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 씨그램, 트레비. 이름만 들었을 땐 ‘이게 어떤 음료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모두 탄산수 브랜드. 탄산수는 당분, 색소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올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탄산수 활용 음료를 소개한다.
깔라만시 스파클링 모히토
재료 깔라만시, 애플민트, 탄산수
비타민C가 풍부해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불리는 깔라만시. 강한 신맛이 특징이다.
1. 애플민트 적당량을 으깬다.
2. 깔라만시 반쪽을 잘라 즙을 내주고
설탕(1큰술)과 함께 섞는다.
3. 유리컵에 위의 재료를 넣고 탄산수를 부어 얼음과 함께 잘 저어준다.
Tip 깔라만시가 너무 실 경우 오렌지 또는 라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스파클링 과일 펀치
재료 수박, 딸기, 사과, 오렌지, 파인애플 등 과일, 우유, 탄산수
여러 가지 과일을 같이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 과일을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과일과 함께 우유 2, 탄산수 1의 비율로 섞는다.
Tip 냉동실에 살짝 얼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저알콜 맥주
재료 맥주, 레몬, 탄산수
맥주는 먹고 싶은데 취하면 안 된다! 탄산수로 탄산은 살리고 알코올 도수는 낮출 수 있다.
1. 도수를 낮추고 싶은 만큼 탄산수를 넣고 맥주와 잘 섞는다.
2.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 레몬 향을 더해준다.
Tip 맥주는 그냥 맥주가 맛있는 법. 정말 맥주가 마시고 싶다면 우선 일을 빨리 끝내고 마시도록 하자.
홍초 스파클링
재료 홍초(청정원), 탄산수
식초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과실로 만든 홍초는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여름 홍초 스파클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해보자.
1. 홍초 1, 탄산수 5의 비율로 섞어준다.
Tip 홍초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블루베리, 복분자, 석류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스파클링 매실 주스
재료 매실액, 탄산수
매실은 식사 후에 먹으면 소화를 돕는다. 청량감을 더해주는 탄산수와 함께 먹으면 일석이조!
1. 매실액(2큰술)을 얼음과 함께 유리잔에 넣는다.
2. 탄산수를 적당량 넣어 시원해질 때까지 잘 저어준다.
Tip 과실 원액이 없다면 마트에서 파는 에이드 가루를 사용한다.
심리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 앨리스 밀러가 쓴 "사랑의 매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매를 든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 아이가 억누를 수밖에 없던 흥분과 분노, 고통을 어른들은 모른다. 아이는 미움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복종의 길을 택한다.
시간이 지나 어렸을 때 왜 맞았냐고 물어보면 "제가 잘못 했을 거예요 어릴 때 제가 장난이 심했거든요" 왜? 이렇게 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애정 어린 관심 대신 학대와 무시를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당연히 자기 잘못의 결과라고 받아드리는 데만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이입 능력을 잃어버린다. 즉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겪는 비극의 본질은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이중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알게 된지가 30년이 훌쩍 넘은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 이상한 것은 그 집의 남편이 고위 공무원을 지낸 사람이다. 그런데 8살 아래 아내한테는 우리가 옆에서 듣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욕을 얻어먹는다. 반말은 당연하고 아내가 기분이 나쁘면 남편에게 " 너, 임마" 이런 수준이다. 우리 앞에서도 공공연히 남편을 구박하여 듣기가 민망할 정도다. 별로 잘못 하는 것도 없는데 남편이 말만하면 우리 앞에서도 말꼬리 잡고 행패 수준의 말을 한다. 남편이 어떻게 참고 사는지 의아했지만 젊은 아내와 사니까 사랑스러워 저런 욕도 애교로 듣나 보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남편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지독히 매를 맞았다 했다. 스스로 죽으려고 목에 낫을 갖다 댄 적도 있었다.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하게 죽어지내는 것이 몸에 밴 습성이 된 것이다. 아내도 첨엔 시집 와서 박봉의 남편에 시동생 여럿 건사하느라 투정을 부렸단다. 점차 투정의 강도가 높아져도 욕설과 매에 길들어진 남편은 이걸 사랑으로 믿어 왔다. 이 책에서 "코란에 여성의 할례라는 잔인한 관습을 인정하는 구절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그 의식이 계속되는 것은 할례를 당한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경험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고통을 딸과 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
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10살 무렵에 클리토리스를 제거당한 여성이 무수히 많으며 또 그들 중 다수는 이러한 관습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재혼한 남자가 의붓딸을 상습 성폭행했다. 아니 어머니가 왜 막아서지 못했는가? 어머니의 말에 맥이 빠졌다. "나도 그 남자가 무서웠어요. 말을 안 들으면 죽인다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폭력에 길들여지면 저항력을 상실해버린다. 이 책에서 히틀러, 스탈린도 어린 시절 폭력으로 자라 이중인격자가 되었다고 했다. 스탈린은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외동아들이었는데 매일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다고 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아버지 손에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었다. 그가 억눌렸던 극단적인 공포는 어른이 된 후 편집증, 곧 모든 사람이 자기 목숨을 노린다고 생각하는 망상으로 나타나 1930년 수백 만 명이 강제 수용소로 추방되거나 처형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다. 때리고 학대하는 것이 너무 상습화 되어 있어 때리는 자도 맞는 아이도 길들여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매 맞는 아이가 많다. 매 맞은 아이가 자라서 또 매를 든다.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게 문제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자랄 때 우리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다. 술만 먹고 오면 우릴 때렸다. 난 자식을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정말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때리지 않았다. 당대에 매의 뿌리를 끊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최근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아버지도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의 범죄 행동분석 결과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에도 충동조절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식당에서 흉기를 들고 ‘묻지마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과연 이 충동조절장애는 무엇일까?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
흔히 일반적으로 분노조절장애 혹은 분노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라고 이야기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방화, 절도 등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해결하는 경우가 반복될 때 충동조절장애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충동조절장애는 이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단일 질환이 아닌 자기 조절의 어려움이 많은 대부분의 경우를 포함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거나, 각종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등 행동이나 정서적으로 자기조절이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생물학적, 사회 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
그렇다면 충동조절장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현장의 의료진은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는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변연계와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 세로토닌 신경전달이 감소한 경우가 흔히 원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과거의 뇌 손상, 두부 손상, 뇌염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환경적, 사회심리적으로 볼 때는 아동기에 알코올중독, 학대와 방임, 부모 간의 불화 등이 많았던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이 장애가 더 흔하게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 역시 아동기에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속적인 음주, 충동조절장애 유발할 수도
노화와 충동조절 장애는 상관이 있을까?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선미 교수는 “노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술과 같은 독성물질을 만성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설명하고, “섭취 기간이 늘어날수록 뇌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면서 충동조절장애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치매 등의 퇴행성 뇌 질환에서도 충동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노인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서 우울감과 함께 분노와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도 전두측두엽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충동과 행동조절의 어려움, 성격변화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초기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진단도구로 신경인지검사와 함께 뇌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 단층촬영) 등의 뇌 영상 촬영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중독도 충동조절장애 증상
충동조절장애의 증상으로는 단지 화를 참지 못하는 것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나 적대 행동도 증상 중 하나고, 폭력 행동이나 파괴적 행동, 방화, 도둑질도 이에 속한다. 특히 병적인 도박은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로, 도박중독의 치료 역시 충동조절장애 치료에 기반을 둔다.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컴퓨터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등도 의학계에서는 충동조절장애로 보고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진단하는 특이한 검사법은 딱히 없는 상황. 다만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 뇌파검사, 뇌 영상 검사(MRI), 심리평가, 고위인지기능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방법 역시 딱히 알려진 것은 없다.
충동조절장애의 치료는 질환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 분석적 정신치료, 지지치료, 상담 등)를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이용된다.
때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도 겸하게 되는데, 우울감이나 분노, 충동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항정신병 약물 등의 다양한 약물이 치료에 이용된다.
활발한 활동이 정신건강 유지 비결
김선미 교수는 이러한 정신건강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활동이 좋다고 조언한다.
“시니어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질병, 퇴직으로 인한 경제력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저하 때문입니다. 또한, 신체적 노화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자아존중감이 상실되며, 가정,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로 인해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가능한 한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자원봉사, 종교생활, 평생교육, 재취업 등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꾸준히 평생교육을 받거나 취미, 운동, 종교,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경기도립극단(단장 고선웅)은 크고작은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가족이 건강을 회복하는 내용을 다룬 음악극 ‘걱정된다, 이 가족’을 선보인다.
극단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와 함께 기획한 이번 공연은 가족 간의 소통과 가족애를 주제로 담고 있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로 멀어진 가족관계에서도 온전히 내편인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무대위에서 펼쳐진다.
극중 등장인물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작은 할아버지, 도박에 빠진 아빠, 돈만 생기면 성형하는 고모, 술에 절어사는 백수 삼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중학생 소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을 통해 노인 부양 문제, 취업난, 알콜의존증, 성형중독, 도박중독, 스마트폰중독, 사랑결핍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과 중독증상을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소통과 이해, 사랑이 필요한 오늘날의 가족을 노래와 춤으로 풀어낸다.
극단 관계자는 “가족간 소통의 부재와 이해의 어려움에 대한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연으로 가족이란 이름하에 묵인해왔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공연은 다음달 4일 오후 4시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리며, 오는 6월27일까지 도내 25개 시·군을 순회하며 상연된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문화에술의전당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 문의 (031)230-3304
경기일보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안명옥 박사는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이지만, UCLA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현재 19대 국회의원인 길정우 의원의 아내이기도 한 안 박사는 국회의원으로 적을 두던 시절 장기요양보험제도, 치매관리법, 치매극복의 날, 치매관리센터 설치 등 치매 문제에 대한 다양하고도 역동적인 활동을 진행했었다. 얼마 전 존스홉킨스의괴대학에서 만든 치매극복가이드 을 번역하기까지 한 안 박사는 치매전문의는 아니지만 치매 문제의 정책과 실제까지를 포괄하는 설명이 가능한 몇 안되는 실무가라고 할 수 있다. 안 박사가 진단하는 조기치매 문제의 핵심과 그 해결법을 들어 본다.
“치매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알콜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이지 않은 음주문화가 치매를 키우고 있다고 봐요. 이제 백세시대인데 술은 적절하게 드시는 게 치매 예방에 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의학 박사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안명옥 박사는 치매에 관하여 국내에서 가장 포괄적인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 박사가 말하는 치매 예방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음주문화였다. 안 박사는 한국 사회가 계속적으로 고령화되어가기에 치매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음주문화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뇌졸중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주로 담배로부터 비롯됩니다. 지금 여성들 흡연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65세 이상으로 가면 치매 환자 수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아요. 신체 지방 분포도로 봤을 때도 그렇고 흡연이 여성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치매 원인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질적인 병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러나 예방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음주와 흡연의 조절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분명한 의학적 검증을 통해서 조기 치매를 진단해야
치매 문제에서 최근 부쩍 강조가 되는 부분이 조기 치매 문제이다. 흔히 회사에서 보면 조기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들 한다. 부하 직원이 상사의 명령을 제대로 못 이해하고 반복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 그 증거로 제시된다. 그리고 이 문제의 원인은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안 박사는 이 부분에서 다소 전문가의 입장에서 경계선을 그었다.
“지금은 MRI를 찍어 보면 치매 상태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세상이에요. 건망증이 너무 심하다, 그러면 그게 치매인지 아닌지 알려면 의학적인 검사를 분명하게 해야 해요. 집 전화번호 모르는 사람이 요즘 굉장히 많죠. 그러나 그건 건망증이 아니라 외부기억장치로서의 기기가 나날이 발달하는 현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어요.”
안 박사는 섣부른 판단에 맡기지 말고 의학적인 검증이 확실하게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모습은 확실한 시스템의 구축과 그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안 박사의 삶의 태도와도 결부되는 모습이었다. 즉, ‘확실하지 않은 걸 섣불리 믿지 말고 철저하게 검증하여 적용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치매 환자의 가족을 위한 돌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안 박사는 조기 치매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는 별개로, 최근 치매가 사회 문제화되는 것에는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 원인으로 우선 치매환자가 순수하게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들었다. 이는 순수하게 노인 인구 자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발전한 조기진단을 통해 과거에 비해 치매 환자가 미리 발견되고 있기에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부담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침 안 박사가 번역한 책에서는 치매 가족의 애환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치매환자들에 대한 설명을 가족들이나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번역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책이에요. 이 책이 지난 30여 년간 미국에서 계속해서 데이터를 개선하면서 증보판이 이뤄진 거거든요. 제목 그대로 치매 가족들은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36시간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통 받는다는 거죠. 그러나 또한 책 전반에는 치매환자와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흐르고 있어요.”
안 박사는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걸 지적했다. 현재 국내의 치매 환자 수는 58만 명이고 그 영향을 받는 가족들의 수는 아무리 자녀나 가족이 적어지는 시대라고 해도 그 숫자에 곱하기 3~4 이상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심각한 규모인가. 그런데 치매에는 일종의 금기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이고 드러내기 어렵다는 금기 말이다. 그래서인지 치매 문제를 다루려고 하면 다들 쉬쉬한다.
“이를테면 치매인 부모님이 칫솔질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해봐요. 칫솔질은 학습된 거니까요. 그렇다면 그걸 나에게 부모님이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우리도 부모님에게 다시 칫솔질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하면 되잖아요? 내가 아버지가 되어주고 어머니가 되어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치매 환자의 수발을 드는 가족 구성원의 대부분이 딸이고 며느리, 아내라는 점에서 여성들이다. 여성의 스트레스는 현재를 넘어서 미래, 아이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 위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여러 의미에서 치매관리는 공공이 많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 박사는 그 시스템을 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치매 치료를 헬스서비스 산업으로 보라
치매 문제와 관련하여 안 박사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치매 관리시스템 구축 면이었다.
“스틱, 쉼터, 이름표, 팔찌, 위치 추적, 치매 환자를 위한 핸드폰, 2층 집이면 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건축적인 부분 등등. 조금만 생각해도 치매 환자의 돌봄과 관련한 상당한 부분들이 관리시스템화가 될 수 있어요. 제가 15년 전부터 얘기해 온 것이지만 미리 치매를 관리 한다는 관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안 박사는 이에 대해 쌓인 안타까운 감정과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노인임대주택은 미국은 고령화된 나라가 아닌데도 70년대에서부터 있었어요. 치매에 관해선 미국이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투자가 됐으니까, 휴먼 서비스가 뭔지 아니까 가능했던 겁니다. 우리나라는 휴먼 서비스 개념이 없어요. 우리는 치매에 대한 대처를 산업이 아니라 복지로만 보고 있으니까요. 기업들도 그래요. 치매 예방과 관련된 기기 하나를 매우 저렴하게 개발했다고 생각해 봐요, 그게 엄청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죠. 그런데 기업들은 만날 이벤트성 CSR만 해요.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치매와 관련된 휴먼 서비스에 엄청난 산업적 가치가 있다는 건 안 박사의 단단한 신념이었다. 그녀는 2006년에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만들어지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걸 지적했다. 그동안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의 역할은 미비했다. 안 박사의 설명은 이런 현실에 대한 탄식과 비판, 그리고 대안을 위해 나올 수 있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글로벌해요? GPS 활용 치매 환자 도움 시스템 같은, 제대로 된 시스템만 개발하면 이게 세계적으로 얼마나 널리 활용될 수 있겠어요. 치매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면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의료관광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 치료를 헬스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안 박사는 치매 문제의 방안으로서 비즈니스적 관점의 도입을 밝히는 동시에 점점 사회 문제가 되어가는 치매 문제의 적극적 예방이 중요하며 이 부분은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치매 예방을 정책으로 하면 내용은 디테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테일하려면 여러 분야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필요해집니다. 문제해결의 축은 치매관리의 과학적 시스템화입니다. 치매 예방·진단·치료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바로 그런 걸 국가가 정책적으로 조기 진단 서비스를 관리해줘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