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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독 간호사의 독일 황혼육아 “대중교통 100km 왕복해도 즐거워"
- 독일 파독 간호사 출신 영수 트램보우스키(83) 씨는 매주 월요일이면 초등학생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딸네 집으로 향한다. 트램보우스키 씨가 사는 함부르크에서 딸이 사는 뉘른베르크까지 기차와 버스를 타고 무려 100km를 이동해야 하지만,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힘든 줄 모른다는 그녀다. “딸이 학교 선생님이라 다른 워킹맘에 비해 퇴근이 이른 편입니다. 보통 2시 전후로 끝나죠. 그런데 손주들이 점심시간 전후로 하교하니까 그 사이에 봐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또 가끔 딸이 학회에 참여하거나 취미활동으로 오케스트라 모임에 가야 할 때 역시 제게 도움을 요청하죠. 딸네 집에 안 갈 때는 아들네 손주들을 돌보러 가기도 합니다.” 트램보우스키 씨는 딸 슬하 자녀 둘과 아들 슬하 자녀 넷, 총 여섯 명의 손주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돌보고 있다. 가장 큰 손녀인 파울라가 올해 23세이니, 예순 이후부터 20여 년간 황혼육아에 참여해온 셈이다. 여섯 손주를 본다 생각하니 노후의 여유가 있을까 싶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 또한 독립적으로 일궈내고 있었다. “주말마다 교회에 가야 하고, 여성회 모임도 있고, 매일 운동도 가야 해요. 손주 보는 것도 좋지만, 제 즐거운 노후까지 포기하며 매진하지는 않습니다. 자녀들도 항상 사전에 시간을 두고 스케줄을 알려주는 편이고요. 아주 가끔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할 때도 제가 할애 가능한 선에서만 도우려 하고 있어요.” 20년 동안 손주들을 돌보면서 황혼육아를 대가로 자녀들에게 받은 보수는 전혀 없다. 오히려 금전적 지원은 그녀가 더 하는 편이다. “남편이 은행원으로 은퇴했고, 저도 간호사로 오래 일한 덕분에 연금과 노후 자금이 넉넉한 편이에요. 애들한테 나가는 돈은 말도 못 해요. 매달 여섯 손주 보험료도 내고 있고, 갈 때마다 큰 손주들은 용돈도 주니까요. 작은 애들 저금통에도 꼭 얼마씩 넣어주고 옵니다. 자식들이 따로 금전적으로 신경 써주지는 않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가끔 손주들이 제게 편지나 선물을 주는데 그게 넘치는 보상이 되죠.” 트램보우스키 씨는 손주들을 일컬어 노후의 선물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오히려 최근에는 손주들이 장성하며 그녀가 도움을 받을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남편이 치매로 세상을 떠났는데, 손주들마저 돌보지 않았다면 노후가 많이 적적했을 거예요. 요즘은 심심하다고 하면 손주들이 와서 놀아주기도 해요. 친구처럼 문자도 주고받고,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처럼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보면 앞으로는 제가 손주들의 돌봄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든든합니다. 노후에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자산이 있을까요?” (현지 취재=독일 함부르크)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1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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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정부, 부족한 요양 인프라에 ‘프레일’ 산업 키워
-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1947~49년생)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기는 시점은 2025년. 이때 일본의 고령화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 비용 증가, 간호 인력 부족 등으로 일본 정부는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 스스로 관리해 간호받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도록 예방하자며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가 75세를 넘는다는 건 단순히 일본 인구 중 고령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신체와 정신 활동이 급격히 저하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요양이 필요한 상태에 다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사회보장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 2022년 일본의 의료, 간호,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관련 비용은 36조 200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75조 4000억 원이다. 2022년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게다가 일본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평균 3.5명인데, 일본은 2.4명 수준이다. 후생노동성은 2040년 일본에 필요한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수는 1070만 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974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령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의료 인력은 줄어들어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 비용 줄이고 인력 보충하고 후생노동성은 정책적으로 의료 비용 줄이기와 부족한 의료 인력 보충, 국민 개인의 관리로 간호 필요 시점 늦추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리필 처방전’ 제도를 시행했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고령자라면 같은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매번 의사의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처방전만 받아가는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2014년부터 해당 제도의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의료 인력 확충에도 집중하고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은 영주권 또는 정주자 비자, 유학생 비자, 기술 실습생 비자, 특정 비자 1호를 소지한 외국인을 간호보조자로 채용해 보충하고 있다. 앞으로는 간호사·약사 등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의사의 업무를 분담하는 ‘태스크 셰어’와 업무 중 일부를 간호사에게 일임하는 ‘태스크 시프트’ 등의 의료 개혁 부분을 2022년 후생노동백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의료법은 의사, 간호사, 약사의 업무 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해두어 업무 공유가 불가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약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고, 영국과 스웨덴은 어떤 조건에서 간호사가 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직종 간 다툼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사회는 간호사 등이 의사의 일부 업무를 공유해야 한다 하더라도 의사의 관리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셀프 관리로 간호 늦추는 ‘프레일’ 후생노동성은 간호의 대상이 되기 직전, 관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대상을 ‘프레일’(フレイル)이라 정의하고 ‘개호(요양 혹은 간호) 예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프레일은 영어 ‘Frail’로 ‘노쇠한, 허약한’이라는 뜻이다. ① 체중 감소(6개월간 2~3kg 이상 감소) ② 악력(근력) 저하 ③ 피로감(최근 2주간 어쩔 수 없이 지치는 느낌) ④ 보행 속도 ⑤ 신체 활동 등의 평가 기준에 따라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프레일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의 10%인 약 360만 명이 프레일이라고 추정한다. 정부는 프레일 고령자를 관리함으로써 ‘개호 예방’ 효과를 얻으려 한다. 개호 예방이란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를 가능한 한 늦추는 일이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노인의 운동 기능이나 영양 상태 개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 기능 개선이나 환경 조정을 통해 개별 노인의 생활 기능이나 사회 참여를 높여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고령 인구의 건강을 관리하는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이 강조되면서 식품 시장에서는 단백질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고령자 전용 헬스장, 찾아가는 이동 트럭 슈퍼마켓 등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 2022-11-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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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평등한 디자인이 스마트 시티 만들어”
- 유니버설 디자인 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화장실·보행길을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 때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인 구유리 홍익대학교 서비스 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총체적인 과정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 디자인의 주요 대상이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면,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구 교수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디자인 철학을 새롭게 깨우쳤다. 디자인이란 미적·상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구 교수의 디자인 철학은 자연스럽게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연결됐다. “저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학문이 아닌 철학으로 접근했어요. 그리고 그 철학에 접근하는 저의 스킬이 서비스 디자인이란 거죠.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그냥 학문으로 접근했다면 형식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지키는 정답의 디자인, 전형적인 타입의 디자인을 했겠죠. 그런데 저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니즈에 맞게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제가 관심을 갖고 많이 만난 사용자가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메이저 대상으로 바라보는 장애인과 노약자였던 거죠.” 유니버설 디자인을 말하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하나 보여줬다. 담장 너머의 축구 경기를 보려고 하는데, 키가 작은 사람은 경기를 보기 힘든 상황.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담장을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더 나아가 아예 담을 없애고 펜스를 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형평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누군가는 노인에게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노인이 겪는 불편함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다. 노인 입장에서 볼 때 형평성과 평등은 배려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에 편견을 갖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구 교수는 “굉장히 좁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도 있고, 정보 습득이 느린 사람도 있죠. 노인이 되면 그런 요소가 많아지고 눈에 두드러지는 거고요. 그래서 노인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다 보면 모두가 편리하고 포용성 넓은 디자인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요즘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고, 정의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구유리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시설뿐만 아니라 작은 변화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교수가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본상을 수상한 ‘스트레스프리 지하철을 위한 서비스 경험 디자인’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구유리 교수는 시민들이 겪는 지하철 스트레스를 조사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솔루션을 적용했다. 2·4·5호선이 모여 있어 복잡한 역사 내에 환승 구간 천장, 바닥, 벽면에 각 노선별 컬러로 화살표를 그렸다. 또한 혼잡 구간임을 알리는 스크린 도어 그림, 개찰구 근처의 ‘카드를 준비하라’는 메시지 등을 직관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실제로 디자인 적용 이후 시민들이 헤매는 시간이 6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구유리 교수는 최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두경부암 환자를 위한 도움 책을 만들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구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들과 의사들을 직접 만나 통증, 수술 과정, 재활 과정까지 파악한 후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활용하고 글을 줄였다. 또한 다양한 색으로 각 파트를 분리하고 집중도를 높였다. “두경부암 환자는 노인이 많은데, 수술을 하면 말을 하기 힘들어지니까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와 환자가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을 시각화해서 만들었죠.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 중에서도 노인분들에게는 직관적인 이해, 정보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마트 도시를 꿈꾸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비용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건물이나 시설을 만들려면 복잡한 계획 수립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사 기간은 두 배로 길어진다. 구유리 교수는 “처음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무장애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유리 교수는 완성형 도시의 형태인 ‘스마트 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시대가 열리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형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중요해진다고 짚었다. 구 교수는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설계할 것이냐가 제2의 과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분들은 보통 이동성의 제약이 많죠. 그런데 단순히 턱이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안전한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만남의 장소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하죠. 이렇게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에 접근하는 시도가 늘어날 거예요. 건축, 환경, 인프라,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유리 교수는 지난해 국립재활원의 의뢰를 받아 미래 도시의 노인과 장애인의 삶을 설계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노인 4명의 캐릭터를 만들어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 디자인했다. 많은 대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니즈를 반영했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스마트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죠. 스마트 글라스는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것인데, 길 안내도 해주고 위험한 상황도 감지해 알려주죠. 혼자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도 알려주고요. 기술자분들이 보기에는 이미 기술이 나와 있으니 대단한 얘기가 아닐 거예요. 그런데 사용자는 뭐가 있는지,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구유리 교수는 디자이너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는 기술과 정책을 이어주는 동시에 그것들이 실현되고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한다. 구 교수는 “완성도가 낮지 않고 설득이 가능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콘셉트만 존재한 채 정책화되지 않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디자인은 사용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서 “사회 서비스 정책과 사용자의 삶의 경험이 최대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정책적인 지원도 확산되고 있죠. 이 기회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히 무장애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와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그 개념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하나예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매우 포용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 2022-11-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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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처럼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 있어야”
- 고령소비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전략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 포럼”이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고령 금융 소비자의 금융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금융과행복네트워크가 주관하고 윤영덕ㆍ민병덕 국회의원실이 주최했다. 지난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18%에 달한다. 2025년에는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금융을 이용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자연히 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의 금융 피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1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약 612억 원, 피해 건수는 1만 2천 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의 약 41%에 해당한다. 2022년 상반기 피해 건수도 8600여 건을 넘어가며 전체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윤덕홍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기 전 노인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노인 금융 피해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직도 구체적인 자료와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아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번 포럼이 선진국형 노인 금융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 사기뿐 아니라 고령층에 대한 경제적 학대, 금융 착취,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 다양한 유형의 금융 피해 위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령층을 보호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고령층 보호제도 현황 실태조사와 법령 개정 방향에 관한 업계 의견 수렴,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구성 지침 마련, 고령층 맞춤형 교재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및 현장 교육 등으로 고령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적 예방 가장 중요한 ‘금융 착취’ 금융 착취가 일어나는 이유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금융 자산 비중은 늘지만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디지털 정보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많아지면서 노인 학대가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경제적 착취나 학대 피해가 일어날 경우 사회적 추가 지출은 연간 약 6750억 원(영국의 연구 결과)에 달한다. 게다가 금융착취는 회복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따라서 금융 착취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국가별로 다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사회 관점, 부모 재산에 대한 자녀 권리 인식 등이 문화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금융 착취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아직 금융 착취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자신이 금융 착취를 당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포럼에서 “고령자 금융 착취 예방 전략과 실행 방안” 주제 발표를 맡은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금융 착취 예방을 강조하며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노인의 경제적 학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을 때,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권에 어떤 지침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노인 피해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착취 자체에 대한 실태 조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 착취의 범위와 개념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잘 정의해서 법과 행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착취는 간호인이나 시설 관계자 등에 의해 많이 발생할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7~80%가 배우자나 자녀에 의해 발생한다.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이나 연금을 대신 관리해준다며 통장과 도장을 가져가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주택을 자산으로써 활용할 수 없도록 제지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부모에게 부여된 역할이 있다는 인식, 부모의 재산이 곧 자녀의 재산이라는 생각이 강해 실질적 신고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실제 금융 착취에 관한 조사나 통계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자 금융 착취를 민형사상의 문제로 취급하며, 별도의 규제를 만들었다. 자율적이긴 하지만 금융 관계자에게 적용되는 강제적 신고 의무 등을 제안하는 가이드라인도 있다. 정 의장은 “경제적 학대, 금융 착취는 앞으로 우리 삶을 얼마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와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금융 착취를 당하면 절망감과 우울감에 빠져 일상으로의 회복이 몹시 어렵고, 이를 돌보기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신고 의무 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 간의 연계가 잘 돼야 금융 착취 대응 체계가 잘 이뤄진다”면서 “무엇보다 현황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지원 강화, 금융 착취 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 센터 마련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고제와 같은 방법으로는 금융 착취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금융 당국에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협력하며, 고령자 스스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국가들의 공통 과제 '고령자 금융 피해 예방' 우리나라는 2020년 금융 당국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법(이하 금소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진행중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 금융 소비자의 피해에 관한 현황이나 실태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법을 만드는데 있어 기준이나 범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고령화를 겪고 있는 글로벌 국가의 공통적인 과제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나라도 고령 소비자의 금융 피해에 관련해 법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금융 관련 범죄 중 고령층에 대한 금융 착취 의심 활동을 보고하도록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오랜 시간 관련 제도를 순차적으로 수립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 사기의 경우는 대응에 관한 명확한 제도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금융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한 고령 친화 서비스 제공, 이에 대한 임직원 교육, 의심 거래 발생 시 관련 당국으로의 보고 권고 등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영국의 경우 고령자 금융 착취 관련 금융 기관의 신고 의무는 없다. 나이로 구분하기보다는 인지 능력, 건강 상태 등의 취약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고령층에 국한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 학대와 금융 지급 수단을 이용한 금융 억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자율 규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포럼에서 “고령자 금융피해 유형 및 피해방지를 위한 쟁점과 대응방안” 발표를 맡은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여러 국가에서 마련되고 있는 제도의 핵심 쟁점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의심 금융 거래를 보고하도록 할 것인가 ▲보고를 넘어 관련 기관에 신고하도록 할 것인가 ▲당사자나 관련인에게 이 내용을 통지하도록 할 것인가 ▲국민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산 보호 조치를 위하기 위한 이체 지연 등의 권한을 줄 것인가 ▲이런 일을 해야 할 금융기관 직원에게 면책권을 줄 것인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관에 과태료 등의 제재 수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착취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금융기관이 이를 통제할 권한을 가질 경우 분쟁의 소지가 많다”면서 “고령 피해자의 경우 대면 거래에서 파악되는 경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직원에게 부여될 면책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며, 면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관이나 피해자에게 이뤄지는 통지, 이체 지연이라는 권한, 직원 면책 부분이 하나의 패키지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자유 형식으로 할 것인지, 강제적으로 진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가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 의무를 적용하는 것은 새로운 측면일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피해 고령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살펴볼 만큼의 연구가 되어있지 않아 법제화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으로 보호할 영역이 금융회사를 통한 거래만을 포함할 것인지, 금융 피해에 금융 학대나 금융 사기까지도 포함할 것인지, 법을 개별적으로 만들 것인지 금소법 개정안에 포함할 것인지 등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당부했다. 영국의 경우 금융 학대와 금융 사기를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으며, 미국은 금융 사기에 대해서는 보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피해 사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피해 현황을 식별하는 작업을 우선할지, 광범위한 기준으로 법제화를 먼저 한 뒤 자료를 모을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내용을 다각도로 고민해 고령층의 금융 피해를 효율적으로 억제해나갈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2022-11-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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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노인 등 가족 위한 사회정책 韓-英 컨퍼런스 개최
- 코로나 이후 가족을 위한 사회정책적 지원 주제로 2022 한-영 연구교류 국제 학술대회가 중앙대학교에서 28일 개최됐다. 영국 더비대학교,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단계 BK교육연구팀이 공동주최했다.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일과 돌봄 노동', '웰빙, 예술&테크놀로지', '아동과 복지', '범죄 중단' 4가지 세부 주제로 마련됐다. 첫날 행사에서는 고령층 관련 주제도 다뤄졌다. 박상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과 돌봄 노동' 주제 중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가족 돌봄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정기준(장기요양 등급 보유, 지역적 한계 등) 부합 대상에게 가족요양비를 지급하고 그 수급자를 가족이 돌보거나,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서비스노동에 대한 급여를 정산 받는 경우 둘로 나뉜다. 박 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돌봄 사회화의 초석이나 가족의 직접 돌봄에 대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족요양비는 높은 기준과 낮은 급여 수준, 가족요양보호사는 서비스 질에 관한 부족한 관리 감독 탓에 형평성 제고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보험 내 비공식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족요양보호사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며 "결국 가족요양비와 가족요양보호사 제도를 통합한 서비스 제공 방식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수완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위한 지방 정부의 기술 기반 돌봄서비스: 현황, 쟁점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정신 건강의 저해, 고독사,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원인으로 돌봄 서비스는 더욱 주목받았다. 정부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필두로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응급안전 안심 서비스는 최신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한 장비를 홀로 사는 노인·장애인 가정에 설치해 화재, 가스, 활동량 등을 확인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돕기 위한 시스템이다. 다만 기기의 낙후, 정서 지원 및 건강서비스와 같은 기능의 제한, 센서에 의존한 단편적인 기술, 정부와 지자체 서비스의 중복 등 여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교수는 "지역 사회의 돌봄이 중요해지면서 그 대상이 더 이상 취약계층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며 "여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한 복합 서비스 구축,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질 개선, 민관의 협력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스마트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2 한-영 국제연구교류 국제학술대회는 '아동과 복지', '범죄 중단 주제'로 29일 10시부터 4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2022-10-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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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모가 말하는 황혼육아 “정부지원 현실반영 부족해”
- 지난해 서울특별시교육청 공식 유튜브에 ‘조부모참견시점’이라는 교육 콘텐츠가 올라왔다. 손주 육아를 위해 배움을 마다치 않는 요즘 조부모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기본적인 육아 방법부터 인성 교육, 소통 기술 등을 비롯해 조부모의 심신 건강 솔루션까지, 손주 돌봄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황혼육아 프로그램과 더불어 참여자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취재 협조 및 장소 제공=광진구육아종합지원센터 ◇황혼육아 그룹 인터뷰 참여자들 ㆍ최영숙(63) 6살, 2살 두 명의 손주를 함께 케어하는 육아 베테랑이다. 노후에 다소 여유로워진 시간을 육아로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위해 손주 돌봄에 할애하기로 했다. ㆍ김혜경(74) 손주의 등교 전, 하교 후 부모의 돌봄 공백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오히려 요즘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주에게 배우는 점도 많단다. ㆍ송영희(68)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우려돼 직접 손주를 돌보게 됐다. 자신 역시 과거 자녀들을 조부모에게 맡겼던 경험이 있다. ㆍ윤옥경(64) 맞벌이인 아들과 며느리를 돕기 위해 2년 전 황혼육아에 뛰어들었다. 남편 또한 교육에 관심이 많아 함께 손주 육아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 및 민간 기관 등을 통해 조부모를 위한 교육이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부모와 아이 대상 프로그램 위주였던 광진구육아종합지원센터의 경우에도 올해 황혼육아 대상자를 위한 특별 수업을 열었다. 송영희 씨와 윤옥경 씨가 참여한 7월 ‘지혜로운 조부모의 육아법’을 시작으로 9월 ‘즐거운 조부모 놀이법’ 등을 펼치며 지역 조부모들에게 유익한 강의로 호평을 얻었다.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손자녀 개월 수에 따른 놀이법’, ‘오감발달 신체 놀이법’ 등 아이들을 위한 부분도 있지만, ‘스트레스 없는 손주 육아 비법’, ‘조부모의 몸과 마음 챙김’ 등 조부모를 배려한 구성도 눈에 띈다. 최영숙 씨가 참여한 ‘손주돌보미 양성교육’의 경우 구 단위로는 유일하게 조부모 교육과 더불어 이수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총 25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매달 30만 원을 지원받는다. 올해 교육은 총 11과목으로 ‘영아 발달의 이해’를 비롯해 ‘베이비 마사지’,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 ‘아동 인성지도 및 성교육’ 등으로 다채롭게 마련됐다. 김혜경 씨가 참여한 강남구 못골도서관의 ‘황혼육아 마스터 프로젝트’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조부모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6월부터 9월까지 운영했는데, 도서관이라는 특성에 알맞게 그림책을 활용한 육아 기법을 전수했다. 아울러 창의 미술, 음악 놀이, 오감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조부모의 뇌 건강과 인지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수강생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Topic 1 황혼육아 프로그램 및 정책 Q 황혼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는무엇인가요? 옥경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육아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남편도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나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혜경 남편이 치매를 앓고 있어서 손주 돌보는 시간 외에는 남편을 케어했어요. 근래에 남편이 데이케어 센터에 다니면서 내 시간이 좀 생겼어요. 덕분에 도서관에도 가고 거기서 하는 황혼육아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희 저희 아이들도 조부모님 손에 컸어요. 그 영향인지 다들 예의도 바르고 인성도 훌륭하게 잘 큰 것 같아요. 저도 우리 손주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정보를 보던 중에 강의도 듣게 됐습니다. Q 황혼육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희 조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육아 교육은 참 좋다고 생각해요. 무슨 교육이 있다고 하면 필히 가보고 싶고, 알고 싶어요. 우리 손주를 어떻게 관찰하고 육아를 해야 할지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잖아요. 다만 기간이 조금 짧다고 생각해요. 한두 번으로는 부족해요. 영숙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홍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주면 사람들도 많이 올 테고, 같은 입장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겠죠. 그리고 EBS 같은 공영채널에서 손주 연령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줬으면 좋겠어요. 혜경 저희 손주는 초등학생이에요. 요즘 교과서는 옛날과 다르게 수준이 많이 높아졌더라고요. 우리 애 숙제라도 도우려면 내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죠. 물어보는 데 모른다고만 하면 대화 자체가 안 되니까요. 육아 교육이 아니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지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도 많이 만들어줬으면 해요. Q 구체적으로 원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 더 있다면요? 영희 이론 교육도 좋지만 몸으로 하는 놀이를 알려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과거 세대가 즐겼던 오자미(헝겊에 콩이나 모래를 넣어 만든 주머니) 던지기 같은 것은 우리 세대도 재밌고, 손주들에게는 새로울 테니 그 나름대로 즐겁잖아요. 옥경 저희 집 애도 요즘 오자미로 촉감 놀이를 하고 있어요. 그게 아이들 발달에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Q 서울시 육아 조력자 수당에 대해 알고 있나요? 영숙 손자 손녀를 안 봐주려는 조부모들도 있는데, 수당을 준다고 하면 아무래도 자녀를 도우려는 사람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혜경 수당이 얼마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지원해주는 손주 연령대가 너무 낮은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육아 부담은 더욱 커지는데 말이에요. 영희 육아 수당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들을 신경 써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봐요. 더불어 이 정책을 모르는 분들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육아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옥경 수당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는데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준다고 하면 받아야죠. Topic 2 우리들의 황혼육아 Q 어떤 방법으로 육아 정보를 얻나요? 옥경 주로 유튜브나 책을 참고해요. 사례도 다양하고 전문가 의견도 많거든요.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적어 요약본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주기도 했어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항상 그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영희 저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많이 봐요. 오은영 박사님 말씀은 항상 육아에 도움이 돼요. Q 내가 하는 육아 방식을 자녀가 틀렸다고 지적한다면? 옥경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 아이들 정서 발달에 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애들 엄마, 아빠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부부들이 똑똑해서 잘못된 정보로 육아하지도 않고요. 영희 우리 세대의 방식을 고집한다고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자녀를 키울 때는 ‘안 돼’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 박사님이 부정적인 언어는 아이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하시는 걸 봤어요. 옥경 맞아요. 내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그 고집에서 갈등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그냥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빨리 고치는 게 서로한테 좋다고 생각해요. Q 자녀를 육아할 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옥경 자녀를 키울 때는 제가 주 양육자여서 그런지 여유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부 양육자니 부담이 덜하고, 내 생각대로 하는 게 없어서 오히려 편해요. 손주도 너무 예쁘고요. 부모 자식 간 관계도 예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혜경 젊을 땐 직장 생활을 했으니 거의 방치하면서 아이들을 키웠어요. 늦게 퇴근해서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하고. 애들 볼 때마다 미안해요. 손주 육아를 할 때는 제 주관을 고집하기보다 자녀들이 부탁하는 방식대로 해주죠. 영숙 저는 애들을 굉장히 엄하게 키웠어요. 바르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손주들에게는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자식들이 손주를 혼내는 것 같으면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편이에요. 영희 다들 그때는 부모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서툴 수밖에 없었죠. 영숙 사회적 분위기도 그랬어요. 우리 세대는 자식들에게 ‘뭐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쳤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손주가 저 나이쯤 되면 해야 하고 밟아야 할 단계가 있는데 말이죠. 자녀들은 아이가 하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이에게 의견을 묻더라고요. 억지로 시키려고 애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나요. 옥경 지금은 할아버지들도 손주 돌보는 데 참여를 많이 하잖아요. 영희 맞아요. 우리 손주는 요즘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남편한테 “할비, 할비” 하면서 그렇게 할아버지를 따라다녀요. 그러니까 남편도 손주를 더 예뻐하죠. Q 손주를 돌보면서 즐거울 때는 언제였나요? 혜경 우리 할머니 항상 고맙다고 편지를 써주더라고요. 뒤쪽에 그림도 열심히 그려가지고. ‘어른돼서 맛있는 것 사드릴게요’라는 문구도 너무 기특했어요. 그걸 코팅해서 아직도 가지고 있죠. 영희 우리 손주가 “할미, 할미” 하면 피곤했던 것도 싹 가셔요. 애 돌볼 맛 난다 싶어요. 물론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때도 있어요. 삶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어요. 그래도 좋은 일이 많으니 행복하게 지내려고 해요. 영숙 저도 같은 맥락인데요. 손주가 제 얼굴을 보고 반갑다며 팔짝팔짝 뛸 때 너무 예뻐요. 옥경 편지는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10-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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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같은 내 손주’ K-조부모의 요즘 육아
-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0~12세 자녀를 키우는 서울시민 2005명 대상)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84.7%가 돌봄 기관을 이용해도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맞벌이 가구의 주요 돌봄 조력자(중복 응답)는 ‘조부모·기타 친족·이웃’(영유아기 56.9%, 초등기 41.7%)이 가장 많았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조부모’라는 의미다. 인생 2막을 손주 육아로 시작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각 가족, 그리고 조부모 사이에서 황혼육아는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돌봐요 성역할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꾸리는 데 남녀 역할이 따로 없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전국 4490가구, 8358명 대상)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완화되고 있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2.1%에서 29.9%로 떨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에 대한 동의 비율은 17.4%로, 6년 전 2016년의 53.8%에 비해 큰 감소세다. 이러한 흐름은 조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경기, 인천 거주 만 55세 이상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할아버지가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여성이 아이 돌봄 노동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 스마트해진 조부모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돌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양육의 주체가 부모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의 발달 상태와 성향에 따른 맞춤형 육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부모 역시 관련 교육을 수강하거나 책, TV 등을 통해 ‘요즘 육아’를 공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해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라인을 통해 육아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추세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서도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해 육아 정보를 얻는다는 조부모가 대부분(72.7%)이었다. 최근 인기 있는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TV 프로그램을 찾아본다는 이는 48.6%에 달했다. 잡지나 책 등 인쇄 매체를 이용한 정보 습득은 30.9%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손주 돌봄은 부모와 조부모의 화합이 중요하다”며 “서로 양육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손주 육아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의 ‘부모’가 아닌 ‘조부모’임을 잊지 않아야 하며 아이의 안전, 식사, 수면 등 최소한의 역할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손주 사랑도 통 크게! 현재 조부모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구매력이 막강하다. 과거의 조부모 세대와 달리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소비자 정책 동향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가구당 평균 387만 원으로 전체 소비자 월평균 소득의 약 66.5%에 이른다. 지출 역시 약 261만 원으로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할 때 전체 소비자의 82.4%에 이르는 수치다. 고령자 세대에 새로 편입한 조부모들은 스스로가 활동적인 소비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력한 구매력으로 손주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장난감 시장의 ‘큰손’ 역시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이 2018년 장난감·교육 완구·인형 등 어린이날 대표 선물 품목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 구매량이 3년 전보다 품목별로 최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4월 한 달 동안 장난감 전체 품목에 대한 50~60대 구매량 또한 2015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구매 신장률이 7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41%로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마음 못 따라가는 체력 자녀를 돕기 위해 손주를 맡아주는 일이 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 이른바 ‘손주병’을 호소하는 조부모도 증가했다. 이미 한 번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손주를 돌보는 데 능숙할 수는 있지만, 자녀를 기르던 당시와는 달리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을 터. 황혼기에 접어드는 조부모는 육아 과정에서 아이를 안고 눕히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며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손목 스트레칭과 보호대 착용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더불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있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평소보다 2.5배에 달하는 압력이 전달된다. 여기에 10kg 이상 되는 아이를 업고 있다면 하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깨워주고, 연골에 좋은 음식 및 영양제를 챙기면 더욱 좋다”며 “한방에서는 연골 보호를 위한 약재로 모과를 쓰는데, 이는 무릎 연골 보호 및 뼈 건강, 근육통 완화에 효과를 보인다”고 조언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10-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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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10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사진전 일정 8월 4일 ~ 11월 13일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사후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뉴욕 출신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사진전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유럽 투어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비비안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사진 270여 점과 생전 사용했던 롤라이플렉스, 라이카 카메라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이어가 1959년 필리핀·홍콩·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최초로 공개됐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간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으나, 생전에 그녀의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마이어는 영화감독 존 말루프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말루프는 2007년 마이어의 사진 필름 뭉텅이를 경매장에서 헐값에 사들인 후 2년간 방치하다 사진 일부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네티즌은 그녀의 사진에 열광했다. 이후 마이어는 전시회·사진집을 통해 명성을 쌓았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책과 영화가 나왔다. 마이어의 이야기는 영화 ‘캐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셔터를 누른 마이어는 ‘거리의 사진가’로 불린다. 그녀의 사진에는 위트, 사랑, 빈곤, 우울, 죽음의 이미지가 섞여 있고,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다. 마이어는 ‘셀피(Selfie)의 원조’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찍었기 때문이다. ◇이승조 개인전 ‘LEE SEUNG JIO’ 일정 9월 1일 ~ 10월 30일 장소 국제갤러리 ‘파이프 화가’로 불리는 이승조(1941~1990)의 개인전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도한 작가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롭게 조망한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이승조는 가족과 함께 남하했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브는 ‘파이프’ 형상이다. 캔버스에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 시각적 일루전(환영)을 만들어내는데, 파이프가 연상된다. 작가의 회화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평면성과 입체성,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다. ●Book ◇슬픔이 택배로 왔다(정호승·창비) “50년 동안이나 이 험난한 세월을 시를 쓰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가 출간됐다. ‘당신을 찾아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열네 번째 시집으로, 올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 더욱 뜻깊다. 이번 시집에는 ‘죽음’에 대한 정호승 시인의 사유가 유독 돋보인다. 시인은 죽음을 새로운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낙과(落果)’), “죽고 싶을 때가 가장 살고 싶을 때이므로/ 꽃이 질 때 나는 가장 아름답다”(‘매화불(梅花佛)’)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모닥불’)고 말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비움’을 제시한다. 시인은 “빈 의자는 비어 있기 때문에 의자”(‘빈 의자’)이고, “빈 물통은 물이 가득 차도 빈 물통”(‘빈 물통’)이며, “빈집은 빈집이므로 아름답다”(‘빈집’)라고 말한다. 담담한 어조로 적어 내려간 시인의 일화들 또한 감동적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낸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회한(‘어머니에 대한 후회’)과 나를 꾸짖을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서럽게 깨닫는 장면(‘회초리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신아연·책과나무)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 독자와 스위스까지 동행한 기록을 담은 철학 에세이다. 독자의 죽음을 배웅하고 돌아온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준·김영사) 신라면, 요플레, 에비앙 생수 등 일상에서 사랑받는 제품들은 치열한 경쟁의 생존자다. MBC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 ‘돈슐랭’의 진행자 김영준은 F&B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법을 밝힌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장편 소설이다. 섣달그믐 밤 노인 세 명은 함께 목숨을 끊는다. 이 죽음을 계기로 남겨진 자들의 일상도 새롭게 펼쳐진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10월 6일 ~ 11월 13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오경택 출연 오영수, 박정자, 배종옥, 장현성 ‘러브레터’(LOVE LETTERS)는 두 주인공 멜리사와 앤디가 5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특히 배우 오영수와 박정자, 배종옥과 장현성이 커플 호흡을 맞출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영수와 박정자는 1971년 극단 자유에서 처음 만나 50년 이상 돈독한 우정을 이어온 연극계 동료다. 장현성과 배종옥은 꾸준히 연극무대를 병행해온 실력파 배우들로, ‘러브레터’를 통해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냈다. 오영수와 장현성은 멜리사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이며 와스프(WAST,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고 불리는 슈퍼 엘리트 ‘앤디’ 역을 맡아 연기한다. 박정자와 배종옥이 연기하는 ‘멜리사’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자유분방한 예술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일정 11월 8일 ~ 2023년 2월 26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연출 박소영 출연 최호중, 김도빈, 성태준, 조성윤, 박정원, 김현진, 김리현, 김기택 등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드(Creative Minds)에 선정된 후 2013년 초연했다.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무인도에 표류된 남북한 병사들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을 펼치며 융화되어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히스토리 보이즈 일정 10월 1일 ~ 11월 20일 장소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김태형 출연 오대석, 정상훈, 박은석, 김경수, 안재영, 이지현, 견민성 등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극작가 앨런 베넷의 대표작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지방의 한 공립 고등학교 대학입시 준비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이번이 6번째 시즌 공연이다. 인생을 위한 공부를 추구하는 문학 교사 ‘헥터’ 역에는 2019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열연한 오대석과 함께 정상훈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옥스퍼드 출신의 역사학 교사 ‘어원’ 역은 김경수·안재영과 재연부터 5시즌까지 ‘데이킨’ 역으로 참여했던 박은석이 출연한다.
- 2022-10-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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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처럼 따뜻한, 모나코와 칸의 햇살
- 니스에 머물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 중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모나코와 칸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로 한 시간 이내면 모두 가능한 거리여서 누구나 당연히 여행 코스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꼭 니스가 아니어도 근교의 생폴드방스나 에즈빌리지에서도 연결되는 교통편이 있으니까 알뜰한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니스 일주일 살기가 끝나간다. ◇모나코(Monaco) 모나코에 대해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부터 그레이스켈리의 모나코에 간다는 기분이다. 모나코행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는 줄이 의외로 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쯤 달린 버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가까운 수도권 도시 어드메쯤 온 듯하다. 니스 역에서 기차를 타도 30분 남짓 가까우니 잠깐 교외 나들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관광 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과 넘치는 볼거리가 금방 압도한다. 여긴 미국의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다. 모나코는 국경선 길이 4.4㎞, 면적 1.95㎢., 로마 바티칸시티(0.44㎢)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소국이다. 1297년 1월 8일에 독립한 나라로 프랑스 남동부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몬테카를로가 가깝다고 했지만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몬테카를로...”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쪽으로~”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의 당연한 손짓이 이 작은 나라의 주 수입원이 국제 중계무역과 카지노 산업이라더니 이렇게 체감시킨다.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에 있는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에는 주민인듯한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모습이다. 몇 걸음쯤 더 걸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카지노 몬테카를로(Casino De Monte-Carlo)가 보인다. 그 옆의 노천카페엔 모나코를 즐기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게 뭐라고 무수한 저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도박을 하는 건축물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설계했던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덕분에 고급 사교장 느낌이다. 카지노 앞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 자동차 전시장처럼 번쩍거리는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이곳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의 재정이 되고 중요한 관광산업으로 관리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럭셔리하고 화려함이 더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나코 국왕에 의해 모나코 국민들의 도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병역과 세금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세금을 피해 이주해온 부자들 덕분에 유난한 사치스러움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관광지화되어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여행자 같아 보인다. 휴양도시인 모나코의 풍족한 삶을 보여주듯 카지노 주변엔 일반 가게처럼 쇼핑센터나 명품샵이 즐비하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내 옆을 계속 지나간다. 어쩐지 도박장 귀빈들의 거리로 특화된 양 요란하다.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풍경이다. 우리가 태어나 세상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는 아프거나 뿌듯해하며 기쁘고 성내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놀이터에 온 느낌이다. 그런 곳을 대충 챙겨 입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느슨하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맛을 즐긴다. 모나코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카지노였기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뿐이다. 모나코의 유일무일한 브랜드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다. 전설의 허리우드 여신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것이다. 모나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라에 와 있다. 구시가지 언덕에 위치한 그녀가 살았던 화려한 모나코 궁전을 바라보며 살짝 가슴이 뛰기도 했다. 어릴 적 TV 명화극장에서 자주 보았던 그녀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해안가의 거리에도 바닷가 미풍에도 그녀의 삶이 녹아있을 것만 같았다. 절벽의 절경에 잘 앉혀져 있는 이쁜 집들, 에흐귤르 항구에 가득하게 정박해 있는 고급 요트,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도 볼거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해안가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로 가득 찬 항구를 멍하니 구경하다 보면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지중해 저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찾아온다. 어릴 적 알았던 영화배우의 나라에서 확인하듯 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잠깐 머물다 온 ‘그레이스 켈리의 나라’ 모나코였다. ◇칸(Cannes) 일주일 동안 머물며 여유롭게 지내던 니스를 떠나는 시간이 오후 네 시다. 느슨하게 반나절 시간을 칸에서 보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Nice Ville에서 Ter기차를 타고 열 정거장쯤 지나면 Cannes 기차역에 30분 만에 도착한다. 호기심과 신기함과 설렘으로 보내기 딱 좋은 30분이다. 기차 2층 칸에서 보이는 외곽의 풍경이 마치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 1호선 같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칸느역에 오가는 사람들. 긴장감이라곤 일 그램도 안 느껴지는 모습들. 여행 중엔 이런 모습을 부러워할 틈 없이 바로 전염되듯 나 역시 빠르게 긴장감 풀고 무장해제~.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휴양도시 CANNES. 남국의 화려한 꽃과 달콤 새콤 향의 과일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사람들은 어디든 마음대로 걷거나 주저앉거나 세상 편함 그 자체다.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이란 건물이 앞에 있다. 매년 5월이면 영화 축제가 열리는 곳,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중의 하나인 Cannes 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 길엔 공사가 한창이다.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곳을 그렇게 쓰윽 한번 보며 지나간다. 올해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도 탔다. 영화 배경 속을 걷듯 칸의 햇살 속을 걷는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안가에서 느긋하게 놀아보라. 해피바이러스는 이런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해안가로 나가보면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고급 휴양 요트들이 줄지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럭셔리하다더니 요트의 화려함이 아찔하다. 쏟아지는 태양, 짙푸른 바다가 마냥 눈부시다. 어딜 보아도 여유가 뚝뚝 떨어지는 풍경이다. 도무지 다른 세상이다. 이 도시는 사실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던 유럽 사람들이 별장들을 세우고 요트들로 항구를 오고 가며 휴양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호텔과 카지노가 많아서 프라이빗한 휴가를 즐기거나 돈 많은 도박꾼들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길거리 노천카페는 이미 테이블 세팅을 마쳤다. 칸느 역 주변으로 앙티브 거리(Rue d’Antibes)는 내가 보아도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있다.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도시 칸. 도시 전체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카푸치노 한 잔 마신다. 지중해를 향해 앉아 그 햇살 한 번 원 없이 받아본다. 환한 태양 아래서 마음껏 누리던 사람들이 기억될 칸(Cannes)이다.
- 2022-10-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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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모를 돌봄 공백 해결사로,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 현대 사회의 빅 이슈 저출산과 고령화.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정책들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여전히 아이 돌봄 문제는 조부모가 해결사다. 한편 최근 고령화 속도에 따라 생산연령인구를 15~64세에서 최대 69세까지 늘리자는 추세다. 그러나 앞선 정황에 따라 일각에서는 생산인구로 활동 가능한 베이비붐 세대가 육아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즉 이제는 ‘노후·육아 양립’을 위한 정책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 황혼육아 실태를 보여주는 귀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바로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KICCE)에서 2015년 내놓은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이하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다. 그 안에는 국내 조부모의 육아 실태를 비롯해 관련 지원 사업 및 정책 제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놀랍고도 아쉬운 부분은 7년 전 해당 연구 이후 여타 기관에서 규모 있는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과거 내용과 현재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에 따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6%, 하루 육아 시간은 7시간대,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1%였다. 이와 비교해 올해 본지가 진행한 황혼육아 실태조사를 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2%, 하루 육아 시간은 약 7시간,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6%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따지고 보면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찾기 어렵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2011년 처음 도입된 광주광역시 ‘손자녀돌보미’ 제도와 서울 서초구 ‘조모돌보미’(현 손자녀돌보미) 사업을 다뤘는데, 현재 시·구 단위에서 이뤄지는 조부모 관련 수당 정책을 시행하는 기관은 두 곳이 전부다. 2015년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본부장 역시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에 강남구에서도 손주돌보미 사업을 시범 운영했어요. 이듬해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2015년에 돌연 중단하게 됐죠. 어린이집 미이용 자녀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과 중복 지원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불수용’을 결정한 거예요. 이후에도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이 없는 건 아마 조례로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관련 근거법이 명확하지도 않고, 일부 육아수당과 내용이 겹친다는 등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으니까요. 자칫 수당을 명목으로 황혼육아를 부추기거나 부정 수급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예나 지금이나 자녀에게 양육비를 받는 조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자식을 도우려고 하는 건데 경제적 부담을 주기 미안하단 거죠. 그러니 이 부분을 사회적으로 국가가 인정해주고 지원해줌으로써 조부모가 당당하게 육아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부터 시행하는 서울시 조부모 돌봄수당 제자리걸음을 하는 황혼육아 정책에 최근 고무적인 소식이 들렸다. 바로 올해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내 조부모(친인척) 돌봄수당 지급 계획안이다. 개괄적인 내용은 ‘조부모 등 4촌 이내 가까운 친인척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민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 월 30만 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해당 정책에 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10명 중 7명가량이 ‘적절한 편’이라고 답했다(75.6%). 지원 기간이나 금액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관련 정책이 생긴 것 자체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로 읽힌다. 서울시 아이돌봄담당관 돌봄공동체팀 담당자는 “기존 손주돌봄사업을 시행 중인 광주광역시, 서초구 사례 및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보육실태조사’ 등을 참고해 사업 내용을 마련했다”며 “특히 현행 아이 돌봄 서비스의 틈새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출발, 36개월 이하 영아 양육의 경우 혈연 돌봄을 선호하는 양육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 ‘조부모(육아 조력자) 돌봄비 지원 사업’ Q&A △지원 대상자는 누구인가?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150% 이하의 양육 공백이 있는 가정으로, 육아 조력자가 월 4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지원 금액은 얼마이고, 신청은 어떻게 하나? 영아 1명당 매월 30만 원(2명 45만 원, 3명 60만 원)으로 최대 12개월 지원.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거주지 관할 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을 통해 진행 계획. △월 40시간은 어떻게 산정했고, 증빙 방법은 무엇인가? 한 달 중 맞벌이 가정에서 통상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평일 20일 기준 하루 2시간을 최소 수행 조건으로 보았음. 증빙 방법은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실시 등 효율적 수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 △정책 시행 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면? 돌봄 수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 및 촘촘한 세부 지원 절차 마련 계획. 이용 가정의 다양한 양육 여건 및 시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반영할 예정. 이윤진 본부장은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아직 구체화할 항목이 몇몇 더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수치나 내용은 적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당 정책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상이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인데, 이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겠다. 물론 조부모마저 안 계시는 가정도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했겠지만, 부정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하면 처음엔 대상을 좁히고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책 시행으로 조부모에게 더 많은 육아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해 조부모 외 친인척도 양육에 참여하게끔 설계했다”며 “혈연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민간 서비스 이용을 지원해 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본 사업을 통해 돌봄 공백 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로 양육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후·육아 양립 위한 다양한 정책 필요 통상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인데, 발달 단계상 만 1세는 여전히 양육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길지 않은 이 기간마저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코로나19 사태나 아동 학대 문제 등으로 어린 자녀를 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는 가정이 많다.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조부모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육아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기관 확충 정책이 황혼육아 부담을 덜어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수당 정책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볼 수 있다. 즉 손주 양육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조부모의 현실이라면, 조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뒷받침돼야 할 테다. 이 본부장은 “요즘 조부모들은 충분히 생산가능인구로 활동 가능한 체력과 능력을 지녔다. 손주돌보미처럼 일정 기간의 양성교육을 거쳐 어떤 사업의 틀 내에서 수당을 책정한다면, 그들도 더 당당하게 육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부모가 단순히 육아만 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손주돌보미 인력을 추후 황혼육아 가정에 멘토로 활용하거나, 양성교육 지도자로 성장시키거나, 관련 사업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생산활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조부모 손자녀 양육 지원 정책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장차 고령화 사회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노령 인구에게 일자리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10-19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