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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일만 하고 살아온 58년 연기 인생, 정혜선
- 한복을 입고 표지 촬영을 진행하는 연기자 정혜선을 보면서 새삼 한복이 무척 어울리는 배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청률 60%를 넘긴 전설적인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딸을 구박하는 독한 어머니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 이전이나 이후로나 국민 어머니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드라마에서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했던 그녀는 곧 팔순을 바라보는 1942년생이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기가 넘치는 자태를 보니 어쩌면 긴 세월 빚어낸 어머니 상이 우리에게 영원처럼 고정된 게 아닐까 싶었다. 정혜선은 1961년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연예계에 처음 입문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예회에서도 뽑히고 무용도 하고 노래도 잘하는 편이었어요. 수도여고에서는 방송반 활동과 웅변을 하며 상도 꽤 받았고요. 아버지가 원고를 써주는 등 많이 도와주셨어요. 심지어 탤런트가 뭔지도 모르던 때에 아버지가 지원 원서를 가져다줬어요.” 대부분의 가정집에 TV가 없던 그 시절, ‘뭔가를 알았던’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을 보면 아무래도 그녀는 연기자로 살아갈 운명이었나보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을 딴따라로 부를 만큼 인식이 좋지 않았을 것인데 딸의 재능을 알아본, 열린 생각을 가진 아버지 덕분에 시작이 평탄했다. 가족의 지원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1967년 KBS ‘실화극장’에서 간첩 두목 등 캐릭터가 강한 역할에 캐스팅되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녀는 성격파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어머니 역할을 그때부터 많이 했어요. 그 시절은 배우가 별로 없었으니까. 얼굴에 주름 그려가며 어머니, 할머니 역을 소화해내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죠.” 연기자, 그리고 어머니 역을 주로 하게 된 것은 운명 같은 일이었을까? 그녀는 30대부터 할머니 역할을 주로 맡았다. 불과 31세에 MBC 드라마 ‘새엄마’에서 시어머니 역을 연기했다. 1977년에 한 설문조사에서 할머니 역할을 잘하는 연예인 2위로 뽑히더니, 1978년에는 아예 1위가 되었다. 연기자로서의 첫 절정기는 1983년이었다. 마흔 즈음에는 MBC 드라마 ‘간난이’에서 손주들을 데리고 거친 세상을 사는 80세 꼽추 할머니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각종 상을 수상했다.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의 연기자 그녀는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보다는 ‘쎈’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런데 인기가 많아지자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때 가수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간난이’ 에서 80세 할머니로 출연해서 불쌍한 손주들을 지극히 보살피는 역할로 각종 연기대상을 휩쓸었던 그해 1983년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이라고 해서 롯데호텔에서 디너쇼를 열어줬어요. 그때는 철딱서니가 없었죠. 그 재주로 디너쇼를 했다니.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별거 다 했어요.” 같은 해에 매니저 제안에 앨범도 하나 녹음했다. 잠깐 가수활동을 하며 남긴 유일한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망각’. 발라드풍의 처연한 노래인데, 직접 가사도 썼다. 잊어야만 했기에 잊었노라고 지워야만 했기에 지웠노라고 너와 나의 아름다운 그 옛날 추억이 못 잊어 생각나면 아 강물 위에 내 마음 띄워보리 여자로서의 삶은 불행했다 노래 가사에 배인 슬픔과 애잔함을 증폭시키는 애절한 창법을 들으니 자연스레 그녀가 겪은 고통이 떠올랐다. “서른두 살에 다시 싱글이 됐죠. 여자로서 정혜선은 불행했지. 그 부분에서는 인생의 패배자라고 생각해요. 여자로 태어나 남편 잘 만나 아이 행복하게 키우면서 가정 잘 이끌어가고 그랬어야 했는데… 짚신도 짝이 있는데 지금까지 혼자 살았다는 건 비극이에요. 물론 그동안 날 좋아하는 이도 있었고 중매도 들어오곤 했지만 지금은 혼자야.” TV에서 보는 정혜선은 거칠고 과격한, 세월의 풍파에 시달려 독해진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실제의 정혜선은 조용하고 나긋나긋하며 차분한 목소리를 지닌 천생 여자의 모습이다. 담담하게 자신을 패배자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이가 있을까. 그 모습에서 자기 삶을 희생하며 사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30·40대에 할머니역을 맡던 그녀는 60대가 넘으면서 카리스마와 온화함이 있는 ‘사모님’과 ‘여사님’ 연기를 주로 했다. 또 기품 있는 한복 차림으로 각인시켜주는 존재감이 느껴지는 역할엔 그녀만 한 배우가 없다. 그렇지만 “나도 살았는데…” 남편과의 결별은 이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의 빚까지 갚아나가야 했다. 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것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고통스러웠지만 기대어 신세를 질 만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도 채권자 분들이 순순히 기다리기로 해서 제 출연료를 3분의 2씩 가져갔죠. 그런 걸 생각하면, 그분들에게 고맙죠. 지금은 다 고인이 되셨지만.”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누가 단돈 100원도 안 준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급격히 높아진 자살률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나 같은 사람도 죽지 않고 잘 사는데 왜 자살을 하지…. 나는 자살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안 죽었어요. 빚을 갚아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죽음은 생각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죽는 방법도 있었네. 그런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웃음)”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그녀의 퍽퍽한 웃음소리에 좀 아팠다. 나누고 베풀며 겸손하게 개인으로서, 여자로서 정혜선은 불행했을지 모르지만, 모두의 배우로서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녀의 방송활동에는 슬럼프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연기하며 힘들었던 순간이 없다 할 정도로 매일 최선을 다했으므로 기억이 안 난다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음 프로그램이 예약되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방송국에서 시청률 높으면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 갔죠. 늘 바빠서 쉴 틈이 없었어요. 내 인생은 완전히 일의 연속이었어요. 물론 내가 워커홀릭 성향도 있지만, 연출자들이 나를 도와주려고 더 불러줬던 것 같아요.” 그녀는 문득 자신이 지금까지 한 번도 이탈리아를 가본 적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잠시 억울해했다. 요즘은 여유만 있으면 누구나 다 가는 유럽 여행 아닌가. 수십 년을 대한민국 국민의 어머니로 살았던 사람이 일하느라 이탈리아도 못 가봤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어머니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일만 하는 정혜선이었죠. 일 안 하면 죽는 줄 알았으니까.(웃음) 그런데 요즘 쉬면서 생각해보니 일이 다가 아니구나 싶어요. 너무 늦게 알았지. 지금은 쉬면서 봉사도 하러 다녀요. 내가 나서기만 해도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자주 가고 있어요. 무엇이든지 내가 쓰임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이번 표지 한복 협찬을 해주신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는 “20여 년 곁에서 지켜봐온 정혜선 선생은 한결같은 성실함과 노력으로 늘 수수하게 살아서 때로는 연예인인지 자연인인지 분간이 안 간다”며 뚝배기처럼 소탈하시다 거들었다. 그녀는 이제는 좀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거나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요. 어려운 사람 있으면 가능한 한 힘닿는 대로 돕습니다. 그러니 무언가에 꽂히면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밖에. 연기자에겐 숙명적 성향 같아요. 그저 일만 하고 살았지.” > 이루지 못한 예술을 향한 꿈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녀가 연기생활을 하면서 안 해본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가수, 드라마와 연극은 기본이고 심지어 뮤지컬 배우도 했다. 그녀의 기억 속 뮤지컬은, 정말 원 없이 노래를 불렀던 ‘사운드 오브 뮤직’. 연극은 ‘햄릿’. 무대에 세 번이나 섰다. 물론 영화도 찍었다. “1970년부터 1980년까지 50여 작품에 출연했죠. 그것도 액션 영화에. 내가 한때 액션 스타였어.(웃음) 그때는 정말 그걸로 잘나갔어요. 지금 들으면 젊은이들은 깜짝 놀랄 테지만.”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이 베테랑 배우에게 욕심나는 작품이 있냐는 질문이 싱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욕심이 없다”고 단칼에 자르듯 말했다. 다만 그녀에게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면 하고픈 일에 대해 묻자 오래전 묻어버린 꿈을 아련히 기억해내며 그 시간들에 휩싸이는 듯했다. “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부자가 됐으면’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사업은 내 길이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래도 예술에 대한 꿈은 있었죠. 특히 무용. 무용 선생님이 ‘영자야(정혜선의 본명), 넌 무용해야 해’라고 해주시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해요. 사실 집이 가난했죠. 그런데 무용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부모님 생각을 해서 안 했어요.” 아니다 싶으면 결코 하지 않는다 정혜선은 자신의 건강 비결로 편식하지 않고 잘 먹는 것과 운동을 따로 안 하는 대신 걷는 것을 꼽았다. “사실 이제 내일모레면 팔십이니까 걷는 것도 귀찮죠. 집에 앉아서 선풍기 바람 쐬는 게 가장 행복해요.(웃음) 스케줄 없을 때는 여기저기서 식사하자고 하니 사람을 만나게 되네요. 내가 거절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하루에 꼭 두세 가지 일은 있더라고.”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 예상 가능하듯 그녀는 남다른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사실 얼마 전 꽤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파격적인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정중히 고사했다. “내가 거기 나가서 남을 즐겁게 해줄 용기가 없어요. 과거에는 디너쇼까지 하면서 끼를 보여줬는데 지금은 다 늙어서.(웃음)”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오랜 세월 정혜선이란 정체성을 만들어낸 신념 그 자체였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한다 겸손하고 배려심 많은 성품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온 그녀는 진정성 있는 삶으로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다. 초심을 지키며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우직함이 그녀의 힘이다. 그녀는 이번 추석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바쁠 예정이란다. “지인과의 인연으로 NBS한국농업방송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맡았어요. ‘그땐 그랬었지’라는 프로그램에서 제가 내레이터를 하기로 했어요. 한 달에 두 번 방송을 하는데 작업을 해야 하니까,(웃음) 어디로 움직이는 건 당분간 불가능해요.” 작든 크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충전하는 좋은 시간으로 즐긴다. 그저 평범하면서도 평탄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처럼. “나는 애써 관리해온 게 아니라 책임감 있게 살았던 것뿐”이라는 그녀의 말에는 연륜과 관록이 묻어 있다. 그녀 삶의 원동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설명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녀의 삶에서 우리가 봐왔던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고향처럼,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 같은, 아련하면서도 올곧고 강인한 모습으로서. 연연하지 않는 삶, 이렇게 살아서 또 한 번의 아침을 맞듯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다.
- 2019-09-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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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의 꿈, 현실이 되다
- 연기를 하는 것이 평생 꿈이던 시니어 세대에게 연극을 할 기회는 종종 있다. 몇몇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배우 제도와 다양한 세대들이 모인 연극 동아리들. 가끔 소극장을 빌려 그들만의 공연을 열어 이루지 못한 이상에 잠시 동안만이라도 빠지는 사람들.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더 늦기 전에 열정을 담아 무대에 서기를 응원하기 위해 (사)한국생활연극협회가 문을 열었다. ‘생활체육’은 있는데 ‘생활문화’는 없다? 이 질문은 (사)한국생활연극협회를 있게 한 초석과도 같은 질문이었다. 생활체육은 동네마다 지자체에서 시설도 마련해주고 뭐든 다할 수 있게 해주는데 생활문화는 미비하기 이를 데 없다. 알음알음 만나 무대를 찾고 조명 아래 서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이끄는 단체나 체계적인 방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한국생활연극협회의 정중헌 이사장은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거나 꿈이 있는 아마추어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협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는 미주 지역을 포함해 12개 지회와 30여 개 지부가 있습니다. 전문 연극인들이 임원진으로 구성돼 있고, 회원은 200여 명 됩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50~60대이고 남성들은 은퇴하신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데 60대가 많습니다. 78세 최고령자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젊은 시절부터 바라던 꿈을 이루면서 노후 설계를 하고 인생을 더 풍요롭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게 협회의 취지입니다. 특히 공연 전문가들과 비전문 연극인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마추어 연극인에게 무대 본능을 깨우다 협회는 2017년 7월 창립 기념 세미나를 열고 생활연극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부터 계획은 확실했다. 기자 출신에 문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사장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전문 스태프가 장을 마련해놓으면 비전문 연극인은 그 시스템 속에 들어와 순수하게 연극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공연은 반드시 대학로에서 올린다. 비전문인이 이루고 싶은 소망이 바로 한국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 무대에 서보는 것이기 때문. 실제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 작·최영환 연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은 동숭동의 크고 작은 극장에 올려졌다. “대학로 바닥에서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지도합니다. 전문 연극인이 아닐지라도 그분들이 가진 능력을 더 최대한 이끌어내려고요.” 덕분에 우리나라 연극계 대가인 강영걸 씨가 연출했던 ‘작은 할머니’(엄인희 작)는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가와 함께하는 연극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됐다. “지난 6월에 ‘강영걸 연기·화술 아카데미’를 열었어요. 연극 연습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수업으로 보충하기 위해서죠. 제대로 기초를 배우며 발성과 발음, 똑바로 서기, 앉기, 방향 바꾸기 등 대사 분석과 동작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송년 공연은 강영걸 씨가 연출할 예정입니다. 이번 수업을 들은 분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캐스팅할 계획입니다.” 연극의 맛을 알아가는 생활연극인들 한국생활연극협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새로운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 회원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무대 위 특별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만큼 순수한 열정이 넘치는 곳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주인공의 여동생인 스텔라 역을 맡았던 이주연 씨는 국어선생입니다. 1년만 있으면 연금이 나오는 상황인데 연극을 하겠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어요. 학교보다 연극이 좋다면서요. 물론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리고 다독여서 지금 잘 참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생활연극인으로 무대로 멋지게 돌아오겠죠.” 회원들과 함께 서울 인근으로 단합대회를 갔을 때 저마다 ‘왜 생활연극을 하게 됐는가’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감동하고 깊은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어떤 분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서 변두리로 이사를 갔답니다. 삶의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전봇대에 연극 포스터 하나가 붙어 있더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나 같은 아마추어도 활동할 곳이 있을까?’ 궁금했답니다. 그러다가 우리와 함께 연극을 하게 되신 거죠. 연극을 시작하고 사업도 잘되고 삶의 활력을 얻었다는 분도 있어요. 다들 참 많은 사연들이 있더군요.” 아이 셋 키우고 남편 시중만 들다 연극을 통해 세상을 접했더니 잔병도 없어지고 근심도 사라졌다는 여성 회원부터, 연기자 지망생이던 20대 시절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그곳에서 살다가 사별 후 4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된 회원까지. 모두가 크고 작은 아픔도 있고 은은한 삶의 향기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쉽게 기회를 얻기도 하겠지만 열정과 능력이 있어도 무대에 못 서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우리 협회의 생활연극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양적, 질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하고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평생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회원들의 꿈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8월 말에는 한국생활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생활연극축제(8.30.~9.1.)가 충북 영동군 심천면 영동국악체험존에서 열린다. 이번이 2회째다. 전국의 생활연극인의 공연은 물론이고 국악, 춤, 시낭송, 버스킹 등을 하면서 즐기는 한판 놀이마당이 될 것이라고.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대사를 따라하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생활연극협회 문을 두드려보는 것 어떨까? (생활연극협회 k-act.co.kr)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2019-08-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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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문화캘린더
- 피서를 떠나고픈 8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영화 '봉오동 전투' 개봉 8월 7일 출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봉오동 전투 실화를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하나의 뜻으로 목숨을 걸고 맞서 싸웠던 독립군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 영화 '김복동' 일정 8월 8일 내레이션 한지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의 여정을 그렸다. 그녀가 자신의 지난 고통을 드러내면서 되찾으려 했던 삶과 희망의 씨앗, 소녀상의 의미 등에 대해 들려준다. ◇ 영월 동강 뗏목축제 일정 8월 8~11일 장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동강둔치 일원 남한강 상류 주민들의 생활수단이자 교통수단으로 숱한 애환을 간직한 뗏목을 테마로 23회째 개최되는 행사다. 천혜의 자연 동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함과 동시에 문화 탐방,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뮤지컬 '시라노' 일정 8월 10일~10월 13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독설의 대가이자 난폭한 검객, 그러나 사랑하는 이 앞에서만큼은 순수한 낭만을 지닌 한 남자 ‘시라노’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매력 넘치는 주인공의 유려한 화술에 아름다운 선율이 더해지며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클래식 '정명훈&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일정 8월 18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과 그가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협주곡 23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하나 되는 코리아’라는 비전을 관객과 공유하며 ‘비창’으로 분단의 아픔을 위로할 예정이다. ◇연극 '오만과 편견' 일정 8월 27일~10월 20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고전 특유의 매력에 유쾌함을 더했다. 성별과 연령, 직업 등 각기 다른 21명의 캐릭터를 단 두 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역할마다 달라지는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의상, 소품의 변화가 극의 관전 포인트다.
- 2019-07-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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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기 아까운 코엑스의 6월 행사
- 삼성동 코엑스에서 리모델링 개장 2주년 기념으로 6월 한 달 동안 특별행사를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명사 초청 특별 강연. 하나같이 놓치기 아까운 강연들이다. 지난 6일은 특별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강연이 있었다. 소설 ‘개미’로 세계적 작가로 부상한 이후 ‘타나토노트’, ‘신’, ‘웃음’, ‘나무’ 등 잇따라 화제작을 내놓았다.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2천 3백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번엔 ‘죽음’이란 작품 발간 기념으로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였기에 강연을 듣고 사인까지 받았다. 주어진 육체는 영혼의 세계보다 훨씬 가치가 있고 소중한 것이므로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자살 같은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작가는 강연을 통해 강조했다. 7일에 있은 연극배우 손숙씨의 강연에서 손씨는 자신의 삶을 유머와 함께 풀어냈다. 자신의 일생은 어려서부터 책과 연극이었으며 자연과 독서의 어울림이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시력이 떨어져 마음껏 책을 잘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죽는 날까지 연극무대에 설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노배우는 말했다. 14일엔 소설가 공지영 씨, 21일에는 유홍준 교수, 그리고 28일에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금요일 명사 초청 강연 말고도 수요일. 목요일 오후 7시에 많은 전문 강의가 계획되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3시에는 도서관 콘서트도 열려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별마당 도서관은 삼성역 스타필드 코엑스 몰에 위치한 열린도서관으로 총 7만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으며 무료로 즐길 수 있다.
- 2019-06-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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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를 위한 세계’ 특별전
- 지하철 사당역 근처에 있는 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는 요즘 ‘모두를 위한 세계’ 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내용은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기획전시회다. 그런데 소재를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사적 보편적 주제인 자유와 평등으로 풀어 각국 작가들이 여러 장르로 표현한 점에서 제목과 연결된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작가가 있어 소개한다. 제주도 출신 덴마크 국적의 제인 진 카이젠의 ‘거듭되는 항거’ 이름과 국적이 암시하듯 입양된 작가는 뿌리를 찾은 끝에 결국 2001년 가족과 재회하고 할아버지의 회고록에서 제주 4·3사건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8채널 영상설치 작품으로 무당, 희생자 유가족, 목격자, 추상적 시를 읊는 배우 등이 증언한다. 4·3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주제의 범위는 의외로 넓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다음에 일어난 정치 권력에 대한 항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가가 ‘2019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맡게 되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윌리엄 켄트리지의 ‘더욱 달콤하게 춤을’(2015) 작가는 1955년생으로 정치학, 아프리카학, 연극 디자인, 오페라 연출을 공부하여 다양하고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한 국가에서 사는 백인으로 관람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그림자 극, 목탄 드로잉, 발레, 거리 연극, 음악, 영화를 조합한 영상 작품이다. 작가는 북쪽에서 남수단으로 피난 가는 르완다 난민,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사람들의 이동, 발칸반도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대규모 인구 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장례행렬, 난민의 행진을 연상케 하는 풍경에서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춤추고 노래하며 무언가를 애도한다. 4개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아프리카 브라스 밴드의 연주곡에는 그들의 슬픔이 진하게 녹아 있다. 그림자극같이 표현한 것은 모든 실체를 기본적인 요소로 설명하는 환원주의(reductionism)로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특별한 의도다. 물론 제목은 역설적으로 붙인 것일 터다. 이 전시회는 단지 3·1운동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등 역사의 수직적 연관성과 동시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평적 관련성, 그리고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보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모두를 위한 세계’라는 이상은 가능할까? ‘모두’라는 말은 까다롭다. 개개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모두’는 언어적 독단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처럼 소외되고 그늘진 역사와 삶을 찾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모두’는 정당화되고 균형을 이룬다. 작가들의 치열한 정신이 잘 구현된 전시로 보인다.
- 2019-05-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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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뿐인 내편’ 정재순, 인생 연기를 남기다
- 주말 저녁,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저 배우가 엄청 즐기고 있구나! 한참 나이 어린 배역에게 ‘아버지’나 ‘오빠’를 연발했다. 심심하면 욕설에 머리채를 끄잡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명희야, 원혁이 번호 땄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106부작의 마지막 대사도 그녀 몫이었다. 지금까지 드라마 속에서 무던하게 녹아 있던 그녀. 이번만은 달랐다. 지난 3월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귀여운(?) 치매 환자 박금병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정재순(鄭在順·72)을 두고 하는 소리다.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그녀를 마주보는 순간 멈칫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쉬가 나른하면서도 우아하게 무대로 걸어오는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팔랑팔랑 손을 흔들면서 명희 뒤만 졸졸 쫓아다니던 박병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정숙하고 단아한 모습을 잃지 않는 배우 정재순. 캐릭터 변신이라고 생각할 만큼 남다른 연기를 보여줬던 ‘하나뿐인 내편’이 그녀 인생에 있어 대단한 도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 배역과 관련해 얘기를 들었을 때 극중에서 치매가 그렇게 큰 소재는 아니었어요. 그냥 약간 병세가 있다 하는 정도였죠. 그동안 치매 앓는 역은 안 해봤는데 어떡하지? 그래도 이 나이 먹어서 한 번쯤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모르겠다! 해보자! 그랬던 거죠.” 새 드라마를 시작하면 늘 하던 대로 마음먹었을 뿐인데 시청자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치매 증상이 심해져 극중 손주며느리 도란(유이 역)을 친구 ‘명희’로, 그의 아버지(최수종 역)를 ‘강기사 오빠’로 부르면 부를수록, 며느리(차화연 역)와 둘째 손주며느리(윤진이 역)에게 욕을 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제가 극중에서 욕할 때 사람들이 참 찰지다고 그러대요? 제가 나쁜 년, 첩년 하고 말할 때요. 저도 상상 못했고 작가님도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야기 전개를 하다 보니 여건이 잘 맞아떨어진 거죠. 그런데 자꾸 촬영 분량이 많아지더라고요.(웃음)” 말 그대로 배우 정재순의 재발견이었다. 올해로 데뷔 51년 차. 지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로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거목과도 같은 중견배우였다. 긴 세월 각인되어온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해냈으니 박금병이 더욱 사랑받았던 것은 아닐까. 정재순은 딴생각 안 하고 배역을 즐겼다고 했다. “재미있었어요. 왜냐하면 치매 환자라는 배역 설정 때문에 오만 가지를 다 해봤거든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도 해보고요. 배우로서도 찾기 힘든 캐릭터였어요. 카타르시스도 느꼈고요. 특히 머리끄덩이를 있는 대로 낚아채잖아요.(웃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요령이 생기더군요. 치매 증세가 나올 때 특히 나쁜 사람들에게 바른 소리도 마음껏 하고 말이죠.” 극중 박금병의 인기는 인터넷을 치면 확인된다. 정재순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드라마에서 착장한 귀걸이며 사용한 안경테, 옷 등의 브랜드를 알 수 있을 정도.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젊은 시절을 주로 기억하는 치매이다 보니 빨간 립스틱에 화려한 색감의 옷도 입고, 짧은 점퍼에 토끼 머리띠는 물론 시니어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니크로스백도 수차례 바꿔 멨다.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 후배 연기자들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도무지 모르겠어요. ‘하나뿐인 내편’에 출연하면서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평생 들어도 차고 넘칠 만큼 들었어요. 귀엽대요. 제가요. 저는 원래 재미없는 사람인데요.(웃음) 배우는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순간순간 다른 인생을 살기 때문에 내 삶에도 도움이 되고요.” 그렇다고 그녀가 박금병 같은 강한 캐릭터 연기를 처음 해본 것은 아니다. KBS1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는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새엄마 역할을 했고,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배우 송승환과 연상연하 부부로 연기한 적 있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박금병이 인기나 화제성에서 단연 으뜸이다. 그녀는 최근 드라마와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KBS2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살면서 처음 나가봤어요. 우리 집안에 예능 PD가 있는데 출연 제의가 와도 안 나간다고 했거든요. 매니저 등쌀에 못 이겨 결국 나갔네요. 유재석 씨가 능력자더라고요. 나같이 재미없는 사람 앉혀놓고 잘 이끌더군요. 그날 ‘해피투게더’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하더라고요.” 데뷔 51년 차, 나를 돌아보다 스타 탄생 비화에 종종 등장하는 스토리. 정재순도 친구 따라 탤런트 시험에 응시했다가 얼떨결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1968년 TBC 8기 공채 탤런트로 합격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미술대학교 지원도 못하게 했는데 탤런트를 하겠다니, 부모님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지원군이 정재순 옆에 있었다. “저는 그때 대학 재수를 하면서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반대가 심해서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는데 당시 남자친구였던 제 남편의 부모님이 제가 탤런트 된 걸 너무 좋아하셨어요. 밀어줬다기보다는 ‘괜찮다’ 이 정도요? 그때 시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시댁에서 바람날 여자는 안방에 앉혀놔도 막을 수 없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힘과 용기를 내 방송사에 갔는데 세상에 아유…. 막상 닥쳐보니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끼도 없더라고요.” 간단히 말해 얼굴이 예뻐서 합격한 케이스였다. “괜찮은 여자 탤런트가 들어왔다고 방송사에 소문은 났는데 연기를 시켜도 뭘 할 줄도 모르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였거든요. 야외 촬영은 너무 싫었어요. 스튜디오 촬영은 얼마든지 했고요. 사람들이 와서 지켜보고 있으면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까 박금병이 같은 역할도 하고. 약간 뻔뻔해졌다고나 할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갔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연기자는 생각도 안 해본 직업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뭘 잘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방송사를 다니던 시절도 있었어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흐른 거죠. 51년 동안 인정받을 만한 작품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너무 아쉬워요. 이번에 ‘하나뿐인 내편’은 기억에 남겠죠.” 기다림이 만들어 준 또 다른 이름 화가 남들이 기억하는 작품이 많은 것보다 오랜 시간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온 것 자체가 더 대단한 결과가 아닐까? “그렇죠.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연기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매년 꾸준하게 몇 작품씩 들어와야 하는데 들쭉날쭉했어요. 그래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중고등학교 시절 그림대회에 나가 상도 많이 받아왔지만 부모님 반대로 포기해야만 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림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물감을 사 모으기도 했다. “집에서 혼자 수채화를 그리다가 본격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어린 시절의 은사를 찾아가서 배웠는데 체계적으로 공부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책도 찾아보고 공부도 하면서 미술공모전이 있으면 열심히 작품을 냈습니다. 미술계 유명한 공모전에는 거의 다 출품했던 것 같아요. 1991년에 첫 개인전을 할 때까지 응모했죠.” 그녀의 첫 개인전은 당대 히트작이었던 MBC 주말연속극 ‘배반의 장미’의 촬영 장소로도 쓰였다. “극중에서 제 배역은 속 썩이는 남편을 둔 재벌가 며느리였어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캐릭터였는데 ‘배반의 장미’를 집필하신 김수현 선생님이 제가 전부터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극이 끝날 때쯤, 전시회가 있다는 걸 아시고 전시회 신(scene)을 만들어주셨어요. 그 드라마에 나왔던 전시회 장면은 제 개인전 모습이었어요. 정말 감사했죠. 어느 연기자가 그런 배려를 받을 수 있겠어요.” 화가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어느새 그녀는 미술계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삶과 화가로서의 삶은 그 성격이 판이했다. “저는 연기와 그림을 병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림은 혼자서 작업해도 되지만 드라마는 40~50명이 같이 어우러져서 일하잖아요. 1996년도에 네 번째 전시회를 할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그때 한꺼번에 세 작품을 소화하는 중에 전시 스케줄까지 잡혔었거든요. 그 뒤 5년간은 드라마에만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다시 개인전을 연건 12년 만이었죠.” 요즘은 그림 활동을 안 하다시피 하니 화가 정재순이라는 말이 참으로 어색하다. 그래도 마음이 힘들던 시절에 자신을 위로해줬던 것은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시니어도 시간이 많다고 무료하게 지낼 게 아니라 취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기를 위해서도 주변 사람을 위해서도 좋더라고요. 드라마를 하면서 힘든 게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래도 그 힘든 세월 동안 그림이 있었으니까 많이 위로를 받은 거죠. 그리고 또 드라마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있잖아요.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림은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있지만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자꾸 소홀해지는 것을 느낀다. 긴장감도 떨어지고 말이다. “옛날같이 체력이 안 따라줘요. 예전에는 드라마와 그림을 같이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쉽지 않아요. 저는 비구상화를 그려요. 마음이 캔버스에 드러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담아낼지 고민이 없으면 절대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뭘 그릴까 계속해서 고민을 해도 작품이 나올까 말까예요. 누구도 함께할 수 없죠.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건 굉장히 행복하고 자유스러운 거예요.” 박금병이 때문에 김장도 못했다 한참을 드라마와 그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슬쩍 흘러갔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고. 나긋하게 깔리던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작년 말에 박금병이 역 하느라고 처음으로 김장을 못했어요. 살면서 거른 적이 없거든요. 매년 수산시장에서 젓갈이며 생선이며 사서 온 정성을 다해 담갔는데,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별미인데 참 아쉽네. 이번에 대사도 많고 스케줄도 빡빡했거든요. 그런데 김장을 안 하니까 여기저기서 주셔서 김치가 되게 많아요. 그래도 박금병이도 잘되고 드라마도 잘돼서 좋습니다.” 인터뷰 초반에는 몰랐는데 살림이며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에게서 발랄한 목소리의 박금병이 느껴졌다. 이제 드라마도 끝났으니 다시 정재순으로 돌아올 시간. 가발을 벗고 단장을 했는데 영 어색하다며 머리를 매만진다. “생각해보니 정식으로 할머니 역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엄마였다가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되는 역은 많았는데. 거기다가 치매 환자 연기까지 했잖아요.” 매일이 새로운 연기자 제대로 연기했다는 만족감을 준 배역을 묻자 주저 없이 “이거. 박금병!”이라고 대답하는 정재순. “저는 연기자를 그냥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자로서 다른 삶을 연기할 때 충실하게 살려내려고 노력했어요. 직업 정신으로요.(웃음) 부족함도 많고 잘 모르니까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새로웠던 거죠.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좀 부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우선 성격 강한 박금병이랑 헤어졌으니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주어진 역할은 뭐든지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원칙이니까 또 열심히 해야겠죠.” 앞으로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00세 시대잖아요. 시니어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치매 연기 같은 거 말고. 힘과 용기와 아름다움과 즐거운 취미활동 같은 것들을 전달해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화가로서 시간이 허락되면 내년쯤 전시회를 가져볼까 해요. 전시회 열면 초대할게요.” 인터뷰를 마치고 정재순이 곧바로 향한 곳은 ‘하나뿐인 내편’의 종방연 현장이었다. 플래시 세례 속을 ‘강기사 오빠’인 최수종 팔짱을 끼고 걷는 정재순을 인터넷 뉴스로 접했다. 데뷔 51년 만에 인생 배역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영원할 수 있었던 그녀만의 힘, 주어진 일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었다.
- 2019-04-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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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은 조작된다, 연극 ‘51대49’
- ‘살다 보면 잊는다’란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시간이 가고 나이 듦의 가치 중 하나가 ‘기억의 희석’일 게다. 무뎌지다 사라지기도 하고, 아련하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저장된다. 그것이 좋았건 슬펐건 간에 말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매일 쌓이는 것이 인생. 그렇게 흘러가기만 하면 좋으련만 뜬금없이 연극처럼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을 경험할 때가 있다. 길에서 누군가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과거의 나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한다. 상대는 전혀 알 수 없는 사건을 나열해 추억 소환에 애쓰지만 새까맣게 잊힌 사건들. 정황상 나일 수밖에 없기에 반갑게 이야기 해주는 상대방을 배려해 결국 동화(同化)의 과정에 빠져버린다. 함께 기억을 해내다 보면 잊었어야 했던 사건과 마주하기도 한다. 연극 ‘51대49(작·연출 오재균)’는 어린 시절의 사건 하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인생 중반을 넘어선 남자 배영광(윤상호 분)과 천진한(서삼석 분)이 만나는 공간은 낙엽이 깔린 어스름한 새벽녘 공원 벤치. 술에 취해 벤치 위에 잠든 배영광 옆으로 천진한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막이 오른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를 이기지 못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도 모자라 사생활 관리에 실패한 배영광은 팀원들과 마지막 회식을 하고 공원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세상 불쌍해 보이지만 이름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삶을 살던 잘나가는 여의도 증권맨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천진한은 과거 행적이 묘연하다. 남루한 옷차림의 천진한은 배영광의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친구인 척 대신 받는 돌발 행동을 한다. 배영광은 자신의 전화를 받은 것도 모자라 지갑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되자 천진한을 추궁하며 의심한다. 자신만의 확고함으로 상황을 재단하는 배영광에게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고 천진한이 정체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든다. 쉽게 기억해내기 어려운 옛 이야기 꺼내는 천진한. 그 속에서 배영광은 자신을 발견하지만 세월 속에서 인식했던 나와 다른 자신을 만나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목처럼 51%와 49%의 거짓과 잊혔던 기억, 진실이 오가고, 각각 51%와 49%에 속하던 두 남자가 실제와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글을 쓰고 연출한 배우 겸 연출가인 오재균이 실제 겪은 일화로 시작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와의 술자리가 이야기의 큰 틀이 됐다. “서삼석 배우처럼 생긴 친구였어요. 정말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만나자고 했습니다. 만나서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선망의 대상이었다면서 기억에 없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러다 술을 한잔 먹고 났더니 행동이 과격해지고 뭐가 꾹 눌러왔던 것들을 말하더라고요. 그 속에는 저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질투, 증오가 있었습니다. 연극의 중심 이야기는 허구로 꾸몄지만 헤어지고 난 뒤 생각했죠. ‘내가 뭘 잘못하고 살았을까’ 하고 말이죠.” 극단 놀터(대표 서삼석)의 여섯 번째 정기공연으로 오른 ‘51대49’는 작년 2월 초연 당시 ‘미투 사건’과 맞물리면서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40대와 50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배영광을 연기한 윤상호도 이런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작년에 놀터공방이라는 곳에서 초연을 했어요. 처음에는 남자 관객들이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남자들의 기억을 꺼내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남자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로 인해 여성 관객들은 또 다른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당시 상황을 생각했지 싶습니다. 여성 관객들이 많이 울더라고요.” 가벼운 말장난처럼 이어지나 싶던 두 남자의 대화가 점점 짙어지고 처절하게 변하면서 관객들이 맞닥뜨리는 감정에도 적잖은 파문이 일어난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학로를 대표하는 배우 윤상호와 서삼석의 호흡만으로도 볼만한 연극으로 회자된 작품 ‘51대49’. 연극이 끝나고 나면 그 고민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을 잊지 마시길. 나는 살면서 뭘 잘못했을까. 연극 ‘51대49’는 대학로 소극장 후암스테이지에서 4월 14일까지 공연된다.
- 2019-04-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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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석삼조’ 맞춤형 산책길
- 우리 동네 이름은 ‘숲속 마을’이다. 고양시에 속하지만 산과 들판에 둘러싸여 마치 시골 마을 같다. 나의 아침은 산책을 하면서 시작된다.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취미와 기술을 연마하는 장소로도 활용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나지막한 동산 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숲속 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흙길에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제법 울창해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집에서 출발해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산책길은 너무 한적해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는 머리끝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휴일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무리를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전용 산책길인 셈이다. 나의 아침 산책은 조금 남다르다.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아 그렇다. 물론 이 시간에 하루를 구상하고 앞으로의 삶을 디자인하는 건 다른 사람들과 같다. 내 산책에는 여기에 세 가지가 더 곁들여진다. 첫 번째는 하체 근력을 키운다. 아주 가파르지는 않아도 산길이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져 유산소 운동을 하기에 좋다. 나이가 들면 다른 운동도 요구되지만, 특히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허벅지 등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내 산책길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준다. 하체 근력이 요구되는 연령대에게는 최적의 코스다. 두 번째는 사진기술을 연마한다. 빼곡한 일정으로 사진 촬영을 위한 별도 여행이 힘든 상황이어서 작품을 만들고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날마다 같은 코스를 걸어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풍광이 다르고 나무와 꽃과 나뭇잎과 산새와 곤충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사진 소재가 풍부하다. 산책을 하며 취미활동을 곁들이니 다소 긴 시간이 흘러도 지루하지 않다. 중간중간 피사체를 붙들고 촬영에 몰입하면 걷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때도 있다. 세 번째는 발성 연습을 한다. 산책로 중간쯤 산울림이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저음, 중음, 고음 연습을 한다. 강의와 방송 그리고 가끔 아마추어 연극배우로도 활동해 목소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 시니어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어서 더 그렇다. 목소리 관리의 기본은 발성 연습인데 호흡이 기본이라서 맑은 공기가 흐르는 숲속이 좋다. 내 산책길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목소리를 높여도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일이 없다. 발성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나는 아침 산책을 하며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
- 2019-04-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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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문화캘린더
-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클래식) 2019 교향악축제 일정 4월 2~21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 17개 국내 교향악단,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이번 공연의 부제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으로 우리 클래식 음악을 세계에 알릴 젊은 협연자들이 교향악단과 동행한다. 또한 국내에서 초연되는 블로흐의 교향곡 ‘C#단조’도 감상할 수 있다. (연극) 패왕별희 일정 4월 5~1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출연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과 대만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싱궈(吳興國)가 중국의 대표 경극 희곡 ‘패왕별희’를 창극화했다. 동명의 영화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패왕별희’는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판소리와 다양한 음악의 결합으로 재탄생한 ‘패왕별희’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 이사오 사사키 벚꽃 낭만 일정 4월 6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이사오 사사키, 마사츠구 시노자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내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브리 영화 OST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츠구 시노자키와 함께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전시) 그림책NOW 일정 4월 12일~7월 7일 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의 다양한 표현과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안데르센상 수상자 이고르 올레니코프의 원화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98개국 1844개 작품이 응모한 2019 나미콩쿠르의 수상작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축제) 태안 세계튤립축제 일정 4월 13일~5월 12일 장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코리아플라워파크 태안 세계튤립축제에서는 튤립뿐만 아니라 수선화, 히아신스, 겹벚꽃 등 다양한 봄꽃을 만나볼 수 있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3만5000평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LED 빛이 반짝이는 야간 축제장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2019 일정 4월 26일~5월 12일 장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5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이자 국내 유일의 화훼 전문 박람회다. 실내정원과 야외 테마정원, 문화 공연 프로그램, 화훼 직판장 등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원당화훼단지’와 이원 개최된다. 박람회장에서 화훼 단지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농가 견학,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 2019-03-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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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부시게’ 속 ‘홍보관’, 주의하세요
- ‘국민 엄마’ 김혜자를 비롯해 정영숙, 장미자, 정진각, 전무송 등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월화극 ‘눈이 부시게’가 종영 3회를 앞두고 전국 기준 7.7%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11일 방영된 9회에서 사채 빚에 시달리던 김희원이 샤넬 할머니의 보험금 수혜자인 이준하를 폭행하고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이 공개돼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좋은 형으로만 알았던 김희원의 본색과 함께 ‘효자홍보관’의 실체 또한 드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드라마 초반부터 중요한 무대였던 효자홍보관은 지금까지 있었던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를 떠오르게 했다. 극 중 효자홍보관은 종이접기도 하고 노래와 율동을 하는 ‘노치원(노인들의 유치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건강식품을 비싸게 파는가 하면,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중간에 돈을 가로채는 등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 이런 사건은 드라마 밖 현실에서 시니어들 대상으로 자주 발생한다. 의료상품 사기뿐만 아니라 금융사기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회장 윤덕홍)가 금융사기 피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피해 사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교육을 대신 하기도 한다. 금융사기 예방 교육연극 '네놈 목소리'의 첫 장면이 바로 홍보관. 주름을 없앤다는 '다리미 크림'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구입했다가 사기당하는 시니어의 모습이 그려진다. 홍보관이 극 중에서 전반적인 금융사기 피해 현장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시니어들이 사기피해를 입는 곳이기에 작품 속에 녹여냈다. 작년 3월 금융위원회의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작년 한 해 약 7000여 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 교육을 해왔다. 오영환 사무총장은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시니어들에게 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면서 “금융사기 예방교육 2만5000명, 디지털 금융교육 6000명, 은퇴자산 관리와 생애설계 교육 2500명 등 약 3만 명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 2019-03-12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