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에 머물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 중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모나코와 칸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로 한 시간 이내면 모두 가능한 거리여서 누구나 당연히 여행 코스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꼭 니스가 아니어도 근교의 생폴드방스나 에즈빌리지에서도 연결되는 교통편이 있으니까 알뜰한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니스 일주일 살기가 끝나간다.
◇모나코(Monaco)
모나코에 대해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부터 그레이스켈리의 모나코에 간다는 기분이다. 모나코행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는 줄이 의외로 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쯤 달린 버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가까운 수도권 도시 어드메쯤 온 듯하다. 니스 역에서 기차를 타도 30분 남짓 가까우니 잠깐 교외 나들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관광 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과 넘치는 볼거리가 금방 압도한다.
여긴 미국의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다. 모나코는 국경선 길이 4.4㎞, 면적 1.95㎢., 로마 바티칸시티(0.44㎢)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소국이다. 1297년 1월 8일에 독립한 나라로 프랑스 남동부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몬테카를로가 가깝다고 했지만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몬테카를로...”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쪽으로~”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의 당연한 손짓이 이 작은 나라의 주 수입원이 국제 중계무역과 카지노 산업이라더니 이렇게 체감시킨다.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에 있는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에는 주민인듯한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모습이다. 몇 걸음쯤 더 걸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카지노 몬테카를로(Casino De Monte-Carlo)가 보인다. 그 옆의 노천카페엔 모나코를 즐기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게 뭐라고 무수한 저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도박을 하는 건축물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설계했던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덕분에 고급 사교장 느낌이다. 카지노 앞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 자동차 전시장처럼 번쩍거리는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이곳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의 재정이 되고 중요한 관광산업으로 관리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럭셔리하고 화려함이 더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나코 국왕에 의해 모나코 국민들의 도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병역과 세금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세금을 피해 이주해온 부자들 덕분에 유난한 사치스러움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관광지화되어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여행자 같아 보인다. 휴양도시인 모나코의 풍족한 삶을 보여주듯 카지노 주변엔 일반 가게처럼 쇼핑센터나 명품샵이 즐비하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내 옆을 계속 지나간다. 어쩐지 도박장 귀빈들의 거리로 특화된 양 요란하다.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풍경이다.
우리가 태어나 세상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는 아프거나 뿌듯해하며 기쁘고 성내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놀이터에 온 느낌이다. 그런 곳을 대충 챙겨 입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느슨하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맛을 즐긴다.
모나코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카지노였기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뿐이다. 모나코의 유일무일한 브랜드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다. 전설의 허리우드 여신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것이다. 모나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라에 와 있다.
구시가지 언덕에 위치한 그녀가 살았던 화려한 모나코 궁전을 바라보며 살짝 가슴이 뛰기도 했다. 어릴 적 TV 명화극장에서 자주 보았던 그녀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해안가의 거리에도 바닷가 미풍에도 그녀의 삶이 녹아있을 것만 같았다. 절벽의 절경에 잘 앉혀져 있는 이쁜 집들, 에흐귤르 항구에 가득하게 정박해 있는 고급 요트,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도 볼거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해안가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로 가득 찬 항구를 멍하니 구경하다 보면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지중해 저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찾아온다. 어릴 적 알았던 영화배우의 나라에서 확인하듯 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잠깐 머물다 온 ‘그레이스 켈리의 나라’ 모나코였다.
◇칸(Cannes)
일주일 동안 머물며 여유롭게 지내던 니스를 떠나는 시간이 오후 네 시다. 느슨하게 반나절 시간을 칸에서 보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Nice Ville에서 Ter기차를 타고 열 정거장쯤 지나면 Cannes 기차역에 30분 만에 도착한다. 호기심과 신기함과 설렘으로 보내기 딱 좋은 30분이다. 기차 2층 칸에서 보이는 외곽의 풍경이 마치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 1호선 같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칸느역에 오가는 사람들. 긴장감이라곤 일 그램도 안 느껴지는 모습들. 여행 중엔 이런 모습을 부러워할 틈 없이 바로 전염되듯 나 역시 빠르게 긴장감 풀고 무장해제~.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휴양도시 CANNES. 남국의 화려한 꽃과 달콤 새콤 향의 과일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사람들은 어디든 마음대로 걷거나 주저앉거나 세상 편함 그 자체다.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이란 건물이 앞에 있다. 매년 5월이면 영화 축제가 열리는 곳,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중의 하나인 Cannes 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 길엔 공사가 한창이다.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곳을 그렇게 쓰윽 한번 보며 지나간다. 올해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도 탔다. 영화 배경 속을 걷듯 칸의 햇살 속을 걷는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안가에서 느긋하게 놀아보라. 해피바이러스는 이런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해안가로 나가보면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고급 휴양 요트들이 줄지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럭셔리하다더니 요트의 화려함이 아찔하다. 쏟아지는 태양, 짙푸른 바다가 마냥 눈부시다. 어딜 보아도 여유가 뚝뚝 떨어지는 풍경이다. 도무지 다른 세상이다. 이 도시는 사실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던 유럽 사람들이 별장들을 세우고 요트들로 항구를 오고 가며 휴양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호텔과 카지노가 많아서 프라이빗한 휴가를 즐기거나 돈 많은 도박꾼들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길거리 노천카페는 이미 테이블 세팅을 마쳤다. 칸느 역 주변으로 앙티브 거리(Rue d’Antibes)는 내가 보아도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있다.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도시 칸. 도시 전체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카푸치노 한 잔 마신다. 지중해를 향해 앉아 그 햇살 한 번 원 없이 받아본다. 환한 태양 아래서 마음껏 누리던 사람들이 기억될 칸(Cann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