옵니다. 첫 번째, ‘효성스러운 마음’. 두 번째, ‘효심은 엄하게 키운 자식일수록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한 법이다’ 그러니 부모가 애를 잘 키워야 하죠. 적당히 키우면 효도가 안 돼요. 불효라는 것은 아이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 부모자식 간 주고받는 것이거든요.
△ 이현옥 회장: 효를 실천하는 방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어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의 물신주의는 가정의 안녕과 질서의 근원인 효를 경시하므로 해체되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어린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절대가치와 기준이 상실되어가고 있는 현실이죠.
자식을 물질적으로 키우면 그게 효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권 회장 말씀대로 엄하게 키우고 가정에 모범을 보여야 하죠.
Q. 지난해 12월 ‘효도계약’을 지키지 않은 아들에게 증여한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을 놓고 가족모임에서 효도계약서를 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 권혁승 회장: (부모자식 간 효도계약서 등의 문제에 대해서)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한국인은 효에 대해 우리 전통문화, 민족문화로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개중에는 부모자식 간 효도 계약서를 쓴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몇몇 사건을 미디어에서 너무 부풀리는데, 그런 것을 줄여야 해요. 부모자식 간 화합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불화가 있다면 잘못되는 것이죠. 아이들이 자랄 때 가정 예절이나 인성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으니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식이 잘못했든 부모가 잘못 가르쳤든 소통이라는 것은 쌍방이에요.
△ 최종수 이사장: 효도계약서를 쓰고 하는 효는 결코 효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계약을 하는 것도 문제, 그것을 퍼뜨리는 언론도 문제이지만, 어쨌든 그것은 효가 아니고 효가 될 수도 없어요. 중요한 것은 두 분(권혁승, 이현옥)도 그렇지만 자신의 모든 열정과 재산을 털어 효 문화를 전파하는 훌륭한 분들이 계시는데 국가는 대체 무엇을 하는가 생각이 들어요.
지방자치단체 강령에도 효에 대한 지침 등이 있지만, 지나친 복지로 효가 묻히고 퇴색하고 있어요. 노인, 장애인 복지 등을 위한 비용이 당연히 들겠지만, 그중 일부를 효를 위한 예산으로 책정해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효를 통해 그런 노인과 장애인 등을 돌볼 수 있도록 말이죠.
Q. 효에 관한 교육과 정책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데요.
△ 권혁승 회장: 예를 들어 우리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시 낭송회를 한다고 하면 그들도 그 며칠 동안은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효가 뭔가 선물만 주는 게 아니라 기본을 익히는 교육을 해야 해요. 이런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각 지역마다 문화원이 있어요. 대개 문화 강좌를 한다든가 음악, 미술, 무용 등을 가르치는데 효 문화에 대해서도 강의하면 안 될까 싶어요. 문화원마다 책정된 예산들을 다 그런 예술 강좌에만 써야 할까요?
△ 최종수 이사장: 의 독자들의 나이대를 보면 나라 망하고, 6·25사변 나고 배고프고 살기 어려워서 그런 걸 찾을 수 없는 시대였다 할지 몰라도, 그 와중에도 뜻있는 사람들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좋은 효자·효부 정말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었다는 생각 말고 기본적인 교육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현옥 회장: ‘효’를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직원들도 만족해하고, 사고도 발생하지 않아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직원들에게 홍천 대명콘도와 양양 솔비치콘도 숙박을 지원해 줍니다. 1년에 상·하반기 2번 가능하고, 시댁이나 처갓집 식구들도 함께 갈 수 있게 하는데 주로 직원들이 장인·장모를 모시고 가는 편입니다.
‘너희들이 부모에게 잘함으로써 우리 직장도 건전하게 발전이 되는 거다’라고 자주 말합니다. 매년 5월에는 효 문화 확산을 위해 전 직원이 가족을 데리고 세종시에 있는 효림원(효 마을)을 방문해 효심을 나누고 효 문화행사를 진행하죠.
Q. 효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을 바꾸어야할까요?
△ 최종수 이사장: 효 문화예술 교류 차원에서 학교에 전문 강사가 방문해 효 강의 등을 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어머니들의 생각이 좀 바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효에 대해 토론회를 한다고 하면 관심도 없고, 다른 학원에 가라고 하는 등 꽁무니를 빼기 때문이죠. 학생들을 모집하면 3분의 1 정도만 자발적으로 오고, 3분의 1은 학교에서 하라니까 억지로 온 것이고, 또 3분의 1은 참여는 하지만 구실만 있으면 학원에 가거나 빠지려고 해요. 그런 경우에 학생도 학생이지만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인성이나 효, 예절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인성이 기본이 된 다음에 학력을 쌓아야지 기본도 안 되고 학력만 쌓으니 아이들이 머리만 커지는 것이죠.
효라는 것은 평생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인데, 유가(儒家)에서 배울 때는 부모가 살아 계실 때 모시기를 잘 해야 한다고 하는데, 종교가 달라 많은 부분에 갈등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런 효가 필요 없다고 하는 단체도 생기고, 내가 효를 안 해도 살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는 몰라도, 효는 우리나라 정서나 젊은이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지난해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단체가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인성과 예절 교육은 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권혁승 회장: 효 문화, 이런 운동은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고 시간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어떠한 소명감에 의해서 하는 것이지 이해타산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만 하는 거죠.
요즘 부모는 자식의 효도를 바라지도 않고, 자식도 안 하는 상황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효는 어디 내다 팔래야 팔 수 없는 한국인의 아주 기본적인 사상이자 문화 사상으로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니까요. 2018년에 동계 올림픽을 하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왔을 때 ‘한국은 효의 나라다’라는 게 선전되면 얼마나 좋겠어요(모두 웃음).
△ 이현옥 회장: 생전이나 사후에도 예에 벗어남이 없어야 합니다. 즉, 살아 계실 때도 예를 지켜야 하나 돌아가신 후에도 예를 지켜야 합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자(慈)라면 자식의 부모 사랑은 효(孝)라고 합니다. 부모는 진 땅을 걸어가도 자식은 마른 땅을 걸어가기 바라는 게 부모입니다. 그래서 전체를 바쳐 희생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Q. 효 문화 확산을 위해 인프라 구축이 우선시되려면.
△ 최종수 이사장: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합니다. 내가 과천문화원장을 8년 정도 하고, 전국문화원 회장을 4년 동안 했어요. 그러면서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효 문화를 선도하려는 효 문화센터를 만들려고도 했죠. 그러나 주변에서 ‘왜 저렇게 판을 벌이나’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어요. 그러니 그런 것을 하려고 해도 먼저 주변의 인식과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돼요.
△ 권혁승 회장: 국내 효 문화를 바로잡고 육성, 창달해야 하지만 아울러서 교양을 갖출 수 있어야 해요. 효는 한국 고유의 문화예요. 이 문화가 옛날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게 아니죠. 물론 서양에서도 방식이 다를 뿐 효도를 잘 하죠. 영국의 역사 철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책에 ‘인류문화 발전을 위해 한국이 크게 기여한 게 있다. 그것이 한국인의 가족제도와 효 사상이다’라고 썼어요. 그는 이러한 효 사상을 전 세계에 번지도록 해 모든 세계인이 가족을 사랑하는 정신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설파했고요. 소설가 톨스토이도 “불효하는 사람은 벗으로 삼지 말라”고 했어요.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버냉키(Bernanke)도 미국 프리스턴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제 여러분은 졸업을 하니 매주 한 번씩 부모님에게 전화해라”라고 말했습니다. 생일에 선물을 사주고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1주일에 몇 번씩 전화 걸어 안부를 여쭙는 것이 한국 효의 기본입니다. 이러한 점이 전 세계에 한국인이 어깨 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랑거리가 될 수 있고, 자부심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의 효 사상을 세계에 널리 알려서 모든 세계인들이 한국의 효 사상을 본받고 한국하면 ‘아! 효의 나라’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더 나아가서는 효 문화를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한다든가, 널리 번지도록 힘써야 해요.
△ 이현옥 회장: 이런 분위기를 조성해서 좋은 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여 정부와 언론이 주목하고, 효에 대한 인식이 관철됐으면 합니다.
△ 권혁승 회장: 효에 대한 좌담회는 한국 언론사, 매체 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닐까요? 아마 단군 이래 최초일 것 같아요. 오늘로 끝내지 말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웃음)
Q. 효 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 최종수 이사장: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개발해 나의 길을 찾고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사랑과 봉사가 바로 ‘효’라는 것이죠. 이를 위해 시대에 맞는 효 문화의 창출이 바로 인성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한국효문화센터를 2011년 시작했어요.
한국효문화센터는 효에 관련된 교육과 행사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진정한 효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며 자신에 대한 사랑의 첫걸음을 시작으로 하는 인성 교육과 밝고 건강한 사회 구현이 목표예요.
예술단체장들이 효 문화사업을 하면서 학술회의도 하고, 학생들을 모아 토론한 내용들을 토대로 효 문화를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단초를 발견했어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입시에 시달리지만, 그중에서도 고전 등을 훤히 꿰뚫는 학생들이 꽤 있어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지만, 마냥 그럴 것이 아니라 헌혈도 하고 기증도 해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죠. 그러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시대에 효 문화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해줬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들의 수준에 맞는 효 문화사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글짓기, 그림 그리기 대회도 하고, 매년 토론회도 열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고 있어요. 국내 최대 규모의 ‘효’를 주제로 한 문화축제로 1회성 행사로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그만큼이라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상을 받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보면 그때만이라도 가족끼리 효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모를 생각한다고 하거든요.
△ 이현옥 회장: 효 문화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게 어려워요.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 특히 5형제 중 셋째인 나를 많이 아끼셨고 사랑을 주셨죠. 공직생활 중에도, 사업을 할 때도 어머니가 편찮으시면 달려가 돌봐드리는 등 장남 역할을 했어요. 고향 마을에 1981년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면서 선산을 세종시 조치원으로 이전해 효림원을 조성했어요. 어머니는 그 안에 있는 농가주택에서 4개월 동안 고생하시다 90세에 돌아가셨고, 5일장을 치렀어요. 매년 시묘살이를 하기 위해 내려갔고 거기 가서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대화도 나누고 3년 탈상을 했는데 마을 회장이나 이장이 그 모습을 눈여겨봤나 봐요. 그러다 매년 추모식을 하면서 마을 사람 100명을 초대해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면장 추천을 받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500만원씩 장학금도 수여하는 행사를 진행했죠. 사실 3년만 하고 그만두려 했는데, 막상 해마다 해온 것을 그만두기는 어려웠어요. 나로서는 자식의 도리로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소문이 나자 군에서 우리 마을을 성균관장에게 추천해 각지에서 몰려와 선전을 해주고, 포상도 받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이 1만원, 5000원씩 자발적으로 980만원을 모아서 선산 공원 입구에 효비를 들여놓았어요. 마을이 효의 고장이니까 “마을 입구에 ‘효림원’이라고 세워 놨어요. 그때 어머니가 옥색 한복을 입고 꿈에 선명히 나타나시더니 ‘마을에서 이렇게 효비도 세워주고 행사도 열어줬는데, 너도 고마운 뜻을 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작은 유통업을 하던 나는 영농조합 농장을 하나 인수했어요. 그곳에서 생산하는 오이, 토마토, 배 등 농산물을 국가유공자 요양원이나 보훈병원, 군부대 등 10여 기관에 기증하고 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역의 소득 증대도 되고, 고용창출도 되니 농민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 권혁승 회장: 7년째 백교문학상 효친문학상 작품을 전국적으로 공모하는데, 글과 시 속에 효 사상, 효심 또는 모정이 깃들어져 있는 작품을 심사 기준으로 삼아 상을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사친과 관계없는 글은 입선이 안 되죠. 자식들은 부모가 그렇게 사랑을 줘도 사랑인 줄 몰라요. 일상에서 공기를 마시듯 깨닫지 못하는 것이죠.
강릉 시골 마을에다가 사모정 정자를 지었어요. 마을의 쉼터가 되라고. ‘사모정’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해서, 한쪽에는 도예 조각 하는 교수님의 작품도 세워 놨죠. 정자를 강릉시에 기증했는데 하고 나니까 주변에서 그 정자만 가지고 효 사상이 함양되겠느냐 해서 ‘사친문학상’을 만들라 하더라고요. 그걸 만들어 전국적으로 등단한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공모를 하고 있어요. 거기다 이 사상을 전 세계에 알려야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국내 200여 도서관에 비치했고, 영어판을 제작해 65개국 130개 도서관에도 전달했어요. 유엔, 세계은행에도 책이 있어요. 대통령, 교육부장관, 문화부장관 등에게도 돌리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보냈는데 잘 전달이 됐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작년에 사모정이 있는 공원이 너무 좁다고 해서 확장공사를 1년간 했어요. 높이가 3m인 고석에 ‘효 사상 세계화의 발원지 효향 강릉’이라 쓰고 밑에 영어로도 써놓았어요. 그 옆의 돌에도 효에 대한 글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새겼어요. 오는 9월에 도 창간할 예정입니다.
이민을 왜 꿈꿀까? 대부분 이민하는 이유는 단연 자식 때문이라고 부모들은 말한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내 나라도 등 지는 것일까. 필자는 미국에서 사는 동안 너무나 많은 한인들이 초심의 목적을 잃고 체념하면서 한숨으로 살고,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어린 아이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한인타운에 사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시간 좀 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짬을 내기가 힘들었지만 좀처럼 편치가 않아 시간을 냈다. 달려가는 차창 밖으로 캘리포니아의 쾌청한 하늘이 묵직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타운 내 카페로 갔을 때 그녀의 눈가는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지금 막 수용소에서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당황한 마음에 다그쳐서 묻기 시작했고 그녀는 가녀린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고는 서러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문화는 절대로 상대방의 나이를 묻거나 신상이야기는 금기사항이었다. 필자는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녀는 5년 전에 딸과 함께 전남편에게 내몰려 한국을 등지게 됐다고 했다. 미국에 와서는 5년 동안 주방 일부터 페인트칠하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전남편에게 버림받고 미국 까지와서 졸지에 불법 체류자가 되었고 한인식당에서 웨이츄레스 일을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했다. 새 남편은 시민권 자로써 3년 전 이혼을 하고 딸 하나와 살고 있었다. 결국 이쪽 저 쪽, 네 식구가 그녀의 한집에서 같이 동거를 시작했다. 살다 보니 새 남편의 12살짜리 아이가 얼마나 천방지축인지 지 멋대로 버릇도 없다며 침을 튀겨가며 하소연을 해왔다.
두 가정이 합치면서 좁은 아파트 하나에 사춘기에 접어든 전혀 남남의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서로 다른 부모와 두 딸들은 부딪치기 시작했고 새 남편은 자기 딸 편만 들었다고 했다. 불편한 가정의 불화는 계속되었고 급기야 부모의 입장에서 참다 못해 작은 몸싸움이 있었다고 했다. 새 남편의 아이는 손목에 조그만 상처가 남았고 그녀는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어느 날, 집 앞에 폴리스가 와서 무조건 수갑을 채우고 그 길로 수용소로 끌려 갔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격리 수용을 당한 것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한 달이나 있다 왔다고 눈물 범벅이 되어 서러움을 토해냈다. 미국은 아동학대가 굉장히 무서운 법이었고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만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 아이 손목을 유심히 보고는 왜 그러냐고 물었단다. 아이는 그 길로 카운셀러(상담자)에게로 보내졌고, 그 아이는 대책 없이 느끼는 그대로 답을 한 모양이었다. 아이가 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다. 아이는 그 길로 가출을 해 버렸고 새 남편은 술로 산다며 어쩌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또 벌어진 엄청난 상황에 무어라 말문이 막혔다. 미국에서는 아이 때문에 내 나라를 등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들이 비일비재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단 아이를 찾고 그리고 아파트를 방3개짜리로 옮기라고 했다. 그녀는 지겹다며 남편과 빨리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3번 4번 복잡한 삶의 연속이 뻔하지 않느냐며 설득을 시켰다. 한인타운에는 살다 헤어지고 또 살다 싫으면 갈라서고 도대체 그것도 선진국 문화랍시고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을 무시한 채 부모들의 태만한 행동들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아이가 나눔 선교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곳은 갈 곳없이 버려진 아이들의 집합 소였다. 자기는 만날 수가 없으니 제발 만나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내 아이들에게도 쏟아보지 못한 정성으로 선물을 준비했고, 사랑의 글이 담긴 예쁜 카드도 마련했다. 나눔 선교회는 말 그대로 나눔을 함으로써 선교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을 향하면서 깜짝 놀랐다. 어느 목사님의 봉사정신으로 시작된 곳이었는데, 건물은 허름하고 이층 비상계단 난간으로 머리 빡빡깍은 등치 좋은 아이들이 듬성듬성 서있는 모습이 섬찟해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작게 나마 성의금을 전달하기 위해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은 주변에 널려진 마약으로 청소년기를 방황하는 한인 아이들이 대다수라고 설명을 하더니 그 아이를 만나게 해주었다. 조그맣고 예쁘게 생긴 아이가 얼굴은 엄청 밝았지만 진하게 화장을 해 성숙해보였다. 건들건들 껌을 씹고 필자를 바라보며 다리를 흔들었다. 담배 냄새가 코를 확 찔러왔다. 어린 나이에 망가져 버린 작은아이를 보며 화보다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은 채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는 그녀를 아줌마라고 불렀고 너무 간섭을 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친 엄마도 가끔씩 만나왔고, 같이 사는 이상한 언니가 싫다고 했다. 아이는 모든 것 들이 불만투성이였지만 나눔선교회는 또래 친구도 많고 관심을 갖고 잘해주니까 좋다고 했다.
필자는 돌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 아이를 뒤돌아보았다. 부모라는 이름이 무겁게 다가와 마음을 칙칙하게 했다. 어린 나이에 아무 생각 없이 부모 따라 온 아이들,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2세, 십대 아이들이 사춘기 혼란 속에 정체성을 잃은 채, 외로움에 허덕이고 불안감에 못 이겨 너무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부모들은 말로는 아이들 때문에라고 하면서도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어쩔 수없이 그대로 아이들을 방치하고, 무분별한 미성년자는 활짝 열려있는 색다른 문화 속에 그 유혹에 못 이겨 그대로 망가져 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과연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채워줘야 하는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나눔 선교회로 들어온 많은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아이도 오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3개 짜리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얼마 후 그 아이는 고모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녀의 아이는 못살겠다며 한국으로 나와 아빠와 함께 산다고 했다. 결국 미성년자의 모든 것들은 부모의 책임이었다. 초심을 잃은 부모들이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어린아이들을 험난한 곳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 왔다.
로즈와이
최근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아버지도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의 범죄 행동분석 결과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에도 충동조절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식당에서 흉기를 들고 ‘묻지마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과연 이 충동조절장애는 무엇일까?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
흔히 일반적으로 분노조절장애 혹은 분노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라고 이야기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방화, 절도 등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해결하는 경우가 반복될 때 충동조절장애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충동조절장애는 이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단일 질환이 아닌 자기 조절의 어려움이 많은 대부분의 경우를 포함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거나, 각종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등 행동이나 정서적으로 자기조절이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생물학적, 사회 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
그렇다면 충동조절장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현장의 의료진은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는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변연계와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 세로토닌 신경전달이 감소한 경우가 흔히 원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과거의 뇌 손상, 두부 손상, 뇌염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환경적, 사회심리적으로 볼 때는 아동기에 알코올중독, 학대와 방임, 부모 간의 불화 등이 많았던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이 장애가 더 흔하게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 역시 아동기에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속적인 음주, 충동조절장애 유발할 수도
노화와 충동조절 장애는 상관이 있을까?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선미 교수는 “노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술과 같은 독성물질을 만성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설명하고, “섭취 기간이 늘어날수록 뇌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면서 충동조절장애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치매 등의 퇴행성 뇌 질환에서도 충동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노인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서 우울감과 함께 분노와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도 전두측두엽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충동과 행동조절의 어려움, 성격변화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초기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진단도구로 신경인지검사와 함께 뇌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 단층촬영) 등의 뇌 영상 촬영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중독도 충동조절장애 증상
충동조절장애의 증상으로는 단지 화를 참지 못하는 것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나 적대 행동도 증상 중 하나고, 폭력 행동이나 파괴적 행동, 방화, 도둑질도 이에 속한다. 특히 병적인 도박은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로, 도박중독의 치료 역시 충동조절장애 치료에 기반을 둔다.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컴퓨터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등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로 보고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진단하는 특이한 검사법은 딱히 없는 상황. 다만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 뇌파검사, 뇌 영상 검사(MRI), 심리평가, 고위인지기능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방법 역시 딱히 알려진 것은 없다.
충동조절장애의 치료는 질환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 분석적 정신치료, 지지치료, 상담 등)를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이용된다.
때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도 겸하게 되는데, 우울감이나 분노, 충동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항정신병 약물 등의 다양한 약물이 치료에 이용된다.
활발한 활동이 정신건강 유지 비결
김선미 교수는 이러한 정신건강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활동이 좋다고 조언한다.
“시니어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질병, 퇴직으로 인한 경제력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저하 때문입니다. 또한, 신체적 노화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자아존중감이 상실되며, 가정,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로 인해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가능한 한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자원봉사, 종교생활, 평생교육, 재취업 등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꾸준히 평생교육을 받거나 취미, 운동, 종교,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아무리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목적이라 해도 수억 원의 금액을 기부하고, 장기를 기증하고, 머나먼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근에는 팬클럽 회원들과 봉사활동을 하거나, 목소리 재능기부, 온라인 도네이션을 통해 네티즌과 함께 기부금액을 모으는 등 대중과 함께하는 형태의 선행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재단이나 기관의 홍보대사, 친선대사 등으로 나눔을 시작했지만 세월이 지나 더욱 성숙한 자세로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1980년대부터 유니세프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배우 안성기(63), 198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는 개그맨 이홍렬(61), 그리고 1991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임명된 후 전 세계 아이들을 돕고 있는 배우 김혜자(74) 등. 그들은 이미지 차원을 넘어서 삶의 철학이 담긴 진중한 나눔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보답하며 훈훈한 에너지를 선순환하고 있는 스타들을 살펴봤다.
이문세X프렌즈 아트 컬래버레이션
가수 이문세(56)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래퍼들과 함께 ‘이문세X프렌즈 아트 컬래버레이션’ 재능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해 크리스마스카드를 직접 제작했다.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으로 전달돼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카드는 10월 30일 ‘네이버 해피빈’과 ‘2015 씨어터 이문세’ 수원 공연장에서 시작해, 강남 교보타워 내 하임, 서울역 디트랙스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1월 11일 기준) 685만여 원을 넘기며 목표액의 2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이문세는 2009년 MBC FM 라디오 의 청취자 461명의 사연을 담아 만든 노래 ‘이 겨울 날 지나간다’의 저작권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캐럴 느낌이 나는 발라드 곡으로, 청취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작권법에 따라 이문세 사후 50년까지 노래에 대한 저작권과 음원수익금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갖게 되며, 모두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해밀학교’의 이사장 인순이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로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가수 인순이(59).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인순이는 각종 봉사활동은 물론 대학생 오케스트라 팀과 재능기부 형태의 ‘지하철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등 다양한 자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선행을 한다는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2013년 4월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 명동리에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를 설립했다. 2011년부터 3년여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를 완성했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시행해온 수업료 면제에 이어 입학금, 급식비, 기숙사비까지 학교에서 부담하는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해밀학교의 이사장 인순이는 “학교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꿈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겪었던 어려움, 외로움,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 격려, 위로를 나와 같은 다문화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좋겠다”며 많은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재능기부, 해외봉사, 장기기증까지… 국민엄마 고두심의 선행 릴레이
1983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자로 나선 고두심(64)은 2006년 이후부터는 재단 내의 스타서포터즈에서 나눔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우 채시라와 함께 재단이 진행한 ‘어른이날(성년의 날)’ 캠페인 CF에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그녀는 “어린이를 돕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닌 필수”라며 “어른들이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자”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모교인 제주여자고등학교에 2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2008년 에티오피아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쳐온 그녀는 1999년 장기기증 캠페인에 참여하며 장기기증 서약을 하기도 했다. 고두심은 한 인터뷰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 이후 건강을 더 생각하며 좋은 마음을 갖고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나이가 드니까 세월이 인생을 가르쳐 주더라.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 썩을 육신인데 다른 사람에게 주고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주위 동료 연예인들에게 기증하라고 자주 권하는데 아직은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장기기증 문화를 알리고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공익신탁자 유동근
올해 7월 배우 유동근(59)은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김현웅 법무부 장관, 한비야 국제구호전문가와 함께 국내 첫 공익신탁자가 됐다. 공익신탁은 기부자가 은행이나 단체에 재산을 맡기고 이를 운용해 나온 수익금을 장학, 구호 등 자신이 지정한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와 외부 감시인 감독 아래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쓰이고, 적은 금액이라도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간단한 절차로 ‘나만의 재단’을 만드는 셈이다(법무부 상사법무과에 문의 후 참여).
유동근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의 생계 및 교육 지원을 위해 ‘나라사랑 공익신탁’을 만들었다. (이철희 원장은 ‘난치성 질환 어린이 치료를 위한 공익신탁’, 김현웅 장관은 아동학대 피해자를 지원하는 ‘파랑새 공익신탁’, 한비야씨는 인류애를 키우는 사업에 쓰일 ‘세계시민학교 공익신탁’에 참여) 그는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복원 성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연예계 선행 바이러스 정애리의 ‘하래의 집’
연예계 기부천사 정애리(55)는 아프리카 구호활동, 몽골 기아체험, 동남아 쓰나미 피해 지역 방문, 도시락 캠페인, 생명의 전화, 연탄은행 홍보대사, 월드비전 친선대사 활동 등 다양하고 끊임없는 선행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2004년부터 SBS 사회공헌 프로젝트 프로그램 에 참여하며 매년 후배 연기자들과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에 함께 아프리카에 다녀온 배우 장서희는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끝내고 드라마 촬영장에 온 정애리 선배의 모습을 보고 나도 아름다운 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애리의 선행이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2005년에는 17년간의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를 펴내며 인세 수익금 1억 원 전액을 정읍의 ‘사랑의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책에는 그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아시설 ‘하래의 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지상에서 굶는 아이들이 없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이라며 책을 펴낸 소감을 전한 그녀는 책을 통해 ‘하래의 집’에 대한 이야기와 나눔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자옥 재단 ‘공주는 즐거워’ 프로젝트
지난해 11월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을 추모하고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던 그녀의 뜻을 기리는 ‘김자옥 재단’이 내년 1월 설립된다. 기아대책 홍보대사활동, 사랑 나눔 한복 패션쇼 참여 등을 비롯해 2007년에는 배우 주현, 전무송, 나문희 등과 함께 출연료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도네이션 드라마 (KBS 2TV)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나눔을 실천했던 그녀다.
고 김자옥의 남편인 가수 오승근은 “생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선행을 많이 한 아내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김자옥 재단’은 배우 강부자를 비롯한 동료 연기자들이 동참해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과 재능기부 등을 할 계획이다. 김자옥 재단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원하는 40~60대 여성들이 불우한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공주는 즐거워’ 프로젝트를 첫 공식 활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소득 등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개선됐지만 건강이나 치안 등 비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측정 지표 체계에 따르면 공개된 70종의 지표 중 34개 항목(38.6%)은 전년도 보다 개선됐으며 22개 항목은 14개 항목(20.0%)은 변화가 없었고 22개 항목(31.4%)는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개발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개선 지표가 34개로 악화 지표보다 많아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12개 영역 81종의 지표 중 유의미한 지표가 만들어진 70종의 지표가 우선 공개됐다.
다만 부문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소득·소비·자산 △고용·임금 △사회복지 △주거 등 4개의 물질 부문은 공개지표 21종 중 인당 국민총소득(GNI), 공적연금 가입률, 고용률, 1인당 주거면적 등 14개 지표는 개선됐다. 균등화 중위소비, 가구평균 순자산, 저임금 근로자 비율 등 6개 지표는 악화됐으며 상대적 빈곤률을 보합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건강 △교육 △문화·여가 △가족·공동체 △시민참여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 등 8개 비물질 부문은 공개지표 49종 중 1인당 평균 국내 여행일수, 문화여가 지출비율, 미세먼지 농도, 유치원 취원률 등 20종은 개선됐다. 또 고혈압 유병률, 평생교육 참여율, 한부모 가구비율, 부패인식지수 등 16개 지표가 악화돼 개선이 악화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었다.
영역별로는 소득·소비·자산 영역에서 8개 지표 중 5개 개선, 고용·임금 영역에서 6개 지표 중 5개 개선, 문화·여가 영역에서 6개 지표 중 4개 개선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대수명과 비만율 등으로 구성된 건강 영역은 공개된 8개 지표 중 개선이 1개, 악화가 5개로 눈에 띄게 악화 추세를 보였다. 강력범죄 발생률과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 등 안전 영역도 8개 지표 중 개선 4개, 보합 3개, 악화 1개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당정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향후 3년간 복지 공무원 5000명을 추가로 증원하고 아동학대방지특례법 관련 예산을 우선 확보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오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복지 공무원을 5000명 추가 증원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민간자원봉사조직인 ‘좋은 이웃들’을 구성, 시군구별 주거 취약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 현장 발굴사업을 2017년까지 170개 정도로 확대할 방침이다.
당정은 아동학대 방지 대책으로 ‘아동학대방지TF’를 구성,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지난해 마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관련 예산을 우선 배정키로 했다.
특히 아동학대 양형을 확대하거나 관련 대응에 대한 경찰의 매뉴얼 수립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최근 울산과 경북 칠곡 등에서 잇달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오늘 논의된 내용을 조속히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은퇴를 맞이한 베이비부머들을 비롯해 많은 수의 퇴직 중장년층이 재취업에 몰리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무엇보다 은퇴 이후에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다. 특히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창업이나 편안한 노후생활보다 재취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한 축으로 청년과 여성 그리고 중장년층을 주요 축으로 삼고 이들의 재취업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 마련에 나섰다. 풍부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 이들의 재취업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동안 몸에 익은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고령자들은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단순 노동의 허드렛일을 준비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중장년층을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유형별 노인 일자리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를 꼼꼼히 파악하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원하는 일자리를 파악하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를 크게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로 구분해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숲 해설가, 문화재 해설가 등 다채로운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5가지 유형으로 유형별로 잘 살펴보면 자신의 성향에 맞게 일을 선택할 수 있다. 공공분야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민간분야는 국가와 민간 기업이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유형별로 공공분야는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이 있고 민간분야는 인력파견형, 시장형이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유형별로 일자리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공익형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 공공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다. 공급 수가 가장 많다. △학교주변 교통정리 △아동안전보호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주정차 질서 계도 지원 △도서관 관리지원 사업 등이 공익형에 속한다.
또 교육형은 고령자가 자신의 경륜과 지식을 전달해 교육대상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가진 일자리다. 최근 많이 소개되고 있는 △1-3세대 강사파견 사업 △신문활용(NIE)교육 사업 △숲 해설 사업 △문화재 해설 사업 △해외이주자 교육지원 사업 등이 교육형에 속한다.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고, 교육을 통해 타인을 돕는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유형이며 많은 고령자들이 원한다.
복지형은 소외계층의 안정적 생활 유지를 도와주기 위한 일자리다. △노-노 케어 △노인학대예방 사업 △장애인 돌봄 사업 △지역아동센터 돌봄 지원 등의 일을 한다. 업무 특성상 주로 여성 고령자들이 많이 참여하며 여성들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다.
인력파견형은 민간기업에서 요청할 경우 일정 교육을 수료하거나 업무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기업에 파견하는 직종이 많다. 초창기 경비원, 미화원 등 노동 강도가 높은 일자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업과의 제휴가 늘며 고령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 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향후 이 분야의 일자리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형은 고령자에게 적합한 업종 중 소규모 창업이나 전문직종 사업단을 공동으로 운용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단을 구성해 식품, 특산물, 공산품 등을 제작·판매하거나 아파트 택배, 지하철 택배 등의 사업도 있다. 장기 근로나 안정된 소득을 희망하는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해당 사업은 지역사회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회관,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센터, 대한노인회, 지역문화원 등의 사업수행기관이 업무를 위탁·수행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면 이들 기관에 문의하면 되며 신청자격은 만 65세 이상이다.
자격기준은 유형별로 차이가 있다. 공익형은 선정에 있어 경제적 수준을 가장 크게 고려하고, 그 다음은 노인 일자리 참여 경력을 본다. 교육형은 관련 교육 이수 여부와 전문성 또는 자격증 유무를 1순위로 본다. 경력이 있는 참여자 역시 선호도가 높다. 복지형은 관련 교육 이수 여부와 자원봉사 경력을 참고한다. 시장형은 전문성과 경력, 인력파견형은 관련 교육 이수와 경력을 참고해 선별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제3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장해 매년 5만개씩 늘린다는 내용의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점점 늘어나는 노인 인력을 끌어안기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2011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노인은 약 106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지원되는 일자리는 23만개에 불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