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에너지가 샘솟는 석주화 씨의 모습을 보면 70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노인이 닮고 싶은 멘토’가 되는 것이 바람이라는 그녀는 노노케어 분야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국가자격증인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민간자격증인 인지행동심리상담사, 노인두뇌훈련지도사 등 석 씨가 취득하고 수료한 자격증 개수는 무려 37개에 이른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현재의 진로를 택하기까지는 나름의 계기가 있었다.
“15년 정도 아파트 총무를 맡았는데,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얘기 들어주고 분쟁 생기면 조율해주는 게 일이었어요. 그러느라 아침에 나가면 오후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 오는데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기왕 말 잘한다는 칭찬도 꽤 들었겠다, 그럼 상담사가 되어볼까? 하고 관련 교육을 받고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하려니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요. 무엇이 적성에 맞을지 깊이 고민해보니 복지 쪽이 좋겠더라고요. 그럼 제대로 공부부터 하자, 하고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학과 과목들을 이수하기 시작했어요.”
상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노노케어 분야로 무게가 실린 건 바로 어머니의 치매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유한킴벌리 ‘시니어 케어 매니저’로도 활동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어르신들을 부모처럼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했죠. 중요한 건 나도 언젠간 그들처럼 늙게 된다는 거였어요.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도 여겼습니다.”
석 씨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부모를 모시는 중장년에게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쓰이는 만큼 돈벌이가 아니더라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제가 어르신들을 위한 일을 하기 때문에 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병든 부모를 안심하고 맡길 만한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모를 직접 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효도도 하고, 지원금도 받고, 나의 노후에도 도움이 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아닐까요?”
◇ 노인복지·돌봄 자격증 도전자를 위한 석주화 씨의 Tip
❶ 종종 치매를 앓는 노인들의 경우 돌발 행동이나 욕설을 내뱉기도 하는데, 이에 당황하지 않는 순발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좋지 않은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의연하게 웃어넘기자.
❷ 남을 돕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소홀해지기도 하고 자칫 일의 방향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때때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등 마음을 되새겨보는 게 좋다.
❸ 기관이나 센터 등에 소속돼 노인의 신체 활동을 돕거나 병수발 등을 하기 위해서라면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있어도 되지만, 놀이나 체험, 인지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면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관련 민간자격증을 더 준비해놔야 한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노인복지·돌봄’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건강한 노인이 요양 단계의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 또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 등에 관심을 갖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준비할 만한 자격증으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득 후 활동으로 이어졌을 때 얻는 보람이 큰 분야다. 실제 ‘2018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에서도 요양보호사 세부 직무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 ‘사회발전 기여’(89.0%)와 ‘보람 및 자긍심’(87.7%) 항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 노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체력은 물론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PART1. 국가자격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에 속하며,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취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 두 가지를 모두 따려면 ‘사회복지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 이수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개인의 이력에 따라 교육시간이 상이하다. 관련 국가자격증(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등)이나 경력(재가노인복지시설, 간병요양기관 등 관련 종사 경험 1년 이상)이 없는 경우 이론, 실기, 실습과정을 합해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라면 이수과정이 총 50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모두 준비할 때는 시간 절감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먼저 취득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따고 난 뒤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요양보호사 취득만을 원한다면 애써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관련 경력을 쌓거나 수업을 모두 이수하는 편이 낫다.
사회복지사 자격 등급은 본래 1, 2, 3급으로 나뉘었으나 201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3급 자격이 폐지됐다(기존 취득자는 사용 가능). 1급은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급은 대학원, 대학교, 전문대학 졸업자로 일정 과목을 이수한 경우 취득 가능하다. 관련 학위가 없다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하거나 양성교육과정 수료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2급에 해당하는 요건을 만족해야 1급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점이수 조건을 채우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몇 년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50대(24.3%)와 60대 이상(19.8%) 응시자의 합격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30대(23.6%)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 자체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요양보호사 시험은 합격이 수월한 편이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 수(9만8369명)와 합격자 수(8만6662명)가 가장 많은 50·60대의 합격률은 88.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점은 70대 이상 응시자 현황이다. 젊은 세대는 주로 취업 준비 등을 목표로 자격증을 따지만, 중장년 세대는 부모, 배우자 등 환자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취득하는 이가 많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장기요양보험 1~5등급에 해당하는 가족을 수발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요양보호사’의 경우 실제 돌봄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1시간, 월 20일을 인정해주며 직장 근로자가 아니라야 가능하다. 요양 대상자의 나이, 질환(치매) 정도 등에 따라 인정 시간 및 환산 금액이 다르다.
요양보호사 직무 만족도는?
‘2018년도 장기요양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보호사의 직무 만족도 부분을 살펴보면 ‘불만족(매우 불만족)’을 드러내는 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만족도에 대한 세부 항목에서는 ‘사회발전 기여’(89%)가 가장 높았고, ‘임금 및 수당’(24.7%)이 가장 낮았다.
PART2. 민간자격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 등에서는 노인들의 신체 활동을 돕는 일 외에도 인지기능과 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촉감놀이나 체조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외에 추가로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두뇌훈련지도사, 실버레크리에이션지도사, 노인미술심리상담사, 실버건강지도사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민간자격증이 있으며, 비교적 취득 과정도 어렵지 않다.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집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서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노인들 곁을 24시간 지켜주는 곳이 있다. 바로 요양원. 지난 3월 오픈한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를 방문해 시니어로서 노후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면서 꼼꼼히 살펴봤다.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도심형 요양원이다. 지난 3월 8일 오픈한 이 요양원은 최신식 건물에 총 130개의 침상을 갖추고 있다. 오픈한 지 이제 불과 1개월 정도밖에 안 지난 시점에 벌써 60여 명이 입소해 있으며 꾸준하게 입소가 진행중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의 목표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보호자에게 안심과 신뢰와 희망을 주는 데 있다. 요양원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 통유리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으로 실내 공간이 밝고 넓고 쾌적해 보여 좋았다. 특히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새집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건축 자재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실내 공기질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건물을 지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더 신뢰가 갔다. 환한 미소로 맞이해준 곽혜련 원장의 안내에 따라 유닛을 돌아봤다. 입소자 어르신들은 민요강사의 프로그램 진행으로 간단한 부채 율동과 창을 따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유닛을 살펴볼 때 입소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오밀조밀하게 잘 갖춰진 최신식 시설이 마음에 쏙 들었다. 곽혜련 원장은 제일 먼저 인간 중심 케어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인간 중심 케어 모델이란 첫째, 어르신이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신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함은 물론 자기결정권과 선택권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고 둘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전문적인 케어’ 서비스를 하고 셋째, 입소자 한 분 한 분을 위한 ‘맞춤 케어’ 서비스를 하며 넷째, 최고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하고, 편안하고, 깨끗한 환경을 항상 유지하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각자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있지만 시설에 입소하면 그곳에서 짜놓은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원 시스템에 맞춰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게 아니라 입소자 한 분 한 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돌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입소자가 늦은 아침시간까지 더 자고 싶을 때는 더 잘 수 있고,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대로 누워 있어도 된다. 또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꾀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케어를 실천하고 있다.
내 집 같은 편안한 환경
시설 배치의 콘셉트는 내 집 같은 분위기다. 실내로 들어가자 거실이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엔 침실이 보였다. 130개의 침상을 8개의 유닛으로 나눈 방에는 희망채, 행복채, 소망채 등 친근감이 드는 이름을 붙였다. 요양보호사는 근무지 변경 없이 유닛별 전담제로 일한다.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요양원은 복도형 침실배치로 병원형 구조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이곳은 소규모 유닛을 만들어 유닛이 집의 개념이 되는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고 베리어프리 설계를 도입했으며, 유니버셜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했다. 특히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공조시스템을 설치해 실내 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것은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간호 및 의료 서비스의 질도 강화해, 간호 인력이 365일 24시간 대기하면서 케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는 3명의 전문가가 어르신의 기능회복 및 유지를 위한 재활치료를 제공하면서 입소자를 돌보고 있으며, 취미 활동 및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가 프로그램 운영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구성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짜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강사를 초빙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빌리지에서는 입소자를 모두 한곳에 모아놓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유닛 별 운영을 함으로써 입소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식단도 어르신의 상태와 식성에 맞춰 짠다. 소위 맞춤형 식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입소해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이 같은 식단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유닛 내에서 직접 밥을 지어 제공함으로써 마치 내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입소자들과의 대화
생활채를 돌아보던 중,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어르신,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떠신지요?”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정갈해 입맛에 맞는 것은 물론 잠자리도 편해요.”
“혹시 외롭지는 않으세요?”
“솔직히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에 딸이 살고 있어 거의 매일 찾아오니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도 읽을 수 있고 신문도 읽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것 아닌가요?”
외롭거나 불편한 점이 그래도 한두 가지 있겠지 해서 여쭤봤는데 어르신은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당신 자서전에 사인까지 해서 기어코 한 권을 선물로 내어줘서 감사함을 느끼며 자리를 떴다.
다른 유닛에서는 아내와 함께 입소한 87세의 어르신을 만났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또 여쭤봤다. 시설은 좋은데, 입소자들끼리 소통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어르신은 입소한 지 이제 1개월밖에 안 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각 유닛 거실에 마련된 케어 스테이션에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요양보호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 한 요양보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황선복(59세)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의 방침대로 맞춤형 1대 1 케어를 목표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분들의 근무 여건은 어떠신지요?”
“업무가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근무 환경은 좋은 편이에요.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타 요양원에 비해 근무 환경이 한결 좋습니다.”
지역 주민 위한 커뮤니티센터 운영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준공 과정에서 일어난 주민들과의 마찰을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좀 더 활용도 높은 복지공간으로 쓰이길 바라는 주민들의 욕구와 충돌한 것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했고, 그 결과로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 1층에 지역 사회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를 마련했다. 넓고 채광이 좋은 커뮤니티센터는 앞으로 지역 사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임, 프로그램 활동, 강의, 행사 공간 등 다양한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옆으로는 데이케어센터가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데이케어센터는 4월 30일 개소를 한다는 소식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야간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심하고 가족을 맡길 수 있는 곳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는다. 가족이 돌볼 상황이 안 되면 결국 시설로 들어가야 한다. KB 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도심형 요양시설이다. 요양원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외딴곳에 위치해 있으면, 가뜩이나 가족과 떨어져야 있어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 하는 입소자들이 더 고립감이 들 수밖에 없다. 도심형 요양시설의 장점은 입소자들이 마치 마을회관으로 마실 가듯 가까운 곳에서 지낼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고, 가족들도 입소자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한걸음에 달려와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넓은 통유리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행복해하는 입소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도 요양원으로 들어갈 시기를 짐작해봤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해외 선진국의 요양시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선진국 요양시설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를 지향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인간중심케어란,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입소자의 심리적 욕구에 대한 배려를 하고 독립성, 자율성,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식과 실천을 말한다. 인간중심케어를 기본 축으로 두고 이뤄지는 요양원의 특징은 무엇일까?
2026년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프고 불편해도 평소에 살던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다.
돌봄에 대한 불안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생활수준의 보편적 상승 추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거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더 나은 인격적 대우를 원했지만 필연적으로 삶의 질 경시와 서비스 질의 저하를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중심케어의 노인주거복지시설이 대안적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유로운 삶의 추구, 에덴 대안 모델
인간중심케어 개념이 적용된 대표적인 모델로는 ‘에덴 대안’ 모델과 ‘그린하우스’ 모델을 들 수 있다. 에덴 대안 모델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외로움, 무료함, 무기력함을 없애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간적인 주거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식물이나 동물을 자유롭게 기르고 가족과 교류를 자유롭게 하여 입소자들의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상호작용, 직원에게 케어 관련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중심케어를 강조하며 거주 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집중한다.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노인과 직원들의 관계성을 높여 상호관계 방식의 관리를 꾀하는 에덴 대안 모델은 자연스러운 개선과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에덴 대안 모델을 적용한 요양원의 경우 욕창이 57% 감소하고, 직원 결근이 48% 감소했으며 침상에만 체류하는 거주자들이 25% 정도 감소했다. 또한 행동 억제도 18% 감소했다.
보다 전문적인 관리, 그린하우스 모델
그린하우스 모델은 요양시설을 최대한 가정집처럼 조성하고 10인 이하의 노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 집과 같은 환경을 위해 병원을 상기하게 하는 간호사실, 투약 카트 등의 요소들을 최대한 지양한다. 일상생활 보조인력은 프로페셔널리즘 고취를 위해 일정한 트레이닝을 거친 ‘샤바즈’로 불리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과 업무에 대한 책임을 교육받게 된다. 그린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직원 비율, 가정과 같은 환경, 요양시설의 소규모 사이즈, 사전 직원교육 등 4가지 영역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린하우스 홈에 거주하는 입소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진료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및 직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입소자들과 직원이 소수라서 서비스가 집중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여진다.
개인과 공동의 절묘한 밸런스, 유니트 케어
일본도 1994년 고령사회에 돌입하면서 장기요양보장제도 등의 노인보건복지정책 및 서비스의 정비 하에 노인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고 특히 시설 생활자 중심의 노인장기요양보호시설 서비스 제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유니트 케어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서 인간중심케어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배려와 중시가 생활 속에서 크게 작용하고 집단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성향이 느껴진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는 유니트당 10인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1960~70년대의 소규모 케어에서 시작해 1990년대에 개실화를 거쳐 현재는 개호보험법 도입과 함께 제도화한 상태다.
유니트 케어를 기반으로 한 시설의 건축적 특성은 개인적 공간과 공공적 공간의 융합에 있다. 서비스의 특징은 식사를 원하는 시간에 하고 목욕도 일반 욕실과 특수 욕실을 구분해 사용 가능하며 배설에 대한 케어도 완전한 개별화가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또 개인 침실을 통해 케어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받기 때문에 자립성과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능하고 면회 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시설에서의 생활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보장되고 개인 침실을 본인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베넷세 스타일 케어
마치 회전 초밥 같다고나 할까. 일본의 요양시설 중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케이스도 있다. 일본의 베넷세 그룹 계열사인 베넷세 스타일 케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홈 스타일을 갖추었다. 요양원, 그룹 홈 등 원하는 거주 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7개의 시리즈 중 자신에게 알맞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적 인간중심케어 기반의 KB요양시설 모델 개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발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해외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인간중심케어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자회사로 설립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우리나라 요양산업의 발전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인간중심케어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처음엔 직원(요양보호사)들의 마음을 얻고, 그다음은 가족(보호자)의 마음을 얻고, 마지막에는 입소자(환자)의 마음까지 얻어야 인간중심케어 모델이 완성된다. 따뜻한 감성과 냉철한 판단으로 만들어나가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앞서 소개한 선진형 모델들을 기반으로 입소자 중심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KB요양시설 모델을 개발했다. 인간중심케어의 특징은 그동안 살았던 삶의 연장을 추구한다는 것과 ‘집’ 개념의 적극적인 차용이다. 그래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원은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고 언제든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아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 지역사회와 동화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요양시설이 주거시설 인근의 편의시설로 자리 잡으면 어르신들과 가족,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도심형 요양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
KB요양시설 모델은 모두의 집이 다르듯, 8개 유닛별로 각 집의 콘셉트에 차이를 두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 쓰던 가구를 들여와 내 집처럼 익숙한 환경으로 꾸밀 수도 있다. ‘시설’이라는 명칭의 낯선 느낌이 아니라 집의 연장선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또한 식사와 생활에 본인의 기호대로 폭을 넓히는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하루 일과, 기호 등을 선택하는 선택칠판, 반 뷔페식 식사, 커튼과 이불 선택 등 기존 요양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KB요양시설 모델은 3월 오픈 예정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결국 콩 심은 자리에서 콩이 난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간중심케어에 충실하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지속 가능한 시설이 될 것이다. 내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터전을 일구는 KB요양시설 모델이 명실상부 국내 요양산업의 착한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들었다’고 자신의 생애를 요약하는 최현숙(崔賢淑·62).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었다. 가출을 반복하던 끝에 출가(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민주노동당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진보정당 활동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십 년간의 숱한 방황과 기행(奇行). 환갑을 지나 구술생애사 작가로 사는 요즘, 그녀는 이제야 제법 그 쓸모를 알 것만 같다.
진보와 정치의 교착 속 중년기를 보낸 최현숙은 10년 전 요양 노동을 선택했다.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돌봄에 몸담았고, 그들을 만나면서 구술생애사 작업을 진행했다.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할배의 탄생’ 등을 펴내며 구술생애사 집필에 몰두해온 그는 최근 에세이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출간했다. 한동안 타인의 삶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하는 ‘똑바로 마주하는 삶’은 어떤 의미일까.
“대개 우리는 즐겁고 좋은 일은 가까이하려 하지만, 어렵고 불편한 일은 회피하죠. 삶을 똑바로 마주한다는 건 긍정적인 것들보다는 부정적이고 기울어진 것들을 자기 시선을 통해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에요. 사회 전반의 불공정한 현상들을 주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안 돼요. 정답이 아니어도 나름의 시선을 만들어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길러져요. 마찬가지로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까지 직시해야 나를 제대로 알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상처나 미움도 잘 다스리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거든요.”
우리는 사적인 존재가 아니다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라는 부제 속 단어들이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최현숙의 화려한 이력(?)을 보면 ‘그럴 만하다’ 싶었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의 삶이든 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 자주 쓰는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에 적극 동의해요. 나의 몸, 나이, 심리적 경제적 상태는 모두 정치적인 겁니다. 가령 여성의 몸을 통해 무엇이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잣대나 낙태 문제 등도 정치적인 부분이죠.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가정이든 들여다보면 남성과 여성, 돈 버는 사람과 안 버는 사람, 노인과 아이 등 그 안에 첨예한 권력 관계가 존재해요. 그것이 확장되면 우리 사회의 권력 관계와도 맞닿게 되죠. 그러나 대개 나와 가족의 일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감추려 해요. 가정폭력만 해도 사적인 가정사로 여기지만, 그렇게 은폐하는 것들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고 봐요.”
최현숙은 연명의료를 거부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칼럼을 썼다가 가족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존엄한 죽음, 웰다잉이 화두로 떠오르며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이야기였지만, ‘사적인 것을 왜 공개하느냐’라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그녀의 소신을 따랐던 행동들은 종종 가족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이러한 갈등이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사회운동을 했어요. 사회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이라면 다 겪는 고충이지만, 제 경우엔 돈벌이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식들 안 챙기고 남 좋은 일 한다고 욕 많이 먹었죠.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이나 형제에게 ‘모성애가 없느냐’, ‘영웅심에서 그러느냐’라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모성애가 없는 여자인가?’, ‘정말 영웅심에 찌든 인간인가?’라는 의심과 자책을 했어요. 양쪽을 다 돌볼 수 없는 현실이 늘 괴로웠죠. 그때의 상처가 여전히 자괴와 자책으로 남아 있어요. 물론 그것들 역시 내가 인정하고 성찰해야 할 과제이죠.”
강박 없는 성실이 가능해진 삶
이해받지 못할 일들을 해나가며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고, 수많은 사람을 대면했다. 덕분에 소외된 이들의 아픔과 그늘을 잘 이해한다는 그녀. 구술생애사 작가로서는 적격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자기 가치관이나 규범이 없는 상태에서 방황과 뻘짓(?)을 한 세월 덕분에 나처럼 헤매는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역지사지가 잘 되는 거죠. 인간에게 선(善)과 악(惡)은 없다고 봐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떠한 처지와 맥락이 있었을 뿐이죠.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다 보면 이해 못할 상황도 없고, 나쁘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어요.”
타인의 인생을 듣는 것에 익숙할 그녀에게 혹시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애를 구술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의뢰가 없지는 않았지만 작가에게 사정이 생겨 중단했단다. 대신 오래전부터 직접 지난 삶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정말 나라는 사람이 이해 안 됐어요. 내 삶의 처지와 맥락은 무엇이었을까. 나 자신을 납득시키는 글이라는 점에서 회고록보다는 ‘해명’이라는 제목이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내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아요. 그러나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에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에게는 더 많은 상처가 있겠지만, 부유하고 잘 배운 사람이라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구술생애사 작업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 그게 사회에서의 나의 쓸모라고 생각해요.”
자녀들이 독립한 뒤, 혈(血)로 엮인 의무와 자책은 어느 정도 덜어냈단다. 60대를 사는 현재 ‘강박 없는 성실’이 가능해진 것에 만족스럽다는 그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바람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 돈이나 건강은 아닌 것 같아요. 돈은 행복의 외양은 만들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니거든요. 건강도 마찬가지예요. 겉은 건강해도 속이 부글부글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들을 찾고, 진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나를 사랑하면 그뿐이죠. 나를 사랑한다고 자기애에 빠진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나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다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소외된 이웃까지 사랑해야죠. 앞으로 하려는 일들이 내 욕망에서 출발하되 사회적 욕망과 연결되는 일일 수만 있다면, 여생은 그걸로 족합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다. 이 작품은 2007년 4월부터 약 6개월 포털에 연재된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2008년 연극으로 만들어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무대에 올려졌고, 2011년에는 영화로, 2012년에는 SBS 드라마로 방영돼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준 바 있다. 영화에서 김만석 역을 맡아 열연한 이순재가 연극에서 박인환과 함께 더블캐스팅됐다. 상대역 송이뿐 할머니는 손숙과 정영숙이 교대로 호흡을 맞췄다. 나는 박인환과 정영숙이 무대에 선 공연을 봤다.
연극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네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잔잔하게 보여줬다. 새벽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 배달을 하는 주인공 김만석 할아버지는 속마음과는 달리 퉁명스럽다. 홀로 살아가는 송이뿐 할머니는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고 있다. 두 사람의 덤덤한 사랑과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 할머니를 보살피는 군봉 할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 네 사람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연극을 보는 내내 친정 부모님이 떠올랐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10년째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친정어머니는 지난 추석에 쓰러져서 두 달 가까이 일반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어머니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는 중이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 다른 요양원에 계신다. 처음에 집과 병원 양쪽을 오가던 우리는 어머니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결국 아버지를 집 근처 요양원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치료가 끝나고 병원에서 퇴원하라 할 때까지도 걷지 못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의사는 병을 이기느라 체력이 바닥나고 근육이 빠져나가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잠시라고 생각하고 어머니를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으로 퇴원시켰다. 어머니 혼자 돌보던 아버지를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은 힘들다고 요양원으로 보내고 어머니마저 몸이 좋아질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요양병원에 보낸 것이다.
친정 부모님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가신 지 2개월이 되어간다. 우리는 양쪽을 드나들며 부모님을 만난다.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가끔 영상통화를 연결해드리기도 한다. 영상 속 모습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보일 듯 말 듯 애잔한 미소는 서로를 위한 응원일 것이다. 영상통화는 늘 어머니의“밥 잘 먹어”라는 말과 아버지의 끄덕임으로 끝난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나는 온갖 백지수표를 남발했다. 일어나면 같이 놀러 다니자고. 연극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자고. 세상에 더없는 효녀라도 될 것처럼 많은 약속을 했다. 어머니는 이제 조금씩 혼자 걸을 수 있다.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좀 더 좋아지면 퇴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요양원에 있다. 집으로 올 날을 기약할 수 없다. 자식이 많아도 선뜻 나서서 모시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 아무 문제가 없었던 두 분은 몸이 아프면서 삶의 질이 크게 달라졌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들은 내 부모의 모습과 닮았다. 어쩌면 이 시대 모든 부모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는 위로는 노년의 부모가 있고 아래로는 부모가 되었거나 부모가 될 만큼 나이가 찬 자녀가 있는 낀 세대다. 지금보다 더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는 만석 할아버지와 이뿐 할머니처럼 홀로 남거나, 돌봄이 필요한 순이 할머니와 군봉 할아버지처럼 될 수도 있다. 연극을 보면서 순간순간 마음이 아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십 년이 지나도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전히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요양 시설을 이용하는 시대다. 고령 인구가 750만 명에 이르고 부모와 자식의 동거 비율이 줄어들어 요양 시설에 대한 의식도 개선돼 선호하는 인구가 점차 느는 추세다. 전국에 21,775개의 요양 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요양 시설이 생기기는 하지만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안전한 시설을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전국 요양 시설과 요양사의 전문성, 서비스, 평가 등급을 비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케어닥’이 지난달 말 출시됐다. 케어닥을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설치하면 전국의 모든 요양 시설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 시설 비교, 요양 시설 이용자의 관리 유의사항, 돌봄과 진료 내용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 후기나 평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시설의 등급만으로는 알 수 없던 각 요양 시설의 의료 사고 유무, 욕창 발생 증감, 환자 1인당 의사. 간호사. 병간호 인력의 수, 등급 변화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요양 시설의 36.4%가 부실 등급판정을 받았다. 구체적 부실 내용을 보면 ‘안전사고’가 38.1%, ‘보건 위생’이 36.6%, ‘노인 학대’가 19.9%를 차지해 시설을 선택할 때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입원 후에도 계속하여 관리 사항을 챙겨야 한다. 노인 요양에 관한 검증된 정보나 서비스에 대한 집적된 내용이 없어 각종 민원과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요양 시설 이용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발 품을 팔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선택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요양 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버킷리스트.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과 사례자의 조언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1위를 차지한 ’재능기부‘에 대해 알아봤다.
도움말 한국재능기부협회 최세규 이사장, 오산시 노인장애과 라애신 주무관
재능기부, 그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재능기부협회 최세규 이사장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이 가진 재능을 소외된 곳에 나누어주는 것을 ‘재능기부’라 할 수 있다”며 “한시적인 거창한 후원보다는 목소리 기부, 헌혈, 어르신 안마 등 소박한 나눔과 실천이라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소소한 능력만으로도 실천하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라는 것. 최 이사장은 “새롭게 특별한 재능을 만드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익힌 기술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재능을 탐색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나눔을 향한 진정한 마음가짐”이라 강조한다.
재능 분야 탐색, 소소해도 괜찮다
‘어떤 분야에 재능기부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기 능력을 증명하거나 전문성을 올리기 위해 자격증 취득, 학위 수여 등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이들이 있다. 그 열정은 좋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에 자칫 재능기부의 시작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다. 도움 주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더 잘하려고 무언가를 채우는 것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부터 나누며 노하우를 다져가는 게 좋다. 최세규 이사장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재능을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첫째”라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특정하여 찾기보다는, 사소한 것도 재능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재능기부처 찾기, 발품을 팔자
대체로 재능기부를 결심한 이라면 어떤 재능을 나눌지에 대해 미리 정해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디에 가서 문을 두드리느냐는 것. 재능기부협회의 경우 온라인과 전화 접수를 통해 재능기부 공급자와 수급자를 연결해준다. 그 외에도 몇몇 웹사이트나 지역 평생교육원 홈페이지 등에서 이러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웹서핑을 통해 재능기부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막상 인터넷 검색창에 ‘재능기부’라 치고 관련 키워드를 포함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대부분 아르바이트 또는 프리랜서 일자리 알선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순수 봉사 차원의 활동을 기대한다면 이 단계에서 막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앱 역시 마찬가지다.
재능기부 경험자들은 나누려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일상 범위 안에서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 말한다. 아파트 주민 알림판이나 교회 게시판 등에 스스로 재능기부 활동을 홍보하거나 어린이집, 노인정, 요양원, 돌봄센터 등 도움을 주고 싶은 곳에 직접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엔 가까운 곳에서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입소문을 타거나 지인의 추천 등을 통해 활동 영역과 분야를 넓힐 수 있다.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소통 능력
2014년부터 ‘5070청춘드림팀’ 시니어 재능기부단을 운영하는 오산시 노인장애과의 라애신 주무관은 “자격증만 믿고 재능기부를 시작했다가 난관에 부딪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재능기부는 대체로 누군가에게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수업 형태로 이뤄지는데, 강의 경험이 부족한 이들의 경우 좋은 마음으로 왔다가 되레 자신감만 떨어져 돌아간다는 것. 내가 많이 아는 것과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작은 것이라도 듣는 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나름의 강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 주무관은 “초보 재능기부자들은 강의 스킬로 인한 애로사항이 접수가 잦다. 그럴 땐 베테랑 재능기부자를 매치해 강의를 비법을 공유하게 한다”며 “강의 경험이 없다면 다양한 수업을 참관하고 연구해보면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재능기부 수급자의 대부분이 노인, 아이, 또는 소외된 이웃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려는 배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A 씨의 사례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금속, ‘로보트 태권V’ 같은 추억 속의 만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이 최근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서비스 로봇’은 청소에서 간병까지 일상에서 쉽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셜 로봇’
특히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셜 로봇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대화도 나누고 교감하는 감성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이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데다 모습이나 체형도 사람 또는 동물과 비슷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소셜 로봇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을 융합한 음성 인식과 감정 표현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봇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령화사회는 소셜 로봇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혼자 사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다양한 케어 로봇을 개발해왔다. ‘케어 로봇’은 쉽게 설명하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봇이다.
중소기업청의 로봇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케어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체 지원 로봇’이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목욕할 때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생활 지원 로봇’이 있다. 생활 패턴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정서 지원 로봇’이 있다.
로봇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치매 예방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와 간병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간호 인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38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소셜 로봇으로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소셜 로봇인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했다. 키가 120cm로 작지만,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며 감정도 공유한다. 또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페퍼는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로봇도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퍼는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거뜬하게 수행한다. 또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소프트는 페퍼의 대항마로 40cm짜리 케어 로봇 ‘팔로(Parlo)’를 출시했다. 팔로에 내장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요양시설 등에서 혼자 30분간 체조를 진행할 정도로 실무형 로봇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어 로봇으로 ‘파로(Paro)’가 있다. 파로는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이다. 귀여운 모습의 파로는 인조 항균 섬유로 덮인 피부에 센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고, 간단한 단어도 이해한다. 연구 결과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기도 했다.
장·단점 꼼꼼히 파악해야
일본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로봇 구입 자금을 보조해왔다. 20만 엔(약 190만 원) 이상의 로봇을 구입하면 전액을 지원하고, 1개 시설당 총 300만 엔(약 2890만 원)까지 한도를 두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간병 로봇에 개호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호보험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을 말한다. 간병 로봇에 보험이 적용되면, 이용료의 80~90%를 보조받을 수 있어 간병 로봇 시장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간병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16%나 성장한 34억 엔(약 328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유럽,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한 대표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현재 노인복지관,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인 느낌 때문에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도 많다. 로봇이 간병 업무를 보조하면 간병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로봇은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서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기 쉽다.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현재 케어 로봇은 보행을 보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배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등 세분화된 실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를 교체할 다음 패러다임이 ‘로봇’이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상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로봇이 간호를 한다는 비판에 “기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 중 어느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