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딸과 아들이 애를 둘씩 낳아 손주가 넷이다. 식구가 늘다 보니 가족들과의 소통을 위해 단톡방을 개설하기로 했다. 필요한 소식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사소한 집안일이나 유익한 생활정보까지도 올려놓는다. 그런데 한 달 전 딸애가 사진으로 찍어 올린 톡 내용은 매우 황당하기도 했고, 애들이 어른들에게 한 방 펀치를 날리는 충격을 주었다.
사연은 이렇다. 올해 초등학교에 간 지 2개월밖에 안된 셋째 손녀가 학교숙제를 집에 와서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숙제의 교육내용은 ‘식구들이 같이 돈을 모았다면 가족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이 돈을 어려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면 더 좋다’는 취지였다. 이런 설명을 한 후에 애들에게 질문을 통해 선한 행동으로 유도하려는 학습 내용이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함께 모은 돈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집을 살 거예요!”
“그와 같이 생각한 까닭을 써보세요.“
“엄마가 자꾸 부동산에 가서….”
실은 딸애가 몇 달 전부터 학군이 좋은 강남 쪽으로 이사해볼까 해서 전셋집을 물어보러 복덕방에 다니고 인터넷에서 자주 부동산을 검색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 애들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본 대로 들은 대로 배우고 어른들을 따라서 행동을 한다.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어이가 없고 황당해하는 딸에게 무슨 답을 할까 하다가 나는 이렇게 카톡에 올렸다.
“애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란다. 그래서 예로부터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자란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어린애들에 그치지 않으며 성장을 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누구든지 부모들은 자기의 애들이 핸드폰에 무어라고 입력해두었을까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엄마, 아빠라고 그대로 찍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송년회 모임에서 외교관 출신 정부 고위관료였던 국장이 실토한 실제 이야기다.
모처럼 일요일 집에 있는데 갑자기 고2에 다니는 딸애가 학원을 가려고 나서던 차 핸드폰이 안 보인다고 야단법석을 떨며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혹시 집 어디엔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그때 그가 파자마 차림으로 앉자 있던 소파 밑에서 전화가 ‘삐르르’하고 울렸다. 평소 딸애한테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주었다고 생각해왔던 그는 딸이 핸드폰에 무어라고 입력해놨을까 궁금하던 차에 이를 확인해볼 절호의 기회라 생각되어 흘깃 바탕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왕 짜증!’
순간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애지중지 키우며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고, 인생을 헛되이 살아온 박탈감까지 일 다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도저히 그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어서 마음을 달래려고 집을 나와 평소 다니던 절로 달려가 스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스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만 던졌다.
“다 업보입니다. 그 답은 오직 거사님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때 TV프로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본 기억이 났다.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던 부모들이 CCTV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단지 부모를 따라 할 뿐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생각났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한참 지난 뒤에야 모든 게 다 나의 잘못임을 깨달았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등교해서, 학교로 학원으로 하루 16시간을 공부에 지쳐 녹초가 돼 들어온다. 현관문에 들어서는 딸을 보고, '얼마나 힘들었냐' 위로는 고사하고 ‘빨리 씻고 공부 좀 더 하다 자라’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또 한 달 내내 죽도록 고생하고 시험 봐서 성적표 받아오면 수고했다는 격려는 못 할망정 ‘너는 아빠 닮아서 머리는 좋은 데 노력을 안 해서 이렇다’라는 둥 몰아붙이기만 했으니….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왕짜증 맞다!
그 뒤로 개과천선이라고나 할까. 예전과는 완전히 달리 딸애의 입장에 서서 친구 같은 눈높이에 맞게 화법 먼저 바꾸었다. 무조건 잘 해주고 베풀기보다 딸애가 원하는 쪽으로 하나씩 다가갔다. 처음에는 서로 너무 어색했지만, 서서히 딸애의 태도와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2년 뒤 대학에 들어간 딸이 아버지의 생일이라면서 일찍 집에 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날따라 설레는 맘으로 딸이 무슨 말을 할까 너무도 궁금했다. 빨간 장미꽃 몇 송이와 함께 딸애가 준 최고의 선물은 스마트폰에 찍힌 왕짜증이 이렇게 바뀐 문구였다.
‘대한민국 최고 울 아빠!’
노화가 중년에게 무서운 이유는 신체적인 변화가 눈에 보여서가 아니다. 단지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능했던 것들이 쉽지 않게 되면서 ‘늙는다’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기 어려워지고, 달려가는 손주를 들어올리기도 버겁다. 숙면 후 아침의 개운한 기상은 젊은 날의 추억처럼 여겨진다. 여성들에게 이런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갱년기’다. 이 시기를 힘들게 겪어낸 여성들은 한꺼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피할 수 없는 갱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방부인과 전문의인 이윤재(李侖哉·37) 자생한방병원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신수(腎水)가 부족해서 그렇죠.”
이윤재 원장은 한방에서 바라보는 갱년기 증상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방에서는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질환으로 해석하지만, 한방에서는 폐경과 함께 몸의 ‘정기(精氣)’라고도 불리는 신수의 부족이 이러한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한방에서는 신체의 변화가 숫자
7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여성의 경우 14(7×2)세에 첫 생리가 시작되고 49(7×7)세에 천수가 다 돼 폐경을 겪게 된다고 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성조숙증도 발생하면서 초경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폐경 시기는 큰 변화가 없거든요. 결국 갖고 태어나는 몸의 정기를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 셈이니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여성 노화 증상의 ‘종합세트’
이 원장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발현되는 기간에 따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갑작스레 나타나는 갱년기 급성 증상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울긋불긋한 반점이 나타나는 안면홍조 질환, 땀이 많이 나는 발한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증상들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급성과 구분되는 갱년기 아급성 증상은 여성의 생식기와 관련이 깊다. 질 점막이 건조해져 위축되거나, 성관계 시 통증이 발생한다. 또 자꾸 가려운 소양증도 나타난다.
만성 증상은 이와는 또 다르다. 근골격계에 통증이 나타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면 손가락 관절에도 결절이 나타난다. 골다공증도 주요 만성 증상이다.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이 나타나다 심해지면 치매로 확대된다.
“이렇게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무 가지가 넘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한두 가지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갱년기 증상을 찾아내기도 하죠. 증상을 방치하면 병이 심해집니다. 안면홍조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깁니다.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요. 관절통을 다스리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질환이 확대됩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당사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도 치료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심리적 변화는 화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간화(肝火)가 대표적이다. 평생을 참으며 살아온 여성의 쌓인 스트레스가 뭉친 기운을 만들고 간 쪽으로 쌓이면서 갱년기와 함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화가 쌓이면 안면홍조나 발한과 같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는 심리적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손주를 보다가 이 나이까지 왜 애를 봐야 하냐며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가족에게 갑자기 전화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상담하다 눈물을 쏟는 환자가 비일비재합니다.”
치료 방법 다양, 맞춤치료 필요
양방에서 여성의 갱년기를 치료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의 보충이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보충이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부모로 물려받은 경우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가슴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유전자 검사결과 변이가 발견돼 암 발병이 우려되거나 가족력이 있을 때 여성호르몬 치료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여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때는 한방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방에선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에서 건강을 영위하도록 노력하죠. 즉 갱년기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질환별로 한약이나 약침, 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무작정 이러다 말겠지 하며 증상을 방치했다가는 오래 고생할 수도 있다. 증상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활동적인 삶, 갱년기에 도움
치료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다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봤다. 갱년기를 피할 순 없는 것일까.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노화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갱년기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은 몇 가지 있죠. 먼저 갱년기 증상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예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갱년기를 겪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면 상황에 처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을 예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40대 중반 전후면 갱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 노화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갱년기를 극복하려면 육체적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운동과 활발한 생활 등을 통해 기본 체력을 잘 유지하면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의 발병 가능성도 낮아진다. 또 근육량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화도 잘 관리해야 한다. 명상, 요가와 같은 활동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체력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를 겪는 아내에 대한 남편들의 ‘외조’도 질환 관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자녀를 떠나보낸 빈 둥지에서 갱년기를 겪는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여된 역할에 비해 한국 남성들의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환자들의 상당수는 남편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애들도 무탈하고, 특별히 힘든 상황도 없는데 왜 유난스럽게 구냐고 하죠. 아내가 아파도 그런가보다 하다가,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되레 화를 내요. 감싸줘야 한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죠. 이 고비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들면 감정기복은 줄어들게 되어 있어요. 계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슬기롭게 갱년기를 보내는 지혜가 필요해요. 위기를 잘 넘으면 함께 건강하게 살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갱년기를 겪을 때 배우자와 갈등이 깊어지면 회복되기 어려워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66)는 지난 8월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울화병을 앓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는 글도 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마 전 교수는 3년 전 인터뷰에서도 장편소설 (1992) 필화 사건 이후 풍파를 많이 겪어 우울증에 걸렸고 학교와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했으며 결국 3년간 휴직을 해야 했다고 말했었다. 특히 “교수로 복직한 뒤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었다”며 “인간사는 모르는 일”이라는 말도 했다.
마 전 교수는 발표 이후 외설적인 소설이라는 이유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필화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줬던 마 전 교수는 이후에도 유사한 작업을 계속했다. 2014년 발간한 에세이집 에서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은 바 있다.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 여름 태양은 이글거리며 대지를 달구고 있습니다.
여름.
무더위.
찜통 도시의 아스팔트.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땀.
에어컨이 고장 난 차는 그야말로 찜질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가 더 더웠습니다.
업무 차 약속을 하고 사람을 만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소매로 땀을 훔치고 백밀러를 보니 웬 냉동차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따라올 리가 없다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치려 했지만
냉동차는 계속 따라오며 마침내 거의 내 차 옆에다 차를 붙이더니
창문을 내리고 말을 걸었습니다.
운전 도중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고 차를 세우고는
냉동차 기사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자기는 유명호텔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모 호텔에 납품하려던 제주산 돔이 한 박스가 남았으니
한 박스에 20만원이지만 오늘 반값인 10만원에 준다고 하며
한사코 내 차의 진로를 방해했습니다.
너무 진로를 방해받기도 했지만 업무 차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박스를 열어보라 했더니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열수 없다며 믿고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거의 강매 수준이었지만
유명호텔에 납품하던 물건이라니 믿어보기로 하고 박스 채 인도받아 차에 옮기고 돈을 건넸습니다.
기사는 웃으면서
“사장님 횡재하신 거에요"하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약속된 장소에서 박스를 가지고 가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선물로 건넸습니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보니...
앗, 이럴 수가요.
제주산 돔은커녕 먹을 수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생선 몇 마리가 얼음 속에 조용히 재워져 있었습니다.
선물을 준 나도, 받은 상대방도 놀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까짓 걸 선물이라고 주었으니
상대방은 내심 자기를 깔본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게 더 큰 낭패였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선물을 받고 더 실망하는 상대방에 대한 무안함에...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난 후 이해를 시켜 넘어가긴 했지만
정말 어이없는 횡재(?)를 당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한 번 당하고 나니 내가 그런 냉동차의 호구가 되었는지
차를 몰고 나가기만 하면 그런 놈들이 나타나더라고요.
“아이 씨, 왜 나만 가꾸 그래?”
인간의 삶에는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많은 관문들이 존재한다. 학교생활이나 입시, 첫사랑 등 사회적, 감정적 과정들을 거친다. 사람의 몸도 비슷하다. 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있고, 연령별로 예방을 필요로 하는 질병도 있다. 사춘기도 마찬가지. 갱년기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관문이다. 노화를 비켜갈 수 없는 누구나 이 갱년기를 경험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만난 김진분(金珍粉·56)씨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이 과정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이어 찾아온 당황스러움은 평범한 중년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강한 남편과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아들 녀석, 곧 취업을 앞둔 딸아이. 김진분씨의 가정은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이었다. 마치 행복을 대표하는 광고 속 모델의 미소와 같은 그런 흠잡을 것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차 싶었다. 이미 어둡고 긴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갱년기였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병, 갱년기증후군
김씨는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언젠가부터 목과 어깨가 뭉쳐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저 피로가 좀 덜 풀렸거나 무리한 부분이 있어 그런가 싶었죠.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도통 사라지질 않았어요. 몸이 불편하니 잠도 잘 안 오고,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피로는 점점 더 쌓여가고, 악순환이었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동네에서 마사지도 받아보고, 혹시나 해서 정형외과도 가봤다. 당연히 별 문제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용하다는 한의원도 가봤는데 역시 허탕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냥 찌뿌둥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운동량을 늘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래서 많이 걷고 할 만한 운동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발바닥이 찌릿찌릿해지면서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졌어요. 몸이 무거워서 좀 움직여보고 싶은데 발이 받쳐주질 않으니 여러모로 곤란했죠.”
그러고 나서 그녀는 갱년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과 마주친다. 바로 울화였다. 누군가에게 화를 잘 내지 못하는 김씨의 성격이 더해져 중년의 홍역은 그대로 독이 됐다.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윽박지를 법도 한데 모두 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품은 화는 다시 열이 됐다.
“밤에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몸이 덥고 뜨거우니 겨우 잠이 들어도 얼마 안 돼 깨버리는 과정이 반복됐죠. 이런 좋지 않은 과정이 반복되니까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기로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다시 물색한 병원은 효과가 있었다. 비슷한 증상들로 고생한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렇게 지난 4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여성건강클리닉 이창훈(李昌勳·53) 교수를 만났다.
이창훈 교수는 김씨를 갱년기증후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의 전형이라고 정의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4명 중 1명은 이런 증상을 겪기 마련이에요.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면서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데요, 사람에 따라 적응을 하기도 하고,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열이나 안면홍조 등도 이 때문이에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마르는 것 역시 열 때문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의 증상이 더 다양
이 교수는 누구나 갱년기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데 김씨처럼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갱년기 장애라고 설명했다.
“갱년기는 대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를 말하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10여 년 정도 일찍 맞는 경향이 있어요. 남자도 갱년기 증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생리적인 면에서 변화가 많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민감한 편이어서 심신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경향과 달리 갱년기는 심하면 30대 초반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조기화를 보이고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등이 여성호르몬의 감퇴를 촉진한다는 것. 또한 난소낭종 등으로 난소를 일찍 절제했거나, 자궁근종 등으로 자궁을 적출한 경우에도 수년 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갱년기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교수가 설명하는 갱년기 증상은 흔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다양했다.
“갱년기 과정에서 겪는 증상들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안면홍조에서부터 식은땀, 불안,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잦은 소변, 요실금 등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갱년기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두통, 목의 통증, 어깨 결림, 손발 저림, 냉증, 요통, 발 통증, 질 건조로 인한 질염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빈혈이나 갑상선 이상, 우울증, 유방암, 관상동맥질환, 소화기질환, 담석증, 담낭염, 방광염증, 자궁암, 골다공증, 각종 관절염과 관절 부상 등도 갱년기증후군과 무관하지 않아요.”
또 폐경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골다공증이 급속도로 진행되기도 하고, 고지혈증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심장병, 중풍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김씨는 첫날 이 교수를 만나 치료했던 날을 기억했다.
“교수님을 처음 찾은 날 굉장히 힘들었어요. 병명도 모르겠고 게다가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있었으니까. 처음엔 몰랐었는데, 온갖 걱정을 하고 있었나봐요. 교수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이야기는 하소연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교수님께서 너무 공감을 잘 해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부끄럽게 눈물까지 들켰으니까요(웃음).”
김씨는 이 교수가 증상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 덕분에 온갖 걱정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했단다. 특히 “병은 마음에 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두고 다니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조언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몸의 적응’에 초점 맞추는 한의학
이 교수가 선택한 치료는 초기에 선택하는 치료법 중 하나인 수기치료. 병원에 따라 추나요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치료법은 굳어져 있는 근육을 풀어 긴장도를 완화하고 몸의 순환을 도와준다.
“양의학이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한다면, 한의학의 관점은 다소 다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씁니다. 노화로 인해 부족함이 계속되더라도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지향점입니다.”
좀 더 자세히 풀이하면, 갱년기증후군의 한방치료는 크게 노화로 인한 생식력·생명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과,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구분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한약치료는 초기 또는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과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구분해서 처방하는데 가미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육미지황탕, 사육탕, 귀비탕 등의 한약이 쓰인다. 이외에 침이나 뜸치료, 수기치료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환자에게 맞는 운동법을 추천해 집에서 하도록 만드는 자율훈련법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좋아 자주 쓰인다.
주치의처럼 새로운 동반자로
김씨는 모든 증상이 완치됐지만 계속 병원에 다닐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외였다.
“이번 경험은 제게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도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맘 맞는 의사를 만나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 조언대로 식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운동도 시작했어요. 아쿠아로빅 수업도 시작했고, 수업이 없는 날을 대비해 헬스클럽도 끊어놨어요. 또 아파트 주변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서 걷기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겠다고 다짐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새롭게 주치의가 생겼다 생각하고 교수님도 뵙고 가족의 건강도 부탁드릴 계획이에요.”
이창훈 교수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자신의 갱년기 증상이 어떤지는 갱년기지수(Kupperman’s index) 설문지를 통해 어느 정도 체크해볼 수 있어요. 만약 심상치 않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조기치료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한방병원에서는 적외선 체열촬영법을 통해 상열감은 물론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 통증, 수족냉증, 손발 저림 등을 시각적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로 스트레스 상태나 민감도, 자율신경 균형 상태 등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무모한 일이에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나을 수 있으니 꼭 조기에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신접살림을 따로 차려 살던 맞벌이 아들 내외가 아기가 태어나자 혼자 사는 시어머니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손자 보는 일은 시어머니 몫이 되었다. 손주가 자라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눈판 사이에 손자가 의자에 부딪쳐 작은 멍울이 생겼다. 시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며느리가 퇴근하자 손자가 의자에 부딪쳤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 순간 며느리의 손바닥이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쳤다. 갑작스럽고 황당한 일에 시어머니는 어이없어하며 꾹 참았다. 화를 속으로 삭이고 있던 시어머니는 밤늦게 아들이 집에 오자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어머니가 잘못 했네요!” 했다. 아들의 태도에 어머니는 울화통이 치밀고 말았다. 그 후 어머니는 자기 명의의 집을 아들 내외에게 알리지 않고 팔아버린 뒤 가출했다. 쉽게 상상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실화다.
조직에서든 가족 간이든 인간관계를 하다 보면 이처럼 화가 나는 상황이 자주 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늘어나는 시니어들은 화가 더 자주 날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위의 사례에 나오는 시어머니처럼 속으로 참고 견뎌야 할까? 며느리랑 똑같이 공격적으로 대해야 할까? 물론 며느리의 손찌검은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 사람만의 화를 푸는 방식일 수도 있다. 대화 기법을 가르치는 전문가에 따르면, 화가 났을 때 일반인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크게 3가지란다. 즉 소극적, 공격적, 중립적인 모습이다. 위의 사례에 나오는 시어머니의 태도는 화를 삭이는 소극적인 모습이고 며느리처럼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태도는 공격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습은 다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다. 화를 삭이는 동안의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화가 점점 더 치밀어 참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공격적인 모습으로 돌변하게 된다. 시어머니가 아들 내외에게 알리지도 않고 집을 팔아버렸듯 말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달려든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소극적이지도 않고 공격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태도가 바람직하다. 위의 사례에 나오는 며느리처럼 주먹이 먼저 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로 표현을 하여 화를 풀고 상대를 이해시켜 좋은 관계를 이어감이 좋다. 전문가들도 그렇게 권유한다. 중립적 대화 방법에는 “자기표현법(I-Message)”이 있다. 우리는 화가 났을 때 “참는 것이 좋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기표현법은 감정을 꾹꾹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라고 가르친다. 물을 끓이는 주전자에 구멍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구멍을 뚫어 압력을 외부로 내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표현법이다. 그렇게 압력을 내보내듯이 표현을 하면 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분노가 가라앉는다.
우리는 대체로 화가 났을 때 상대를 주어로 표현한다. “당신은 왜 그 모양이요? 그래서 아이들이 따르겠어요?” 또는 "당신은 안 그래요?" 대화의 주어가 주로 상대방에 맞춰져 있다. ‘자기표현법’은 대화의 주어를 자신으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감정을 표현하게 되므로 중립적인 태도가 된다.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사용하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대체로 상대방을 주어로 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보, 당신은 그 문제를 왜 나와 상의 없이 처리했어요?”를 “여보, 당신이 그 문제를 나와 상의 없이 처리하니 내가 섭섭합니다”로 주어를 바꿔 말해보면 어떨까?
특히 시니어들은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될 수 있으면 건드리려고 하지 않고 참으려 한다. 다른 사람에게 불만이나 갈등이 있을 때, 그 내용을 표출하면 불만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아도 불만의 90%는 해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화가 났을 때 참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중립적인 태도로 불만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줄이자. 다만 이때 자기표현법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브라보 라이프의 길이기도 하다.
길바닥에 나 뒹구는 주인 없는 명함을 주어서 찢은 후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에는 순간이나마 서로의 성실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필요 없다고 분신과 같은 남의 명함을 길바닥에 던져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하면 남도 내 명함을 짓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길바닥에 명함이 던져 졌다는 것을 명함 주인이 모르니까 모르면 약이라고 그나마 다행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면전에서 명함 예절이 너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수모를 당한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와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이런 인사 예절이 학교 수업에도 없고 부모로부터 배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명함에 대한 나의 예절을 말하고자 합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일어서서 걷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고 단정한 자세에서 주고받아야 합니다. 명함 집에서 깨끗한 명함을 건네는 것이 예의입니다. 구겨진 명함이나 손때가 잔뜩 묻어 더러운 것을 건네는 것은 실례입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명함을 공손히 드려야 합니다. 같은 직급이라면 동시에 주고받습니다. 명함을 건넬 때 명함 끝을 잡고 상대가 읽기 쉽도록 드립니다. 내가 명함이 없을 때는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혀야 합니다. 남의 명함을 받고 자기 것은 주지 않으면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명함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백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주면서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센스입니다.
명함을 받았으면 가볍게 확인을 해야 신뢰감을 줍니다. ‘아! 기술과장님이시군요’ 또는 ‘사무실이 방배동에 있군요.’ 라고 하면 나에게 관심을 표현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또 이를 빌미로 대화를 풀어갈 실마리도 됩니다. 일본에서는 같은 한자도 발음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한자 이름의 발음을 물어봐도 실례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름의 한자를 몰라서 물어보기는 좀 쑥스럽지만 모르는 한자가 있으면 물어봐야 합니다. 지레 짐작으로 그 글자일 거야 하고 틀린 이름을 계속 부르면 더 망신입니다.
내 이름자의 한자가 어려운 자가 있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압니다. 상대가 멈칫하는 표정을 지으면 ‘무슨 자 인데 잘 안 쓰는 글자입니다.’ 라고 말해주면 배려 깊은 사람으로 점수를 따고 들어가고 이름을 잘못 부르는 어색함도 예방됩니다.
명함을 받자마자 주머니에 그냥 넣어버리거나 책상 한 구석에 제쳐 놓는 것도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입니다. 대화 중에는 테이블 위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일어설 때 곱게 챙겨야 합니다. 내 명함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말은 안 해도 상대방은 관심을 갖고 곁눈질로 지켜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의 명함을 잡고 대화에 열중한 나머지 명함을 구부리기도 하고 책상을 명함으로 탁탁 치는 사람도 봤습니다. 아주 몰상식한 행동입니다. 상대가 아랫사람이거나 약자인 경우 어쩔 수 없이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속에서는 울화가 부글부글 끊고 있습니다.
직장이 없는 시니어들이 과거 경력을 화려하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슬퍼 보입니다. 막연한 ‘삶길 전문가’ ‘행복전도사’ 라는 추상적이 직명도 추천할 일이 아닙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넣은 간결한 명함이 후한 점수를 받습니다. 아니면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곧 귀촌 예정입니다.’와 같은 미래 희망을 담는 것은 좋습니다. 혹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명함 예절이 인간관계의 처음을 열어갑니다. 명함을 볼 때마다 명함 주인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다시 상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거의 모든 게 다 해결이 되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등산갈 때에도 스마트폰 등산용 앱을 깔아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고, 자전거나 차량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소중한 필수품이 됐다. 하물며 심심할 때에는 게임을 다운받아 시간 보내기 좋고 맛집이 필요한 때에도 어김없이 근처의 맛집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요술 상자 같은 것이 스마트폰이다. 이밖에도 언제든 원할 때에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실시간 뉴스를 검색하여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손금처럼 들여다 보고 있으니 이만한 물건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서 소통의 패러다임 바뀌었다 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다. SNS는 시공을 초월해서 소통이 가능하니 세계를 한울타리로 묶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이토록 편리한 요술 상자를 신주단지 모시 듯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듯이 일상에서 너무 스마트 폰을 의지하다 보니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필자는 1년 전에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은 친구가 운영하는 크지 않은 공장에 가서 일을 돕고 있다. 공장은 성남의 ‘공단오거리’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에 입점해 있기에 송파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각각 한 번씩 갈아타야 근무처에 도달 할 수가 있다. 그동안 무난히 잊고 살았던 콩나물시루에 버금가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출근시간의 지하철은 아예 앉아갈 엄두를 낼 수 조차 없을정도로 붐비고 복잡하다. 그런데, 출근시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거나 탔을 때에도 열 명중에 아홉명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주위사람들에 대한 사정은 거의 관심밖의 세상인 듯 보인다. 더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마져 들어간다. 특히, 출근 전쟁통에 지하철 문이 닫힌다는 멘트로 급히 타거나 내려야 할 때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심지어는 거리에서 땅만 보고 걸으며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고의 우려가 점차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작금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사회성이 점점 사라져가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니 더불어 이웃하면서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독불장군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방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데, 요즘은 상대방이 없어도 스마트 폰을 매개로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 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병들어가면서 고립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막바지에 몰리면 시한폭탄처럼 터지고야 만다.
요즘, 불특정하고 연약한 상대를 골라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르는 사회현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사회성을 상실하고 자신만의 세상 속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을 따뜻한 세상, 인성이 살아 있는 세상으로 불러내야 하겠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우리 모두 살아남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겠다. 콩 한 개라도 이웃과 나누어 먹던 예전의 인심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산이나 강, 자연을 걸을 때에는 과감하게 이어폰을 빼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 겠다. 바람소리,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그리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세상의 소리를 들으면서 각박해졌던 자신의 인성을 되돌리는 일에 절대 소홀해 져서는 안 되겠다. 그길만이 우리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의 작가로 친숙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은“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머니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가정에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신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어머니도 병(病)이란 암초를 피할 수 없도록 세상을 만들었다. 전주에서 만난 또 한 명의 어머니 유인숙(兪仁淑·50)씨와 그를 치료한 윤현조(尹炫朝·44) 교수의 이야기도 평범하지만 위대한 어머니의 투병과정을 그리고 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유방암은 다른 암종(癌種)에 비해서 사회적인 파장이 큰 병입니다.”
전북 전주에 자리 잡고 있는 전북지역암센터에서 만난 전북대학교병원 외과학교실 유방·갑상선외과 윤현조 교수는 유방암에 대해 조금 다른 시작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질병에 대해 설명할 때 발병 원인이나 치료방법에 국한하기 마련인데, 윤 교수는 조금 남달랐다.
“유방암이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 질환을 앓게 되는 환자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가정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크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의지할 때라는 것이 문제이지요.”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 60대 이후에 찾아오는 다른 암종들과 달리 유방암의 주된 발병 시기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로 일찍 찾아오는 편. 이 시기는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을 준비하는 때이며, 남편은 퇴직·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자녀가 어른이 되려는 마지막 준비과정과 ‘힘을 잃어가는 남편’이라는 중요한 두 과제가 어머니의 양어깨에 실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고 그 중심을 잃게 되면, 가족 전체가 한순간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가정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회적 질환
유방암이 어려운 점은 치료 과정에서 잃게 되는 여성성과 함께 찾아오는 괴로움이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에선 ‘정팔 엄마’ 라미란이 폐경을 겪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고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유방암 치료는 여성 호르몬의 조절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이런 고통을 동반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암이라는 갑작스러운 암초에 걸려 가라앉는 고통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폐경이라는 여성으로서 또 다른 감내하기 힘든 고통까지 이겨내야 한다.
윤 교수는 “암 판정을 받게 되면 현실 부정을 시작으로 분노와 수긍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치료 과정에서 폐경을 겪게 되면 흔히 울화라고 얘기하는 심한 감정적 변화와 함께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겪게 됩니다”라고 설명하고, “이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예후는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응할 때 전이 방지나 치료에 대한 성과가 좋은 편입니다”라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윤 교수는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육류나 지방에서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BRest CAncea susceptility)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난소 절제와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통한 예방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암에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검진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건강검진을 통해 유방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촉진을 이용한 자가검진을 통해 발견하는 경우 80%가량 되고요. 하지만 만져질 정도가 되면 이미 종양의 크기가 2cm 이상인 2기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발견되면 늦습니다. 40세 이상이 되면 매년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평소에 골고루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윤현조 교수와 함께 만난 환자 유인숙씨는 이러한 어려움을 신앙으로 극복한 사례다. 그녀 역시 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후두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삼촌, 고모까지 암으로 잃은 터라 공포는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의 남편 역시 마찬가지. 유인숙씨는 전북지역암센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투병 후기에 “남편은 암이란 내 말을 듣고 남자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울었다”라고 썼다.
“목사인 남편과 함께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은 환자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회복과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했었는데, 막상 환자가 되고 보니 그 진심과 환자의 본심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어요. 환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투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이제 그분들을 위해 깊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위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죠.”
유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된 것은 2014년 3월의 어느 날. 여느 유방암 환자들과 비슷하게, 몸에 딱딱한 무언가가 잡혀 병원을 찾게 된다. 당연히 불안했고, 단순한 물혹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5일 만에 돌아온 것은 암이라는 판정이었다.
일부러 다인실 병실 찾아 서로 위로
암 덩어리는 2.4cm 정도 크기로 2기였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는 상태, 여성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방보존술을 통해 그 덩어리를 제거했다.
“그래도 윤 교수님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같은 신앙을 갖고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고, 손을 잡아주실 때마다 받은 위안은 마치 기도 같았어요. 그래도 큰 수술은 처음이라 마음이 무겁기도 했고, 대학생인 첫째 아들과 둘째 딸, 9살짜리 막둥이 아들 걱정이 앞섰죠.”
수술 후 진행되는 항암치료 역시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괴로웠다. 구토는 계속됐고, 머리도 빠졌다. 다시 머리가 나면 예쁜 머리띠를 사겠노라고 다짐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고 나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수술 후에는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일부러 6인실 병실에서 지냈어요. 그곳에서 다른 암종 환자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유방암 선배들에게 치료에 대해 이것저것 배울 수 있었죠. 하지만 퇴원 후 집에 혼자 있게 되니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쁜 생각도 나고. 그래서 의지한 것이 노래입니다.”
주로 불렀던 노래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가. 그녀가 ‘세상 노래’라고 표현하는 대중가요는 이제 다 잊었다고 했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터라 노래는 익숙했고, 힘이 돼주었다고 말했다.
유인숙씨는 후에 이 시기에 겪었던 치료 과정을 수기를 통해 이렇게 썼다.
“나보다 더 힘들고 더 아프고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약한 신체가 아닌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항암주사를 맞고 힘들었지만 잘 견딜 수 있었던 것도 감사했다. 평생 가지 않던 걸음을 지금 암 환자가 되어서 다하고 있다. 암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친구가 되어 나와 함께 가고 있다.”
자연스레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자극적으로 무치거나 끓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던 전라도식 식단도 간단히 삶아 담백하게 먹게 됐다. 물론 소금도 줄였다. 자동차로 가서 한꺼번에 장을 봤던 것도 이제는 자주 들러 조금씩 장을 보게 됐다. 차를 이용하는 대신 배낭을 짊어지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서 간다. 늘 엄마 몫이었던 설거지와 청소는 다 자란 아들과 딸이 나눠 맡았는데 볼멘소리 한 번 낸 적 없어 고맙다고 했다.
그런 생활의 변화와 극복 과정, 다른 환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투병 수기를 썼다. 월간을 통해 등단하고, 본인 이름의 시집까지 출간한 경험이 있는 정식 시인이었던 만큼 글쓰기는 어렵지 않았다. 공모 마감 전날 펜을 잡고 작성한 수기가 전북지역암센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치료 과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죠. 무엇보다 다른 환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희망을 받고 치료받으라 말하고 싶었어요. 괜히 나약하게 아프다고 하면 되레 가족들에게 짐만 될 뿐이에요. 환자 가족들에게도 24시간 옆에 붙어 어떤 수발을 들까 고민하기보다는 응원이 되는 말 한마디가 힘이 된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죠. 30분짜리 설거지 한 번보다 1분짜리 말 한마디가 환자에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다시 찾아온 암, 다시 시작된 치료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암 극복 수기가 최우수상을 받아 전북지역암센터에서 진행한 시상식에도 참여했다. 그녀의 수기 제목은 였다. 암을 암이라고, 그렇다고 다른 예쁜 이름으로도 붙이지 못한 고민의 결과다. 그렇게 유인숙씨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암입니다. 재발한 것 같습니다.”
의사의 이 말은 유인숙씨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재발과 전이를 점검하기 위한 추적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유씨는 두 번째 암 판정을 받았다.
“OO이가 또 화가 났구나. 담담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 암 판정 때와는 다르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절제술도 한다는 이민간 동생의 조언에 이번에는 절제를 선택했죠. 병원에서는 재건술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겁내지 말고 씩씩하게 치료를 받자고 맘먹었죠.”
그렇게 유 씨는 새해가 되자마자 다시 수술을 받았다. 1기였기 때문에 수술 후 추가적인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1월 4일이었다.
요사이 그녀는 장성한 아들과 딸의 정성에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원래 신학을 전공했던 큰아들은 군 복무 중에 어머니의 투병을 보면서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수능에 도전해 방사선과에 합격했다. 어머니와 같은 암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직업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합격증을 내밀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자세히 묻진 않았지만, 엄마를 위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감격했습니다. 요새는 아들의 기타, 딸아이의 피아노, 여기에 막둥이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찬양하며 노래 부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요. 암은 우울해 하고 있으면 이길 수 없는 병인 것 같아요. 다른 환자분들도 꼭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OO이가 좀 화가 났구나, 달래줘야겠다. 하며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대하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작성한 수기 마지막 문장은 가족도 의료진도 아닌 OO이에게 보내는 말이었다.
“너도 사랑한다. 따뜻함으로 너를 어루만져줄게. 성내지 말고 평안히 쉬렴.”
이제 신중년에게도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손가락 몇 개로 식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전국의 친구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다. 때로는 필요한 사진과 동영상을 받기도 하고, 급하게 처리할 문서를 내려받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스마트폰 용량이 모자랄 때 당황스럽다. ‘구글 포토’를 이용해 보자. 각종 동영상과 사진으로 무거워진 스마트폰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유장휴 디지털습관경영연구소 소장/ 전략명함 코디네이터
스마트폰 저장 공간 부족 때문에 울화통?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강의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한두 개 설치하다보면 꼭 손을 들어 강의를 중단시키는 분들이 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 앱을 설치할 수 없다는 메시지 때문에 자신은 따라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부랴부랴 설치된 앱과 함께 이것저것 지워본다. 하지만 지워도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나올 뿐이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신중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저장 용량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최소 저장 공간을 선택하거나 대리점에서 추천한 디자인과 가격만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큰 저장 공간이 자신에게 별로 쓸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구나 새로 산 스마트폰이 용량을 전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을 구매했더라도 시스템 실행에 필요한 최소 저장 공간이 필요해 단말기에 따라 몇 GB가 이미 소진된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실제보다 더 작은 셈이다. 앱을 설치할 때 오류가 나고 스마트폰이 느려지면 그때서야 ‘큰 용량의 스마트폰을 살 걸’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스마트폰 저장 공간을 잡아먹는 주범 사진, 동영상
스마트폰 저장 공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주범은 사진과 동영상이다. HD급의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은 해상도나 기능 면에서 DSLR 카메라 못지않다. 화질이 좋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사진파일 용량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한 장만 찍지 않고 여러 장을 연거푸 눌러댄다. 이런 사진과 동영상이 모여 스마트폰에 전체 저장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사진과 동영상 관리만 해도 저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과 동영상을 지우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옮겨놓지 않은 사진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을 옮기고 저장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번거롭지 않게 사진을 옮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자동으로 사진이 옮겨져야 한다. 둘째, 저장할 공간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즉, 무제한이어야 한다. 셋째, 언제든지 다시 찾아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사진 저장도구가 있다. 바로 사진저장 서비스 ‘구글포토’다.
사진을 구글포토에 옮기고, 스마트폰 사진을 모두 지우자!
‘구글포토’는 최근에 나온 사진저장 서비스인데 보기 드물게 유용한 물건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길 수 있다. 스마트폰에 와이파이만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설정해놓으면, 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이 알아서 ‘구글포토’로 옮겨진다. 사진이 다 옮겨져 있는지 알려줘서, 다 옮겨지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모두 지운다. 그만큼 넉넉한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아무리 사진을 많이 옮겨도 고품질로 저장하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평생 사진 저장소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에서 ‘구글포토’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지금까지 옮긴 사진을 모두 볼 수 있다. 단순히 저장 공간을 넓히는 용도를 넘어 매번 옮기기 귀찮은 사진을 관리하고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장 공간과 추억 보관 두 마리 토끼를 잡자
‘구글포토’를 아주 잘 활용하시는 분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메모리카드 등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는데 이 사진들을 ‘구글포토’로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앨범에 정리된 사진도 스마트폰으로 다시 찍어 ‘구글포토’에 넣었다. 모든 사진이 한곳에 모아지니 사진으로 보는 자서전 느낌이 난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은 물론 친구나 지인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라고 추천해주고 있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이 처치 곤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장 공간도 늘리고 사진도 보관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